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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Der가 유념해야 하는 워라밸 실천 방안
2017년 우리나라의 사회적인 트렌드로 ‘욜로(YOLO)’가 부각된 데 이어 2018년에는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 대두됐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더욱이 2018년 7월에는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됐다. 이 시점에 조직과 구성원의 입장 차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이상의 사회적인 트렌드에는 워크 앤 라이프 밸런스(Work & Life Balance, 이하 워라밸), 즉 일과 삶의 조화라는 가치가 녹아있다. 이제 워라밸은 조직의 구성원이 요구하는 필수 가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렇다면 HRD 부서가 조직의 구성원에게 워라밸을 제공하기 위해 고려해야 하는 사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필자는 그것을 세 갈래로 구분한다.첫째는 조직의 구성원이 일과 삶의 영역에서 보람을 느끼는 순간을 생각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나아가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회사와 가정에서 가능한 역할을 스스로 물어보도록 도와줘야 한다. 그 가운데 조직의 구성원은 행복과 성장을 동시에 실현할 수 있다.둘째는 일을 통해 자신의 존재 이유를 표현하고 이를 달성하게 해야 한다. 특히 ‘나는 언젠가 이 직장을 떠날 때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가?’에 대해 주변에 미리 선언하고 실천하는 모습이 요구된다. 이 부분을 새기며 업무를 추진하면 조직에서 자신의 존재 목적을 실현하며 후회 없이 행복하게 직장생활을 하게 될 것이다. 셋째는 자신의 강점을 스스로 찾고 전문성을 발휘하도록 해야 한다. 인생 1막의 직장생활에서 업무 경험과 노하우가 은퇴 후 인생 2막, 3막에도 연결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바람직하다. 나아가 상사, 부하, 동료의 피드백을 겸허하게받아들여 내공을 쌓아나가도록 지지해야 한다. 무엇보다필자는 과거 산업화시대 멸사봉공(滅私奉公)이 아니라 이제는 활사봉공(活私奉公)을 실천하는 것이 진정한 워라밸이라 생각한다. 자신을 활성화하고 자신이 속해있는 조직과 공공의 이익도 병행하는 것이 우리가 사는 세상을 더 나는 미래로, 더 따뜻한 사회로 만들어 간다.조직 구성원들이 활사봉공할 수 있도록 2가지를 제안한다. 이것을 실천하도록 HRD부서가 여건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먼저는 원칙이 있는 삶이다. 리처드 빅스는 다섯 가지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길 권했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왜 여기에 있는가?’, ‘나는 어디로 갈 것인가?’, ‘어떻게 갈 것인가?’, ‘그곳에 도착하면 무엇을 얻을 것인가?’가 그 질문으로 이에 대한 대답도 자신의 몫이다.다음은 자신만의 버킷리스트를 작성하고 실천하는 것이다. 조직과 개인에 대해 각각 작성하길 주문한다. 이것은 스스로 동기부여하는 힘을 줄 것이고, 삶의 행복을 위한 활력도 줄 것이다. 또한 조직 구성원들이 자신의 버킷리스트를 실현할 수 있도록 리더는 무엇을 지원해 줄 것인지도 고민해야 한다. 이것은 구성원들이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데 중요하다. 실로 행복한 삶을 추구하다 보면 조직성과는 자연스럽게 따라온다.김영헌 교수경희대학교 경영대학 겸임교수이자 CMOE 파트너 코치. 포스코 미래창조아카데미원장을 비롯해 고용 노동부 옴부즈만위원, 고용노동부 국가기술자격 정책 심의위원, 전국인재개발원장 연합회 회장, 한국 산업교육학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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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火) 없이 감정 표현하기
올림픽이 끝난 후 메달을 목에 걸고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선수가 있는가 하면 자기 뜻을 이루지 못해 회한의 눈물을 삼키는 선수가 있다. 우리의 인생도 마찬가지다. 죽음을 앞두고 편안하고 기꺼운 마음으로 다음 생을 맞이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절절한 아쉬움과 후회스러운 괴로움으로 죽음의 고통을 겪는 사람도 있다. 오직 한 번뿐인 인생을 후회 없이 살아가려면 전략을 세우고 실천해야 한다. 그중에 마음을 다스리는 일은 기본이다. 마음 가운데 화를 다스리면 인생, 특히 인간관계와 사회생활이 한층 탁월해질 것이다.자기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과 화를 내는 것은 다르다. 화를 내는 순간 이성적 판단은 사라진다. 감정은 감정을 불러온다. 감정을 지나치게 많이 사용하는 대화는 위험하다. 바람직한 대화에서는 화를 내지 말고, 정리된 자기감정을 표현해야 한다. 감정이 과도하게 오고 가는 대화는 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다.분노는 즉각적인 감정노출에 해당된다. 상대방이 멸시당하고 무시당하는 느낌을 주기 때문에 관계단절이라는 결과를 초래한다. 하지만 여과된 감정 노출은 상대방으로 하여금 잘못을 시인하게 하면서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게 한다. 감정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서는 상대를 질책하지 않으면서 상대의 행위를 있는 그대로 말한 뒤, 그 행동이 나에게 어떤 감정을 불러일으켰는지 솔직하게 말해야 한다.신경과학에서는 우리가 처음 어떤 행동을 할 때 가느다란 신경섬유를 통해 신체와 연결된다고 한다. 신경회로는 다음에 그와 똑같은 감정이나 행동을 다시 경험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리고 그 행동을 반복할 때마다 연결회로가 강화된다. 대단히 여러 번 반복하거나 강렬한 감정을 가지고 행동하면 더 많은 신경섬유가 합쳐지게 된다. 이렇게 되면 감정이나 행동습관과 관련된 신경연상회로는 점점 강도가 높아진다. 이유도 없이 자꾸만 뭔가 하고 싶거나 어떤 감정이 생길 때가 바로 이런 경우이다. 다시 말해서 이런 회로연결은 자동으로 어떤 행동을 자꾸 반복하게 만드는 아주 굵은 신경연상회로인 셈이다. 신경연상회로 연결은 생물학적인 실체, 즉 신체적인 현상이다.캘리포니아 대학의 마이클 메르체니크 박사는 우리가 습관적인 행동에 빠져들수록 그 패턴이 더욱 강화된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증명했다. 즉, 원숭이의 손가락에 어떤 것을 접촉시키면 원숭이 뇌의 특정부위가 활성화된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는 원숭이가 먹이를 먹을 때 특정 손가락만 사용하도록 훈련시켰다. 나중에 원숭이의 뇌를 촬영해 보니 활성화된 부분이 거의 여섯 배나 커져 있는 것을 확인했다. 원숭이는 그 후에도 신경연상회로가 아주 강하게 자리잡혀 있었기 때문에, 그 손가락을 사용할 때 먹이를 주지 않아도 습관적으로 그 손가락 운동을 반복했다.아울러 금연하겠다는 마음이 있는데도 여전히 담배를 피우고 싶은 충동을 느끼는 것도 같은 경우이다. 그 사람은 신체적으로 담배를 피우고 싶도록 신경회로가 연결된 것이다. 이런 까닭에 어떤 감정을 바꾸거나 행동을 변화시키는 것이 어려운 것이다. 우리는 그냥 하나의 습관을 가진 것이 아니다. 신경계의 강한 신경연상회로와 연결된 것이다. 그러니까 무의식적으로 어떤 감정이나 행동을 반복함으로써 신경연상회로의 연결을 더욱 강화한다. 예컨대 가까운 사람에게 화내고 소리 지르는 행위를 할수록 그만큼 신경연상회로가 강화되어 다음에도 그와 같은 일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커진다. 신경 연상회로의 조율방법을 이해하고 나면 행동을 변화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드러난다. 버리고 싶은 행동은 즉시 참을 수 없는 고통과 연결하고 새로운 행동은 엄청날 정도의 크나큰 즐거움과 연결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어떤 사람에게 전화를 자주 하게 하려면 어떤 방법이 좋겠는가. 바로 그 사람이 전화했을 때 아주 기쁘게 반겨 주는 것이다. 그리고 그 사람을 얼마나 그리워했는지, 이렇게 얘기를 나누게 되어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다고 얘기해 주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그 사람은 자주 전화하고 싶어지기 마련이다.많은 사람들이 버럭 화를 내고 바로 후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때 조금만 더 참을걸’ 하면서 말이다. 화를 내면 도움 되는 건 별로 없고 오히려 관계를 악화시키고 상황을 더 복잡하게 만들어 버리기 십상이다.과거에는 화를 너무 참아서 문제였다면 요즈음은 화를 너무 함부로 터뜨려서 문제가 된다. 사귀던 애인이 이별하자 했다고 살인을 저지르고, 관공서의 보상이 적다고 국보급 문화재에 불을 지르며, 심지어 자신과 아무런 연관도 없는 사람에게 마구 흉기를 휘두르는 일까지 생기고 있다. 불교에서 화는 불에 비유한다. 화는 불처럼 자신도 다치고 주위 사람도 다치게 한다. 때로는 목숨도 뺏어 간다. 결국 화는 재앙의 화살이다.이처럼 화는 참으면 병이 되고, 터뜨리면 죄가 된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화는 관찰해야 한다. 병을 잡으려면 병의 정체를 알아야 하듯, 화를 다스리려면 먼저 화의 정체를 파악해야 한다. 화는 실체가 없다. 작용이 있을 뿐이다. 마음은 느낌에 따라 일어났다가 느낌에 따라 사라지는 것이다. 화는 마치 허깨비와 같고, 물거품과 같고, 바람 같아서 시시각각 생멸하는 것이다. 그래서 지켜보면 사라진다고 하는 것이다.이처럼 내 의지와 상관없이 돌발적으로 나타나는 화를 다스리려면 화를 객관적으로 통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면 화가 스스로 사라지게 된다. 그래서 평상시에 호흡을 관찰하거나 화의 원인을 살피는 묵상을 해야 한다. 모든 감정과 행위는 평상시의 생활습관에서 나온다. 평소 수행이 안 되어 있으면 불쑥 나타나는 화를 제때에 다스릴 수 없다.어떤 대상 때문에 내가 이렇게 고통스럽다고 생각했지만 그들은 전혀 바뀌지 않는다. 결국 내 마음이 바뀌어야 고통이 사라진다. 이 사실을 깨달아 인간관계와 사회생활이 더욱 유익해지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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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지원시스템(Performance Support System)
약 15년 전 필자는 모 은행의 A라는 HRD 담당자와 미팅을 가지며 당시 연수원 중심으로 교육을 위한 교육이 진행되고 있던 HRD의 실태에 대해 많은 얘기를 나눴던 적이 있다. A는 필자에게 HRD가 현장의 요구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고, 업무성과와 연계되지 못하고 있으며 이에 대해 학습자와 HRD 담당자들이 아무런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지 않은 것이 이상하다고 얘기했다. 또한 A는 앞으로 HRD는 현장의 업무수행과 직결되며 조직의 성과창출에 기여할 수 있는 학습자원, 학습경험, 지원시스템 설계에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맥락에서 A는 성과지원시스템(Performance Support System, PPS)을 디자인하고 개발하는 것이 HRD 본연의 기능과 역할이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피력했다. 당시 상황을 고려해 볼 때 이는 HRD의 핵심과 방향을 명확하게 꿰뚫어 본 것이다.성과지원지스템은 ‘실제 업무 상황에서 요구되는 정보, 지식, 도구, 방법을 구성원이 필요로 하는 시점에 적절하게 제공하는 시스템’을 의미한다(Raybould, 1990). 성과지원시스템은 과거 EPSS로 널리 알려져 있었다. EPSS는 주로 컴퓨터에 기반한 전자적 형태의 시스템(전자수행지원체제/전자수행지원시스템)을 중심으로 연구되어 왔으며, 이상적인 시스템으로 회자되어 왔다. 하지만 온·오프라인 연계 및 통합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최근의 HRD 동향을 고려할 때, 성과지원시스템으로 재명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최근 AI의 발달과 함께 성과지원시스템을 효과적, 효율적, 매력적으로 구성할 수 있는 전략, 방법, 형식이 확장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학계에서 제시한 선행연구의 내용(교육공학용어사전, 2005)을 고려해 성과지원시스템의 기능을 시대에 맞게 재해석하면 다음과 같다.첫째, 구성원이 축적한 경험과 지식을 관리 및 공유하고 이를 토대로 조직 차원의 새로운 정보와 지식을 창출해 나가는 DB의 구축이다. 이는 구성원이 필요할 때 참고하여 바로 업무에 적용할 수 있는 모든 형태의 정보를 축적해서 제공하는 업무지원시스템으로 메뉴얼, 보고서, 통계자료, 인터뷰 내용 등을 포함한다. 미시적으로는 표, 그림, 차트, 템플릿, 체크리스트 등 직무수행보조물(Job Performance Aids)의 형태로 구성할 수 있다. 둘째, 전문가 조언 시스템이다. 이는 구성원에게 전문가의 의견 및 조언을 제공하는 것으로 코칭, 멘토링, 스캐폴딩 등을 포함한다. 최근 AI나 에이전트의 발달에 따라 자주 묻는 질문(FAQ)들을 DB화하여 챗봇으로 구현하고 있기도 하다. 한편 인간에 의한 전문가 조언 시스템은 업무 수행 시 발생하는 이슈 및 문제 상황 감지, 의사결정을 위한 조언, 해결책 고안 등 고차원적인 도움을 제공하는 체제다. 전문가 조언 시스템은 변동성, 복잡성, 불확실성, 모호성을 띠는 사회 환경(VUCA)에서 필요한 성과지원시스템이기도 하며 인간의 창의성, 의사결정능력, 문제해결능력, 비판적 사고능력 등 고차원의 사고역량을 지원하기 위한 영역이다.셋째, 구성원이 업무 수행 시 필요로 하는 학습자원 및 학습경험을 지원하는 시스템이다. 학습자(업무) 모델링, 학습(업무) 스타일 및 선호도 추론, 학습(업무) 패턴 분석 등을 통해 구성원에게 맞춤형 학습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학습자원을 지원하는 시스템에는 플랫폼 기반의 마이크로러닝 컨텐츠, OER(Open Educational Resources), 학습자의 프로파일, 학습자의 관심사와 커리어 목표 분석 및 진단을 통해 개인 맞춤형 학습 컨텐츠를 추천하는 기능 등이 있어야 한다. 아울러 업무와 학습의 경계가 구분되지 않는 상황에서 학습경험을 지원하는 전략 및 방법 또한 고안할 필요가 있다.넷째, 업무수행 지원 도구 및 시스템이다. 이는 효과적·효율적 업무수행을 위해 업무현장에서 필요한 도구로, 특정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활용하는 하드웨어·소프트웨어 등을 포함한다. 또한 문서작성도구, 협력도구, SNS 등의 의사소통 및 의사결정 도구 등도 포함한다.성과지원시스템 역시 WLP(Workplace Learning and Performance)를 위한 최적의 해결안 중 하나이다. 독자들은 성과지원시스템 실행 여부 점검 사항을 검토하며 자신이 속한 조직이 구성원들에게 성과지원시스템을 실행하고 있는지, 성과지원시스템이 구축되어 있다면 어떤 기능을 제공하고 있는지 진단해 볼 필요가 있다.이상에서 언급한 성과지원시스템의 기능들은 구성원들이 업무를 수행하면서 지원받고 있다는 사실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자연스럽게 업무와 통합되어야 한다. 비정형화된 학습(informal learning), 업무수행을 지원하는 학습(workplace learning), 업무수행자(workforce) 중심의 학습, 업무에 내재화된 학습 등 업무와 학습의 통합을 전방위로 설계해야 하는 것이다. 유평준 교수숙명여자대학교 원격대학원 교육공학과 학과장이자 인적자원개발대학원 리더십 전공 주임교수. 우리나라 HRD의 재구성과 혁신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위한 최적화 방안을 열정적으로 모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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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경쟁력을 창출하는 디지털 변혁과 온디맨드 서비스 전략
디지털 변혁의 목표는 고객의 문제를 고객이 원하는 시점과 장소에서 고객이 원하는 형태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온디맨드 서비스 제공이다. 따라서 디지털 변혁은 제품 및 서비스 자체를 바꾸는 것뿐만 아니라 제품 및 서비스 전달체계, 서비스 생산 및 운영체계, 서비스 거래체계의 전체 또는 일부를 디지털로 전환하는 것을 의미한다. 대표적으로 비디오 온디맨드(VOD) 서비스는 아날로그 카세트테이프라는 컨텐츠 및 전체 제품 전달 프로세스를 디지털화해서 언제 어디서든 고객들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아디다스의 스피드 팩토리와 지멘스의 암베르크 공장은 물론 BMW와 테슬라 등도 생산 체계의 디지털화를 통해 온디맨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따라서 디지털 변혁을 통한 온디맨드 서비스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세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디지털 변혁의 핵심은 단순히 기업의 모든 제품, 서비스, 운영 및 생산체제를 디지털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 온디맨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다. 따라서 디지털 변혁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고객의 문제를 이해하고 이에 대한 솔루션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역량이 중요하다. 고객의 문제를 이해하고 문제가 발생하는 원인, 상황, 형태 등을 파악할 수 있는 역량이 없다면 아무리 좋은 최첨단 기술이 많아도 무의미하다. 따라서 디지털 변혁 전략을 논의하기 전에 먼저 온디맨드 서비스에는 어떤 것들이 있고 이런 서비스들은 어떻게 경영환경을 바꾸는지 이해해야 한다. 온디맨드 서비스는 고객들의 문제를 원하는 시점에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형태로 해결하는 것을 말한다. 가장 대표적인 온디맨드 서비스로는 온디맨드 이동서비스가 있다. 온디맨드 이동서비스는 고객이 특정 장소로 이동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교통수단을 적시 적절하게 제공해주는 서비스를 말한다. 때로는 버스로, 때로는 기차로, 때로는 비행기로, 때로는 드론으로, 때로는 날아다니는 자동차로 혹은 이 모든 것들의 적절한 조합으로 고객의 장소 이동이라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온디맨드 지식서비스는 고객이 필요로 하는 지식을 고객에게 가장 적합한 형태로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온디맨드 음식서비스는 고객이 배가 고플 때 고객이 음식을 먹고 싶은 장소에서, 고객이 먹고 싶은 형태로 음식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온디맨드 금융서비스는 고객이 금융과 관련해 필요한 행위, 예를 들어 돈을 빌리거나 투자를 할 때 적절한 시점과 장소에서 원하는 형태로 금융 문제를 해결해 주는 서비스다. 이 밖에도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다양한 서비스들이 온디맨드 형태로 진화하여 제공될 것이다. 그렇다면 기업들은 이처럼 거대한 온디맨드 흐름에 적응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일반적으로 기업들은 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한 자신들만의 사업목표, 사업영역, 자원, 프로세스를 이미 가지고 있다. 따라서 디지털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기업들은 자신들의 모든 특성과 역량을 디지털로 변혁해야 한다. 이 맥락에서 고려해야 할 점은 디지털 변혁 전략, 고객 인터페이스 전략, 그리고 생산운영시스템 구축 전략이다. 디지털 변혁 전략은 기존의 제품이나 서비스가 가지는 본질적 가치가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이러한 가치를 중심으로 시장을 재정의하고 비즈니스 모델을 다시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기업들은 ‘우리는 어떤 영역에서 어떤 형태로 경쟁해야 하는가’를 질문해봐야 한다. 이에 대해 앞서 언급한 온디맨드 서비스 중 하나를 전략적으로 선택하고 해당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필요한 자원과 프로세스를 파악해서 필요한 기술과 인력을 확보하는 것은 적절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다만 모든 것들을 디지털화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가능한 부분을 고려해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어서 고객 인터페이스 전략은 디지털 기술들이나 이에 기반한 서비스를 고객이 쉽게 수용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들어 제공하는 것이다. 따라서 고객들을 당황하게 하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수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방법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실제 고객 수용성이 부족해 실패한 디지털 솔루션들은 수도 없이 많다.또한 생산운영시스템 전략에선 프로세스의 표준화(standardization), 다양한 환경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는 유연성(flexibility), 전체 시스템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 통합(integrability)이 요구된다. 이는 기업의 자원, 프로세스, 통제, 복구 관점으로 구분해 분석할 수 있다. 먼저 자원의 디지털 변혁은 ‘고객문제 해결과 관련해 자원 및 제반 정보가 디지털화되어 있는 정도’를 말한다. 한편 프로세스의 디지털 변혁은 ‘자원의 흐름과 고객 문제 해결 절차의 디지털화 정도’이다. 또한 통제의 디지털 변혁은 ‘디지털 시스템의 거버넌스 구조가 잘 구축되어 서비스 제공이 매끄럽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정도’이다. 마지막으로 복구의 디지털 변혁은 ‘디지털 시스템의 실패에 대한 관리 및 복구가 디지털화되어 있는 정도’를 의미한다. 특히 통제시스템의 디지털 변혁에선 기업이 생산하는 제품과 이를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존재해야 한다. 이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갖춰야 하는 의사결정 체계, 조직 구조, 기능별 책임과 역할 규정, 모니터링 시스템, 성과의 측정과 반영 등이 디지털로 구현되기 위해 필요한 시작점이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디지털 변혁과 온디맨드 서비스 전략은 결국 기업의 존재 이유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기업은 고객에게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존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들은 디지털 변혁을 추구해야 하는 이유와 온디맨드 서비스의 의미에 대해 경영학적 관점에서 끊임없는 고민과 치열한 노력을 통해 미래를 주도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김용진 교수서강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스마트핀테크 연구센터장, 자동차산업학회장, itSMF Korea 회장, 아시아중소기업협의회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50여 편의 논문을 『MIS Quarterly』 등 세계적인 학술지에 발표했다. 주요 저서로는 『Servicovation』, 『협동조합 성공과 실패의 비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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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적 조직을 위해 조명해야 하는 다양한 신뢰의 모습과 그 가치
동료, 부하, 상사로부터 신뢰받는 리더가 되고 싶다는 경영진들의 말에는 매우 타당한 이유가 있다. 누군가가 나를 신뢰한다면 그 사람은 더는 나를 감시하거나 통제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내가 누군가를 신뢰한다면 나 또한 그 사람을 감시하거나 통제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을 것이다. 이처럼 신뢰는 통제를 대신할 수 있는 훌륭한 대용품으로 경영학자들은 이해하고, 또한 동의하고 있다(Rousseau, Sitkin, Burt & Camerer, 1998). 기업조직을 하나의 통제 메커니즘의 연결망으로 이해할 때, 상호 간에 100% 신뢰하고 있는 구성원들로만 이루어진 조직이라면 통제가 신뢰에 의해서 전적으로 대체가 되고, 기업조직의 내부운영에 필요한 모든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극단적인 추론도 가능하다. 물론, 이러한 조직은 상상 속에서만 가능하겠지만, 조직 구성원들 사이에 신뢰가 큰 조직일수록 통제의 비용이 줄어든다는 간단한 결론을 도출해볼 수 있다.신뢰는 ‘상대의 의지에 따라 내가 손해를 볼 수도 있는 상황에 처할 의향’으로 정의되는 태도의 한 종류다. 다시 말해, 상대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자신에게 손해를 끼칠 상황에서도 마음 놓고 자신의 운명을 상대방에게 맡길 수 있는 마음의 상태가 신뢰인 것이다. 이러한 신뢰는 조직생활을 하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전문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신뢰하는 부하는 감시할 필요가 없고, 신뢰하는 부하와는 관리자보다 리더로서 긍정적 관계를 유지하기에 용이하다. 따라서 신뢰는 조직에 상당한 비용을 유발하는 여러 가지 감시 및 관리 체제를 필요 없게 하기도 한다. 그러나 신뢰라고 다 같은 신뢰는 아니다. 어떠한 신뢰는 한번 허물어지면 회복이 불가능한 신뢰도 있고, 어떤 신뢰는 몇 번의 위기가 닥쳐도 금세 회복할 수 있다. 또 오랜 시간을 거쳐 형성되는 신뢰도 있지만, 명함 한 장 받았을 뿐인데 갑자기 생겨나는 신뢰도 있다.이처럼 다양한 신뢰의 특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신뢰라는 태도에 포함되는 세 가지 하위개념에 대해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첫째는 관계 중심의 신뢰다. 상호 긍정적인 교환관계가 지속되면 상호의존도와 애착심이 생기고 그 결과, 상대방의 긍정적인 의향에 대한 믿음이 증가하게 되며 이는 신뢰로 발전하게 된다. 즉, 심리적·물질적 자원의 상호교환 과정에서의 위험감수, 성공적 교환의 마무리에 따른 충족감이 여러 사이클을 통해 반복될 때, 신뢰의 영역이 더욱 넓어지고 굳건해지게 된다. 둘째는 계산 중심의 신뢰다. 이는 교환관계에 있어서 더욱 효용을 창출하는 선택을 할 것이라는 합리적 의사결정에 근거한다. 예를 들어, 인사고과 시즌을 앞두고 떠났던 일주일간의 출장 동안 부하직원에게 하나의 과제를 부여하고 이를 종결짓기를 요청했을 때, 부하직원이 만족스러운 수준으로 일을 마무리했을 것이라고 기대하기란 어렵지 않다. 이러한 기대도 물론 신뢰에 해당하지만 앞서 언급한 관계 중심의 신뢰와는 사뭇 다르다. 왜냐하면 부하직원이 과제를 만족스러운 수준으로 마무리하지 못하면 인사고과에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지는 게 당연할 것이라는 기대와 계산으로 도출된 믿음이기 때문이다.또 다른 예를 들면 필자가 비행기 옆 좌석에 앉은 사람과 처음 대면하면서 상대가 누구나 알 만한 저명한 기업의 고위 임원이고, 필자는 경영대학 교수라는 사실을 명함을 주고받으며 인지했을 때 둘 사이에 갑작스러운 신뢰가 형성된다. 두 사람 사이에는 관계 중심의 신뢰처럼 지속적 관계를 통해 갖춰진 신뢰는 존재하지 않는다. 필자와 기업의 고위 임원은 서로가 능력과 명성이 있으니까 소속된 조직에서 현재의 지위를 부여받았을 것이라는 점, 상대방은 결코 자신에게 해가 되는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빠르게 계산하며 신뢰가 형성되었기 때문이다.셋째는 제도 중심의 신뢰다. 이는 국가기관, 제도, 법 등이 주는 안정성에 근거한다. 예를 들어, 조직에서 상사가 사사로운 이유로 자신을 해고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믿음과 기대는 근로기준법에 의해 근로자의 지위가 어느 정도 법적으로 보호받고 있다는 점에 근거한다. 또 다른 일상의 예로 자정이 넘은 시간에 낯선 사람과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탔을 때 다소 겁은 나겠지만, 이 사람이 자신을 해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과 기대는 만약 이러한 일이 일어난다면 경찰이 이 사람을 범죄자로 규정하고 벌할 것이라는 제도에 대한 의존에 근거한다.이와 같은 세 가지 형태의 신뢰를 통해 독자들은 한번 허물어지면 회복이 불가능한 신뢰와 몇 번의 위기가 닥쳐도 금세 회복되는 신뢰의 구분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졌으리라 기대한다. 그렇다면 자신이 지금 동료, 부하, 상사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일정 수준의 신뢰가 있다면 그 원천과 종류가 무엇인가에 대해서 고민해 볼 필요가 있으며, 계산과 제도에 근거한 신뢰를 관계 중심의 굳건한 신뢰로 변화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며칠 전 한 TV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우리나라가 CCTV 공화국인 것 몰라?”라고 언급한 대사가 떠오른다. 2015년의 정보화 통계집에 따르면, 당시 대한민국에 설치된 CCTV가 800만 대로 기록되고 있는데, 이는 2010년 기준 가장 많은 CCTV가 설치되어 있던 영국이 500만 대라는 점을 고려하면 놀랄 만한 수준이다. 실제로 대한민국은 2016년 기록으로 12.5㎡ 당 CCTV 1대가 설치되어 있어 세계 1위의 CCTV 공화국으로 불리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CCTV가 많으니 매우 안전하다는 생각을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CCTV는 우리 사회에서 신뢰의 모습이 어떠한 형태인지 짐작하게 하는 민망하고도 부끄러운 척도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없다. 기업에서의 상호 간 형성되는 신뢰의 모습도 CCTV와 같은 계산과 제도에 의존하는 형태의 신뢰가 아닌, 더욱 단단하고 오랜 지속되는 인간적인 모습의 신뢰로 변해갈 수 있도록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김태규 교수고려대학교 경영대학 경영학과 교수. 카네기멜론대학교 행정대학 겸임교수 및 델라웨어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를 역임했다. 조직행동론을 중심으로 조직 변화, 조직 시민행동, 의사결정, 심리적 계약,리더십, 인종차별, 조직몰입 등 다양한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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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용리더십 성공사례 II : 베조스와 페이지
4차 산업혁명이라고 불리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시대에 리더는 기존의 이해관계자뿐만 아니라 사이버 피지컬 시스템(cyber physical system)에서 관계를 맺게 된 새로운 파트너들과의 유대를 강화하고 이들을 포용할 필요가 있다. 이 파트너들은 인공지능(AI), 로봇, 무인 자동차, 데이터일 수도 있다. 실상 오늘의 리더는 인간, 조직, 기술의 세 가지 요소가 상호작용하는 사회기술 시스템(socio-technical system)을 발전시켜 ‘디지털 포용력(digital inclusion)’을 발휘해 성과를 달성해야 하는 도전에 직면해 있다. 그 관점에서 혁신을 선도하는 세계적 기업 아마존과 구글의 CEO인 제프 베조스(Jeffrey Preston Bezos)와 래리 페이지(Larry Page)는 변화와 혁신의 시대를 주도하는 글로벌 리더로 자리매김한 포용리더십의 대표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1994년 뉴욕 월스트리트의 한 헤지펀드 회사에서 근무하던 30세의 베조스는 인터넷을 검색하던 중 월드 와이드 웹(www) 인구가 매달 2,300%씩 급증하고 있다는 통계를 접하게 된다. 그는 새로운 사업기회를 놓칠 수 없다는 판단에 고연봉의 펀드매니저 직을 던져버리고 서부의 낯선 도시 시애틀로 갔다. 거기서 그는 창업멤버 세 명과 함께 차고 안에 컴퓨터를 설치하고 ‘아마존닷컴’의 출범을 위한 핵심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그가 처음 손댄 사업은 온라인 서점이었다. 열심히 일한 덕분에 1998년 아마존의 고객은 150만 명을 돌파했다. 이후 아마존은 서적 판매를 넘어 CD, 비디오, 컴퓨터 소프트웨어, 하드웨어까지 다양한 품목을 다루는 사이버 종합매장을 열게 되었다. 베조스는 아마존이 단순히 책을 파는 곳이 아니라 ‘편리한 구매’라는 가치를 제공하는 곳이란 신념에 기초해 제품과 서비스의 다각화를 추진했고, 결국 많은 고객과 높은 수익을 만들 수 있었다. 베조스의 새로운 실험은 계속되었다. 클라우드 시장과 인공지능 분야가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한 베조스는 2007년 킨들(Kindle)이라는 전자책 전용 단말기를 시장에 내놓았다. 빠른 속도로 전자책을 다운받을 수 있는 킨들은 전 세계 태블릿 시장 판도를 바꾸어 놓았다. 킨들 이후에도 그의 도전은 멈추지 않았다. 세계 최초의 인공지능 무인 편의점 ‘아마존고’를 만들어 계산대가 필요 없는 새로운 유통실험을 했고, 동영상 컨텐츠 스트리밍 서비스인 아마존 프라임, 드론 배송, 사물인터넷 쇼핑 시스템, AI 스피커 에코, 초고속 배송 프라임나우,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렉사 등 남들이 하지 못하는 일에 도전하고 이를 통해 혁신을 일으키며 시장을 선점하는 눈부신 성공을 거뒀다.베조스는 아마존의 제1원칙을 ‘고객 우선주의’에 두고 고객이 무엇을 원하고 고객이 앞으로 무엇을 원할지를 예측하는 데 집중해 다양한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 결과, 배송, 물류, 화장품, 식료품, 미디어, 금융, 로봇, 인공지능, 우주기술에 이어 헬스케어 시장 진출까지 선언한 베조스는 디지털 혁신을 선도하는 ‘디지털 포용리더’로 우뚝 서게 됐다.그런가 하면, 구글의 지주회사인 알파벳(Alphabet)의 CEO인 페이지는 스탠퍼드 대학교의 컴퓨터 사이언스 박사과정에 입학하면서 세르게이 브린(Sergey Brin)이라는 또래 학생을 운명적으로 만나게 된다. 두 컴퓨터 천재들은 텍스트 기반의 웹 검색엔진 개발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수행해 마침내 새롭고 강력한 검색엔진 ‘백럽(BackRub)’을 개발하는 데 성공한다. 순위를 정하는 검색엔진 백럽에 대한 유저들의 폭발적인 인기에 힘입어 두 사람은 1998년 실리콘 밸리의 한 차고에서 ‘구글(Google)’을 창업한다. 구글은 창업 2년 만에 하루 1,800만 건의 검색을 하는 미국 최대 검색 사이트로 급성장했다. 회사의 규모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2001년 두 사람은 유능한 전문경영인 에릭 슈미트를 CEO로 영입했고 이후 회사는 성장을 거듭했다. 구글은 2004년 나스닥에 상장되었고 이듬해 구글 어스(Google Earth)를 개발해 비디오 검색 시대를 열었다.구글의 성공에는 독특한 조직문화 역시 한몫했다. 구글의 조직문화가 지닌 특징을 요약하면 소규모 프로젝트팀 운영, 다수의 지혜 활용, 최고의 인재 채용, 수평적인 조직, 논쟁토론의 활성화, 적극적인 정보 수용, 전 업무의 시스템화 등을 들 수 있다. 구글 조직에는 상하 위계질서가 거의 없으며 모두가 여러 직책을 겸하고 있다. 수평적 조직 내에서 임직원들(googler)은 서로의 의견과 라이프스타일을 존중하며 일하고 있다. 구글은 고속 성장에도 불구하고 가족적인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어 창조적이고 자율적으로 일하는 조직문화를 지속할 수 있었다. 이들은 매니저나 디렉터 등 상사를 통하지 않고도 누구나 채팅, 메일, 사내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 이처럼 구글은 대학캠퍼스와 같이 자유롭고 자율적인 업무환경을 마련하고 있다.또한 구글의 고객관리는 유별나다. ‘고객과 지속적인 연애를 하라’는 모토 하에 고객과 브랜드가 지속적인 연애관계에 빠지게 해서 고객에게 잊지 못할 경험을 선사함으로써 빠르고 정확한 검색을 원하는 고객을 사로잡는 ‘러브마크’ 브랜드가 되었다. 페이지와 브린은 ‘사악해지지 말자(don’t be evil)’는데 의견의 일치를 보고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개발한 구글맵이나 번역서비스와 같은 Google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s)를 고객들에게 무료로 제공함으로써 전 세계 IT 꿈나무들에게 희망을 주고 세계인의 삶의 질을 엄청나게 향상시켰다. 덕분에 오늘날 구글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고 살기는 어려운 세상이 되었다.베조스와 페이지 리더십의 공통점은 고객과 가치에 집중하는 ‘디지털 포용’에 있다. 이들은 고객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도전과 혁신을 계속하며 고객을 향해 끊임없는 애정을 보냈다. 이들의 포용리더십에 감동한 고객들은 변함없는 지지로 보답했다. 그 때문에 아마존과 구글은 불확실한 미래를 향해 오늘도 순항하는 중이다. 김성국 교수이화여자대학교 경영대학 인사조직 교수.사단법인 국가인재포럼 공동대표로 활동 중이며, 한국인사조직학회, 대한리더십학회, 한독경상학회, 아시아-유럽미래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주요 저서로는 『모멘트 리더십』 및 『인적자원관리 5.0』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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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의 가능성을 열다
인류 최초로 맞이하는 100세 시대(homo hundred)는 이제까지 인류가 전혀 경험해보지 못한 미지의 세계다. 2018년을 기점으로 우리나라도 고령사회로 접어들었다. 이제 우리나라에서는 대부분 50세 전후에 은퇴를 하게 되며, 이제까지 살아온 시간만큼 대책 없이 더 살아야 한다. 한 개인에게 길어진 수명은 축복이기도 하나 실제로는 우려와 기대 속에 어디서부터 다시 인생 후반부를 설계해야 할지 모르는 두려움의 대상이기도 하다. 2015년 서울시에서는 50플러스 세대를 대상으로 인생이모작 실태 및 욕구조사를 실시했는데 이들의 경제활동 욕구는 매우 높지만 제2의 일자리를 얻는 것은 매우 어렵고, 찾더라도 경력과 상관없는 단순 노무인 경우가 많았다. 한편 이들이 퇴직 이후 희망하는 일자리 형태에 대한 질문에 대하여 ‘해야 하는 일에서 하고 싶은 일’로의 변화를 꿈꾸고, 자기 탐색을 통한 맞춤형 일자리 찾기를 원하며, 특히 사회공헌형 일자리에 관심이 높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러한 변화된 모습은 우리보다 앞서 미국에서도 그대로 경험했음을 알 수 있다. 미국의 경우 1990년대 앙코르 운동이 시작되었고 이는 앙코르 커리어의 개념이 이미 사회적으로 확산된 상태에서 이루어졌다. 앙코르 커리어란 중장년층 세대들이 인생 후반부에 인생의 목적을 추구하는 의미있는 일에 참여한다는 개념이다. 이 운동을 펼치고 있는 비영리단체인 앙코르닷오르그(encore.org)는 이제 이러한 사업을 시작한 지 20년이 되었으며 세대 간, 또는 비영리단체와의 연결을 비롯하여 다양한 사업을 모색하고 있다. 그 관점에서 서울시는 은퇴하는 베이비부머들을 돕기 위한 실질적인 중장기 대책을 마련하고 서울시50플러스재단을 설립하여 이들의 인생 재설계를 위한 지원을 시작하였다. 재단의 사업은 안정적으로 성과를 내고 있을 뿐 아니라 대내외적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의 정책은 우리나라의 50플러스 세대들이 복지의 대상이기보다는 사회적 자본이라는 시각에 뿌리를 두고 있다. 전후 세대인 이들은 잘 교육받고 자산도 있으며 일에 대한 열정도 가지고 있으나 실제로 은퇴를 한 후 이들은 갈 곳이 없고 불안하며 일자리도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따라서 50플러스 세대에게 편히 갈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고, 그들이 느끼는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한 상담을 하고 또 인생 전환기에 필요한 교육을 제공하였다. 그리고 이들이 교육 후에 어떻게 다양한 형태의 커뮤니티를 구성하여 스스로 일거리 또는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지, 이러한 커뮤니티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지원을 해주어야 할 것인지를 함께 고민하고자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이 모든 것은 지난 2년 반 동안의 재단 사업이었으며 이는실험과 도전의 과정이었다. 이제 2년 반이 흐른 지금까지 재단에서 운영하는 3개의 50플러스캠퍼스의 여러 사업에 참여한 시민들은 50여만 명이 넘으며 8천여 명이 교육을 받았고 1200여 개의 커뮤니티가 생겼다. 최근에는 각 지방 정부와 중앙 정부에서도 이 사업에 관심을 가지고 중장년의 인생 재설계를 위한 하나의 모델로 인식하게 되었다.서울시50플러스재단의 정책이 더욱 의미를 가지는 것은 혁신적인 실험들을 50플러스 당사자들과 함께한다는 것이다. OECD에서는 2018년도 세계 공공기관의 혁신사례를 선정하였는데 서울시의 50플러스 정책은 256개의 과제 중 6개중 하나로 선정되었다. 지금도 50플러스 세대를 위한 정책과 사업은 도전과 실험을 하며 진행 중이다.이경희 서울시50플러스재단 대표이화여자대학교 가정관리학과를 졸업하고,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과 미국 아이오와대학교 대학원에서 미술학 석사학위를 받은 이후 이화여대 대학원에서 문학박사학위를 받았다. 중앙대학교 교수, 대한가정학회 회장, 한국주거학회 회장, 서울장학재단 이사장 등을 역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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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교육을 통한 인적자원개발
성과에 주목할 때 사업에 참여하는 사람을 자원으로 보는 것은 자연스럽다. 사람이 성과를 내는 것이므로 사업과 관련하여 그 사람이 발휘해야 할 역량을 분명히 하고, 그 역량을 개발하는 것에도 관심을 갖게 된다. 사업에 참여할 때는 다양한 사람의 분업이 전제되므로 분업한 상태에서 발휘해야 할 서로 다른 역량도 분명히 하고, 그 다른 역량들을 적절하게 개발하는 것에도 관심을 갖게 된다. 그러므로 인적자원개발에 관한 논의는 성격상 확장성이 있다.사업과 분업과 역량과 성과는 맞물려 있다. 사업에는 다양한 사람이 참여하는데 이들의 직위에는 차이가 있다. 보통 분업은 직위에 따라 이루어진다. 물론 동일 직위 내에서도 분업이 이루어진다. 담당하는 업무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직위와 업무에 따라 발휘해야 할 역량이 있고, 이 역량의 발휘를 통해 기대하는 성과가 가능하기 때문에 사업에서 역량에 주목하는 것은 당연하고, 역량 중심의 인적자원개발에 주목하는 것도 당연하다.인적자원개발에 대해서는 보통 경영진이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경영진이라고 해서 인적자원개발에서 예외가 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전 직원이 인적자원개발을 위한 다양한 기회를 갖는데 스스로 경비를 들여 그 기회를 마련하기도 하고, 직장에서 그 경비를 지원하기도 한다. 직장 자체에서 그 기회를 체계적으로 마련하기도 하고, 직장 밖에 마련되어 있는 기회를 활용하기도 한다. 만약 인적자원개발에 대한 요구가 하위직에 강하고, 상위직으로 올라갈수록 점점 약해진다면 그것은 타당하지 않다. 인적자원개발의 기회를 최대한 직장 내에서 마련하고,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 직장 밖에 마련되어 있는 기회를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직장 밖에 마련되어 있는 기회를 활용하게 하고, 직장 내에서 기회를 체계적으로 마련하는 데 소홀하다면 이것도 타당하지 않다.인적자원개발을 강조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기제(mechanism)의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가장 합리적이고 바람직한 기제로 교육을 언급하는 데는 이견이 없다. 즉, 인적자원개발은 교육이라는 기제를 거쳐야만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다. 교육은 역량의 수준이 높은 사람이 교수자가 되고, 상대적으로 역량의 수준이 낮은 사람이 학습자가 되어 상호작용하면서 역량의 수준 향상을 지향해 나가는 활동이다. 이러한 교육 활동은 직장 내에서 수시로 일어난다. 이러한 교육이 직장 내에서 체계적으로 일어나도록 설계할 수 있으며, 그러한 조직에서 학습을 부각시킬 때 그 조직은 학습조직(learning organization)이 된다. 그러나 어느 경우에도 한 직장 내에서 모든 직원의 교육적 필요를 충분히 충족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직장 밖에서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기관이나 조직과의 연계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인적자원개발과 인적자원관리는 맞물려 있다. 인적자원관리를 사람을 뽑고, 부서와 직위에 배치하고, 내보내는 일로만 시야를 좁히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인적자원관리는 인적자원개발의 맥락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직장에서는 인적자원개발의 맥락에서 퇴직하는 직원의 이후의 삶도 배려해야 한다. 이 점에서 인적자원개발은 평생교육의 관점을 견지해야 한다.윤여각 국가평생교육진흥원 원장서울대학교에서 교육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교육인류학회 회장, 서울평생교육연합 회장, 서울특별시평생 교육진흥원 이사장을 역임했으며, 교육 현상에 대한 질적 접근에 관심이 있다. 저서에는 『학교평생교육론』과 『원격 대학에서 학습하기』가 있으며, 공저로 『지역평생교육: 사례와 과제』, 『평생교육의 눈으로 학교 읽기: 학교의 재개념화와 재구조화』, 『지역사회교육론』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