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ACTICE

나는새가 많은 바다와 숲과 바람이 좋은 항구도시 부산에서 태어났다. 종갓집 대식구의 살림을 맡으신 어머니의 몸이 허한 시기에 나온 7남매의 막둥이라서 생명줄도 아슬아슬할 뻔 했고 특이체질이라 남들이 간단히 넘기는 감기도 천식이 되고 예방주사의 부작용으로 청력을 상실했다. 3대가 모여 사는 종갓집 대가족 이라서 어머니는 늘 바쁘셨고 부산에서 제일가는 부자동네였던 보수 동의 동장을 지내셨던 큰 무역상인 아버지께서는 믿었던 사람들에 의해 부도가 나시고 설상가상으로 여러 병환이 겹쳤다. --- 그 시대에는 대부분의 가정들이 그렇게 격변하는 사회변동의 시기라서 가난하고 복잡한 환경구조 속에서 살아갔듯이 우리 집도 그러했다. 어머니는 늘 허리띠를 졸라매어 중풍이 든 할머니와 아버지 등을 간병 하면서 서울대, 서강대 등을 다니는 서울 오빠들의 등록금을 대며 대가족 살림을 이어가느라 몸이 두 개라도 모자라 열 손가락 중 가장 아픈 손가락인 내게 마음이 있다 해도 특별히 신경을 쓸 틈이 전혀 없었다. 그래서 나는 초등학교 졸업식 때나 중학교 입학 등에서는 그냥 혼자 졸업식을 갔다 오고 어머니가 언니 옷을 줄여서 꿰매어 만들어준 헌 교복을 입고 혼자 입학했었다. 천성이 밝아서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고 많이 심심해도 잘 놀았고 서러움이 쌓이면 아무도 없는 곳에서 목 놓아 울거나 아무것도 아닌 말들에도 홍시 터지듯이 펑펑 울었던 기억들이 난다. ‘베트콩 고아’‘제주도보자기’의 설움 그래서 어릴 때 별명이 못생겨 혼자서 늘 떠돌아다닌다고 베트콩 고아라거나 울보라거나 제주도보자기 등 놀림을 많이 받았다. 청각상실의 징후는 초등학교 저학년 때 갑자기 동무들이 고무줄놀이에 끼워주지 않고 학교 합창부에서도 선생님이 나오지 말라고 하면서 나타났다. 가난과 청각상실로 인해서 늘 외톨이로 소외된다는 것이 어린 마음에 참 서러웠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어머니를 졸라서 찾아간 특수농아학교 선생님은 농아학교를 다니면 학업수준이 농아고등학교 수준이 일반중학교 수준이라 대학에 가기도 어렵고 일반사회와 동화되는 정보와도 멀어서 장애인끼리 살아가게 된다고 힘들어도 그대로 일반학교에 다니는 게 좋겠다고 말해 주셨고, 원한다면 일반인들의 말을 파악하는 독화, 구화교육이나 언어치료를 받으라고 했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그래서 사립특수학교의 높은 학비와 학업의 수준이 생각보다 낮은 특수학교에 전학을 못가고 그대로 일반학교인 부산진여중을 다녔지만 학교생활은 지금 생각해도 되새기고 싶지 않았다. 시간마다 바뀌는 선생님들은 못 들어서 대답을 못 하는 것을 생각하지도 못하셨다. 보호자가 학교에 나올 수도 없었고 누가 쳐다보기만 해도 얼굴이 확확 달아오르는 사춘기라 내가 장애라고 말할 용기도 없었기 때문에 선생님을 무시하거나 건방지고 반항하는 아이로 찍혀 출석부로 곧잘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