-
[엄준하 창간발행인 메시지] 2027년 기업교육의 시작점
2027년 기업교육의 시작점,‘무엇을 가르칠 것인가’보다‘어떻게 살아 움직이게 할 것인가’기업들은 지금 2027년 인재육성계획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AI와 AX 교육을 확대하고 있고 역량체계를 재설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교육이 현업의 생각과 행동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는 여전히 분명하지 않습니다. 이제 기업교육은 ‘얼마나 가르쳤는가’보다 ‘사람과 조직이 얼마나 달라졌는가’를 물어야 합니다.생성형 AI는 지식과 정보를 누구나 즉시 얻는 환경을 만들었습니다. 이제는 필요한 지식을 연결하고, 올바르게 판단하여 행동으로 전환하는 사람이 경쟁력을 갖습니다. 그러나 지식과 기술의 전달만으로는 이러한 인재를 육성하기 어렵습니다.2027년 기업교육은 구성원이 스스로 방향을 정하고, 기준에 따라 판단하며, 좋은 행동을 반복하도록 돕는 데 초점을 두어야 합니다.이것이 EOM’S DSR MODEL이 제안하는 인재육성의 새로운 관점입니다.DSR은 Direction, Standards, Repetition을 의미합니다.Direction은 목표가 아니라 나침반입니다. 조직의 비전과 전략이 명확해도 구성원이 자신의 일과 연결하지 못하면 행동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교육은 조직의 방향 속에서 ‘나는 무엇을 위해 일하는가’, ‘나의 역할은 무엇인가’를 발견하도록 해야 합니다.Standards는 변화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게 하는 판단의 기준입니다. AI가 많은 대안을 제시해도 선택과 책임은 사람에게 남습니다. 따라서 고객, 동료, 성과, 윤리와 사회적 책임을 고려하는 자기 기준을 세우도록 도와야 합니다. 조직의 핵심가치도 업무와 의사결정의 행동 기준이 되어야 합니다.Repetition은 앎을 역량으로 바꾸는 힘입니다. 한 번의 교육으로 사람은 바뀌지 않습니다. 배운 내용을 적용하고, 피드백과 성찰을 거쳐 다시 시도해야 합니다. 교육은 새로운 행동이 습관으로 정착될 때까지 이어져야 합니다."기업들이 준비하고 있는 2027년 인재육성 계획은‘무엇을 더 가르칠 것인가’가 아니라‘구성원들이 어떤 방향과 기준으로무엇을 반복하게 할 것인가’에서 시작되어야 합니다."2027년 기업교육은 세 가지 방향으로 변화해야 합니다.첫째, 과정 중심에서 변화 중심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교육시간과 만족도보다 교육 전후의 인식과 행동 변화를 확인하고, 사전 진단·교육·현업 적용·피드백을 하나의 체계로 연결해야 합니다.둘째, 직무역량 중심에서 태도를 포함한 전인적 역량개발로 확장해야 합니다. 같은 지식과 기술도 어떤 방향과 기준으로 사용하는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집니다. AI·AX 시대에는 책임감, 주도성, 협업, 성찰과 윤리적 판단을 육성해야 합니다.셋째, 일회성 교육에서 일상적 학습과 반복 실천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학습, 현업 과제, 코칭, 동료 피드백과 성찰을 연결하여 일터가 배움의 장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 교육부서는 성장 환경을 설계하는 ‘성장 시스템의 디자이너’가 되어야 합니다.2027년의 HRD는 더 많은 교육을 제공하는 경쟁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진정한 성과는 교육받은 사람이 더 나은 질문과 판단을 하고 작은 행동을 꾸준히 실천하는 데 있습니다.방향이 사람을 움직이고, 기준이 사람을 지키며, 반복이 사람을 성장시킵니다.2027년 인재육성은 ‘무엇을 더 가르칠 것인가’가 아니라, ‘구성원들이 어떤 방향과 기준으로 무엇을 반복하게 할 것인가’에서 시작되어야 합니다. 이 부분에서 분명한 답을 갖는 기업이 AI·AX 시대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끌어갈 것입니다.晴園 엄 준 하인생공방 대표 인력개발학 박사
-
[이찬 서울대학교 산업인력개발학과 교수] HRD의 내일을 여는 세 글자, A·B·C
어느 날 교육담당자가 뒤풀이 자리에서 잔을 내려놓으며 물었다. “교수님, 저희는 왜 늘 비용으로만 불릴까요.”라고. 그날 필자는 시원한 답을 주지 못했다.필자는 직업 특성상 HRD담당자들을 자주 만난다. 명함을 건네는 그들의 표정에는 자부심과 피로가 함께 얹혀 있다. 사람을 키운다는 자부심, 그리고 조직 안에서 무엇으로 인정받는가에 대한 피로다. 이 분야에서 함께 동고동락한 동료로서, 서두에 언급한 질문에 뒤늦게라도 답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이 글을 쓴다.---HRD담당자는 이미 남다른 자산을 쥐고 있다. 첫째, 조직을 세로로 관통하는 시야다. 신입사원부터 임원에 이르기까지 전 계층을 상대하며 사업부의 벽 너머를 볼 수 있는 부서는 HRD부서가 거의 유일하다. 둘째, 변화의 언어를 다룬다. 제도는 사람을 움직이게 하지만, 사람을 바뀌게 하는 것은 결국 학습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닥쳤을 때 일하는 방식을 가장 먼저 갈아엎은 부서가 어디였는지 떠올려 보라. 셋째, 신뢰라는 무형자산이다. 구성원들은 인사팀에 하지 못하는 이야기도 HRD담당자에게는 한다.이것은 돈으로 살 수 없는 HRD부서의 귀중한 경쟁력이다.그러나 냉정해지자. 언급한 강점들은 다음의 이유로 인해 아직 경쟁력으로 환산되지 못하고 있다. 첫 번째는 언어의 문제다. 우리는 여전히 교육 만족도와 이수율로 성과를 보고하고, 경영진은 매출과 손익으로 사고한다. 경영의 언어로 번역되지 않은 성과는 성과로 기억되지 않는다.두 번째는 현업과의 거리다. 현장의 이슈와 문제를 모르는 채 설계된 교육은 아무리 세련되었더라도 겉돈다. 세 번째는 이론의 부재다. 좌표계 없이 쌓은 경험은 축적이 아니라 반복이다.지금 HRD담당자들의 일터에는 AI와 데이터가 더해졌다. 이것들은 물론 중요하다. 다만 도구의 마니아가 되는 것과 사람에 관한 전문가가 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대시보드 안에 사람은 없다.필자는 글로벌 기업의 인사팀과 국내기업 해외법인의 인사부를 거쳐 학계로 왔다. 그 길에서 얻은 결론을 세 글자로 권한다. A·B·C다. 이것은 개인의 성장 곡선과 조직의 성과 곡선이 겹치는 지점으로 가는 세 개의 축이다.A는 ‘Academy’다. 학문적 체계를 갖추라는 뜻이다. 입구는 대학원만이 아니다. 학회와 세미나, 사내 연구모임, 논문 한 편을 함께 읽는 스터디까지 길은 여럿이다. 다만 기준은 하나다. 그 자리를 다녀온 뒤 자신이 하는 일을 이론의 언어로 설명할 수 있게 되었는가. 듣고 오기만 하는 자리는 아무리 쌓여도 체계가 되지 않는다. 필자의 연구실에는, 저녁 수업에는 십수 년 동안 현장을 지킨 HRD담당자들이 앉아 있다. 그들은 하나같이 말한다. 해 오던 일이 그제야 설명되기 시작했다고. 이론적 토대가 있는 실무는 유행 앞에서 흔들리지 않는다.B는 ‘Business’다. 현업을 모르는 HRD담당자는 진정한 HRD담당자가 아니다. 기회가 닿는 대로 영업으로, 생산으로, 기획으로 넘나들어라. 순환보직을 경력의 손해로 여기지 말자. 그 몇년이 훗날 당신의 교육을 현장의 언어로 말하게해 준다. 필자가 학교로 활동 무대를 옮긴 뒤에도 채용 면접과 노사 협상 자리에 직접 들어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C는 ‘Consulting’이다. 컨설팅 회사를 거쳐야만 한다는 뜻이 아니라, 조직 안에서 내부 컨설턴트로 나서 보라는 뜻이다. 진단하고, 처방하고, 반박당해 보라. 다양한 관점의 케이스를 몸으로 통과한 사람만이 문제를 정의할 수 있다.마지막 당부는 이것이다. 사람에게 관심을 가져라. 데이터 뒤에 있는 얼굴을 보고, 지표 뒤에 있는 사정을 들어보자. 현장으로 내려가 그곳에서 일하는 이들과 함께 밥을 먹고 그들의 말투를 체험하자. AI는 데이터를 읽지만 사람의 망설임까지 읽지는 못한다.그날 교육담당자에게 답하지 못한 질문에 이제야 답한다. 우리는 비용이 아니다. HRD의 경쟁력은 사람 속으로 들어간 시간의 총량이다. 그 시간을 쌓아가는 HRDer들이 있는 한, HRD는 결국 전략의 출발점으로 거듭날 것이다."HRD의 경쟁력은 사람 속으로 들어간 시간의 총량이다.그 시간을 쌓아가는 HRDer들이 있는 한, HRD는 결국 전략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이찬 교수미국 오하이오주립대에서 HRD 전공으로 석사·박사학위를 취득했고 레고그룹 한국법인 인사팀과 LG전자 미국법인 인사부를 거쳐 학계로 적을 옮겼다. 이후 서울대 교수로서 동대학 경력개발센터장, 평생교육원장, 교육연수원장 및 한국산업교육학회장을 역임했고, 현재 Asian Academy of HRD 의장이다. 롯데, 삼성, 현대, CJ, LG 등 주요 기업에 자문과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고, 2021년부터 현재까지 한국경제신문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며, 저서로 『컨버터블 리더십』, 『일터를 뒤흔드는 신인류의 등장』 등이 있다.
-
[정병익 앤더스 컨설팅 코리아 파트너] 왜 우리는 문제를 풀기 전에 이미 틀리는가?
글 싣는 순서1. AI 시대, 당신의 문제해결 방식은 업데이트되었습니까?2. 왜 우리는 문제를 풀기 전에 이미 틀리는가?3. 하이브리드 씽킹: 로지컬 씽킹과 디자인 씽킹을 언제, 어떻게 결합할 것인가4. AI 시대, 승률을 높이는 하이브리드 문제해결 패턴5. 생각에도 기어가 있다: 사고를 전환하는 리더의 기술6. HRD는 어떻게 하이브리드 문제해결 역량을 키울 것인가문제해결에서 가장 위험한 순간은 답이 틀렸을 때가 아니라 애초에 잘못된 문제를 풀고 있을 때다. 매출이 떨어지면 마케팅을 강화하고, 직원이 떠나면 보상을 늘리고, 고객 불만이 증가하면 서비스를 개선하는 것은 모두 그럴듯한 대응이지만 눈앞의 현상과 정말 해결해야 할 문제는 다를 수 있다. 특히 AI가 순식간에 수많은 해결책을 제시하는 시대에는 ‘어떻게 풀 것인가’보다 ‘무엇을 풀 것인가’가 더 중요해진다. 연장선에서 탁월한 문제해결자는 답을 빨리 찾는 사람이 아닌, 당연해 보이는 문제를 의심하고 질문을 다시 설계할 수 있는 사람이다.지난 글에서 필자는 AI 시대의 문제해결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AI가 더 빠르게 분석하고 더 많은 답을 만들어낼수록 인간에게 중요한 것은 무엇을 분석할 것인지, 어떤 질문을 던질 것인지 판단하는 능력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한 단계 더 근본적인 질문이 남는다. 우리는 과연 제대로 된 문제를 풀고 있는가. 1편에서도 문제해결의 출발점은 더 빠른 답이 아니라 올바른 문제 인식이라고 강조했다.기업 현장에서 문제해결을 지켜보면 흥미로운 장면을 자주 만난다. 회의가 시작되자마자 해결책이 나온다. “매출이 떨어졌으니 프로모션을 강화합시다.” “젊은 직원들이 떠나니 보상을 올립시다.” “혁신이 부족하니 아이디어 워크숍을 합시다.” 틀린 말은 아니다. 오히려 너무 그럴듯하기 때문에 위험하다. 아직 문제가 무엇인지 충분히 이해하지 않았는데 이미 해결책을 선택했기 때문이다.『하이브리드 씽킹』에서 필자는 문제해결의 흐름을 크게 Discover-Develop-Deliver로 설명한다. 문제를 발견하고, 해법을 만들고, 현실에 구현하는 과정이다. 그런데 조직에서 가장 먼저 무너지는 곳은 종종 첫 번째인 Discover다. 조직은 답을 찾는 데는 익숙하지만, 무엇이 진짜 문제인지 다시 묻는 데는 익숙하지 않다.이때 중요한 것은 방법론을 고르는 것보다 먼저 문제의 좌표를 제대로 잡는 것이다. 데이터로 구조를 봐야 하는 문제인지, 사람의 감정과 맥락을 봐야 하는 문제인지, 혹은 두 가지를 오가야 하는 문제인지 구분하지 못하면 이후의 분석과 실행이 아무리 뛰어나도 엉뚱한 방향으로 갈 수 있다.---메타는 왜 완벽한 논리로 틀린 문제를 풀었을까메타(Meta)의 메타버스 투자는 이를 잘 보여준다.페이스북이 사명을 메타로 바꾸고 VR과 AR에 막대한 투자를 집행했을 당시 논리는 매우 선명했다. 스마트폰 이후의 다음 컴퓨팅 플랫폼은 더 몰입적인 공간이 될 것이고, 사람들이 일하고 쇼핑하고 소통하는 방식도 가상공간으로 이동할 것이라는 판단이었다.시장과 기술 트렌드만 보면 상당히 논리적이었다. 그러나 질문을 한 번만 더 바꿔보면 전혀 다른 문제가 보인다.“메타버스가 미래의 플랫폼이 될 것인가?”가 아니라 “사람들은 왜 오늘 VR 헤드셋을 쓰고 메타버스에 들어가야 하는가?” 이 질문을 던지는 순간 기술이 아니라 사람이 보인다.현실의 사람들은 이미 하루 종일 화면에 지쳐 있다. VR 헤드셋은 무겁고 착용 자체가 번거롭다. 스마트폰은 주머니에서 꺼내면 되지만 메타버스는 말 그대로 ‘입장’해야 한다. 『하이브리드 씽킹』에서도 메타가 몰입의 효용은 설계했지만 인간의 몸과 피로, 귀찮음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다고 지적한다.사회적 맥락도 있었다. 사람은 기술의 기능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기술을 쓰는 자신의 모습이 타인에게 어떻게 보이는지도 생각한다. 어색한 아바타와 VR 기기는 기술적으로 미래적일 수 있었지만 실제 사용자에게는 민망함과 거리감을 줄 수 있었다. 메타버스는 효용은 설명했지만 ‘체면’이라는 사회적 감각과 매일 반복해서 사용할 이유를 충분히 만들지 못했다.이 사례가 보여주는 것은 명확하다. 논리는 미래 가능성을 설명할 수 있지만, 사람의 수용성과 일상의 습관까지 자동으로 설명하지는 못한다.구글 글래스가 놓친 것은 기술이 아니라 인간이었다구글 글래스도 비슷하다. 기술적으로 보면 구글 글래스는 매우 매력적이었다. AR 기반 정보 제공, 핸즈프리 입력, 실시간 정보 확인 등 미래 제품으로서 논리적 효용이 충분했다.하지만 실제 사용 상황에 들어가자 전혀 다른 문제가 드러났다. 구글 글래스를 착용한 사람이 앞에 있으면 상대방은 자신이 촬영되고 있는지 아닌지를 알기 어려웠다. 기술적으로는 작동했지만 사회적으로는 불편했다. 착용자를 조롱하는 표현까지 등장할 정도로 거부감도 컸다. 책에서도 이를 “기술은 맞아도 UX와 사회적 수용성이 없으면 실패한다”는 사례로 설명한다.여기서도 질문이 중요하다. “어떻게 하면 손을 쓰지 않고 정보를 확인할 수 있을까?”는 기술적으로 좋은 질문이다. 그러나 그 전에 “사람들은 얼굴에 카메라가 달린 기기를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라고 물었다면 접근은 달라졌을 것이다.앞의 질문에서는 기술이 중심이지만, 뒤의 질문에서는 사람과 관계, 문화, 프라이버시가 문제의 중심으로 들어온다.메타와 구글이 부족했던 것은 데이터도, 기술도, 인재도 아니었다.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이었다.네스프레소는 커피가 아니라 ‘번거로움’을 해결했다반대로 문제를 잘 정의하면 전혀 새로운 시장이 열린다.네스프레소는 좋은 사례다. 사람들은 좋은 에스프레소를 좋아한다. 그렇다면 더 좋은 원두와 더 좋은 머신을 제공하면 될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네스프레소가 본 문제는 ‘커피의 맛’이 아니었다.사람들은 집에서 좋은 커피를 마시고 싶지만 원두를 고르고, 분쇄하고, 양을 맞추고, 추출하고, 기계를 세척하는 과정을 반복해야 한다. 조금만 달라져도 맛이 달라진다.즉 문제는 사람들이 좋은 커피를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좋아하지만 그 경험을 반복하기가 너무 번거로운 것이었다. 책에서도 네스프레소의 출발점을 “왜 사람들은 집에서 카페 같은 커피를 지속하지 못할까?”라는 질문으로 설명한다.질문이 바뀌자 답도 바뀐다.“어떻게 더 맛있는 커피를 만들까?”가 아니라 “어떻게 누구나 집에서 카페 수준의 커피 경험을 쉽고 반복적으로 누릴 수 있을까?”가 된다.여기서 캡슐과 머신이 결합되고, 재구매 시스템과 회원 관리, 부티크 경험까지 연결된다. 네스프레소는 커피 한 잔을 파는 것이 아니라 집에서의 프리미엄 커피 루틴을 설계했다.이런 식의 문제 재정의가 바로 하이브리드 씽킹의 중요한 출발점이다. 분석을 더 정교하게 하기 전에 무엇을 분석해야 하는지부터 바꾸는 것이다.라 파제다는 ‘복지의 문제’를 ‘시장과 품질의 문제’로 바꿨다문제 재정의의 힘은 사회문제에서도 동일하게 작동한다.스페인의 사회적 기업 라 파제다(La Fageda)는 정신질환자와 지적장애인 등 사회적으로 배제된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설립됐다. 처음 문제를 그대로 받아들였다면 질문은 “어떻게 더 많은 일자리를 제공할 것인가?”였을 것이다.그러나 창업자 크리스토발 콜론은 질문을 바꿨다. 사람을 고용하는 것만으로 정말 치유와 회복이 가능한가?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한 보호가 아니라 스스로 몰입하고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진짜 일’이 아닐까?그리고 또 한 번 문제를 재정의했다. “장애인이 만든 제품이니 사주세요”가 아니라 “사람들이 동정심이 아니라 품질 때문에 반복해서 구매하는 제품을 만들 수 없을까?”로.이 순간 문제는 복지의 영역에서 제품과 시장, 브랜드의 영역으로 이동한다.라 파제다는 카탈루냐 지역 요거트 시장에서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하는 브랜드로 성장했고, 책에서 설명하듯 운영비의 상당 부분을 자체 판매 수익으로 충당하는 구조를 만들었다.이 사례는 공감만으로도, 비즈니스 논리만으로도 설명되지 않는다. 사람의 진짜 필요를 이해한 뒤 그것을 지속가능한 사업 구조로 연결했다는 점에서 하이브리드 씽킹의 좋은 사례다.AI 시대에는 ‘솔루션 점프’가 더 위험해진다우리가 자꾸 잘못된 문제를 푸는 이유는 단순하다. 사람은 자신이 가진 도구로 문제를 보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전략부서는 데이터를 분석하고, HR은 교육을 만들고, IT는 시스템을 도입하고, 마케팅은 캠페인을 기획한다.이렇게 문제를 충분히 탐색하기 전에 익숙한 해결책으로 뛰어드는 것을 필자는 솔루션 점프(solution jumping)라고 부른다.AI 시대에는 이 위험이 더 커진다.생성형 AI에게 “20대 고객의 구매율을 높이는 방법을 알려줘”라고 하면 몇 초 만에 수십 개의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고객 세분화, 캠페인 전략, 콘텐츠 아이디어까지 모두 만들어준다.그런데 만약 구매율이 낮은 이유가 마케팅이 아니라 제품 자체가 그들의 삶과 맞지 않기 때문이라면 어떨까.AI가 틀린 것이 아니다. 인간이 틀린 문제를 입력한 것이다. 그래서 AI 시대에는 좋은 프롬프트를 쓰는 능력보다 한 단계 앞선 역량이 필요하다. 무엇을 프롬프트로 만들어야 하는지 결정하는 능력, 즉 문제정의 능력이다.좋은 문제를 정의하는 세 가지 질문그렇다면 좋은 문제는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필자는 최소한 세 가지 질문을 권하고 싶다.첫째, “지금 보고 있는 것은 문제인가, 현상인가?” 매출 하락, 퇴사 증가, 고객 불만 증가는 대부분 현상이다. 그 숫자를 만든 행동과 맥락을 한 단계 더 들여다봐야 한다.둘째, “누구의 관점에서 문제를 보고 있는가?” 기업에게는 기능의 문제지만 고객에게는 불편함과 체면의 문제일 수 있다. HR에게는 퇴사율의 문제지만 구성원에게는 성장 가능성의 문제일 수 있다.셋째, “질문을 바꾸면 전혀 다른 해결책이 보이는가?” 네스프레소처럼 ‘더 좋은 커피’에서 ‘반복 가능한 커피 경험’으로, 라 파제다처럼 ‘일자리 제공’에서 ‘시장에서 선택받는 사업’으로 질문을 바꿔보는 것이다.이 세 가지는 결국 하나의 원칙으로 모인다.문제를 풀기 전에, 먼저 문제를 의심하라.HRD도 문제를 푸는 사람보다 문제를 정의하는 사람을 길러야 한다HRD 관점에서도 이 변화는 중요하다.지금까지 많은 문제해결 교육은 주어진 문제를 얼마나 논리적으로 해결하는지를 훈련해왔다. 케이스를 주고, 원인을 분석하게 하고, 로직트리를 만들고, 대안을 평가해 발표하게 한다.그러나 실제 업무에서는 문제가 그렇게 친절하게 주어지지 않는다. 앞으로의 문제해결 교육에서는 문제를 푸는 능력뿐 아니라 문제를 발견하고, 정의하고, 재정의하는 능력을 훈련해야 한다.이것이 하이브리드 씽킹 교육에서도 중요한 이유다. 완성된 문제를 주는 대신 불완전한 현상과 데이터를 제공하고, 직접 현장을 관찰하거나 이해관계자를 인터뷰하게 해야 한다. 같은 현상을 놓고 서로 다른 문제정의를 만들어보고, 질문이 달라졌을 때 해결책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도 경험하게 해야 한다."AI가 수많은 답을 순식간에 만들어내는 시대에선 문제를 풀기 전에‘지금 보는 것은 문제인가, 현상인가?’, ‘누구 관점에서 문제를 풀고 있는가?’,‘질문을 바꾸면 전혀 다른 해결책이 보이는가?’라는 질문을 중심으로무엇을 풀어야 하는지 아는, ‘좋은 문제를 정의하는 사람’이 경쟁력을 갖는다."리더의 역할도 달라진다.구성원이 문제를 가져왔을 때 곧바로 답을 주는 리더보다 “우리가 정말 풀어야 하는 문제가 이것이 맞는가?”, “고객 입장에서 보면 무엇이 달라지는가?”, “우리가 당연하다고 가정하는 것은 무엇인가?”라고 묻는 리더가 조직의 문제해결력을 더 크게 키운다.좋은 리더는 답을 많이 가진 리더가 아니다. 좋은 리더는 문제의 성격에 따라 질문을 바꾸고, 조직의 사고방식을 전환시키는 리더다.AI가 발전할수록 답을 만드는 비용은 낮아질 것이다. 분석도, 아이디어도, 보고서도 점점 더 쉽게 만들어진다. 역설적으로 그래서 문제정의의 가치는 더 높아진다.답이 희소했던 시대에는 좋은 답을 가진 사람이 경쟁력을 가졌다. 답이 넘쳐나는 시대에는 무엇을 물어야 하는지 아는 사람이 경쟁력을 갖는다.문제해결의 승부는 해결책을 비교하는 순간보다 훨씬 일찍 결정된다. 문제를 바라보는 순간부터다.그리고 여기에서 다음 질문이 시작된다. 문제를 제대로 정의했다면 이제 어떤 방식으로 풀어야 할까. 논리적으로 분석해야 할까, 고객에게 공감해야 할까. 데이터를 먼저 봐야 할까, 현장을 먼저 봐야 할까.답은 하나가 아니다. 문제의 성격과 해결 단계에 따라 사고방식도 달라져야 한다.다음 글에서는 로지컬 씽킹과 디자인 씽킹이 각각 어떤 문제에 강한지, 그리고 두 사고방식을 언제, 어떻게 결합해야 하는지를 본격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바로 이 지점부터 하이브리드 씽킹의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정병익 파트너앤더슨 컨설팅 코리아에서 교육·공공 부문을 이끌고 있고, IE Business School 겸임교수와 aSSIST 겸임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 LG전자, 삼정 KPMG를 거쳤으며, SolBridge 교수 및 전략기획실장, 동명대학교 국제대학 학장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하이브리드 씽킹』이 있다.
-
[김주수 PwC컨설팅 파트너] 성과의 터닝포인트
글 싣는 순서1. 왜 지금, 리더십의 터닝포인트인가2. 생각의 터닝포인트: 실무자의 뇌에서 리더의 뇌로3. 성과의 터닝포인트: AI를 부리는 리더의 무기4. 관계의 터닝포인트: 기계가 줄 수 없는 마지막 1%5. 조직의 터닝포인트: 지능을 쪼개라, 문어처럼6. 큐브를 완성하라: 그림자를 넘어 위대한 유산으로성과란 무엇으로 만들어지는가. 오래도록 우리는 성과는 ‘성실함의 총량’이라 믿어왔다. 더 오래, 더 많이 일하면 결과도 그만큼 커진다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속도와 효율 싸움의 무게중심이 사람에서 기계 쪽으로 기운 지금, 성과는 노력의 양이 아닌 ‘설계’의 영역으로 넘어왔다. 즉, ‘성과의 터닝포인트’는 일의 판을 다시 짜는 여정이다. 이 여정에서 리더는 3개의 무기를 손에 쥔다. 그것은 각각 AI를 지렛대 삼아 판을 새로 짜고, 현장 바닥까지 내려가 업의 본질을 만지고, 미래에서 오늘을 역산해 할 일의 순서를 다시 세우는 것이다. 리더십 과정이 성과관리 기법 몇 개를 얹는 특강이 아닌, 일을 다시 설계해 보는 훈련으로 짜여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성과는 성실함이 아니라 ‘설계’다눈을 가린 채 시속 100킬로미터로 고속도로를 달린다고 상상해 보자. 속도계 바늘은 힘차게 올라간다. 그런데 앞에서 도로가 꺾였는지, 공사 구간이 나타났는지는 알 길이 없다. 낡은 경험칙에 기대어 조직을 이끄는 리더의 모습이 꼭 이렇다. ‘과거에 통했으니 이번에도 맞겠지’라는 믿음으로, 매끈하게 정리된 보고 숫자만 들여다본다. 바늘은 올라가는데, 정작 도로는 보이지 않는다.이 격차는 이미 수치로 드러나 있다. 국내외 조사에서 상당수 기업의 경영 관행은 낙제를 겨우 면한 수준에 머물렀고, 관행이 앞선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의 생산성 격차는 50%까지 벌어졌다. 같은 시장에서 같은 시간을 일하고도 결과가 갈린다는 뜻이다. 그 격차를 만든 것은 근면의 양이 아니라 일하는 방식이었다.문제는 성실함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성과를 과거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더 열심히’의 문제로 보는 낡은 관점 때문이다. 오늘날의 성과는 노력의 양이 아니라, 일의 순서와 판단의 기준을 원점에서 다시 짜는 ‘설계’로부터 나온다. HRD담당자에게 이 구분은 중요하다. 목표관리기법을 한 번 더 가르치는 것만으로는 리더의 손에 설계 도구가 쥐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무엇부터 다시 짜야 할까. 가장 먼저는, 일이라는 판 위에 AI라는 새 지렛대를 올려놔야 한다."기존 업무 위에 AI를 덧대는 것만으로는 조직의 체질이 바뀌지 않는다.마차에 엔진을 얹는다고 자동차가 되지는 않는 것처럼.조직의 진짜 변화는 누가 무엇을 판단하고, 어디에 AI를 투입하며,사람은 어디에 집중할지를 원점에서부터 재조립하는 것에서 온다."AI를 지렛대 삼아 판을 새로 짠다많은 리더가 AI를 회의록을 정리해고, 발표 자료의 초안을 뽑아주는 도구쯤으로 쓴다. 이런 식으로 AI를 쓰면 물론 편하다. 그러나 기존 업무의 틀 위에 신기술을 덧대는 것만으로는 조직의 체질이 바뀌지 않는다. 마차에 엔진을 얹는다고 자동차가 되지는 않는 것처럼. 진짜 변화는 누가 무엇을 판단하고, 어디에 AI를 투입하며, 사람은 어디에 집중할지를 원점에서부터 재조립하는 것에서 온다.지휘자가 서로 다른 악기를 하나의 화음으로 엮어 내듯, AI의 속도와 인간의 맥락을 최적의 비율로 배합하는 역량을 ‘오케스트레이팅’이라 부른다. 핀테크 기업 클라르나는 고객 문의의 3분의 2를 AI에 맡기고, 사람은 복잡하고 섬세한 소통에만 머물도록 프로세스를 다시 짰다. 그 결과 상담 시간은 11분에서 2분으로 줄었고, 고객의 재문의율은 오히려 25% 떨어졌다. AI로 사람을 덜어낸 것이 아니라, 사람이 머무는 자리를 더 값지게 바꾼 것이다.클라르나의 사례와 관련해서 리더에게 필요한 것은 AI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기술이 아니다.AI를 활용해서 만든 답이 우리 조직에 어떤 가치와 위험을 갖는지를 읽어 내는 안목, 곧 ‘AI 플루언시’다. 그리고 클라르나와 같은 설계에는 완벽주의를 내려놓는 용기가 따라붙는다. 오픈 AI의 샘 알트만은 ‘아직 불안정하다’라는 우려 속에서도 미완의 챗GPT를 세상에 내놓았다.100점짜리 계획을 세우는 데 골몰하며 귀중한 타이밍을 놓치느니 거친 시장에서 부딪히며 살아 있는 데이터를 얻겠다는 판단에서였다. 그의 판단은 적중했다. 지금은 완벽을 기다리는 리더가 가장 위험한 리더인 시대인 까닭이다.HRD담당자에게 이 대목은 프롬프트 사용법을 익히는 실습에서, 업무의 판을 직접 다시 짜 보게 하는 실습으로 무게중심을 옮겨야 한다는 점을 일깨워준다. 그런데 판을 다시 짜려면, 먼저 그 일의 바닥을 알아야 한다.판을 짜려면, 현장 바닥까지 내려가라무엇을 기계에 맡기고 무엇을 사람에게 남길지는, 그 업의 본질을 몸으로 겪어 본 사람만이 가를 수 있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가 생산 지옥에 빠진 공장 바닥에서 쪽잠을 자며 하루에 16시간씩 일했던 이유는, 현장 직원들의 사투를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였다. 몰락 직전의 AMD를 구해낸 리사 수 역시 화려한 재무 숫자를 중시하는 대신 차세대 칩 아키텍처라는 기술의 본질을 파고들며 판을 뒤집었다.이것이 비즈니스를 ‘관리’가 아니라 ‘설계’의 대상으로 보는 태도, 곧 엔지니어링 마인드셋이다. 그리고 엔지니어링 마인드셋의 실천은 뒷짐이 아니라 ‘핸즈온’에서 시작된다. 포드의 앨런 멀럴리는 온통 초록불로 도배된 보고서를 들고 온 임원들에게 이렇게 물었다. “수십억 달러 적자가 나는데, 어떻게 모든 지표가 정상입니까?” 문제를 빨간불로 정직하게 드러내는 리더 아래에서, 포드는 빅3 가운데 유일하게 구제금융 없이 금융위기를 넘었다.다만 오해는 하지 말자. 현장으로 내려가라는 말은 구성원의 일을 대신 처리하라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디테일을 장악한 리더만이 무엇을 누구에게 맡겨도 되는지 안다. 위임은 몰라서 놓아주는 일이 아니라, 알기 때문에 넘겨주는 일이다. 리더 교육의 필수 활동에 보고서 리뷰가 아니라 현장 관찰과 데이터 직접 확인이 들어가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가 하면 현장을 장악한 리더가 다음으로 마주하는 질문은 ‘어디로’다.방향은 ‘오늘’이 아니라 ‘미래’에서 찾는다문제는 우리 뇌가 본능적으로 오늘을 편애한다는 데 있다. 임원 400여 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어느 조사에서 열에 여덟이 미래에 해가 된다고 하더라도 당장의 분기 실적을 맞추겠다고 답했다. 이런 관성에 갇히면 목표는 늘 현재의 울타리 안에서만 그려진다. ‘올해는 이 정도니 내년에는 10% 더’라는 식이다. 성실한 계산이지만, 판을 바꾸지는 못한다.그래서 필요한 것이 미래에서 오늘을 역산하는 사고, ‘퓨처백’이다. 미로 찾기의 고수가 입구가 아니라 출구에서 거꾸로 길을 그리는 것과 같다. 아마존은 새 제품을 기획할 때 설계도가 아니라 보도자료부터 쓴다. 아직 만들지도 않은 제품에 고객이 왜 열광하는지를 미래완료형으로 못 박아 두고, 그 미래를 향해 현재의 한계를 하나씩 부수는 것이다.순서는 분명하다. 먼저 가슴 뛰는 담대한 목표라는 깃발을 세우고, 그 지점에서 시간을 거꾸로 되감아서 3년 뒤에 할 일, 1년 뒤에 할 일, 오늘 할 일로 쪼갠다. 이렇게 멀고 막연한 꿈을 오늘 팀원이 처리해야 하는 과업의 언어로 ‘번역’하는 일이 리더가 해야 하는 역할이다. 리더교육에서 진행하는 목표설정 워크숍이 현재 역량의 연장선에서 출발하는 한, 이런 번역은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다.성과는 우연히 찾아오지 않는다. 성과는 AI로 판을 짜고, 현장을 장악하고, 미래에서 역산하는 설계의 궤적 끝에 놓인 필연이다. 그런가 하면 기계를 활용한 데이터와 속도 싸움이 수를 놓고 있는 이 시대에서, 리더가 끝내 발 디딜 자리는 따로 있다. 바로 ‘사람’이다. 연장선에서 다음 회차에선 기계가 흉내조차 낼 수 없는 세 번째 관문인 ‘관계의 터닝포인트’를 독자들과 함께 짚어보고자 한다."리더에게 요구되는 성과는 우연히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성과는 지렛대(AI)로 판(일)을 새로 짜고, 업의 본질을 온전히 이해하며현장을 장악하고, 멀고 막연한 꿈을 오늘 팀원이 처리해야 하는과업의 언어로 번역하는 설계의 궤적 끝에 놓인 필연인 까닭이다."
-
[김덕중 퍼브 AI 연구소장] 같은 듯 다른 기업별 AI 도입 방식과 HR의 대응
글 싣는 순서1. 같은 듯 다른 기업별 AI 도입 방식 및 HR의 대응2. HRD조직의 AX 전환 준비에 대한 고찰3. 에이전트의 이해와 새로운 협업의 출현4. 인간과 에이전트를 함께 성장시키는 HRD 필요기업들은 시장 환경과 비즈니스 맥락에 맞춰 다각도로 AI를 도입하고 있으며, 그 전환의 중심에는 HR이 자리 잡고 있다. 또한, AI 도입 초기에 툴 활용법 중심이던 사내교육은 이제 개인의 직무를 재설계하고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조직 변화의 핵심 동력으로 진화했다. 즉, ‘과정 중심’에서 ‘업무 중심’으로 교육의 패러다임이 전환된 것이다. 관련해서 본고에선 다양한 국내 기업 사례를 통해 우리 조직에 맞는 실질적인 AI 혁신의 출발점을 짚어보고자 한다.무엇을 가르칠 것인가보다 ‘어떻게 일하게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기업들의 AI 도입이 본격화되면서 생성형 AI 교육, 바이브코딩, AI 에이전트와 같은 키워드는 이제 낯설지 않다. 이런 동향을 겉으로 보면 기업들이 비슷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 현장을 들여다보면 AI를 도입하는 방식은 상당히 다르다.이 차이를 이해하려면 두 가지 질문이 필요하다. ---하나는 ‘누가 AI 혁신을 주도하는가?’, 다른 하나는 ‘무엇을 바꾸려 하는가?’다. AI 혁신은 조직이 주도할 수도, 개인이 주도할 수도 있다. 또한, AI를 활용해서 제품과 시스템을 혁신할 수도 있고, 구성원의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데 초점을 두며 AI를 활용할 수도 있다. 이 두 축에 따라 기업의 AI 도입 방식은 달라진다.중요한 것은 어느 방식이 더 우수한가가 아니다. 기업의 사업 특성, 조직문화, IT 환경과 구성원의 역량에 따라 적합한 AI 도입 경로가 다르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 차이는 HR과 HRD의 역할도 달라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기업들의 일터를 들여다보면 AI를 도입하는 방식은 상당히 다르다.이 차이를 이해하려면 ‘누가 AI 혁신을 주도하는가?’‘무엇을 바꾸려 하는가?’라는 두 가지 질문을 던져봐야 한다."조직이 주도한다면 HR부서는 ‘교육’보다 ‘실행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국내 모그룹은 AI 교육 이후 현장의 문제를 발굴하고 과제를 선정한 뒤 실제 실행으로 연결하는 전형적인 ‘교육 → 과제 → 실행’ 모델을 활용한다. 특히, 제조업의 특성을 반영해 제조 현장을 혁신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이 방식에서 성패를 가르는 것은 교육 자체보다 ‘교육과 실행을 어떻게 연결하느냐’다. 많은 기업이 AI 교육을 시행하고도 성과를 만들지 못하는 이유는 교육이 끝나는 순간 직원들이 다시 기존 업무로 돌아가기 때문이다.따라서 HRD스탭들은 교육과정 안에 실제 업무문제 발굴, 과제 선정, 실행 코칭까지 포함해야 한다. 교육의 종착점을 ‘수료’가 아니라 ‘현업 적용’으로 바꾸는 것이다.또 다른 국내 기업의 전담조직형 접근은 조금 다르다. 전사적 확산보다 AI TF 같은 정예조직을 중심으로 제품에 AI를 탑재하는 데 집중한다. 특히, 기술교육보다 문제 해결 방법론에 교육의 상당 부분을 배정한다.이 경우 HR부서가 던져야 하는 중요한 질문은 ‘모두에게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보다 ‘누구를 핵심 AI 인재로 육성할 것인가’가 되며, 후자를 중심으로 전사 AI 리터러시와 핵심 인재 육성을 구분해야 하고, 구성원들의 기술력, 문제정의 능력, 비즈니스 이해력, 프로젝트 수행 능력을 고루 개발해야 한다.개인이 주도한다면 HRD스탭은 ‘내 업무’를 학습의 출발점으로 만들어야 한다기업의 ‘AI 공통역량화’는 AI를 일부 전문가의 기술이 아니라 모든 직원이 갖춰야 할 업무 역량으로 보는 것이다. 구성원이 자신의 업무 프로세스 곳곳에 AI를 직접 적용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표준적인 실습 예제가 아니라 직원 자신의 실제 업무를 교육의 교재로 삼는 것이다. 이는 HRD스탭들의 교육철학이 바뀌어야 한다는 의미다.기존 교육은 동일한 콘텐츠를 많은 사람에게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중요했다. 그러나 AI 교육에서는 사람마다 서로 다른 결과가 만들어지는 것이 오히려 정상이다. 영업, HR, 재무부서 직원이 각자의 업무 문제를 가지고 AI를 활용해야 하기 때문이다.따라서 사내 AI 교육은 앞으로 점차 Coursebased Learning에서 Work-based Learning으로 이동해야 한다. HRD스탭들 역시 콘텐츠 제공자보다 구성원이 자신의 업무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도록 돕는 학습 경험 설계자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개인의 자율성만으로 혁신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관련해서 국내 한 금융회사의 사례는 시간과 환경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다. AI 전용 PC와 AI Friday처럼 직원들이 실제로 AI를 실험할 수 있는 시간과 도구를 제공하기 때문이다.많은 기업이 직원들에게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라고 요구하면서 정작 기존 업무량은 그대로 유지한다. 이런 상태에서는 아무리 좋은 교육을 해도 효과가 제한적이다. 구성원이 AI를 적극적으로, 효과적으로 활용하길 원한다면 AI 교육을 시행하는 동시에 교육 전반에서 시간, 도구, 보안정책, 실험을 허용하는 조직환경을 함께 설계해야 한다.AI 에이전트 시대에선 ‘사람의 역량’ 자체를 다시 봐야 한다최근 가장 중요한 변화는 AI가 단순한 도구에서 ‘업무 동반자’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모 기업은 전 직원이 자신만의 AI 에이전트를 개발하고, 업무 지식과 절차를 스킬 형태로 에이전트에 탑재하는 ‘1인 1에이전트’ 방향을 추진하고 있다. 이 변화는 HR에 새로운 통찰을 던진다. 그것은 바로 지금까지 개인의 역량은 보통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지식과 기술을 의미했으나 앞으로는 ‘어떤 AI와 어떻게 협업할 수 있는가’도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중요한 역량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따라서 HRD스탭들의 교육 목표는 프롬프트 작성법에 머물러선 안 된다. 자신의 업무를 구조화하고, 반복 업무를 AI에 위임하며, AI가 만든 결과를 검증하고, 자신만의 에이전트를 설계하는 능력이 중요해질 것인 까닭이다."AI 혁신의 중심이 AI를 배우는 단계, AI로 문제를 해결하는 단계를 거쳐AI와 함께 일하는 단계로 이동하고 있는 상황에서HRD스탭들은 교육, 실제 업무, AI 도구, 실험시간, 평가, 보상,혁신과제 발굴이 하나의 시스템 속에서 연결되도록 해야 한다."여러 기업의 AI 도입 사례를 종합하면 하나의 흐름이 보인다AI 혁신의 중심이 ‘AI를 배우는 단계’에서 ‘AI로 문제를 해결하는 단계’를 거쳐 ‘AI와 함께 일하는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 관련한 여러 자료 역시 이를 ‘도구 사용법 → 문제 발견·해결 → 에이전트 동반자 설계’의 흐름으로 정리하고 있다. 그렇다면 HRD스탭들이 던져야 하는 질문도 바뀌어야 한다.과거에는 ‘우리 직원들에게 어떤 AI 교육을 제공할 것인가?’를 고민했다면, 앞으로는 ‘우리 직원들이 AI와 어떻게 일하도록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후자에 대한 해답을 찾아내기 위해서는 교육, 실제 업무, AI 도구, 실험 시간, 평가, 보상, 혁신과제 발굴이 하나의 시스템 속에서 짜임새 있게 연결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교육 하나만을 가지고는 해답을 찾아낼 수 없는 질문이기 때문이다.김덕중 소장한국IBM에서 Talent Transformation(HR 컨설팅) 조직을 이끌었으며, 현재 퍼브 AI 연구소장 및 숙명여자대학교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AI 시대 기업 혁신과 HR의 역할 재정의를 주제로 자문과 강연을 활발히 펼치고 있으며, 저서로는 《일 잘하는 직장인을 위한 AI 활용법》 외 9권이 있다.
-
[이윤석 GS비즈플 대표] HRD담당자에서 CEO까지, 일을 깊게 파고들다
글 싣는 순서1. HRD에서 CEO까지, 일을 깊게 파고들다2. 위기의 순간, 나를 한 발 떨어져 바라보는 힘3. AI 시대, 판단도 계속 배워야 한다4. 사람을 키우던 HRD, 이제 조직의 지식을 설계하다필자는 HRD담당자로 직장생활을 시작한 뒤 HR, 조직 구축, 경영으로 역할을 넓혀왔다. 이런 여정은 새로운 자리를 찾아 이동했다기보다는 ‘사람이 일을 잘하려면 무엇을 알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따라간 시간이었다. 앞으로 AI가 많은 지식업무를 지원하게 되면 HRD의 영역은 사람을 교육하는 일을 넘어 조직의 경험과 지식을 설계하는 일까지 넓어질 수 있다. 따라서 필자는 HRD담당자의 경력개발을 직급이나 직책보다는 ‘자신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의 범위를 얼마나 넓혀가는가’라는 관점에서 풀어내보고자 한다.오래된 질문 하나가 경력을 이끌었다2000년에 대학원에서 석사논문을 쓸 때 필자는 한 가지 문제에 관심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개인이 현장에서 얻은 경험과 지식을 어떻게 하면 조직이 함께 배우고 활용할 수 있을까’였다. 당시 필자는 사내 인트라넷과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하거나, 외부의 교육훈련기관이 조직 현장의 지식을 모으고 정리해서 활용하는 과정을 도와주는 방안을 고민했다.---그때는 위에서 언급한 질문이 필자의 경력을 오랫동안 이끌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저 ‘지식근로자 분야의 HR전문가가 되고 싶다’라는 생각으로 IT기업에 들어갔고 HRD업무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직장생활 초기에는 교육과정을 기획하고 강사를 섭외하며 교육체계를 만들었다. 시간이 흐르면서는 교육담당자의 일을 제대로 알고 싶어서 교육 니즈 분석부터 과정개발, 운영, 평가, 행정까지의 업무를 세세하게 정리할 정도로 교육담당자의 역할을 깊이 파고들었다.그러다 한 가지 질문이 생겼다.“교육을 잘한다는 것은 결국 무엇일까?”교육과정을 많이 만드는 것이 HRD의 최종 목적은 아닐 것이다. 결국 사람이 일을 더 잘하도록 돕기 위해 교육이 존재하는 까닭이다. 그래서 필자는 HRD의 역할을 단순히 교육을 기획·운영하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람이 일을 더 잘할 수 있도록 사람과 일, 지식과 경험을 연결하는 것, 이것이 HRD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HRD의 중요한 역할은 단순히 교육을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사람이 일을 더 잘할 수 있도록 사람과 일, 지식과 경험을 연결하는 것이다."교육을 깊게 파고드니 일이 보이기 시작했다좋은 교육을 만들려면 먼저 ‘일을 잘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했다. 그래서 일을 잘하는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인터뷰했다. 개발자를 만나게 되면 “JAVA가 무엇입니까?”, “Oracle은 어떤 역할을 합니까?” 같은 아주 기초적인 질문부터 던졌다.필자는 문과 출신 HRD담당자였으니 모르는 것을 아는 척할 이유가 없었다. 그래서 더욱 전문가는 무엇을 알고 있는지, 일을 어떤 순서로 하는지, 문제가 생기면 무엇부터 보는지, 일을 잘 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은 무엇이 다른지를 계속 물었다.인터뷰를 마친 뒤엔 그 내용을 직무기술서와 직무명세서로 정리했고, 현업과 비교하면서 직무기술서와 직무명세서를 확인했다. 그러나 보니 회사의 일이 세부 업무 단위까지 보이기 시작했다. 직무가 보이니 필요한 지식과 기술, 역량이 연결됐고, 여러 직무를 살펴보다 보니 조직 전체의 강점과 약점도 조금씩 보였다.이렇게 시야가 넓어진 뒤에는 질문도 “이 조직은 왜 성과가 나지 않을까?”, “교육으로 해결할 문제인가, 새로운 인재가 필요한 문제인가?”, “사람의 문제인가, 역할과 조직구조의 문제인가?” 등으로 달라졌다.교육을 깊게 공부했을 뿐인데 어느 순간 교육 밖의 문제가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조직을 이해하려니 사업을 알아야 했다다음 질문인 “도대체 이 회사는 무엇으로 돈을 버는가?”는 교육, 일, 조직을 상세하게 살펴보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사업을 모르면서 어떤 인재가 필요한지 제대로 판단하기는 어렵다. 고객이 왜 우리의 서비스를 선택하는지, 앞으로 어떤 사업역량이 중요해질지를 알아야 채용, 육성, 조직설계라는 과업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다.그래서 필자의 관심은 HRD에서 HRM으로, HR에서 조직구축으로, 사업과 경영으로 점점 넓어졌고, 그 과정에서 영업과 마케팅 등 여러 영역의 일을 직접 경험하며 사업을 배웠다.현재 필자는 GS비즈플의 대표이사로 일하고 있다. 그러나 필자는 HRD, HR을 떠나 전혀 다른 길을 갔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교육담당자일 때는 “사람을 어떻게 성장시킬 것인가?”를 물었다. 이후에는 “어떤 사람이 어떤 일을 해야 성과가 나는가?”, “어떤 조직이 사람의 역량을 살리는가?”, “사업이 성공하려면 어떤 조직역량이 필요한가?”를 묻게 됐다.질문의 범위가 넓어진 것이다.HRD가 다루는 대상은 넓어질 수 있다AI 시대에서 필자는 HRD담당자들이 던지는 질문의 범위가 더욱 넓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생성형 AI가 다양한 지식업무를 지원하면서 기업은 AI에게도 회사의 일과 지식을 알려줘야 하는 상황을 맞고 있다. 그런데 AI에게 규정이나 매뉴얼만 전달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경험 많은 전문가가 어떤 상황에서 무엇을 확인하고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는지까지 정리해서 AI에게 알려줄 필요가 있다.돌이켜보면 언급한 내용 역시 HRD담당자들이 오랫동안 해왔던 일과 연결된다. 그것은 바로 직무를 분석하고, 필요한 지식과 역량을 정의하고, 전문가의 경험을 학습 가능한 형태로 만드는 일이다.최근 필자는 기업의 여러 업무와 전문가의 지식을 구조화해서 사람과 AI가 함께 활용하도록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이 작업은 필자가 IT기술자라서 갑자기 시작한 일이라기보다는, HRD담당자 시절부터 사람에게 일을 가르치기 위해 전문가에게 질문하고 지식을 정리했던 경험이 자연스럽게 이어져오며 만들어진 결과에 가깝다.필자는 HRD담당자가 앞으로 교육 운영자에 머무르지 않고 조직의 경험과 지식을 발견하고 그 두 가지를 연결하는 역할에 도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언급한 역할이 HRD 출신만 할 수 있는 일이라는 뜻에서가 아니라, HRD 출신은 그 역할에 도전하기 좋은 경험자산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에서다. 이와 관련해서 필자는 예전부터 HRD담당자의 직무분석·역량모델링 경험을 사람과 AI가 활용하는 지식 설계로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안해 왔다."HRD담당자가 고려하면 좋을 경력개발 방법은 지금 업무를 깊이 파고드는 것,자신의 일과 맞닿아 있는 옆 영역을 하나씩 배워보며 시야를 조금씩 넓히는 것,배운 것을 실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적용해보며 자신의 역량으로 만드는 것이다."경력은 직함의 목록이 아니라 그동안 해결한 문제의 목록이다필자는 후배 HRD담당자들에게 경력개발을 ‘다음 직급’이나 ‘다음 회사’를 준비하는 일로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모든 HRD담당자가 CEO가 될 필요는 없다. 훌륭한 학습설계자, 조직개발 전문가, 직무 전문가가 되어 전문성이 깊어지도록 하는 것도 좋은 경력개발 전략이다.중요한 것은 ‘내가 선택한 영역에서 어제보다 오늘, 더 어렵고 복잡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되는가’이다. 유관해서 필자가 권하고 싶은 경력개발 방법은 단순하다.첫째, 지금 맡고 있는 일을 깊게 파고드시길 바란다. 교육을 담당한다면 과정 운영에 머무르지 말고 그 교육이 해결하고자 하는 현업의 문제까지 들어가 보시길 바란다. 둘째, 자신의 일과 맞닿아 있는 옆 영역을 하나씩 배우시길 바란다. 교육에서 직무로, 직무에서 조직으로, 조직에서 사업으로 시야를 조금씩 넓히는 것이다. 셋째, 배운 것을 실제 문제 해결에 적용해 보시길 바란다. 지식은 알고 있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실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쓰일 때 비로소 자신의 역량이 된다.경력은 교육을 몇 시간 받았고 어떤 직함을 가졌는지보다 ‘과거에 해결하지 못했던 어떤 문제를 이제 해결할 수 있는가’로 남는다. 그러니 지금 자신의 경력을 고민하는 HRD담당자라면 먼저 자신이 운영하는 교육 하나를 골라 이렇게 질문해 보셨으면 한다.“이 교육은 현업의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존재하는가?”이 질문을 끝까지 따라가다 보면 교육 너머의 직무가 보이고, 직무 너머의 조직과 사업이 보일 수 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지금까지 생각하지 못했던 자신의 다음 경력도 보일 것이다.경력은 다음에 있을 자리를 찾는 일이 아니라, 다음에 마주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가는 과정이다.이윤석 대표조직구축 전문가이자, 엔터프라이즈 지식 아키텍트이며, 현재 GS비즈플의 대표이사로 재직 중인 경영자다. 메타인지, 리더십, 자기계발, AI 전문가로 다양한 조직을 성장시키는 일을 해오고 있으며, 저서로 『논스톱 보고서』, 『이끄는 자의 통찰-더 리더』, 『머릿속이 뻥 뚫리는 생각디자인』 등이 있다.
-
[서동인 서울대 미래혁신연구원 책임연구원] 오랜 신화인 1만 시간의 법칙, 여전히 유효한가?
글 싣는 순서1. 1만 시간의 법칙은 여전히 유효한가?2. 우리 조직은 전문가를 기르고 있는가?3. 실력은 무엇으로 증명되는가?4. 무엇을 쌓고 무엇을 버릴 것인가?필자는 개발자가 아니다. 그런데 필요하면 회사에서 쓸 프로그램을 직접 만들고 배포한다. 이제 무기는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지고, 그 무기를 쥐면 실제로 능력이 늘어난다. 그런데 문제는 다른 데 있었다. 실행이 쉬워진 바로 그 시기에 신입이 사라졌다. AI는 전문가를 대체한 것이 아니라, 전문가가 만들어지던 중간 구간을 가져갔다. 1만 시간의 법칙이 깨진 것이 아니라 기다려주고 연습할 자리가 없어진 것이다.같은 무기가 모두에게 주어졌다얼마 전 회사에서 부하직원에게 “이런 일은 시간이 많이 들고 매번 반복해야 해서 귀찮아요.”라는 하소연을 들었다. 그런데 필자가 그 자리에서 바로 1시간 만에 AI를 활용해 프로그램을 만들고 배포하며 그 일을 처리했더니 부하직원은 놀라는 눈치였다. ‘만들었다’라고 쓰고 나니 조금 민망하다. 필자는 개발자가 아니다. 교육학을 전공했고 더군다나 코딩은 제대로 배운 적이 없다. 한 일이라고는 그저 필요한 것을 AI에게 상세히 설명하고, 나온 결과를 열어 보고, 여기가 이상하니 고쳐 달라고 말한 것뿐이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실제로 작동하는 물건이 나왔다. 예전 같으면 개발팀에 요청서를 올리고 몇 주를 기다렸을 일이다.---이런 경험은 필자만의 것이 아니다. 지금은 월에 몇만 원이면 누구나 같은 무기를 쥔다. 대기업 팀장도, 직원이 다섯 명인 회사의 실무자도, 대학원 첫 학기인 학생도 같은 화면을 본다. 예전에는 좋은 도구와 좋은 정보에 닿는 것 자체가 실력이었다. 지금은 그 문턱이 사라졌다. 게다가 무기를 쥔 사람은 실제로 능력이 늘어난다. 코드를 모르는 필자가 프로그램을 만든 것처럼, 자기 영역 바깥까지 손을 뻗을 수 있게 됐다. 증강이라는 말이 과장은 아니다.한동안 필자는 이런 변화에 대해 낙관적이었다. 무기가 평등해지고 개인이 증강되면 전문가도 더 빨리, 더 많이 나오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자문과 강의를 통해 여러 조직을 들여다보니 자꾸 걸리는 장면이 있었다. 팀 구성이 위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어느 인사담당자는 이렇게 말했다. “신입을 채용하지 않는 게 아니라, 신입을 뽑더라도 그들에게 시킬 일이 없어요.”라고. 처음에는 그냥 해 보는 말인 줄 알았으나 숫자를 보고나서는 생각이 바뀌었다. 한국은행 고용연구팀이 지난 8월 18일에 발표한 ‘청년고용 위축, AI 탓인가? 변화하는 경력 사다리와 대응 과제’를 보면 2022년 6월부터 4년 동안 청년층 일자리는 28만 5,000개가 줄었는데, 그중 94%인 26만 8,000개가 AI 고노출 업종에서 나왔다. 같은 기간 같은 업종에서 50대 고용은 17만 3,000건이 늘었다. 세계경제포럼이 인용한 분석에서도 미국의 초급 직무 공고가 18개월 사이에 35% 줄었다.무기는 모두에게 주어졌는데, 그 무기를 처음 쥐어보던 자리가 없어지고 있다. 필자가 신경쓰는 것은 일자리의 개수가 아니다. 그 자리에서 사람이 얻어가던 것이다.1만 시간의 법칙은 여전히 유효한가우리 분야에서 오래된 신화가 있다. 바로 ‘1만 시간의 법칙’이다. 소위 전문가가 되려면 1만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하루에 4시간씩 하루도 빠지지 않고 노력하면 2,500일, 6년 10개월이 걸린다. 휴일까지 치면 대개 7년에서 10년이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여기서 할 수 있는 질문은 ‘지금도 1만 시간이 필요한가?’, ‘AI가 과연 그 시간을 줄여 줄 수 있는가?’, ‘만약 그 시간을 절반으로 줄여 준다면, 전문가도 두 배로 빨리 나오는가?’ 등이 될 것이다.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오래 연습한다고 실력과 성과가 느는 것이 아님을 우리는 이미 안다. 20년 운전한 사람이 20년 치 실력을 갖고 있지는 않다. 원래 연구자인 에릭슨이 말한 것도 시간의 총량이 아니라 ‘의도적 연습’이었다. 그는 이를 지금 실력보다 높은 과제를 반복하면서, 실수를 피하지 않고 약한 부분을 정면으로 다루는 훈련이라고 정의했다. 명확한 목표, 즉각적인 피드백, 도전적인 과제, 깊은 몰입, 취약점 중심의 반복. 이 다섯 가지가 핵심이다.전문성을 가르는 것은 마지막이다. 잘하는 것을 반복하기는 쉽다. 잘 안되는 것을 반복하기가 어렵다. 실력이 늘지 않으면 재미가 없고, 재미가 없으면 그만둔다. 전문가와 숙련자는 여기서 갈린다. 맥나마라와 동료들이 2014년에 발표한 메타분석은 이 이야기를 다른 방식으로 보여주는데, 의도적 연습이 성과의 차이를 설명하는 정도가 게임은 26%, 음악은 21%, 스포츠는 18%, 교육은 4%였고, 전문직 영역은 1%에도 미치지 못했다. 규칙이 분명한 영역일수록 연습량의 몫이 크고, 정답이 흐릿한 영역일수록 시간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는 뜻이다.그럼에도 AI는 1만 시간이라는 신화를 깨는 데 기여한다. 과업에서 실시간으로 피드백을 주고 시행착오에 드는 시간을 줄여주며, 성과를 빠르게 만들어주고, 과업 수행자 스스로는 보지 못하는 약점을 찾아 다음 과제를 제시하는 코치 역할까지 대신할 수 있기 때문이다.다만, 의도적 연습에 필요한 것은 피드백과 코치만이 아니다. 약한 부분을 정면으로 마주할 ‘일(과업)’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AI는 피드백을 늘려 주지만, 정작 그 피드백을 받을 자리와 기회를 줄이고 있다. 1만 시간의 법칙이 무효가 된 것이 아니라 그 시간 동안 사람이, 특히 신입이 붙들던 일이 사라진 것이다."전문가가 되려면 1만 시간이 필요하다는 ‘1만 시간의 법칙’은 지금도 유효한가.AI는 전문가로 거듭나는 데 드는 시간을 줄여줄 수 있는가.만약 AI가 그 시간을 절반으로 줄여 준다면 전문가도 두 배로 빨리 나오는가."기준은 어디로 옮겨갔는가솔직히 필자는 AI를 쓰면 모든 일이 열 배(10X)는 빨리 처리될 줄 알았다. 처음 몇 주는 정말 그랬다. 그런데 한참 뒤에 따져 보니 끝낸 일은 크게 늘지 않았고, ‘검토 대기’만 쌓였다. 빨라진 것은 만드는 속도였지 결정하는 속도가 아니었다. 무엇을 쓸지 고르고 책임지는 일은 여전히 사람의 몫이었다.그때 필자에겐 희소성이 어디로 옮겨갔는지가 보였다. ‘무엇을 만들 수 있는가’에서 ‘무엇이 좋은 결과물인지 알아보는가’로 넘어간 것이다. AI가 내놓는 것은 결국 평균의 언어다. 평범한 결과물이 무한정 공급되는 곳에서 차이를 만드는 것은 판단이고,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AI가 아니라 사람에게 남는다.그렇다면 전문가라는 말도 다시 정의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전문가란 많이 알고, 빠르고 정확하게 문제를 해결하며, 남들이 놓치는 것을 구조로 파악하고, 자기 수행을 스스로 점검하며, 그러면서도 아는 것을 말로 다 설명하지는 못하는 암묵지를 가진 사람이다. 폴라니의 표현대로 우리는 말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있으며, 그 설명되지 않는 감感은 오랫동안 연차의 훈장이었다.그런데 전문가의 다섯 가지 요건이 지금 서로 다른 운명을 맞고 있다. 앞의 둘은 무효가 됐다. 지식 보유량과 일 처리 속도에서 AI를 이길 사람은 없다. 가운데 둘은 더욱 중요해졌다. 표면이 아니라 구조로 봐야 그럴듯한 오답이 걸리고, 자기를 점검할 줄 알아야 그 오답에 끌려가지 않는다. 뒤집힌 것은 마지막이다. 설명하지 못하는 암묵지는 이제 훈장이 아니라 병목이다. AI에게 뭔가를 시키려면 그 뭔가를 언어로 옮겨야 한다. 이제 머릿속에만 있는 판단은 조직 안에서 없는 것과 같아졌다.여기에 하나가 새로 붙는다. 책임이다. AI는 결과를 만들 수 있지만 그 결과를 책임지지는 못한다. 그래서 필자는 이렇게 정리한다. AI 시대의 전문가란 자기 영역의 문제를 구조로 보고, 처음 보는 상황에서도 자기 방식을 다시 짤 수 있으며, 그 판단을 말로 옮겨 남에게 넘길 수 있고, 결과에 자기 이름을 걸 수 있는 사람이다."AI가 내놓는 것은 결국 평균의 언어다.평범한 결과물이 무한정 공급되는 곳에서 차이를 만드는 것은판단이고,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AI가 아니라 사람에게 남는다.그래서 필요한 것이 전문가라는 단어에 대한 재정의다."그래서 이제는 무엇이 전문가를 만드는가?AI 시대에 전문성이 갈리는 지점은 세 군데다. 먼저 맥락을 읽는 눈이다. AI는 질문에 답한다. 그러나 핵심에 대해 무엇을 물어야 하는지는 알려주지 않는다. ‘매출이 떨어졌으니 관련해서 자료를 좀 만들어 달라’고 말하는 사람과, 매출 하락을 신규 변수 유입 문제와 구매 전환 문제로 쪼개 보는 사람이 만드는 결과물이 같을 리 없다. 그래서 여전히 핵심이 무엇인지 판단하는 날카로운 질문이 중요하고, 그것은 결국 치열한 경험에 기반한다.다음은 지적 겸손이다. AI는 그럴듯하게, 틀린 답을 아주 자연스럽게 내놓는다. 필자도 AI가 알려준 법령 조항을 그대로 썼다가 실제 조문과 다르다는 것을 나중에 알고 식은땀을 흘린 적이 있다. 이런 상황을 맞지 않으려면 AI를 활용하는 분야를 알아야 하고, 동시에 내가 틀렸을 수 있다는 의심을 먼저 해야 한다. 초반 70%-80%의 완성도만을 믿지 않고 그럴싸함에 현혹되지 않는 것도 중요한 실력이다.마지막은 인내심이다. AI가 처음 내놓는 결과물은 70점쯤인데 그럴듯해서 그냥 쓰고 싶어진다. 프로와 아마추어는 정확히 여기서 갈린다.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을 다섯 번, 열 번을 고쳐 끝내 자기 것으로 만드는 사람이 프로다. 필자가 만든 도구들도 처음에는 형편없었다. 그 도구들을 발전시켰을 때 필자에겐 100%를 위해 물고 늘어진 시간이 역량으로 남았다. AI는 평균을 빠르게 만들어줄 뿐이며, 평균 너머의 경지에는 버티는 사람만이 도달할 수 있다.여기서 글을 맺으면 결국 개인이 더 노력하라는 말이 된다. 필자가 하고 싶은 말은 정반대다. 맥락을 읽는 눈, 의심하는 감각, 끝까지 고쳐보는 인내는 교육과정으로 생기지 않는다. 약한 부분을 마주할 만한 난이도의 일을 직접 붙들어본 시간에 경험한 무수한 시행착오에서 생긴다. 이 시간을 조직은 구성원들에게 남겨줘야 한다. 그래서 다음 글에서는 이 질문을 들고 가려고 한다. 열 배 빨라진 조직에서, 우리는 전문가를 기르고 있는가?서동인 박사교육학 박사이며 16년째 기업과 공공 영역의 교육체계 설계, 교육평가체계 구축, 진단도구 개발을 수행해왔다. 현재 서울대학교 미래혁신연구원에서 지자체 교육협력사업 리드, 연구, 컨설팅, 강의 등 다양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대학교에서 인적자원개발론, 기업교육론, 평생교육경영론 등을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최근에는 바이브코딩을 활용한 교육·연구 설계와 조직 내 AI 확산을 주로 연구하고 있다.
-
[김성규 중부대학교 정보보호학과 교수] 새로운 사내 불평등 해소를 위한 HRD전략
글 싣는 순서1. 생성형 AI 시대, HRD의 재정의2. ‘할루시네이션’과 AI 윤리3. AI가 대체할 수 없는 ‘Human Touch’4. 생성형 AI 도입의 명암5. 기업 내 지식 자산의 수직적 통합6. 구성원 간 AI 리터러시 격차가 기업 간 경쟁력 격차생성형 인공지능(AI)의 확산으로 기업 경쟁력의 기준은 자본과 기술 보유에서 구성원의 AI 리터러시로 변화하고 있다. 그런데 AI 리터러시 격차는 기업 간 경쟁력뿐만 아니라 조직 내부의 생산성, 경력개발, 승진과 보상 격차를 확대할 수 있다.따라서 HRD담당자는 모든 구성원에게 공정한 AI 교육 기회를 제공해야 하며, 관련해서 모든 구성원에게 근무시간 중 학습을 보장하고, 직무별·수준별 교육과 재숙련 및 직무전환을 지원해야 하며, AI 활용의 성과와 위험을 함께 관리해야 한다.이렇게 모든 기업 구성원이 AI를 책임 있게 활용하고 그에 따른 성과를 공정하게 공유할 수 있는 포용적 HRD 체계를 구축하는 것은 사회적 공정성을 실현하는 핵심 전략이기도 하다. 즉, HRD는 AI 시대의 중심에 있다.---생성형 인공지능을 비롯한 인공지능(AI) 기술이 기업의 업무 현장에 빠르게 확산되면서 기업 경쟁력을 결정하는 기준도 근본적으로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자본, 기술, 인력, 설비, 유통망, 브랜드 인지도 등이 기업의 성과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였다면, 오늘날에는 조직 차원에서 각종 데이터를 이해하고 인공지능을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이 새로운 경쟁력의 원천으로 부상하고 있다. 그리고 유사한 수준의 인력과 자원을 보유한 기업들 사이에서도 구성원들이 인공지능을 얼마나 능숙하게 활용하는지에 따라 업무 속도, 의사결정의 질, 혁신 수준, 고객의 다양한 니즈에 대응하는 능력에서 상당한 차이가 나타날 수 있다.여기에서 중요한 문제는 인공지능이라는 기술 자체보다 인공지능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사람과 조직의 역량이다. 최근에는 생성형 인공지능 서비스에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으므로 기술 접근성이라는 장벽이 낮아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단순히 인공지능 서비스에 접속할 수 있다는 사실과 그 인공지능 서비스를 업무에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인공지능에 질문을 입력하고 답변을 받는 수준을 넘어, 업무의 목적을 분석한 뒤 관련해서 적절한 인공지능 도구를 선택해서 효과적으로 활용한 다음 그에 따른 결과의 정확성과 편향을 면밀하게 검증하고 조직의 성과로 연결할 수 있어야 비로소 실질적인 인공지능 활용 역량을 갖췄다고 볼 수 있다.따라서 앞으로 기업 간 격차는 인공지능 기술 보유 여부보다 인공지능을 일상적인 업무 과정에 통합할 수 있는 능력에 의해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 수도권 기업과 지역 기업의 격차, 고숙련 근로자와 저숙련 근로자의 격차는 AI 리터러시의 차이와 결합하면서 더욱 확대될 수 있다. 기업 내부에서도 인공지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부서와 그렇지 못한 부서, 디지털 역량이 높은 직원과 낮은 직원 사이에 생산성과 경력개발 기회의 격차가 발생할 수 있다.이런 상황에서 인적자원개발(HRD)는 조직에서 단순히 교육훈련을 담당하는 기능을 넘어 AI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새로운 불평등을 완화할 수 있는 핵심적인 기능이어야 한다. AI 교육 측면에선 일부 우수 인재를 대상으로 고급 인공지능 기술을 교육하는 기능에 그쳐서는 안 된다. 정리하면 HRD는 모든 구성원이 직무 수준과 배경에 관계없이 인공지능을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학습 기회를 보장하고, 직무 전환과 재숙련을 지원하며, 학습 결과가 실제 업무 성과로 이어지게 하는 포용적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는 기능이어야 한다.즉, AI 리터러시가 기업의 경쟁력으로 전환되는 시대에 HRD담당자의 핵심 과제는 교육의 양을 확대하는 데 있지 않다. 앞으로 HRD담당자에겐 누구에게, 무엇을, 어떤 방식으로 교육할 것인지, 교육 참여 기회와 학습 성과를 어떻게 공정하게 분배할 것인지, 인공지능을 통해 향상된 생산성을 구성원과 기업이 어떻게 공유할 것인지에 대한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AI 리터러시가 기업의 경쟁력인 시대에서 HRD담당자에겐누구에게, 무엇을, 어떤 방식으로 교육할 것인지, 교육 참여 기회와 학습 성과를어떻게 공정하게 분배할 것인지, 인공지능을 통해 향상된 생산성을구성원과 기업이 어떻게 공유할 것인지에 대한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AI 전환은 기업 전체의 경쟁력뿐만 아니라 조직 내부의 공정성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특히, 인공지능 활용 기회가 일부 직원에게 집중되면 새로운 형태의 직무·경력 불평등이 발생할 수 있다. 인공지능을 활용할 수 있는 직원은 더 짧은 시간에 더 좋은 성과를 창출하고, 전략적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승진과 보상의 기회를 얻을 가능성이 커지는 까닭이다.반면, 교육 기회를 얻지 못한 직원은 반복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수준에 머물거나 업무 자동화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 과정에서 조직은 성과 차이를 개인의 능력 차이로 해석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교육 접근성, 도구 사용 권한, 관리자 지원 및 학습시간 보장의 차이가 성과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인공지능이 인사관리 전반에 활용될 경우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기업은 인공지능을 이용하여 채용서류를 분석하거나 직원의 성과와 이직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다. 그러나 학습 데이터에 기존의 차별과 편견이 포함되어 있다면 인공지능은 이를 재생산할 수 있다. 과거에 특정 성별, 연령, 학교 또는 지역 출신이 더 많이 채용되고 승진했다면, 인공지능은 이런 과거의 패턴을 성공적인 채용과 승진의 기준으로 잘못 학습할 수 있다.AI 리터러시 교육이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 방식으로만 운영될 때도 불평등이 심화될 수 있다. 교육에 참여할 시간도 확보할 수 있고 심리적으로 여유도 있는 직원은 교육을 받으며 역량을 높일 수 있지만, 업무 부담이 크거나 책임 범위가 넓은 직원은 학습 기회를 놓치기 쉽다. 따라서 기업이 교육과정을 개설했다는 사실만으로 기회가 공정하게 제공되었다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근무시간 중 학습시간 및 현장 근로자의 접근성 보장, 교대근무자를 위한 반복 과정과 디지털 취약계층을 위한 기초과정 마련 등도 이뤄져야 하는 까닭이다.조직에서 AI 전환의 목적은 소수의 우수 인재가 더 높은 성과를 내도록 만드는 것이 아닌, 조직 전체가 인공지능을 책임 있게 활용하고, 기술발전의 혜택을 고르게 공유하며, 구성원이 새로운 역할로 이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있어야 한다. 그렇기에 HRD담당자는 구성원 모두가 조직에 필요한 AI 리터러시 수준에 도달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기업에 AI 전환의 목적은 소수의 우수 인재가 더 높은 성과를 내는 것이 아닌,전사 차원에서 모든 워크플로우에 AI가 적확하게 활용되고,테크놀로지 발전으로 인해 얻은 혜택이 고르게 공유되며, 모든 구성원이문제 없이 새로운 역할로 이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있어야 한다."AI 리터러시 격차는 단순히 각종 디지털 기술을 사용하는 능력의 차이가 아니다. AI 리터러시 격차는 개인의 업무 생산성, 경력개발, 고용안정 및 보상 기회의 차이로 이어질 수 있으며, 조직 차원에서는 의사결정, 혁신, 고객경험, 위험관리 및 인재 경쟁력의 격차로 확대된다. 나아가선 대기업과 중소기업, 수도권 기업과 지역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무직과 현장직 사이의 기존 불평등과 결합하여 새로운 사회경제적 격차를 형성할 수 있다.따라서 조직은 AI 리터러시를 개인의 자기계발 문제로만 돌려서는 안 된다. 기업은 구성원이 인공지능을 배울 수 있는 시간, 도구, 교육, 실습 기회 및 심리적 안전을 제공해야 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대학과 산업협회의 경우 AI 리터러시 교육을 시행하는 데 필요한 자원이 부족한 중소기업과 지역기업을 위한 공동교육 및 공동활용 기반을 조성해야 한다.이러한 전환의 중심에 HRD가 있다. 따라서 앞으로 HRD부서는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그 과정이 끝나면 수료증을 발급하는 지원부서 수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조직의 직무를 재설계하고, 미래에 필요한 역량에 관해 정의하며, 구성원의 재숙련과 전환배치를 지원하고, AI 활용의 성과와 위험을 함께 관리하는 전략적 부서로 발전해야 한다.AI 시대에 가장 경쟁력 있는 기업은 가장 많은 인공지능 도구를 구매한 기업이 아니다. 일부 전문가 집단만 뛰어난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도 아니다. 모든 구성원이 자신이 수행하는 직무에서 인공지능을 책임 있게 활용하고, 결과를 비판적으로 검증하며, 경험과 지식을 조직 전체에 공유할 수 있는 기업이 지속적인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기업이 AI 리터러시 교육을 비용으로 인식하면 다른 기업과의 경쟁력 격차는 더욱 커질 것이다. 반대로 기업이 AI 리터러시 교육을 사람과 조직의 미래에 대한 투자로 인식한다면 인공지능은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기술이 아니라 더 많은 구성원의 역량과 가능성을 확장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결국 AI 리터러시 격차를 해소하는 일은 교육의 문제가 아니라 기업의 생존전략이고, 공정한 노동전환의 문제이며,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공동의 과제이다. 따라서 HRD담당자가 추구해야 할 새로운 목표는 모든 구성원을 동일한 수준의 인공지능 전문가로 만드는 것이 아니다. 누구도 기술 변화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최소한의 역량과 학습권을 보장하고, 각자의 직무와 경험을 기반으로 성장할 수 있는 경로를 제공하는 것이다.인공지능이 기업과 사회의 미래를 자동으로 결정하지는 않는다. 인공지능을 누가 언제 배우고, 어디에서 어떻게 활용하며, 그 성과를 누구와 공유할 것인지에 대한 기업과 사회의 선택이 미래를 결정한다. 즉, 기업에서 구성원들 사이의 AI 리터러시 격차를 줄이는 포용적 HRD는 HRD담당자의 성과와 가치를 관통하는 것을 넘어 기술혁신과 사회적 공정성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가장 중요한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
[유동식 우정인재개발원 교육기획과 교수] AI CoP
교육생이 스마트폰으로 모의평가에 응시한다. 시험을 마치면 점수와 함께 틀린 문제를 확인하고 다시 학습한다. 교수자는 누적된 오답을 살펴 다음 강의에서 보충할 내용을 찾는다. 우정인재개발원의 신규집배원 모의학습평가 도구 ‘POST-UP’ 시연자료에 담긴 모습이다. 학습자의 응답이 교수자의 수업 개선으로 돌아오는 이 구조는 우정인재개발원이 AI 실천학습공동체를 통해 만들고자 하는 변화의 한 장면이다.AI를 배운 직원이 현장으로 돌아가 무엇을 바꿀 수 있을까. 교육담당자에게 이 질문은 도구 사용법을 가르치는 일만큼 중요한데, 관련해서 우정인재개발원은 직원들이 자신들의 교육과 업무에서 개선 과제를 찾고, AI로 해결 방법을 구현하며, 동료와 경험을 나누도록 하는 Practice인 ‘성과창출형 AI CoP’를 운영 중이다. 이 활동은 올해 6월에 시작됐고 11월까지 진행되는데, 필자는 AI CoP가 그동안 제작·시연한 사례를 통해 학습을 현장 적용으로 연결하는 방법과 앞으로 검증할 과제를 정리해보고자 한다.---업무를 중심으로 함께 배우다우정인재개발원은 작년에 AI 관련 연구모임과 웹 기반 교재 개발 등을 통해 ‘AI CoP’의 가능성을 탐색했다. 올해는 ‘AI CoP’ 활동 방향을 구체화했는데 핵심은 구성원이 직접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얻은 노하우와 결과물을 조직 안에 축적하는 것이다. CoP는 ‘Community of Practice’의 약자로, 공통의 관심사와 업무 문제를 가진 구성원들이 실천 경험을 나누며 함께 배우는 공동체다.AI CoP의 출발점은 현장의 질문이다. ‘교육생이 필요한 내용을 더 쉽게 찾게 하려면 교재를 어떻게 구성해야 할까’, ‘강의 시간 밖의 반복학습을 어떻게 지원할까’, ‘수차례 되풀이하는 서류 확인과 수작업을 줄일 방법은 없을까’ 등을 통해 학습 주제를 정하고 결과물의 쓰임을 구체화한다. AI CoP 활동은 ‘강의안·교재 개발’, ‘학습도구 개발’, ‘업무 개선’의 세 분야로 구성했다. 참여 규모는 분야별 합계 36명으로, 두 분야에 함께 참여한 5명이 포함돼 있다. 각 분야는 리더를 중심으로 정기 학습과 자율 과제 수행을 병행한다. 공통의 운영 틀 안에서 자신의 업무에 맞는 과제를 선택하도록 한 것이다. AI CoP 활동은 ‘공유·제작·적용·확산’의 순환으로 설명할 수 있다. 사례와 활용 방법을 공유한 뒤 필요한 도구를 만들고, 교육이나 업무에 적용하며, 그 경험을 다시 동료에게 전한다. 또한, 유료 AI 도구 사용 지원, 전문가 특강과 코칭, 중간 점검 및 성과공유회도 AI CoP 운영계획에 포함됐다.교안과 교재에 학습자의 참여를 더하다웹페이지 형식의 교안·교재는 AI CoP가 기존 교육자료를 학습자의 행동과 연결한 사례다. 시연자료에는 청탁금지법 교육자료의 웹페이지 적용 사례를 비롯해, 필요한 단원으로 이동하는 메뉴와 직무별 세부 내용을 펼쳐 보는 기능이 제시되어 있는데, 학습자는 정해진 순서대로 읽는 것 외에도 자신에게 필요한 내용을 선택해 확인할 수 있다. 관련 법령의 원문으로 연결하는 버튼은 교재와 실제 업무 근거를 이어준다. 즉시 정답과 해설을 확인하는 퀴즈는 이해 정도를 점검하게 하고, 실무 행동 체크리스트는 배운 내용을 업무에서 어떻게 실천할지 생각하게 한다. 교재의 정보 제공 기능에 탐색과 확인, 적용을 위한 활동을 더한 셈이다.AI CoP는 교육 참여 지원 도구도 함께 제작했다. QR코드로 참여하는 커뮤니케이션 유형 진단은 자신의 성향을 확인한 뒤 학습내용과 연결하도록 구성했고, 전자서명·출석관리 도구는 교육생이 스마트폰으로 서명하면 강사가 현황을 확인하고 자료를 내려받을 수 있게 했다. 웹페이지형 오리엔테이션은 교육 안내와 셔틀버스 탑승 신청 등을 한 화면에서 이용하게 했는데 강의내용뿐 아니라 교육에 참여하는 과정까지 개선 대상으로 삼았다는 것이 차별점이다.AI 튜터로 연습과 피드백 기회를 넓히다AI CoP가 개발한 보고서 작성 AI 튜터는 서류함 기법의 역량평가에 대비한 문서작성 실습을 지원한다. 학습자가 과제를 읽고 보고서를 작성해 제출하면 강점, 개선이 필요한 사항, 구체적인 개선 제안과 생각해 볼 질문을 제공한다. 관리자는 과제를 추가하거나 수정할 수 있고, 학습자가 제출한 보고서와 피드백을 확인할 수 있다. 이 도구의 교육적 가능성은 학습자가 자신의 글을 다시 검토할 계기를 제공하는 데 있다. 피드백을 읽고 근거가 부족한 부분이나 실행계획의 빈틈을 찾아 수정하는 과정은 학습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 AI CoP 효과 검증에서 피드백 제공 횟수와 함께 초안 이후의 수정내용, 논리 전개의 변화 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다음으로 AI CoP가 개발한 우체국보험 상담 AI 튜터는 고객을 선택하고 대화하면서 요구를 파악하는 실습을 지원한다. 상담을 마치면 AI가 피드백을 제공해 다음 연습에서 보완할 부분을 확인하도록 한다.두 개 튜터는 수행 방식은 다르지만, 직접 해 보고 피드백을 받아 다시 시도하게 설계됐고, 교수자의 역할을 과제 제시를 넘어 피드백의 적절성을 검토하고 학습자가 놓친 맥락을 짚어 주는 방향으로 넓혔다는 게 공통점이다.데이터가 다음 강의를 바꾸는 POST UPAI CoP의 또 다른 활동 결과물인 신규집배원 모의학습평가 도구 POST-UP은 짧은 교육 기간 안에 여러 과목을 학습해야 하는 교육생의 부담에서 출발했다. POST-UP은 생성형 AI를 활용해 스마트폰으로 접속할 수 있는 웹페이지인데 교육생은 URL이나 QR코드로 접속해 닉네임을 입력하고 60문항의 모의평가에 응시한다. 평가 후에는 점수와 정답률, 소요시간을 확인하고 오답을 다시 살펴볼 수 있다.POST-UP의 특징은 응시 결과를 수업 개선에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교수자는 관리자 화면에선 누적된 오답 통계와 많이 틀린 문제를 확인한다. 교수자가 어렵다고 예상한 내용과 학습자가 실제로 어려워하는 내용이 다를 수 있으므로, 이 데이터는 보충 설명과 문제 개선의 근거가 된다. 문항 난이도도 누적 응시자료의 정답률을 바탕으로 표시된다.교육생이 문제의 오류를 신고하거나 문제를 추천·비추천하는 기능도 있는데 교수자는 신고내용을 검토해 수정 여부를 판단하고, 관리 화면에서 문제를 추가·수정·삭제할 수 있다. 여기에 반복 참여를 유도하는 순위 표시 등 게임 요소도 추가되어 있다.POST-UP의 가능성은 교수자가 강의에 필요한 도구를 구상하고, 사용 과정에서 얻은 정보를 다시 교육 설계에 반영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학업성취도 향상이나 수료율 개선까지 입증하려면 별도 비교와 추적이 필요하다.행정업무의 반복을 줄이는 직원 주도 개선AI CoP의 적용 범위는 교육을 뒷받침하는 행정업무로도 이어졌다. 유관해서 채용업무 사례는 AI를 활용한 서류검증과 디지털 서류전형을 함께 다루는데, 먼저 서류검증에선 1회당 4명이 5일간 수행하던 작업이 같은 인원으로 2일간 수행해도 되는 작업이 됐다. 참고로 ‘서류검토 시간 60% 감소’는 채용업무 전체의 소요시간을 뜻하는 수치는 아니다. 디지털 서류전형에선 응시서류를 온라인으로 심사하고 결과를 시스템에 반영하도록 했다. 서류를 출력하고 수기로 점수를 산정한 뒤 결과를 다시 등록하던 절차를 개선한 것이다. 이 사례는 AI의 서류검증 지원과 업무 절차의 디지털화를 결합할 때 어디에서 수작업을 줄일 수 있는지 보여준다.다음 사례인 소모품 계산기는 부서별 프린터와 복합기의 출력량, 소모품의 사용 한도, 현재 재고 등을 바탕으로 필요 구매량을 계산하도록 제작했다. 예측 기간을 바꾸면 필요량이 달라지고, 기종별로 발주가 필요한 항목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담당자의 경험에 의존하던 발주 판단을 데이터로 보완하려는 시도다.직접 만드는 경험을 조직의 학습으로 남기다소개한 여러 사례에서 주목할 점은 교육과 업무를 아는 직원이 필요한 기능을 AI로 구체화했다는 사실이다. 무엇을 입력해야 하고, 어떤 결과가 필요하며, 사용자가 어디에서 어려움을 겪는지에 관한 현장 지식과 AI가 결합한 것이다. 물론 이후의 검토와 개선 작업에는 여전히 담당자의 전문성이 필요하다.무엇보다 AI CoP 활동이 일회성 제작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결과물의 관리와 기록이 필수다. 따라서 우정인재개발원은 AI CoP 분야별 활동 결과 보고서에 산출물의 주요 내용과 적용 실적을 기록하고, 프로그램 파일과 웹링크를 통합관리하도록 했다. 강의안·교재는 적용 과정과 기수, 인원 등을, 업무개선 도구는 적용 업무와 시간·비용 등의 변화를 확인하도록 했다.당초 AI CoP의 산출물 목표는 총 17건이었다. 이와 별도로 지난 9월 15일 기준 중간 발표 자료에는 관리 중인 총 32개 과제 가운데 21개 완료, 11개 진행 중으로 기록되어 있는데 앞으로 목표와 중간 집계의 범위를 구분하면서, 제작완료 이후 실제 사용과 개선 효과를 더 세밀하게 확인할 필요가 있다. 10월 중간결과 공유회와 전문가 특강, 11월 성과분석 및 우수사례 공유는 이 과정을 이어갈 기회로 계획돼 있다.HRD담당자에게 남는 과제도 소개하면 직원이 해결할 업무 문제를 고를 수 있도록 돕고, 제작에 필요한 학습과 자원을 연결하며, 적용 결과를 검토할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AI 피드백의 타당성, 교재와 문항의 정확성, 개인정보 처리와 접근권한, 담당자 변경 이후의 유지관리도 실제 사용 단계에서 함께 점검해야 한다.우정인재개발원의 AI CoP 활동에서 확인한 가능성은 직원의 업무 지식이 직접 사용하는 학습도구와 개선 도구로 구현될 수 있고, 학습자가 남긴 오답이 다음 강의의 설명을 바꾸고, 담당자가 입력한 출력량이 다음 발주의 근거가 되는 변화가 시작됐다는 것이다. 이런 경험을 동료가 함께 살펴보고 자신의 업무에 맞게 발전시킬 때, AI를 배우는 활동은 조직의 일하는 방식을 개선하는 학습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유동식 교수한국기술교육대학교에서 HRD 석사학위를 취득했고, 뇌교육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국가공인 브레인트레이너이자 한국강사협회 명강사로, 리더십, 소통·갈등관리, 마음챙김, 생성형 AI 활용 교육을 중심으로 개인과 조직의 역량을 높이고 있다. 공공HRD 콘테스트 강의·연구분야에서 우수상을, 2018년에 대한민국 인적자원개발 대상(명강사)을, 작년에 인사혁신처 주관 ‘인재개발플랫폼 AI학습자원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주요 저서로는 『싸우지 않고 이기는 조직』이 있다.
-
[한진규 박사] 리더십의 완성은 선택과 행동
좋은 리더는 자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를 말로만 설명하지 않는다. 선택과 행동을 통해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보여준다.알베르트 슈바이처는 이 사실을 자신의 삶으로 증명했다. 그는 신학자, 철학자, 음악가로서 이미 안정적인 성공을 누리고 있었지만 고통받는 생명을 향한 책임을 외면하지 않았다. 서른 살에 다시 의학을 공부했고, 의사가 되어 아프리카 가봉의 랑바레네로 향했다. 그에게 의사가 되는 일은 단순한 직업의 전환이 아니라, ‘생명 경외’를 삶에서 실천하기 위한 선택이었다.조직의 리더도 사람 존중, 책임, 변화와 혁신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리더가 실제로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는 말보다 선택과 행동에서 더 분명하게 드러난다. 이번 Leadership Recipe에선 슈바이처의 삶을 통해 가치가 어떻게 행동으로 이어지고, 그 행동을 지속하기 위해 리더가 어떤 조건을 만들어야 하는지 살펴보고자 한다.---이미 충분히 성공한 사람이 서른 살에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한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우리가 의사로 알고 있는 슈바이처는 서른 살 이전에 이미 신학과 철학을 연구한 학자였고, 뛰어난 오르간 연주자이자 바흐 연구자로도 인정받고 있었다. 그동안 걸어온 길을 계속 이어갔더라도 그의 삶은 충분히 성공적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서른 살에 다시 의학 공부를 시작했다. 그리고 의사가 된 뒤 아프리카 가봉의 랑바레네로 향했다.슈바이처가 더 큰 명성이나 새로운 성공을 원했던 것은 아니다. 그는 모든 생명을 소중히 여기고, 생명을 해치기보다 살리고 돕는 방향으로 살아가겠다는 ‘생명 경외’를 삶의 기준으로 삼았다. 슈바이처에게 생명 경외는 머릿속에 머무는 철학이 아니라 자신의 능력과 시간을 어디에 사용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기준이었다. 그래서 그는 새롭게 의학을 공부했고, 자신의 지식과 능력을 고통받는 사람을 돕는 데 사용했다. 그는 성공을 포기한 것이 아니었다. 성공의 방향을 바꾼 것이었다.슈바이처의 선택은 우리가 일하는 이유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일을 통해 돈을 벌고 성과를 내며 인정받는 것은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 우리가 오랜 시간 일을 이어가는 이유를 모두 설명할 수는 없다. 자신이 하는 일에서 의미와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면, 지금의 일은 단순히 반복해서 처리해야 하는 것에 머물 수 있다. 슈바이처에게 의료 활동은 단순한 직업이 아니었다. 환자 치료는 그가 중시한 생명 경외를 현실에서 실천하는 방법이었고, 병원은 그의 가치가 매일 행동으로 이어지는 공간이었다.필자가 근무했었던 풀무원의 뿌리에서도 이와 비슷한 모습을 찾을 수 있다. 풀무원농장을 설립한 원경선 원장님이 삶으로 실천한 이웃사랑과 생명존중의 정신은 풀무원농장을 거쳐 기업 풀무원의 철학으로 이어졌다. 풀무원은 그 정신을 사람과 자연의 건강을 생각하는 먹거리와 사업으로 실천해 왔다.슈바이처와 원경선 원장님은 서로 다른 시대와 장소에서 살았지만, 자신들이 중요하게 여긴 가치를 삶의 방식으로 보여주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처럼 우리가 만드는 제품과 서비스가 누구의 삶을 더 낫게 하는지 이해할 때, 일은 단순한 과업을 넘어 분명한 목적을 갖게 된다.그러나 리더십은 목적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목적을 실제 행동으로 옮길 때 비로소 리더십이 드러난다. 주변 사람들도 그 행동을 보며 리더가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알게 된다.슈바이처는 생명 경외를 말로 설명하는 데서 멈추지 않았다. 자신이 중요하게 여긴 가치를 실천하기 위해 직접 의학을 공부했고, 랑바레네에 병원을 세워 환자들을 돌보았다. 말로 설명하는데 머물지 않고, 자신의 삶을 직접 실천의 현장으로 옮긴 것이다."슈바이처는 환자를 치료하는 동시에 병원을 장기적 관점에서 운영하며,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를 행동으로 증명하는 리더십을 보여줬다."나아가 그는 환자를 치료하는 동시에 병원을 운영하며, 자신이 시작한 일이 일회성 행동에 머물지 않도록 책임졌다.이처럼 행동은 리더가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분명한 메시지다. 조직에서 리더의 행동은 곧 구성원이 따르는 하나의 기준이 된다. 리더가 책임을 피하면 구성원도 책임을 피하는 법을 배우고, 리더가 어려운 일을 먼저 감당하며 새로운 방식을 배우면 구성원도 조직이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알게 된다. 리더의 말은 회의실에 머물 수 있지만, 반복되는 행동은 조직의 습관이 된다. 구성원은 리더가 무엇을 말했는가보다 무엇을 계속 보여주었는지를 통해 리더와 조직의 진짜 기준을 읽는다. 하지만 리더가 먼저 행동하는 것만으로 변화가 오래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개인의 실천이 조직의 방식으로 자리 잡으려면 사람과 시간, 자원과 제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슈바이처의 병원도 선의만으로 운영될 수 없었다. 환자를 치료하려면 의료 장비와 약품이 필요했고, 병원을 유지하려면 건물과 인력이 필요했다. 슈바이처는 오르간 연주와 강연으로 후원금을 모았고, 저술 활동으로 얻은 수입도 병원 운영에 사용했다. 자신의 재능과 명성을 병원이 계속 운영되는 데 활용한 것이다.기업의 리더십도 마찬가지다. 좋은 비전이 있다고 해서 저절로 변화가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목표를 이루려면 사람과 시간, 예산과 제도가 필요하다. 리더는 구성원에게 열정과 헌신만 요구해서는 안 된다. 비전을 말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구성원이 그 비전을 실현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특히, 인재육성이나 조직문화 개선과 같은 장기 과제는 개인의 의지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좋은 뜻이 실제 변화로 이어지려면 그것을 뒷받침할 자원이 필요하다. 리더십은 꿈을 말하는 능력만이 아니라, 그 꿈이 이어질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능력이기도 한 이유다.그렇다고 가치를 행동으로 옮기고, 이를 지속할 자원과 제도를 마련하는 것만으로 좋은 리더십이 발휘되는 것은 아니다. 리더는 함께하는 사람을 동등한 주체로 존중하고, 그들의 자율성을 충분히 보장했는지도 돌아봐야 한다.슈바이처는 위대한 헌신의 삶을 살았지만, 자신이 살았던 시대의 한계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했다. 당시 유럽 사회에는 아프리카 사람들을 함께 문제를 해결할 사람이라기보다 도움을 받아야 할 대상으로 바라보는 서구 중심적인 시선이 있었다. 슈바이처 역시 현지인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많은 생명을 돌보았지만, 오늘날의 관점에서는 그들을 함께 문제를 해결할 주체라기보다 돌봄의 대상으로 바라본 측면이 있었다. 또한, 랑바레네 병원이 슈바이처 개인의 사명감과 명성에 크게 의존했다는 점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한 사람의 헌신으로 조직을 시작하고 성장시킬 수는 있지만, 그 사람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면 그 이후를 준비하기 어렵다.이런 한계는 슈바이처가 살았던 시대의 문제로만 끝나지 않는다. 오늘날의 조직도 구성원의 의견을 충분히 듣지 않고 리더가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만 밀어붙인다면, 좋은 의도가 통제로 바뀔 수 있다. 시대를 막론하고 리더 한 사람에 의존하는 조직 역시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성숙한 리더십은 헌신을 넘어 함께하는 사람의 목소리와 자율성을 존중하는 데까지 나아가야 한다. 권한을 나누고 다음 리더를 키우며, 자신이 자리를 비워도 조직의 가치와 일하는 방식이 이어질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슈바이처의 한계는 그의 헌신을 부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가치 있는 행동이 더욱 성숙한 리더십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를 생각하게 한다.슈바이처는 생명 경외라는 가치를 삶으로 실천했다. 원경선 원장님의 이웃사랑과 생명존중 정신 역시 풀무원의 철학과 일하는 방식으로 이어졌다.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시대와 장소에서 활동했지만, 결국 같은 질문 앞에 서 있었다.“나의 일은 누구의 삶을 살리고, 무엇을 더 건강하게 만드는가?”리더십은 성과를 만드는 기술이기 전에 삶과 일의 방향을 정하는 태도다. 리더는 자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를 말로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선택과 행동으로 보여주는 사람이다. 또한, 리더는 그 행동이 오래 이어질 수 있도록 필요한 자원과 구조를 만들고, 자신의 좋은 의도가 함께 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가리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봐야 한다.슈바이처는 자신의 성공을 내려놓은 사람이 아니었다. 자신이 가진 능력과 성취를, 더 중요하게 여긴 가치를 실천하는 데 사용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의 삶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두 가지 질문을 남긴다.당신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가치는 지금 어떤 행동으로 나타나고 있는가? 그 행동이 당신 없이도 이어질 수 있는 조건을 만들고 있는가?좋은 리더십은 거창한 선언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자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를 오늘의 선택과 행동으로 옮기고, 그 실천이 한 사람의 헌신에 머물지 않도록 사람을 키우고 제도를 만드는 데서 시작된다. 슈바이처의 삶이 오래 기억되는 이유도 그가 무엇을 말했기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삶과 능력을 어디에 사용했는지를 보여주었기 때문일 것이다.한진규 박사기아에서 HRD활동을 통해 조직과 사람의 성장을 지원하는 HR Practitioner로, 교육학 박사이며, 기업 현장과 학문을 연결하는 Practitioner를 지향한다. 코칭 리더십, 심리적 안전감, 그릿(Grit), 혁신 행동 같은 변인을 탐구하고, AI 시대의 조직문화 변화관리에 관심을 기울이며 실무를 수행하는 중이다.
-
[임창균 한영회계법인 TD 차장] 통념에서 증거로, 증거에서 변화로
글 싣는 순서1. HR 데이터 분석, 왜 강조되고 있는가?2. HR 데이터 분석은 조직에 어떠한 성과를 가져다 줄 수 있는가?3. HR스탭에게 요구되는 분석적 사고와 필요 역량4. AI 시대, HR 데이터 분석은 어떻게 발전할까?HR 데이터 분석은 그 자체로 조직의 성과를 만들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조직의 통념을 데이터로 검증한 증거를 의사결정과 제도 변화로 연결하는 것이다. 유관해서 Google의 ‘Project Oxygen’과 Trip.com의 ‘Hybrid Work Experiment’는 서로 다른 분석법을 통해 ‘통념에서 증거로’, ‘증거에서 변화로’의 과정을 보여준다.McCartney와 Fu(2022)는 ‘Bridging the gap: why, how and when HR analytics can impact organizational performance’에 관한 연구에서 아일랜드에 소재한 155개 조직의 데이터를 구조방정식모형(SEM)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HR 기술이 데이터 분석을 활성화하고, HR 데이터 분석이 증거 기반 경영을 촉진하며, 다시 증거 기반 경영이 조직 성과로 이어지는 연쇄 경로가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나타났다. 즉, 이 연구는 HR 데이터 분석이 그 자체로 성과를 만드는 것이 아니며, HR 데이터 분석에서 얻은 증거가 실제 경영상의 판단과 행동으로 활용되는 과정이 중요함을 보여준다.---연구에서 얻은 인사이트를 실제 조직의 실행 과정으로 옮겨보면 첫째는 조직이 당연하게 여겨온 통념을 검증 가능한 질문으로 바꾸는 것이며, 둘째는 데이터로 성과의 원인이나 제도의 효과를 분석하는 것이고, 셋째는 분석 결과를 토대로 관리자의 행동이나 채용·배치·교육, 평가·보상, 근무제도 등을 변화시키는 것이며, 넷째는 개입 이후 생산성, 몰입, 성과, 이직 등이 실제로 달라졌는지를 다시 확인하는 것이다.결국 조직의 성과를 만드는 것은 데이터 자체가 아니라, 데이터를 통해 기존의 판단을 수정하고 실제 변화를 추진하는 조직의 의지와 능력에 있다.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가 Google의 ‘Project Oxygen’과 Trip.com의 ‘Hybrid Work Experiment’다.Google Project Oxygen: 조직에서 관리자는 정말 필요한가?과거 Google의 엔지니어 중심 문화에는 관리자가 구성원의 창의성과 자율성을 오히려 방해할 수 있다는 회의적인 시각이 존재했다. ‘Project Oxygen’은 이러한 통념을 ‘관리자의 질은 팀의 성과와 구성원의 경험에 실제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라는 검증 가능한 질문으로 바꾸면서 시작됐다. Google은 사고를 전환한 이후 ‘관리자는 중요하지 않다’라는 가설을 검증하려 했지만, 이를 지지하는 증거를 얻지 못했다.Google은 관리자에 대한 성과평가 및 직원 피드백 설문 등에서 약 10,000개 이상의 데이터를 수집했다. 먼저 퇴직면담 자료를 통해 관리자의 문제가 구성원의 이직과 관련되는지 살펴봤는데, Google의 전체 이직률이 낮았기 때문에 이것만으로는 관리자가 이직의 원인이라고 판단하지 않았다. 이어서는 People Survey인 ’Googlegeist’와 성과평가를 바탕으로 관리자 만족도와 성과가 우수한 상위 25%와 하위 25%의 그룹을 비교했다.HBR의 ‘How Google Sold Its Engineers on Management’(2013.12)에 따르면, Google은 다변량 통계기법을 활용해 관리자 품질과 구성원 유지 및 조직 경험의 관계를 분석했고, 이 과정에서 구성원의 근속기간, 성과, 직급 수준, 승진 여부 등 개인적 요인을 함께 고려했다. 그 결과 관리자 품질은 이러한 개인적 요인보다 구성원 유지(Retention)와 더 강한 상관성을 보였다. 또한, 우수한 관리자가 이끄는 팀의 구성원은 경력개발, 워라밸, 혁신적 환경 등에서 더 높은 만족도를 나타냈다. 다만 이 분석은 관찰자료를 바탕으로 했고 구체적인 분석모형과 회귀계수, 유의확률 등도 공개되지 않았기에 인과 효과가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Google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성과가 높은 관리자와 성과가 낮은 관리자를 대상으로 잡고 이중맹검(Double-blind) 인터뷰를 실시하고, 설문·성과평가·우수관리자 추천서에 기재되어 있는 서술형 의견을 종합하여 우수한 관리자가 실제로 보이는 행동 특성을 도출했다. 초기 8개 행동은 좋은 코칭, 자율권 부여, 명확한 소통, 경력개발 지원 등이었는데, 이후 추가연구를 통해 10개 행동 특성으로 발전했다. 즉, Google은 추상적이었던 관리자의 ‘리더십 역량’을 구성원이 관찰할 수 있고 피드백할 수 있는 구체적인 행동 기준으로 바꾼 것이다. 이 결과는 관리자 교육과 상향피드백, 성과관리 및 리더십 개발 등에 활용되고 있다.Trip.com Hybrid Work Experiment: 재택근무는 생산성을 떨어뜨리는가?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재택근무가 확산되었지만 상당수의 관리자는 구성원이 사무실 밖에서 일하게 되면 생산성, 협업, 경력개발이 저하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Trip.com은 이러한 통념과 관련해서 ‘주 2일의 재택근무가 직원의 이직과 만족도를 개선하면서도 성과와 승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Trip.com은 2021년 8월부터 2022년 1월까지 상하이의 엔지니어링·마케팅·재무 직원 1,612명을 대상으로 6개월간 무작위 대조실험을 실시했다. 생일 날짜가 홀수인 직원에게는 수요일과 금요일 재택근무 선택권을 부여하고, 짝수인 직원은 주 5일 출근하도록 했다. 생일의 홀짝은 개별 직원의 성과나 근무성향과 무관하게 결정되므로, 두 집단의 차이를 최소화한 상태에서 ‘근무방식’ 자체의 효과를 비교할 수 있었다. 이후에는 이직과 만족도뿐 아니라 성과평가, 승진, 역량평가, 엔지니어의 코드 작성량 등의 데이터를 최대 2년간 추적 관찰했다.실험 결과 Hybrid 집단의 이직률은 4.8%로 전일 출근 집단의 7.2%보다 2.4% 포인트 낮았다. 이는 상대적으로 약 33% 낮은 수치였으며, 통계적으로도 유의미한 차이로 나타났다(P=0.043). 직무만족도의 경우 Hybrid 집단이 8.19점으로 전일 출근 집단의 7.84점보다 0.35점 높았다(P
-
[엄준하 창간발행인 메시지] AI 시대, 태도 중심 리더십을 개발해야
AI 시대,태도 중심 리더십을 개발해야우리 기업의 관리자들은 과연 리더로서 충분히 준비되어 있을까요?많은 기업에서 업무성과가 뛰어난 사람이 관리자로 승진합니다. 실무능력을 인정받아 팀장이 되고 임원이 됩니다. 그러나 일을 잘하는 것과 사람을 잘 이끄는 것은 다른 능력입니다. 뛰어난 실무자가 반드시 뛰어난 리더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여기에서 우리는 오래전 로렌스 피터가 제기한 ‘피터의 원리(Peter Principle)’를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조직에서 개인은 성과를 인정받아 계속 승진하지만, 어느 순간 자신이 충분한 역량을 발휘하기 어려운 자리까지 올라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한국 기업의 관리자 리더십 문제도 이와 무관하지 않습니다.우리는 관리자를 승진시키는 데는 익숙했지만, 그들을 사람을 이끄는 리더로 개발하는 데는 충분한 노력을 기울였는지 돌아봐야 합니다. 더욱이 AI가 지식과 기술의 상당 부분을 지원하는 시대에는 기존의 업무능력만으로 리더십을 설명하기 어렵습니다.그래서 AI 시대에는 사람중심 리더십(Human-Centered Leadership)이 더욱 중요합니다.사람중심 리더십의 핵심은 태도(Attitude)입니다.구성원을 어떤 존재로 바라보는가, 그들의 의견을 어떻게 경청하는가, 실패와 갈등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 권한을 어떻게 사용하고 책임을 어떻게 감당하는가. 이러한 태도가 구성원의 신뢰와 몰입을 만들고 조직문화를 결정합니다.그렇다면 태도는 어떻게 개발할 수 있을까요?저는 태도를 방향(Direction), 기준(Standards), 반복(Repetition), 즉 DSR의 관점에서 바라봅니다.방향은 ‘나는 어떤 리더가 될 것인가’를 정하는 것이며, 기준은 ‘사람과 일을 어떤 원칙으로 대할 것인가’를 세우는 것입니다. 그리고 반복은 그 방향과 기준을 일상의 행동으로 지속적으로 실천하는 것입니다."앞으로 리더십 개발은 이론과 스킬 중심에서 벗어나태도를 진단하고, 성찰하고, 행동으로 실천하며,피드백을 통해 반복하게 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합니다.AI 시대의 리더십 개발은 곧 태도 개발입니다."좋은 리더십은 한 번의 교육으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구성원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질문하고, 권한을 위임하고, 책임지고, 피드백하는 작은 행동이 반복될 때 그것이 습관이 되고 태도가 됩니다. 결국 리더십 개발은 지식과 스킬을 더 많이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좋은 태도가 반복되는 행동체계를 만드는 것이어야 합니다.이러한 태도는 조직의 Capability와도 연결됩니다.AI 시대의 Capability는 현재의 업무를 잘 수행하는 능력에 머물지 않습니다. 변화에 적응하고, 새로운 문제를 해결하며, 구성원의 잠재력을 끌어내 미래의 조직성과를 만들어 가는 능력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Capability를 실제 행동으로 작동하게 만드는 중심에 태도가 있습니다.따라서 앞으로의 리더십 개발은 달라져야 합니다.리더십 이론과 스킬 중심의 교육에서 벗어나 태도를 진단하고, 성찰하고, 행동으로 실천하며, 피드백을 통해 반복하게 하는 개발 방식으로 전환해야 합니다.관리자를 만드는 것은 승진이지만, 리더를 만드는 것은 개발입니다.AI 시대 HRD의 중요한 과제는 직책을 가진 관리자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방향과 기준을 가지고 좋은 행동을 반복하는 사람중심의 리더를 개발하는 것입니다.AI 시대의 리더십 개발은 곧 태도 개발입니다.2026년 9월월간HRD 창간발행인엄준하
-
[송영수 한양대학교 교육석학교수] 현실이 된 ‘양치기 소년과 늑대’ 우화
세상의 변화를 이끈 산업혁명의 주요 체류기간을 1차부터 3차까지 각각 80년, 40년, 30년, 그리고 4차 산업혁명의 체류기간을 10여 년 정도로 보면 변화의 주기와 체류기간이 점점 짧아지고 있고 또 빨라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이제 변화는 변수가 아니라 일상이 되어 상수常數라고 부른다. 우리는 3차 산업혁명과 4차 산업혁명을 몸소 체험해 왔다, 산업화 시대는 압축고도성장, 과정생략 등 현장에서 들었던 용어나 구호들만 봐도 알 수 있듯 양과 규모를 중시하던 시절이었는데 특히 1970년대-1990년대에 HRD는 급성장하면서 전성시대를 거쳤다.그러나 2016년의 4차 산업혁명 선언은 전통적 HRD의 변화를 촉구하는 ‘경고문’이었고, 생성형 AI 시대의 전개는 ‘새로운 환경으로의 진입’을 요구한다. 그동안 HRD는 어떤 변화를 추진해 왔는가? 또한, HRD담당자 스스로 어떤 변화의 노력을 실천해 왔는가.---단언컨대 1980년대-1990년대 전통적 HRD의 시대는 아쉽지만 막을 내렸다. 세상이 바뀐 것이다. 그래서 최근 들어 많은 부분에서 ‘HRD 패러다임 전환(Paradigm Shift)’이 요구된다는 목소리가 높다.그러면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먼저 ‘why?’ 측면에서 기업들을 보면 아무도 답과 갈 길을 알려주지 않는 불확실성 시대에서 메가트렌드를 읽을 수 있는 학습민첩성(Learning Agility)의 확보가 요구된다.이를 위해서는 ‘what?’ 측면에서 봤을 때 심리적 안전감(psychological safety)과 회복탄력성(Resilience)을 갖춘, 개방적으로 소통하고 열려 있는 조직문화 구축이 필요하다.언급한 내용은 ‘how?’ 측면에서 살펴보면 대부분 리더십 패러다임의 전환과 실천력에 성패가 달려있다. 특히, 조직 성과의 80%를 차지하는 팔로워십 강화와 성장형 리더십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또한, 변화의 주역인 ‘생성형 AI’를 중심으로 학습 생태계를 이해하고 그 생태계를 활용할 줄 아는 능력이 요구된다. 이에 따라 건전한 윤리의식과 도덕성을 갖춘 가운데, 데이터와 테크놀로지를 경영과 성과에 전략적으로 접목시킬 수 있는 ‘AI Literacy’(리터러시) 역량을 견지할 필요가 있다.문제는 제시한 내용들에 대한 경험을 축적할 시간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실패 경험은 더더욱 부족하다. 이런 상황에서는 전혀 가보지 않은 길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 제공과 공감이 요구된다.산이 높으면 골도 깊다. 과거의 성공 경험이 많을수록 위기의 골은 깊다. 그런 만큼 HRD부터 변화의 중심에서 경영 차원의 전략적 기회를 만들 수 있는 경험을 어떤 방식으로 제공하는가가 중요하다. HRD 전문가들의 시각은 ‘지금 변하지 않으면 HRD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이고, 이를 넘어 만일 과거의 연장선에서 타성에 빠지거나 우물쭈물하다가는 누군가가 HRD담당자 당신의 역할을 대신할 것이다’라는 점이다. 이런 불확실성의 시대에서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려면 ‘지금’ 변해야 한다."지금 변하지 않으면 HRD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이고, 이를 넘어과거의 연장선에서 타성에 빠지거나 우물쭈물하다가는 HRD의 역할은 대체될 것이다."특히, HRD담당자들은 어릴 때 많이 들었던 이솝우화 ‘양치기 소년과 늑대 이야기’의 교훈을 상기해야 한다. 실제로 진짜 늑대가 나타나 양들을 공격해도 도움을 받지 못해 피해가 커진 이야기는 이제 HRD담당자들이 곱씹어야 할 상황이다.송영수 교수삼성인력개발원에서 리더십팀장(상무보), 기획팀장 및 조직문화팀장(상무)을 역임하며 삼성 핵심가치와 리더십 파이프라인모델 정립, 경영자 양성체계 수립을 담당했고 삼성 차세대 전략리더에 선발되어 미국 플로리다주립대에서 교육공학 및 HRD 부문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그 후 한양대 교수로 활동하며 국내 대학 최초로 리더십센터를 출범시켰고, 한양리더십센터장과 한양인재개발원장, 한국산업교육학회장과 대한리더십학회장을 거쳤다. 현재 교육 우수성과 전문성을 인정받아 한양대 교육석학교수로 활동 중이다.
-
[임창균 한영회계법인 TD 차장] HR스탭을 위한 HR 데이터 활용
글 싣는 순서1. HR 데이터 분석, 왜 강조되고 있는가?2. HR 데이터 분석은 조직에 어떠한 성과를 가져다줄 수 있는가?3. HR스탭에게 요구되는 분석적 사고와 필요 역량4. AI 시대, HR 데이터 분석은 어떻게 발전할까?HR 데이터 분석이 강조되는 이유는 단순히 데이터가 많아졌기 때문만이 아니다. 조직과 인력의 문제가 점점 복잡해지고 HR 의사결정의 근거와 효과를 설명해야 할 필요성이 더욱 커지면서 경험과 통념을 넘어서 ‘증거’를 바탕으로 판단하는 역량이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2승 1패의 교훈: AI와의 공존을 통한 변화관리2026년 7월, AI를 상대로 승리한 또 한 명의 바둑기사가 나왔다. 주인공은 세계 바둑계의 ‘현재 진행형 전설’로 불리는 신진서 9단이다. 상대는 십 년 전 이세돌 9단과 맞붙었던 알파고보다 한층 강력해진 AI로 평가받는 카타고(KataGo). 비록 신진서 9단이 흑으로 두 점을 먼저 놓는 접바둑이었지만, 신진서 9단은 AI와의 공식 대국에서 2승 1패의 성적을 거두었다.---신진서 9단은 첫 대국에서 패한 뒤 전략을 바꿨다. 2국에서는 자신이 연구한 정석을 활용해 변수를 통제했고, 3국에서는 복잡한 전투를 피하며 유리한 형세를 지키는 데 집중했다. 이는 실패를 통해 판단을 수정하고 상대와 상황에 맞게 승부 방식을 바꾸는 인간의 적응력을 잘 보여준다. 신진서 9단은 카타고와의 대국을 평가하면서 ‘인간과 AI의 공존 가능성’을 언급했는데, 그는 오랫동안 AI가 제안하는 수와 승률을 분석하며 훈련해 왔다. 결국 이번 승리는 AI가 제공하는 분석과 데이터에 인간의 경험과 판단이 더해질 때, 더 나은 결과에 도달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조직도 다르지 않다. 신진서 9단이 AI에 완전히 자리를 내주지 않았듯, 조직 역시 AI에게 의사결정을 통째로 맡기지 않는다. AI는 조직에 축적된 데이터를 빠르게 탐색해 사람이 놓치기 쉬운 패턴과 문제의 단서를 발견하도록 돕는다. 그러나 무엇이 문제인지 정의하고, 어떤 데이터를 통해 문제를 검증할지 결정하고, 데이터 분석에 따른 결과를 어떻게 해석해서 실제 변화로 연결할지 판단하는 주체는 여전히 사람이다. 이러한 인간과 AI의 역할 분담이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대표적인 영역 중 하나가 HR 데이터 분석이다. 채용, 평가, 보상, 육성, 몰입, 이직 등에 관해 기업이 이미 보유하고 있는 HR 데이터를 설문, 통계분석, 실험, 그리고 최근의 AI 기술을 함께 활용해서 분석한다면, 조직의 성과를 좌우하는 요인을 경험이나 직관이 아닌 ‘증거’ 기반으로 판별할 수 있게 된다.HR 데이터 분석, 왜 강조되고 있는가?조직이 사람에 관한 데이터를 수집해 온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기업은 이미 오래전부터 인원, 급여, 근태, 평가, 승진, 교육, 이직 등에 관한 데이터를 관리해 왔다. 다만, 과거에는 인사 운영의 결과를 집계하고 보고하는 데 언급한 데이터를 주로 활용했다면, 오늘날에는 데이터 간의 관계를 분석해 문제의 원인을 진단하고, 향후의 변화를 예측하며, 경영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데까지 데이터의 쓰임이 확대되고 있다. 즉, HR 데이터가 새롭게 등장한 것이 아니라, HR 데이터에 던지는 질문과 HR 데이터에 접근하는 방식이 달라진 것이다.HR의 디지털화(Digitalization)HR 데이터를 둘러싼 변화가 가능해진 중요한 배경 중 하나는 HR의 디지털화다. 채용시스템, 인사정보시스템, 성과관리시스템, 교육운영시스템, 협업플랫폼이 확산되면서 기업들은 지원자들의 채용 경로부터 구성원들의 조직·직무 이동, 조직 경험, 리더·동료와의 관계, 협업 방식, 성과에 이르는 다양한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게 됐다. 이로써 HR은 현상을 설명하는 수준을 넘어 어떤 요인이 이직이나 성과와 관련되는지 분석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게 됐다.그러나 데이터가 많아졌다고 해서 곧바로 분석의 가치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HR 데이터 분석은 단순한 인사정보의 집계가 아니라, 사람에 관한 데이터를 활용해 비즈니스 문제를 해결하는 활동이기 때문이다. 즉, 분석의 출발점은 데이터가 아니라 조직이 무엇을 해결해야 하는지 정의하는 데 있다.급변하는 기술 환경과 복잡해진 인력 문제HR 데이터를 둘러싼 변화가 가능해진 중요한 배경 중 두 번째는 기업이 맞닥뜨리는 인력 문제가 빠르게 변화하고, 그 원인도 복잡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기술 변화와 AI의 확산은 기존 직무의 내용과 필요 역량을 바꾸고 있고, 인구 구조의 변화와 경제적 불확실성도 인력 확보 및 운영에서 어려움을 더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이 1,000개 이상의 글로벌 기업을 조사한 결과를 정리한 ‘Future of Jobs Report 2025’에 따르면, 기업들은 2030년까지 현재 직무에 필요한 핵심역량의 약 39%가 변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조사한 기업들 중 63%는 이러한 역량 변화를 비즈니스 전환에 있어 가장 큰 장애요인으로 꼽았다. 결국 기업들은 인력 규모뿐 아니라 어떤 역량이 어느 직무와 사업에 필요한지 판단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과거의 경험과 관행만으로 인력 계획을 세우는 것은 역부족이다.HR의 역할 변화와 효과 입증 요구HR 데이터를 둘러싼 변화가 가능해진 중요한 배경 중 세 번째는 구성원들과 조직에 관한 의사결정의 근거와 효과를 설명하라는 요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채용, 교육, 보상, 복리후생, 조직문화 등에 많은 자원을 투입하지만, 제도의 실행과 그 제도가 실질적인 효과를 냈는지는 다른 문제다. 교육 만족도가 높아졌다고 해서 업무성과가 향상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가? 보상이나 근무제도 개편이 실제로 핵심인력 유지와 이직 감소에 기여했다고 말할 수 있는가? 앞으로 HR은 ‘무엇을 실행했는지’에서 나아가 어떤 개입을 통해 구성원들의 행동이 어떻게 달라졌고, 그 결과 조직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검증해야 한다.이는 HR의 전략적 기능과도 맞닿아 있다. HR이 경영의 파트너로 자리매김하려면 동종업계의 사례를 벤치마킹하거나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HR활동을 통한 변화가 실제로 어떤 효과로 이어졌는지를 증거를 통해 설명해야 하고, 이를 바탕으로 구성원들과 경영진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HR이 경영의 파트너로 자리매김하려면 동종업계 사례를 벤치마킹하거나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는 수준을 뛰어넘어, HR활동을 통한 변화가실제로 조직에 어떤 효과로 이어졌는지를 증거를 통해 설명해야 하고,이를 바탕으로 구성원들과 경영진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언급한 목표를 달성하는 데 있어 HR Analytics는 매우 중요한 수단이다."결국 HR 데이터 분석이 강조되는 이유는 기업들이 더 많은 데이터를 보유하게 되었거나 새로운 AI 도구가 등장했기 때문만이 아니다. 조직의 변화가 빨라지고 인력 문제가 복잡해지면서, 경험과 통념만으로 HR에 관한 의사결정을 하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즉, HR 데이터 분석은 불확실성 속에서 조직의 문제를 명확히 정의하고, 기존의 가정을 검증하며, 제도의 효과를 측정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임창균 차장금융·ICT·플랫폼 기업에서 12년간 인사기획, 평가·보상, 노무 등 다양한 HR 실무를 경험했다. 현재는 글로벌 회계·컨설팅 법인의 Talent Development에서 HRBP 및 L&D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HR Analytics와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에 관심이 있고, 브런치 플랫폼에서 비전공자의 눈높이로 통계 개념을 풀어내는 글인 ‘통계를 잊은 그대에게’를 연재하고 있다.
-
[김주수 PwC컨설팅 파트너] 생각의 터닝포인트
글 싣는 순서1. 왜 지금, 리더십의 터닝포인트인가2. 생각의 터닝포인트: 실무자의 뇌에서 리더의 뇌로3. 성과의 터닝포인트: AI를 부리는 리더의 무기4. 관계의 터닝포인트: 기계가 줄 수 없는 마지막 1%5. 조직의 터닝포인트: 지능을 쪼개라, 문어처럼6. 큐브를 완성하라: 그림자를 넘어 위대한 유산으로명패가 바뀌던 날을 기억하는가. 축하 인사가 오갔고, 어깨는 조금 무거워졌다. 그런데 정작 갈아 끼워야 할 것은 명패가 아니라 머릿속이었다. 즉, 리더십의 첫 관문인 ‘생각의 터닝포인트’는 실무자의 뇌를 리더의 뇌로 바꾸는 여정이다. 이 여정은 익숙한 성공 공식을 비우는 데서 시작해, 그 빈자리를 질문으로 채우고, 서로 부딪히는 답들 사이에서 모순을 끌어안다가, 마침내 자기만의 관점으로 판을 바꾸는 데까지 하나로 이어진다. 신임 리더들을 위한 교육이 스킬 몇 개를 얹는 특강이 아니라, 처음과 끝이 연결된 하나의 여정으로 설계되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가득 찬 잔부터 비운다발령 첫날 밤, 새 팀장의 머릿속을 들여다보면 대개 같은 문장이 적혀 있다. ‘지금까지 해온 대로, 더 열심히 하자.’ 얼마나 건전한 결심인가. 그런데 바로 이 결심이 첫 번째 함정이다. 신임 관리자 열 명 중 여섯이 승진 2년 안에 쓴맛을 본다는 조사가 있다. 성과가 기대에 못 미치거나, 팀과 삐걱대다 조직이 흔들리는 결말이다. 어제까지 가장 일 잘하던 사람들이 무더기로 넘어지는 것이다.원인은 역량 부족이 아니다. ‘관성’이다. 실무자 시절 그를 빛나게 했던 ‘빠른 손과 확실한 답’을 그대로 들고 리더의 자리에 앉았기 때문이다. 리더는 ‘더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아니라 ‘다르게’ 일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다르게 일하려면, 채우기 전에 먼저 비워야 한다. 가득 찬 찻잔에는 새 물을 담을 수 없다는 오래된 비유 그대로다. 익숙한 성공 감각을 잠시 서랍에 넣어 두는 전략적 유보, ‘언러닝(unlearning)’이 출발점이다.가장 먼저 벗어야 할 것은 ‘리더는 다 알아야 한다’라는 보이지 않는 갑옷이다. “이건 나도 잘 모르겠는데, 자네 생각은 어때?” 이 한마디가 팀원의 잠든 지성을 깨운다. 물론 처음에는 낯설고 어색할 것이다. 그러나 그 어색함은 길을 잘못 들었다는 신호가 아니다. 새 신발이 아직 발에 익지 않았다는 증거일 뿐이다. 신임 리더 교육의 첫 장이 새 스킬을 채우는 자리가 아니라, 내려놓아야 할 실무자의 정체성을 마주하는 자리여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리더는 더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아니라 다르게 일하는 사람이다.다르게 일하려면 뭔가를 새롭게 채우기 전에 먼저 비워야 한다.즉, 신임 리더의 출발점은 실무자 시절의 성공 경험을 외면할 줄 아는 ‘언러닝’이다."빈자리는 답이 아니라 질문으로 채운다그런데 비우기만 하면 절반이다. 잔을 비웠다면, 그 빈자리를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 답은 역설적이다. 답을 더 빨리 내놓는 것이 아니라, 답을 아끼는 것이다.자판기를 떠올려 보라. 버튼을 누르면 캔이 떨어진다. 우리는 오래도록 이런 리더, 그러니까 물으면 정답이 즉시 튀어나오는 ‘고성능 자판기’를 유능하다고 여겨 왔다. 그런데 여기서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자판기의 성능이 좋아질수록 조직의 뇌는 거꾸로 굳어 간다. 위에서 어차피 답이 떨어지는데, 아래에서 골몰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그래서 리더는 ‘정답 자판기’에서 ‘질문을 설계하는 사람’으로 옮겨 가야 한다. ‘이 시장에 진입하자’라는 지시가 손발만 부리는 것이라면, ‘이 시장이 진짜 기회일까’라는 질문은 머리를 움직인다. ‘예산이 무제한이라면 무엇을 해보고 싶은가’, ‘1년 뒤 이 프로젝트가 완전히 실패한다면 원인은 무엇일까’ 같은 가정형 질문은 방어로 굳은 뇌를 상상의 공간으로 데려간다. 눈여겨볼 대목은, 이런 질문을 하는 것이 타고난 성향이 아니라 설계하고 훈련할 수 있는 기술이라는 점이다.그래도 묻고 싶을 것이다. 답을 아는데 왜 굳이 아껴야 하는가. 소유감 때문이다. 리더가 완성해서 건넨 기획안은 팀원들에게 잠시 빌려 탄 렌터카일 뿐이지만, 리더의 질문을 받은 구성원들이 스스로 답을 찾은 뒤 완성한 기획안은 비로소 ‘내 차’가 된다. 시킨 일은 실패하면 핑계부터 찾지만, 내가 뱉은 답은 자존심이 걸린 문제라 책임져야 하는 것이 된다. 실행력 차이는 바로 여기서 갈린다. 이것이 바로 비움 다음에 질문이 와야 하는 이유이자, 교육이 ‘좋은 질문’을 리더의 핵심 역량으로 다뤄야 하는 이유다.충돌을 견디면 제3의 길이 열린다질문을 던지기 시작한 리더는 머지않아 벽에 부딪힌다. 팀원들이 꺼내 놓은 답들이 서로 충돌하는 순간이다. 품질을 높이자니 속도가 떨어지고, 오늘의 수익을 좇자니 내일의 생존이 걸린다. 이때 우리의 뇌는 그 불편함을 견디지 못하고 ‘둘 중 하나’로 도망친다.초록색 블록 하나를 놓고 7년을 망설인 회사가 있다. 레고다. 전통을 지킨다는 명분으로 색 하나를 더하는 데 7년을 끌었고, 정작 위기가 닥치자 이번에는 정반대로 사업을 마구 벌이다 파산 직전까지 몰렸다. 지나친 신중함과 지나친 무모함, 얼핏 정반대로 보이지만 본질은 같다. 언제나 ‘A냐 B냐’에서 한쪽만 골랐던 행동에 따른 대가다.경계가 흐려진 시대의 해법은 ‘A냐 B냐’가 아니라 ‘A이면서 동시에 B’다. 도요타는 ‘재고를 쌓지 않으면서도 고객이 원할 때 바로 차를 내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질문하며 적시생산(JIT)을 낳았다. 되살아난 레고는 아동층에 집중하면서도 성인 팬층을 동시에 확보하며, 10년 만에 매출을 다섯 배로 키웠다. 비결은 거창한 전략이 아니라 질문 하나를 바꾼 데 있었다. ‘A와 B 중 무엇이 나은가’가 아닌, ‘A를 지키면서 B도 얻으려면 어떻게 할까’로. 앞 단계에서 익힌 질문의 기술이 여기에선 모순을 견디는 힘으로 한 뼘 더 자라는 셈이다. 충돌하는 A와 B 사이에서 버티는 그 불편한 시간이야말로 리더의 생각이 깊어지고 있다는 신호다. 이는 리더의 의사결정 훈련이 정답 고르기가 아니라 이 ‘AND 질문’을 다뤄야 하는 이유다.작은 회의실에서 판이 바뀐다비우고, 묻고, 모순을 끌어안는 훈련이 쌓이면 마침내 생각에 근육이 붙는다. 그 근육이 닿는 종착점이 ‘소트 리더십(thought leadership)’이다. 2007년, 검은 터틀넥의 남자 스티브 잡스가 무대에 올라 “오늘 애플은 전화기를 다시 발명한다.”라고 선언했을 때 세상은 코웃음을 쳤다. 그러나 잡스는 고객조차 몰랐던 결핍의 본질을 응시하고 있었다. 남이 갖지 못한 생각으로 판 자체를 뒤흔드는 힘, 그것이 소트 리더십이다.여기서 잡스나 일론 머스크 같은 이름 앞에 주눅이 들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영향력의 크기가 아니라 생각의 밀도다. 그들이 지구적 문제를 푼다면, 우리는 내일 오전 회의실의 문제를 풀면 된다. ‘보고를 위한 보고는 없애고 진짜 문제를 이야기하자’라며 주간 회의의 판을 바꾸는 것. 소트 리더십은 바로 이 작은 전환에서 시작된다. 교육의 몫도 분명하다. 소트 리더를 소수의 천재로 신비화하지 않고, 다른 관점의 힘을 팀 단위 습관으로 번역해 내는 일이다. 현장에서 구른 경험, 눈앞의 실적 너머를 보는 장기적 시선, 말이 아니라 삶으로 증명하는 진정성. 소트 리더는 이 세 가지를 오래 벼려 만들어지는 것이지, 타고나는 것이 아니다.결국 생각의 터닝포인트는 네 개의 낱개 기술이 아니라, 비움에서 시작해 관점으로 완성되는 하나의 연결된 여정이다."리더가 남이 갖지 못한 생각을 통해 판 자체를 뒤흔들려면언러닝을 구현할 줄 아는 가운데 현장에서 구른 경험,눈앞의 실적 너머를 보는 장기적 시선, 말이 아닌 삶으로 증명하는 진정성을오래 벼리면서 ‘다른 관점’의 힘을 팀 단위 습관으로 번역할 수 있어야 한다."
-
[김성규 중부대학교 정보보호학과 교수] 생성형 AI로 구축하는 ‘사내 집단지성’
글 싣는 순서1. 생성형 AI 시대, HRD의 재정의2. ‘할루시네이션’과 AI 윤리3. AI가 대체할 수 없는 ‘Human Touch’4. 생성형 AI 도입의 명암5. 기업 내 지식 자산의 수직적 통합6. AI 리터러시 격차가 기업의 경쟁력 격차오늘날 기업의 핵심 자산은 자본이나 설비뿐 아니라 조직 내부에 축적된 지식과 경험이다. 그런데 지식의 경우 부서와 시스템별로 분산되어 있어 ‘지식의 파편화’ 문제가 발생하는데, (생성형) AI는 LLM, RAG, 벡터 데이터베이스, 지식그래프 등을 활용해 분산된 문서·데이터·업무경험을 연결하고, 자연어 질문을 통해 필요한 지식을 통합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이를 통해 조직은 개인의 경험이 조직의 지식으로 전환되고, 기업 전체가 함께 학습하는 ‘사내 집단지성’을 구축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정보보안은 지식의 무결성, 접근통제, 신뢰성을 보장하는 핵심 기반이 된다. 결국 미래 기업의 경쟁력은 AI 자체의 성능보다 기업 내 지식을 얼마나 잘 축적·연결·학습·보호·활용하는가에 의해 결정되며, 이를 실현한 기업은 조직 전체가 하나의 지능처럼 작동하는 지능형 기업(Intelligent Enterprise)으로 발전하게 된다.---‘오늘날 기업이 보유한 가장 중요한 자산은 무엇인가?’질문에 대한 답으로 과거에는 자본, 설비, 부동산, 특허, 브랜드, 고객 기반 등이 우선 언급됐다. 그러나 디지털 전환과 인공지능(AI) 기술이 기업 경영의 핵심으로 자리한 현재는 이런 전통적인 유형·무형자산 못지않게 기업 내부에 축적된 지식 자체가 중요한 전략자산으로 평가되고 있다. 여기에서 말하는 기업 지식은 단순한 문서나 데이터베이스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사업계획서, 기술보고서, 설계도면, 연구개발 결과물, 회의록, 이메일, 프로젝트 산출물, 고객 상담 이력, 장애 처리 기록, 품질관리 자료, 계약서, 규정과 매뉴얼뿐만 아니라 임직원의 경험과 판단, 성공과 실패 사례, 업무 과정에서 형성된 암묵적 노하우까지 모두 포함한다.문제는 기업이 언급한 것처럼 막대한 지식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실제 업무에 충분히 활용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기업에선 지식이 부서별 시스템, 개인 PC, 이메일, 그룹웨어, ERP, CRM, 전자결재시스템, 클라우드 저장소, 메신저, 문서관리시스템 등에 분산되어 있다. 연구개발 부서의 기술자료와 영업부서의 고객 정보가 서로 연결되지 않고, 생산 현장의 품질 데이터와 고객서비스 부서의 불만 데이터가 독립적으로 관리되며, 과거 프로젝트의 시행착오가 다음 프로젝트의 구성원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이처럼 기업 내부에 지식은 많지만 지식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지 않은 상태를 본질적으로 표현하면 ‘지식의 파편화’라고 할 수 있다. 기업은 수많은 데이터를 생산하면서도 정작 ‘필요한 사람이 필요한 순간에 적절한 지식을 얻지 못하는’ 역설적인 상황에 놓여 있다. 정보가 부족해서 문제가 발생하는 게 아니라 정보가 지나치게 많고, 많은 정보가 서로 다른 시스템에 분산되어 있고, 그 정보들 사이의 의미적 관계를 파악하기 어렵기에 문제가 발생한다.생성형 인공지능(Generative AI)의 등장은 기업 지식관리의 구조적 문제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대규모 언어모델(Large Language Model, LLM), 검색증강생성(Retrieval-Augmented Generation, RAG), 벡터 데이터베이스(Vector Database), 지식그래프(Knowledge Graph), AI Agent 등의 기술이 결합되면서 기업 내부의 분산된 지식을 하나의 지능적 체계로 통합할 수 있는 기반이 형성되고 있다.생성형 AI 기반의 지식 시스템은 과거의 단순한 문서검색 시스템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사용자는 더 이상 특정 문서의 제목이나 파일명을 기억해야 할 필요가 없다. 자연어로 질문하면 AI가 기업 내부의 여러 시스템을 탐색하여 관련된 데이터를 검색하고, 내용을 비교·분석하며, 질문의 맥락에 맞춰 답변을 생성할 수 있다.일례로 신입사원이 “3년 전 A 프로젝트에서 고객사가 납기 지연 문제를 제기했을 때 우리 회사는 어떻게 대응했는가?”라고 생성형 AI에 질문한다고 가정해 보자. 전통적인 기업정보시스템에선 해당 직원이 프로젝트명과 담당자를 파악하고, 과거 이메일과 회의록, 보고서, 고객대응 기록을 하나씩 검색해야 한다. 그러나 생성형 AI 기반의 기업 지식시스템에선 관련 회의록, 프로젝트 보고서, 이메일, 고객지원 기록을 종합적으로 검색한 후 당시 발생한 문제, 대응 과정, 의사결정 근거, 결과 및 교훈까지를 하나의 답변으로 정리할 수 있다.이런 변화는 단순한 검색 편의성 향상을 넘어선다. 생성형 AI는 기업 구성원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지식과 여러 정보시스템에 분산된 데이터를 연결하여 기업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지능처럼 사고할 수 있는 구조, 즉 ‘사내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을 구축할 수 있는 기술적 토대를 제공한다. 따라서 앞으로 기업의 AI 경쟁력은 단순히 ChatGPT와 유사한 서비스를 도입했는가로 결정되지 않는다. 더 중요한 것은 기업 내부의 지식자산을 얼마나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구조화하고, 연결하고, 보호하며, 생성형 AI를 통해 활용할 수 있는가다. 이것이 바로 기업 지식자산의 ‘수직적 통합’이라는 관점에서 생성형 AI를 바라봐야 하는 이유이다.기업에선 매일 엄청난 양의 정보가 생성된다. 경영진은 전략과 의사결정에 관한 문서를 생산하고, 연구개발부서는 기술문서와 실험 결과를 축적하며, 영업부서는 고객과 시장에 관한 정보를 관리한다. 생산부서는 공정과 품질 데이터를 생성하고, 인사부서는 조직과 인력 데이터를 관리하며, 정보보안 부서는 로그, 사고대응 기록, 취약점 분석 결과를 지속적으로 생산한다. 하지만 이들 정보는 대부분 각 부서의 업무 목적에 맞는 시스템에 저장된다. 결과적으로 하나의 조직 안에 여러 개의 독립적인 ‘지식 섬(Island of Knowledge)’이 만들어진다.예를 들어 ‘고객 이탈’이라는 하나의 문제를 분석하려고 해도 관련 지식은 다양한 장소에 존재한다. CRM에는 고객의 구매 이력이 존재하고, 고객센터에는 불만 상담 기록이 있으며, 영업부서에는 담당자의 고객관계 경험이 있고, 품질관리 부서에는 제품 불량 기록이 존재할 수 있다. 온라인 마케팅 시스템에는 고객의 웹사이트 방문과 캠페인 반응 데이터가 있을 수도 있다. 이런 데이터를 서로 연결하지 못한다면 기업은 고객 이탈이라는 현상을 부분적으로만 이해하게 된다.기업의 지식 문제는 크게 세 가지 차원에서 나타난다.첫 번째는 물리적 분산으로, 지식이 여러 서버, 데이터베이스, 클라우드, 개인 PC 등에 분산되어 존재한다. 두 번째는 논리적 분산으로, 같은 고객 또는 같은 프로젝트를 의미하는 데이터라고 하더라도 시스템별로 서로 다른 식별자와 형식을 사용하기 때문에 관계를 연결하기 어렵다. 세 번째는 의미적 분산으로, 서로 다른 부서가 동일한 개념을 다르게 표현하기 때문에 단순한 키워드 검색으로는 관련 지식을 발견하기 어렵다.예를 들어 정보보안부서에서 ‘이상행위’로 표현한 것을 IT운영부서에선 ‘비정상 트래픽’, 고객지원부서에선 ‘서비스 접속 오류’라고 표현할 수 있다. 실제로는 동일하거나 서로 밀접한 사건을 가리키면서도 용어가 다르기 때문에 기존 검색 방식으로는 연관성을 발견하기 어렵다. 이것이 기업 지식관리가 실패하는 중요한 원인이다.많은 기업이 이미 수년 전부터 ‘지식관리시스템(Knowledge Management System, KMS)’을 구축해 왔다. 하지만 상당수의 KMS는 기대한 수준의 효과를 얻지 못했다. 가장 큰 이유는 사용자가 직접 문서를 등록하고, 분류하고, 태그를 입력해야 했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문서는 증가했으나 분류체계는 복잡해졌고, 검색 정확도는 낮아졌다.특히, 기존의 검색 시스템은 ‘문자열의 일치’에 지나치게 의존했다. 그 결과 사용자가 정확한 키워드를 알지 못하면 필요한 정보를 발견하기 어려웠다. 반면, 생성형 AI는 문장의 의미와 맥락을 기반으로 정보와 정보 사이의 관계를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한계를 상당 부분 극복할 가능성이 있다.무엇보다 생성형 AI의 진정한 기업적 가치는 글을 빠르게 작성하거나 보고서의 내용을 빠르게 요약하는 데만 있지 않다. 더 중요한 가치는 지금까지 서로 분리되어 있던 기업의 사람, 데이터, 문서, 시스템, 경험을 하나의 지능적 네트워크로 연결할 수 있다는 데 있다.기업의 경쟁력은 결국 경험의 축적과 학습에서 나온다. 그러나 개인이 경험한 것을 조직이 배우지 못한다면 기업은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구성원 한 사람이 뛰어난 문제해결능력을 가지고 있어도 그 지식이 개인에게 머무르면 조직의 경쟁력이 높아지지 않는다.생성형 AI는 개인지식을 조직지식으로 전환하는 강력한 연결자가 될 수 있다. 따라서 미래 기업에서 정보보안은 AI發 혁신을 저지하는 통제자가 아니라 신뢰할 수 있는 집단지성을 가능하게 하는 기반 설계자가 되어야 한다.생성형 AI가 기업의 두 번째 두뇌라면 정보보안은 그 두뇌의 기억이 훼손되지 않도록 보호하고, 잘못된 정보를 믿지 않도록 검증하며, 허가받지 않은 사람이 기억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는 신뢰체계라고 할 수 있다.결국 기업 내 지식자산의 수직적 통합은 기술 프로젝트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기업의 일하는 방식, 조직문화, 보안체계, 교육방식, 경영구조와 의사결정 방식을 동시에 변화시키는 거대한 조직혁신이다.과거의 기업이 사람을 고용해서 지식을 확보했다면 미래의 기업은 사람의 지식이 조직을 떠난 이후에도 그 경험을 보존하게 될 것이다.과거의 기업이 보고서를 저장했다면 미래의 기업은 보고서가 만들어진 맥락과 의사결정의 이유까지 기억하게 될 것이다.과거의 기업이 정보를 검색했다면 미래의 기업은 자신의 경험과 질문을 중심으로 AI와 대화를 나누며 정보를 검색하고 수집하게 될 것이다.과거의 기업이 사람을 통해 학습했다면 미래의 기업은 사람과 AI가 함께 끊임없이 학습하는 조직으로 변화할 것이다.이런 변화의 중심에 생성형 AI가 있으며, 생성형 AI를 중심으로 기업의 모든 지식자산을 수직적으로 연결하는 과정의 궁극적인 결과가 바로 ‘사내 집단지성’이다. 따라서 AI 시대의 기업 경쟁력은 단순히 AI의 성능으로 결정되지 않고 기업이 얼마나 잘 기억하고, 얼마나 잘 연결하며, 얼마나 빠르게 학습하고, 얼마나 안전하게 그 지식을 활용하는가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그리고 이런 능력을 갖춘 기업만이 AI를 단순한 도구로 사용하는 조직을 넘어, 조직 그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지능으로 작동하는 기업, 다시 말해 진정한 지능형 기업(Intelligent Enterprise)으로 진화할 수 있을 것이다.김성규 교수중부대학교 미래융합공학부 정보보호학과 교수. 동대학 정보보호학과 학과장을 수행하고 있으며, 한국정보보호학회, 한국산업보안연구학회, 한국멀티미디어학회, 한국인터넷정보학회, 한국정보처리학회 등에서 편집위원, 분과위원장 등으로 활동 중이다. 정보보안과 개인정보보호 그리고 인공지능 등을 주제로 강의와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
[박용호 인천대학교 창의인재개발학과 교수] 스킬 기반 HRD의 미래
글 싣는 순서1. 스킬 기반 HRD의 등장: 구체적이고 세부적으로 직무단위를 분석하라2. 스킬 기반 HRD의 활용: 교육체계 구축과 활용을 재점검하라3. 스킬 기반 HRD의 미래: HR 온톨로지 구축의 중심에 스킬이 있다기업은 구성원과 직무, 교육, 성과에 관한 많은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지만, 이런 데이터가 서로 분리되어 있다면 실제 HR과 관련된 의사결정에 활용하는 데에는 한계를 나타낸다. 따라서 HR 전문가에게 필요한 것은 데이터를 더 많이 확보하는 것뿐만 아니라, 각 데이터가 무엇을 의미하고 서로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이해하는 일이다. HR 온톨로지는 이런 접근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특히, 스킬 기반 HRD를 추구하려는 전문가라면 스킬 온톨로지의 구축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인적자원을 다루는 전문가의 역할과 전문성이 새롭게 규정되고 있다.---최근 ‘온톨로지(ontology)’라는 개념을 여러 곳에서 만나게 된다. 기업을 뛰어넘어 미국 정부와 정보기관을 고객으로 둔 AI 기업인 팔란티어(Palantir)에서 데이터와 사물의 관계를 체계적으로 정의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온톨로지다. 본래 온톨로지는 철학에서 사용되는 용어로, 우주와 세계에 존재하는 사물과 개념의 본질과 구조를 연구하는 존재론을 의미한다. 최근 지식공학에서는 온톨로지를 특정 영역에서 중요한 개념을 규정하고, 그 개념들이 서로 어떻게 관계를 맺고 있으며 이러한 관계가 어떤 규칙과 제약을 따르는지를 체계적으로 표현하는 방법이라고 설명한다.기업 경영에서 온톨로지가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AI 기술의 확산과 활용으로 인해 조직이 보유한 방대한 데이터를, 단순히 저장하는 것을 넘어 데이터들의 의미와 데이터들 사이의 관계까지 체계적으로 표현할 필요가 생겼기 때문이다. 만약 한 기업이 온톨로지를 구축했다면, 조직 내 다양한 개념(직무, 직무 요건, 제품, 구성원 특성 등)을 정의하고 개념들 사이의 관계를 구조화하며 데이터를 통합해 추천이나 검색뿐만 아니라 추론 등에 활용할 수 있게 된다."기업 경영에서 온톨로지가 주목을 받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AI 기술의 확산과 활용으로 인해 조직이 보유한 방대한 데이터를,단순히 저장하는 것을 넘어 각 데이터가 가지고 있는 의미와데이터들 사이의 관계까지 체계적으로 표현할 필요가 생겼기 때문이다."흔히 온톨로지와 비교되는 개념이 텍사노미(taxonomuy)다. 텍사노미는 상위 개념과 하위 개념 사이의 트리형 계층구조에 기초한 분류체계라고 할 수 있다. 온톨로지는 상하관계뿐만 아니라 각 개념 사이의 다양한 관계와 연결을 고려하는 접근방법이다. 지금까지 HR 업무 현장에서 채용, 배치, 교육, 보상, 노무 등의 영역에 속한 업무를 수행할 때 ‘습관적’으로 텍사노미적 접근을 한 것이 사실이다. 즉, 어떤 개념이나 대상이 어떤 집단 혹은 어떤 계통에 속해 있는지를 보고 그 속성을 판단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접근은 쉬우면서도 안전한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현대의 경영 환경에서 이러한 접근은 종합적으로 특정 개념이나 대상을 파악하지 못하게 하는 단점이 있다. 특히, 빅데이터 활용과 AI 기술의 등장으로 텍사노미적 접근이 아닌 온톨로지의 활용이 요구된다.이젠 HR 분야의 온톨로지를 구축하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조직 내·외부 HR 관련 데이터를 서로 연결하는 노력이 필수적으로 수행되어야 한다. 채용, 평가, 교육, 배치, 보상, 승계, 경력개발 등이 HR의 핵심 요소인데, 이러한 직무, 사람, 학습, 경력 등과 관련된 변인들 사이의 관계를 연결하는 구조가 HR 온톨로지다. HR 온톨로지에 주목하는 원인은 HR의 각 주요 요소를 단절된 영역으로 보고 파편적으로 해당 개념을 이해하도록 하는 오류를 피하기 위함이다. 많은 기업에서 이러한 HR 온톨로지의 구축에 노력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그런데 HR 온톨로지를 구축하는 과정에서도 ‘스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즉, 논의의 중심이 ‘스킬 온톨로지’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Skill-based HR이 skill을 중심으로 채용, 배치, 육성, 이동, 보상을 설계하자는 접근이라면, HR 온톨로지는 그 철학을 실제 시스템에서 작동시키는 구조가 되고 있다.실제 이러한 스킬 온톨로지를 구축한 가장 대표적 사례로는 10억 명 이상의 사용자 데이터를 보유한 LinkedIn의 Economic Graph를 들 수 있다. LinkedIn은 4만 개 이상의 스킬 정보를 체계화하여 이 온톨로지를 구축했다. 전통적인 직무분석의 접근이 직무명(예를 들면, 데이터 분석가)에 초점을 둔다면, 언급했던 온톨로지는 확인이 어려운 스킬(예를 들면, SQL, 통계적 모델링 등)을 읽어낸다는 점에서 강점을 지닌다. 직무명에 의존할 때 발생하는 한계를 극복하게 해주고, 결과적으로 편향을 줄여 인재 채용에서 효과적인 접근을 가능하게 한다.HR 전문가들은 채용, 배치, 평가, 교육훈련, 경력개발, 보상 등 HR 전 영역에서 활용되는 다양한 개념 사이의 관계를 파악하고, 이를 기반으로 보다 큰 맥락에서 체계적 HR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개별 HR 제도와 활동을 서로 분리된 영역으로 이해하기보다, 이들이 어떠한 공통 요소를 중심으로 연결되는지 살펴봐야 한다. 특히, 이 과정에서 스킬은 HR의 여러 개념과 영역을 연결하는 핵심적 연결고리로 기능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HR이 궁극적으로 인적자원을 다루는 분야라는 점을 고려하면, 개인이 보유한 스킬은 다양한 HR 의사결정에서 중요한 기준이 된다.조직은 개인이 갖춘 스킬을 토대로 적합한 인재를 선발하고, 해당 인재를 적합한 직무에 배치한다. 또한, 스킬에 대한 정보를 분석하여 교육훈련과 경력개발 기회를 제공하며, 개인이 발휘한 능력과 이를 통해 창출한 성과를 평가하여 보상에 반영한다. 이처럼 스킬은 선발에서 퇴직에 이르는 전반적인 HR 활동의 기반이자 각 HR 활동을 일관되게 연결하는 근본적 개념이다. 무엇보다 스킬 온톨로지를 구축한다는 것은 조직에서 필요한 능력을 세부 단위로 나누어 목록화하고 체계화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개별 스킬이 어떠한 의미를 지니며, 다른 스킬이나 직무, 과업, 교육과정, 경력경로, 배치, 보상, 성과, 업무몰입, 직무만족 등과 어떠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지를 규정하는 것인 까닭이다.스킬 온톨로지는 단순한 스킬 사전이나 분류체계가 아니라, 사람과 직무, 과업, 학습 및 성과에 관한 정보를 공통된 언어로 연결하는 HR의 기반 구조로 이해해야 한다. 결국 스킬 온톨로지 구축의 핵심은 얼마나 많은 스킬을 수집했는가가 아니라, ‘각 스킬이 조직의 다양한 HR 활동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고, 또한 어떻게 활용되는지를 일관성 있게 설명할 수 있는가’다.스킬 온톨로지 구축에선 기술 자체보다 구조가 더 중요하며, 데이터들 사이의 연결이 지닌 깊이와 정확성이 중요하다. 아무리 많은 데이터를 확보하고 정교한 AI 기술을 적용하더라도, HR 분야에서 사용되는 개념의 의미와 개념들 사이의 관계가 불명확하다면 실제 의사결정에 활용하기 어려워진다. 즉, AI 기술을 적용하려는 HR 영역의 업무 특성, 제도, 의사결정 기준 및 현장 맥락을 충분히 이해해야 적절한 온톨로지를 구축할 수 있다. 그리고 스킬의 의미를 정의하고, 직무와 과업 및 역량 사이의 관계를 설정하며, 그 관계가 조직의 실제 업무에서 무엇을 의미하는지 해석하는 작업은 기술만으로 완성되기 어렵다. 스킬 온톨로지는 AI가 자동으로 만들어 주는 데이터 구조가 아니라, HR 전문가가 축적해 온 지식과 경험을 관계 구조로 전환한 결과물이어야 한다. 따라서 성공적인 스킬 온톨로지 구축을 위해서는 AI 및 데이터 기술에 대한 이해와 함께 HR 제도와 업무에 대한 깊은 전문성, 조직의 상황을 해석하는 통찰, 그리고 HR 개념들 사이의 관계를 일관성 있게 규정하는 HR 전문가의 판단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성공적인 스킬 온톨로지 구축을 위해서는 AI 및 데이터 기술에 대한높은 이해도와 함께 HR 제도와 업무에 대한 깊은 전문성,조직의 상황을 해석하는 통찰, 그리고 HR 개념들 사이의 관계를일관성 있게 규정하는 HR 전문가의 판단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박용호 교수인천대학교 창의인재개발학과 교수. 삼성생명에서 HRD를 경험했고, 고려대학교에서 학사·석사를, 펜실베니아 주립대에서 HRD 박사를 취득했으며, 인천대학교 학생취업처장을 역임했고, 한국인력개발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경력개발과 일분석에 관한 주제를 강의하고 연구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역량, 할 수 있게 하는 힘』, 역서로는 『HRD 관점에서 본 경력개발』 등이 있다.
-
[박정환 리테일 HR BP] 학습 민첩성 다시 보기
우리 조직은 교육을 참 많이 한다. 신입 온보딩, 이러닝, 세일즈 스킬 교육, 리더십 워크숍 및 개발 과정까지 캘린더는 늘 빼곡하다. 그런데 막상 새로운 시장 상황, 낯선 문제 앞에 서면 조직은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반응을 보이곤 한다. 왜일까? 답은 ‘얼마나 가르쳤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익혔는가’에 있다고 생각한다. 관련해서 이 글은 학습 민첩성(Learning Agility)이라는 개념을 통해, 조직이 놓치고 있는 ‘익힘’의 자리를 짚어보고자 한다.HR/HRD스탭들과 학습의 상관성은?HRD의 본질은 강의를 기획하고 운영하는 일이 아니다. 바로 조직 안에서 ‘학습이 실제로 일어나게 만드는 일’이다. 이 관점에서 보면 HRD가 궁극적으로 책임져야 할 결과 지표는 교육 이수율이나 만족도 점수가 아니라, 구성원 개개인의 학습 민첩성일 것이다. 얼마나 많은 과정을 이수했는지가 아니라, 그 학습이 낯선 업무 상황 앞에서 실제로 작동하는지가 HRD 활동의 진짜 성적표라는 뜻이다.---학습 민첩성이 왜 조직에서 강조되고 있을까?리테일 산업은 변화의 속도가 유독 빠르다. 고객의 기대는 계절마다 바뀌고, 신규 매장은 예정보다 빨리 열리며, 조직 구조는 사업 확장에 맞춰 자주 재편된다. 이런 환경에선 ‘한 번 배운 방식’이 오래가지 않는다. 매뉴얼로 정리된 지식보다, 처음 마주하는 상황에서도 배운 것을 옮겨 쓸 줄 아는 힘이 조직의 생존 역량이 되는 것이다. 이는 학습 민첩성이 최근 몇 년 사이 국내외 HRD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언급되는 이유일 것이다.학습 민첩성을 구체적으로 어떤 개념으로 바라봐야 할까?많은 조직이 학습 민첩성을 ‘빨리, 많이 배우는 능력’으로 오해하곤 한다. 하지만 이 개념을 처음 제시한 롬바르도와 아이칭거(Lombardo & Eichinger)의 정의는 다르다. 이들은 학습 민첩성을 경험으로부터 배우려는 의지와 능력을 갖추고, 그렇게 학습한 것을 처음 마주하거나 낯선 상황에서도 성공적으로 적용해내는 힘이라고 정의한다. 핵심은 ‘습득 속도’가 아니라 ‘전이轉移’, 즉 낯선 상황으로 옮겨 쓰는 힘이라는 것이다.이 지점에서 한자를 다시 들여다볼 필요가 있겠다. ‘학습學習’이라는 단어는 ‘배울 학學’과 ‘익힐 습習’이 합쳐진 말이다. 習자는 원래 어린 새가 날갯짓을 반복하며 스스로 나는 법을 익히는 모습을 형상화한 글자로 알려져 있다. 논어論語의 첫 구절인 ‘학이시습지學而時習之’도 배움과 반복된 실행을 나란히 놓으며, 배움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즉, 學은 지식과 정보를 습득하는 과정이고, 習은 낯선 상황에서 반복적으로 시도하며 몸에 익히는 과정인 것이다. 그리고 학습 민첩성의 학술적 정의가 말하는 ‘전이’는 정확히 習의 영역에서 완성된다. 한국의 기업 교육이 학습 민첩성을 좀처럼 끌어올리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강의, 워크숍, 이러닝은 모두 學에 속합니다. 반면 習, 즉 실제 업무 상황에서 반복적으로 시도하고, 실패하고, 다시 시도해보는 구조는 조직적으로 설계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조직 구성원의 학습 민첩성을 높이면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習이 잘 설계된 조직은 신규 매장 오픈, 새로운 역할 부여, 예상치 못한 고객 이슈 같은 낯선 상황 앞에서 시행착오의 총량 자체가 줄어든다. 구성원이 처음 겪는 상황에서도 과거 경험을 재구성해 적용할 줄 알기 때문이다. 이는 곧 조직의 변화 대응 속도로 이어진다. 반대로 學만 쌓인 조직은 지식은 풍부하지만, 그 지식이 실전에서 활성화되지 않는 이른바 ‘박제된 학습’에 머무르게 된다.학습 민첩성 향상을 위해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교육/HRD활동이 필요할까?習을 조직적으로 설계한 두 가지 사례를 소개해 본다. 하나는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에서 운영했던 피플 매니저 개발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에선 역량 진단 센터(Assessment Center)를 통해 대상자를 선정한 뒤, 세 차례의 리더십 교육(이벤트) 사이사이 참가자가 자신의 부서에서 직접 해결하고 싶은 문제를 정의하고 실행하는 비즈니스 과제(Business Assignment)를 부여했다. 여기에 시니어 리더의 상시적인 멘토링이 더해지면서, 참가자는 이벤트에서 배운 내용을 실제 업무 문제에 적용해보고 그 과정에서 피드백을 받는 반복 구조를 경험했다. 결과를 살펴보면 참가자들의 피플 매니지먼트 역량은 눈에 띄게 빠른 속도로 향상되었다.다른 하나는 글로벌 가구·리빙 기업에서 국내 사업 확장에 맞춰 한국인 시니어 리더를 양성하기 위해 운영한 리더십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에선 참가자를 그룹 단위로 묶은 뒤 모두가 동일한 주제인 ‘더 나은 고객 경험(Better Customer Experience)’을 놓고 각자의 그룹과 그들의 부서에서 실행 과제를 수행하도록 했고, 8개월에 걸쳐 8주에 한 번씩 모이게 하며 중간발표와 리더십 교육을 병행했다. 프로세스를 보면 확인할 수 있듯 짧은 특강 몇 회로 끝나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8개월이라는 긴 호흡으로 반복 실행의 기회를 설계했다는 점이 특징이다.소개한 두 조직은 문화도, 프로그램을 만든 목적(피플 매니저 육성 vs 확장기 인재 양성)도 서로 달랐다. 그러나 공통점이 있었다. 바로 교육을 이벤트로 끝내지 않고, 교육과 교육 사이에 실제 업무 문제를 부여했고, 반복해서 시도할 수 있는 구조와 곁에서 봐주는 사람을 함께 설계했다는 점이다. 이렇게 학습 민첩성이 높은 조직은 더 많이 가르치는 조직이 아니라, 學과 習 사이에 실행의 구조를 의도적으로 심어 넣은 조직이다.학습 민첩성 향상을 해냈을 때 HR/HRD부서의 위상은 어떻게 변화할까?習을 설계하는 일은 강의 커리큘럼을 짜는 일보다 훨씬 복잡하다. 현업 부서의 실제 과제를 파악해야 하고, 멘토를 발굴하고 붙여야 하며, 몇 달에 걸친 실행을 끈질기게 지켜봐야 한다. 이 과정을 감당해낼 때 HRD는 비로소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부서에서, 조직의 실행력과 적응력을 함께 설계하는 파트너로 위상이 바뀔 수 있다. 그런 만큼 學을 넘어 習까지 책임지겠다는 결심, 이것이야말로 학습 민첩성 시대에 HRD가 답해야 할 질문이 될 것이라 믿는다."학습 민첩성이 높은 조직은 더 많이 가르치는 조직이 아니라,學과 習 사이에 실행의 구조를 의도적으로 심어 넣은 조직이다."박정환 파트너제조업, 건설업, 스타트업 등 다양한 산업에서 HR 업무를 맡아왔고 특히, 리테일 업계에서 오랜 경력을 가지고 있다. 업무 방향성 측면에선 사람에 대한 탐구, 사람의 성장에 관한 연구, 리더십 개발과 조직문화 조성을 중심으로 현장 경험을 쌓아가고 있다.
-
[송지은 박사/서강대학교 교육대학원 대우교수] 오래가는 리더의 조건
좋은 리더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이 질문은 오래전부터 리더십 연구의 중심에 있었다. 그래서 연구자들은 뛰어난 리더들의 공통된 특성을 찾고 그들의 행동을 분석했으며, 조직은 더 좋은 리더를 만들기 위해 수많은 교육과 경험을 설계해 왔다. 그런데 리더의 역할을 경험할수록 필자는 조금 다른 질문을 하게 됐다. “좋은 리더는 어떻게 오래 남을 수 있을까?”라는.높은 자리에 오르는 것도 어렵지만, 그 자리를 오래 지키는 것은 더 어렵다. 성과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변화, 실패, 상실을 지나면서도 자신의 중심을 잃지 않는 것은 더욱 어렵다. 『린 인(Lean In)』의 저자이자 Meta의 COO였던 셰릴 샌드버그는 한때 전 세계에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라.”는 메시지를 전했고, 인생에서 가장 큰 상실을 경험한 뒤엔 『옵션 B(Option B)』를 통해 다시 살아가는 용기를 이야기했다. 필자는 두 권의 책이 서로 다른 이야기가 아니라, 리더십의 전반전과 후반전을 보여주는 하나의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연장선에서 필자는 셰릴 샌드버그의 삶을 통해 오래가는 리더의 조건을 살펴보고자 한다.---강한 리더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누가 생각나시나요?이 질문을 듣는 많은 사람은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미란다 프리슬리를 떠올린다. 완벽을 추구하고, 누구보다 뛰어난 성과를 만들어 내지만 차갑고 쉽게 다가가기 어려운 리더. 우리는 오랫동안 이런 모습에 ‘강한 리더십’이라는 이미지를 덧씌워 왔다.하지만 현실에는 조금 다른 모습의 리더도 있다. 사람을 성장시키고, 조직 안에서 신뢰를 만들며, 자신의 성공을 넘어 더 많은 사람이 기회를 얻도록 길을 넓히는 리더다.필자에게 그런 리더를 떠올리게 하는 사람이 바로 셰릴 샌드버그다.셰릴 샌드버그는 미국 재무부를 거쳐 Google에서 온라인 광고 사업의 성장을 이끌었고, 이후 Facebook(현 Meta)의 COO로 합류해 회사의 폭발적인 성장을 구성원들과 함께 만들어 냈다. 그녀는 창업자가 아닌 전문경영인으로서 세계적인 IT 기업의 성장과 조직 운영을 이끌며, 실리콘밸리를 대표하는 리더로 자리매김했다.그녀를 전 세계에 가장 널리 알린 것은 2013년에 출간한 저서 『린 인(Lean In)』이었다. 이 책에서 셰릴 샌드버그는 스스로를 과소평가하지 말고 기회 앞에서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라고 이야기한다. 특히, 회의실 가장자리에 머무르기보다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테이블에 앉고, 완벽하게 준비될 때까지 기다리기보다 도전하라는 메시지는 많은 사람에게 용기를 주었다.필자 역시 20대와 30대에는 『린 인』으로부터 큰 영향을 받았다. 더 어려운 프로젝트를 맡아보려고, 새로운 역할에 도전하려고, 익숙한 자리보다 성장할 수 있는 선택을 하려고 했다. 돌이켜보면 ‘앞으로 나아가는 용기’를 믿으며 커리어를 만들어 왔다.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필자는 셰릴 샌드버그를 조금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됐다.시선 변화의 계기는 『린 인』이 아니라, 그녀의 삶에 찾아온 예상하지 못한 상실이었다. 2015년에 셰릴 샌드버그의 남편이자 SurveyMonkey의 CEO였던 데이브 골드버그(Dave Goldberg)가 가족 여행 중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당시 셰릴 샌드버그는 Facebook COO로 커리어의 정점에 있었고, 『린 인』은 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였다. 하지만 커리어의 성공이 삶의 상실을 막아주지는 못했다.그녀는 이후 조직심리학자 애덤 그랜트와 함께 『옵션 B(Option B)』를 집필한다. 많은 사람이 셰릴 샌드버그를 『린 인』의 저자로 기억하지만, 필자는 오히려 『옵션 B』를 통해 그녀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됐다.『옵션 B』는 상실을 극복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다. 이 책은 계획했던 삶이 무너졌을 때, 우리는 어떻게 다시 살아갈 수 있는가를 담담하게 이야기한다.책에는 ‘빈 의자(empty chair)’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예전에는 남편이 함께했던 식탁, 가족사진, 아이들의 학교 행사에서 그녀는 이제 빈자리를 마주해야 했다. 그녀는 상실이 특별한 순간이 아니라, 평범한 일상 속에서 반복해서 찾아왔다고 고백한다. 이 대목을 읽으며 필자는 처음으로 셰릴 샌드버그를 ‘성공한 리더’가 아니라, ‘상실을 견디며 다시 삶을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 바라보게 됐다."리더십은 앞으로 나아가는 용기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리더십은 예상하지 못한 삶을 받아들이고, 다시 일어서며,다시 사람들과 연결되는 과정까지 포함할 때비로소 완성되는 것인지도 모른다."아울러 필자는 어떻게 더 높이 올라갈 것인가보다, ‘어떻게 더 오래 걸어갈 것인가’에 관해, 어떻게 더 큰 성과를 만들 것인가보다, ‘변화와 실패, 예상하지 못한 삶의 순간들 속에서도 어떻게 자신의 중심을 잃지 않을 것인가’에 관해 더 많이 생각해보게 됐다.리더십은 앞으로 나아가는 용기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리더십은 예상하지 못한 삶을 받아들이고, 다시 일어서며, 다시 사람들과 연결되는 과정까지 포함할 때 비로소 완성되는 것인지도 모른다.이런 생각은 필자를 또 하나의 질문으로 이끌었다. “리더십에도 ‘해피엔딩 이후’가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질문 말이다.우리는 인생을 하나의 이야기처럼 생각하고 좋은 대학에 가고, 원하는 회사에 입사하고, 승진하고, 원하는 목표를 이루면 행복이 시작될 것이라고 믿는다. 영화도 비슷하다. 주인공이 꿈을 이루거나 사랑을 이루는 순간 이야기는 끝이 난다. 우리는 그것을 ‘해피엔딩’이라고 부른다.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취업은 직장생활의 시작이고, 승진은 리더십의 시작이다. 조직을 변화시키는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치는 것도 끝이 아니라, 그 변화를 조직에 정착시키는 또 다른 시작이다.성공은 언제나 새로운 책임과 새로운 질문을 함께 가져온다. 어쩌면 많은 사람이 놓치는 것도 바로 이 지점인지 모른다. 우리는 어떻게 성공할 것인가는 자주 이야기하지만, 성공 이후의 삶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는 상대적으로 덜 이야기한다. 어떻게 리더가 될 것인가는 배우지만, 오랫동안 좋은 리더로 남는 방법은 쉽게 배우지 못한다.셰릴 샌드버그의 이야기가 특별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녀는 『린 인』에서 앞으로 나아갈 용기를 이야기했고, 『옵션 B』에서는 다시 살아갈 용기를 이야기했다. 하나는 도전의 언어였고, 다른 하나는 회복의 언어였다.돌이켜보면 리더의 삶도 크게 다르지 않다. 조직에서 리더는 늘 답을 알고 있는 사람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누구보다 많은 불확실성과 마주한다. 성과를 만들어야 하고, 갈등을 조율해야 하며, 때로는 자신의 실패와 상실을 감당하면서도 팀을 앞으로 이끌어야 한다.그래서 좋은 리더는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흔들림 속에서도 다시 중심을 찾는 사람인지도 모른다. HR의 관점에서 리더십을 바라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우리는 뛰어난 리더를 선발하는 일만큼이나, 리더가 오랫동안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을 고민해야 한다. 성과를 만드는 역량뿐 아니라 회복탄력성, 심리적 안전감, 서로를 지지하는 조직문화 역시 리더십을 지속시키는 중요한 기반이기 때문이다.생성형 AI가 빠르게 확산되는 지금도 이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기술은 업무를 더 효율적으로 수행하게끔 도와줄 수 있지만, 사람의 불안과 상실, 관계와 신뢰를 대신 해결해 주지는 못한다. 오히려 변화가 커질수록 사람을 이해하고 함께 성장하도록 돕는 리더십의 중요성은 더 커질 것이다.예전의 필자는 셰릴 샌드버그를 ‘성공한 리더’로 기억했다. 하지만 지금의 필자는 그녀를 ‘오래가는 리더’로 기억한다. 『린 인』은 앞으로 나아가는 용기를 알려줬고, 『옵션 B』는 멈춰 선 자리에서 다시 걸어가는 용기를 알려줬기 때문이다.리더십에도 전반전과 후반전이 있는 것 같다. 전반전이 더 높은 목표를 향해 도전하는 시간이라면, 후반전은 예상하지 못한 삶 속에서도 자신의 중심을 잃지 않고 계속 걸어가는 시간이다.그리고 오래가는 리더란 가장 강한 사람이 아니라, 앞으로 나아갈 용기와 다시 살아갈 용기를 모두 품은 사람인지도 모르겠다."리더십 전반전이 높은 목표를 향해 도전하는 시간이라면,리더십 후반전은 예상하지 못했던 삶과 일이 펼쳐지는 가운데서도자신의 중심을 잃지 않고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는 시간이다."송지은 박사조직의 성장과 변화를 설계하는 조직개발(OD) 전문가. 교육학 박사이며 기업과 대학에서 HRD를 실천하고 가르치고 있고, 조직문화, 리더십, 변화관리와 People Analytics를 중심으로 사람과 조직의 성장을 지원하고 있다.
-
[정병익 앤더스 컨설팅 코리아 파트너] AI 시대의 문제해결
글 싣는 순서1. AI 시대, 당신의 문제해결 방식은 업데이트되었습니까?2. 왜 우리는 문제를 풀기 전에 이미 틀리는가?3. 하이브리드 씽킹: 로지컬 씽킹과 디자인 씽킹을 언제, 어떻게 결합할 것인가4. AI 시대, 승률을 높이는 하이브리드 문제해결 패턴5. 생각에도 기어가 있다: 사고를 전환하는 리더의 기술6. HRD는 어떻게 하이브리드 문제해결 역량을 키울 것인가AI가 보고서를 쓰고, 데이터를 분석하고, 전략 대안을 제시하는 시대가 됐다. 이제 단순히 많이 아는 사람이나 빠르게 분석하는 사람의 경쟁력은 점점 약해지고 있다. 문제는 AI가 인간을 대체하느냐가 아니다. 더 중요한 질문은 바로 ‘AI 시대에 인간은 어떤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하는가’다. 과거의 문제해결 방식은 정답이 있는 문제를 빠르게 푸는 데 강했다. 하지만 오늘날 조직이 마주하는 문제는 정답이 없는 경우가 많다. 곳곳에서 데이터는 넘쳐나지만 판단은 더 어려워지고, 분석은 충분한데 실행은 막힌다. 이제 필요한 것은 문제해결 스킬 추가가 아니라 ‘사고방식 업데이트’다.---요즘 기업 강의와 워크숍 현장에서 가장 자주 듣는 질문은 “이제 AI가 웬만한 분석은 다 해주는데, 사람은 무엇을 더 잘해야 합니까?”이다. 이 질문은 단순한 기술 활용 문제가 아니다. 일하는 방식, 배우는 방식, 문제를 정의하는 방식 전체가 바뀌고 있다는 신호다.과거 조직에서 뛰어난 인재는 대체로 정보를 많이 알고, 논리적으로 분석하며, 빠르게 답을 내는 사람이었다. 시장 규모를 계산하고, 경쟁사를 비교하고, 비용 구조를 뜯어보고, 최적의 대안을 제시하는 능력이 중요했다. 산업화 시대의 문제는 대개 이런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 공정을 개선하고, 불량률을 낮추고, 재고를 줄이고, 매출을 예측하는 문제들은 복잡해 보이지만 결국 정답에 가까운 해법이 존재했다. 충분한 데이터와 분석력이 있다면 더 나은 답을 찾을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 우리가 마주하는 문제는 성격이 다르다. 고객은 왜 이탈하는가. 젊은 구성원은 왜 조직에 몰입하지 못하는가. 신사업은 왜 보고서에선 그럴듯한데 시장에선 작동하지 않는가. 디지털 전환을 했는데 왜 현장의 일하는 방식은 바뀌지 않는가. 이런 문제들은 단순히 데이터를 더 모은다고 풀리지 않는다. 원인이 하나가 아니고, 이해관계자가 많으며, 시간이 지나면서 문제의 모습 자체가 바뀌기 때문이다.이 차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퍼즐’과 ‘미스터리’의 차이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퍼즐은 정답이 있는 문제다. 조각을 맞추면 그림이 완성된다. 필요한 것은 집중력과 분석력이다. 반면 미스터리는 정답이 처음부터 주어져 있지 않다. 단서를 모으고, 가설을 세우고, 사람들의 행동을 관찰하고, 상황에 맞춰 해석을 바꿔야 한다.산업화 시대의 많은 문제는 퍼즐에 가까웠다. 그러나 AI 시대, 플랫폼 경제, 세대 변화, 고객 경험, 조직문화와 관련된 문제는 점점 미스터리에 가까워지고 있다.그런데 많은 조직은 여전히 미스터리를 퍼즐처럼 풀려고 한다. 고객 경험 문제를 단순 만족도 점수로만 해석하고, 조직문화 문제를 제도 몇 개를 바꾸는 일로 축소한다. 신사업 실패의 원인을 시장 규모나 경쟁사 분석에서만 찾고, 실제 고객이 어떤 맥락에서 움직이는지는 충분히 들여다보지 않는다. 이때 조직은 열심히 일하지만 엉뚱한 곳을 판다. 분석은 많아지는데 통찰은 줄어들고, 회의는 길어지는데 결론은 약해진다.AI의 등장은 이 문제를 더 선명하게 만든다. AI는 계산과 분석에 강하다. 방대한 자료를 요약하고, 패턴을 찾고, 대안을 정리하며, 보고서의 초안을 빠르게 만들 수 있다. 앞으로 정답이 있는 문제, 규칙이 분명한 문제, 반복 가능한 문제에선 AI가 인간보다 더 빠르고 정확해질 것이다. 따라서 인간이 계속 같은 방식으로 경쟁하려 한다면 승산은 낮아진다.그렇다면 인간에게 남는 역할은 무엇인가. 필자는 그것을 ‘통합하는 능력’이라고 본다. AI는 데이터를 계산하지만, 인간은 맥락을 읽는다. AI는 패턴을 찾아내지만, 인간은 그 패턴이 왜 생겼는지 질문한다. AI는 답을 제시할 수 있지만, 인간은 그 답이 이 조직과 고객, 현장과 사회적 맥락에서 정말 작동할지 판단한다. 결국 AI 시대의 문제해결 역량은 더 많은 정보를 처리하는 능력이 아니라, ‘데이터와 사람, 논리와 공감, 분석과 실행을 연결하는 능력’으로 이동하고 있다.이 지점에서 기존 문제해결 교육의 한계가 드러난다. 많은 조직은 여전히 문제해결을 로직트리, 가설 설정, 데이터 분석, 실행계획 수립 순으로 가르친다. 이런 로지컬 씽킹은 여전히 중요하다. 문제를 구조화하고, 원인을 분해하고, 우선순위를 정하는 능력은 모든 비즈니스 문제해결의 기본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론 충분하지 않다. 사용자의 숨은 욕구, 현장의 감정, 조직 내 저항, 고객의 미묘한 불편함은 표준화된 분석표 안에 쉽게 들어오지 않기 때문이다.반대로 디자인 씽킹만 강조하는 것도 위험하다. 공감하고, 관찰하고, 아이디어를 확장하는 능력은 정답 없는 문제를 다룰 때 강력하다. 하지만 공감이 전략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아이디어가 수익성과 실행 체계로 이어지지 못하면 혁신은 워크숍 안에서만 끝난다. 고객을 잘 이해했지만 사업 모델이 약하거나, 멋진 아이디어는 나왔지만 조직의 자원과 프로세스가 따라오지 못하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위워크(wework)는 이 위험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위워크는 단순한 공유 오피스가 아니라 커뮤니티와 소속감을 파는 회사로 자신을 정의했다. 사람들은 책상 하나가 아니라 새로운 일하는 방식, 자유로운 분위기, 창업가적 정체성에 끌렸다. 여기까지는 훌륭한 디자인 씽킹이었다. 고객의 감정과 욕망을 읽었고, 공간을 하나의 경험으로 재해석했다. 문제는 그 이후였다. 빠른 확장과 강한 브랜드 서사는 있었지만, 장기 임대와 단기 수익 사이의 리스크 구조, 경기 변동을 견딜 수 있는 재무 모델, 지속 가능한 운영 시스템이 충분히 따라오지 못했다. 공감과 스토리는 강했지만, 그것을 지탱할 차가운 논리와 구조가 약했던 것이다. 하이브리드 씽킹이 작동하지 않으면 혁신은 때로 매력적인 이야기로 출발해 위험한 착각으로 끝난다.반대로 애플 워치는 하이브리드 씽킹이 어떻게 작동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애플 워치는 단순한 웨어러블 기기가 아니다. 손목 위에 센서를 붙인 제품도 아니다. 애플은 건강 데이터를 수집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그 데이터가 사용자에게 의미 있는 신호가 되고, 행동을 바꾸고, 실제 건강 관리 경험으로 이어지도록 설계했다. 먼저 심박, 움직임, 수면, 이상 징후 같은 데이터를 읽어내는 기술적 분석이 필요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사용자가 건강 알림을 받았을 때 불안해하지 않도록 메시지와 UX를 조정해야 했고, 어떤 알림이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는지 반복적으로 검증해야 했다. 데이터로 시작했지만, 경험으로 검증하고, 다시 시스템을 조정한 것이다. 이것이 바로 분석과 공감, 기술과 경험, 제품과 서비스가 결합된 문제해결 방식이다.그래서 AI 시대의 문제해결에는 새로운 사고방식이 필요하다. 로지컬 씽킹과 디자인 씽킹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의 성격에 따라 두 사고방식을 오가야 한다. 어떤 순간에는 차갑게 분석해야 하고, 어떤 순간에는 깊이 공감해야 한다. 어떤 단계에선 데이터를 통해 원인을 좁혀야 하고, 어떤 단계에선 현장을 관찰하며 전혀 다른 질문을 던져야 한다. 어떤 때는 아이디어를 넓혀야 하지만, 마지막에는 냉정하게 선택하고 실행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이것이 필자가 말하는 ‘하이브리드 씽킹’이다. 하이브리드 씽킹은 로지컬 씽킹과 디자인 씽킹을 반반 섞는 것이 아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사고의 기어를 바꾸는 능력이다. 문제의 유형과 단계에 따라 분석의 기어를 넣을지, 공감의 기어를 넣을지, 전략의 기어를 넣을지, 실행의 기어를 넣을지 판단하는 것이다.예를 들어 매출이 하락했다면 먼저 로지컬 씽킹이 필요하다. 어느 제품, 어느 고객군, 어느 채널에서 문제가 발생했는지 구조적으로 쪼개야 한다. 그러나 숫자만으로는 고객이 왜 떠났는지 알 수 없다. 이때는 디자인 씽킹의 방식으로 고객을 관찰하고 인터뷰해야 한다. 이후 다시 로지컬 씽킹으로 해결 대안의 수익성, 실행 가능성, 우선순위를 검토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하는지 실험하고 조정해야 한다. 이처럼 현실의 문제는 대개 한 가지 사고법만으로 풀리지 않는다.HRD 관점에서 이 변화는 매우 중요하다. 앞으로의 문제해결 교육은 단순히 프레임워크를 가르치는 데 멈춰서는 안 된다. 지금까지 많은 기업 교육은 로직트리 작성법, MECE, 가설 수립, 데이터 분석, 보고서 작성법처럼 문제를 구조화하는 기술에 집중해왔다. 물론 이런 역량은 여전히 필요하다. 그러나 AI가 기본적인 분석과 정리를 빠르게 수행하는 시대에는 이것만으로 차별화되기 어렵다.이제 기업 교육은 구성원들이 ‘어떤 도구를 쓸 것인가’보다 ‘지금 이 문제가 어떤 성격인가’를 먼저 판단하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정답이 있는 문제인지, 정답이 없는 문제인지, 분석이 먼저 필요한지, 관찰이 먼저 필요한지, 전략적 선택이 부족한지, 실행 설계가 부족한지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문제를 잘못 분류하면 아무리 뛰어난 도구를 써도 성과로 이어지기 어렵다.따라서 HRD는 문제해결 교육을 세 가지 방향으로 업데이트해야 한다. 첫째, 구성원에게 로지컬 씽킹과 디자인 씽킹을 따로 가르치는 데서 나아가 두 사고방식을 언제 전환해야 하는지 훈련시켜야 한다. 둘째, 교육의 결과물을 단순 발표나 보고서가 아니라 실제 현장 실험과 피드백으로 연결해야 한다. 셋째, 리더들이 구성원의 사고 전환을 허용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분석하던 사람이 고객을 만나고, 기획하던 사람이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현장의 목소리가 전략 회의로 들어올 때 조직의 문제해결력은 비로소 강해진다.AI 시대에는 지식의 양보다 사고의 전환 능력이 중요해진다. AI가 더 많은 답을 제공할수록, 인간은 더 좋은 질문을 던져야 한다. AI가 더 빠르게 분석할수록, 인간은 무엇을 분석해야 하는지 정해야 한다. AI가 더 그럴듯한 보고서를 만들수록, 인간은 그 보고서가 현실에서 작동할지 판단해야 한다.결국 AI 시대의 핵심 질문은 “AI를 얼마나 잘 쓰는가?”에 그치지 않는다. 더 본질적인 질문은 이것이다. “우리는 문제를 제대로 보고 있는가?”, “우리는 지금 이 문제에 맞는 사고방식을 쓰고 있는가?”, “우리 조직의 문제해결 교육은 과거의 퍼즐 시대에 머물러 있지 않은가?”탁월한 문제해결은 더 빠른 답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올바른 문제 인식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이제 그 문제 인식의 방식은 업데이트되어야 한다. AI가 계산하는 시대, 인간은 통합해야 한다. AI가 답을 만드는 시대, 인간은 질문을 설계해야 한다. 이것이 AI 시대에 우리가 다시 배워야 할 문제해결의 출발점이다.정병익 파트너앤더슨 컨설팅 코리아에서 교육·공공 부문을 이끌고 있고, IE Business School 겸임교수와 aSSIST 겸임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 LG전자, 삼정 KPMG를 거쳤으며, SolBridge 교수 및 전략기획실장, 동명대학교 국제대학 학장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하이브리드 씽킹』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