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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영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 평생직업능력개발이 국민 상식인 시대를 향해
“편의성과 실효성 높은 평생직업능력개발이 ‘상식’인 시대를 열어가겠습니다.”대한민국 일자리 문화를 선도하기 위해 마정방종摩頂放踵의 자세로 일하고 있는 이우영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의 포부다. 직업능력은 양질의 일자리, 행복한 삶, 국가 경쟁력 향상을 향한 시작점인 까닭이다.이우영 이사장은 국민이 ‘공단이 바뀌었구나’라고 느낄 수 있도록 데이터·디지털 기반 업무프로세스를 혁신하고 있고, 공단을 상시 학습조직으로 발전시키고자 한다. 특히 그는 ‘내가 얼마나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가’를 중시하는 시대상도 읽으며 CEO로서의 리더십 발휘에도 각별한 신경을 기울이고 있었다.한국산업인력공단의 미래를 어떻게 그리고 계신가.기술혁신, 인구구조 등에서 급격한 변화가 계속되고 있다. 이에 대응하려면 직업훈련과 자격, 개인 경력개발 경로를 아우르는 ‘생애 주기 맞춤 일자리 시스템과 문화 혁신’이 필요하다. 따라서 당연한 상식으로서 ‘평생직업능력개발’을 국민의 파트너로서 함께하는 공단이 되겠다. 이것이 제가 제시한 공단의 혁신 비전이다. ---비전을 달성하기 위한 전략은 첫째로 일자리 4.0 선도, 둘째로 평생직업능력개발 상식화, 셋째로 적시정책(適時政策, Just in time policy) 지원 시스템 구축이다. 전략의 신속한 정착을 위해 설정한 실천 과제도 3가지인데 사업 전반 매뉴얼의 디지털 기반 혁신, 책임·자율·분권 기반 시스템 혁신으로 현장 역량 극대화, 구성원 개인의 행복과 조직의 가치가 동행하는 조직문화 창달이다. 어떤 시대적 상황에서도 국민 개개인의 직업능력이 높아지면 그것의 총합인 국가의 경쟁력이 높아진다. 그러니 마정방종摩頂放踵의 각오로 업무를 수행할 것이다.국가기술자격 사업의 개선 방향도 궁금하다.공단의 존재 이유이자 핵심은 ‘국민’이다. 따라서 국민이 공단의 변화를 체감하도록 구체적으로 혁신해야 한다. 방향은 두 갈래다. 첫째로 일하는 방식과 서비스 전달 체계에서 디지털 전환을 추진 중이다. 2025년까지의 ‘차세대 자격정보시스템’ 구축사업이 그것인데 그간 분절적으로 관리되던 국가자격정보(국가기술자격, 전문자격, 일학습병행 자격 등)를 통합해서 관리할 것이며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할 것이다. 사례를 통해 말씀드리면 국가자격시험 원서접수 모바일 확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수험자(고객) 자격별 맞춤형 안내가 있고 오는 2월 오픈하는, 국가자격 취득정보를 NFT(Non-Fungible Token) 기반 ‘디지털 배지’로 구현한 ‘국가자격 전자지갑’ 모바일 앱(App)이 있다. 둘째로 인간과 기계의 협업으로 휴먼에러는 차단하고, 모바일 시대에 맞는 프로세스와 일터를 구축해서 효율성을 높일 것이다. 출제, 시행, 채점 등 국가자격 취득을 위한 시험 전반에서 디지털 도구를 활용해 위험성(risk)을 보완하는 것이다.경영철학과 가치관을 공단에 어떻게 연계하실 것인가.간편화(Simple), 스마트화(Smart), 지속 가능한(Sustainable) 혁신을 담은 ‘3S 원칙’을 실천할 것이다. 첫째, ‘디지털’과 ‘스마트’다. 국가기술자격 사업에서도 말씀드렸듯 기계와의 협업은 피할 수 없다. 따라서 아날로그·수작업(manual) 업무방식을 디지털화하고 업무 전반에 디지털 도구를 활용해서 사람이라 발생할 수 있는 실수와 위험을 방지할 것이다. 그로써 사람은 더욱 스마트하게 일할 수 있다. 둘째, ‘초개인화 공공서비스 실현’이다. 공공서비스 혁신의 본질은 고객 중심 가치에 있다. 따라서 공공서비스도 고객의 개개인성(Individuality)에 주목해야 한다. 여기에 더해 우리는 인류와 사회를 향한 ‘사회적 책임’과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에 입각해서 국민과 공단의 관계를 재정립하고, 글로벌 명품 HRD기관으로 거듭날 것이다. 셋째, ‘민관협력’, 즉 상생이다. 대내외 이해관계자와 우호적 네트워크를 형성해서 협업하는 것이다. 관련해선 민관 파트너십 강화, 경영과 사업 분야별 옴브즈만 운용을 말씀드릴 수 있다.다양한 조직의 시너지는 어떻게 지원하실 계획인가.공단 구성원 모두가 전문성과 창의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자 한다. 구글의 사례만 봐도 행복한 직원이 유용한 생각을 많이 하고 이것이 탁월한 혁신과 높은 생산성의 출발점이다. 따라서 자유로운 소통과 조화를 책임지는 전담자인 ‘조직문화행복 최고실행자’를 지정하고자 한다. 제 개인 차원에선 세대와 성별을 막론하고 다양한 구성원과 만나 스스럼없이 소통하는 활동을 강화할 것이다. 작년 12월에는 젊은 직원들(입사 3년차-5년차)과 점심식사를 하며 그들은 공단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경청하며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공단 구성원 역량개발 측면에선 어떤 리더십을 발휘하실 것인가.누구든 도전적인 업무를 수행하면 성장하고, 성과에 합당한 보상과 인정을 받으면 성취감과 보람을 느낀다. 이런 선순환을 적극 지원할 것이며, 맞춤형 미션을 주며 유도할 것이다. 그런가 하면 우리는 직업능력개발 측면에서 대국민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다. 다른 사람을 학습시킨다는 뜻인데 전제조건은 우리의 탁월한 역량이다. 그런 만큼 구성원 스스로 지속해서, 능동적으로 학습하며 역량을 키울 수 있는 포럼이나 세미나를 운영하며 상시 학습조직으로의 진화를 촉진할 것이다. 이를 위한 리더십에선 워라밸을 중심에 두고자 한다. 워라밸은 일과 삶의 균형만을 뜻하는 개념이 아니다. ‘해야 하는 일’에서 ‘내가 얼마나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가’로 조직문화와 가치관이 변화하는 시대상을 상징한다. 따라서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업무 효율성과 생산성 제고, 업業의 가치와 행복을 계속해서 탐구하고 있다. 이를 통해서는 구성원 개개인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해서 길러주는 ‘눈높이를 맞춘’ 리더십을 발휘할 것이다.고용허가제 외국인고용지원사업도 역점과제라고 들었다.우리는 고용허가제 전담기관이라 외국인 근로자의 선발·입국·체류·귀국 지원까지 전 과정을 담당한다. 고용허가제는 2004년에 도입됐고 이후 누적된 외국인력만 95만여 명에 달한다. 최근 정부는 ‘빈 일자리 해소방안’의 일환으로 작년 11월 27일에 2024년 고용허가제 외국인 근로자 도입 규모를 16.5만 명으로 의결했는데 제도 도입 이후 가장 큰 규모다. 특히, 기존 5대 업종(제조업, 농축산업, 어업, 건설업, 서비스업) 외에 신규 외국인력 고용 허용 업종으로 빈 일자리 비중이 높은 음식점업, 임업, 광업 등을 추가했다. 따라서 공단은 신규 허용 업종 특성에 맞는 외국인력 선발 방식을 새롭게 수립하여 구직자 명부를 신속히 확보할 것이다. 그로써 우수한 외국인력 구직자 풀을 적기에 확충하고, 정부 부처와 16개 송출국, 주한 대사관과 협업해서 비자 발급 및 항공편 확보 등 국내·외 입국 관련 장애요인을 해소하고 외국인력의 원활한 국내 입국을 지원할 것이다. 또한, 외국인 근로자의 직무역량과 사업장 적응력을 높이기 위해 국내 체류 중 업종별 직업훈련도 강화할 것이다.새해를 맞아 우리나라 HRD 관계자들을 위한 메시지 부탁드린다.챗GPT를 보면 기술(Technology) 변화는 우리가 인지하는 것보다 빠르게 우리의 일터와 삶을 바꾸고 있다. 이런 세상을 살아가려면 제때 필요한 교육훈련을 받으며 학습하는 태도는 필수다. 그러니 ‘불변응만변不變應萬變’을 전하고 싶다. ‘변치 않는 자신만의 신념으로 모든 변화에 대응한다’는 뜻이다. HRD 관계자라면 누구보다 세상, 사회, 기업의 변화를 가장 민감하게 알아차려야 하며, 적시適時에 대처할 준비도 누구보다 빠르게 해내야 한다. 꾸준한 연구·개발(R&D)을 통해 시시각각 변화하는 현장에 필요한 직무능력을 도출하고, 이를 지속해서 개발하면 누구든 노동시장에서 꾸준히 경력을 이어갈 역량을 기를 수 있다. 즉 HRD 관계자들의 역량은 국가경쟁력의 기반이다. 공단 역시 지난 40여년간 쌓은 노하우와 전문성을 기반으로 새로운 40년을 평생직업능력개발 전문기관으로 보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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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구 교수] 본질에 집중하며 미래를 준비하자
“사람과 조직의 성장을 도우면서 즐거움, 보람, 행복을 느끼는 HRD의 본질은 어떤 상황에서도 변하지 않습니다.”이진구 한국기술교육대학교 테크노인력개발전문대학원 교수의 믿음이다. 대학 시절 HRD 현장을 접한 그는 흥미를 느끼며 기업의 HRD담당자로 활동했고, 학문적 역량을 더해 HRD 교수로 성장했다. 이렇게 삶의 궤적을 HRD로 그려온 그와의 대담에선 HRD담당자는 무엇을 하는 사람이고, 어떤 것들을 공부하고 통찰하며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지 살펴볼 수 있었다.HRD전문가를 키우는 한국기술교육대학교는 이진구 교수에겐 교수생활을 시작한, 의미가 남다른 곳이다. 여기에서 그는 학부생들과 대학원생들에게 HRD를 가르치고 있고, 직업능력개발, HR 애널리틱스, 조직개발을 주제로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이외에도 그는 고용직업능력개발센터장과 테크노인력개발전문대학원장을 역임했고 현재 능력개발교육원장으로 봉사 중이다. 삶의 궤적을 HRD로 왔기에 우리나라 HRD 생태계의 발전을 바라는 마음이 누구보다 크기 때문이며, 그것이 곧 국가의 경쟁력을 높이는 길인 까닭이다.누구든 살아가며 작든 크든 특별한 경험을 하고 그것은 삶의 향방을 결정하기도 한다. 이진구 교수에겐 대학교 3학년 겨울방학이던 1995년 말 現 삼성물산 건설기술원에서의 시간이 그랬다. 그는 “현장소장 양성과정을 약 2달 동안 실습했는데 이때 처음 HRD를 접했고 너무 재미있어서 진로를 결정하게 됐습니다.”라고 말했다. 이후 그는 HRD전문인력을 뽑던 삼성그룹에 들어갔고 1997년 1월부터 삼성카드에서 HRD담당자 커리어를 시작했다. 당시를 그는 “HRD담당자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경험한 나날.”로 표현하며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처음엔 영업교육을 맡았고, 리더십교육과 채권교육으로 범위를 넓혔습니다. 1999년에는 삼성에서 처음으로 이러닝을 만들었는데 그것도 담당해봤죠. 그러면서 ‘공부해야 경쟁력을 높일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어 석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이후 이론을 공부하며 배웠던 것들을 현장에서 실천해봤습니다. 사례를 공유하면 역량모델링을 해보고 싶다고 제안했고, 당시 팀장님이 수락해주셨습니다. 이후 예산을 받고 후배들과 함께 프로젝트를 하며 직원들 인터뷰, 결과물 코딩, 통계를 통한 타당도 분석, 워크숍 등을 거쳐 역량기반 교육체계를 만들었습니다. 이외에도 여러 교육과정을 직접 개발했습니다. 모든 일이 그렇듯 시행착오도 겪었었지만, 구성원 역량개발 및 직무 전문성 향상을 이뤄낸 귀중한 시간이었습니다.”삼성에서 HRD 역량을 크게 향상시킨 그는 KT&G 인재개발원으로 소속을 옮겨 교육기획과장으로 활동했는데 이때 펜실베니아 주립대학교로 유학길에 올랐다. 10년차 직장인이었던 만큼 걱정과 고민이 많았지만, 도전을 택했고 부단한 노력 끝에 빠르게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귀국한 후에는 KT&G로 돌아와 HR혁신팀에서 인사기획을 담당하다가 교수가 되고 싶다는 꿈을 좇아 한국기술교육대학교 교수로 커리어를 전환했다. 새로운 삶도 이진구 교수에겐 흥미로움의 연속이었다. 국가 차원에서 HRD를 바라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특히 그는 “직업능력개발을 새롭게 공부하면서는 많은 사람의 고용가능성을 높여주는 일을 할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지금도 그는 한국기술교육대학교 능력개발교육원장으로서 직업능력개발훈련교사 보수교육 고도화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그런가 하면 이진구 교수는 미래 HRDer 육성에 공헌하고자 하는 HRD 선배로서 이론과 실제, 업의 본질, 디지털 리터러시 기반 귀중한 제언을 건넸다. 먼저 그는 “HRD담당자라면, 혹은 다른 직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해도 HRD에 뜻이 있다면 HRD대학원에서 석사 학위 정도는 취득하길 권합니다.”라고 말했다. 일을 통해 배웠던 것들은 이론에 다 존재하기에 역량개발을 위한 틀을 잡을 수 있고, 학습에서든 경력에서든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들과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어서 그는 “남의 성장을 도우며 내 성장을 이뤄내고 그로써 행복을 느끼는 HRD의 본질은 변하지 않습니다.”라고 강조했다. 어느 때든 성장하고 싶지만 방법을 모르고, 학습해야 함을 알지만 동기부여에서 애를 먹고 있고, 역량개발을 위한 여건이 좋지 않은 곳에 있는 사람과 조직은 존재하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그는 “HRD도 디지털과 데이터 싸움으로 바뀌고 있습니다.”라며 설령 완벽하지 않더라도 테크놀로지 중심 세상을 살아갈 소양인 디지털 리터러시, 이를 위한 민감성인 애질리티를 꼭 기르길 당부했다.어느 분야든 긍정적인 전망과 부정적인 전망은 공존한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어떤 전략과 마음가짐으로 살아가느냐’이다. 이런 부분을 성찰하는 시간이 새해다. 그래서 만나본 이진구 교수는 HRD담당자는 무엇을 하는 사람이고, 어떤 것들을 바라보고 공부하며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지 삶을 통해 생생하게 알려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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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성 이사장] 흐름과 변화의 맥을 짚는 석학의 시선을 엿보다
국가 브랜드 파워(Nation Brand Power) 4위. 조동성 산업정책연구원 이사장이 오랜 연구를 통해 발표한 대한민국의 랭킹이다. 개발도상국 또는 후진국으로 평가받던 시절을 생각하면 눈부신 성과다. 물론 달라진 위상에 안주하면 곤란하다. 생성형 AI를 필두로 세상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부터 진짜인 셈이다. 그렇기에 빠른 속도와 올바른 방향성이 연계된 배움으로 과거를 성찰하고, 현재를 분석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조동성 이사장과의 대담은 특별했다.엄준하 발행인: 국가 브랜드 파워 연구에 몰두하신 배경이 있는가.조동성 이사장: 삼성이나 LG 같은 대기업의 제품에 ‘Made in Korea’ 라벨이 눈에 띄지 않는 곳에 붙어 있던 시절이 있었다. 국가의 위상이 낮았고, 그로 인해 제품이 평가절하될 불상사를 막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2000년부터 국가 브랜드 파워 수치화 작업에 집중했다. 그래야 대한민국의 경쟁력을 높일 방법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엄준하 발행인: 연구를 통해 개발하신 모델을 소개해달라.조동성 이사장: 공식은 ‘Nation Brand Earnings x Nation Brand Power = Nation Brand Value’다. 제품과 서비스 수출량이 크고, 국가 브랜드 파워가 높으면 그 국가의 브랜드 가치가 높아진다. 국가 브랜드 파워는 국가 경쟁력(National Competitiveness)과 심리적 친근도(Psychological Proximity)를 합한 값에 국가 브랜드 전략 지수를 곱함으로써 결정된다. 국가 경쟁력은 경제력 수준이고, 심리적 친근도는 이미지(Image)와 관계(Relationship)로 구성된다. 이미지는 국가지도자, 인권, 도덕성, 안정성, 문화 수준으로 구성되고, 관계는 국가와 국가 간 물리적 거리, 과거와 현재 관계, 경험, 관광 선호도에 의해 결정된다. 그리고 국가 브랜드 전략은 정부, 기업, 사회단체, 국민으로 구성된 국가의 전략을 실행하는 주체에 대한 평가로 보면 된다. 62개 국가의 1,300여 오피니언 리더들이 설문에 참여했고 39개 주요 국가의 랭킹을 측정한 결과 대한민국은 4위임을 확인했다.엄준하 발행인: 대한민국의 저력이 느껴진다. 그러나 우리에게 다시 새로운 과제가 던져졌다. 챗GPT가 일으킨 변화가 그것이다.조동성 이사장: 지난 40년 동안 전 세계 인구는 IT전문가들이 만들어준 테크놀로지를 구경하거나 간간이 간접적으로 썼지만 이제는 모두가 AI를 직접 사용한다. 저는 서울대학교 경영대 교수로 있던 때 학생들과 15분짜리 연극을 했다. 학생들은 5주 동안 팀을 이뤄 준비를 한 후 대학로 소극장에서 부모와 친구들 앞에서 공연했다. 종강파티에서 어느 학생이 ‘지금까지 5천만 국민 중 50만 명이 예술가이고 4천9백50만 명이 관객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젠 4천9백50만 명의 예술가들을 50만 명의 기술자가 돕는다는 것을 알았다’라고 한 말이 기억난다. 챗GPT도 마찬가지다. 국민 모두가 AI전문가가 된 거다.엄준하 발행인: 이사장님께선 챗GPT를 어떻게 활용하고 계신가.조동성 이사장: HRD와 관련해서 카카오톡 Ask Up에 ‘지금 공자가 살아있다면 교육에서 뭘 강조할까요?’라는 질문을 던졌다. 돌아온 답은 ‘윤리, 도덕, 자기성장과 개발, 관계 구축과 사회적 기여, 지속적 학습과 탐구를 강조했을 것이다’였다. ‘공자는 창조적 능력을 강조했나요?’라고 되물었더니 ‘공자는 지혜, 도덕, 윤리 등을 강조했지만 당시 교육철학에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며 창조적 능력을 강조하지 않았다고 볼 수 없다’라는 답을 건넸다. 저는 일상에서 수시로 챗GPT와 대화한다. 지도학생들에게도 적극 활용하라고 권한다. 연구의 핵심인 문제 인식, 원인 찾기, 문제와 원인의 인과관계 도출에선 본인들이 창의성을 발휘해야 하지만 연구결과를 학술논문에서 주로 사용하는 건조체 문장으로 설명하는 일은 비약적으로 줄일 수 있다. 단 각주에 챗GPT에 어떤 질문을 했고 어떤 결과를 얻었는지 명기하도록 한다.엄준하 발행인: 챗GPT는 인간에게 유용한 도구이자 수단인 것 같다.조동성 이사장: 주판, 계산기, 컴퓨터를 넘어 챗GPT가 우리의 조력자가 된 것이다. 2016년 이세돌 전 바둑기사와 알파고의 대국을 떠올려보자. 줄자로 손바닥 길이를 재듯 이세돌 전 바둑기사는 알파고라는 줄자를 통해 자신의 능력을 측정한 것이다. 알파고를 인간처럼 생긴 로봇으로 형상화한 구글 딥마인드에 우리가 현혹된 것이다. 영국은 산업혁명을 일으켰지만 1865년 자동차를 인력거나 마차에 대한 경쟁자로 착각하고 시내에서 사용하지 못하게 제한했다. 지금 AI를 경쟁자로 보는 나라는 자동차산업에서 미국과 독일에 밀린 영국의 전철을 밟을 것이다.엄준하 발행인: 기업들이 시대 변화에 적응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겠는가.조동성 이사장: 그동안 기업에서는 생산, 마케팅, 인사, 재무가 교류 없이 각각 독자적으로 발전해왔다. 제가 지난 100년 동안 경영학이 존재하지 않았다고 진단하는 이유다. 지금은 융합(Convergence)의 시대다. 챗GPT가 이를 가속하고 있다. 이런 질문을 던져보자. ‘기업의 부가가치 원천이 과거에 생산, 현재가 영업이라면, 미래는?’ 저는 사람이라고 본다. 학생들 수학여행을 위해 현대자동차에 연락했더니 울산 공장으로 우리를 초청하더라.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영업이라면 실제로 영업활동이 이뤄지는 곳, 사람이라면 연수원으로 초청해야 한다.엄준하 발행인: HRD담당자들의 과제를 꼽는다면 무엇이겠는가.조동성 이사장: 첫째, Brain Convergence다. 학부에서는 수학, 석사는 경제, 박사는 스포츠마케팅을 전공한 교수가 있다. 과학적으로 스포츠에 접근하며 다양성을 발휘하고 있는 인재다. 둘째, Table Convergence다. 이공계와 인문계가 한 테이블에서 토론할 수 있어야 한다. HRD담당자들 스스로가 융합 능력을 가져야 그 기업이 융합 능력을 갖춘다.엄준하 발행인: 사회 전반에서 자본주의와 기업가정신을 향한 올바른 시선이 요구된다. 방향성 문제인 만큼 마지막으로 독자들을 향한 제언 부탁드린다.조동성 이사장: 애덤 스미스 이전에도 자본주의는 존재했다. 그는 시대상에 적합하고, 모국인 영국에 도움이 되는 자본주의를 주창한 것이다. 기업가정신도, 시장도 마찬가지다. 미래지향적이고, 한국의 국익을 기반으로 하면서 세계지향적이어야 한다. 『월간HRD』 독자를 위해서 하나만 제언한다. 교육이라는 단어는 사라져야 한다. 없어진 자리는 학습(Learning), 우리말로 배움이 차지해야 한다. 지금은 교수들보다 아는 것이 많은 학생이 다수고, 챗GPT는 젊은이들이 훨씬 빨리 배워서 잘 활용한다. 누가 누구를 가르치는 교육이 아니라, 교수와 학생이 책상에 나란히 앉아서, 함께 공부하는 Co-Learning의 시대를 열어가길 당부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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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업교육학회 학술대회] 배움의 시작은 질문이다
한국산업교육학회는 지난 11월 14일 ‘첨단산업 HRD 전략: 질문하라 2024!’를 주제로 학술대회를 열었다. 키워드는 생성형 AI로 인해 사람이 반드시 발전시켜야 하는 역량으로 자리한 ‘질문’이었다. 질문은 알고자 하는 바를 얻기 위한 물음이다. 알길 원해야, 그리고 그것을 표현해야 변화, 혁신, 성장을 위한 실마리를 잡을 수 있다. 이는 갈수록 빠르게 변화하는 산업계에 대응하기 위한 역량이기도 하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학술대회는 HRD의 내년, 나아가 미래를 위한 논의의 장이었다.개회사를 위해 강단에 오른 김진용 한국산업교육학회 공동학회장은 “산업계 변화를 읽고 전략적으로 인재를 육성해야 기업의 경쟁력이 높아지기에 HRD는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그는 HRD 관계자들이 사람, 조직, 사회를 멀리, 넓게, 깊이, 미리 살피며 왜 기업이 HRD에 투자해야 하는지 증명해주길 희망했다. 뒤이어 축사를 전한 김진실 한국산업인력공단 국가직무능력표준원 원장은 “일터가 바뀌고 있다면 직무, 역량, 교육, 인사, 보상 등에서 질문을 던져야 올바른 길을 찾을 수 있다.”라며 “HRD담당자들이 ‘일을 잘하기 위한 지식, 기술, 태도’에서 많은 연구를 해주길 바란다.”라고 당부했다.이어서 이찬 한국산업교육학회 공동학회장이 좌장을 맡고 박철용 LG인화원 전무, 임기석 멀티캠퍼스 상무, 김상락 포스코 인재창조원 상무, 진영심 KT그룹 인재개발실 상무가 패널로 참여한 토론이 진행됐다. 주제는 ‘HRD 2024 핵심 질문은?’이었다. 이찬 교수는 먼저 ‘올해 현안은 무엇이었고 내년 교육에선 어떤 부분에 주안점을 둘 것인가?’를 질문했다. 이에 관해 박철용 전무는 “고객 가치 창출을 출발점에 뒀고, 시공간 제약이 없는 개인 맞춤형 자기주도학습 시스템을 수립하고 있으며, 연수원을 1인용 숙소 중심으로 바꾸고 있고, 생성형 AI 적용을 고민 중이다.”라고 답했다. 다음으로 진영심 상무는 “직무교육에 대한 수요가 폭발하고 있어서 교육을 확장하고 있고, 집합교육으로 다루기 어려운 디지털 교육의 실효성을 높이고자 하며, 학습자 동기부여와 개인 선택형 교육 시스템을 연결했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김상락 상무는 “그룹이 이차전지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기에 아카데미/협의체를 만들어서 리스킬링과 업스킬링에 집중했고, 퇴직 때까지 경력개발을 지원하는 IDP 시스템을 수립했으며, 코치 육성, 자기주도학습 체계화, 미래 성장동력 확보 등에 신경을 기울였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임기석 상무는 교육서비스 기업 입장에서 “AI 중심 직무재설계, 적재적소에 필요한 교육, Z세대와 DE&I(다양성, 형평성, 포용), 해외인력 유입에 따른 한국어교육, HR 제도와 연계한 skill based learning이 이슈였다고 생각한다.”라고 진단했다.다음으로 이찬 교수는 패널들에게 HR 애널리틱스에 대한 관점을 물었다. 먼저 진영심 상무는 “많은 HR 데이터가 목적 없이 그저 쌓이고만 있고 그렇기에 활용도 어렵다.”라며 멀리 보고 코딩, AI, 각종 디지털 테크놀로지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가며 데이터를 구분·축적하는 경험을 쌓아야 HR 애널리틱스 구현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철용 전무는 “결과보고서 작성이나 강사 추천과 같은 작업에선 AI와 데이터를 활용하고 있지만 여전히 고민이 많다.”라며 데이터를 통합하고 버릴 것과 유지해야 것을 구분하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임기석 상무는 “영어교육에 있어서는 말하기, 글쓰기, 첨삭 등을 AI가 가르치고 학습량, 발화량을 데이터로 측정해서 그것을 바탕으로 강사들이 학습자를 피드백해주는 작업이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김상락 상무의 경우 “xAPI(경험 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를 활용해서 6개월 동안 연구한 끝에 AI 기반 러닝 플랫폼을 만들었고 이곳에서 학습자들이 배움을 얻고 변화하는 궤적을 개인별로 저장한 다음 맞춤형 큐레이션을 해주고 있다.”라고 소개했다. 아울러 그는 “AI를 활용해서 코딩도 해보고, 웹툰도 제작해보는 교육과정을 운영하며 조금씩 AI를 중심에 두고 HRD 시스템을 바꿔가고 있다.”라고 덧붙였다.마지막으로 이찬 교수는 HRD담당자들을 위한 제언을 부탁했다. 먼저 임기석 상무와 진영심 상무는 “HRD 부서는 적은 리스크로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는 부서이기에 당장 결과물이 나오지 않더라도 점검하고 성찰하는 가운데 새로운 것들을 계속해서 도입해봐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서 김상락 상무는 “올해 우리 조직에서 의미 있는 변화는 무엇이었는지, 내년을 위해 고통을 감내하더라도 하나만 바꿔야 한다면 그것은 무엇인지, 변화를 실행하기 위해 하나만 가능하다면 어떤 행동을 선택할 것인지 꼭 질문해보길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박철용 전무는 “회사의 업을 알아야 하고, 현장에 자주 가봐야 하고, 디지털 전환이 중요하다면 무조건 해본 다음 관련 교육을 받아야 하는 이유를 제시해야 하고, 유연하게 사고해야 하며, 회사와 국가의 경쟁력인 중간관리자들의 리더십을 바로 세워야 하고, 직원들의 노동시장 생존력과 직결되는 리스킬링과 업스킬링을 사명감을 갖고 수행해야 한다.”라고 제언했다.토론 이후엔 2개 트랙에서 논문발표가 있었다. ‘Research’ 트랙에선 ‘기업재직자의 조직공정성, 조직지원인식, 직무배태성, 조직몰입 간 구조적 관계’와 ‘NCS의 이해와 기업 활용 사례’를 연구한 논문이 발표됐다. ‘Practice’ 트랙에선 ‘상사의 임파워링 리더십이 조직구성원의 변화지향 조직시민행동에 미치는 영향’과 ‘전환형 인턴의 명과 암’을 연구한 논문이 발표됐다.그 후에는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과 디지털 문해력’을 다룬 장원철 서울대학교 통계학과 교수의 기조강연이 펼쳐졌다. 장 교수는 “데이터는 너무 많고, 공유하기 조심스럽거나 어떻게 읽어야 할지 모를 때가 많고, 제3 요인에 의해 반대되는 결과가 나올 수 있어서 의사결정에 활용하기 무척 어렵다.”라고 짚어줬다. 매일 쏟아지는 정보와 뉴스, 개인정보보호, 일터에서 각기 다른 역할을 맡고 있기에 발생하는 착시현상, 예측하기 어려운 날씨나 성별에 따른 차이 등을 생각하면 된다. 계속해서 그는 디지털 문해력을 ‘의사결정에서 선입견 없이 리스크를 판단하는 능력’으로 해석했다. 벼락을 맞고 사망하는 확률보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고 사망할 확률이 낮은 사례가 대표적이다. 또한, 그는 특정 집단의 공통적 특징을 구분하는 데 유리한 빅데이터와 개개인의 취향, 성향, 기호 등을 세세하게 파악하는 스몰데이터를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그는 프로야구에서 현장과 프런트가 데이터를 각기 다른 관점으로 보는 상황, 숫자로 표현할 수 없는 리더십과 커뮤니케이션을 언급하며 “진실은 데이터와 현장 사이에 존재한다.”라고 강조했다. 숫자는 모든 것을 얘기해주지 않기에 균형 잡힌 통찰력이야말로 디지털 문해력의 핵심이라는 뜻이었다.기조강연 후엔 다시 논문발표가 진행됐는데 ‘Research’ 트랙에선 ‘조직구성원의 메타인지가 적응적 수행성과에 미치는 영향’, ‘Practice’ 트랙에선 ‘리더 대상 맞춤형 학습지원을 위한 HRD담당자의 학습 큐레이터 경험에 대한 자문화기술지’를 연구한 논문이 발표됐다. 해당 세션을 끝으로 학술대회는 마무리됐다.사람은 입체적인 존재다. 그렇기에 안주하기도 하고, 다른 삶을 시도하기도 한다. 그런데 지금은 변화가 일상이며 테크놀로지가 사람의 일자리와 역할을 대체할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도 자주 제기된다. 더 나은 방향으로의 역량개발이 필수적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배움의 시작인 ‘질문’을 강조한 이번 학술대회는 HRD의 미래를 준비하는 데 유익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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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인재포럼] 인재, 교육, HR의 미래를 준비하라
생성형 AI는 인간의 역할과 가치, 교육과 HR에서 변곡점이 되고 있다. 그에 맞춰 교육부, 한국경제신문,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은 지난 11월 1일부터 2일까지 ‘New Waves: AI와 빅블러 시대의 인재혁명’을 주제로 「글로벌인재포럼(Global HR Forum)」을 개최했다. ‘인재’에 관심 있는 수많은 사람이 모여 다양한 주제로 미래를 논의하는 학습의 장에서 『월간HRD』는 인재와 교육의 미래, 만개한 AI 문명에서의 도전과 응전, 데이터 애널리틱스에 집중하며 행사를 정리하고 인사이트를 도출해봤다.개회식이 끝나고 강단에 오른 유하 시필레 前 핀란드 총리는 ‘AI와 빅블러 시대의 인재’를 주제로 기조강연을 펼쳤다. 그는 작금의 환경변화, 특히 AI 혁명은 인재의 역량을 새롭게 정의해야 하는 상황을 만들었다고 진단하며 “미래 인재의 역량은 기술을 다루는 능력뿐만 아니라 유연성, 감성지능, 창의성, 비판적 사고력, 문화적 능력을 포괄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AI가 사람이 해왔던 일들을 대체하고 있고, 기존에 존재하는 것들의 경계가 뒤섞이는 빅블러 시대를 관통하는 메시지다. 또한, 그는 “사람의 역량은 고정된 것이 아니기에 지속적으로 개발하면 큰 경쟁력이 된다.”라며 평생학습 시대를 살아갈 마인드셋도 짚어줬다. 이어서 그는 빅블러 시대를 맞아 기업조직에선 리더들이 앞장서서 실패와 불확실성을 잘 수용할 수 있는 문화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인재들이 용기를 잃지 않고 편안한 생활에서 벗어나 새로운 스킬과 태도를 습득해야만 변화와 혁신을 일으킬 수 있는 까닭이다. 아울러 그는 “다양성을 포용하는 문화, 평생학습을 위한 기회는 끊기면 곤란하다.”라고 강조했다.기조강연 뒤엔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아난트 아가르왈 에드엑스(edX) 창립자/MIT 전기공학 및 컴퓨터과학과 교수의 대담이 진행됐다. 아가르왈 교수가 창립한 에드엑스는 ‘누구나 교육을 무료로 받을 수 있다’가 미션인 온라인 교육 플랫폼이다. 관련해서 아가르왈 교수는 “각계의 교수자와 학습자를 연결해주는 플랫폼.”이라고 말하며 현재 전 세계에 걸쳐 250개가 넘는 유수의 대학과 기업에 있는 학습자들이 에드엑스에서 업스킬링과 리스킬링에 도움이 되는 교육을 받고 있고, 학위 과정도 밟고 있다고 설명했다.간단한 소개 이후 이주호 부총리는 “AI의 발전은 교육에 어떤 의미를 주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 아가르왈 교수는 “학습자가 아무리 많더라도 개개인 맞춤형 교육을 실현할 기술과 방법을 찾게 됐다.”라고 말했다. 유관해서 그는 “에드엑스의 생성형 AI를 예를 들면 개인을 위한 교사 역할이 가능한데 학습자가 이해하지 못한 부분을 질문하면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는 또 다른 질문을 학습자에게 되물으며 스스로 답을 찾도록 한다.”라고 설명했다. 계속해서 아가르왈 교수는 일과 학습을 병행해야 하는 시대를 맞아 대학이 학습을 원하는 근로자들을 위해 새로운 학위를 만들거나 교과과정을 잘게 쪼개서 특화된 자격증을 주는 사례도 설명했다. 다음으로 이주호 부총리는 “전망이 좋다고 알려진 직업을 구하는 데 도움이 되는 교육과정에 학습자들이 몰리는 현상은 어떻게 보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여기에 아가르왈 교수는 “교육과정에 여러 학문을 결합한 다음 하이브리드 형태로 많은 학습자에게 제공하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라고 말하며 여러 사례를 소개했다. 이외에도 두 연사는 교육의 미래를 위해 많은 의견을 공유했다.다음 세션인 특별강연1은 피터 다이어맨디스 엑스프라이즈 재단 회장이 맡았다. 그는 구글, 메타, 네이버, LG 등 유수의 기업들이 생성형 AI를 내놓고 있으며, 생성형 AI에 많은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AI의 영향력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동시에 그는 AI와 함께 장밋빛 미래를 만들 수 있는 존재는 결국 인간이기에 앞으로 AI 개발에 있어 투명성과 책임감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전했다. 구체적으로는 AI 개발 과정에 어떤 전제 조건을 붙였는지 또 어떤 과정으로 개발했는지 공개하고, 업계가 협력해서 안전한 훈련 데이터셋을 개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노동시장의 안전망을 공고히 해야 하며, 업스킬링과 리스킬링 교육을 확충해야 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결국 우리가 뭔가를 만들어보는 것.”이라는 특별한 메시지도 건넸다.그런가 하면 ‘넥스트 HR, 데이터 애널리틱스에 묻다’를 다룬 특별세션2는 HR 애널리틱스의 글로벌 동향과 시사점을 살펴보는 시간이었는데 HR/HRD담당자들에게 유익한 내용이 많았다. 먼저 이재진 영국 리즈대학교 연구교수는 “세계적으로 기업에서 HR 애널리틱스에서 전문성을 갖춘 CHO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라며 애널리틱스와 HR의 연관성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서 키스 맥널티 맥킨지컴퍼니 인력 기술 및 분석 글로벌 리더는 “HR 데이터를 활용하면 직원들이 회의하는 횟수와 시간을 파악할 수 있고, 그들이 각종 커뮤니티에서 어떻게 소통하는지 분석할 수 있으며, 부서별로 어떤 부분에서 협업하는지 확인하며 사람과 비즈니스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다음으로 에릭 판 불펀 HR 혁신 아카데미(AIHR) 창립자는 데이터 활용에서 숙련도가 높으면 업무능력도 높다는 결과물을 공유했다. 원인으로 그는 “데이터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전방위적인 전략적 사고를 갖출 수 있으며 이는 비즈니스 감각과 디지털 유연성으로 이어진다.”라고 설명했다. 계속해서 마틴 에드워즈 퀸즐랜드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는 데이터 분석에 따라 발생할 윤리적 문제에 관해 설명했는데 “앞으로 자동화된 의사결정 시스템을 만들게 된다면 인간의 자율성이 제약될 수 있다는 점을 반드시 인지해야 한다.”라고 힘주어 말했다.개인 발표 이후 진행된 토론에선 HR 데이터 보안과 수집 등 윤리적 문제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먼저 연사들은 정보의 질과 양에 따라 다른 결과가 도출될 수 있는 만큼 특정 인물과 집단에 편향되지 않도록 데이터를 확인하는 작업이 필수적이라는 점에 공감했다. 연계해서 이들은 HR 데이터를 인사관리에 활용했을 때 부정적인 낙인효과가 일어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하며, 관련한 역량을 HR 전문가가 반드시 갖춰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이는 HR/HRD담당자들의 시대에 걸맞은 역량개발이 필수적임을 시사한다.이렇게 『월간HRD』가 취재한 ‘글로벌인재포럼’은 AI 중심 인재의 역량 변화, 교육방식 변화와 확장, AI 활용에서의 유의점, HR 애널리틱스의 가능성과 위험성 등을 살펴본 자리였다. AI와 각종 데이터 테크놀로지는 그동안 사람만이 할 수 있던, 혹은 상황과 여건의 한계로 시도하지 못했던 일들을 전보다 빠르고 쉽게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그런 만큼 교육·HR 관계자들은 노동의 개념과 유형은 물론 인간의 고유한 역할과 가치마저 바꾸는 변곡점에 와 있음을 통찰하며 미래를 그려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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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S-HRD 포럼] 직무 중심 HR과 NCS의 교집합 포착
직장생활의 중심은 일, 즉 ‘직무’다. 회사에서 자신이 무슨 직무를, 어떻게, 얼마나 잘 수행하고 있는지 파악하는 것은 기본소양이다. 주어진 직무를 막연하게 인식하며 수동적으로 하고, 때가 되면 평가를 받으며 보내는 일상은 구성원과 조직 모두에 좋지 않다. 이런 부분을 개선하고자 한국HRD협회와 한국산업인력공단 국가직무능력표준원은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의 실효성을 높이는 데 힘쓰고 있다. 그 일환에서 두 기관은 ‘직무중심 인사관리와 전반에서의 활용’을 주제로 제3차 「NCS-HRD 포럼」을 개최했다."한국HRD협회와 한국산업인력공단 국가직무능력표준원은‘직무중심 인사관리와 전반에서의 활용’을 주제로 잡고,발제와 토론으로 꾸려진 제3차 「NCS-HRD 포럼」을 개최했다."직무는 직장생활의 근간이다. 그러니 자신의 직무에 대한 ‘Why?’, ‘What?’, ‘How?’에 답하지 못하는 조직 구성원은 높은 생산성을 발휘할 수 없다. 당연히 회사는 변화, 혁신, 성장과 멀어지며, 역량과 경력 중심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 구성원은 경쟁력을 잃게 된다. 제3차 「NCS-HRD 포럼」은 이런 문제의식에서 포문을 열었다.NCS와 경영시스템 연계첫 번째 발제자인 채영진 전력거래소 기획처장은 자사의 사례 기반 직무 중심 HR의 과거, 현재, 미래를 다뤘다. 그에 따르면 과거의 기업들엔 대량생산과 점진적 기술변화가 이슈였기에 전력거래소도 HR/HRD조직을 소규모의 지엽적 형태로 운영했다. 그러나 점점 현장 상황이 다채로워지면서 직무를 세밀하게, 구체적으로, 성과 지향형으로 설정해야 했다. NCS를 도입한 배경이다. 관련해서 채 처장은 NCS 기반으로 작성한 직무기술서(소속: 전략기획팀, 직군: 경영기획, 직무: 경영전략 총괄)를 소개했고 “직무와 무관한 정보를 배제하고 NCS와 조직의 상황을 연계한 가운데 인재들을 뽑고 있고, 그들과 팀의 지식, 기술, 태도를 평가하고 있으며, 그 결과에 따라 승격/이동/보상을 시행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런 노력으로 전력거래소는 3년 연속 NCS 및 블라인드 채용 우수기관 인증, 9년 연속 Best HRD 우수기관 인증, 공공기관 정부경영평가 B등급 달성, 2년 연속 노사우수기관 인증, 공정 채용 우수기관 인증 등의 성과를 냈다. 계속해서 채 처장은 “NCS를 HR 전 프로세스에 활용하고자 한다면 직무란 무엇인지, 직무 중심 HR이 조직의 성과에 어떻게 연계되는지, 직무에 대한 정의를 모든 임직원이 받아들일 수 있는지, 직무 기반 평가는 공정하고 객관적인지 등에 대한 해답을 도출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정리하면 조직 측면에선 직무분류 체계 마련, 직무기술서 고도화, 직무정원 재산정을, 인사/급여 측면에선 직무 중심 인력운영 환류와 고도화 및 직무급 확대를, 성과 측면에선 인센티브 확대, 평가 환류 강화, 평가 이해도 제고 및 공정성 확보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여기에 채 처장은 “직무 중심 HR에 힘을 실어줄 전문가 조직을 만들면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음으로 채 처장은 미래로 시선을 돌렸는데 “전력거래소의 전략, 조직, 인사, 보수와 NCS의 연계를 강화해서 역량 및 자원 배분을 최적화하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NCS 활용도를 높이려면 결국 많은 조직이 NCS를 모든 HR 프로세스에 적용한 사례가 많아져야 하며 그것을 널리 공유해야 한다.”라고 제언했다.NCS 활용을 위한 6가지 과제Practice를 살펴본 이후엔 신범석 입소 대표가 직무 중심 인사관리 전반에 NCS를 활용하려면 어떤 부분에 집중해야 하는지 6가지로 설명했다. 첫째, 횡적구조에서 종적구조 중심 직무배치 전환이다. 그는 직무에서 직무로의 이동에 집중하기에 어려운 직무를 직급이 낮은 직원이 수행하는 기업들 사례가 여전히 많다고 짚으며 직무의 난이도와 직급 수준을 고려한 직무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둘째, 직무의 상대적 가치 기반 급여 책정이다. 과거의 호봉제, 직급에 따른 일괄적 임금 부여는 물론 같은 직급이라도 성과에 따라 차등해서 보상하는 연봉제의 부정적인 그림자를 지적하고 있었다. 최근엔 민간부문과 공공부문 모두 직무의 상대적 가치를 고려한 급여책정, 즉 ‘직무급제’를 도입하고 있다. 여기에서 신 대표는 “전략적 기여도, 커뮤니케이션의 복잡성, 시장의 임금수준, 직무수행 시 요구되는 지식과 기술 수준을 파악해서 직무급을 책정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셋째, 직무와 직무 간 유의미한 연결 및 미래지향 경력목표 연계다. 현재 직무와 희망하는 직무에 대한 정보를 수집한 뒤 단선이 아닌 복선으로 경력경로를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인사발령은 단선경로로 내릴 수 없고 지금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길 원하는 시대가 펼쳐졌기 때문이다. 이때 신 대표는 “NCS 기반 경력경로 데이터를 꼭 축적해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넷째, 직무전문성을 가진 직원에 대한 인정 및 사내자격화다. 팀제 전환 이후 조직 내 직무수행자들이 모두 1명의 담당자로 인정되면서 전문성이 전수되지 않는 현실을 꼬집고 있었다. 신 대표는 “전문성을 인정해주고 그것을 자격증 수준으로 높여줘야 성과 기반 NCS의 활용성과 가치를 높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다섯째, 직무별 유의미한 경험 연계를 통한 단계별 육성경로 제시다. 입소의 연구를 보면 MZ세대는 성장과 육성에 대한 요구가 매우 높다. 그런 만큼 신 대표는 “기본, 실무, 전문 순으로 올라가는 세로축과 직군으로 구성된 가로축으로 도표를 만든 후 그 안을 육성로드맵으로 채워야 한다.”라고 말했다. 여섯째, 직무·능력단위별 직무경험 DB화 및 데이터 기반 사람관리다. 신 대표는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갈구하는 시대상에 대응해야 한다.”라며 직무·단위업무별 업무수행 과정 및 성과, 사업참여 경험 및 추진과정과 성과, 인사평가 피드백 결과, 교육이수 경험, 연도별 직무리뷰 결과 등을 참조해서 Individual Profile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발제가 끝난 뒤엔 전문가들의 종합토론이 있었다. 이들은 리더들부터 직무급제 도입과 활성화에 앞장서야 하며, 역량개발을 위한 교육과 학습에서 NCS를 주제로 다루면 조직문화와 일하는 방식 측면에서 자연스럽게 NCS를 접하고 활용하는 분위기가 조성될 것이라는 의견을 주고받았다. 이외에도 많은 내용이 있었지만 핵심은 직무가 일터의 중심으로 확고히 자리했으며, 정확한 직무데이터와 경영전략을 결합한 HR 전략을 수립하고 시스템을 재구축해야 결국 NCS가 많이 활용될 것이며 HRD담당자들의 위상이 높아질 것이라는 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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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재호 총장] 미래 혁신대학의 이정표 제시
대한민국 최초의 캠퍼스 없는 미래형 혁신대학학기 중 한국, 일본, 미국, 중국, 러시아 기숙사 거주토론과 프로젝트 중심 온라인 교육 플랫폼“문명사적 대전환기를 맞아 20세기 교육에 작별을 고해야 합니다.”평생직장이 사라졌고, 지식과 기술의 유효기간이 짧아졌으며, 기대수명이 증가했고, 생성형 AI가 개발됐다. 그래서 더욱 울림이 큰 염재호 태재대학교 총장의 메시지다. 그가 교육의 재창조를 위해 열과 성을 다하는 이유다. 올해 9월 세상에 나온 태재대학교는 체계적이고 혁신적인 커리큘럼과 시스템을 토대로 토론과 프로젝트 중심 능동학습을 구현하며 미래 인재들의 역량 근육을 길러주고 있다. 또한, 염재호 총장은 학계와 산업계 인재육성에도 조예가 깊다. 그렇기에 염 총장과의 대담은 HRD의 미래 측면에서도 배움을 얻은 시간이었다.---태재대학교의 비전을 말씀해달라.먼저 대학의 변천사를 보겠다. 옛날의 대학은 소수의 엘리트가 특수한 교육을 받는 곳이었지만 산업혁명이 일어나고 인구가 증가하면서 대학교육의 대형화, 보편화가 일어났다. 큰 강의실에 많은 학생을 모아놓고 교수 1명이 형식화된 지식을 전달한 다음 그것을 잘 외웠는지 시험을 통해 확인하며 대량생산에 특화된 인재로 만들었다. 미국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제 판이 바뀌었다. 디지털과 AI가 교육에 접목됐기 때문이다. 코세라를 보면 알 수 있는데 이제 누구든 돈만 있다면 하버드대학교, 스탠포드대학교, MIT 등의 강의를 들을 수 있다. 그리고 생성형 AI는 글을 써주고 영상도 만들어주고 자료도 요약해주고 각종 질문에 빨리 답해준다. 그러니 20세기 교육은 효력이 없다. 앞으로 형식적 지식은 AI에게 맡기고 암묵적 지식을 함양할 수 있는 근육을 길러줘야 한다. 지식을 생산하는 기초체력을 길러줘야 한다는 뜻이다. 또한, 21세기의 무게중심은 아시아로 넘어오고 있다. 이때 발생할 수 있는 갈등, 심할 경우 전쟁을 방지하려면 인류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글로벌 리더를 키워야 한다. 이런 문제의식에서 6가지 핵심역량(비판적 사고, 창의적 사고, 자기주도학습, 소통과 협력, 다양성과 공감, 글로벌 화합과 지속가능성)을 골자로 태재대학교가 탄생했다.교수진도 소개 부탁드린다.우리와 철학이 일치하고 학생들을 정말 사랑하며 학생들을 변화시킬 의지가 강한 석학들을 모셨다. 이후 12주 동안 1주일에 2번 연수를 받도록 했다. 수업 시작 이후 몇 분이 지났을 때 무슨 질문을 던져야 하는지, 그룹 토론은 어떻게 리딩해야 하는지, 퀴즈는 어떤 것을 다뤄야 하는지, 학생들 피드백은 어떻게 해줘야 하는지 등을 담아낸 시나리오를 만들었는데 이것을 숙달시켰다. 참고로 교수진 레벨은 4등급이다. 첫째로 풀타임으로 일하는 교수님들이 계시고, 둘째로 데이터 사이언스나 AI처럼 특화된 전공을 하나 담당하는 겸임교수님들이 계신다. 셋째로 1년에 1번-3번 강의해주시는 Global Eminent Scholar Council이 있다. 넷째로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시며 특별한 강연을 맡아주시는 Global Leaders Council이 있다. 입학식 때 축사를 해주신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님이나 한승수 유엔총회의장협의회(UNCPGA) 의장님과 같은 분들을 모시려고 한다.학생들은 어떤 인재상과 핵심역량을 기준으로 선발하셨는가.고등학교 3년을 어떻게 보냈는지 보는데 학업성적은 어느 정도의 성실성을 확인하는 지표 수준으로만 둔다. 미세한 학업성적 차이를 깐깐하게 따지는 것은 우리의 철학이 아니다. 서류를 검토한 이후 1차 면접을 진행하는데 20분 정도 영어지문을 읽게 하고 이후 40분은 토론하도록 한다. 모든 과정은 비디오로 녹화하고 교수님들이 평가한다. 기준은 6가지 핵심역량이다. 2차 면접은 교수님들과의 1대1 면접이다. 그런가 하면 태재대학교의 입학처는 ‘인재발굴처’다. 우리가 적극 인재를 발굴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며 100명이 최대 정원이지만 27명만 뽑았다. 우리의 철학과 맞지 않으면 뽑지 않는 것이 맞기 때문이다. 우리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추는 만큼 9월에 학기가 시작한다. 따라서 올해 고3인 학생들은 내년 3월부터 9월 전까지 약 6개월 동안 영어, 제2외국어, 기초 소양 등을 토론과 에세이 측면에서 훈련시킬 것이다. 모든 수업을 영어로 하는 만큼 핸디캡을 없애기 위한 선학기제를 실시한다고 보면 된다.학생들은 어떻게 성장하는가.무전공으로 시작하며, 1학년 때는 6가지 핵심역량을 중심에 두고 만든 10개 교과목을 수강한다. 학기 내내 서로 토론하면서 학습한다. 그 과정에서 정확하게 개념을 이해하고 근거를 갖춘 가운데 논리정연하게 생각을 풀어내도록 한다. 여기에는 관찰, 행위를 통해 학생들의 역량을 4단계로 평가하는 시스템이 있다. 역량은 졸업장이나 성적증명서로는 평가할 수 없는 만큼 세밀하게 접근한다. 다음으로 능동학습을 말씀드리겠다. 책을 읽거나 강의를 들으면 습득한 내용의 5%만 남는다. 프로젝트를 본인이 직접 해보면 50%, 누군가에게 가르쳐보면 95%가 남는다. 열역학법칙을 예로 들면 먼저 문제를 던져 주고, 그것을 이해할 방법을 가르쳐준 뒤 스스로 무엇이 필요한지 깨닫고 그것을 학습한 다음 토론과 프로젝트에 참여하게끔 한다.비교과 과목, 기숙사, 장학금 시스템도 설명 부탁드린다.수업의 약 50%가 비교과 과목이다. Student Success Institute에서 학생들에게 리더십과 경력개발 관련 상담을 해주며, 1학년을 마치면 3주 동안 프로젝트를 만들어서 실리콘밸리에 간다. 그리고 4학년 1학기를 마치면 5주 동안 유럽 문명사의 기반을 알기 위해 로마, 아테네, 이스탄불, 피렌체, 베니스, 카이로 등에 가서 그곳의 문제를 찾고 해결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또한, 태재대 학생들은 서울에서 공부하다 2학년 2학기부터 일본, 미국, 중국, 러시아로 간다. 20세기에 강국이 되었던 나라들이며 모국어와 영어 제외 2개의 제2외국어를 중급 이상으로 구사할 수 있어야 기숙사 생활을 할 수 있고, 6개월 동안 그 나라의 역사적 맥락과 이슈를 체득한다. 해외에 오래 거주하는 만큼 메타버스 캠퍼스로 등교한다. 정리하면 글로벌, 미래, 자기주도성을 키워드로 인재를 키운다. 모쪼록 졸업생들이 산, 학, 연, 관을 막론하고 많은 조직이 앞다퉈 데려가길 원하는 인재가 되길 바란다. 또한, 공부를 전부로 생각하며 살아온 학생들이 다수인 만큼 박물관, 오페라도 가보게 했고, 졸업 후 어디에서 일하고 학습하든 초기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기에 장학금도 넉넉하게 지원해주고자 한다(웃음).산업계 인재육성에 대한 총장님의 관점도 듣고 싶다.대학교육, 대학조직의 문제점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양한 사람이 모여 같은 목표를 공유하며 함께 일해서 성과를 창출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대기업의 경우 규모가 큰 만큼 관료제 시스템을 구축했는데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났다. 그래서 능력 있는 인재들이 제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거나 하지 않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관련해서 태재대학교의 사례를 공유하면 연봉제이며, 행정조직은 성과 중심으로 돌아가고 업무의 30%는 협업하도록 했으며 동료들에게 유의미하고 빠른 도움을 준 이들을 포상한다. 또한, 구성원들은 모두 Solution Designer라고 부른다. 이는 주도적으로 일하며 창의성과 효율성을 모두 잡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내년부터는 일을 위한 일을 줄였을 경우 인센티브를 주고자 한다. 본인이 몸을 담고 있는 조직에서 열심히 일해야 삶이 풍성해진다는 점을 명심하길 바란다.마지막으로 HRD담당자, 각계 교수자와 학습자에 대한 제언 부탁드린다.HRD담당자라면 늘 ‘우리 조직에 맞는 교육은 무엇인가?’, ‘회사에서 교육을 하는 목적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그래야 교육을 위한 교육이 사라진다. 주인의식을 갖고 회사의 정체성과 방향성을 읽은 가운데 교육을 설계하고 실행해야 한다는 뜻이다. 다음으로 매니저들의 디자인씽킹 역량을 강화하길 바란다. 그래야 직원들의 역량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업무를 부여하며 성과를 내는 리더들, 팀들이 많아질 것이다. 이어서 교수자는 반드시 학습자 입장에 서야 한다. 요리를 예로 들면 설령 재료가 좋지 않더라도 그 재료로 어떻게 맛있는 요리를 만들 것인가를 고민하고 노력하는 태도를 갖춰야 한다. 그리고 학습자는 배운 것을 밖으로 표현해내면서 발전하기 위한 가능성을 계속해서 높여가야 한다. 이제 언제 어디서든 배울 수 있는 만큼 수동적인 태도를 버려야 한다. 모쪼록 각계에서 세상이 달라졌다는 것을 체감하며 20세기 교육에 작별을 고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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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환영 교수] HRD가 나아갈 방향은 ‘인적가치개발’이다
장환영 동국대학교 교육학과 교수는 교육부에서 ‘국가인적자원개발’이라는 거시적 프레임워크로 HRD를 접했다. 당시 업무는 막중하고 어려웠지만 흥미롭고 즐거운 것이었기에 HRD를 가르치고 연구하는 교수의 삶으로 이어졌다. 그 후로 많은 시간이 흐른 지금, 테크놀로지가 인간의 많은 역량과 역할을 대체하고 있는 세상에서 장 교수는 새로운 HRD 패러다임이 요구된다고 강조한다. 그것은 바로 깊은 탐구와 통찰로 인간만의 탁월성, 즉 ‘가치’를 발견해서 생산성의 ‘방향’을 정하는 ‘인적가치개발’이다.장환영교수는 1993년에 행정고시(36회) 교육직렬에 합격하고 이후 17년 동안 교육부에서 고등교육정책국, 국제교육정보화국, 인적자원정책국 등 성인교육 관련 업무를 주로 수행했다. 2000년에는 교육부가 교육인적자원부로 전환되면서 자연스럽게 HRD와 인연을 맺은 장 교수는 당시 HRD 전문가가 부족한 현실을 개선하고 싶어 유학길에 올랐다. 업무와의 관련성도 고려해야 했던 만큼 석사는 워싱턴대학교에서 교육행정을, 박사는 인디애나대학교에서 교육공학과 HRD를 전공했다. 공부를 지속하기 위해 휴직도 했는데 그는 국가의 혜택도 받은 만큼 감사함을 느끼며 최선을 다해 유학생활을 보냈다고 밝혔다.귀국 후에도 장 교수는 교육부에서 공직자의 삶을 이어갔으나 HRD를 연구하고 싶다는 마음은 점점 커졌다. 그때 마침 동국대학교가 교수를 모집하고 있었고, 그는 고민 끝에 지원해서 경쟁을 이겨내며 학계로 활동 무대를 전환했다. 새로운 곳에서 장 교수는 HRD의 위상 제고와 저변 확대에 힘썼고, 사람만의 핵심역량인 인성, 창의, 혁신 등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그는 “국가적 차원에서 인적자원개발을 다뤄봤기에 HRD를 넓게 볼 수 있었고, 동국대학교는 불교 색채가 강한 학교인데 오히려 그 덕에 ‘인간’ 자체를, 특히 역량 이면에 감춰진 본질을 탐구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다양한 프레임워크로 HRD를 연구했던 장 교수는 테크놀로지가 인간의 역량과 역할에서 많은 부분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는 것을 보며 HRD 패러다임에 변화가, 즉 ‘인적가치개발’이 필요함을 확신하게 됐다.“그동안 HRD는 인간을 자원, 즉 도구로 보며 개발하는 작업에 집중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말씀드린 일을 자동화 시스템, AI, 로봇 등이 더욱 잘 해낼 수 있습니다. 그러니 HRD 관계자들은 생산성의 양적 확대에서 벗어나 생산성의 ‘방향’을 봐야 합니다. 인간이 독특하고 뚜렷한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죠.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인적가치개발입니다. 긍정심리학을 예로 들면 인간의 흠결이 아닌 긍정적 측면을 강화하는 방법을 연구하죠. 이런 접근법이 HRD에도 필요합니다.”오랜 세월 HRD 교수로 활동했던 만큼 장 교수는 “대한민국 HRD는 분명 빠른 속도로 성장했고 유의미한 변화도 이뤄냈습니다.”라며 그 여정을 ‘독도에서 파트너십으로’라는 문구로 정리했다. 연수원으로 대변되는 독자적인 공간에서 존재했지만 조금씩 기업의 많은 부서와 교류해서 그들을 전략적으로 지원하는 일을 찾기 시작하며 경쟁력을 높여왔다는 뜻이다. 그러나 장 교수는 “HRD가 위상을 높이려면 모든 부서에 학습을 내재화시켜야 합니다.”라고 말하며 교육적 관계 중심 ‘Integration’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짚어줬다.“저는 학생들에게 교육학은 적용되는 영역이 무궁무진하다고 말합니다. HRD 렌즈로 보면 이렇습니다. 민간부문이든 공공부문이든 조직에서 가장 성과가 좋은 팀의 모습은 어떨까요. 팀장은 팀원을 잘 가르쳐주고, 팀원은 잘 배워서 맡은 업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때겠죠. 이런 ‘교육적 관계’가 맺어져야 팀의 생산성과 성장 가능성이 가장 높아요. 일에 교육과 학습이 묻어나는 조직문화를 조성해서 인간만의 가치를 창출해야 하는 이유입니다.”대한민국 HRD의 흐름을 설명하며 ‘가치’를 강조한 장 교수는 실천역량에서 발견역량으로의 전환을 촉구했다. 실천역량은 많은 기업에서 주목하는 것으로 나에 대한 자기조절, 타인과의 관계에 대한 의사소통, 조직에서 필요한 협력, 과제에 대한 문제해결이다. 여기에서 그는 “자신을 이해해야 자기조절이 가능하며, 타인과 공감해야 의사소통이 가능하고, 책임성이 있어야 다른 부서와 원활히 협력할 수 있으며, 문제를 발견하고 정의해야 해결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렇게 ‘자기이해’, ‘공감’, ‘책임’, ‘문제발견’ 등의 발견역량을 기르는 것이 인적가치개발이다. 이를 위한 방법론으로 장 교수는 다음의 설명을 건넸다.“지금까지 HRD는 다양한 지식을 단기간에 주입하는 데 신경을 썼습니다. 획일화, 자동화, 표준화 등이 이슈였던 이유죠. 그러다가 CoP(학습동아리)나 학습조직 등을 통해 참여를 중심으로 말로써 표현하기 어려운 ‘암묵적 지식’을 획득하는 기회를 창출하기 시작했어요. 세상에 똑같은 사람은 없고, 고급 지식은 암묵적 지식에 있는 만큼 올바른 변화입니다. 그러나 더 나아가야 합니다. 바로 ‘내어줌(giving)’입니다. 무언가에 의미를 두고 헌신하는 과정에서 생명력 있는 지성 활동이 일어나고 그것이야말로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학습이자 사람의 가치인 까닭입니다. 학습의 핵심 메타포가 획득에서 참여로 다시 참여에서 내어줌으로 바뀌고 있다고 봅니다. 이를 위해 교수자는 학습자를 전달받고 채워져야 하는 부족한 존재로 보며 밀지(Push)말고, 동기를 부여하고 코칭하고 열정을 심어주며 당겨야(Pull) 합니다. 즉 HRD 시스템은 ‘내어줌(giving)’의 메타포와 ‘Pull’ 중심으로 변화해야 합니다.”마지막으로 그는 테크놀로지의 부상으로 외면받았던 인문학적, 영적 통찰이 HRD에 꼭 포함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인간의 생산성에 대한 새로운 방향을 고찰하는 기업들은 결국 사람다움을 갖춘 인재들을 원할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이는 생성형 AI의 출현으로 사람 본연의 역량에 관심을 기울이는 기업들의 행보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렇기에 ‘인적가치개발’ 확산에 전념하는 장 교수와의 만남은 HRD의 미래를 엿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