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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33주년 기념|월간HRD HISTORY]
1990년 7월에 창간된 『월간산업교육』은 이론, 이슈, 사례 등을 포괄하며 대한민국에 ‘HRD’를 널리 알려왔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대한민국은 HRD 불모지에서 벗어나기 시작했고, 그에 맞춰 매거진도 2004년 1월호부터 『월간HRD』로 제호를 바꾸며 더욱 전문적이고 종합적인 시선에서 기사를 보도해왔다. 지금까지 『월간HRD』가 대한민국 HRDer들의 사랑과 신뢰를 받는 비결이다. 새로운 미래를 향한 동력 중 하나는 교훈과 지혜가 담겨있는 역사다. 그런 만큼 창간 33주년을 맞아 대한민국 HRD의 산증인인 『월간HRD』의 발자취를 정리해봤다.폭넓은 전문성으로 초석 마련1990년대 당시 『월간산업교육』은 대한민국이 HRD 불모지에서 벗어나도록 국내 산업교육기관과 연수원 현황을 진단하는 것에 더해 멀게는 미국과 유럽, 가깝게는 일본의 HRD 이론, 이슈, 사례 등을 취재해서 소개했다. 이때 많은 국내 기업이 사내대학, 리더십 교육, OJT, 글로벌 역량 강화, HRD 담당자 역할 정립, 전략적 HRD 로드맵 구축, 통신교육 등에서 우수성을 높일 수 있었다. 시간이 흘러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에는 IMF로 인해 비용과 효율 중심 경영혁신이 일어나기 시작했고, HRD도 성과평가, 이러닝, OJT, 팀 중심 학습 등의 정교화 작업에 집중했다. 이때 『월간산업교육』는 지식기반사회를 내다보며 HRD에 평생교육을 접목시켜 지속적 역량개발이 기업과 사람의 경쟁력임을 알리는 일에도 심혈을 기울였다.변화하는 일터에 전략적으로 대응‘위기는 기회’라는 말처럼 IMF를 극복한 대한민국 기업들은 경제적 안정기를 맞았다. 그러나 IMF를 통해 인재의 성과와 경영을 더욱 전략적으로 지원해야 함을 깨달은 『월간산업교육』은 계속해서 국내 기업들의 HRD 현황을 더욱 면밀하게 분석했다. 일터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역량을 중심으로 일과 학습이 연계돼야 하며, 그 과정을 HRD 담당자들이 맞춤형으로 설계해야 하기 때문이다. 2000년대는 초중반의 ‘주5일 근무제’와 후반의 HRD 부서의 ‘컨설팅 역량’으로 구분할 수 있다. 대한민국 직장인들은 주말을 즐기는 삶을 맞이하게 됐고, 나아가 저녁이 있는 나날을 갈구하고 있었다. 그에 따라 기업은 일과 삶의 균형, 퇴직, 전직, 건강, 윤리경영, 교양 등을 담아낸 교육을 주문했다. HRD 부서의 활동에 인문학적 요소가 가미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테크놀로지가 점점 발달하며 비즈니스는 물론 이러닝과 블렌디드 러닝, 모바일 러닝 등이 발전하는 속도 역시 빨라졌다. 따라서 HRD 부서에 데이터 기반 컨설팅 역량을 주문하는 움직임이 일었다. 이 즈음해서 『월간산업교육』은 2004년을 시작하면서 『월간HRD』로 제호를 바꿨고 경영진의 방향성에 맞는 조직문화 혁신과 인재육성 전략 제시, 산학협력을 통한 조직개발, 인재들의 생산성 평가 및 개선, 글로벌 인재들의 역량 진단과 시사점 도출 등 HRD 본연의 역할을 더욱 심층적으로 다루기 시작했다. 2010년대로 들어서면서는 인재들이 오래 머무는 회사를 일컫는 ‘Great Work Place’를 위한 기업들의 노력이 거세졌다. 그에 따라 코칭, 멘토링, 각종 조직문화 개선 활동 등이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월간HRD』는 이런 동향도 놓치지 않고 잠재력 개발과 직장생활의 건강성을 두루 높이는 내용들을 보도했다.변화의 중심이자 주체는 결국 사람2010년에 스마트폰이 개발된 이후 일과 학습 패러다임이 급변하기 시작했다. 세상의 수많은 지식과 정보를 획득해서 활용하는 속도가 너무나도 빨라졌기 때문이다. 그 결과 4차 산업혁명 혹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으로 표현되는 테크놀로지 기반 초연결·초융합 시대가 펼쳐졌고 창의력, 문제해결능력, 협업능력, 소통능력을 포괄하는 ‘4C’가 강조되기 시작했다. 그간 사람이 해왔던 일들을 점차 기계가 대체하기 시작하면서 기업들이 ‘사람다움’에 주목하기 시작한 것이다. 『월간HRD』 역시 소프트 스킬과 휴먼웨어를 길러주는 다양한 교육훈련 이론, 전략, 사례, 정보 등을 수집·취재해서 보도했다. 한편, 너무나 빠른 변화로 인해 치열해진 경쟁에 지친 직장인들은 워라밸을 향한 열망을 더욱 강하게 드러내기 시작했다. 행복과 힐링이 각계에서 키워드가 된 이유다. 그래서 심리학과 뇌과학이 조명을 받았고 『월간HRD』는 몰입을 다뤘다. 마침 주 52시간 근무제가 2018년에 시행되며 기업 내 교육훈련을 위한 공간, 시간, 인프라 등에서 제약이 걸렸기 때문이다. 그에 맞춰 에듀테크를 활용해서 온·오프라인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하이브리드 러닝, 일터에서 맞춤형 학습이 이뤄지는 워크플로우 러닝, 자기주도학습 등을 구현하는 움직임이 강해졌다. 이는 2020년에 대면 접촉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든 코로나19 팬데믹이 성행했을 때 위기의식을 느낀 HRD 관계자들의 노력으로 더욱 활성화됐다. 여기에 더해 올해는 생성형 AI ‘챗GPT’가 출현했다. 이런 상황에서 『월간HRD』는 각종 변화를 일으키는 것도, 그 변화에 대응해야 하는 것도 결국 사람이라는 본질을 주시하며 디지털·AI시대, 인재의 조건과 HRD의 방향을 고민하며 전문성과 사명감이 깃든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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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범 총장] 대학의 평생교육플랫폼 전환 선도
‘인류와 미래 사회를 위한 담대한 도전.’올해 1월 임기를 시작한 유지범 성균관대학교 22대 총장이 제시한 비전이다. 단기적 평가나 정량적 지표에 크게 얽매이지 않고, 넓게 멀리 보며 존경받는 대학으로 거듭나기 위한 역할과 방향을 정립하겠다는 각오다.아울러 유 총장은 누구나 쉽게 교육 콘텐츠를 접할 수 있는 ‘평생교육플랫폼’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디지털 대전환에 발맞춰 대학에 축적된 지식을 나누며 글로벌·지역사회에 이바지하겠다는 포부다. 관련해서 유 총장은 인재교육원을 중심으로 성균관대학교의 HRD 활동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으며, 무엇을 지향하고 있는지 설명했다.---성균관대학교 HRD 활동의 성과와 올해 현안이 궁금하다.꾸준히 양질의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개설해서 대학교 직원들의 전문성을 계발해왔다. 이런 노력은 2006년부터 2021년까지 6회 연속 교육부와 인사혁신처에서 선정하는 Best HRD 공공부문 인증 취득이라는 결실로 이어졌다. 올해는 소통, 공감, 성장 기반 Professional 행정인력 양성이 목표이며 직무, 글로벌 역량, AI와 빅데이터 분석 등을 포괄하는 전문적인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사례를 중심으로 말씀드리면 1년차 수습직원에게 직무멘토와 비전멘토를 배정해서 조직적응과 소통을 돕는다. 6개월 뒤엔 Retention 프로그램을 통해 현업과 디지털 관련 교육을 제공하고, 1년 후엔 수습기간 중 느꼈던 현업 이슈에 대한 프로젝트를 발표하게 한다. 2년 후에는 동기들끼리 단합하는 워크숍을 개최하며 교육행정을 이끌 젊은 인재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글로벌 역량 측면에선 사내 외국어회화반이나 전화/화상 외국어 학습과 같이 어학능력을 높이는 교육이 있고, 미국대학 파견근무나 해외 CS 우수기업 벤치마킹 등을 통해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행정능력을 키우는 프로그램이 있다. 최근에는 젊은 직원이 멘토가 되어 부서장을 멘토링하는 리버스 멘토링을 도입했고, 세대를 아우르는 조직통합 차원에서 행정부문 ‘주니어보드’를 신설했다.대학의 평생교육 활성화를 위한 공헌도 강조하셨다.인구절벽이 현실로 자리했다. 학령인구감소만 봐도 분명하다. 그리고 저성장이 계속되고 있고, 테크놀로지 측면에선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도 출현했다. 그야말로 사회와 세계가 급변하고 있다. 대학교 졸업장이 직장을 보장하던 시대는 오래전에 저물었다. 따라서 적시에 적절한 reskill(재교육)과 upskill(향상교육)이 필수다. 이때 대학은 누구나 쉽게 교육 콘텐츠를 접할 수 있도록 하고, 그로써 지식나눔을 실천하며 글로벌·지역사회에 이바지하는 ‘평생교육플랫폼’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성균관대학교 HRD의 중심은 인재교육원이라고 들었다.인재교육원(SKKUx, 원장 이정환)은 대학 내 비학위 공개강좌 기획, 개발, 운영을 총괄하는 기관이며 성균관대학교의 혁신 DNA를 교내외에 공유·확산해서 기업과 국가 역량개발에 기여하겠다는 목표로 2018년 설립됐다. 인재교육원은 현재 기업을 대상으로 AI, 바이오, 창업 등 신산업 분야에서 맞춤형 전문교육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작년에는 삼성전자, 삼성SDS, LG전자, NH농협, 신세계푸드, CJ, 한국수력원자력 등 민간부문과 공공부문을 넘나들며 22개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성과를 창출하는 대학의 HRD 플랫폼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성균관대학교 인재교육원의 차별점은 무엇인가.기업 재직자 대상 맞춤형 교육과정 개발과 HRD BPO(Business Process Outsourcing)운영에 특화되어 있다. 단기 교육프로그램뿐만 아니라 국내 유수 대기업의 직무교육과 사내대학을 공동으로 운영하는데, 성균관대학교의 우수한 전임교수진, 학사운영 노하우, 첨단 캠퍼스 인프라를 제공하는 만큼 고객사들과 교육생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 국내 주요 대학의 평생교육원이 학점운영제나 모집형 교양과정 등에 주력하고 있는 것과는 차별화된다. 특히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는 프로그램은 ‘킹고 디그리(Kingo Degree)’다. HRD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인 현업과의 연계성과 적용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디자인됐다. 단순한 이론학습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고객사들의 현업 이슈 해결을 목표로 한 캡스톤 프로젝트를 통해 교육과정의 실질적 아웃풋을 창출할 수 있도록 한다. 교육생들은 성균관대학교 전임교수진의 지도를 받고, 필요한 경우 대학원생 튜터들의 지원도 받으며 과제를 수행하게 된다.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경우 킹고 디그리가 온라인 배지로 수여된다.최근 인재교육원이 집중하고 있는 교육은 무엇인가.최근 AI와 딥러닝과 같이 최신 테크놀로지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관련해선 2018년부터 이미 국내 유수의 대기업과 금융사의 임직원을 대상으로 제조 AI 리더과정과 데이터사이언스 프로젝트과정을 운영 중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선정한 AI 대학원의 최우수 전임교수진과 석박사 연구조교의 밀착 지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들과의 풍부한 AI 분야 산학협력 경험, 현업 이슈 프로젝트 중심 커리큘럼을 갖추고 있는 만큼 교육생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 인재교육원에서 제공하는 AI 교육프로그램의 특징을 추가로 말씀드리면 고객사의 니즈와 산업군, 수강생의 직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맞춤형으로 설계하고 있다. 따라서 같은 AI 교육과정이라도 A사와 B사의 교육내용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또한, 개인 프로젝트 수행을 통해 최신 AI 기술을 현업에 적용할 수 있는 만큼 고객사들은 실제 아웃풋을 기대할 수 있다. 일반적인 지식을 습득하는 것에 그칠 수밖에 없는 양산형 온라인 교육콘텐츠와는 확실하게 차별화되는 강점이다. 한편 사회적 수요가 높은 분야의 B2C 과정도 개설하고 있다. 푸드테크와 글로벌 프랜차이즈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하는 G-FAEP과정, 유엔해비타트한국위원화와 공동개발한 ESG 아카데미, AI 시대 경영자의 의사결정과 경영 효율화 제고를 돕는 BFAI 과정 등이 대표적이다. 이상의 프로그램들은 성균관대학교 인재교육원 홈페이지(skkux.org)에서 확인할 수 있다.마지막으로 성균관대학교 HRD의 미래를 그려달라.인재교육원을 중심으로 ‘Global Leading Extension School’로 도약하고자 하며 이를 위해 네 가지 전략과제를 추진 중이다. 첫째, 대학 평생교육 신新 모델 창출이다. 위 영역에선 기업 맞춤형 전문교육 강화, 사내대학 위탁운영모델 확장, 국내외 전문교육 기관과의 제휴 확대에 집중할 계획이다. 둘째, 개방형 평생교육 플랫폼 구축을 통한 교육 인프라 시스템 고도화다. 셋째, 에듀테크 기반 명품 콘텐츠 확대다. 각계 조직의 키워드인 디지털 대전환을 비롯해서 AI, 바이오 등 새로운 산업에 대한 교육 수요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며 ESG와 같은 글로벌 이슈를 다루는 프로그램도 더욱 발전시킬 것이다. 넷째, 정부에서 추진하는 평생교육진흥계획과 연계해서 킹고 디그리의 확장성을 높이고자 한다. 단기적 성과나 이익보다는 대학의 사회적 역할과 책임을 고민하며 인류와 미래 사회를 위한 담대한 도전에 나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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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일 교수] 교육의 밝은 미래를 위한 반석을 세우다
“정련된 교육 프로그램의 가능성과 힘을 믿어야 하고, HRD뿐 아니라 또 다른 영역에서 전문성을 확보해야 합니다.”PC(Personal Computer) 탄생부터 챗GPT 출현까지 교육에 테크놀로지가 적용된 흐름과 모습을 지켜봐 왔고, HRD 담당자들과의 협업에도 집중했던 임철일 서울대학교 교육학과 교수의 제언이다. 그는 교육공학자로서의 과거, 현재, 미래를 아우르는 여정을 중심으로 ‘교수설계’가 HRD 담당자들에게 어떤 도움이 되며, 디지털 테크놀로지로 대변되는 ‘새로운 것’을 왜 계속해서 배우고 적용하고 활용해야 하는지 상세하게 짚어줬다.PC(Personal Computer)가 처음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 PC를 활용한 교육을 접했고, 통계 컴퓨터 프로그램 패키지 ‘SPSS’도 익혔던 임철일 교수는 교육행정이나 교육사회에 관심을 보였던 학생들과는 다른 길을 걷겠다는 마음을 먹게 됐다. 교육공학의 가능성을 봤기 때문이다. 이후 그는 박사학위 취득을 위한 유학길에 올랐다. 장소는 바로 미국 블루밍톤에 위치한 인디애나대학교 대학원이었다. 그곳에서 임철일 교수는 ‘체제적 교수설계(ISD, Systematic Design of Instruction)’를 시작으로 지금도 통용되는 문제/프로젝트 중심 학습을 경험하며 교육공학자로 성장하기 위한 길을 충실히 걸어갔다.“당시 블루밍톤은 마차를 이용해서 마을을 여행하는 관광산업을 했었는데 저는 여행가이드를 교육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했었습니다. 그리고 자동차회사 ‘포드’에 필요한 교육도 담당자들과 교류하며 파악했었죠. 또한, 부모님들을 대상으로 아이들이 치과에서 치료를 받은 뒤 집으로 돌아가서 앞으로 어떻게 치아를 관리해야 하는지 교육하는 프로그램도 만들어봤어요. 이렇게 인디애나대학교는 Instruction Design Process에서 선도적이었습니다. 그렇기에 삼성과 LG 등에서 교육담당자들이 과학적, 체계적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위한 연수를 받으러 찾아왔었습니다. 제가 자연스럽게 HRD와도 인연을 맺게 된 배경입니다.”박사과정을 마친 임철일 교수는 귀국 후 잠시 LG화학 HRD 관련 부서에 몸을 담은 뒤 서울대학교 교육학과 교수로 부임했다. 이후 지금까지 임철일 교수는 학부와 대학원을 아우르며 교육공학, 교수체제설계, 원격교육을 중심으로 많은 학생을 열과 성을 다해 가르치고 있으며 연구와 강연에도 매진하고 있다. ISD모형과 RP-ISD모형이 대표적이다. HRD 측면에선 기업들이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었던 사례를 받고 연구를 통해 더욱 개선된 프로그램을 개발해서 제공한다. 이렇게 HRD 담당자들에게 정련된 교육 프로그램의 힘을 일깨워주고 있는 임 교수는 기업교육의 이유와 성격에 관해 다음과 같이 진단했다.“대학교에서 받는 교육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회사들이 있습니다. 요즘은 ‘계약학과’를 만들어서 산업계에 특화된 인재를 육성하는 대학들도 있어요. 기업에서 요구하는 성과를 내야 하고, 그 기업에 적합한 태도와 가치를 내재화해야 하며, 고유의 문화에도 적응해야 하는 만큼 충분히 이해합니다.”한편 서울대학교는 예비·현직 교원의 AI·디지털 역량 함양을 목표로 하는 교육부의 사업인 ‘아이에답(AIEDAP)’을 수행하고 있다. 그 중심에 서울대학교 미래교육혁신센터장을 역임하고 있는 임철일 교수가 있다. 그런 만큼 임 교수는 교육의 디지털 전환과 그 흐름에 따른 Post HRD에 대한 관점도 공유했다.“디지털 요소가 가미되어 학습자와 학습자, 교수자와 학습자 사이는 물론 교육이 일어나는 환경과 교육이 이뤄지는 방법에서 더욱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소통을 돕는 툴이 ‘교육의 디지털 전환’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강의에 디바이스를 활용하지 않는 교수자를 찾기 어려워졌고,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오프라인 강의실에서 벗어난 교육에 익숙해진 현실을 떠올리면 됩니다. 이런 변화를 「HRD KOREA 2023」의 부대행사 ‘HRD EXPO’에 참여한 여러 교육기관을 보며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가 하면 속칭 ‘꼰대문화’는 디지털 테크놀로지를 중심으로 애자일하게 일하고 학습하는 방식과 문화에 리더들이 적응하지 못해서 만들어진 현상입니다. 따라서 Post HRD는 결코 피할 수 없고, 피해서도 안 되는 ‘디지털 전환과의 동행’입니다.”이어서 임철일 교수는 학업이 HRD 담당자들에게 어떤 도움이 되는지 석사과정을 마친 학생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들려줬다. 그는 “일하면서 배우고 그로써 성장할 수 있다는 말에 동의합니다.”라면서도 “일터에서 좌충우돌하며 배웠던 것들을 여유를 갖고 하나씩 이론에 기반해서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작업도 매우 중요합니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학계로 Field를 넓혀보면 ‘배움과 교류의 확장’이 일어납니다.”라고 덧붙였다. 따라서 그는 “직무순환 속에서도 HRDer의 길을 계속 걷길 희망한다면 박사까진 아니더라도 ‘석사과정’은 밟길 권합니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임 교수는 “HRD 담당자들이라면 교육 프로그램이 사람의 행동, 사고, 지식을 변화시킨다는 ‘가능성’을 믿어야 하며, 그것을 훈련과 피드백을 바탕으로 역량개발에 활용할 줄 알아야 하고, HRD뿐 아니라 자신만의 또 다른 전문영역을 확보해야 합니다.”라고 제언했다.다채로운 경력개발이 현실이 된 시대상을 관통하는 메시지다.앞으로 임철일 교수는 ISD모형과 RPISD모형의 업데이트를 비롯해서 예비·현직 교원들의 AI·디지털 역량 향상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그는 “AI와 디지털 테크놀로지를 접목해서 다양한 문제를 발굴하고, 분석하고, 해결하는 역량을 길러주는 교육은 선진국의 ‘엣지’입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실제 챗GPT의 경쟁력이 널리 입증되었지만 정작 그것을 교육에 활용하는 교수자들은 전공, 나이, 역할, 소속 등을 불문하고 여전히 소수에 불과하다. 그런 만큼 임철일 교수가 교육·HRD 관계자들이 더 나은 경쟁력 확보를 위해 테크놀로지를 비롯한 새로운 것을 계속해서 배우고 적용하고 활용하는 긍정적 변화에 더욱 큰 영향력을 선사해주길 진심으로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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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우 회장] 사람과 기업을 키우는 하나의 답은 ‘역량’이다
인공지능·챗GPT 시대, 사람과 기업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거대한 변곡점 앞에서 이형우 마이다스아이티 회장은 ‘역량(Competency)’이라는 키워드를 제시했다. 모든 사람이 가진 성공과 행복을 추구하는 힘이고, 무엇보다 모든 기업이 원하는 뛰어난 인재의 공통점이기 때문이다. 그는 ‘경영의 답은 사람’에 있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20여 년간 물리학, 생물학, 신경과학 등 자연과학을 토대로 사람의 정체성을 탐구하고 연구했다. 그리고 사람은 ‘역량’을 바탕으로 성과를 만들고 성장하며, 조직과 기업 또한 발전하고 성장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는 사람이 가진 ‘역량’을 최대한 발현하도록 돕는 것이 4차산업혁명과 더불어 대전환의 시대를 맞이한 모든 기업에서 지향해야 할 HRD의 핵심이라고 짚었다.엄준하 회장: 과학적 관점에서 HRD의 현주소를 진단해달라.이형우 회장: 여전히 사회과학이나 인문학에 치중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사람의 변화, 성장, 행복을 돕기 위해서는 인간이 어떻게 작동하고, 어떻게 개발되는지를 현상이 아닌 속성의 차원에서 합리적으로 이해해야 한다. 따라서 HRD의 원재료는 생물학과 신경과학이며, 인문학은 부재료여야 한다.엄준하 회장: 챗GPT를 바탕으로 더욱 자세한 말씀 부탁드린다.이형우 회장: 사람은 다양한 경험을 통해서 기억을 축적하고, 그 기억을 바탕으로 역량이 형성되고, 역량을 통해 일과 삶에서 필요한 성과들을 만들어낸다. 우리 뇌가 신경흔적, 신경패턴, 신경경향성 등을 통해 어떻게 역량이라는 신경기능을 만들어내는지 알려면 뇌 신경망의 특성과 작동 원리를 알아야 한다. 그런데 사실 챗GPT가 이러한 뇌 신경망의 메커니즘을 거의 그대로 구현하고 있다. ‘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의 뜻을 풀이하면 ‘주어진 정보, 지식 그리고 언어를 사전에 맥락적으로 학습해서 새롭게 생성하는 것”이지 않나. 뇌가 하는 일도 이와 비슷하다. 이러한 원리를 아는 사람들은 챗GPT를 훨씬 더 유용한 툴로 잘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사람의 역량이 어떻게 형성되고 발현되는지에 관해 과학적이고 합리적으로 이해를 한다면 HRD의 역할을 올바르게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경영’의 본질은 ‘인과를 연결하는 행위’이므로 바람직한 성과라는 미래의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사람의 역량’이라는 원인을 잘 이해하고 다루어야 한다.엄준하 회장: 뇌는 어떻게 성장하는가?이형우 회장: 사람의 성장은 곧 뇌의 성장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의 뇌가 어떤 환경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가 중요하다. 환경과의 상호작용에 따라서 그때그때 뇌의 여러 신경회로가 연결되며, 이러한 뇌의 연결성이 사람의 다양한 가능성을 만들어낸다. 특히 역량은 전전두피질을 중심으로 형성이 되고, 그래서 영유아기, 유소년기, 사춘기 등 성장발달단계를 거치면서 전전두피질이 성숙되는 25세 무렵에 역량도 거의 완성이 된다. 우리가 방대한 연구논문들을 바탕으로 문헌조사와 메타분석을 통해 정리한 ‘신경과학 기반 통합역량이론(NCT: Neuro Competency model Theory)’에서는 뇌의 전전두피질을 중심으로 일곱 개 영역에서 어떤 기능을 하는지 파악하였고, 성장기에 만들어지는 7가지 역량(긍정성, 적극성, 안정성, 대인력, 전략력, 조절력, 통합력)을 추출하였다. 이 일곱 가지 역량을 ‘C7 기반역량(역량성능)’이라고 하고, 신경경향성을 기반으로 바람직한 사회적 상호작용을 통해 성과를 만들 수 있는 내적인 힘으로 NCT에서는 역량을 정의한다.엄준하 회장: 성장단계에서 역량이 만들어지고 완성이 된다면 성인들은 가능성이 없다는 뜻인가?이형우 회장: 그렇지 않다. 아주 쉬운 일례로 성인이 되어서도 피아노나 자전거를 배울 수 있지 않나. 성인이 되면 역량은 더 이상 만들어지지 않지만, 그렇다고 뇌가 닫히는 것은 아니다. 성인이 되면 역량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역량을 최대한 발현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사회적이고 의도적인 학습을 통해서 역량을 강화하고 함양시킬 수 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지닌 역량을 최대한 발현하지 못하면서 살아간다. 그래서 마이다스 HRD 목표는 ‘5는 5대로, 10은 10대로’이다. 즉 사람들이 각자 가진 역량을 최대한 발현할 수 있는 조직문화를 만들고, 기회를 주고, 성공경험을 돕는 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HRD이다. 물론 기업에서 성과를 만들어내려면 역량 외에도 지식(K)과 기술(S)이 필요하다. 역량과 기술과 지식의 상호작용을 통해 성과를 만들어내는 힘이 성과능력이기 때문이다.엄준하 회장: HRD 담당자는 직무에 필요한 지식(K)과 기술(S)을 명확하게 정의하고 그것을 일터에서 부서장이 빠르게 효과적으로 가르치도록 해야 한다. 역량을 개발할 수 없고 발현을 최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면, HRD에서 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은 무엇인가?이형우 회장: 지식(K)도 기술(S)도 아닌 ‘태도(Attitude)’와 관련된 부분이다. 마이다스에서는 이것을 관계기술로 정의하고, CSR이라고 부른다. Communication(대인관계), Strategy(성과관계), Reflection(자아관계)의 약자이고, 각각 타인, 일, 자신과의 상호작용을 잘하는 기술이다. 타인과의 관계에서는 ‘소통’이, 일과의 관계에서는 ‘전략’이, 그리고 자신과의 관계에서는 ‘성찰’이 핵심이기 때문에 그렇게 이름이 만들어졌다. 마이다스 HRD는 CSR의 습관화 프로그램을 통해서 관계기술을 익히도록 하고 있다. 관계기술 자체는 역량이 아니고,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역량을 최대한 발현시키는 기술이다. 조직에서 고성과자들을 관찰해보면, 모두 관계 잘 맺는 사람, 일 잘하는 사람, 자기 성찰을 잘하는 사람들일 것이다. 세 가지 관계기술은 뛰어난 인재들의 공통분모이면서 성인이 되어서도 노력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개발하고 강화할 수 있는 것이다.엄준하 회장: 상호작용을 잘하는 것이 왜 중요한가?이형우 회장: 세상의 본질은 관계이다. 인간(人間)이라는 한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우리는 관계로 존재한다. 우리가 원하는 행복 또한 사람 ‘속’에 있지 않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 있다.우리는 타인, 일, 자신과의 상호작용을 통해서 협력하는 법을 배우고, 사회적 인정을 통해 자신감을 얻고, 또 바람직한 가치관을 형성하면서 자기실현의 길을 모색한다. 한마디로 상호작용을 함으로써 존재하고 성장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역량을 잘 형성하기 위해서도, 자기가 가진 역량을 최대한 잘 쓰기 위해서도 상호작용이 중요한 것이다.엄준하 회장: 습관화를 통해서 관계기술을 익힌다고 했는데, 습관화는 정말 어렵지 않은가. 기업 HRD 담당자들에게는 사람이 잘 바뀌지 않는다는 관점이 있다.이형우 회장: 습관화가 어려운 것은 반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수풀이 우거졌던 숲에 길이 만들어질 때를 생각해보자. 수많은 사람들이 몇 번이고 반복해서 지나가야 겨우 길이 만들어진다. 우리가 하는 행동은 뇌 신경회로에 반영이 되고, 몇 번이고 반복하여 지속하면, 마치 힘든 길이 편한 길이 되는 것처럼 신경패턴이나 신경버릇이 생기는데 이것이 습관화이다. 습관화를 돕는 방법은 있다. 처음에 시작을 돕는 트리거 환경을 만들고, 작은 목표에서 시작해 성공경험을 하는 것, 그리고 방해요소를 제거하여 저항을 줄이고, 지속유지를 위해 적절한 보상을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렇게 해도 습관화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마이다스 HRD에서는 신경과학 기반의 CSR습관화 애플리케이션 ‘뉴로우(NEWRROW: NEW+TOMORROW, 새로운 내일)’를 개발하고 있다. 일잘러가 되고 싶은 직장인, 자녀를 잘 키우고 싶은 부모, 다양한 경험이 중요한 아동과 청소년을 위한 각각의 버전이 개발될 예정이다.엄준하 회장: 미래 사회에 대한 통찰과 혜안도 듣고 싶다. 인간과 AI는 앞으로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한다고 보시는가.이형우 회장: 산업혁명은 인간의 욕망과 혁신적 기술이 공진화되어 일어나는 사회변혁적인 현상이다. 기술의 목적은 인간의 육체와 정신기능의 대체이다. 1차와 2차 산업혁명이 에너지를 만들고 사용하는 육체기능을 대체하였다면, 3차와 4차 산업혁명은 데이터를 받고 처리하는 인간의 정신기능을 대체한 것이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은 인간의 인지처리능력을 AI가 대체한 인지혁명이라고 할 수 있다. 모든 기술 자체는 가치 중립적이다. 인간이 기술을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따라서 위기가 되기도 하고 기회가 되기도 한다. 기술이 갖는 본질적 가치는 더 많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다. 인공지능은 앞으로 더 많은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낼 것이고, 그에 따라서 새로운 일자리도 생겨날 것이다. 인공지능이 사람의 일자리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인공지능을 잘 아는 사람이 인공지능을 잘 모르는 사람을 대체하게 될 것이다.엄준하 회장: HRD의 ‘D’는 목적을 지향하며 사람을 포괄한다. 그런 만큼 ‘사람경영’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이 크다고 보인다.이형우 회장: 마이다스는 HR경영을 하는 기업이다. HR경영 시스템은 Recruitment(채용), Management(운영), Interaction(성과), Development(육성), Analysis(데이터 분석), Culture(문화), Strategy(전략) 모두 7가지 영역으로 구분된다. HR경영의 목적은 개인과 조직의 성과와 성장을 통한 행복인재의 육성이다. 사람중심의 HR경영을 한다고 하면 막연하게 착한 경영을 하자는 말로 이해한다. 아니다. 기업에서는 성과와 성장이 중요하고, 성과를 만드는 것은 사람이고, 성장의 주체도 사람이다. 따라서 사람을 중심으로 경영해야 사람도 기업도 성장한다. 그리고 기업이 성장해야 더 많은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 더 많은 사회적 가치는 더 많은 사람들의 행복이 된다. 자본중심 경영에서 사람중심 경영으로 패러다임이 전환하면서 HRD는 훨씬 더 중요해질 것이다. HRD 담당자는 누구보다 사람의 정체성에 대해 합리적으로 잘 알아야 한다. 농부가 어떤 씨앗이 어떤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을지 알아야 농사를 더 잘 지을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엄준하 회장: 경영의 방향성에 대한 제언도 부탁드린다.이형우 회장: 새로운 시대에는 새로운 경영이 필요한 법이다. 이제 사람을 수단으로 여기는 통제 중심의 경영 방식으로는 미래의 패러다임에 부응할 수 없다. 앞으로 기업에 필요한 인재는 업무는 인공지능에 많은 것을 일임하고, 자신의 역량을 통해 보다 창의적이고 협업을 통한 집단시너지를 만들 수 있는 코디네이터형 인재이다. 사람의 본질을 모르고 숫자만 가지고 하는 경영으로는 이러한 인재를 육성할 수 없지 않겠나. 경영이 나아가야 할 길은 분명하다. 사람에서부터 답을 찾아야 한다. 경영은 사람으로부터 시작해 사람의 육성을 목적으로 하고, 사람의 행복을 지향해야 한다. 사람의 정체성에 대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모든 구성원이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발현하며 행복하게 성장하도록 돕는 것, 그것이 올바른 미래를 만들어가는 HRD의 역할이고 진정한 ‘사람경영’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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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bal Work Trend] 좋은 성과는 좋은 일터에서 만들어진다
어떤 요인으로든 그것이 계기가 되어 시대가 변화하면 사람들이 생각하고 살아가는 방식도 달라지기 마련이다. 그런 만큼 기업은 시대상을 주시하며 일하는 방식을 변화시켜왔다. 물론 변치 않고 중심에 자리하는 키워드는 직원 만족도와 업무 생산성이다. 그렇다면 오늘날의 일터는 어떤 변화와 시도를 겪고 있으며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하기 위해 고민해야 하는 부분은 무엇일까. 일하기 좋은 곳에서 최고의 성과가 만들어지는 법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HR/HRD 관점에서 ‘Global Work Trend’를 살펴본다."기업이 과거부터 지금까지 언제나 고심하는 과제는업무 생산성 증대를 위한 일하는 방식 개선이다.실제 수기 작업부터 PC, 인터넷, 모바일 기기에 이르기까지테크놀로지 발전에 따라 일터의 모습은 계속해서 변화해왔다."업무 생산성 개선,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지상 과제기업이 언제나 고심을 거듭하는 과제 중 하나가 바로 업무 생산성 증대를 위한 ‘일하는 방식 개선’이다. 과거의 수기 작업부터 시작해서 컴퓨터, 인터넷 그리고 모바일 기술에 이르기까지 테크놀로지가 발전하면서 일터의 모습도 계속해서 변화했다. 2020년부터 지금까지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일하는 공간과 시간에 안전 기반 자율성을 부여했고 그에 따라 재택근무, 거점오피스, 자율좌석제 등이 활성화됐다. 지금도 기업들은 IT 인프라를 구축하고 이것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스마트오피스를 그려가고 있다. 이런 눈에 보이는 시도와 발전만큼 업무 생산성 대한 논의도 활발하다. 일례로 스마트오피스로의 변화는 임직원 개개인의 시간관리 차원에서 높은 자유도를 줬지만 동료와의 협업과 정보를 정리하고 수집해야 하는 행정업무 처리에 있어 생산성을 낮춘다는 의견도 많다. 실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노동부 데이터를 인용하며 작년 기준 직원들이 원격근무를 전혀 하지 않거나 거의 하지 않았다고 응답한 글로벌 기업의 사업장이 72.5%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감소세에 들어서면서 많은 직장인이 예전과 같이 오프라인 일터로 복귀한 것이다. 여기에 더해 스마트워크 환경에서는 학습기회 제공의 미흡, 조직문화 약화, 정규 근무시간 동안의 임직원 가용성 저하, 비대면 문서 위주의 의사소통 등으로 인해 시너지가 낮아지고 있으며 이로 인해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결정하는 ‘성과’가 떨어질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타나기도 했다. 자율성의 확대에 따른 팀워크 감소나 사무실에 나와서 일하는 동료들의 비대면 근무자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 등이 조직문화 차원에서 새로운 문제로 떠오른 것이다. 일하는 방식은 중심이 사람이기에 배경, 성향, 문화, 학습, 생활 등과 연계되어 있다. 그런 만큼 만족스런 변화를 도모하기가 녹록하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도 기업들은 생산성을 높일 방안을 끊임없이 고심하고 있으며, 그에 대한 해답을 ‘AI’에서 찾고 있다. 그 가운데 마이크로소프트(MS)는 지난 5월 10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업무동향지표(Work Trend Index) 2023’을 발표하며 AI 시대의 글로벌 업무 동향과 그에 따른 인사이트를 공유했다.Global Work Trend IndexMS가 소개한 ‘업무동향지표 2023’은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31개국 31,000명을 대상으로 시행된 설문조사 결과물, 링크드인의 노동시장 트렌드, 마이크로소프트 365에서 집계된 수조 개에 달하는 생산성 신호를 종합적으로 분석했다. 이런 작업을 통해 MS는 글로벌 기업들의 일터가 어떤 변화를 겪고 있으며, 그곳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변화에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는지 세 가지 키워드로 정리했다.첫째, 데이터 범람에 따른 업무부담이다. MS는 업무에 다양한 디지털 도구를 활용하면서 발생한 수많은 데이터를 관리하고 정리하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 365 앱 사용패턴 조사 결과 지난 3월 전 세계 근로자들은 업무수행에서 이메일과 미팅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했는데, 이메일 사용 그룹은 주당 평균 8.8시간을, 미팅 참여 그룹은 주당 평균 7.5시간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더해 원격근무가 활성화되면서 상호 정확한 의사소통을 위해 일정을 조율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며 커뮤니케이션에 할애하는 시간이 더욱 늘어났다. 관련해서 MS는 2020년 3월과 2022년 2월 사이 MS의 커뮤니케이션 플랫폼 팀즈(Teams)를 활용한 주간 회의시간은 252% 증가했다는 조사결과를 밝히기도 했다. 그중에서도 짧고 갑작스럽게 일정이 잡힌 회의가 2년 사이 8% 증가했으며 15분 이내의 짧은 회의가 전체의 60%를 차지했다. 이런 맥락에서 조사에 참여한 한국 근로자의 68%도 회의에 신경쓰느라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없다는 고충을 토로했다. MS는 이런저런 미팅을 많이 하지만 정작 그 결과물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기 어려워 비효율을 만들어 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리고 리더들의 60%는 전략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력 발현에 어려움을 겪으며 그로 인해 발생할 조직 내 혁신의 부족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이상의 결과는 전 세계 근로자들이 시간과 집중력 측면에서 발생하는 문제로 인해 소속된 기업의 도약을 이끌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을 알려준다. 또한, 많은 기업에 테크놀로지 변화에 맞춰 업무수행 방식을 재조정해야 할 필요성도 시사하고 있다.둘째, AI와의 협력적 관계 구축이다. AI에 대한 기업들(근로자와 관리자)의 의견을 조사한 결과 전 세계 49%의 근로자가 AI로 인한 고용 안정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이와는 반대로 74%의 근로자는 업무량을 줄이기 위해 가능한 많은 업무를 AI에 위임할 것이라고 답했다. 특히, 조사에 참여한 전 세계 근로자 4명 중 3명은 행정업무(76%)뿐만 아니라 분석업무(79%), 심지어 창작이 요구되는 업무(73%)에도 AI의 도입을 기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직장에서 제공되는 AI의 가치에 대한 관리자들의 의견을 살펴보면, 34%의 한국관리자가 직원의 생산성 향상을 가장 큰 가치로 꼽았다. 이는 인력의 감축(18%)이라고 응답한 관리자들보다 약 1.8배 높은 비율이다. 글로벌 수치는 생산성 향상 31%, 인력 감축 16%로 나타났으며, 약 2배의 차이를 보였다. 이런 결과물은 AI에 대한 근로자들의 우려와 AI를 통한 업무의 효율성 향상에 대한 기대를 동시에 보여준다. 더불어, 관리자들은 직원의 생산성 향상을 중시하는 경향이 예나 지금이나 여전함을 보여주며 AI 기술의 적절한 활용이 조직의 성공과 직원의 업무환경 개선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분명 존재한다는 것도 시사했다.셋째, AI를 활용하는 역량 강화의 필요성이다. AI 발전에 따른 업무 패러다임 전환은 앞으로 직장인들에게 ‘프롬프트 엔니지어링’과 같은 새로운 스킬을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MS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기업 리더의 82%는 앞으로 고용할 직원들에게 AI 시대를 살아가기 위한 새로운 스킬이 필요하다고 답했고, AI 기술의 급격한 발전으로 인해 기업들은 업무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유관해서 전문적인 스킬을 보유한 인재를 고용해야 한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근로자 중 60%는 미래 업무수행에 필요한 역량을 충분히 갖추지 못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는 근로자들이 AI 기술의 발전과 함께 변화하는 업무환경에 대응하는 일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앞으로 근로자들의 애질리티 기반 새로운 지식과 스킬 습득을 지원하는 일이 중요해질 것이다.이런 동향을 인지하고 있는 기업들은 직원들의 역량개발을 위한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으며, 변화를 선도할 스킬을 갖춘 인재를 채용하는 데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AI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조직 전체적으로 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유연성과 혁신적인 사고가 필요하며, 이는 고용주와 근로자 간의 협력을 통해 달성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앞으로 AI기술의 발전은 지금보다 더욱 가속될 것이다. 따라서 기업들은 변화에 휩쓸리지 않고 새로운 기회를 찾아내기 위해서라도 근로자들이 새로운 스킬을 적절하게 습득하도록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 AI를 활용하는 역량은 근로자 개인 차원에서도 AI 중심 시대에서 꾸준히 경력을 이어갈 수 있는 기반이다.AI 기반 진정한 업무혁신MS는 올해 3월 ‘마이크로소프트 365 코파일럿’(Microsoft 365 Copilot)을 발표했다. 대형언어모델(LLM)과 MS 그래프의 비즈니스 데이터,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 365 앱과 결합한 생산성 도구다. 코파일럿을 활용하면 MS 워드에서 보고서 양식이나 PPT의 슬라이드를 자동생성할 수 있고, 엑셀에 입력된 데이터와의 대화를 통해 필요한 자료를 찾아낼 수 있다. 관련해서 ‘업무동향지표(Work Trend Index) 2023’에 담긴 인사이트를 분석한 오성미 MS 모던 워크 비즈니스 총괄 팀장은 마이크로소프트 365 코파일럿의 데모를 기업고객을 대상으로 제공하면서 받은 피드백을 공유했다.“기업들은 보고서 초안을 작성하는 작업에 있어 과거보다 많은 시간을 절약하게 됐고 그에 따라 업무의 효율성이 무척 높아졌다는 피드백을 전해줬습니다. 단순한 문서작업이라고 하더라도 아무 내용과 틀이 없는 백지에서 시작한다고 가정했을 때 제목을 잡고, 목차를 구성하고, 전문과 본문을 구분해서 내용을 작성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더딥니다. 그래서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처럼 문서작업의 틀을 잡는 일이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이런 일을 이제 AI가 대신해줄 수 있습니다. 물론 사용자가 제공하는 정보가 무엇이냐에 따라, 얼마만큼 정확하게 AI에 지시하느냐에 따라 때로는 원하는 포맷이 정확하게 생성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여기에서 원하는 결과물을 얻지 못했을 때 AI의 부정적인 면만 보고 비판하면 곤란합니다. 정확하지 않은 초안이라고 하더라도 기본 틀을 잡아준다는 점을 주목해야 합니다. 프레임을 만들어주면 이후 사용자는 고도의 사고력과 노하우가 요구되는 일에 과거보다 많은 시간을 투입할 수 있어요. 물론 시간도 절약되죠. 이렇게 AI를 활용해보면 업무를 지원하는 도구를 보는 올바른 시선도 갖출 수 있습니다.”그런가 하면 일하는 방식의 변화는 생산성 측면에서의 긍정적인 변화를 넘어 ‘일의 성과 측정’과 ‘구성원 역량개발’에도 큰 영향을 준다. 이에 맞춰 MS는 AI 기능을 탑재하고 있는 직원경험 플랫폼 ‘비바’를 통해 직원 몰입 및 역량개발 측면에서 다양한 모듈을 제공하고 있다. 이에 관해 오성미 팀장은 다음의 내용을 덧붙였다.“플랫폼 ‘비바’에서는 설문조사를 생성하고 결과를 측정하는 등의 기능을 AI로 쉽고 빠르게 수행할 수 있습니다. 이로써 직원들의 역량, 업무, 심리, 학습 측면에서의 신호를 모니터링하고 리더십에 대한 기대나 문제점을 쉽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또한, OKR 기반 성과관리 체계를 생성해서 더욱 긍정적인 조직개발을 도모할 수 있습니다.”이처럼 일터에의 AI 도입은 원활한 의사소통, 업무 프로세스 효율화, 업무에 임하는 태도 측정과 개선, 근무환경의 수준 제고, 업무수행능력 향상 등의 유의미한 변화를 가져온다. 이런 변화는 지식, 기술, 태도 전반의 변화는 물론 사람 자체의 변화도 일으키며, 심지어 업무에 대한 정의와 조직의 성과까지도 바꿔놓는다. 이렇게 사회적인 시스템과 기술적인 시스템이 함께 변화한다면 통합적 관점에서 업무환경 재설계와 개선이 보다 빠르게 이뤄질 것이다."일하기 좋은 곳에서 최고의 성과가 만들어지는 법이다.따라서 AI 중심으로 일터가 변화하고 있다면이런 현실을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받아들이고그에 적합한 HRD 전략과 계획을 수립해서 실행해야 한다."미래 일터와 HRD의 역할AI는 언제나 인간의 생산성을 높여주는 동시에 인간의 일자리를 뺏을 것이라는 두 가지 시선을 받아왔다. 그런데 IBM은 2020년에 ‘AI는 인간의 일자리를 뺏는 것이 아니라 일하는 방식을 바꿀 것’이며 ‘AI가 인간을 위해 더 많은 것을 이해하고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는 AI는 일터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원활한 업무수행을 돕기 위해 더 많은 것을 이해하고 맞춤형 지원을 해줄 것으로 해석되며, 앞으로 일하는 방식에 AI가 도입되는 것은 결코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는 현실을 보여준다. 특히 기업들이 앞을 다투며 기존의 단순하고 반복적인 업무인 데이터 입력, 문서 정리, 이메일 자동 분류 등을 자동화하고 있는 모습은 앞으로의 일터가 과거의 ‘하드워킹’에서 벗어나 협업, 소통, 분석, 사고의 고도화를 통한 ‘스마트워킹’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짚어준다. 여기에 더해 AI 기반 예측과 의사결정 지원은 지적노동의 생산성 향상을 통한 기업의 혁신을 돕고 있다. 따라서 기업은 AI 기술의 발전과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앞으로 어떤 과제를 설정해서 해답을 도출해야 하는지 통찰해야 한다.기업의 미래 방향성에 맞춰 HR/HRD 부서는 구성원의 전략적 사고력 개발, 동료들과 적절하게 소통하며 시너지를 발휘하는 태도, 리스킬링과 업스킬링의 중요성과 필요성 등을 두루 인식하며 지속가능한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기술적 시스템 변화에 따른 사회적 시스템 변화도 깊이 고려하며 문화와 풍토 기반 조직의 변화관리를 지원하는 활동과 같이 조직개발 측면에서의 미래 전략과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무엇보다 HR/HRD 담당자들은 일하는 방식의 근본적 변화를 주시하며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AI 도입이라는 기술적으로 눈에 보이는 이슈를 넘어서 인사제도 및 교육훈련과 업무 프로세스를 회사의 특성과 시대상 변화에 맞게 발전시켜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한 시작점은 ‘AI를 중심으로 일터가 변화하고 있구나’라는 깨달음과 이것을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받아들이는 태도다. 기업은 성과를 내야 하는 곳이고 이를 위해 과거부터 지금까지 작든 크든 일하고 학습하는 방식은 항상 변화해왔고 앞으로도 변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생산성의 시작점은 생각과 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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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콘텐츠산업포럼] 사람의 경쟁력, 비즈니스와 교육 변화 통찰
AI 기술의 발전은 삶과 사회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생성형 AI는 AI와 인간이 어떻게 서로 보완하고 협력해서 더 나은 미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런 동향을 인지한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은 ‘2023 콘텐츠산업포럼’을 열었다. 특히 포럼에 나선 장동선 교수와 김대식 교수의 강연을 통해서는 AI 시대에 콘텐츠와 기술이 분야별로 어떻게 융합해야 하는지, 사람은 어떤 경쟁력을 갖춘 콘텐츠를 개발해서 미래를 꾸려나가야 하는지 통찰하는 시간을 가져볼 수 있었다.‘2023 콘텐츠산업포럼’은 AI 기술의 현황을 짚고 어떻게 콘텐츠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해야 할지 생각할 거리를 던지며 막을 열었다. 기조강연자로 나선 장동선 한양대학교 창의융합교육원 교수는 ‘AI시대, 뇌를 유혹하는 콘텐츠는 무엇일까’를 주제로 포럼을 이어갔다. 그는 본격적인 강연에 들어가면서 생성형 AI에 앞서 화두가 됐던 메타버스, NFT, 블록체인, 4차 산업혁명 등의 키워드는 ‘뇌가 정보를 어떻게 받아들이는가’를 중심으로 생성되어 가는 메커니즘 중 하나이며, AI와 함께 아직 도래하지 않은 미래라고 진단했다.장동선 교수는 AI의 빠른 발전에 따라 많은 관련 분야 전문가들이 앞으로의 사회 시스템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하며 본인이 전망하는 미래상을 공유했다. 먼저 지식을 주고받는 방식, 즉 교육 분야의 변화다. 그는 역사적인 변화의 순간 중 하나인 인지혁명을 언급하며 사람은 글을 읽고 쓸 수 있게 되면서 타고난 뇌를 진화시켜 환경 변화를 인식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런 맥락에서 장 교수는 지금의 AI는 사람 대신 학습하고 지식을 알려줄 수 있는 일종의 메타 브레인 형태로의 진화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그는 AI를 통해 많은 지식에 더욱 쉽게 접근할 수 있고, 개인 튜터 또는 AI가 지식을 제공하는 시스템으로의 변화를 예고했다. 또한, 그는 “캐릭터와 브랜드를 중심으로 사랑의 대상, 대화의 대상, 지식과 정보를 얻는 대상도 아바타 형태의 서비스가 대체할 수 있게 되면서 가상세계를 실제처럼 경험할 수 있는 시점에 가까워졌다.”라며 인간과 AI 구분이 모호해질 것으로 내다봤다.이어서 장 교수는 의료 분야에서 삶, 죽음, 건강, 행복이 예측 가능해질 것이라 설명했다. 생물학적인 행동과 표정, 피와 유전자와 혈액, DAN 등 모든 것이 디지털화되면서 사람을 구성하는 모든 것들이 데이터가 될 것이며 게임을 통해서도 누군가의 헬스케어를 알 수가 있고 모빌리티 상태로 그 사람의 소비 패턴도 파악하는 등 여러 데이터가 전혀 다른 영역에서 사람을 예측하는 데 쓰일 수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 그는 앞으로 AI를 통해 사람이 존재하는 오프라인 공간의 모든 디바이스까지도 인터넷에서 연결될 것이며, 그 연결은 삶을 포괄하는 방향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그러고 나서 장 교수는 콘텐츠로 시선을 돌렸다. 그는 “콘텐츠는 사람이 세상을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하나의 이야기.”라며 “뇌의 입장에서 콘텐츠란 세상의 수없이 많은 정보의 조각들을 하나의 이야기로 이어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강연 말미에 장 교수는 “사람의 뇌가 본질적으로 기계와 다른 이유는 세상 어떤 AI도 자신이 AI라는 걸 인지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기계와 달리 사람은 대부분의 시간을 고객, 부하, 파트너, 아이들과의 관계에 관해 생각하면서 타인에게 특별한 감정을 품고, 남다른 창의성을 발현하고, 집단지성도 발휘한다. 이런 맥락에서 장 교수는 “콘텐츠에서 뇌가 전하는 이야기를 듣고, 다른 뇌의 세상을 경험하고, 이해와 공감으로 서로 연결되기 위해서 진화한 존재라는 것이 사람의 차별점.”이라고 말하며 강연을 마쳤다.다음으로 김대식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가 ‘생성형 AI 시대의 콘텐츠’를 주제로 혁신의 관점에서 기술과 시장, 사람과 콘텐츠가 함께 성장하기 위한 과제를 설명했다.그는 먼저 AI 발전의 역사를 짚어줬다. 그에 따르면 인터넷과 컴퓨터의 발전, 기계학습과 심층학습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는 인식형 AI가 먼저 나타났으며, 문장과 단어의 연결, 문법을 이해할 수 있는 트랜스포머 알고리즘과 빅데이터를 통해 생성형 AI가 등장했다. 생성형 AI는 문장을 생성하고 이를 통해 질문에 대한 답변을 제공하거나 다양한 언어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지금은 이런 기능에 텍스트와 이미지 상호학습 기능이 추가되면서 텍스트 입력을 통한 이미지와 영상 생성이 가능해졌다. 이에 관해 김 교수는 “생성형 AI의 발전과 영향력은 기업의 사업 방향성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라고 강조하면서 사례를 공유했다. 기존의 구글이나 네이버 같은 검색 업계 회사는 검색 결과를 제공하고 사용자가 해당 결과물 링크에 접속해야 했지만, 생성형 AI를 사용하면 직접 질문하고 답도 바로 얻을 수 있다. 이에 따라 사용자의 검색 행위가 줄어들고, 사용자의 선호도를 파악하는 기회도 줄어들면서 광고의 효과도 감소할 수 있다. 따라서 김 교수는 앞으로 검색 업계가 생성형 AI와 상호 보완하면서 새로운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낼 것으로 전망했다.이외에도 마이크로소프트가 PPT, 엑셀, MS Word 등의 소프트웨어에 생성형 AI의 창작능력과 검색 기술을 도입해서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있으며, 이미지나 영상 등의 제작 도구를 제공하는 어도비는 이미지 생성 AI로 3D 모델 창작을 지원하고 있다. 이는 김 교수가 AI 기술 도입이 예술과 창작의 영역에서도 노동의 혁신을 가져올 것이라는 예측하는 배경이다. 여기에 더해 AI의 발전은 교육 분야에서도 변화를 가져온다. 김 교수는 좋은 교사의 조건을 ‘전문성’, ‘학습자 맞춤형’, ‘시공간을 초월하는 접근 가능성’이라고 짚어주며 AI는 세 가지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기에 앞으로 AI가 각 학습자가 필요로 하고, 보완해야 할 맞춤형 교육 경험을 제공하면서 교사와 학습자의 관계가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김 교수는 “글쓰기, 코딩, 반도체 설계, 마케팅 카피 쓰기 등 인간만이 할 수 있다고 여겨진 수작업이 AI 기반 대량으로 이뤄지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말하며 강연을 마쳤다.두 연사의 강연에서는 지식과 정보를 담은 콘텐츠가 기술의 발전에 따라 어떻게 변모할 것이며, 이런 변화가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과 전략, 사람의 삶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살펴볼 수 있었다. 또한, 두 연사는 노동의 의미가 크게 변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HRD 담당자들은 일하는 방식 변화를 상수로 보고 조직 내에서 AI 관련 역량을 어떻게 개발해야 하며, 그로써 조직은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 전망하며 인재육성의 수준을 높여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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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TECH 2023] AI의 가능성을 보며 되새기는 휴머니티
‘생성형 AI’를 향한 기업의 시선은 ‘과연 AI로 일터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압축된다. 관련해서 ‘AI + X = 2F(Future & Force)’를 주제로 열린 「AI TECH 2023」은 AI가 기업에 ‘도약의 발판’이 될 수 있음을 엿볼 수 있었던 컨퍼런스였다. 특히 3명의 연사가 수놓은 기조강연은 전문적인 영역뿐만 아니라 일의 본질을 파악하는 통찰력, 기본적인 AI 교육이 필요한 이유, AI의 효용성을 입증하는 사람의 태도 등을 아우르고 있어서 HRD 담당자들이 주목할 만했다."업무의 본질에 대한 이해, AI 리터러시 함양,사람을 위해 주체적으로 AI를 활용하는 태도는기업 경영에 테크놀로지의 영향력이 거세질수록그 힘의 방향성을 바로잡아줄 사람의 경쟁력이다."기조강연의 첫 주자로 나선 조성준 서울대 교수는 “AI는 인간 수준의 문제해결을 수행하는 똑똑한 컴퓨터이며 ‘분석형’과 ‘생성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분석형’은 마케팅, 대출 심사, 고장/가격 예측, 사기 검출 등에 활용되며 ‘생성형’은 번역, 문서 요약, 보고서 작성, 작곡, 작사, 디자인 이미지 생성 등에 효과적이다. 이어서 조성준 교수는 AI는 크게 지식을 기반으로 ‘연역적’으로 추론하거나, 데이터를 기반으로 ‘귀납적’으로 추론하는 방식으로 구현된다고 말했다. 여기에서 조성준 교수는 “테크놀로지가 발전하면서 그동안 인간이 쌓은 지식을 수많은 데이터로 가공해서 추론할 수 있게 됐기에 챗GPT와 같은 유용한 도구가 만들어졌다.”라고 정리했다. 동시에 그는 “생성형 AI는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기능하는 만큼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렸을 때 영화관을 찾는 관객수를 ‘0명’으로 예측한 것처럼 새로운 변수에 ‘철저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사람의 질문에 답변한 내용의 진위를 잘 분간하지 못한다.”라고 진단했다. 기본적인 설명을 마친 뒤 조성준 교수는 ‘비즈니스 가치 창출’로 화제를 돌렸다. 그에 따르면 AI는 비즈니스에서 소비자 파악, 설계오류 분류, 원자재 가격 예측, 품질/불량 예측, 제품의 컨셉과 이미지 개발, 프로모션, 시장/기술의 동향 파악, 인사평가와 예측 등에 활용된다. 다음으로 그는 AI를 활용하기 위한 Step을 ‘기획’, ‘데이터 확보 및 AI 개발/구매’, ‘AI 적용 전 평가’, ‘AI 적용/적용 후 평가’ 순으로 풀어냈다. ‘기획’은 현업 실무자와 의사결정권자가 ‘어떤 업무에 AI를 적용할까?’, ‘어떤 데이터가 필요한가? 필요하다면 어디에 있나?’, ‘AI 엔진은 자체 개발해야 하는가? 아니면 외부의 엔진을 구매해야 하는가?’ 등을 고려하며 밑그림을 그리는 단계다. ‘데이터 확보 및 AI 개발/구매’는 전문가의 영역이며, ‘AI 적용 전 평가’와 ‘AI 적용/적용 후 평가’는 현업 실무자와 의사결정권자가 해내야 하는 과제다. 조성준 교수는 “소속된 기업과 그곳에서 자신이 맡은 업무의 본질을 여러 각도에서 바라보며 파악하고, 크게든 작게든 AI를 경험한 뒤 ‘AI가 정말 내 일과 우리 회사에 필요한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맞춤형 해답을 찾아내야 한다.”라고 제언했다.두 번째 연사였던 전민아 네이버클라우드 리더의 강연에서는 초대규모 AI가 가져올 변화, 한국형 AI의 필요성, 생성형 AI의 가치를 확인할 수 있었다. 먼저 변화에서는 ‘속도와 다양성’이 키워드였다. 과거보다 정보를 빠르게 검색할 수 있게 됐고, 다양한 분야에서 다채로운 콘텐츠를 빠르게 생산할 수 있으며, 문서작업 속도가 빨라졌고, 정보 보안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한국형 AI의 경우 현재 널리 사용되는 생성형 AI들이 영어 기반인 만큼 장기적 관점에서 개발이 필수적이다. 이에 관해 전민아 리더는 “네이버는 Hyperscale AI를 성공적으로 상용화했고 그 결과물인 ‘클로바 스튜디오’에서 많은 기업과 사람이 우리나라의 문화, 역사, 법, 제도를 잘 이해하고 있는 생성형 AI의 도움을 받도록 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네이버는 클로바 스튜디오를 기반으로 상품명 교정, 이벤트 자동 구성, 회의록 요약, 음성의 텍스트 전환, 완성도 높은 문구 생성, 입력한 주제와 관련된 소주제 추천, 사용자가 작성한 문장을 다른 표현으로 변화해서 추천, 자기소개서 생성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많은 기업과 사람이 반복적이고 단순하며 번거로운 일에 대한 부담을 덜고 고차원적 역량이 요구되는 일에 집중하도록 돕고 있는 것이다. 또한, 네이버의 생성형 AI 기술은 독거노인을 위한 말동무 역할을 해내며 사회적 가치 측면에서도 호평받고 있었다. 나아가 전민아 리더는 “직업과 일터가 AI를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는 만큼 지식노동자들은 AI를 활용해서 자신들의 생산성을 높일 전략을 세워야 한다.”라는 메시지도 건넸다.세 번째 연사였던 최재식 KAIST 교수의 강연은 생성형 AI의 발전 방향과 그에 맞춰 요구되는 사람의 역량, 제조 현장에서 AI는 어떻게 기업의 생산성을 높여주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먼저 생성형 AI의 발전 방향 측면에서 키워드는 ‘설명성’이었다. 미래 사회는 사람이 모든 것을 하나하나 검증할 수 없는 ‘데이터의 바다’와 같을 것이기에 그곳에서 유용한 도구로써 활용되는 AI가 판단을 내리고 동작할 때 그 이유를 사람에게 설명하도록 해야 한다는 개념이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차가 인적이 드물고 좁은 공간에서 운전하거나 주차할 때 주변에 있는 사람이 차에 치일 수 있는 상황이라면 탑승자에게 그 상황을 설명해서 그 사람이 직접 자동차를 조종하도록 하는 것이다.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광고를 AI가 큐레이션해서 사람에게 보여줄 때 그 사람이 ‘왜 그 광고를 선택했는가?’라고 묻고 AI는 답변을 해주는 것도 사례다. 이외에도 제조나 의료를 포함해서 다양한 업계에서 ‘설명성’에 관한 사례가 있었는데 최재식 교수는 “AI를 통해 일과 삶의 편의성이 높아질수록 상황을 판단해서 올바른 결정을 내리는 역량은 결코 잃지 말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다음으로 AI 중심 기업의 생산성 향상 영역에서 핵심은 불필요하게 낭비되는 에너지를 ‘절감’하는 결과물이었고, 과정은 앞단의 ‘설명성’과 연계되어 있었다. 최재식 교수는 자신이 창업해서 운영하는 회사 ‘INEEJI’가 산업현장에서 여러 기업과 함께 수행하는 프로젝트를 예로 들었는데 ‘공정 최적화 솔루션’과 ‘고장 진단 솔루션’이 있었다. AI가 제철소나 발전소 등에서 고온/저온 반응을 최적화함으로써 여러 차례 온도를 조정하며 불필요하게 낭비되는 에너지를 줄이고, 고속도로 모니터링 및 진단을 통해 진폭을 줄여서 관리비용을 절감하는 등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는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드는 것만큼 기존 프로세스의 능률을 올리는 일도 생산성 향상에 무척 중요함을 시사한다. 그런가 하면 최재식 교수는 “OpenAI는 오랫동안 오해와 무시를 받았지만 ‘인류에게 이익을 주는 AI 개발’이라는 방향성을 견지하며 많은 시행착오 끝에 결국 챗GPT를 만들어냈다.”라며 AI 생태계를 선도하는 기업으로부터 배워야 하는 태도도 짚어줬다.이상의 강연들을 보면 AI 활용의 출발점은 일의 본질 파악이고, 지식노동자들은 AI 리터러시를 갖춰야 하며, AI의 효용성을 입증하는 주체는 결국 사람임을 확인할 수 있다. 전문가들의 손길이 꼭 필요한 영역을 제외하면 통찰력, 교육, 태도를 관통하고 있다. 그런 만큼 HRD 담당자들은 조직 구성원들이 AI를 호기심 어린 눈으로, 올바로, 업무와의 관련성을 생각하며 바라보는 풍토를 조성해서 새로운 도약을 위한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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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해 교수] 유쾌하고 신선한 내적 균열을 선사하다
강의실에서 학생들과 교수가 예의 있는 반말로 대화하는 수업. 무척 낯선 풍경이다. 이런 ‘평어수업’을 진행하며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인물은 김진해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다. 사람은 누구나 우여곡절을 겪고 그때마다 좌충우돌하며 스스로를 도야해서 성장해야 한다. 즉 이질성과 오묘함 속 다양성과 존중의 교차는 사람다움을 바로 세우는 요인이다. 그렇기에 ‘말’로써 학생들이 내적 균열과 관계의 재정립을 경험하며 전문성과 품성을 고루 갖추도록 헌신하고 있는 김진해 교수의 행보는 시사하는 바가 컸다.“진해! 이런 수업 해줘서 너무 고마워.”김진해 교수의 수업을 들은 학생이 전하는 감사의 인사다. 김 교수가 이렇게 반말이 오가는 수업을 기획한 배경은 무엇일까. 먼저 그는 『푸른 눈, 갈색 눈』이라는 책을 언급했다. 여기에서 미국의 초등학교 교사 제인 얼리어트는 1968년 4월 4일 마틴 루터 킹 목사가 살해당했을 때, 다음 날 수업에서 3학년 아이들을 ‘푸른 눈’과 ‘갈색 눈’이라는 집단으로 나눴다. 그리고 어느 날은 ‘푸른 눈’에, 다른 어느 날은 ‘갈색 눈’에 특혜를 줬다. 그러자 두 집단은 서로를 차별하기 시작했다. 독특한 경험을 했던 학생들은 성인이 되고 다시 모였을 때 차별과 편견의 위험성과 공감과 존중의 필요성을 배웠다고 말했다. 직접체험이 관점을 바꾼 것이다. 이어서 김 교수는 남성명사와 여성명사가 있는 프랑스어, 여기에 더해 중성명사까지 있는 독일어, 존댓말이 존재하는 한국어를 언급하며 “언어는 상대방과 나와의 관계나 거리를 판단해야 대화를 시작할 수 있는 ‘마음의 습관’을 심어줍니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권위적일 것 같고, 만나면 대화하기 어렵고, 수업에서 의견을 내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운 대학교 교수의 이미지가 여전한 상황에선 자유로운 토론이 어렵겠다고 생각했습니다.”라고 털어놨다.고민 끝에 김진해 교수는 작년 2학기부터 ‘모든 의사 표현은 반말로 한다’와 ‘호칭은 이름으로 통일한다’는 2가지 원칙에 따라 학생들과 예의 있는 반말을 주고받는 ‘평어수업’을 하고 있다. 학생들의 반응을 보면 교수의 말을 절대적인 진리로 생각하지 않고 ‘나는 다르게 생각하는데?’라는 질문을 강의실에서 혹은 스스로에게 던져보거나, 조별 토론에서도 과거보다 자유롭게 조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무엇보다 학생들은 완벽한 의견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발언하지 않고 미루는 태도를 벗어던지고 일단 의견을 제시하고 상대방의 말을 들으며 수정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관련해서 김 교수는 “교육이나 배움의 가장 큰 목표는 내적 균열을 경험하는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기존에 배웠던 것 위에 새로 배운 내용을 마치 탑을 쌓듯 올리려는 관념에서 벗어나 어제의 생각이 옳지 않다면 버릴 줄 알아야 더 나은 오늘이 찾아온다는 믿음에서다. 또한, 그는 “선진 교수법을 도입한다고 해도 학생과 교수 사이의 위계적 관계가 여전하다면 대학생들이 스스로를 ‘교복을 벗은 고등학생’이라고 평하는 현실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부모님과 반말로 편하게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는 현실을 언급하며 “적어도 가정에서는 친밀감을 중심으로 권위주의가 많이 사라졌습니다.”라며 대학교의 풍경도 언젠가는 변화하길 희망했다.말은 사람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친다. 김진해 교수는 “어떤 단어를 선택해서 말하느냐에 따라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거나 때론 호도하는 모습을 보면 말의 명과 암을 느낄 수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처리수로 부르자고 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어서 그는 “언어의 변화는 늘 있었지만 인터넷의 발달로 인해 새로운 말이 만들어져서 확산되는 속도가 매우 빨라졌습니다.”라고 진단했다. 실제 지금은 누구든 언어에 대한 감각을 SNS를 통해 문턱 없이 순식간에 전 세계와 공유할 수 있다. 김 교수는 이런 시대상은 제어할 수도 없고, 시민적 참여의 양식이 되고 있다는 생각에 긍정적으로 본다. 말에 필요한 ‘감수성’을 함양할 수 있다는 관점에서다. 아울러 그는 “우리나라에도 이미 많은 외국인이 살아가며 그들만의 생각과 방식으로 한국어를 구사합니다.”라며 언어의 변화를 삐딱하게 보거나, 개입하고 강제해서 변화 자체를 막으려는 태도는 좋지 않다고 짚어줬다. 다양성은 풍요로운 인생을 향한 가능성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또 다양성은 윤리의식과도 이어지는데 김 교수는 “말을 하는 것엔 ‘타인’이 전제되어 있고, 사회에서 관계는 ‘타인을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라며 “상대방을 ‘내가 잘 모르는 존재’로 여기고 누구에게든 진심을 전하기란 무척 어렵다는 생각을 가진다면 존중과 배려 속 참말이 오가는 삶이 펼쳐지지 않을까요.”라고 전했다.말은 다양한 사람이 한데 모여 일하는 기업과 그곳에서 문화, 교육, 소통 등을 담당하는 HRD 부서에도 매우 중요하다. 관련해서 김진해 교수는 “인적자원(HR)이라고 하면 기업에서 요구하는 능력을 온전히 갖춘 사람을 뽑아서 그 능력을 발휘하게 하고, 그렇지 못하면 바로 내보낸다는 의미로 들립니다.”라는 의견을 밝혔다. 이어서 그는 “끊임없이 지표를 갖고 역량과 성과를 판단하면 회사와 구성원 모두 고달프지 않겠어요?”라고 되물으며 “빠르게 성과를 내는 사람을 우대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조금 미흡하거나 엉뚱하고 예외적인 모습을 보이는 구성원을 어떻게 하면 조직에 스며들어 성장하게 할 수 있을지 고민하면 심리적 안전감 속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나지 않을까요.”라고 답했다. 모든 인간은 각자의 문화적 배경이 있는 만큼 100% 수치화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울러 그는 “상급자일수록 말을 줄여야 하고, 판단을 조금 늦게 해줘야 합니다.”라고 제언했다. 상급자의 말은 그 자체로 하급자에게 압박감을 줄 수 있고, 빠른 판단은 조급함을 심어주어 큰 실수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삶은 변수의 집합체다. 사람은 누구나 우여곡절을 겪고 좌충우돌하기 마련이다. 이때 올바른 생각과 자세를 견지하면 스스로를 도야해서 성장할 수 있다. 이질성과 오묘함 속에서 교차하는 다양성과 존중이 사람다움을 바로 세우는 것이다. 그런 만큼 김진해 교수가 앞으로도 ‘평어수업’을 통해 전문성과 사람다움을 고루 갖춘 인재들을 ‘말’로써 길러주길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