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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로 원장] 하브루타의 진행방법
하브루타는 친한 친구나 직장 동료, 부모와 자식, 상사와 부하가 둘이서 탈무드 내용이나 서로 정한 주제를 가지고 깊이 있게 따져가며 대화와 논쟁을 즐기며 학습하는 방법이다. 중요한 것은 서로 믿고 모든 이야기를 할 수 있는 편한 관계가 되어야 한다. 하브루타를 할 때는 큰 목소리로 몸짓도 써가며 한다. 마치 옆에서 보면 둘이서 말싸움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하브루타는 토론을 해서 이기려는 것이 절대 아니라, 서로 같이 배우고 가르치면서, 즉 지식과 경험을 나누면서 학습을 즐기는 태도가 중요하다.예시바라는 곳이 있다. 유대인들의 탈무드 교육기관인데 여기에 학생들이 모여서 하브루타를 하는 곳이 있다. 일종의 도서관으로 학생들이 큰 목소리로 하브루타를 해서 매우 소란스럽다. 그런데 유대인들은 이렇게 큰 소리로 자신의 주장을 해야 자신감이 더 생기고, 또 시끄러운 속에서 하브루타를 하는 것이 오히려 상대방에 더 집중을 할 수 있게 해 준다고 믿는다. 도서관이나 교실에서는 조용히 해야 남에게 방해가 안 된다고 생각하는 우리와는 전혀 다른 생각을 하는 것이다.하브루타의 진행방법에 관해서는 구체적으로 서술된 것이 적다. 유대인들은 어릴 때부터 하브루타를 하기 때문에 굳이 설명이 필요 없다고 생각하고, 또 비유대인들에게 굳이 가르쳐 주려고 하지 않는 것 같다. 다행히 미국의 Brandeis 대학의 유대인교육 연구기관인 Mandel 센터의 Orit Kent 교수가 발표한 연구 논문이 몇 편 있어서 참고를 할 수가 있다.필자는 하브루타를 우리가 젓가락을 사용하는 것과 유사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젓가락 사용이 어릴 적부터 몸에 배어서 편하지만, 이것을 처음 사용해 보는 외국인에게 가르치려면 젓가락 집는 법, 손가락 움직이는 법을 단계적으로 설명하고, 실연을 해 보여 주어야 배우기 쉽다. 또, 한 번 배웠어도 계속 실습을 해야 익숙해질 수 있다. 하브루타도 마찬가지이다. 한두 번 해봐서는 그 진가를 알기가 어렵다. 계속 경험을 해서 몸에 익숙하게 되어야 제대로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하브루타를 쉽게 배우고 적용할 수 있도록 다음과 같은 6가지 조건과 6가지 진행 절차를 준비했다. 먼저 6가지 조건을 ‘TALMUD’라는 단어에 맞추어 제시해 본다. Two People(둘이서): 하브루타는 원칙적으로 두 사람이 함께 배우고 서로 가르치는 과정이다. 그래서 무임승차가 없고 학습 효과도 높다. 부득이한 경우에는 셋이 할 수도 있다. Atmosphere(분위기를 조성하고): 하브루타를 하기 전에 서로 마음을 열도록 아이스브레이킹을 한다. 서로 진지한 대화를 하기 위해 열린 환경과 신뢰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학습자들은 하브루타를 시작하기 전에 함께 노래를 부르며 율동을 해도 좋다. Loud(큰소리로): 하브루타는 먼저 주어진 문장을 큰 소리로 읽으며 시작한다. 토의도 큰 소리로 하도록 권장한다. 이것은 자신의 주장에 자신감을 갖도록 하기 위함이다.Motion(제스처를 쓰면서): 하브루타를 할 때 가급적 손으로 제스처를 쓰는 것을 권장한다. 이 것은 자신의 의견을 강조하는 의미도 있고, 또 손의 움직임이 두뇌를 자극시킨다고 한다.Understand(서로 이해를 먼저 하고): 하브루타를 시작할 때 주어진 문장이나 주제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주제 이해를 위한 질문부터 시작한다. Discover(함께 탐구하고 창조한다): 하브루타는 함께 합의하여 결론을 내거나, 새로운 해석이나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야 한다. 결론을 내지 못하면 실패한 것으로 간주한다.아울러 Orit Kent 교수는 하브루타에서 다음과 같은 3가지 상반된 활동을 하게 된다고 했다. 먼저 Listening and Articulating(경청과 명확한 의사표현)이 동시에 일어나고, 다음으로 Wondering and Focusing(의문과 집중), 즉 다양하게 관심을 갖고 의문을 제기하면서 동시에 한 가지에 집중을 하는 것이며, 또한 Supporting and Challenging(지원과 도전)으로 상대방을 가르쳐 주며 지원도 하지만 동시에 상대의 의견에 도전도 해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는 하브루타의 정신을 잘 설명해 주고 있다. 그것을 바탕으로 필자는 구체적으로 하브루타를 진행하는 방법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는 분위기 조성단계, 둘째는 읽고 질문하는 단계, 셋째는 서로 설명하고 이해하는 단계, 넷째는 서로 합의를 하여 결론을 구성하는 단계, 다섯째는 그룹토의나 전체 학습을 하는 단계, 여섯째는 자신들의 하브루타 프로세스에 대해 성찰하는 단계이다. 다만 서로 입장이 너무 달라서 합의가 어려우면 한 번 입장을 바꾸어 토의를 해보도록 권장한다. 역지사지를 활용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서로 합의를 이루어 결론을 같이 만들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협상하는 방법과 협업을 하는 방법도 배양을 하게 된다. 여기서는 하브루타 진행절차의 큰 맥락만 간단하게 짚어줬다. 하지만 실제로는 구체적으로 각각의 진행절차를 심층적으로 이해하고 자주 실습을 해야만 하브루타의 진정한 가치를 알게 된다. 윤경로 원장하브루타 전문가로 미래형 인재와 글로벌 인재를 양성하는 (사)글로벌인재경영원 원장과 한양대학교 특임교수이다.글로벌 기업인 듀폰의 아시아태평양지역 인재개발, 교육, 인사담당 임원을 22년간 역임했다.액션러닝을 한국에 소개하며 초대 액션러닝협회 회장, 한국퍼실리테이터협회 회장 및 산업교육학회 공동회장을 역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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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평준 교수] 적응적 학습과 설계(Adaptive Learning & Design)
우리나라 HRD의 특징은 McLagan이 제시한 HRD의 세 영역(교육훈련, 조직개발, 경력개발) 중 교육훈련이 대부분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교육프로그램 운영의 목적은 학습자에게 개별화·맞춤형 학습 경험을 제공하여 궁극적으로 업무수행성과와 연계하는 것이다. 개별화·맞춤형 학습은 교육의 궁극적 지향점이자, 학계와 HRD 현장에서 끊임없이 회자되고 주목받아 온 용어다. 학습자 개개인의 개별화된 요구와 특성을 반영한 개별화·개인화·맞춤형 학습을 포괄하는 용어가 적응적 학습(Adaptive Learning)이다. 적응적 학습은 학습자의 다양한 특성과 행동, 요구, 학습경험 및 이력에 적합하게 교육목표-교육내용-교육전략-교육방법-교육평가-성과를 최적화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적응적 학습은 HRD 현장에서 학습자에 대한 진단이 정확하게 이루어지기 힘들며, 진단결과에 따라 적응적 학습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불완전하다는 한계점이 있다. 이로 인해 교육현장과 유리된 이상적 학습으로 여겨져 왔으나 최근 미디어, 테크놀로지, 학습과학, 학습분석(Learning Analytics)의 발전과 함께 다시 주목받고 있다.적응적 학습을 처음 접한 것은 이러닝이 확산되던 2000년대 초반이다. 이 시기는 시·공간을 초월하여 자기주도학습이 가능한 이러닝의 장점이 부각되면서, 이러닝 학습환경에서 학습자의 특성을 반영한 적응적 학습시스템 구현 방안을 적극적으로 탐색하던 시기다. 적응적 학습시스템은 학습자의 특성에 따라 학습자에게 학습내용, 학습자원, 학습경로, 학습시간, 학습속도 등에 자율성과 선택권을 부여하는 시스템이다.‘적응적(adaptive)’의 사전적 정의는 ‘일정한 조건이나 환경 따위에 맞추어 응하거나 알맞게 되다’이다. 적응적 학습은 학습자 프로파일(배경 변인), 학습요구 및 목표, 학습자 선호도, 학습자의 사전지식 및 경험, 학습자의 흥미와 호기심(학습동기), 학습스타일, 학습역량, 학습자의 학습활동에 대한 정보 및 학습경험에 대한 이력, 학습성과, 트렌드 및 이슈 등 학습자의 특성과 개별화 요구에 최적화된 학습이다.우리가 적응적 학습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급변하는 비즈니스 환경과 이에 따라 새롭게 생겨나는 직무에 요구되는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개별화된 학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맞춤형 학습을 위한 교육현장의 변화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둘째, 직업별, 직군별, 직무별 다양한 요구를 반영하기 위해서는 ‘학습자가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는’ 학습자 중심의 학습경험이 필요하다. 이에 반해, 교육현장의 체제 변화 및 혁신은 미온적이다. 셋째, 전 세계적으로 학습자원이 오픈되고 있기에 ‘언제 어디서나 학습할 수 있는’ 업그레이드된 학습체제 및 학습환경이 필요하다. 이에 반해, 현재 학습체제 및 시스템은 여전히 개방적이지 못하다. 넷째, 최근 블렌디드러닝, 플립러닝 등을 통해 다양한 교수학습방법 간, 테크놀로지 간 물리적·화학적 결합이 이루어지면서 적응적 학습이 구현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다섯째, 학습분석을 위한 인공지능 테크놀로지의 발전과 함께 학습자의 특성과 관련한 빅데이터의 수집이 쉬워지고 있다. 즉, 적응적 학습을 구현할 수 있는 효과적인 운영 토대가 마련되고 있는 것이다.적응적 학습은 그룹(팀) 차원과 개인 차원에서 모두 적용이 가능하다. 그룹(팀) 차원에서의 적응적 학습은 학습자들을 능력 또는 특성에 따라 집단으로 구성하고 학습목적, 학습내용, 학습속도, 전달방법 등을 고안하는 방법이다. 개인 차원에서의 적응적 학습은 개별학습자의 특성과 반응에 따라 개별학습자에게 적절한 학습목적, 학습내용, 학습순서, 학습속도, 전달방법 등을 구성해서 학습자에 따라 맞춤형 코칭과 피드백을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선행연구에 의하면 적응적 학습을 위한 설계기법에는 교육과정 계열화, 상호작용 문제해결지원, 적응적 제시, 적응적 탐색지원 등이 있다. 선행연구를 요약하면 교육과정 계열화는 거시적인 차원에서 학습자의 요구와 특성 또는 역량과 직군에 따라 교육과정, 학습의 방향, 학습내용 및 학습경로를 적응적으로 구성하는 방법이다. 미시적인 차원에서 살펴보면 학습내용을 구성하는 사례, 질문, 퀴즈 등을 적응시키기도 한다. 상호작용 문제해결지원은 문제해결 시 학습자에게 필요한 도움을 적응적으로 구성하는 방법이다. 문제해결 단계에서 전문가(또는 교수자)가 맞춤형 코칭, 멘토링, 스캐폴딩 등을 제공한다. 또한 학습자가 도출한 해결책에 대해 적응적 피드백을 제공하기도 하며 학습자에게 맞춤형 피드백을 제공해 주는 수준에서 더 나아가 새로운 학습내용, 사례, 이슈, 생각해볼 문제를 탐구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도 한다. 한편 학습자가 문제해결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 학습자에게 유사한 문제해결에 관한 사례나 문제해결과정에 대해 조언(학습전략 및 학습방법에 대한 도움)을 함으로써 학습자가 문제를 원활하게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도 한다. 적응적 제시는 학습자의 선호도나 특성에 따라 학습내용의 제시방식을 변화시켜주는 방법이다. 학습자의 미디어 유형 선호 방식에 따라 텍스트, 이미지, 동영상, 애니메이션 형태를 적응적으로 제시하는 것과 교육내용을 처음 접하는 사전지식이 없는 학습자들에게는 개념학습을 제공하는 것, 선수지식이 많은 학습자에게는 심화학습을 제공하는 것 등을 들 수 있다. 적응적 탐색지원은 학습자가 학습의 방향을 잃지 않도록 지원하고 안내하는 것으로 학습자가 효과적으로 학습경로를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 학습자 스스로 학습내용과 학습경로를 결정하고 탐색할 수 있는 학습환경을 제공한다. 적응적 탐색지원은 학습자에게 최적의 학습경로를 제시하기 위한 방법으로써 학습과정을 추천하거나 학습자가 최적의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조언을 제공하는 기능 등을 일례로 들 수 있다.적응적 학습을 위한 환경을 구성하기 위해 HRDer들은 기본적인 준비가 되어 있는지 스스로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적응적 학습 역시 WLP를 위한 최적의 해결책 중 하나이다. 적응적 학습을 위한 교육체계 및 학습경로, 학습환경 및 인프라, 학습내용 및 콘텐츠, 학습과정 및 학습경험, 학습도구, 관련된 인적자원의 역량개발, 조직개발 및 커리어개발을 위해서는 현재와는 다른 학습 제도와 시스템이 필요하다. HRD 전문가들이 HRD 현장에 적응적 학습을 어떻게 적용해 나갈지 기대된다. 유평준 교수숙명여자대학교 원격대학원 교육공학과 학과장이자 인적자원개발대학원 리더십 전공 주임교수.우리나라 HRD의 재구성과 혁신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위한 최적화 방안을 열정적으로 모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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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규 교수] 다양한 반복의 리더십
리더십 이론의 시대적 발전단계를 보면 성격 및 자질이론, 행동이론, 상황이론, 복합이론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초창기 대부분의 사람들은 리더가 특정한 자질과 성격을 갖고 태어난다고 믿었다. 이러한 믿음이 반영된 것이 성격 및 자질이론이다. 이후 전반적 교육수준이 높아지면서 자질이론에 대한 비판과 함께 ‘특정 자질과 성격 없이 태어난다면 리더가 되지 못하는 건가?’라는 질문이 이어졌다. 이에 대한 응답이 행동이론의 출현이다. 좋은 리더가 되고 말고는 특정한 행동패턴을 보이는가 아닌가에 있다는 것이다. 당시의 학자들이 지적한 리더의 행동패턴은 사람에 대한 배려와 일에 있어서의 추진력이었다. 그런데 배려와 추진력을 두루 갖춘 이상적인 리더는 이론으로 존재할 뿐, 현실적으로는 어렵다는 비판과 함께 상황이론이 고개를 들게 된다. 각각의 리더는 배려 혹은 추진력 중에서 강점을 보이는데, 좋은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리더의 강점과 리더가 처한 상황적 특성이 잘 합치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근래에 들어서는 자질, 행동, 상황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는 복합이론이 대두되고 있다. 전문에서 언급한 리더십 이론의 발전단계를 보면 팔로워에 대한 조명 없이 리더 중심으로 이론이 발전되어 온 것을 관찰할 수 있다. 필자는 팔로워가 n명이라는 가정하에 이러한 리더십 이론의 조류를 1 vs n의 리더십으로 표현한다. 하지만 1 vs n의 리더십은 1 vs 1의 다양한 반복의 리더십으로 바뀌어야 한다. 그것은 n명의 팔로워가 저마다 다양한 성향, ‘interest’,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으로 구체적인 근거는 다음과 같다. 첫째, 팔로워들의 다양한 성향은 조직관리 측면에서 maximizer와 satisficer로 구분해 볼 수 있다. 한 연구에 의하면 졸업을 앞둔 미국의 대학생들을 maximizer와 satisficer로 구분하고 취업 후 연봉을 비교했더니 maximizer의 평균연봉은 $44,500, satisficer는 $37,100로 약 20%의 차이를 보였다. 반면 현재 연봉에 대한 만족도는 satisficer가 월등히 높았다. 물론 재무적 성과를 위한 직접적 영향과 공헌은 maximizer가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런 상상을 해보자. 오늘 팀원 중 한 명이 생일을 맞이했는데 아무도 모르고 있던 차에 다른 한 팀원이 출근길에 케이크를 가져와서 생일 축하를 해주며 가족 같은 팀 분위기를 이끌었다. 이러한 분위기가 재무적 성과로 직접 이어지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더라도, 이 팀을 좋은 팀이라고 평가하는데 많은 이견이 있지는 않을 것이다. 이렇게 조직의 핵심성과에 직접적 영향을 주지는 않더라도 긍정적인 조직 분위기 형성에 공헌하는 일련의 행동을 맥락적 수행(contextual performance) 혹은 언저리 성과라고 한다. 주로 조직생활에 만족도가 높은 사람들이 공헌하는 부분이며 maximizer보다는 satisficer들의 역할로 채워진다. 현재 여러분의 조직에서는 어떠한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큰 공헌을 하고 있다고 평가받는가. 여러분은 리더로서 어떠한 성향을 지닌 팔로워를 선호하는가. 팔로워들의 다양한 특성에 맞춰 효과적인 조직을 구축하고 팔로워들의 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리더가 다양하게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중요한 이유다.둘째, 팔로워들은 조직에서 매우 다양한 interest를 갖고 있다. 여기서 interest는 관심이라는 뜻보다는 팔로워들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 직장은 내가 공헌한 만큼 보상받는 곳이라는 경제적 거래의 장소라는 개념이 두드러졌다. 하지만 연간 국민소득이 3만 달러에 가까워진 지금은 경제적 이유 외에 저마다 독특한 이유로 본인의 직업을 선택한다. 얼마 전까지 필자는 몸을 담고 있는 학교에서 노조위원장 및 노조 간부를 대상으로 한 1년짜리 프로그램의 주임교수를 수년간 맡았었다. 많은 노조위원장들은 이제는 조합원들 각각의 interest가 너무 다양해져서 과거보다 노조 조직화가 훨씬 어려워졌다고 토로했다. 조합원들의 interest가 다양해지면서 노조가 대표성을 잃어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한 대기업의 노조위원장은 조합원들의 요청을 정리해서 회사 측에 요구사항으로 전달한 항목의 가짓수가 97개에 이르는데, 우선순위조차 매길 수 없었다고 토로한 적도 있었다. 과거 동기부여 이론이 제시하는 바와 같이 경제적, 그리고 비경제적 요인의 몇 가지 조합으로 팔로워를 동기부여시킬 수 없다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는 리더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1 vs n의 리더십에서 탈피해 팔로워들 개개인의 interest를 이해하고 충족시켜 줄 수 있는 1 vs 1의 다양한 반복의 리더십이 필요한 또 하나의 이유이다. 셋째, 같은 곳을 바라보면서도 팔로워들의 인식은 저마다 독특하고 다양하다. 혈연으로 맺어지지 않은 사람들 중에서 아마도 서로 가장 가깝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연인이나 배우자일 것이다. 필자는 이들이 공유하는 관계에 대한 인식 차이에 관심을 가졌고, 그 차이를 계산해보기 위해 연인 혹은 배우자 2,000여 명에게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질문은 이하와 같다.「최근까지 연인 혹은 부부관계에 있던 사람과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당신과 상대방이 기여한 모든 형태의 공헌(경제적, 심리적, 정서적, 물리적, 시간적, 사회적 영역을 합해서)을 생각해 보시오. 관계를 유지하는 동안 당신과 상대방의 공헌의 합을 100이라고 가정한다면, 그중 당신의 공헌은 몇이라고 생각하는지 숫자로 답하시오.」조사 결과 남녀 평균의 합은 약 150, 남자의 평균은 약 80, 여자의 평균은 약 70이었다. 결과를 분석해보면 남자가 자신의 공헌을 80이라고 믿는다면, 연인 혹은 아내의 공헌은 20으로 간주하고 자신이 4배 더 관계유지를 위해 공헌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반면 여자가 자신의 공헌을 70이라고 생각한다면, 연인이나 남편은 30 정도 공헌한다고 믿는 것이며 결과적으로 자신이 2.3배 정도 관계유지를 위해 더 공헌한다고 간주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남녀의 인식 차이는 ‘2.3×4=9.2’배라는 결과가 나온다.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연인과 부부 사이의 인식 차이가 9.2배라면 리더와 팔로워와의 인식 차이는 얼마나 될지 생각해보자. 혹시나 오늘도 “우리는 같은 배를 타고 있지?”라고 팔로워한테 허황한 믿음을 심으려고 애쓰지는 않았는가. 팔로워들 모두가 다양한 인식을 가진 의사결정 주체라고 간주하는 1 vs 1의 다양한 반복의 리더십이 점점 중요해지는 이유다.위에서 살펴본 다양성이 가치 창조의 리더십으로 승화되기 위해서는 리더와 팔로워, 그리고 팔로워와 팔로워 간 다양한 충돌을 경험하고, 그로부터 창의적인 가치가 발현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과거 리더십 이론의 주류와 같은 리더 중심의 1 vs n의 리더십에서 벗어나 팔로워의 다양한 성향, interest, 인식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1 vs 1의 리더십이 다양하게 반복돼야 한다. 리더의 역할이 쉽지 않으며, 막중하기도 한 이유다.김태규 교수고려대학교 경영대학 경영학과 교수.카네기멜론대학교 행정대학 겸임교수 및 델라웨어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를 역임했다.조직행동론을 중심으로 조직 변화, 조직 시민행동, 의사결정, 심리적 계약, 리더십, 인종차별, 조직몰입 등 다양한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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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국 교수] 포용리더십의 내용과 구성
일반적으로 포용리더의 행동적 특징은 효과적인 소통과 공감, 권한의 하부이양, 결단력을 꼽을 수 있으며 성격적 특징으로는 정직성과 믿음직스러움 등을 들 수 있다. 포용리더십의 전제조건이자 운영 원리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조직이 역동적이며 적극적으로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 둘째, 조직구조가 수평적이어서 조직 내 여러 부서가 다양한 문화 간 조화를 추구하며 장애를 극복하는 가교를 만들어야 한다. 셋째, 조직의 일체감(holism)이 강하며 회사 일에 대한 구성원의 광범위한 참여와 몰입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런 조직에서는 타 부서와의 소통이 단절된 사일로(silo)는 찾아보기 어렵다. 넷째, 명백하게 규범을 준수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구성원들은 업무추진에 있어서 일정한 자율성을 보장받으면서도 경영윤리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의지를 갖춰야 한다. 리더십 컨설턴트 피터 부플리(Peter A. Wuffli)는 2016년에 발간한 저서 『포용 리더십(Inclusive Leadership)』에서 포용리더십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조직이 다음과 같은 전제조건을 갖추어야 한다고 말했다. 첫째, 조직은 역동적이고 변화지향적이어야 한다. 둘째, 조직구조가 수평적이어서 조직 내 여러 부서가 다양한 문화 간 조화를 추구하며 장애를 극복하는 가교를 만들어야 한다. 셋째, 조직의 일체감(holism)이 강하며 회사의 업무에 대한 구성원의 광범위한 참여와 몰입이 이뤄져야 한다. 이런 조직에서는 타 부서와의 소통이 단절된 사일로(silo)는 찾아보기 어렵다. 넷째, 명백하게 규범을 준수해야 한다. 구성원들은 업무추진에 있어서 일정한 자율성을 보장받으면서도 경영윤리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의지를 지니고 있어야 한다. 이것을 부플리는 포용리더십의 4대 원리라고 제언한다.그렇다면 오랜 전통을 가진 전제적 리더십이 퇴조하고 포용리더십이 각광을 받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은 리더로부터 팔로워로의 권력의 이동 때문이다. 오늘날은 리더가 지식과 능력에 있어서 부하직원보다 우월한 지위에 있다고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오히려 IT기술에 능숙한 부하직원들보다 리더가 정보력과 전문성에 있어서 처질 수가 있다. 또한 급속한 환경변화로 인해 조직이 가야 할 방향이 수시로, 그리고 빠른 속도로 변하는 일이 잦다. 이런 환경에서 효과적인 소통과 공감, 권한의 하부이양, 결단력을 발휘하고 정직성과 믿음직스러운 심성을 갖춘 포용리더는 구성원들을 통합하여 조직의 발전을 위한 최적의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포용리더십은 베이비붐세대가 은퇴하는 시점에 새로이 주역으로 등장한 Y-세대 근로자들의 조직 참여와 몰입을 높이는 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사회의 경우, 전체 근로자 중에서 Y-세대가 차지하는 비율은 25%에 달하며, 우리나라도 유사할 것으로 짐작된다. Y-세대가 부모세대인 베이비붐세대들과 다른 점은 이들이 기술을 다루는 데 있어 능숙하며, 부모세대보다 조직에 대한 애사심은 낮지만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다른 인종 및 국민들과 어울리는 데 있어서 스스럼이 없다는 것이다. 또 주어진 현상(status quo)에 순응하기보다는 변화를 요구하며 혁신을 추구하는 경향이 크다. 무엇보다 이들이 부모세대와 확연히 차이가 나는 점은 자신이 조직의 현안에 관여되고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업무에 몰입하는 것을 강력히 원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조직의 새로운 주역인 Y-세대들의 목소리를 담아내어 조직의 성과를 올리기 위해서는 포용리더십이 효과적이다. 그렇다면 오늘날 모든 리더가 포용리더가 될 수 있을까? 이에 대해서 뉴욕시립대학의 홀랜드 교수는 팔로워들로부터 선택을 받은 사람만이 포용리더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팔로워들이 포용리더를 선택하는 핵심기준은 정통성(legitimacy)과 특이성 신뢰(idiosyncracy credit)를 들 수 있다. 홀랜드 교수의 설명에 의하면, 정통성이란 리더와 팔로워 간의 사회적 교환(social exchange) 속에서 형성된다. 예를 들면, 선거에 있어서 유권자들이 특정 후보를 선택하는 것은 그가 자신들의 기대에 부응하리라고 믿고 그 후보자에게 미리 보상(reward)을 주는 행위이다. 이것은 미래를 위한 일종의 투자와도 같다. 그들은 선택한 후보가 당선된 후에는 그가 기대한 만큼의 선한 결과를 산출함으로써 빚을 갚도록(pay back) 요구한다. 이러한 교환관계 속에서 팔로워들은 리더의 바람직한 성과를 자신들에 대한 보답으로 받아들이고 채무가 청산된 후에도 지속해서 지지를 보낸다. 이렇듯 팔로워들은 포용리더가 기대를 크게 저버리지 않는 모습을 보며 선택한 리더에 강한 유대감을 느끼고 충성심을 보이게 된다.특이성 신뢰는 포용리더에 대한 부하들의 호의적인 인상(impression)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계속 축적되면 비록 리더가 성격이나 행동에 있어서 축적된 인상에 반하는 특이성(idiosyncracy)을 보이더라도 리더에 곧바로 반발하거나 제재(sanction)를 가하지 않고 지속적인 신뢰를 보내며 리더십을 수용하는 행위를 말한다. 예를 들면, 사회 각계각층과 소통하며 다양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인기 정치 리더에 대해서 국민들이 스캔들과 같은 그의 일탈행위에도 불구하고 한결같은 지지를 보내는 현상이 전형적인 특이성 신뢰다. 정통성과 특이성 신뢰는 포용리더가 부하들로부터 받는 일종의 보너스인 셈인데, 비유하자면 포용적 리더는 일정한 한도 내에서만 사용해야 하는 체크카드가 아니라 한도 초과가 허용된 신용카드를 팔로워로부터 발급받는 보상을 누리게 된다. 팔로워들이 포용리더에 대해서 이러한 충성심을 보이는 이유는 포용리더의 축적된 성공경험에 고무되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들의 직관 때문인 경우도 있다. 즉 그들은 낭만적으로 특정 리더에 호의를 가지며 객관적 분석보다는 직관적으로 리더의 성공을 믿고 또 기대하는 심리적 경향을 보이는 것이다. 학자들은 이를 ‘리더십의 로맨스(romance of leadership)’라고 표현한다.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윌리엄 조지(William George) 교수는 “리더는 태어나는 것도 아니고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다. 리더는 꾸준한 자기성찰과 개발의 결과다.”라는 말을 남겼다. 이 말에는 부하직원을 포용하고 그들과 공감하며 그들의 절대적인 신뢰를 얻는 과정이 리더의 특별한 능력이나 상황에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리더의 지속적인 자기계발의 결과로 달성된다는 뜻이다. 포용리더십이야말로 21세기 기업에 꼭 필요한 리더십이 아닐까 생각한다.김성국 교수이화여자대학교 경영대학 인사조직 교수.사단법인 국가인재포럼 공동대표로 활동 중이며, 한국인사조직학회,대한리더십학회, 한독경상학회, 아시아-유럽미래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주요 저서로는 『모멘트 리더십』 및 『인적자원관리 5.0』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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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과 성인교육
세계경제포럼은 2016년의 보고서에서 2020년까지 전 세계 일자리 717만 개가 사라지고 새로 생겨나는 것은 210만 개에 그칠 것이므로 507만여 개의 일자리가 기계로 대체될 것이라고 전망하였다. 하지만 2018년의 보고서에서는 향후 10년간 창출될 일자리는 1억3300만 개에 달할 것이며, 반면 대체될 일자리는 그 절반 수준인 7500만 개로 예상했다. 즉 새로 생겨날 일자리가 사라질 일자리의 두 배 정도가 될 것이라면서 원래의 부정적 전망을 확 뒤집었다. 신기술의 발전 속도가 가히 기하급수적이므로 이같은 예측을 수치로 제시한다는 것 자체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한 추세는 신기술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며, 이에 적응하지 못하는 일자리는 사라질 것이다. 산업혁명을 1차, 2차, 3차, 4차로 세분하는 기준은 기반기술의 급격한 변화이다.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요소를 추가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첫 번째는 기술의 확산 속도이고, 두 번째는 일자리 대체의 속성이다. 이전까지는 신기술이 적용되고 확산되어 일반화되기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소요되므로 기성세대가 서서히 물러나고 신기술을 익힌 신세대가 자리를 잡았다. 지금은 지식의 반감기가 급격히 축소되고 있기 때문에 기성세대가 신기술을 적용하지 못하면 30대~40대 한창 일할 나이에 도태될 위험이 크다. 브린욜프슨과 맥아피에 의하면 증기기관이 제1차 기계시대를 열었다면 디지털 기술이 제2차 기계시대를 열고 있다. 제1차 기계시대에는 기술로 인해 대체된 일자리들이 주로 육체노동과 관련된 직종이었다. 제2차 기계시대에는 지식노동을 대체하기 때문에 변호사, 회계사, 주식분석사 등의 전문직종이 사라질 위험에 처하고 있다. 성인교육은 그동안 평생교육의 일환으로 정규교육에서 소외된 부분을 보완하는 기능에 그쳤다. 하지만 이제는 정규교육의 일환으로 자리매김을 해야 한다. 기존의 정규교육과 구별되는 성인교육의 특성은 학위가 아닌 역량기반, 일방적 강의식이 아닌 자기주도적 학습, 입학 및 수강절차가 까다롭지 않은 열린 교육, 언제 어디서라도 학습할 수 있는 온라인 기반의 개별학습 등이다. 미국의 명문인 조지아 공대는 2014년 봄학기에 온라인 컴퓨터 석사 과정을 개설하였다. 2018년 봄학기에 정규 석사 과정과 온라인 석사 과정의 학생 수는 각각 273명과 6,365명으로 후자가 23배 가량 많다. 수업료는 정규과정의 6분의 1에 해당하는 7천불 가량이다. 학생 구성면에서는 정규과정은 인도나 중국 등에서 오는 20대 초반의 유학생들이 주류이지만 온라인 과정은 평균 34세의 미국 내 직장인들이 85%로 압도적이다. 이제까지 무시되고 있었던 성인교육의 잠재력이 드러나는 계기가 되었다.포스텍에서는 포스코와 협력하여 지난해 7월부터 AI, 빅데이터, IoT 인재양성 과정을 무크로 개설하여 약 3만명 가량을 교육시켰다. 취준생을 대상으로 개설하였지만 수강생들을 분석해 보면 직장인이 46%로 근 절반에 육박하며 대학생/대학원생이 29%, 취준생이 13% 순이다. 52%가 이미 학사 학위를 갖고 있고 연령적으로는 25~34세가 47%, 35~44세가 20%, 45세 이상이 18%, 24세 이하가 16%이다. 4차 산업 관련 강좌들을 지속적으로 개발하여 학점용으로도 개설하고 있으며 모 기업과는 협약을 통해 2천 3백 명의 직원들을 무크 형태로 교육 중이다. 미국의 명문대학들은 급성장하고 있는 성인교육을 위해 적극적으로 자기주도적 학습과정들을 무크 형태로 개설하고 있다. 이제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퇴출의 위기를 기회로 전환할 수 있도록 무크를 비롯해 다각도로 성인교육을 활성화하여야 한다.임진혁 포스텍 정보통신대학원·교육혁신센터 특임교수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네브라스카주립대학교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에서 22년간 경영학 교수로 재직 후 2018년 7월에 귀국하여 유니스트(울산과학기술원) 창설멤버로 참여하면서 학술정보처장과 교수학습센터장을 역임하였고, 2017년 2월 정년 은퇴 후 포스텍으로 옮겨 교육혁신 담당 특임교수로 재직 중으로 무크와 플립드러닝을 활용한 교육혁신의 권위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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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 담당 장관을 아십니까?
지난 10월 23일 고등학교 동기생 10명이 함께 설악산에 올랐다. 백담사에서 봉정암으로 가는 길에 비가 내렸다. 비가 내리자 한 친구가 딸이 사준 판초 우의를 걸쳤다. 수렴동 대피소에 도착하자마자 판초 우의를 입은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서 딸에게 카톡으로 전송했다. 설악산에 비가 올 것이라는 일기예보를 보고 딸이 준비해준 판초 우의를 요긴하게 사용했다는 감사의 마음을 알렸는데 별 반응이 없자 아버지가 전화를 걸었다. “반려견이 수술을 해서 마음이 아파서 아버지에게 카톡할 경황이 없었다.”라고 전해주었다. 반려동물의 위상을 가늠해 보는 순간이었다.동물이 애완동물로, 애완동물이 반려동물로 명칭이 바뀐 것을 보면 그들의 위상이 격상된 것을 알 수 있다. 반려동물은 집안에서 사람들과 함께 살고 있다. 반려동물을 키우려면 돈이 많이 들어갈 뿐만 아니라 정성이 많이 들어간다. 철 따라 예방주사를 맞혀야 하고 먹이를 주고 배설물을 청소해주며 운동을 시켜주고 여행갈 때는 동물호텔에 맡기고 때로는 동물병원에 데려가 수술까지 시켜야 한다. 그리고 반려동물이 유명을 달리하면 장례식까지 치러주고 있다. 사람들이 돈과 정성을 쏟아부으며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은 그들과 생활하며 기쁨을 얻고 외로움도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8년 1월 17일 영국정부는 시민들의 사회적 고립과 고독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책을 고안하여 집행할 수 있는 ‘고독을 담당하는 장관(Minister for Loneliness)’을 임명했다. 영국정부 통계에 의하면 9백만 명 이상의 시민이 “항상, 혹은 종종 외로움을 느낀다(always or often feel lonely).”고 했고, 20여만 명의 노인들이 친구나 친척과 1개월 이상 대화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영국 정부는 사회적 고립과 고독은 매일 담배 15개피를 피우는 것만큼 건강에 해롭다는 인체연구결과를 발표했다(www.npr.org Jan.17, 2018). 영국시민들만이 외로운 것이 아니다. 한국의 기업시민들도 외롭다. 왜냐하면 기업 현장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으로 변화하니까 사람들과 함께 말하면서 일하는 시간보다는 기계와 함께 말없이 일하는 시간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사람들끼리도 직접 말하는 것보다는 SNS를 사용하여 문자 메시지로 대화하기 때문에 말을 못하고, 말을 듣지 못해서 외로움을 느끼는 기업시민들이 많다.디지털화로 인해 사람들과의 관계의 양은 증가했지만 직접 대화의 빈곤으로 관계의 질이 떨어지고 있다. 관계의 질이 떨어지면 삶의 질이 떨어진다. 기업교육도 웹러닝이나 모바일러닝이 늘어나고 집합교육이 줄어들면서 관계의 질이 떨어지고 있다. 고립과 고독을 극복하고 사회적 연대감과 소속감을 확장하려면 사람 냄새나는 교육을 할 필요가 있다. 기계화가 가속화되면 기업이 을 임명하는 날이 올 수도 있겠지만, 기업시민들이 정감을 나눌 수 있도록 학습동아리 활동을 장려하는 것도 고독 탈출의 한 방법일 수 있다.권대봉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한국인력개발학회 고문고려대학교 교육학과를 졸업하고 기업에서 8년간 일한 후에 미국 미시간주립대 성인계속교육전공으로 HRD를 연구하여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고려대 교육대학원 원장, 한국인력개발학회 회장, 한국직업능력개발원(국무총리 산하 국책연구기관) 제5대 원장, 세계은행 컨설턴트 등을 역임했다. 주요 저서로 『청와대의 격』과 『교육대통령, 말은 쉽지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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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관의 정립
일생을 품격있고 행복하게 실현하려면 무엇보다 네 가지 키워드를 주목해야 한다. 이는 일생의 향방을 결정하는 가치관을 수립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한다.먼저는 세움이다. 과거와 현재의 인생을 성찰하여 꿈과 희망을 회복하고, 미래의 인생을 설계해서 인생을 세워야 한다. 다음은 비움이다. 일상에서 벗어나 여유와 쉼을 회복해 진정한 나를 발견해야 한다. 또한 배움도 빠뜨릴 수 없다. ‘마음, 자아, 가족, 일, 관계’의 다섯 갈래 일생경영학에 대해 학습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나눔이다. 삶에서 경험하고 익힌 인생지혜를 교학상장해야 한다. 그중, 배움의 차원에서 ‘마음, 자아, 가족, 일, 관계’ 다섯 측면은 그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마음: 안 되는 이유보다 되는 이유를 찾아라현대그룹의 고 정주영 회장이 세계적인 기업가로서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그가 지닌 특유의 긍정적 사고가 있었다. 그러니까 현대그룹의 발판이 되었던 중동진출 시절의 얘기다. 중동진출에 대한 말이 나오자마자 간부들은 이런저런 구실을 들어 어려움을 토로했다.“그곳은 날씨가 너무 덥고 모래바람이 심하게 부는 열악한 땅입니다. 더군다나 술을 먹을 수 없는 제도가 있기 때문에 근로자들이 가서 오래 지낼 수 없는 환경입니다.”그 말을 들은 정 회장은 이렇게 말했다.“바로 그러한 이유 때문에 중동진출이 의미가 있는 것일세.”다시 말해, 그처럼 열악한 환경이기 때문에 다른 선진국 근로자들은 아무리 돈을 많이 준다고 해도 그곳에 가지 않는다는 얘기다.“우리나라 근로자들은 지금 어려운 입장에 처해 있기 때문에 돈을 벌 수만 있다면 그 정도의 어려움은 얼마든지 이겨낼 수 있네. 술을 마실 수 없다면 자신이 번 돈을 고스란히 저축해서 미래를 위해 투자할 수 있지 않은가. 더욱이 그곳에는 모래가 무진장 널려 있어 시멘트만 있으면 얼마든지 공사를 쉽게 해 나갈 수 있는 상황일세.”정 회장은 주위 사람들과 전혀 다른 각도에서 그야말로 긍정적 사고를 가지고 사람들을 설득하였고 마침내 중동진출을 성사시켰다.모든 것을 긍정적인 관점에서 받아들이면 새로운 인식을 할 수 있다.자아: 자기관찰을 일상화하라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충분히 의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행동을 하고 어떤 결정을 내리곤 한다. 자신도 모르게 하는 행동들은 무의식에서 나오는 것이므로 그러한 행동을 잘 관찰하면 많은 도움이 된다.헤라클레이토스([Heraclitus, 그리스 철학자] 는 ‘놀이에 빠진 어린아이의 진지함을 터득할 때 비로소 우리는 우리 자신에게 가장 근접할 수 있다’고 했는데, 놀이야말로 일상에서 무의식으로 안내하는 중요한 행위다. 놀이는 단순하며 그 자체로 목적이고 새롭기 때문에 놀이를 잘 관찰하면 무의식의 언어가 쉽게 드러남을 알 수 있다. 실제로 놀다 보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고, 잘 놀 때 일의 효율도 높아진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그런가 하면, 칼 구스타브 융(Carl Gustav Jung, 심리학자)은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내는 힘은 지적능력이 아니라 내적인 필요성에서 시작된 놀이 본능으로 창조적인 정신은 사랑하는 대상과 더불어 논다’고 했다.자기관찰은 충분히, 그리고 꾸준하게 또한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단순한 느낌이나 작은 단서로 섣불리 추측하거나 어떤 결론을 내리지 않아야 하며 인내심을 가지고 자신을 이해해야 한다. 관찰로 얻어진 생각들을 통해 다시 자신을 되돌아보고 관찰이 의미 있는 것인지 점검해야 하며, 자신을 잘 알고 있는 다른 사람의 견해를 통해 관찰의 타당성에 대한 신뢰를 얻어야 한다.가족: 매일 반성하면 매일 진보한다잠자기 전에 하루를 되돌아보면 좋은 일, 나쁜 일, 오해했던 일, 미안한 일 등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대다수 그런 마음으로 그냥 잠자리에 들어 버리곤 한다. 마음에 남은 응어리는 풀어줘야 잠도 숙면을 취할 수 있다. 사실 잠시 돌아서서 생각을 해 본다면 이해하지 못할 일은 없다. 나의 입장보다는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역지사지의 마음을 갖는다면 우리들은 더욱 성숙하게 하루하루 진보할 수 있다.아이들도 마찬가지다. 학교생활, 친구관계, 꿈 등 이 모든 것들이 아이에게는 가장 큰 기쁨이며 시련이다. 아이에게 하루를 마무리하면서 얼른 자라고만 하지 말고 하루를 한번 정리하며 잠들게 해보는 건 어떨까. 내일은 한층 성숙하게 자란 아이를 만나게 될 것이다. 하루의 시작은 오늘이 되고 하루의 반성은 내일의 진보가 되기 때문이다.특히 일기 쓰기는 매우 유용하다. 꾸준히 일기를 쓰는 아이는 자신을 표현하는 능력을 높이면서 사고력을 길러 주고 자신의 삶을 생각하고 가꾸어 나가면서 감정을 다스릴 줄 아는 힘을 기르게 한다. 일기를 쓸 때는 솔직하고 정직하게 쓰도록 지도해야 한다. 그러면 아이와의 대화도 늘고 아이의 문제나 고민이 뭔지 알게 되면서 더욱 진실되게 다가갈 수 있다. 일기를 매일 쓰다 보면 쓰기 능력을 서서히 길러주는 좋은 방법도 된다.중학생 정도면 신문일기 쓰기를 해 보는 게 좋다. 신문일기 쓰기는 하루치 신문 뉴스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내용을 일기로 쓰는 것이다. 신문일기를 쓰면 글쓰기에 대한 거부감이 줄고 일과를 정리하는 습관이 들면서 자신의 감정과 함께 세상의 일들에 관심을 갖게 된다. 일: 60대를 너머를 위한 경력관리를 하라인생 70년을 살았다는 뜻의 ‘고희’는 당나라 시인 두보의 ‘인생 칠십 고래희人生七十 古來稀’에서 유래했다. 수명이 짧았던 옛날에는 참으로 보기 드문 나이였다.하지만 이제 인생 70세는 여전히 왕성한 나이다. 한국노인 인력개발원에 따르면 2015년 정부에서 인건비 등을 지원받아 기관 및 기업에 채용된 60세 이상 고령자 중 절반이 넘는 66.9%가 70대다. 60대(17.6%)보다 4배 가까이 많았다. 이는 60대는 자력으로 재취업하거나 개인 사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면, 스스로 재취업할 능력이 떨어지는 70대가 되면 정부 지원을 받아서라도 계속 일하려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고령자 채용을 위해 마련된 고령자 친화 기업도 지원자의 평균 연령이 68세에 달한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자체 설문에서 ‘언제까지 일하고 싶냐’고 묻자 평균 74세로 나타났다.이같이 오래 살게 되면서 70대 이후에도 계속 일하려는 사람이 많다. 이유는 여러 가지다. 무엇보다 체력이 건강하다. 재무적 준비가 부족해 일하는 경우가 많겠지만 체력과 의욕이 사회활동을 뒷받침한다. 70대가 활발히 사회활동을 이어 가는 것은 신체 능력이 저하되는 속도가 이전 세대에 비해 현저히 느려진 것과 무관하지 않다. 일본에서는 10년 전과 비교했을 때 고령자의 신체 능력이 5~10세 젊어졌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70대가 60대 못지않은 체력과 지적 능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아울러 재무적 이유도 있다. 먼저 계속 사회활동을 하다 보니 돈이 필요한 경우다. 인생을 한층 알차게 보내고 즐기기 위해 일하는 고령자가 늘어나고 있다. 통계청이 55∼79세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절반이 넘는 사람이 취업을 원하는 이유로 ‘생활비 보탬(57%)’을 꼽았다. 전문가들은 의식주에 필요한 ‘필수 생활비’가 아니라 여가 비용이 필요한 현실이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들을 ‘앙코르 라이프 세대’라고 표현했다.반면 노후 준비가 충분하지 않은 것도 일하려는 배경이다. 한국의 65세 이상 노인 빈곤율은 48.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가장 높다. 일본은 19.4%에 그치고 있으며 OECD 평균(12.4%)의 네 배에 달한다.해외여행을 가고 골프를 치고 손자들에게 용돈을 주면서 자신이 하고 싶은 작은 사치도 부려 가며 노후를 보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최소한의 생계만 유지하기도 벅찬 소위 ‘하류인생’도 적지 않다. 70세가 되면 노후 준비의 격차가 확연히 드러난다. 30, 40대 젊은 시절부터 연금을 비롯해 노후준비를 체계적으로 해놓았다면 노후에 편안한 삶이 시작되지만 그렇지 않으면 고난이 시작될 수 있다.70대 중반을 넘어서면 인생은 또 한 번 크게 바뀐다. 사회적 인연이 크게 줄어들면서 최소한의 사회생활이 시작된다.관계: 설득력은 듣는 기술에서 얻어진다어떻게든 상대에게 자신의 의견을 이해시키고 싶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열심히 자신의 기분이나 논리를 늘어놓게 된다. 그러나 지나치게 설득에 치우친 나머지, 오히려 상대에게 불쾌감이나 위압감을 줘 대화의 절반은 듣지 않게 만드는 경우가 많다.‘설득’이란 말 그대로 ‘설명해서 납득’시키는 것이다. 상대에게 자신의 의견을 납득시키는 데 있어서 불쾌감은 결국 부정적인 마음만 갖게 할 뿐이다. 즉, 기분 좋게 이야기를 듣게 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납득시키기 위한 환경이 완비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다시 말해, 남을 설득하고자 한다면 상대의 말을 먼저 들음으로써 상대가 생각하고 있는 것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그것이 가능하다면 납득시키기 위한 실마리는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설득의 정도는 무엇보다 상대의 이야기를 잘 듣는 데서부터 시작한다는 것을 꼭 기억하자.이는 영업맨의 노하우와도 일맥상통한다. 최고의 자동차 세일즈맨이 되고 싶다면 상대의 푸념을 들어주거나 상대의 자랑에 동조하는 노력을 거듭하는 것이 좋다. 이렇게 함으로써 “어차피 살 거라면 이 사람에게 사자”라는 생각을 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차의 성능이나 애프터서비스에 관한 이야기는 그 이후부터이다. 상대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은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기도 하다. 즉, 상대가 자신의 이야기를 기분 좋게 들어줄 수 있는 긍정적인 마음을 만들기 위한 사전전략과도 같은 것이다. 상대를 설득하고 싶다면 자기 혼자서 말을 많이 하려고만 하지 말고, 상대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려고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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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진 교수]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변혁
4차 산업혁명은 초연결성과 초지능성을 제공하는 다양한 기술들을 활용하여 인간의 삶, 산업, 경제에 변화를 가져오는 것이다. 그 변화의 핵심은 인류가 아주 오랫동안 꿈꿔왔던 근본적인 것들이다. 배가 고프면 그 시간에 그 자리에서 내가 원하는 음식을 먹을 수 있고, 업무를 수행하다가 막히면 그 시점과 자리에서 필요한 지식이 내가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전달되며, 위기에 처하면 그 자리에서 위기를 벗어나게 해주는 솔루션이 제공되는 생활혁명이다. 현 세계경제포럼 회장인 클라우스 슈밥은 그의 저서 『제4차 산업혁명』에서 4차 산업혁명을 몰고 온 주요 혁신 기술들을 물리학기술(무인 운송수단, 3D 프린팅, 로봇공학, 그래핀소재), 디지털기술(사물인터넷, 블록체인), 바이오기술(유전학, 합성생물학, 유전자 편집)이라는 세 가지 관점에서 분류한다. 이러한 기술들은 기업들이 디지털 변혁(Digital Transformation)이 되도록 유도하여 온디맨드서비스를 가능하게 하며 궁극적으로 혁신을 일으킬 수 있다.산업혁명이란 용어는 1844년 독일의 철학자인 프리드리히 엥겔스가 『The Condition of the Working Class in England』에서 처음 사용하였고, 1884년 영국의 경제학자이자 역사가, 그리고 사회 개혁가인 아널드 토인비가 이를 보다 구체화하여 언급하면서 널리 사용되기 시작하였다. 산업혁명(Industrial Revolution)이란 새로운 기술의 등장과 파괴적 기술혁신으로 인해 사회·경제적으로 큰 변화가 나타나는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모든 산업혁명은 그 혁명을 추동하는 기술에 기반한 새로운 시스템을 탄생시켰고, 이를 통해 새로운 산업, 경제, 사회, 그리고 문화를 만들어냈다.4차 산업혁명이 인간생활에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수많은 보고서들을 통해 언급된 기술들이 필요하다. 대다수 전문가와 각종 문헌은 사물인터넷, 사이버물리시스템(Cyber-Physical System), 빅데이터, 인공지능 3D 프린팅, 나노기술, 바이오기술, 신소재기술, 에너지저장기술, 클라우드컴퓨팅, 자율주행자동차, 모바일 등을 4차 산업혁명을 견인하는 기술로 언급하고 있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을 처음 언급해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었던 세계경제포럼 회장인 클라우스 슈밥(Klaus Martin Schwab)은 4차 산업혁명을 몰고 온 주요 혁신 기술들을 물리학 기술(무인 운송수단, 3D 프린팅, 로봇공학, 그래핀소재), 디지털기술(사물인터넷, 블록체인), 바이오기술(유전학, 합성생물학, 유전자 편집)이라는 세 가지 관점에서 분류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들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없는 융합환경을 만들어 기업들이 디지털로 변혁이 되도록 유도하여 온디맨드서비스를 가능하게 한다. 그렇다면 디지털 변혁은 과연 어떤 변화를 의미하는 것인가.IDC(2015)는 디지털 변혁을 ‘기업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제품 및 서비스를 창출하기 위해 디지털 역량을 활용함으로써 고객 및 시장의 변화에 적응하거나 이를 추진하는 지속적인 프로세스’로 정의하였으며, IBM(2011)은 ‘기업이 디지털과 물리적인 요소들을 통합하여 비즈니스 모델을 변화시키고, 산업에 새로운 방향을 정립하는 전략’으로 정의했다. A.T. Kearney(2016)는 디지털 변혁을 디지털 전환으로 표현하며 ‘모바일, 클라우드컴퓨팅, 빅데이터, 인공지능, IoT 등 디지털 신기술에 의해 생겨나는 경영환경의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함으로써 현행 비즈니스의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이거나 새로운 비즈니스를 통한 성장을 추구하는 기업활동’으로 설명하였다. 디지털 변혁에 관한 이와 같은 다양한 정의들은 기업들이 디지털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스스로를 디지털화함으로써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여 경쟁력을 확보하거나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어내는 활동을 수행한다는 것을 설명한다. 디지털 변혁의 핵심은 기업이 가진 자원이나 프로세스에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켜 표준화와 모듈화를 가능하게 하고, 이를 통해 고객들이 요구하는 온디맨드서비스를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다. 이는 자원, 혹은 자원에 대한 정보가 표준화와 모듈화가 되어 있어야 고객이 원하는 시점에 원하는 형태로 자원을 통합해서 고객이 필요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온디맨드서비스는 제품의 서비스화나 서비스의 제품화라는 이름으로 진행되어왔다. 제품의 서비스화, 혹은 제조의 서비스화의 핵심은 기존에는 제품만을 생산해서 판매하던 형태를 이제는 그 제품을 통해 소비자가 추구하는 본질적인 목적을 달성하는 것, 즉 서비스라는 형태로 제공되는 것을 말한다. 서비스의 제품화는 기존에는 제공하는 사람, 시간, 장소에 따라 달라지던 서비스를 조금 더 표준화하고 모듈화하여 고객들이 원하는 형태로 제공하고자 하는 것을 말한다. 즉, 철저하게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기업들의 디지털 변혁은 제품이나 서비스 자체의 디지털화, 전달프로세스의 디지털화, 생산 및 운영체제의 디지털화, 그리고 거래의 디지털화를 중심으로 일어난다.예를 들어 비디오 온디맨드(Video On Demand)를 보자. VOD의 시작은 카세트테이프에 담겨있던 비디오를 디지털로 전환하는 것에서 시작됐고, 전달 프로세스가 디지털화됨으로써 온디맨드서비스를 가능하게 했는데, 이제는 생산체제마저 디지털로 바뀌고 있으며 블록체인의 등장으로 거래프로세스마저도 디지털화되고 있다.디지털 변혁이 일어나면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통합되며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을 컨트롤하거나 온라인만으로 모든 일들이 일어나는 현상이 벌어지게 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디지털 다위니즘(Digital Darwinism: 디지털 변혁에 성공하는 기업만 생존한다)은 왜 애플,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그리고 페이스북 같은 디지털서비스기업들이 시가총액 기준 Top 5에 올라 글로벌 선도기업으로 불리는지를 설명한다.김용진 교수서강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스마트핀테크 연구센터장, 자동차산업학회장, itSMF Korea 회장, 아시아중소기업협의회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50여 편의 논문을 『MIS Quarterly』 등 세계적인 학술지에 발표했다. 주요 저서로는 『Servicovation』, 『협동조합 성공과 실패의 비밀』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