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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INT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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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중장년 정책포럼] 중장년의 역량을 활용할 시스템과 문화 구축
전 세계적으로 저출생과 인구 고령화가 심각한 사회경제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대한민국도 마찬가지다. 이런 흐름은 기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인재 채용과 유지를 비롯해 육성과 조직개발에서 과거와는 다른 전략을 취해야 하기 때문이다. 관련해서 눈여겨볼 만했던 행사는 서울시와 서울시50플러스재단이 개최한 「서울시 중장년 정책포럼 2025」였다. 초고령 사회를 맞아 중장년의 가능성을 논했던 이 행사에서 『월간HRD』는 HRD스탭들이 장기적으로 조직의 역량을 유지 및 강화하는 데 있어 무엇을 고려해야 하는지 정리해봤다.기조강연을 맡은 전영수 한양대학교 교수는 “한국은 노동집약형 산업모델을 통해 성장했기에 생산인구의 비중이 줄어드는 현실은 큰 위기다.”라며 중장년층 고용 확대를 늘리는 구조적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가 말한 개혁의 중심에는 ‘한국형 베이비부머(1954년생- 1982년생)’가 있었는데 이들은 부모를 부양하는 마지막 세대인 동시에 자신의 노년은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세대다. 따라서 전 교수는 “한국형 베이비부머가 일할 수 있는 시간을 늘려줘야 하며 이를 위해 ‘정년폐지’가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결국 우리가 두려워하는 것은 노년 소득의 불확실성.”이라고 짚으며 “중장년층을 복지의 대상이 아닌 생산의 주체로 바라보면 연금 필요성이 줄어들고 노년층이 소극적인 소비로 미래를 도모하는 경향도 줄어들어 경제가 활성화될 수 있다.”라고 진단했다. 더불어 그는 “청년층이 더 빠르게 사회에 진출하도록 돕고 중장년층에겐 평생근로를 보장해서 저출산과 인구 고령화라는 이슈에 선진국답게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제언했다.기조강연 뒤엔 ‘초고령 사회, 왜 중장년에게 주목해야 하는가?’를 다룬 세션이 진행됐다. 이 세션에선 먼저 강소랑 서울시50플러스재단 정책연구팀장이 데이터를 근거로 중장년의 현실을 보여줬다. 중장년의 평균 퇴직연령은 49.4세로, 정년퇴직보다 조기퇴직 비율이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연금을 받을 때까지 근로소득을 확보해서 소득 공백을 메워야 하는데 퇴사 후 1년 내 재취업한 이들의 비율은 45.3%, 5년 이내 재취업에 실패한 이들의 비율은 32.5%에 불과하다. 중장년의 요구도 보면, 개인시간 확보와 건강을 이유로 시간제 일자리를 선호하며 일의 양과 시간, 출퇴근 거리와 같은 편리성을 우선순위로 잡고 일을 고른다. 그렇지만 이들은 높은 근로의욕을 보인다. 따라서 강 팀장은 “중장년 정책은 복지가 아닌 경제 활성화를 위한 투자로 바라보며 재취업 활성화를 지원할 필요가 있고, 비정규직 규제를 완화해서 일자리의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라고 제언했다. 이어서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소기업의 중장년 인력 현황을 공유했다. 그는 청년들의 창업 관심도는 높지만 여전히 중소기벤처기업 취업 선호도는 낮아 인력 미충원율이 높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에 따르면 중소기업 인력의 42.7%가 50세 이상으로, 고령화가 상당했다. 따라서 노 연구위원은 중소기업의 현실에 맞춘 제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구체적으로 그는 “현재 고령화 세제 지원 대상이 60세 이상인데, 준고령자에 해당하는 50세 혹은 55세 이상으로 완화하고, 대기업/중견기업을 퇴직한 실무자급 전문인력을 중소기업에서 제때 채용하고, 고령자 고용 우수기업을 선정해서 지원하는 제도 등의 발전적 도입을 생각해봐야 한다.”라고 설명했다.이어진 세션에선 ‘서울은 중장년을 준비하고 있는가?’를 논했는데 먼저 서울시50플러스재단에서 중장년 직업역량 강화를 위해 운영하는 ‘서울런4050’의 이모저모를 김지현 서울시50플러스재단 정책연구팀 책임이 발표했다. 서울런4050은 여러 지표에 따라 4050 중장년 교육생들을 그룹화한 다음 기술교육을 제공해서 채용에 성공하도록 돕고, 기관 연계 직업체험 및 훈련 이후 취업 컨설팅과 일자리를 연계하는 과정을 제공한다. 경력설계 지원 측면에선 온라인 자가 진단과 함께 컨설턴트의 상담을 받으며 경력 목표를 설정하는 과정도 제공하는데 경력성장형과 경력전환형으로 나뉘며, 이력서 작성과 면접 준비 등도 컨설팅해준다. 김 책임은 “민간기업들이 조직문화 적응에의 어려움과 과한 경력 등을 이유로 중장년을 기피하는 모습을 보이기에 중장년을 채용하는 기업에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다음으로 길여진 한국맥도날드 피플팀 이사는 중장년 채용 사례를 공유했다. 맥도날드는 버거를 만드는 회사가 아닌 ‘버거를 만드는 사람들의 회사’라는 경영철학을 바탕으로 다양성을 존중하고 함께 성장하는 문화를 지향한다. 그에 맞춰 한국맥도날드는 자립 청소년, 외국인, 장애인, 시니어를 적극적으로 채용하고 있고 현재 최연소 매니저는 19세, 최고령 매니저는 58세다. 계속해서 길 이사는 중장년의 강점을 정리했는데 첫째, 풍부한 경험과 전문성에 의한 문제해결력과 책임감이다. 그는 “중장년은 관계, 회사를 위한 기여, 멘토링과 같은 인간적인 성숙도에서 큰 이점이 있다.”라고 밝혔다. 둘째, 적극성이다. 한국맥도날드는 그릴 마스터라는 조리 자격증을 발급하고 있는데 중장년층은 자격증 취득과 젊은 세대와 원활하게 소통한다는 것에 큰 자부심을 느끼며 일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길 이사는 “범사회적으로 많은 나이를 부정적으로 보는 관념을 개선하며 개인, 기업, 정부기관 등이 함께 새로운 문화를 형성해나갈 수 있길 희망한다.”라고 밝혔다. 이어서 김진하 서울연구원 경제혁신연구실 연구위원은 서울이 직면한 현실인 생산연령인구 감소, 노동력 고령화, 청년층 감소를 짚으며 “생애주기 맞춤형 정책으로 직무전환, 고용유지, 맞춤형 시간제 일자리가 필요하다.”라고 제언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정년 연장과 관련해서 공기업인 한국전력, LH, 인천공항공사 등은 임금피크제를 적용해 정년 연장을 추진하는 반면, 민간기업은 정년 연장보다는 재고용 방식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따라서 그는 “정년 연장과 재고용 제도가 공존하는 현 상황에서 더욱 체계적인 정책을 설계해서 근로자의 고용 안정성과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동시에 높여야 한다.”라고 강조했다.대한민국의 저출생과 고령화는 심각한 수준이다. 이는 인재들을 중심으로 성과를 창출하며 지속가능경영을 실현하는 기업에 중요한 이슈다. 그러니 HRD스탭들은 결국 다가올 미래를 지혜롭게 준비해야 한다. 이런 여정의 핵심은 인재들이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역량을 중심으로 일하고 필요한 교육을 받으며 생산성을 발휘할 수 있는 시스템과 문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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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C 인문학 여행 통찰과 영감] 더 나은 미래는 인재육성으로 만들어진다
한국생산성본부(KPC)는 지난 2월 28일 올해 첫 조찬 포럼 「KPC 인문학 여행 통찰과 영감」을 개최했다. 박성중 KPC 회장은 “인문학은 과거의 지혜를 배우는 것을 넘어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사고의 틀을 제공한다.”라며 이번 포럼이 의미 있는 시간이 되길 기원했다. 이런 방향성에 맞춰 초청된 연사는 이광형 KAIST 총장이었는데 그는 ‘미래의 기원’을 주제로 잡고 AI가 수놓고 있는 세상에서 대한민국이 더 나은 미래를 만들려면 오늘 당장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짚어줬다. 그것은 바로 인재육성이었다."오늘 무엇을 결정하고 행동하느냐에 따라미래가 결정된다. 그렇기에 세상의 흐름을 주시하며꼭 필요하고 의미 있는 일을 당장 시작해야 한다.그것은 바로 국가의 경쟁력을 높이는 인재육성이다."이광형 총장은 먼저 “오늘 무엇을 결정하고 행동하느냐에 따라 미래가 결정되기에 매일을 의미 있게 살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AI 시대의 도래’, ‘AI와 사회’, ‘대한민국의 전략’ 순으로 강연을 준비했는데 자료로 갈음한 AI 시대의 도래를 보면 챗GPT가 출현하며 인간에 대한 AI의 도전이 시작됐다. 또한, 그는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의 ‘2045년에는 AI가 인간의 모든 능력을 초월하고 스스로를 개선하며 인간과 구분하기 어려운 존재가 되는 특이점이 찾아올 것’이라는 진단을 진지하게 성찰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그는 AI는 필연기술이라 발전을 중단시킬 수 없고, 그에 따른 휴머니즘 과제는 각종 변화(인간의 정체성과 역할(가치) 및 위상, 일자리, 정신 붕괴, 빈부 격차 등)에 대한 대응이 될 것으로 정리했다.이 총장이 본격적으로 다룬 AI와 사회를 살펴보면 그는 “AI는 국가의 주권을 결정짓는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실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보면 AI 첨단무기기술이 투입되고 있다. 국내로 좁혀보면 카카오택시로 유명한 카카오모빌리티는 오픈AI와 전략적 제휴를 체결하며 주요 서비스에 오픈AI의 기술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 총장은 “스마트폰은 일자리 측면에서 사진사, 카메라회사, 내비게이션회사, 통신회사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줬지만, 반대로 반도체, 디스플레이, 휴대폰 조립, 소프트웨어 비즈니스를 키웠다.”라며 AI도 같은 시선으로 바라보면 일자리를 늘릴 수 있다고 제언했다. 이어서 그는 ‘누가 우리 자손들의 삶을 지배할까?’라는 질문을 던졌는데 답은 ‘AI를 만드는 사람/나라’였다. AI를 제작할 수 없는 사람과 나라는 챗GPT를 돈을 내고 쓰는 것처럼 다른 사람과 나라가 만든 AI를 이용해야 한다. 이러면 결국 금전적으로든 사상적으로든 다른 사람과 나라의 지배를 받을 수밖에 없고, 심한 경우 역사와 국토마저 뺏길 수 있다. 따라서 이 총장은 “대한민국은 하루빨리 AI를 잘 다루는 나라로 거듭나야 한다.”라고 힘주어 말했다.다음으로 이 총장은 대한민국의 전략을 다뤘다. 그는 뇌/컴퓨팅/반도체 수직계열도를 소개했는데 밑에서부터 순서대로 컴퓨팅 모델, 컴퓨팅 반도체, 메모리 반도체, Packaging, 컴퓨팅/반도체 운영SW가 위치했다. 해당 계열도는 인간이 숫자를 조금 더 빠르고 편리하게 계산하기 위한 욕망으로 만들고 발전시킨 기술들을 나열한 것인데, 이 흐름 속에서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했던 회사들이 IBM(컴퓨터), 인텔(CPU), MS(소프트웨어), 삼성(반도체), 애플(스마트폰)이다. 지금은 엔비디아가 텍스트 계산에서 우위에 있는 GPU를 만들어서 앞서가고 있고 TSMC가 공장에서 AI 반도체를 개발해주고 있다. 여기까지 설명한 이 총장은 “인간의 욕망은 텍스트 계산에 머무르지 않을 것이기에 앞으로는 공간, 영상, 촉감과 같은 멀티미디어 계산에 도전할 것이며 이 지점에 ‘미래의 기원’이 있다.”라고 말했다. 미래의 기원은 치열한 경쟁 가운데서 다음 스텝을 미리 밟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수직계열도 밑에 브레인 모델과 인지 모델을 덧붙이며 20년-30년 후의 세상을 지배하는 사람은 인간의 인식론에 기반해서 인간의 뇌처럼 학습하는 모델을 개발하는 사람이라고 내다봤다. 역량 측면에서 정리하면 멀리, 넓게 보면서 강점은 강화하고 약점은 보완하는 동시에 새로운 것을 빠르게 습득할 줄 알아야 한다는 뜻이다. 특히, 그는 “인식론은 철학과 맞닿아 있다.”라며 알 수 없는 미래에선 세상의 옳고 그름이 무엇인지 탐구·판별하는 철학이 매우 중요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알 수 없는 미래에선 세상의 옳고 그름을 통찰하며기존의 강점을 더욱 강화하고 약점을 보완하는 동시에새로운 것을 빠르게 습득하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큰 방향을 짚어준 뒤 이 총장은 세계의 디지털 판도를 정리했는데 독자적 포탈을 보유한 국가는 미국(구글), 중국(바이두), 러시아(얀덱스), 한국(네이버)이었다. 유럽과 일본은 구글의 영향권에 있다. 그리고 일본과 동남아시아는 네이버의 메신저 앱인 라인을 쓴다. 이런 구도를 보며 이 총장은 한국이 미국과 중국에 맞설 ‘AI 천하삼분지계’를 제안했다. 우리는 독자 AI 시스템 보유가 가능한 나라임을 확신하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그는 스마트폰에서도 쓸 수 있는 작은 규모의 특화된 AI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챗GPT를 보면 출시 이후 시간이 흐르면서 성능이 매우 좋아졌지만, 여전히 깊이 물어보거나 꼭 필요한 질문을 던지면 제대로 답하지 못한다. 그런 만큼 이 총장은 교육, 건강, 역사, 국방, 제조, 연구, 제약 등에서 특화된 답변을 건넬 수 있는 AI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람에겐 더 자세히 알고 싶어하는 욕망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그는 “차세대 AI 모델을 위한 반도체를 개발해야 하며, 미국과 중국 중 어느 편에 설지 고민하는 국가들과 연대해야 한다.”라고 말했다.마지막으로 이 총장은 “AI 천하삼분지계 완성의 비결은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인재육성.”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언제 사과나무에서 열리는 사과를 따서 포장해야 하는지 연구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계절의 변화에 맞춰서 땅을 갈고 거름을 주고 농약을 뿌리는 선행작업이 더욱 중요하다.”라는 뼈 있는 메시지를 건넸다. 그가 말한 선행작업이 기술(사과)을 만드는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인재육성에 대한 투자를 늘리지 않으면서 미래에 좋은 결과가 있길 바라는 것은 매우 잘못된 태도.”라고 지적했고 “지금 당장 인재를 키우면 분명 달라진다.”라고 확신했다. 그야말로 이 총장의 강연은 인재육성이 국가의 위상을 높이는 근본 과제임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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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EC 정상회의 사전 강연] AI시대를 살아갈 사람다움의 방향은 어디인가
문화체육관광부와 경상북도는 지난 3월 20일 서울 연세대학교 대강당에서 「2025 국제경주역사문화포럼 X 제12회 21세기 인문가치포럼」 사전 행사로 특별 대중 강연을 열었다. 강연자는 베스트셀러 『사피엔스』의 작가 유발 하라리였는데 그는 ‘AI시대, 인간의 길’을 주제로 하반기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주제인 ‘우리가 만들어 가는 지속 가능한 내일’과 연계해서 인간의 가치와 역할이 어떻게 될 것인지 조망했다. 이곳에서 『월간HRD』는 2부에 걸쳐 세계적 석학이 전해준 통찰을 HRD 관점에서 살펴봤다.AI의 영향력과 인류의 과제 진단1부 강연은 정치학자 김지윤 박사가 유발 하라리와 대화를 나누는 방식이었다. 먼저 김 박사는 AI가 인류에게 어떤 방식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보는지 상세한 설명을 요청했다. 질문을 받은 유발 하라리는 먼저 “권력이 사람에서 AI로 옮겨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유는 권력이 ‘편집’에서 기인하기 때문인데 그는 “사람들에게 어떤 정보를 전달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이 편집자의 역할인데, 이렇게 공론을 정하는 역할을 이제 AI가 맡고 있다.”라고 말했다. AI로 만들어진 알고리즘이 온라인에서 분노, 탐욕, 공포, 증오 등이 담긴 특정 콘텐츠를 우선적으로 노출하는 것은 편집자로서 대중에게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과 유사하다는 시선에서다. 그러면서 그는 인간 사회는 서로 이야기를 진지하게 주고받는 ‘대화’를 통해 쌓이는 신뢰에 기반하는데, 이처럼 중요한 대화가 불가능으로 치닫고 있고, 점차 사람들이 공동체보다 AI를 신뢰하는 것에 큰 우려를 표했다. 아울러 유발 하라리는 여러 기업가, 정치가, AI 기술 선도자가 자신에게 ‘여러 규제를 고려하면 경쟁에서 뒤처지기에, 설령 위험하다고 하더라도 나만 멈춰있을 수는 없다’라고 말한 일화를 들려줬다. 유관해서 그는 “AI가 무엇인지, 역사적으로 인류에게 어떤 영향력을 행사할 것인지 깊이 생각해봐야 한다.”라고 강조했고, AI는 다른 기술과 다르다고 짚었다. 이유는 AI가 ‘자기주도적인 에이전트’라는 데 있었다. 인쇄술, 산업혁명, 핵폭탄을 보면 인간이 개발했고, 추진했고, 떨어뜨렸다. 반면, AI는 개발, 추진, 발사라는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과정을 스스로 결정한다. 가령 AI에게 거짓말을 하라고 명령하지 않아도, 목표를 달성하는 데 있어서 거짓말이 필요하다면 AI는 그 선택을 스스로 한다. 여기에 ‘창조’까지 더해진 것이 바로 유발 하라리가 보는 AI다."AI는 사람들에게 어떤 정보를 전달할 것인지‘결정’하는 편집자로서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다.이렇게 공론을 결정하고 있는 AI를 보며 사람은‘인간의 길’을 걸어가기 위한 역량을 개발해야 한다."다음으로 김 박사는 우리가 정보를 받아들이는 태도는 어때야 하는지, 어느 정도의 검열이 필요한 것인지 물었다. 이에 관해 유발 하라리는 “정보가 진실은 아니며 우리가 접하는 정보 중 진실은 극히 일부.”라고 말했다. 진실은 근거를 확보해야 해서 만드는 데 돈이 많이 들고 복잡하고 고통을 주며, 그렇기에 쾌락적 허구를 만드는 게 더 쉽다는 이유에서다. 이어서 그는 인간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은 옳지 않고, 우리가 제어해야 할 것은 알고리즘이니 이 알고리즘을 만든 기업에 책임을 묻는 것으로 정보를 검열해야 한다고 말했다.추가로 김 박사는 미래를 살아가기 위해 청년들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물었다. 질문을 경청한 뒤 유발 하라리는 “AI는 미래를 예상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하며 이는 미래에 우리가 어떤 능력이 있어야 생존할 수 있는지를 가늠하지 못하게 한다.”라고 진단했다. 따라서 그는 끊임없이 배움을 추구하는 태도와 이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유연성을 갈고 닦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리고 그는 “인간의 역량을 세 가지로 구분하면 글을 읽고 쓰는 ‘지적인 역량’,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사회적 역량’, 몸을 움직이는 ‘운동역량’이다.”라며 청년들이 언급한 역량을 습득하길 희망했다. 연장선에서 그는 사례를 공유했는데 단순히 의료 기록만을 보고 환자를 진단하는 의료인들은 AI에 대체될 수 있다. 그러나 의료 지식을 가지고 있으면서 환자와 사회적인 관계를 잘 맺을 줄 알고, 각종 의료기기를 막힘 없이 다룰 수 있는 의료인들은 AI가 대체하기 어렵다. 후자가 바로 유발 하라리가 보는 AI시대를 살아가기 위한 인재의 자격이었다.AI시대, 교육의 역할과 사람다움2부에선 전병근 북클럽 오리진 대표와 강연아 연세대학교 융합인문사회과학부 교수가 패널로 참여해 유발 하라리와 다양한 관점에서 대담을 나눴다. 먼저 강 교수는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는 가운데, 교육은 미래 사회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물었다. 이에 관해 유발 하라리는 “인간의 적응력은 높지만 무기체인 AI와의 경쟁에선 뒤처질 수밖에 없고, 이런 상황에서 젊은 세대는 더 빠르게 나아가려고 할 것.”이라며 “교육의 역할은 사람들이 쉬어야 할 때 쉴 수 있게 해주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가 말한 쉼은 잠을 자고 소화하는 생존의 시간과 더불어 타인과 감정을 나누고, 대화하고, 현재를 의식하는 것을 포함했다. 전 대표는 미국과 중국의 AI 패권 경쟁이 어떤 결과를 맞아야 미래 사회에 유리할지 물었는데 이 질문에 유발 하라리는 “우리가 개발해야 하는 것은 ‘선의의 AI’이며, 역사적으로 엄청난 기술적 장점을 누군가가 독점하면 끝이 좋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따라서 그는 “앞으로 AI 역량이 높은 나라와 그렇지 않은 나라의 간극은 그 전의 기술 역량 간극보다 더 클 것이기에 일부 국가의 독점을 막기 위해 작은 국가들이 힘을 합쳐야 한다.”라고 진단했다. 추가로 전 대표는 인간은 글을 통해 다른 사람들과의 공감을 확대했는데, AI가 글을 쓰게 되면 어떤 영향이 생겨날지 물었다. 질문을 받은 유발 하라리는 “그동안 우리는 책에 직접 자신의 고민을 담은 질문을 건넬 수 없었고, 그렇기에 그 책을 쓴 전문가를 찾아가 질문했는데 이것이 전문가라는 존재에게 힘을 실어준 배경이다.”라고 말했다. 따라서 유발 하라리는 “AI가 글을 쓰면 AI에게 권위가 옮겨간다고 보면 될 것이다.”라고 정리했다.계속해서 강 교수는 AI 시대에서 인간다운 삶의 핵심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질문을 들은 하라리는 우선 “관계가 가장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에 관해서는 “우리는 언어를 통해 상대방에게서 의식의 존재를 인식했는데 AI는 언어를 잘 구사한다는 측면에서 온라인에서는 AI와 사람을 정확히 구분하기가 매우 힘들다.”라고 말했다. 그러므로 그는 “의식이라는 고차원적인 지능을 우리가 체감하고 파악하는 것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대답을 들은 전 대표는 사람들이 오히려 오프라인과 아날로그를 추구하는 경향이 커질 것이라고 예상하는지 물었다. 이에 관해 유발 하라리는 “앞으로의 일을 정확히 예측할 순 없지만, 인간의 의식은 전신에 퍼져 있고, 그 의식은 육체적인 경험에서 인식할 수 있다.”라면서 자신의 경험을 털어놨다. 유발 하라리는 명상을 즐기는데 명상의 기초는 호흡에 집중하는 것이다. 유관해서 그는 “작은 순간에도 과거의 일은 물론 미래의 걱정이 끼어들어서 몰입하기가 참 어렵다.”라고 털어놓으며 “현재를 느끼려면 오프라인에서의 육체적인 감각과 경험이 필수적이고 그것이 우리의 근본적 감각.”이라는 통찰을 전했다.여느 기술과 마찬가지로 AI는 명과 암이 공존한다. 그렇기에 사람은 AI와 공존하며 살아갈 수 있는 ‘지속 가능성’ 확보에 집중해야 한다. 이때 나침반이 되어 줄 유발 하라리의 당부는 “인간이 진실을 좇고, 더 나은 인간이 되고자 노력하면 AI도 더 나은 AI가 될 것.”이다. 그야말로 이번 강연은 사람은 어느 시대든 더욱 사람다워지기 위해 노력해야 함을 알려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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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욱 세종국가경영연구원 이사장] 창의와 혁신의 동력은 행복한 조직문화에 있다
손욱 세종국가경영연구원 이사장/전 삼성인력개발원장40년 삼성맨으로, 농심 회장을 역임했다. 삼성에서 PI(프로세스 혁신)와 6시그마의 국내 최초 도입 성공은 그에게 한국의 잭 웰치라는 별명을 선사했다. 현재는 감사나눔, 행복, 홍익인간, 창의, 리더십 등을 골자로 다양한 곳에서 활동하며 더 나은 사회를 향한 가치, 철학, 지혜를 전파하고 있다.대한민국은 건국 이후 놀라운 속도로 성장하며 마침내 선진국 반열에 올라섰지만 이런 성장세는 점점 둔화되고 있고 기업은 혁신을 잃어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만나본 인물이 삼성을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이끈 CEO 중 하나인 손욱 세종국가경영연구원 이사장/전 삼성인력개발원장이다. 그는 “신바람 나게 일하고, 감사할 줄 아는 행복한 조직문화를 만들어야 합니다.”라고 말하며 한민족 고유의 홍익인간 이념과 그것을 실천한 세종대왕을 중심으로 HRD스탭과 기업의 지상 과제를 짚어줬다.엄준하 발행인: 우리 대한민국만의 저력은 무엇이라고 보시는가.손욱 이사장: ‘인간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하다’를 뜻하고, 사실상의 국시(national motto)이자 법률상의 교육이념인 ‘홍익인간弘益人間’이다. 1941년 대한민국 임시정부 건국강령과 교육기본법 제2조에도 홍익인간이 명기되어 있다. 우리 민족은 지정학적으로 강대국 틈새에 있어 숱한 외세의 침략을 당해왔다. 특히, 일제강점기와 6.25 전쟁을 겪으면서는 모든 것이 폐허가 됐었다. 그러나 새마을정신과 국민교육헌장을 바탕으로 ‘잘 살아보자’라고 외치며 신바람 나게 일했고, 그 과정에서 누구보다 뛰어난 지능(IQ)을 발휘했다. 이렇게 위기를 극복하는 여정은 정신과 가치의 DNA로밖에 설명할 수 없다. 바로 홍익인간이다.엄준하 발행인: 현재 대한민국은 놀라웠던 성장세를 잃어가고 있다.손욱 이사장: 조선왕조 500년의 사이클이 단축되어 나타나는 듯하다. 조선은 나눔, 감사, 칭찬, 열린 소통을 골자로 홍익인간을 실천한 세종대왕 때 모든 분야에서 정점을 찍었다. 세종은 한글과 다양한 과학기술을 백성들에게 나눠줬고, 자기와 반대되는 의견을 내는 신하들에겐 경청을 통한 반대에 감사를 표하며 칭찬했고, 열린 소통을 상징하는 경연을 재임 중 1,898회나 열었다. 일본 도쿄대학에서 세종 시대에 노벨상이 있었다면 47%가 조선의 것이었을 거라고 말한 배경이 여기에 있다. 아쉽게도 이런 황금기는 세종 이후 사라졌다. 대한민국 건국 이후에도 세종과 같은 정신과 가치가 드높은 리더를 양성하기 위한 움직임이 있었지만 반대를 위한 반대, 물질을 중시하는 움직임에 가로막혔다.엄준하 발행인: 기업들도 혁신성을 잃으며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손욱 이사장: 어느 시대든 조직문화가 전략을 이기고, 훌륭한 리더가 중요하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미국을 보면 공동체에 대한 책임의식과 민주적 절차가 건국의 기반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고, 돈만 아는 경쟁에 휩쓸리며 가치와 정신을 잃어버렸고, 대공황을 겪게 된다. 당시 한데 모인 지도자들은 각자도생이 위기의 원인이었다고 진단하며 공공을 위해 최고의 서비스를 실천하는 리더를 양성하고자 하버드대학교에 대학원(現 하버드 케네디 스쿨)을 만들었다. 이런 목표에 따라 양성된 각계의 리더들은 미국을 세계 정상의 위치에 올려놨다. 한국의 경우 삼성의 역사를 되새겨보면 이병철 회장은 사업보국과 인재제일 실천에 매진했고, 이건희 회장은 ‘인재를 찾고 키우는 데 일의 절반을 바쳐라’, ‘기업은 곧 사람이다’, ‘남의 뒷다리는 잡지 말라’라고 강조했다. 기업에서 문화와 리더가 얼마나 중요한 요인인지 알고 있던 것이다. 우리 기업들에 회고와 성찰이 필요한 이유다.엄준하 발행인: 삼성을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이끈 CEO 중 한 명이신 만큼 개인 역량개발 여정도 듣고 싶다.손욱 이사장: 하나의 키워드로 압축하면 ‘Why?’다. 삼성에선 항상 동료들과 함께 ‘우리가 누구인가?’, ‘우리는 왜 이곳에서 일하는가?’, ‘우리의 목적은 무엇인가?’를 생각했다. 이런 태도는 삼성SDI, 삼성종합기술원, 삼성전기를 거치며 엔지니어와 기획자로 일했을 때 PI(프로세스 혁신)와 6시그마의 국내 최초 도입 성공, 삼성의 10년 비전을 담은 마스터플랜 기획, 25개의 신규 사업 리드 등의 성과를 일구도록 해줬다.엄준하 발행인: 삼성인력개발원 원장 시절의 이야기도 들려달라.손욱 이사장: 12지 경영을 말씀드리겠다. 인재육성, 한국형 인재, 리더십 교육에 관해 고민했을 때 완성한 개념이다. 우리 조상들은 띠를 상징하는 12 동물로 백성을 교화하고 인재를 양성했다. 개인적으로 마지막 세 마리에서 감탄했는데 새끼를 많이 낳는 돼지는 가장 작고 약한 녀석이 소외되지 않도록 한다. 개는 정직하고, 닭은 제일 큰 녀석이 맨 앞에서 좌우를 살피고 신호를 주며 동료들을 인솔하는데 나머지 닭들은 질서정연하게 따른다. 각각 세상을 이롭게 하는 배려, 정직, 준법의 모범사례로 우리 조상의 홍익인간 DNA를 보여준다.엄준하 발행인: 우리 기업이 지향해야 하는 문화도 짚어달라.손욱 이사장: 행복한 조직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행복하면 몰입도가 10배, 창의력이 3배 늘어나며, 마음의 여유가 생겨서 다른 사람을 존중하고 지원하는 데 인색해지지 않는다. 이런 기업에선 창의, 융합, 혁신이 수시로, 무한대로 일어나지 않겠는가. 행복감을 느끼며 신바람 나게 일하는 조직은 어떤 조직도 이길 수 없다. 세종대왕은 ‘생생지락生生之樂’을 강조했다. 앞의 생은 생활, 뒤의 생은 생업/직업을 뜻하는데 세종은 일하는 즐거움을 느끼며 사는 행복한 홍익인간의 세상을 꿈꾼 것이다. 우리 기업에 시사하는 바가 참 많다.엄준하 발행인: 행복한 조직문화를 만드는 데 있어 HRD스탭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제언 부탁드린다.손욱 이사장: 바텀업 방식의 마음경영이 잘 작동되도록 교육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정신과 가치가 올바른 리더를 육성해야 하며, 그 리더를 중심으로 열린 소통 활성화를 촉진해야 하며, 모두가 잃어가고 있는 공동체 의식을 되살리도록 해야 하고, 동료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갖고 일하며 작은 선행을 매일 실천하도록 독려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많은 기업이 새로운 이론, 용어, 기술 따라잡기에 급급한데 막상 이것들의 뿌리를 파보면 원점은 동일하다. 그러니 우리의 것을 만들고자 노력하는 기업이 되는데 보탬이 돼야 한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라는 말은 예로부터 통용되었다는 점을 꼭 기억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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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의 원리] 휴먼 스킬로 승진의 역설에서 벗어나라
기업은 맡은 일을 잘 수행해서 좋은 성과를 거둔 구성원들에겐 봉급과 함께 ‘승진’으로 보상한다. 그런데 승진이 거듭될수록 기업의 기대와는 다르게 기존의 유능함을 점점 잃어가는 구성원들이 상당하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라는 말과 반대되는 상황이 펼쳐지는 것이다. 이러한 역량/성과의 퇴보는 기업이 계속해서 성장하려면 반드시 개선해야 하는 문제다. 따라서 이번에는 승진할수록 사람들이 무능해진다는 ‘피터의 원리’, 그리고 이 원리에서 벗어날 ‘휴먼 스킬’에 관해 살펴보고자 한다.---“직장인들에게 봉급과 함께 매우 중요한 ‘승진’은더 높은 곳에서 큰 역할을 해내도록 동기를 부여하지만,새로운 직책에서 요구되는 역할을 잘 해내지 못하며기존의 유능함이 무능함으로 변질되도록 하기도 한다.”유능함을 잃게 하고, 의욕도 떨어뜨리는 ‘승진의 역기능’“직장인이 봉급하고 때에 걸맞은 승진 아니면 뭘로 보상받겠나.”많은 직장인의 공감을 얻은 드라마 ‘미생’의 주요 무대인 회사 원인터내셔널의 CEO가 한 말이다. 봉급과 함께 언급된 승진昇進은 직위의 등급이나 계급이 오르는 것을 말한다. 자신이 맡은 일을 잘 수행해서 좋은 성과를 거뒀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이런 승진은 순기능과 역기능이 공존한다. 먼저 순기능은 성과를 내면 더 높은 자리에 올라 지금보다 많은 월급을 받을 수 있음을 실감하게 한다. 그리고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라는 말처럼 변화된 역할이 요구하는 책임을 다하고, 부여되는 권한을 올바로 활용하고자 더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있다. 특히, 예전부터 다니고 싶었던 회사에 들어와서 보고 배울 수 있는 좋은 선배를 만나고, 적성에 맞는 직무를 부여받은 행운을 얻은 직장인들은 더 높은 자리로 올라가기 위해 업무수행에 최선을 다한다. 그러나 더 주목해야 하는 것은 ‘역기능’이다. 사례로 살펴보면 어느 직장인이 목표를 초과해서 달성한 성과를 인정받으며 팀장, 한 팀의 ‘리더’로 승진했을 때 새로운 직책이 요구하는 역량을 발휘하지 못해 예전보다 무능해지고 의욕도 잃어버리는 경우가 있다. 실력이 아닌 권한만을 발휘하며 유능한 구성원들이 회사를 떠나게 만들고, 조직문화의 건강성도 떨어뜨리는 경우도 있다. 소수의 직장인이나 회사의 사례가 아니다. 이렇게 직책과 역량의 미스매치는 기업과 승진자 모두에게 큰 피해를 준다. 또한, 직책과 역량의 미스매치는 많은 사람이 리더 역할을 맡는 것을 부담스러워하고, 심지어 회피하려고 애쓰는 현상인 ‘리더 포비아’의 원인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런 부분을 인지하고 있는 직장인들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전통적인 계층적 경력개발 경로를 밟으려고 하지 않고, 조직 내에서 수평적으로만 이동하길 희망하기도 한다. 다양한 직무를 경험해보며 경력을 풍성하게 만들면 평생직장이 없는 세상인 만큼 이후의 경력개발(이직 포함)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책임을 지기 싫어하고, 야망이 없고, 목표가 낮고, 포부가 없다는 부정적인 시선으로만 볼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이런 승진의 역기능을 HRD스탭들은 어떻게 바라보며 대응해야 할까.피터의 원리, 결국 모든 구성원은 무능의 단계에 도달한다1969년, 로렌스 피터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교수는 수백 가지의 직업 사례를 분석한 뒤 ‘피터의 원리(Peter's Principle)’를 발표했다. 피터의 원리는 지금도 조직관리, 인사, 행정에서 널리 인용되고 있는데, 피터 교수는 ‘위계 조직 안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은 자신의 무능의 단계에 도달할 때까지 승진하려는 경향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위계질서가 존재하는 조직에서 대다수의 구성원은 승진하면서 자신들의 능력을 발휘하고, 새로운 직책을 맡아서도 능력을 인정받으면 다시 승진하게 된다. 이런 흐름을 주시하며 피터 교수는 마지막 승진은 유능함이 무능함으로 전환되는 단계라고 판단하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모든 조직은 임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는 무능한 직원들로 채워질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다르게 표현하면 ‘아직 무능의 단계에 도달하지 않은 사람들이 일을 완수한다’라고도 할 수 있다.피터의 원리의 신뢰성을 높이고자 피터 교수는 무능함이 어떻게 드러나는지 교사의 사례에 기반해서 설명했는데 학창 시절에 지나칠 정도로 규칙에 순응했던 학생은 교사가 된 후 규칙이나 선례만 봐서는 학생들을 통솔할 수 없는 상황에 대처하지 못했다. 강의와 실습에서 유능함을 발휘하며 과학교사가 되었던 어느 신참 교사는 방대한 과학 실험기구와 자료를 관리하는 일을 맡게 되었을 때 새로운 역할에 적응하지 못하며 다음번 승진에선 고배를 마셨다. 또한, 어느 교사는 교장이 되었을 때 지역의 여러 단체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는 데서 무능함을 드러냈다. 교육감이 된 이후 각종 토론회에서의 회의를 민주적인 절차를 통해 진행하는 데서 역량을 발휘하지 못해 무능의 단계에 도달했던 교사, 부교육감이 되었지만 학교의 재정 부문을 맡았을 때 쩔쩔맸던 교사도 있었다. 이렇게 수직 승진의 사례 외에도 아이들을 잘 가르치며 인정을 받았지만 장학사가 되어 성인인 교사들을 가르쳐야 했을 때 의사소통에서 무능함을 드러낸 교사의 사례도 있었다. 이는 일반적인 정상 교육 후의 재학습을 의미하는 ‘성인교육(adult education)’이 학문적으로 존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허구적 예외도 지배하는 피터의 원리피터 교수는 사람들이 피터의 원리에서 흔히 생각하는 허구적 예외도 제시했는데 다섯 가지가 존재한다.첫째는 파격적인 승진이다. 피터 교수는 경영진이 기존의 승진제도가 잘못되었음을 감추고자, 구성원들의 사기를 북돋고자, 회사의 위계질서를 유지하고자 특정 구성원들을 파격적으로 승진시키지만 이런 조치는 불필요한 관리자를 양산하며 유능한 실무자들이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둘째는 실속이 없는 수평이동이다. 직급과 월급의 변화 없이 새로운 직책을 부여하는 조치인데 이는 몸통 없이 머리만 남아 있는 아주 엉뚱한 형태의 조직을 만들게 된다.셋째는 피터의 도치(Peter's Inversion)다. 피터 교수는 직원들이 기계처럼 업무를 수행하며 고객이 아닌 일을 위한 일을 하게 하는 회사를 지적했다. 무능함의 단계에 이른 경영진이 성과가 아닌 부수적인 가치를 구성원 평가의 중심에 뒀다는 뜻이다. 회사의 규칙이나 관계를 얼마나 잘 따르는지, 관리자에게 잘 보이려고 노력하는지, 도전적 시도를 하지 않고 현재의 시스템을 잘 유지하고 있는지 등을 보며 구성원의 유능함을 진단하는 관리자들이 대표적이다.넷째는 지나친 유능과 절망적인 무능이다. 여기에서 피터 교수는 두 가지 사례를 제시하는데 하나는 지나치게 유능해서 구성원들이 도저히 그 사람을 따라가지 못하며 조직이 오히려 피해를 입는 경우다. 시대를 앞서간 선각자들이 당시에는 큰 조명을 받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다른 하나는 지나치게 무능해서 성과를 내지 못하거나, 조직이 내적인 일관성을 지키지 못하게 만들며 큰 문제를 초래하는 경우다.다섯째는 아버지의 후광이다. 공정한 절차를 따르지 않고 기존에 있던 구성원을 해고하거나 회사 안에 특별히 새로운 자리를 만들어서 자식들이 가업을 승계받도록 하는 CEO들이 해당한다. 이에 관해 피터 교수는 체계적인 승진 절차를 밟아온 구성원들에게 결코 좋게 보일 수 없다고 지적했고, 혈연관계가 아니더라도 누군가를 단번에 고위 직책에 앉히는 방식으로 아버지의 가업 계승은 여전히 시행되고 있다고 말한다. 정부의 경우 추가적인 예산이 생기면 그것을 쓸 곳을 찾기 위해 새로운 직책을 만든 다음 적합성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누군가를 고용해서 임명하는 인사가 아버지의 후광에 해당한다.유능함을 잃지 않고 행복해지기 위한 관점 전환피터의 원리가 전하는 메시지는 열심히 살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피터 교수는 ‘우리는 무엇을 위해 사는가’를 진지하게 성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그는 네 가지를 제안한다.첫째, 피터의 예방이다. 승진의 역효과를 고려하는 부정적 사고를 통해 현재 직무에서 계속 유능함을 발휘하고, 노동시장에서 자신의 생존과 직접적인 상관이 없는 영역에선 무능함을 드러내는 ‘생각의 전환’을 실천하라는 뜻이다.둘째, 피터의 완화다. 학생의 경우 낙제해서 학년을 올리지 못할 때, 직장인의 경우 직무능력이 부족하고 성과를 내지 못해 승진하지 못할 때 수평적으로 이동하도록 해서 부족한 능력을 채우고 강점을 더욱 강화하는 방식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셋째, 피터의 이미지 조작이다. 구성원들의 무능함이 아닌 유능함을 포장해서, 승진이 아닌 자신만의 역량을 뽐내는 일에 전념하며 다른 유능한 구성원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넷째, 피터의 처방이다. 피터 교수는 많은 사람이 앞선 세 제안을 받아들이면 막대한 시간과 돈, 창의력, 열정을 더욱 건설적인 목적에 쓸 수 있다고 힘주어 말한다. 그러면서 그는 우주 탐사선을 만드는 대신 대도시와 대도시 사이에서 안전하고 효율적이고 신속하게 사람들이 이동하도록 하는 시스템을 만들거나, 대기를 오염시키지 않을 동력 자원을 개발하거나, 토양을 비옥하게 하는 새로운 상품을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특히, 그는 “인간은 양적 팽창이 아닌 삶의 질 개선을 이뤄내야 성취감을 얻을 수 있다.”라고 힘주어 말한다. 그렇기에 그는 높이 올라갈수록 좋고, 많을수록 좋다는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삶의 의미를 재평가하고, 어떻게 하면 유능함을 유지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HRD스탭들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 키워드는 언러닝, 직무, 강점이다.“피터의 원리가 주는 메시지는 높이 올라갈수록 좋고,많을수록 좋다는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우리는 무엇을 위해 사는가’를 진지하게 성찰하며어떻게 유능함을 유지할 수 있을지 고민하라는 것이다.”기업의 새로운 전환은 용기 기반 ‘언러닝’에 달려 있다『월간HRD』는 꾸준히 ‘언러닝’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새로운 기술이 쏟아져 나오고 또 발전하고 있고, 글로벌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지는 지금의 경영환경에선, 새로운 미래를 향해 빠르게 나아가야 한다. 이때 과거에 성공을 거머쥐게 했던 경험과 방식은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이런 성공의 역설에서 벗어나려면 용기를 내서 새로움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변화와 혁신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맞지 않는 기존의 것들을 ‘해체’하고, 새로운 성공 방식을 ‘재구성’하는 언러닝이 필수다. 언러닝은 학습 관점에선 ‘무엇을 원하는가?’에 대한 자신만의 답을 찾고 그것을 가로막는 생각, 행동, 습관들을 비우는 ‘비움학습(unlearn)’, 작은 성공 경험을 축적하며 지금 필요한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습득하는 ‘재학습(relearn)’, 새롭게 습득한 역량을 바탕으로 새로운 생각과 행동을 실천하며 성과를 창출하는 ‘전환(breakthrough)’으로 풀어낼 수 있다. 큰 전략에 맞춰 실행해야 하는 방법으로는 다양한 관점 수용, 지속적 자기 성찰, 실험과 실패 수용, 학습하는 조직문화 구축,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이 있다. 무엇보다 언러닝은 용기에서 파악할 수 있는 것처럼 사람의 역량을 이루는 지식, 기술, 태도 중 태도에 주목해야 구현할 수 있다. HRD스탭들이 언러닝 기반 조직개발에 전념해야 하는 이유다.직무분석능력을 강화하라한국HRD협회는 지난 3월 12일에 개최한 「HRD특별포럼」에서 HRD스탭들에게 ‘직무를 중심에 둬야 한다’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사라지거나 변화할지라도 일터를 구성하는 기본 단위는 결국 직무인 까닭이다. 그러니 HRD스탭들은 급변하는 경영환경에서 우리 조직의 직무는 어떤 영향을 받고 있는지 통찰해야 하며, 이것을 바탕으로 직무를 구성하는 책무와 과업을 정리하는 과정을 정교하게 다듬어야 한다. 그래야 구성원들에게 지금 직무에서 어떤 지식, 기술, 태도를 더욱 발전시켜야 하며, 새로운 직무를 희망하는 구성원들에겐 어떤 지식, 기술, 태도를 새롭게 갖춰야 하는지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 지금은 평생직장이 존재하지 않기에 경력개발을 향한 관심이 무척 높아졌다. 이런 세상에서 직장인들은 경력개발의 출발점인 직무를 과거보다 예의주시한다. 그렇기에 HRD스탭들은, 직무분석능력이 높아야 효과성 높은 리스킬링과 업스킬링을 해내서 조직의 성과 달성과 유능함 수준 향상에 기여할 수 있고, 생성형 AI로 인해 경영진이 교육기능의 존재 이유에 의문을 표하는 부정적인 현실도 돌파할 수 있다.누구나 분명 가지고 있는 고유의 강점을 주목하라삶과 일 모두에서 경쟁이 누그러지기는 커녕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사람들은 지쳐가고 있다. 그러면서 유전(재능)과 노력에 관련된 논쟁이 많아졌다. 사람이 살아가는 여정에서 유전과 노력을 딱 잘라서 구분하기에는 정말 많은 요소가 있어 해당 논쟁은 답을 내지 못하는 의미 없는 싸움으로 끝나지만 HRD스탭들이 주목해야 하는 점은 존재한다. 그것은 바로 사람은 저마다의 강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다양성과 포용성이 중요한 이유는 살아온 궤적이 다른 사람들과 교류하고 소통해보면 편견을 줄일 수 있고 그 사람들과 비교해서 나만의 강점은 무엇인지 파악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공평성의 경우 공정한 기회를 받았을 때 왜 누구는 성과를 내고 누구는 그러지 못하는지 객관적인 시선에서 파악하게 해준다. 여기에 HRD스탭들의 직무분석능력을 더하면 구성원들이 각자의 강점을 적절하게 활용하며 성과를 내고 틈틈이 약점도 보완하며 즐겁게 일하는 직장을 만들 수 있다. 즐거움은 건강한 의논, 협의, 협상, 경쟁의 동력이기도 한 만큼 강점은 기업이 구성원들의 집단지성을 통해 유능함의 레벨을 올릴 수 있도록 해줄 것이다.기업은 역량/성과의 퇴보를 막아야 경영환경에서 생존하고 번영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선 R&D 만큼이나 L&D를 주목해야 한다. 기업의 성과는 역량을 바탕으로 직무를 수행하는 사람에게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HRD스탭들은 경영전략에 맞춰 여러 교육·HRD 활동을 수행하면서도 근본적인 부분, 쉽게 말해 기본기인 언러닝, 강점, 직무에 대한 통찰과 전문성을 잃지 말아야 한다. 이런 휴먼 스킬이 바로 피터의 원리에서 벗어날 솔루션이다.[참고 자료]피터의 원리, 로런스 피터, 레이먼드 헐, 21세기북스(2019)언러닝, 배리 오라일리, 위즈덤하우스(2023)학습지원 담당교원 직무 분석 연구 –DACUM 직무 분석 기법 적용을 중심으로, 김경령, 김지영, 한국교육과정평가원(2024)HR 부서의 전략적 역할과 외부연결성이 직무중심 인사관리의 도입에 미치는 영향, 주민경, 김하나, 유규창, 대한경영학회(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