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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움받지 않는 대화의 기술
말하는 기술, 즉 ‘Speech’는 단순한 기술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 밑바탕에는 진실과 정성이 뒷받침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윌리엄 템플은 “말을 잘하는 자격 조건은 첫째는 진실, 둘째는 양식, 셋째는 마음, 넷째는 재치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가치를 바탕으로 말을 잘하기 위해서 유념해야 하는 부분은 다음과 같다.일단은 모든 공식적 발언은 되도록 3분 내에 마무리해야 한다. 현대인들은 3분 이상, 한 사람에게 집중하면 지루해한다. 아울러 세상의 모든 정보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풍부한 화젯거리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침묵을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침묵은 가장 강력한 언어다.긍정과 부정의 언어로 생성되는 관계의 질동일한 격려인데도 K과장의 말은 솔직하게 들을 수 있는데, L부장의 말은 영 신경이 곤두선다. 이는 두 사람의 말투를 비교해 보면 알 수 있다.“영업맨에게 책임량이 있다는 건 알 거야. 하지만 월말까지 아직 1주일이나 남아 있으니까 앞으로 조금만 더 분발하면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 거야. 지금까지 열심히 해 왔으니까 좀 더 도전해 보는 게 어때?”이것이 K과장이 한 말이다. 한편, L부장은 이렇게 말한다.“책임량이 있다는 것을 몰랐다고는 말 못할 거야. 월말까지 이제 1주일밖에 남지 않았는데 뭐 한 거야. 열심히 분발하지 않으면 마감에 성과를 맞추지 못할지도 몰라!”동일한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L부장의 말이 불편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단어가 부정어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계속되는 부정적인 표현을 들으면 자신의 존재도 부정적으로 여겨져 무의식적으로 반발할 수밖에 없다.게다가 K과장은 ‘아직 1주일이나’, 또는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라며 긍정적으로 표현하고 있는데 반해 L부장은 ‘이제 1주일밖에’ 또는 ‘못할지도 몰라’라며 비관적인 표현을 쓰고 있다. 실상 부정적인 화술은 상대에게 효과를 미치지 못한다. 따라서 “안 돼, 이렇게 하지 않으면 안 돼.”라고 말하기보다 “그래도 좋지만, 이렇게 하는 편이 좋지 않을까”라는 식으로 일단은 긍정한 후 ‘좀 더 잘하라’고 요구하는 것이 듣는 입장에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다. 표현방법을 약간 달리하는 것만으로도 관계의 질이 개선된다.자기중심적인 화법의 문제점과 개선점타인과 대화를 나눌 경우, 당연히 자신의 이야기를 하게 된다. 그리고 그런 이야기는 자신이 경험한 일, 자신이 현재 하고 있는 일인 만큼 자신감도 있고 설득력도 있다. 그러나 자신의 주변 이야기를 할 때 정도가 지나치면 남으로부터 외면당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특히 자신을 과시하는 듯한 이야기를 꺼냈을 경우는 더욱 그렇다.실제로 정기모임이나 반상회 등에서도 “내 고향에서는……”, “내가 잘하는 요리는……”, “내가 여행했을 때는……” 하며 대화 중에 지나치게 자신의 경험을 끌어들여 화제로 삼는 사람은 상대방에게 불편함을 줄 수 있다. 아무리 설득력을 갖는 경험이라 해도 ‘나’의 이야기만 하는 자기중심적인 사람은 남을 짜증스럽게 만든다. 따라서 ‘내가’라는 형태로 이야기를 했다면, 반드시 이어서 “당신은 어떤가요?”라는 말을 덧붙이는 것이 바람직한 방법이다.나아가 남과 대화할 때 자신의 의견을 지나치게 강요하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한다. 생각하고 있는 것, 의식하고 있는 것을 상세히 전달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너무 많이 말하게 되면 상대는 질문할 틈조차 없어지고 만다. 대화의 원칙은 말을 주고받는 것인데 상대가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면 욕구불만에 쌓이는 건 빤한 일이다. 따라서 그보다는 자신의 생각을 절반 정도 말한 시점에서 상대의 상상력을 기다려 보아야 한다. 특히, 교섭하는 자리인 경우에는 지나치게 자신의 의견을 말하다 보면 상대에게 그 의견에 동조하라는 식의 강요로 받아들여지게 된다.소위 ‘남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사람이 커뮤니케이션도 잘 이끌어간다’고 한다. 이는 자신의 의견을 지나치게 말하지 않기 위해 듣는 입장을 취하기 때문이다.물론,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의 말에 집착하는 경향이 강하다. 어떻게든 납득시키기 위해 설명하는 말이 많아지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하여 득이 되는 부분도 있지만, 반대로 상대에게 단점을 보여 불리해질 수도 있다.경청 중심의 3분 말하기인간은 감정의 동물이다. 가령 한날한시에 태어난 쌍둥이조차도 서로의 생각이 다르다. 따라서 아무리 서로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해도 상호 수긍하고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존재하기 마련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혼자서는 살 수 없다. 고민이든 감동이든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만 사람 사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사람은 누구나 자기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고 상대에게 이해를 구하려고 한다.일반적으로 타인이 남의 이야기를 참고, 들어줄 수 있는 시간은 3분이다. 자기 연설은 3분 이내에 끝내라는 말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따라서 3분 이상 계속 이야기하는 것은 효과적이지 못하다. 자기 혼자 습관적으로 장황하게 이야기를 늘어놓는 사람에게는 사람들이 다가가지 않는다.신이 인간을 창조할 때 귀를 두 개로, 입을 하나로 만든 이유는 바로 두 배로 듣고, 한 번 말하라는 뜻이다. 흔히 쓸데없는 말을 지나치게 많이 하여 관계를 그르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자기가 말하는 것보다는 오히려 들어주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좋은 사람과 만나기 위해 우선은 들어주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지혜로운 사람이다. 이를테면 ‘눈빛만으로도 대화가 가능하다’는 말이 있듯이 들어주는 대화법에서 시선을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듣는 기술에서 발현되는 설득력어떻게든 상대에게 자신의 의견을 이해시키고 싶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열심히 자신의 기분이나 논리를 늘어놓게 된다. 그러나 지나치게 설득에 치우친 나머지, 오히려 상대에게 불쾌감이나 위압감을 줘 대화의 절반은 듣지 않게 만드는 경우가 많다.‘설득’이란 말 그대로 ‘설명해서 납득’시키는 것이다. 상대에게 자신의 의견을 납득시키는 데 있어서 불쾌감은 결국 부정적인 마음만 갖게 할 뿐이다. 즉, 기분 좋게 이야기를 듣게 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납득시키기 위한 환경이 완비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너무 열성적일 때 많이 쓰게 되는 습관적인 말로 “그러니까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생각해 보세요”, “요컨대 ……라는 것입니다” 등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말들은 아무래도 거만한 이미지를 주기 쉽다. 당연히 상대의 기분이 유쾌할 리가 없고 자신의 이야기를 성의를 갖고 듣게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그러므로 남을 설득하고자 한다면 상대의 말을 먼저 들음으로써 상대가 생각하고 있는 것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그것만 이해한다면 납득시키기 위한 실마리는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설득의 정도는 무엇보다 상대의 이야기를 잘 듣는 데서부터 시작한다는 것을 꼭 기억하자.이는 영업사원의 노하우와도 일맥상통한다. 최고의 자동차 세일즈맨이 되고 싶다면 상대의 푸념을 들어주거나 상대의 자랑에 동조하는 노력을 거듭하는 것이 좋다. 이렇게 함으로써 ‘어차피 살 거라면 이 사람에게 사자’라는 생각을 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차의 성능이나 애프터서비스에 관한 이야기는 그 이후부터이다.상대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은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기도 하다. 즉, 상대가 자신의 이야기를 기분 좋게 들어줄 수 있는 긍정적인 마음을 만들기 위한 사전전략과도 같은 것이다. “말 잘하는 사람이 남의 이야기도 잘 들어준다.”는 말이 있는 것은 그 때문이며, 최고의 세일즈맨 자리를 다투는사람들 중에 청산유수처럼 언변이 좋은 사람보다 오히려 말이 별로 없고 조용한 인상의 사람이 많은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다.상대를 설득하고 싶다면 자기 혼자서 말을 많이 하려고만 하지 말고, 상대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려고 노력해야 한다.일생경영학교사람의 일생에는 5가지의 과제와 5가지의 도리가 있다. 서양에서는 Mind, Self, Family, Work, Relation을 일생의 과제(Life 5 Tasks)라 하였으며, 동양에서는 仁, 義, 禮, 智, 信을 사람의 도리(五常), 즉 일생에서 지켜야 할 사람의 5가지 덕목이라고 했다. 일생경영학교는 이상의 5가지 과제 및 도리를 바탕으로 품격 있는 인생을 살아가도록 안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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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자는 무엇을 원하는가
플립러닝을 진행할 때 효과적인 학습을 위해 동영상이나 이러닝 콘텐츠 및 다양한 자료를 접하고 진행 과정 중에 토론과 문제해결 활동을 미리 계획한다고 해서 학습자가 만족할 만한 플립러닝 학습효과를 가져온다는 보장은 없다. 오프라인 학습에 있어서는 학습자의 직무와 밀접하게 연계된 활동 설계를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고, 적절한 수준의 도전적 과제 완수를 통해 작지만 확실한 의미가 있는 성공의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또, 교수자는 학습자의 주도성을 존중하되, 학습에 대한 불확실성을 제거해 줌으로써 단지 학습 퍼실리테이터의 역할을 넘어서서 학습자들이 사고를 한 단계 발전시켜 나갈 수 있도록 전문가적 식견을 제공해야 한다. 이를 통해 학습자들은 학습 덕분에 자신이 스스로 성장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첫 기고를 통해 필자는 플립러닝의 장점은 학습자가 교육을 통해 제공되는 지식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적극적으로 성찰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데 있다고 언급했었다. 그런데 교육 전에 미리 학습을 준비하면서 여러 동영상과 이러닝 콘텐츠는 물론 관련 자료를 접하고, 교육 진행 중에 토론과 문제해결 활동을 철저하게 계획한다고 해서 학습자가 만족할 만한 플립러닝 학습이 구현된다는 보장은 없다. 심지어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토론하고 프로젝트 활동을 하면서 문제해결을 하는 것 자체를 부담스러워하는 학습자들도 여럿 존재한다. 따라서 똑같은 플립러닝을 이수해도 사람마다 다르게 인식하게 될 것이다. 즉, 해당 교육에서 학습자가 원하는 바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다면 플립러닝의 효과가 떨어지게 된다. 그렇다면 학습자들이 플립러닝에서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먼저 매우 당연한 얘기지만 학습자들은 흥미로운 동시에 자신이 뭔가를 확실하게 배우고 간다는 느낌을 받는 학습을 선호한다. 그런데 플립러닝을 하다 보면 항상 엇비슷하게 활용되는 토론 방법을 통해 학습이 진행되기 때문에 흥미와 확실한 배움을 보장하기가 사실상 어렵다. 특히 토론 주제가 개인적으로 의미가 없고, ‘토론을 하라니 한다’ 식으로 참여할 경우 학습자들은 알차게 배웠다는 느낌을 받을 수 없다. 학습에 대한 흥미는 개인적 의미의 발견에서 비롯되는데, 기업교육에서 개인적 의미란 직무에의 실질적인 적용 가능성을 뜻한다. 학습자가 ‘이 내용을 배우면 현업에서 충분히 활용할 수 있겠다’라는 인식을 하려면 다음의 두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 학습한 내용을 충분히 성공적으로 연습할 기회가 필요하다. 둘째, 학습한 내용이 자신의 역량 수준과 비교해볼 때 살짝 도전적이지만 너무 어렵지는 않아야 한다. 플립러닝을 계획할 때 보통 교육설계 차원에서 온라인과 오프라인 활동 간의 연계가 중요한 설계 포인트가 된다. 하지만 그보다는 오프라인 학습의 활동들이 개인의 직장생활과 밀접하게 연결되도록 설계하는 것을 최우선순위로 둘 필요가 있다. 그리고 적용은 적절한 수준의 도전적 과제 완수에 따른 작지만 확실하고 의미가 있는 성공의 경험을 통해 달성될 수 있다.다음으로 플립러닝에서 학습자들이 원하는 것은 교수자의 적절한 역할이다. 플립러닝에서 항상 강조되는 것은 바로 교수자가 ‘강단의 현자(sage of the stage)’에서 ‘학습자 옆의 가이드(guide on the side)’로 내려오는 것이다. 그런데 플립러닝에서 혼란스러운 점은 바로 교수자의 역할에 대한 학습자들의 요구가 매우 이중적일 뿐 아니라 교육내용과 학습자들의 수준에 따라 수시로 바뀐다는 것이다. 교수자의 관점에서 보면 학습자들의 요구를 예측하기 어렵고 자신의 역할을 규정하기가 상당히 까다롭다.학습자들은 일방적 전달 위주의 강의가 효과적이지 않다고 보지만 자신을 움직이게 하는 플립러닝 수업을 귀찮아하기도 하고, 성인으로서의 자기 주도성을 주장하는 동시에 적절한 시점에 교수자가 개입하지 않으면 교수자의 소극적 역할에 대해 비판적인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즉, 교수자의 입장에서는 요즘 말로 TMI(too much information)는 지양하되 학습자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적정선을 찾을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 지점에서 교수자가 제공해야 하는 것은 학습자들이 누구냐에 따라 달라지는데, 어떤 경우는 전문가인 교수자의 통찰력과 안목이고, 어떤 경우는 이론과 현실을 이어주는 다리 역할인 경우도 있다. 또 어떤 경우는 온라인 학습 내용과 오프라인 활동의 맥을 짚어주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고 보면 교수자가 강단의 현자에서 내려온다고 하여 그의 역할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플립러닝에서 교수자는 학습자의 주도성을 존중하되, 학습에 대한 명확한 방향성을 제시하고 학습 내용에 대한 불확실성을 제거해 줌으로써 학습자의 생각을 명료화시켜야 한다. 그리고 학습의 가이드 역할은 단지 학습 퍼실리테이터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교수자들은 학습자들이 사고를 한 단계 발전시켜 나가도록 전문가적 식견을 제공함으로써 교육을 통해 자신이 스스로 성장했다는 느낌을 받도록 해야 한다.플립러닝의 본래 취지는 사전학습을 통해 오프라인 수업 활동을 학습자 중심으로 꾸미는 것이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대학생이건, 직장인이건 상당수가 사전에 공부를 충분히 해오지 않을 것을 예상하고 오프라인 활동을 계획해야 할 것이다. 오프라인 활동을 흥미롭게 시작하고 그 안에서 가치를 발견하려면 학습자의 자율성과 선택권을 침범하지 않는 선에서 교수자 자신의 안목도 제시하고, 지식을 전달하는 등의 적극적인 개입도 요구된다. 이렇게 했을 때 플립러닝은 학습자들이 모여서 시끄럽게 얘기하다가 끝나버리는 얕은 교육에서 자신의 전문성을 높일 기회의 장이 될 수 있다. 이예경 교수서강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육공학전공 교수. 사회심리학 이론을 적용한 교수학습법, 비판적 사고력 개발을 위한 수업설계, 플립러닝 수업 등 지적 인간으로 성장하는 데 필요한 학습환경 설계에 대한 연구와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주요 논문으로 「Nurturing Critical Thinking for Implementation Beyond the Classroom」, 「학습자의 경험 분석을 통한 플립러닝의 재해석」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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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으로 HRD의 ‘관문’을 바꾸다
2017년 4월 11일 밤 12시 50분 잠깐 졸다가 분당 수서 고속도로에서 운전하던 차가 전복되고 결국 폐차되는 대형 사고를 경험한 적이 있다. 순간적으로 의식을 잃었지만, 다행히 119에 연락이 닿았는지 병원에 입원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의식을 회복하고 눈을 떠보니 내 몸은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다. 갈비뼈와 팔뼈, 그리고 목뼈까지 심한 통증이 오면서 갑자기 이런 질문을 던졌다. ‘여기가 어디지?’, ‘내가 왜 여기 와 있지?’, ‘여기 있는 나는 누구지?’, 짤막한 세 마디 물음이었지만 나의 정체성을 파고드는 질문이었다.사람은 언제 생각하는가. 스스로에게 자신의 정체성에 관한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거나 누군가에게 낯선 질문을 받았을 때 멈칫하며 잠시라도 깊은 생각에 빠진다. 내일 아침에 출근해서 이런 질문을 던져보자. “여기가 어디지?”, “내가 왜 여기 와 있지?”, “여기서 나는 뭐 하는 사람이지?” 아니면 오늘 집에 들어가서 이런 질문을 가족에게 던져보자. “여기가 어디지?”, “당신은 왜 여기 와 있어?”, “당신은 누구야?” 라고. 아마 가족은 놀래서 치매증상으로 착각할지도 모른다.“개미 다리는 몇 개입니까?”라는 질문은 사실 확인에 관한 질문이다. 사실을 알면 금방 대답할 수 있지만 모르면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이다. 개미 다리가 6개라는 사실을 알면 그렇게 심각한 생각을 유발하는 질문이 아니다. 마찬가지 질문이지만 조금 난이도가 높은 질문은 “지네 다리는 몇 개입니까?”다. 한 번도 지네 다리가 몇 개인지를 호기심을 갖고 찾아보지 않았기 때문에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다만 지네 다리 숫자는 반드시 짝수이고 여러 개라는 사실은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어느 날 개미가 호기심이 생겨서 지네에게 물어보았다. “지네야, 너는 앞으로 걸어갈 때 수많은 다리 중에서 어떤 다리를 가장 먼저 내딛느냐?” 순간 지네는 깜짝 놀라서 급히 가던 걸음을 멈추고 잠시 생각해보았다. 지네가 깜짝 놀란 이유는 지금까지 아무 생각 없이 앞만 보고 걸어 다녔기 때문이다. 지네의 바쁜 행보를 멈추게 만든 원동력은 개미가 난생 처음 던진 질문이다. 생각 없이 살던 지네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 계기가 바로 질문에서 비롯된다.이처럼 호기심을 갖고 질문하는 능력이야말로 인간만이 갖는 고유한 능력이 아닐까. 기계는 대답하지만 인간은 질문한다. 기계도 질문하지만 알고리듬(algorithm) 속에서 질문한다. 딱따구리가 나무를 찍어서 집을 만드는 걸 아이가 아빠에게 질문한다. “아빠. 딱따구리는 저렇게 부리로 나무를 쪼아대는데 왜 두통에 안 걸려?” 아빠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아들에게 면박을 주면서 이렇게 대답한다. “야, 그럼 딱따구리가 나무를 찍지, 고무를 찍냐? 당연한 걸 갖고 물어보고 그래.” 아이는 그 후 더 이상 아빠에게 질문하지 않는다.5살 때 평균 65번 질문하지만 40년이 지난 45세가 되면 질문이 1/10로 줄어든다고 한다. 질문은 줄어들고 늘어나는 단어가 세 가지다. ‘원래’, ‘물론’, ‘당연’이다. 호기심의 물음표는 없어지고 마침표가 찍히기 시작한다. 우리는 어느 순간부터 미국의 작가, 메리 올리버가 『휘파람 부는 사람』에서 이야기했던 ‘우주가 우리에게 준 두 가지 선물, 사랑하는 힘과 질문하는 능력’을 잃어버리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도 호기심의 질문이 생긴다. 과연 사랑하는 힘과 질문하는 능력은 다른 능력일까?누군가를 사랑하는 사람, 자기 일을 사랑하는 사람의 공통점은 질문이 많다는 점이다. 내가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사랑하는 사람에 대해 온통 질문으로 하루를 보낸다. 집에 잘 들어갔는지, 밤에 추운데 잠은 잘 잤는지, 아침에 제대로 일어나서 밥은 먹고 출근했는지 등 온통 사랑은 질문으로 장식된다. 사랑이 식어가는 시점에 이르면 질문도 없어진다. 그래서 한겨레 신문에 ‘정희진의 메모’라는 칼럼에서 말했던 작가의 말은 옳다. “사랑의 끝은 질문이 없어진 상태다.” 사랑이 식으면 질문도 없어진다. 사랑하는 힘과 질문하는 능력은 두 가지 다른 능력이 아니라 한 가지 능력을 다르게 표현했을 뿐이다. 사랑하는 힘과 질문하는 능력이 같은 능력이라는 점은 어떻게 알 수 있는가. 간단하게 다음 질문을 던져본다. “당신은 직장인입니까, 장인입니까?” 직장인은 월요일 아침 출근할 때 다리가 떨리지만 장인은 심장이 뛴다. 직장인은 자기 일을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질문이 없어졌다. 틀에 박힌 방식대로 지난주와 다르지 않게 변함없이 일할 생각을 하니 다리가 떨리면서 출근하기 싫어진다. 장인은 자기 일을 조금 더 잘하기 위해서 질문을 멈추지 않는다. 자기 일을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늘 어제보다 조금 더 잘하기 위해 애를 쓰는 사람이다. 장인에게 직장은 언제나 자신을 설레게 만드는 놀이터다.실제로 스스로 캐 묻지 않으면 묻힌다. “캐묻지 않는 삶은 살 가치가 없다.”, 바로 소크라테스의 말이다. 호기심을 갖고 파고드는 질문을 던져야 지금과 다른 낯선 세계로 들어가는 새로운 문이 열린다. 질문은 익숙한 세계에서 낯선 세계로 들어가는 관문이다. 질문이 관문(關門)을 바꾼다. 반문(反問)이 마침내 반전(反轉)을 일으킨다. 질문은 당연한 세계에 용기를 갖고 파고들어가는 탐문(探問)의 시작이다. 질문은 익숙한 집단의 소속감에서 벗어나 낯선 세계로 진입하려는 용기 있는 결단이다. 잔잔한 호숫가에 던진 돌멩이의 무게에 따라 호수 위에 생기는 파장의 크기가 달라지듯, 내가 세상을 향해서 던진 질문의 깊이가 내가 도달할 수 있는 앎의 깊이를 결정한다. 질문은 옳다고 믿었던 신념체계도 뒤흔든다. 그동안 내 신념을 정당화해주었던 지식(Knowledge)과 기술(Skill)과 태도(Attitude)를 지칭하는 KSA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하고 뒤집어야 한다. KSA를 뒤집으면 ASK가 되지 않는가? 시공간을 초월해서 언제나 진리로 통용되는 지식과 기술과 태도는 존재하지 않는다.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 탐문하고 탐험해서 또 다른 신념체계를 만들어나가야 한다.앞으로 HRD는 정답을 찾아내는 모범생보다 질문을 던져놓고 미지의 세계에 도전하는 모험생을 길러야 한다. 답을 찾아내는 능력은 로봇이나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더 뛰어나다. 누구도 쉽게 대답할 수 없는 질문, 기존 지식과 경험으로는 풀리지 않는 문제를 던져 놓고 끊임없이 탐구하는 인재가 바로 모험생이다. 모험생은 현실에 안주하기보다 여기서 저기로 탈주를 즐긴다. 정형화된 패턴과 매뉴얼에 의존해서 매너리즘에 빠지기보다 답이 없는 딜레마 상황에 뛰어들어 전대미문의 새로운 질문을 던져놓고 다각적으로 시도하며 해결대안을 찾아 나선다. 답은 책상머리에서 요리조리 머리를 써서 찾는 게 아니다. 우리가 원하는 답은 현장에 가서 이리저리 몸을 움직여 찾아내야 비로소 그 모습을 드러낸다. 내가 얻고자 하는 답은 내가 던진 질문이 결정한다. 물음표의 성격과 방향이 느낌표의 감동과 감탄을 결정한다. 어제와 다른 질문의 그물을 세상을 향해서 던져놓고 색다른 문제를 제기하며 파란을 일으키는 인재가 바로 모험생이자 문제아다. 우리는 지금 위험함을 무릅쓰고 체험적 통찰력을 쌓아가는 모험생이자 문제아를 길러내야 한다. 유영만 교수지식생태학자로 명명되는 한양대학교 사범대학 교육공학과 교수. 생태계에서 살아가는 수많은 생명체들의 생명원리를 각별한 관심으로 관찰해서 생존과 성장, 그리고 지식창조의 원리를 파헤치고 있다. 그 가운데 축적된 철학과 가치는 수많은 공기업과 대기업, 언론과 방송 등에서 공유되고 있고, 2018년 『독서의 발견』, 『지식생태학: 생태학, 죽인 지식을 깨우다』, 『체인지(體仁智)』를 출간하며 지금까지 80여 권의 저서와 역서를 집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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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적인 학습경험 창출
경기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기업의 HRD는 기존과는 다른 형태의 이중고를 맞이하고 있다. 과거 경기가 하강기에 있을 때, HRD는 항상 교육투자 감소라는 위험에 노출되어 있었다. 기업들이 긴축 경영을 하면서 홍보나 교육과 같이 당장 투자 축소가 가능한 부문에 가장 먼저 쉽게 손을 댈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지금의 HRD는 이러한 전형적인 경기 하락기의 모습에다가 새로운 형태의 어려움에 봉착한 모양새다. 바로 집합교육이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기존의 HRD는 주로 형식학습인 집합교육 위주로 이루어져 왔다. 그러나 기업을 둘러싼 경영환경의 변화가 점점 예측불가능해지고 환경변화에 맞추어 빠르게 변화하는 애자일한 조직의 구축이 글로벌 기업들의 중요한 목표가 되면서, 업무공백을 감수하면서 집합교육을 지속하고자 하는 기업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이러한 흐름 속에서 HRD가 경영성과 향상을 지속적으로지원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학습과 성과에 대한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바로 긍정적 학습 경험의 창출이다. 실제로 구성원들이 회사의 조직문화, 선발, 평가, 보상 등에서 긍정적인 경험이 많으면 많을수록 업무에 더욱 몰입하기 쉽다. 동일한 개념으로 HRD 또한 종업원들에게 긍정적인 학습경험을 심어주고, 이를 통해 학습이 성과와 연계되는 경험들을 쌓도록 유도해야 한다. 긍정적인 학습경험의 창출을 위해서는 다음의 세 가지를 유념하여야 한다.첫째는 집합교육의 선택과 집중이다. 집합교육이 점점 줄어드는 추세지만 한국이라는 문화적, 지리적 맥락에서 합교육이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HRD 조직에서는 집합교육을 한다면 전략적으로 중요하거나 기본적으로 필요한 과정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또한, 교육운영 중에는 제대로 학습이 일어나게 하고, 학습 후에는 학습한 내용이 현장에 제대로 적용될 수 있도록 과정을 설계하고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둘째는 무형식학습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 가장 기본적인 무형식학습은 학습 큐레이션이다. 우리 회사의 업무 프로세스와 연계된 지식 맵을 구축하고, 이를 토대로 짧은 동영상을 제작, 탐색, 아웃소싱 하는 형태로 모든 임직원이 언제 어디서나 학습이 가능하도록 개인에게 맞춤형 학습 큐레이션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이외에도 다양한 무형식 학습의 방법을 조직의 요구에 적합하게 개발하고 활용해야 한다.셋째는 자기주도적인 학습문화의 구축이다. 그동안 집합교육을 통해 HRD 부서 주관으로 학습을 제공하는 형태의 교육을 주로 실시해왔다. 여기서 간과된 것이 바로 학습의 자기주도성이다. 학습이라는 것은 개인이 필요에 의해 주도적으로 실시할 때 효과가 가장 높다. 이러한 현상을 본질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학습의 형태와 방법을 바꾸는 동시에 구성원들의 성장 마인드셋을 자연스럽게 자극해 줄 수 있는 제도와 시스템의 도입이 필요하다. 자기주도성을 만들기 위해서는 임직원들이 학습에 대한 필요성을 자각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러한 필요성은 개인을 둘러싼 환경에서 창출된다. 특히, 상사나 동료의 영향은 절대적이다. 정리하면 이제 HRD부서의 역할은 임직원들이 학습필요성을 느낄 수 있는 제도와 시스템을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하며, 언제 어디서나 학습이 가능한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이런 것이 이루어질 때, 디지털 변혁 시대의 HRD는 꽃을 피울 수 있을 것이다.이진구 교수한국기술교육대학교 HRD학과 교수. 대한민국 HR 분야의 발전을 위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15여 년 동안 현업에서 교육 및 인사 담당자로 업무를 수행하며 이론과 실제를 접목하는 성과 위주의 다각적인 HRD 및 HRM 프로젝트에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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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의 성과에 공헌하는 네트워크 관점과 사회적 자본
기업 경영의 목표는 경쟁의 기반이 되는 지대 창출의 자본을 갖추는 것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인적자원개발은 기업의 구성원을 지대 창출의 중대한 자본으로 간주해서 경쟁력을 갖춘 인적자본으로 거듭나게 하는 것이다. 그동안 인적자원개발은 구성원들이 자신의 직무를 올바르게 이해해서 업무의 능률을 높이도록 지식과 기술을 갈고닦게 하는 데 주력했다. 실제 기업들은 다양한 직무교육법을 활용하여 구성원의 역량 개발에 총력을 다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인적자원개발에서 제안하는 많은 기법을 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기업들의 노력은 분명 적절하다. 그러나 전에 없이 첨예해진 경쟁 상황에서 구성원들이라는 개인 단위의 인적자본이 그 자체만으로 지대 창출의 필요충분조건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에 필자는 네트워크 관점을 통한 사회적 자본을 제안한다.조직에서 구성원이라는 원자 단위인 개인의 능력과 역량을 배양하는 것은 총량이 한정된 그릇에 내용물을 채워나가는 것과 비슷하다. 하지만 그릇이 채워져 갈수록 역량을 개발함으로써 기대할 수 있는 효과는 점점 감소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극심한 경쟁 상황에서 원자 단위의 인적자본에서 얻는 효과는 궁극적으로 제로 상황에 도달하게 된다. 다시 말해 인적자본에만 주력하는 것으로는 기업의 지속적 성장을 위한 지대 창출이 불가능하다. 필자가 강조하는 네트워크 관점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지대 창출의 위력을 잃어가고 있는 인적자본을 보완할 유용한 자본의 개념을 제안한다. 그것은 바로 사회적 자본이다. 사람들이 맺고 있는 관계 안에는 인적자본만으로는 품을 수 없는 경쟁우위의 대안적 비밀이 숨겨져 있다. 그 비밀을 깨달아서 관계를 어떤 식으로 새롭게 맺을 것인가에 관한 통찰을 제안하는 이 개념은 지금까지 존재해온 그 어떤 자본의 은유보다도 기업이 주목해야 하는 가치를 지니고 있다. 사회적 자본은 원자 단위의 인적자본이 새롭게 결합해서 창출되는 무궁무진한 분자 단위의 새로운 화합물과도 같다. 인적자원개발은 더욱더 높고 넓은 곳에서 인적자원의 자본적 역량 배양을 도모해야 하며, 네트워크 관점에서 제안하는 사회적 자본은 이를 가능하게 하는 유용한 도구라고 할 수 있다.네트워크 관점에서 지대 창출의 위력을 지닌 사회적 자본은 대체로 두 가지 유형으로 나타난다.첫 번째로 주목해야 하는 사회적 자본은 ‘결속의 사회적 자본’이다. 기업의 테두리 안에서 구성원들은 서로 간의 돈독한 관계를 통해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강한 결속의 공동체를 구성함으로써 기업 특유의 사회적 자본을 형성해야 한다. 막강한 인적자본을 갖춘 구성원을 다수 확보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들의 관계가 단순히 계약적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기업은 사상누각과 마찬가지다.결속의 사회적 자본이 존재하지 않는 기업은 인적자본 유출의 위기를 수시로 겪게 될 것이며, 신뢰에 반하는 구성원의 행동으로 인해 지속적인 타격을 받을 것이다. 반면 결속의 사회적 자본이 충만한 기업은 각각의 인적자본 간의 긴밀한 교류를 통해 다른 기업들은 상상하지 못할 새로운 지식의 창출과 보존을 할 수 있다. 구성원 간에 자발적인 친밀감을 토대로 하는 인간적 교류가 존재하는 기업은 고용 관계의 단순 합 이상의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인적자원의 복합적 효과가 창출되는 공동체로 발전하게 된다. 이러한 공동체에서는 그 어떤 기업도 쉽게 모방할 수 없는 강력한 기업문화를 기대할 수 있으며 기업 특유의 지식과 능력이 발현되고 지속해서 성과가 창출됨이 명약관화하다. 그렇기에 기업은 구성원 간의 자발적 결속과 긴밀한 연결이 가능하도록 주력해야 한다. 이는 오직 신뢰 형성으로만 가능할 것이다. 구성원이 기업을 의지하며 동료를 신뢰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형성하게 하는 인적자원개발의 기법들을 모색하는 것이 결속의 사회적 자본을 확보하게 하는 길이 될 것이다. 두 번째로 조명해야 하는 사회적 자본은 ‘중개의 사회적 자본’이다. 결속의 사회적 자본이 기업 단위에서의 긴밀한 결속의 공동체 형성에 주력했다면, 중개의 사회적 자본은 구성원 단위에서 기업이 확보해야 하는 사회적 자본이라 할 수 있다. 기업은 구성원들이 기업 내부는 물론 기업의 경계를 넘어서는 외부에서의 관계 형성에 주력할 수 있도록 격려해야 한다. 중개의 사회적 자본은 다양한 인간관계의 형성을 통해 기업이 필요로 하는 중요한 정보와 자원에 더욱 효과적으로 도달할 수 있는 길을 확보하는 것을 말한다. 중개의 사회적 자본은 지식이 경쟁우위의 중대한 기반이 되는 21세기의 경영 환경에서 필수적인 자본이다. 중개의 사회적 자본을 확보한 구성원은 전에 없이 새로운 인적자본으로 진화하는 기회를 얻게 될 것이며, 이와 같은 사회적 자본을 확보한 기업 역시 그에 상응하는 혜택을 누릴 것이다. 다수의 프로젝트 팀을 동시에 운영하는 거대한 기업은 팀 간의 긴밀한 정보 교환을 가능하게 하는 중개자를 육성하고 관리해야 한다. 또 기업 간의 경계 안팎을 중개하는 구성원을 육성하여 기업 외부에 존재하고 있는 핵심적 지식의 유입이 가능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어디에 어떻게 존재하고 있을지 모르는 지식을 효과적으로 교류하고 확보하게 하는 것은 중개의 사회적 자본을 확보하는 것으로만 가능하다. 인적자원개발의 전통적 관점이 구성원 개인 단위의 역량 강화에 주력했다면 네트워크 관점은 그 관심을 개인을 넘어 그들의 사회적 관계로 확장할 것을 제안한다. 지난 수십 년간 축적된 기업의 네트워크에 관한 연구는 매우 일관적으로 사회적 자본이 조직의 성과에 핵심적으로 공헌하고 있다는 증거를 제시하고 있다. 네트워크 관점이 제안하는 사회적 자본은 기업의 안팎에서 형성하는 관계의 구조로부터 만들어진다. 구성원의 선발과 모집은 물론 교육과 평가에 이르는 모든 과정에 있어서 현재의 인적자원개발은 구성원이라는 개별 원자 단위의 역량에만 주력해 온 것이 사실이다. 네트워크 관점은 구성원이라는 원자 단위의 인적자원이 관계를 통해 더욱 크고 위력적인 새로운 화합물로 결합해서 확장되는 데까지 인적자원개발의 관심 범위를 넓혀야 함을 역설한다. 제아무리 막강한 능력을 갖춘 인적자원을 다수 확보하고 있어도 그들 간에 결속이 부재한 상황이라면 기업은 경쟁우위의 기반을 마련할 수 없을 것이다. 동시에 사회적 자본에 관한 관점이 부재한 채 그저 자신의 인적자원 함양에만 주력하는 구성원 또한 기업의 역량 강화의 토대가 되는 재목으로 성장하기 어려울 것이다. 미래 경영 환경에서의 경쟁력인 사회적 자본을 마련하길 원한다면 기업들은 네트워크 관점에서의 통찰에 더욱 심혈을 기울여야 할 때다. 양대규 교수경희대학교 경영대학 경영학과 교수로 학부와 대학원에서 인적자원관리, 조직과 사회연결망, 거시조직이론, 전략경영론을 가르치고 있다.현재 한국인사조직학회, 한국인사관리학회, 한국인적자원개발학회의 이사로 활동 중이며, 사회연결망 관점을 기반으로 ‘종업원의 네트워크’, ‘기업 조직의 네트워크’ 등을 주제로 연구 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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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학습이란 무엇인가?
매슬로우의 인간 욕구 5단계 이론을 살펴보면 인간의 자아실현 욕구는 최상위에 있다. 실제 인간은 아무리 의식주가 충족되어도 성장하지 않으면 욕구 불만을 표현한다. 그렇다면 인간은 무엇을 통해 성장해야 하는지 의문을 제기해볼 수 있다. 이러한 의문에 필자는 학습과 경험을 해답으로 제시한다. 인간은 죽을 때까지 학습과 경험을 통해 자신을 발전시켜 나간다. 인간에게 가르치고 배우는 것은 본능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학습은 결코 힘들거나 어렵고 지루한 것이 아니다. 필자의 연구실에는 ‘평생학습은 품격 있는 놀이이다’라는 액자가 있다. 좋아하는 여행도 며칠이 지나면 지루하고 좋아하는 음식도 매일같이 먹으면 싫증이 나기 마련이다. 그러나 학습은 본인의 흥미와 맞는다면 평생에 걸쳐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품격 있는 놀이가 될 수 있다.평생학습을 논하기에 앞서 필자는 평생교육의 정의 및 영역을 짚고자 한다. 평생교육은 크게 좁은 의미의 평생교육과 넓은 의미의 평생교육으로 나눌 수 있다.좁은 의미의 평생교육은 교육을 학교 교육과 학교 외의 교육으로 나누었을 때 이해하기 쉽다. 학교 교육은 학교에서 정규교육과정에 의해 이뤄지는 교육이며 학교 이외의 교육은 학교 밖에서 이뤄지고 있는 체계적이고 계획적인 교육을 뜻한다. 예를 들어 여성교육, 노인교육, 기업교육, 직업교육, 청소년교육 등이 있다. 즉, 좁은 의미의 평생교육은 학교 밖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체계적이고 계획적인 교육을 의미한다.2007년 개정된 평생교육법 제2조에서 ‘평생교육이란 학교의 정규교육과정을 제외한 학력보완교육, 성인 기초·문자해독교육, 직업능력 향상교육, 인문교양교육, 문화예술교육, 시민참여교육 등을 포함하는 모든 형태의 조직적인 교육활동을 말한다’라고 규정했는데 이것은 좁은 의미의 평생교육을 말한다고 할 수 있다.넓은 의미의 평생교육은 수직적 통합의 평생교육과 수평적 통합의 평생교육으로 나눌 수 있다. 수직적 통합의 평생교육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받는 모든 교육을 말한다. 수평적 통합의 평생교육은 가정교육, 학교교육, 사회교육을 모두 포함한 교육이다.이처럼 평생교육은 개념적 정의에서는 학교 교육을 포함하고 있으나, 법적·제도적 정의에서는 학교 교육을 제외한 종전의 사회교육 정의를 따르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는 평생교육을 넘어 본격적으로 평생학습의 도래와 의미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평생학습에 대한 관심과 중요성은 급격한 사회변동으로 인해 어느 때보다도 강조되고 있다. 평생학습이 강조되고 있는 첫 번째 이유는 변화다. 지식기반사회로 일컬어지는 현대사회에서는 하루가 멀게 새로운 지식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1945년에 농부가 가졌던 지식의 수명이 40년이라면 오늘날 IT산업에 종사하는 사람의 지식 수명은 3개월이라고 한다. 심지어 응용과학 기술 분야의 지식은 단 몇 일만에 그 수명을 다하기도 한다. 따라서 이제 학교에서 배우는 지식만으로는 지식기반 사회를 살아감에 있어 필요한 지식을 다 습득할 수 없다. 실제 의학기술의 발달로 평균수명은 점점 길어지고 사회가 변화하는 주기는 점점 짧아져서 한번 배운 지식으로 평생을 살아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인생을 마무리할 때까지 여러 번의 사회변화가 찾아오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회변화가 찾아올 때마다 인간과 조직은 변화와 마주한다. 변화를 넘기 위해서는 새로운 지식, 새로운 기술, 새로운 사고가 필요하다. 그러므로 개인이나 조직은 계속 학습을 해야만 변화에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다. 필자가 기업에 특강을 갔을 때 모 기업에서 들었던 이야기를 공유한다. 해당 기업의 부장은 ‘부장은 진공관식, 과장은 트렌지스터식, 사원은 반도체식’이라고 말했다. 이제는 한 기업의 부장도 반도체식 사원과 함께 일을 할 때 해당 직무와 그에 필요한 역량을 새롭게 학습하지 않으면 업무를 수행하는데 어려움이 생긴다는 이야기다. 평생학습이 조명되는 두 번째 이유로는 인간의 미완성을 들 수 있다. 동물학자들이 말하길 인간은 동물에 비해 미완성인 존재라고 한다. 동물들은 태어날 때 90%가 완성되며 10%의 미완성으로 태어나지만, 인간은 90%가 미완성이며 10%가 완성된 상태로 태어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동물은 10%만 변화할 수 있지만, 인간은 90%나 변화할 수 있다. 강아지, 송아지, 망아지 등 모든 동물은 태어나자마자 어미가 한 번만 핥아주면 10분 만에 걸어 다닌다. 반면 인간은한 살이 되어서야 가까스로 서며 계속 성장을 해나간다. 그만큼 인간은 변화에 대한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인간은 언제 성장에 따른 결과를 봐야 하는지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결국은 무덤에 들어갈 때 봐야 한다.대기만성이란 말은 인간에게만 가능한 말이다. 이런 말을하면 사람들은 공부에는 때가 있다고 주장한다. 또 나이 많은 학습자들은 ‘왜 괜히 우리를 불러서 고생시키느냐’라고도 말한다. 그러나 성인심리학에 따르면 나이가 들어서도학습은 가능하다. 인간의 지능에는 유동성 지능과 결정성지능이 있는데 유동성 지능은 나이가 들면 감소하지만, 결정성 지능은 잘 발달시키면 감소하지 않고 계속 증가하므로 나이가 들어도 결정성 지능으로 꾸준한 학습이 가능하다.평생학습이 중요한 세 번째 이유는 고용구조의 변화다. 고용구조의 변화는 계속적인 학습을 필요로 한다. 점차 장기고용은 줄고 단기고용이 증가하고 있으며 정규직이 줄고비정규직의 채용도 늘어나고 있다. 즉 취업과 실업의 상태가 반복되고 있는데 실업 상태에서 일을 하기 위해 취업을하려고 하면 계속적 학습으로 노동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평생학습이 요구되는 네 번째 이유는 노령인구의 재교육 필요성 증대다. 이제는 100세 시대가 다가왔다. 퇴직 이후의 수십 년에 해당하는 노후 생활도 고려해야 한다. 비생산적 노년이 개인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불행한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은 최근 여러 뉴스를 통해서 알려진 바다. 노인들도 꾸준하게 학습해야 생존할 수 있는 시대가 펼쳐졌다. 학교에서 배웠던 지식은 너무 낡았고 직장에서 활용했던 지식은 정년과 함께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에 제2의 인생을 살기 위해서는 새로운 학습이 필요하다. 이에 대해 평생학습은 바람직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김종표 교수백석대학교 사범학부 교수이자 학과장. 대학원의 평생교육·HRD학과를 개설했다. 평생교육·HRD연구소 소장 겸 서울평생교육원 원장이기도 하다. 평생교육·HRD 관련 학회 및 협회에서 활동 중이며, 국가평생교육진흥원 이사와 한국평생교육총연합회 제12대 회장을 역임했다. 주요 저서로는 『평생교육방법론(2016, 양서원)』, 『NCS기반 교수법(2016, 양서원)』, 『실전명강의 교수법(2010, 양서원)』, 『기업교육론(2006, 양서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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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D는 인간학을 연구해야……
HRD는 인간학을 연구해야……사람은 자신의 생각을 존중하는 자유의지와현재보다 더 나아지려는 성장의 욕구가 특성입니다.HRD의 개념을 조직의 성과향상을 위한 사람의 역량개선 활동으로 볼 때,그동안 가르치고 배우는 식의 페다고지 중심의 교육학이나과학적 관리기법의 테일러리즘을 근간으로 하는 경영학 관점만으로는인간의 특성을 고려한 HRD 성과에 한계가 있습니다.인간은 감성을 기초로 하여 지(知)·정(情)·의(意)를 갖추고인식하며 행동하는 본질이 있습니다.사람의 가치 중심 시대에HRD는 인간의 자유의지를 존중하고 성장욕구에 동기를 부여하며인간특성과 본질을 다루는 인간학(Anthropology)을 연구해야 합니다.발행인 엄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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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원 인게이지먼트의 복원은 ‘Authentic HR Way’에 달려 있다
조직의 구성원에게 경험의 신장을 통한 인게이지먼트의 복원이 가장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성장기에는 회사의 전략을 제대로 수행할 경우 성과를 평가해서 충분히 보상해주는 정책을 사용해 회사의 전략과 실행 사이의 지행격차를 극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L자 경기와 저성장이 New Normal로 정착함에 따라 대부분의 회사에서는 정해진 연봉 이상의 어떤 당근책을 동원하기 힘들어졌다. 이에 반해 구조조정에 대한 압박은 더욱 심해져서 직원들이 최소한의 일을 제외하고는 자발적으로 회사의 전략을 집행하려는 의지를 깎아내리고 있다. 실제로 종업원들의 행복도를 조사해보면 출근하면서부터 행복도가 낮아지기 시작해서 3시면 바닥을 찍고 퇴근할 때쯤이면 상승하기 시작해서 저녁 9시쯤 되면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 결국 회사는 종업원들을 소위 ‘좀비’로 만든 것이다.경기가 어려워서 더 몰입해가며 창의적으로 일을 해야 할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종업원들의 마음은 점점 회사에서 멀어져가고 있다. 기존의 종업원들을 동기화시키던 도구이던 인센티브나 상벌과 같은 외재적 보상에 의존한 간접동기가 아닌 종업원들의 마음을 회사로 불러들여 일에 몰입하게 하는 직접동기 기반 인게이지먼트가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인게이지먼트의 회복을 위해 HR에서 종업원 체험을 어떻게 다뤄야 할 것인지에는 많은 논의가 있다. 우선 입사에서 퇴임 후까지 경력주기별로 관련된 HR 관행들을 종업원 체험을 신장시키는 쪽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이런 HRM적 종업원 체험도 중요하지만, 종업원 체험을 신장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일을 통한 성장체험을 가능하게 하는 심리적 안정지대를 지지하는 문화가 필수적이다.특히 대부분의 기업에서 신입사원으로 등장한 밀레니얼세대들에게는 심리적 안정지대를 통한 종업원 체험을 신장시키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런 조직의 문화를 신장시키기 위해서는 남의 답을 베끼는 방식인 HR 벤치마킹을 지양하고, 자기 조직의 사명을 구현할 수 있는 Authentic HR을 구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까지의 HR은 선진 관행이 답이라고 생각하고 이것을 베끼는 것을 넘어서지 못했다. 자기 회사만의 고유한 철학이 거세된 HR 관행에 매이다보면 또 다른 관행이 생기고 이것을 채용해서 실제적으로 뿌리를 내리는 것을 보기도 전에 새로운 관행이 나타나 조직의 HR을 벌거숭이 임금님으로 만들었다. 결국 이런 벤치마킹 관행이 조직의 고유한 일하는 문화를 거세시켜온 것이다.밀레니얼세대들은 이런 벤치마킹으로 남의 것을 강요하는 문화에 적응하지 못해 회사에 들어오자마자 이직을 결심하는 실정이다. 경기가 어려워서 실질적으로 이직을 감행하는데 어려움이 있는지 몰라도 이들은 회사에 들어오자마자 마음속으로는 이미 회사를 떠나 있다. 더 큰 문제는 이직의도를 가지고 있는데 이직을 못하는 밀레니얼세대들은 자신의 업무나 회사 일에 미지근한 태도를 보일 수밖에 없다. 가장 활기차게 일해야 하는 젊은 세대가 역으로 자신의 마음에 스스로 찬물을 끼얹어 불을 끄고 있는 형국이다.따라서 밀레니얼세대들의 이직의도를 불식시키고 회사에 마음 붙이게 만드는 인게이지먼트의 복원은 베끼는 데 보내는 시간 대신 소속된 회사의 고유한 HR Way를 확립할 때만 가능한 일이다. 소속된 회사의 Authentic HR Way가 만들어진다면 밀레니얼세대는 자신들에게 통용되는 최고의 관행을 내부적으로 만들어내기 시작할 것이다. HR의 역할은 이렇게 자체적으로 생산된 최고의 관행을 회사의 다른 부서에 전파시키는 일이다.윤정구 교수이화여자대학교 경영대학 인사/조직/전략 교수. 국제적으로는 코넬대학교 조직행동론학과 겸임 정교수로 영국 ‘Editorial Board for British Journal of Management’, 미국 ‘Editorial Board for Social Psychology Quarterly’으로 활동하고 있다.국내에서는 집단동학응용연구소 소장, 대한리더십학회 명예회장/고문, 한국조직경영개발학회 회장, 한국공정거래학회 부회장, 한국진성경영원 이사장 등으로 영향력을 펼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