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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D KOREA」 아이디어의 경연장이어야 한다
한국HRD협회가 주최하는 「HRD KOREA」 중 ‘HRD 컨퍼런스’에서 다년간 강연을 하고 있다. 올해는 2016년 발행된 Chris Anderson의 『TED Talks』를 읽고, 발표 문해(presentation literacy)를 나누었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있어 발표는 특정인의 전유물이 아니라 모두가 갖추어야 하는 핵심역량이자 기본 기술이다. 그 관점에서 3R, 즉 ‘Reading’, ‘wRiting’, ‘aRithmetic’에 ‘Rhetoric’을 더하여 4R 시대가 도래했다며 명명한 ‘말하기 르네상스(talks renaissance)’라는 장의 제목이 관심을 끈다. 우리 곁의 ‘테드’, ‘명견만리’, ‘세바시’ 등만 봐도 이야기꾼이 각광받는 시대다. 공공 강연에 대한 테드의 공식적 안내서란 부제가 달린 이 도서에서 가장 마음에 와닿은 지점은 ‘이슈가 아니라 아이디어로 접근하라’였다. 특히, 연례행사처럼 강연에 나서는 「HRD KOREA」에 참석하며, ‘「HRD KOREA」, 이슈가 아니라 아이디어의 경연장이어야 한다.’라는 말이 떠올랐다.세상에는 다루기 곤란하고 불편한 주제가 있다. 이를테면 난민위기, 당뇨병과 치매의 폭발적인 증가, 성폭력 등이 그러하다. 가만 보면 이런 이슈를 다루는 공식이 자리한 듯하다. 난민위기를 살펴보면, 난민의 원인을 집중 조명한다. 숫자와 사진을 최대한 동원해 난민의 끔찍한 상황을 시리즈로 알린다. 실제로 구명복을 입고 해변에 엎어져서 죽은 시리아 난민 아이의 사진은 세상을 울렸다. 난민위기를 시급히고치기 위해 기금을 만들고, 난민을 받아들여야 하고, 제도를 고쳐야 하고, 국제사회가 나서야 한다고 인류애에 호소한다. 그런데 이점이 지속되다 보면 어느새 불편함을 느끼기도 한다. 왜냐하면 연민의 피로, 동정의 피로가 엄습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나중에 관심을 갖고 그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없게 된다. 『TED Talks』는 이러한 이야기를 ‘이슈’가 아니라 ‘아이디어’ 로 풀어가라고 해법을 제시한다. 이슈 기반 이야기는 ‘도덕성(morality)’으로 이끌고, 아이디어 기반 이야기는 ‘호기심(curiosity)’으로 이끈다. 이슈가 ‘문제(problem)’를 폭로한다면 아이디어는 ‘해결책(solution)’을 제안한다. 이슈가 “이거 ‘끔찍하지(terrible)’ 않아?”라고 말한다면 아이디어는 “이거 ‘재밌지(interesting)’ 않아?”라고 말한다. 이슈 기반 접근이 신경써달라고 ‘탄원(plea)’한다면 아이디어 기반 접근은 재미있는 ‘수수께끼(riddle)’를 함께 풀려고 시도한다. 전자가 부탁을 하는 ‘을’의 입장이라면 후자는 선물을 주는 ‘갑’의 입장과 같다. HRD 역시 마찬가지다. 사실 올해 HRD 컨퍼런스에서 필자가 발표한 트랙이 ‘HRD Issue’였다. 이는 HRD를 정서적으로 지배하는 프레임이 이슈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그동안 우리는 HRD 쟁점을 중심으로 이슈를 수없이 다루어왔다. 여전히 인적자원개발은 쟁송지대다. 그러는 가운데 ‘인적자원개발’ 하면 연민과 동정의 피로를 느끼게 됐다.필자는 HRDer로서 더 이상 연민과 동정의 대상이고 싶지 않다. 여러분은 HRD 이슈와 HRD 아이디어 중 무엇을 선택하겠는가. HRD 아이디어일 것이다. 2020년 이후 HRD 프레임은 아이디어가 중심이 되길 기대하며, 「HRD KOREA」 또한 아이디어의 경연장이 되길 희망한다.이희수 교수중앙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한국평생교육학회 회장이자 국가평생교육진흥원 및 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 이사로서 우리나라 HRD 및 평생교육을 위해 다방면에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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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D의 역할과 지향점에 관한 네 가지 제언
‘교육은 백년대계이기 때문에 콩나물에 물 주듯 해야 한다’ 라는 표현은 기업교육에서 경계해야 한다. 기업에서 이뤄지는 교육은 모두 현업에 적용돼야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또 HRD는 보직이동과 같은 경력관리에도 활용돼야 하며, HRD 부서는 최고경영자의 관심과 지원 속에서 경영의 한 축으로 작동해야 한다. 이에 필자는 HRD의 역할과 지향점을 네 가지로 정리하고자 한다.첫째, 직무교육은 학습자가 소속된 현업부서의 장이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직무교육이 진행되는 집합교육의 경우 보통 2주일 전에 택배나 인터넷상으로 사전학습교재가 학습자에게 전달되어 사전학습이 이뤄진다. 물론, 적합한 교육대상자를 선발하는 것도 중요하다. 한국수자원공사 인재개발원은 집합교육 첫 시간에 사전학습 정도를 시험을 통해 확인한다. 교육은 토론, 실습, 사례발표로 구성되며, 교육이 끝나고 현업에 복귀한 후에는 2주일 내 문제해결 과제 리포트를 담당 교수에게 제출하도록 한다. 과제에 대한 평가결과가 일정 점수 이상이면 그때 교육을 이수한 것으로 처리한다. 현업부서장은 집합교육이 끝난 날 안내메일을 통해 구성원이 어떤 교육을 받았고 어떤 과제가 남아있는지 알게 된다. 이때 현업부서장은 구성원에게 격려와 함께 큰 관심을 보여주며, 교육받은 내용을 현업에 적용하도록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 한편, 교육이력은 인사파일에 등록되고 직무프로파일 매치업에 업데이트되어 경력관리에도 효과적으로 활용된다.둘째, 관리자교육은 현업부서에서의 리더십과 연계되도록 해야 한다. 관리자가 현업부서에서 구성원들을 어떻게 고무시키냐에 따라 구성원들의 역량과 부서의 문화가 달라지기 때문에 리더십은 무척 중요하다. 필자 역시 누구와 함께 근무하느냐에 따라 역량과 태도가 달라진다는 사실을 자주 경험해 왔다. 한국수자원공사 인재개발원은 관리자들이 승진하면 리더역량센터에서 해당 직위에 맞는 리더십 역량을 어느 정도 보유하고 있는지 측정 및 진단한다. 또 역량이 부족하다면 보완을 위해 전문가 개인 코칭, 사이버학습,피드백 진단 및 실습을 제공한다. 그 후 리더는 역량향상계획을 수립하며 현업부서에서 실행한다. 이러한 과정들은 리더십 프로파일에 누적 및 기록되어 경영진들의 관리자들 역량평가 시 귀중한 참고자료가 된다.셋째, HRD 부서는 경영소통의 플랫폼이자 정보교환의 장이 돼야 한다. 한국수자원공사 인재개발원은 본사 건물과는 떨어져 있지만, CEO 직할 부서로 편제되어 운영된다. 이에 따라 필자는 경영전략위원회, 이사회, 경영진 회의에 참석하며 회사의 경영현황과 이슈들을 학습자들과 수시로 공유한다. 문서로 전달되는 방침은 기획실에서 주관하지만, 구성원들의 인식과 행태의 변화에 관한 것은 교육과정으로 진행한다. 관리자들이 주기적으로 모여서 최고경영진의 메시지와 전사전략 이슈를 공유하고, 외부 전문가 특강으로 통찰력을 함양하도록 하는 것도 인재개발원의 역할이다. 필자는 구성원들이 휴식시간에 나누는 대화들이 살아있는 정보교류 및 소통의 기회가 된다는 점을 인지해서 몇 년째 토킹 라운지를 운영해오고 있다. 넷째, 교육성과는 HRDer의 노력에 비례한다. 상황이 바뀐 게 없음에도 학습자들은 말 한마디에 따라 사기가 높아지거나 떨어지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학습장에서 테이블별 인원 구성에 따라 학습 분위기도 달라진다. 그런 관점에서 HRDer는 그룹 역학에 대한 경험과 지식도 필요하다. 일례로 매슬로우의 욕구단계설과 같은 동기부여 이론을 응용하면 교육참여도를 높이는 데 효과적이다. 이에 더해 성인학습의 특성, 메타인지에 바탕을 둔 참여식 토론학습, 마이크로 러닝을 고려한 교재개발, 9 to 6를 반영한 플립러닝 등을 현업과 자기주도학습에 적용하는 역량도 HRDer라면 교육성과 창출을 위해 꼭 갖춰야 한다.강우규 원장한국수자원공사 인재개발원 원장. 경영학 박사(인사· 조직 전공)로 인적자원개발학회 부회장이기도 하다. 경영대학원에서 조직행위론, 리더십과 조직개발론을 강의하고 있다. 최근에는 리더 역량진단 및 코칭을 통한 관리자 역량교육에 몰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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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책과 눈이 맞아본 적이 있습니까?
누구보다 책을 많이 읽어야 할 전문가가 있다. 바로 HRD 전문가다. HRD 전문가는 한 분야의 전문가라기보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 그 사람의 전문성을 임직원들이 배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종의 지식 큐레이터(Knowledge Curator)다. HRD 전문가는 HRD 분야의 전문가지만 다른 전문가와 다른 점은 다양한 전문가를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사람에게 연결해줌으로써 해당 분야의 전문성을 어떻게 체계적으로 개발해나갈지를 도와주는 전문가라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 HRD 전문가는 누구보다도 다양한 분야의 책을 주기적으로 읽고 전문분야별 최신 트렌드나 이슈가 되고 있는 내용을 빠르게 습득하고 소화해서 전문가 육성에 참고해야 한다. 한 사람이 모든 분야의 능통한 전문가가 되기는 불가능하다. 대신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직접 만나 소통은 가능하다. 분야별 전문가를 직접 만날 수 없을 때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전문가가 쓴 책을 보는 것이다. 책을 보는 이유는 사람마다 다르다. 하지만 책을 읽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내 생각만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깨닫고 다양한 분야의 색다른 생각과 접목하기 위해서다. ‘자신의 사고방식’으로 생각하기를 멈추고 ‘타인의 사고방식’에 상상으로 동조할 수 있는 능력, 이를 ‘논리성’이라 부른다’우치다 타쯔루의 『말하기 힘든 것에 대해 말하기(p113)』에 나오는 말이다. 어떤 문제에 봉착했을 때 내 생각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한계를 알면 빠른 시간 안에 다른 사람의 생각을 끌어와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문제와 끝까지 씨름하다가 결국은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생각만으로 주어진 위기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 때 다른 사람의 생각을 빌려와서 다른 방도를 추구하지 않으면 문제가 해결되기는커녕 악화되기가 일쑤다. 다양한 책을 읽으면 그만큼 내 생각과 다른 다양한 생각을 만난다. ‘내 머릿속에 들어온 오만가지 생각 중에서 몇 가지만 수태되어 새로운 생각으로 탄생한다. 생각은 본래 짝을 찾아 줄기차게 맞선을 보고 추파를 던지고 사랑을 나누기 때문에 부모가 정확히 누군지 모른다’시어도어 젤딘의 『인생의 발견(p55)』에 나오는 말이다. 새로운 생각 자손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기존 생각은 낯선 생각과 사랑을 나눠서 생각을 임신해야 한다. 낯선 생각의 탄생은 낯선 생각과 접목될 때다. 책은 낯선 생각을 품고 있는 위험한 사고의 보고(寶庫)다.‘책과 눈이 맞는 순간은 심장이 멎는 순간이다. 차라리 안 읽었으면 위험한 생각은 잉태되지 않는다. 하지만 책을 읽지 않고 지금 생각대로 살아가는 삶이 더 위험한 인생이 아닐까…… 위험한 생각을 품게 만들지 못하도록 막는, 아니 기존 생각을 방치하게 만드는 익숙한 책 읽기나 아예 읽지 않는 행위야말로 가장 위험한 생각이며 삶이다’유영만의 『독서의 발견(p225)』에 나오는 말이다. 책을 그냥 읽은 게 아니라 읽어버렸고 읽고 말았을 때 책은 이미 내 몸을 관통하며 심한 진저리를 일으킨다. 책을 읽기 전의 상태로 돌아갈 수 없다. 책을 읽기 전에는 오이였지만 책을 읽고 나면 피클로 바뀐다. 책을 읽기 전의 상태로 돌아갈 수 없다. 독서는 그만큼 위험한 행위다.‘그의 책을 읽었다기보다 읽고 말았습니다. 읽고 만 이상, 거기에 그렇게 쓰여 있는 이상, 그 한 행이 아무래도 옳다고 밖에 생각되지 않은 이상, 그 문구가 하얀 표면에 반짝반짝 검게 빛나 보이고 만 이상, 그 말에 이끌려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사사키 아타루의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p35-36)』에 나오는 문장이다. 책은 멀쩡한 자아를 분열시키고 내 생각에 심한 생채기를 만든다. 문제없이 평온했던 세상이 갑자기 심한 문제 덩어리로 다가온다.우연히 읽은 책 한 권이 한 사람의 운명을 바꾼다. 책과 눈이 맞는 순간, 그 사람의 운명은 어디로 나아갈지 예측할수 없다. 책과 만난 우발적 마주침이 새로운 깨우침을 주고 가르침을 선물로 준다.‘난 별 기대 없이 읽었다. 무심코 첫 장을 읽다가 뇌의 전두엽에 불이 반짝 켜졌고, 몇 장을 더 읽으니 폐에 산소공급이 원활하지 못해졌고, 중간쯤 가서는 심장마비가 올 것 같아 책을 탁 덮어버렸다. 한마디로 내 지적 편력과 모험이조롱받아 마땅할 장엄한 충격이었다’박상륭의 『죽음의 한 연구』를 읽고 이산하 시인이 서평에서 쓴 글이다. 우리가 언제 이런 독서의 충격을 받아본 적이 있을까. 2017년 문체부 독서 통계에 따르면 우리니라 성인 10명 중에 4명은 1년에 책을 한 권도 안 읽는다고 한다. 책을 읽어야 지금 여기서 안주하는 삶이 부끄럽다는 걸 느낀다. 책은 나를 부끄럽게 만들어 지금과는 다른 삶으로 유도한다. 책을 읽어야 내 사고의 한계가 있음을 깨닫고 이전과 다른 삶을 살아가려고 노력한다.‘우리가 좋아서 읽는 이 책들은 현재의 책들이 아니라 미래의 책이다. 우리가 읽는 문장들은 미래의 우리에게 영향을 미친다. 그러니까 지금 읽는 이 문장이 당신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 아름다운 문장을 읽으면 당신은 어쩔 수 없이 아름다운 사람이 된다’김연수의 『우리가 보낸 순간, 시(p287)』에 나오는 말이다. 책에서 만난 인두 같은 한 문장이 한 사람의 생각을 송두리째 바꾼다. 문장에는 저자의 문제의식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그렇다면 인두 같은 한 문장을 만나 내 삶을 바꾸려면 어떻게 책을 읽어야 할까. 지식생태학자가 추천하는 8가지 독서법을 간단히 소개한다.우선 첫 번째 독서법은 복독(復讀)이다. 복독은 여러 권 읽기보다 여러 번 읽기다. 다음은 롤프 도벨리의 『불행피하기 기술(p250)』에 나오는 말이다. ‘두 번 읽기를 시행해보면 그 효력은 한 번 읽기의 두 배 정도로 그치지 않는다. 몇 배 더 큰 효력을 발휘한다. 나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한 열 배 정도의 효력이 있는 것 같다’두 번째 독서법은 습독(習讀)이다. 습독은 시간 내서 읽기보다 시간 날 때마다 읽는 독서법이다. 시간이 나면 책을 읽겠다는 사람은 시간이 나도 책을 읽지 않을 확률이 높다. 오히려 시간이 날 때마다 짬을 내서 책을 읽는 사람이 독서를 통해 많은 걸 배우는 사람이다.셋째 독서법은 정독(精讀)이다. 정독은 빨리 읽기보다 느리게 읽으면서 저자가 말하는 의도와 의미의 껍질을 깨고 파고 들어가 해석하는 독서법이다. 이하는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영국기행』에 나오는 말이다. ‘사람이 책을 읽으면서 자기가 읽는 대목의 의미를 알고 싶다면 오직 한 가지 방법밖에 없다. 단단하든 부드럽든 단어들의 껍질들을 깨고, 그 단어 속으로 들어가 그곳에 응축되어 있는 의미가 자신의 가슴속에서 폭발하게끔 해야 하는 것이다. 작가의 기술이란 인간의 정수를 알파벳 문자들에 압축해 넣는 마술, 바로 그것이다. 따라서 독자의 기술은 그 마술적 장치들을 열고 그 속에 갇혀 있는 뜨거운 불이나 부드러운 숨결을 느끼는 것이다’ 네 번째 독서법은 체독(體讀)이다. 체독은 눈(머리)으로 읽기보다 몸으로 읽는 독서법이다. 몸으로 읽는 독서는 우선 손으로 밑줄 치면서 읽고 밑줄 친 부분을 다시 타이핑해서 독서노트를 파일로 만들어 축적하는 독서법이다. ‘축적’이 ‘기적’을 낳는다! 눈으로 읽고 그냥 끝나면 기억에 남는 게 거의 없다. 아래는 우치다 다츠루의 『어떤 글이 살아남는가(p280)』에 나오는 말이다.‘신체화한다는 것은 논리가 아닙니다. (모국어로 된 고전을) 정말 싹쓸이 하듯 읽어나가는 것, 자신의 육체에 파고들어올 때까지 읽는 것입니다. 신체화한 정형은 강합니다. 위험하지만 강합니다’다섯 번째 독서법은 찰독(察讀)이다. 찰독은 책만 읽지 말고 삶을 읽는 독서법이다. 진짜 책은 삶이다. 삶을 읽으라는 이야기는 책을 읽고 삶에 적용하면서 어떤 점에서 무엇이 변화되고 있는지를 성찰하면서 읽어보라는 의미다. 기형도 시인의 시집, 『입 속의 검은 잎』 중 ‘우리 동네 목사님’ 이라는 시에는 ‘성경이 아니라 생활에 밑줄을 그어야 한다’ 는 대목이 나온다. 책 읽으면서 감동받은 문장에도 밑줄을 그어야 하지만 진짜 밑줄을 쳐야 될 곳은 책 읽고 변화된 삶이다.여섯 번째 독서법은 고독(苦讀)이다. 고독은 편한 책만 읽기보다 불편한 책을 읽는 독서법이다. 강민혁의 『자기배려의 책 읽기(p29)』에는 다음과 같은 문장이 나온다.‘읽을 수 있는 것을 읽을 때보다 읽을 수 없던 것을 읽게 되었을 때 우리는 진정으로 읽고 있는 것이다. 편하게 읽히는 책이라면 이미 읽은 글이거나, 이미 알고 있는 생각이어서 제게 새로움을 안겨주지 않는 글, 전혀 생각할 필요가 없는 글일 가능성이 클 거라고요. 생각할 필요가 없는 글이라면 지금 이렇게 나의 시간과 존재를 걸고 읽어야 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일곱 번째 독서법은 월독(越讀)이다. 월독은 경계 안에서만 읽기보다 경계 밖에서 읽는 독서법이다. HRD 전문가가 HRD 책만 읽으면 전문적인 문외한이 된다. 자기 분야를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는 시각이 단절된다. 전공과 관심 분야를 넘나들며 읽어야 전공의 틀에 갇히지 않고 새로운 인식이 생겨 기존 관심 분야를 다르게 볼 수 있는 안목이 생긴다.여덟 번째 독서법은 협독(協讀)이다. 혼자 읽기보다 여럿이 함께 읽으며 토론하는 독서법이다. ‘한 권의 책을 제대로 다 읽었다고 말할 수 있는 시점은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길 때가 아니라 독후감으로 주변 사람들과 소통이 끝나는 시점이다’ 강창래의 『책의 정신』에 나오는 말이다. 같은 책을 읽었어도 저자의 메시지를 해석하는 방식은 각양각색이다. 여럿이 읽고 토론하면 한 권을 여러 가지 방식으로 여러 번 읽은 효과가 난다.이렇게 책을 읽는 궁극적인 목적은 자기만의 책을 쓰기 위해서다. 독서의 완성은 책읽기가 아니라 책 쓰기다. 책을 쓰려면 자기만의 삶이 있어야 한다. 삶이 책으로 녹아드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의 책을 참고한다. 다양한 저서를 독서하면 자기 방식으로 저서를 어떻게 써야 될지 감이 온다. 많이 읽은 사람은 자기만의 스토리를 풀어낼 방법도 그만큼 다양하다. 읽어야 삶을 다르게 읽어낼 수 있고, 다르게 읽어낼 수 있어야 다르게 쓸 수 있다. 결국 쓰기는 읽기에서 시작된다. 유영만 교수지식생태학자로 명명되는 한양대학교 사범대학 교육공학과 교수.생태계에서 살아가는 수많은 생명체들의 생명원리를 각별한 관심으로 관찰해서 생존과 성장, 그리고 지식창조의 원리를 파헤치고 있다.그 가운데 축적된 철학과 가치는 수많은 공기업과 대기업, 언론과 방송 등에서 공유되고 있고, 2018년 『독서의 발견』, 『지식생태학: 생태학, 죽인 지식을 깨우다』, 『체인지(體仁智)』를 출간하며 지금까지 80여 권의 저서와 역서를 집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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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과적인 플립러닝은 어떻게 만드는가?
플립러닝의 효과를 높이기 위한 설계작업은 어떻게 이뤄져야 할까. 보통 플립러닝에서는 사전학습과 면대면 학습활동 간의 유기적 관계가 중시된다. 이 말은 사전학습내용을 활용하면 면대면에서 유의미한 학습활동이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플립러닝은 사전학습내용을 면대면 학습에서 활용하는 방식에 따라 크게 수렴형과 확산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전자는 면대면 학습에서의 문제해결이 주어진 사전학습자료와 팀원과의 협업을 통해 충족되는 경우이며, 후자는 학습자 스스로 더 많은 정보를 탐색하고 해석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경우를 의미한다. 결과를 통해 살펴보면 학습자 간의 차이를 면대면 학습을 통해 메꾸며 성취감도 안겨주는 것이 전자이고, 새로운 지식의 내면화와 통합으로 학습자의 성장을 가져오는 것이 후자라고 할 수 있다.효과적인 학습의 의미를 고려하면 다양한 관점에서 학습효과를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크게 ‘학습자가 정확한 답을 제시하거나 교육받은 기능을 효과적으로 재현하며 교수자가 요구하는 행동을 정확하게 보여주는 경우’와 ‘학습자가 직접 학습의 성과를 느끼는 경우’ 로 학습효과를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전자에서는 교수자가 요구하는 행동을 보여주기 위한 훈련으로 학습시간을 채워야 할 것이다. 반면 후자에서는 학습자들의 적극적 사고를 촉진하기 위한 토론, 협업, 문제해결식 학습 등으로 학습시간이 채워질 것이다. 후자야말로 플립러닝이 추구하는 학습효과다. 즉, 플립러닝에서는 학습자가 ‘학습의 주인’이 됨으로써 학습으로 인한 결과의 성격을 스스로 결정하게 된다. 이런 의미에서 플립러닝의 교수자는 효과적 학습에 대해 개방된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다. 아울러 학습의 효과는 새로운 전문가적 통찰력 획득, 효과적 문제해결능력 향상, 개인의 시야 확대, 자신만의 독특한 관점 형성 등으로 다양하다. 이를 위한 평가의 영역에서는 교수자의 심층적 판단력이 요구된다. 그렇다면 이토록 다면적이며 정의하기 어려운 플립러닝의 학습효과를 높이기 위해 어떤 설계방식이 필요할지 고민해봐야 한다.보통 플립러닝에서는 사전학습과 면대면 학습활동 간의 유기적 관계가 중시되지만, 교육담당자들에게 있어 이 말은 다소 공허하게 느껴질 것이다. 유기적 관계가 중요하다는 것은 사전학습내용을 활용하며 면대면에서 유의미한 학습활동을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것이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지 살펴봐야 한다.사전학습과 면대면 학습 간의 유기적 관계를 잘 설정하려면, 먼저 사전학습의 성격과 기능에 대해 생각할 필요가 있다. 사전학습의 성격에는 난이도와 접근성이 포함되며, 기능에는 사고의 확대와 실제적 적용이 해당한다. 이에 따라 필자는 다음과 같은 질문들을 던져볼 것을 제안한다. ‘사전학습만으로 면대면 학습의 과제 수행이 가능한가?’, ‘사전학습 자료의 숙지 외에 학습자가 스스로 탐색하고 분석 및 종합해야 하는 부분이 있는가?’, ‘학습자가 추가로 습득해야 할 정보의 접근성이 좋은가?’, ‘학습시간과 학습환경과 학습여건은 어떠한가?’의 네 가지다. 위의 질문들은 사전학습의 깊이와 난이도를 설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다음으로 플립러닝은 학습내용을 면대면 학습에서 활용하는 방식에 따라 수렴형과 확산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전자는 면대면 학습에서의 문제해결이 주어진 사전학습자료와 팀원과의 협업을 통해 충족되는 경우이며, 후자는 학습자 스스로 더 많은 정보를 탐색하고 해석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결과적으로 학습자 간의 차이를 면대면 학습을 통해 메꾸며 성취감을 안겨주는 것이 전자이며, 새로운 지식의 내면화와 통합으로 학습자의 성장을 가져오는 것이 후자다. 사전학습과 면대면 학습의 범위가 비교적 명확하게 설정되고, 분량이 학습자가 수용 가능한 정도이며, 난이도가 낮은 경우 교수자의 개입은 자연스럽게 줄어든다. 결과적으로 교수자는 퍼실리테이터 역할에 충실하면 된다. 이와는 다르게 종합적, 분석적, 창의적 발상이 많이 필요한 확산형 플립러닝에서는 교수자가 퍼실리테이터의 역할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자신의 전문가적 식견을 제시하고 학습의 방향을 제시해줘야 한다. 다시 말해, 플립러닝에서는 교수자의 개입을 최소화해서 학습의 안내자 역할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지만, 학습자들의 인지적 부담이 커지는 확산적 유형에서는 교수자가 학습의 맥을 짚어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 교수자가 문제해결의 과정을 알려주지는 않아도 방향을 암시해주고, 요구되는 사고방법을 적절하게 모델링한다면 학습자들의 전문성은 향상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교수자가 학습자들을 적극적으로 도와주지 않는다면 플립러닝은 학습자들이 혼돈 속에서 떠들다 가는 무의미한 학습으로 변모할 위험이 있다. 따라서 플립러닝을 효과적으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두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첫째, 사전학습의 난이도와 함께 사전학습내용이 면대면 학습활동의 과제에 적용되는 방식을 파악해야 한다. 둘째, 수렴형과 확산형으로 사전학습내용이 적용되는 방식에 따라 교수자들이 슬기롭게 역할을 바꿔나가야 한다. 이예경 교수서강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육공학전공 교수. 사회심리학 이론을 적용한 교수학습법, 비판적 사고력 개발을 위한 수업설계, 플립러닝 수업 등 지적 인간으로 성장하는 데 필요한 학습환경 설계에 대한 연구와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주요 논문으로 「Nurturing Critical Thinking for Implementation Beyond the Classroom」, 「학습자의 경험 분석을 통한 플립러닝의 재해석」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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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크 관점과 종업원의 역량
전략경영의 학술 분야와 실무 영역에서 공헌도가 높은 자원기반 관점은 희소하면서도 모방하기 쉽지 않은 자원과 능력을 갖춘 기업만이 지속 가능한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음을 말한다. 그렇다면 자원기반 관점에서 인적자원개발은 희소하면서도 모방하기 쉽지 않은 인적자원을 교육훈련으로 창출하는 데 있다고 보는 것이 적절하다. 이와 같은 목표에 부응하기위해 인적자원개발은 지식(Knowledge), 기술(Skills), 능력(Abilities), 그 밖의 개인적 특성(Other characteristics)까지 아우르는 넓은 범위에서 종업원의 역량을 측정하고 관리해 오고 있다. 그러나 예측불가능성이 다분한 4차 산업혁명시대에 해당 방식이 여전히 효과적인지는 반문해봐야 한다. 종업원의 역량강화는 KSAO의 범위 안에 머무르기보다는 대외적으로 확대돼야 인적자원개발의 전략적 위상과 효과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인적자원개발이 종업원 개인 단위의 역량강화에 주력해왔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렇지만 네트워크 관점은 개인 단위의 역량개발을 넘어 종업원이 맺고 있는 인간관계의 네트워크 구조에서 비롯되는 역량까지도 포괄해야 할 것을 제안한다. 네트워크 관점에서 바라보는 기업조직은 개인 단위의 개별적 고용계약으로 기업에 들어온 종업원들의 단순 합을 의미하는 공식적 조직이 아니다. 기업조직은 다수의 종업원이 자발적으로 형성한 인간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비공식적 조직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종업원의 역량은 개인 단위의 KSAO를 넘어 사회적 수준의 역량까지 포괄해서 이해해야 한다. 따라서 인적자원개발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종업원의 교육훈련과 역량개발에서 네트워크 관점이 어떻게 적용되고 활용될 수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종업원의 교육훈련 관점에서 볼 때, 기업조직 안에서 종업원들 간에 형성되어 있는 인간관계의 네트워크는 공식 교육훈련으로는 부족한 부분을 보충할 수 있는 비공식적 교육훈련의 장으로 기능한다. 종업원들은 공식 교육훈련을 통해서 직무에 필요한 지식을 확보하는 것을 넘어 동료 종업원과의 인간관계에서 업무수행에 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서로 주고받는다. 종업원들 간의 비공식적 인간관계 네트워크는 업무에 관한 지식과 정보가 원활하게 흘러 다닐 수 있는 중요한 통로가 되기 때문이다.특히 직무기술서 등으로 문서화하기 쉽지 않은 암묵적 지식은 종업원들 간에 형성된 긴밀한 인간관계 안에서 공유 및 발전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종업원들이 자발적으로 형성한 인간관계 네트워크는 ‘학습의 네트워크’로 작동하는 것이다. 따라서 기업에서 인적자원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실무자는 공식적 교육훈련의 설계와 관리에만 주력할 것이 아니라, 비공식적 네트워크 구조로부터 비롯되는 교육훈련의 프로세스에 대한 이해력을 높여야 한다. 이는 기업조직의 네트워크적 특성과 종업원의 역량개발 간의 관계를 이해하는 것은 인적자원개발 실무자에게 인적자원의 전략적 활용에 관한 통찰력을 제공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아울러 교육훈련 관점에서 인적자원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실무자에게 네트워크로 파악되는 기업의 비공식적 구조에 관한 올바른 이해는 필수다. 네트워크 관점에 대해 좋은 이해력을 갖춘 인적자원개발 실무자는 비공식적 구조에서 조직에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는 핵심 종업원을 파악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비공식적 인간관계가 취약한 팀이나 종업원을 파악해서 적절한 지원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인적자원 정책이 조직의 네트워크 구조의 특성을 적절히 반영하지 못했을 때, 비공식 구조상에서 기업에 기여도가 큰 핵심 종업원들의 스트레스, 직무소진, 이직의도 등이증가한다는 최근의 연구 결과는 인적자원개발의 교육훈련 부분에서 네트워크 관점이 중요함을 재차 강조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한편, 네트워크 관점은 종업원 역량개발의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종업원을 대상으로 하는 네트워크 관점의 연구는 비교적 일관적으로 종업원의 경력개발, 승진, 경력에 관한 만족도 등이 종업원의 네트워크 특성과 상관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 사내 인간관계 형성에 관한 종업원의 태도와 생각은 각자 다를 수 있지만, 분명한 사실은 적절한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기업조직에 관한 충성도가 높으며, 즉각적인 보상이 없다고 하더라도 동료를 돕는 행위를 더 많이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인적자원개발의 실무자는 종업원들로 하여금 회사 안에서 동료들과 적절하게 친분을 쌓을 수 있는 방향으로 인적자원 정책을 수립해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종업원의 승진이나 경력개발의 측면에 있어서 자신보다 높은 직급의 종업원과의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근래의 연구 결과가 있다. 그렇다면 이런결과를 참고해서 사내에서의 ‘멘토링 프로그램’을 활성화하면 종업원 역량 강화는 물론 소통의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이와 유사하게 ‘코칭 프로그램’ 또한 중간 관리자 이상의 종업원들에게 기업조직 내외에서 다양한 관계 형성은 물론 경력개발에 있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렇기에 기업조직은 가능하면 많은 종업원이 공평하게 이와 같은 프로그램에 참여할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 종업원들의 경력개발이 골고루 이뤄진다면 해당 기업조직의 역량이 증가하는 것은 자명하기 때문이다. 더욱 일반적인 수준에서는 종업원들 간의 비공식적 인간관계를 증진하는 방안으로 ‘사내동호회’의 활성화도 충분히 고려할 만하다. 다만, 이와 같은 비공식적 인간관계의 활성화 프로그램은 장점만큼이나 단점도 존재한다. 종업원 간의 비공식적 인간관계는 정치색이 입혀질 경우, 기업조직에 부정적으로 작용해서 발전에 큰 저해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정리하면 종업원의 역량강화에 있어 네트워크 관점이 만병통치약이 아님은 분명하다. 그러나 무한한 경쟁의 경영환경 속에서 경쟁력의 기반이 될 수 있는 인적자원의 개발과 육성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네트워크 관점은 지금까지 간과되었던 종업원의 사회적 역량에 주목해서 더욱 포괄적인 방식으로 종업원의 역량강화에 기여할 것은 분명하다. 네트워크 분석을 통해 조직의 비공식적 네트워크의 특성을 파악하는 시도를 경쟁 기업들보다 앞서서 착수할 수만 있다면 인적자원의 개발과 활용의 측면에서 모방하기 쉽지 않은 희귀한 자원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양대규 교수경희대학교 경영대학 경영학과 교수로 학부와 대학원에서 인적자원관리, 조직과 사회연결망, 거시조직이론, 전략경영론을 가르치고 있다.현재 한국인사조직학회, 한국인사관리학회, 한국인적자원개발학회의 이사로 활동 중이며, 사회연결망 관점을 기반으로 ‘종업원의 네트워크’, ‘기업 조직의 네트워크’ 등을 주제로 연구 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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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의 시대에 요구되는 성인교육과 평생학습사회
성인교육은 전 생애적 차원에서의 학습을 강조한다. 성인교육이 성인들의 학습을 위하여 계획적으로 설계된 활동이라고 할 때, 그 교육대상은 성인이며 주 내용은 성인의 교육과 학습이 된다. 예를 들어 다양한 학습장소와 학습상황에서 성인들을 어떻게 잘 교육할 것인가와 성인학습자들이 어떻게 잘 학습하도록 도움을 줄 것인가 하는 것이다. 성인교육은 성인학습자들을 잘 교육함으로써 개인의 지적 호기심이나 사회 및 경제적 이익의 획득을 충족시키고자 하며, 나아가 삶의 경험을 바탕으로 인간의 삶과 관련한 쟁점을 다룸으로써 민주시민 양성과 지역사회 발전도 함께 도모하고자 한다. 성인교육은 정해진 장소나 특정한 연령대에서만 학습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성인교육은 모든 연령대의 학습자들을 대상으로 하며, 학교나 일터 등 특정 장소만이 아닌 모든 곳에서 학습이 이뤄짐을 전제로 하고 있다. 흔히 이야기하는 지식과 기술의 급속한 발달은 나이와 관계없이 지속적인 학습이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특히 지금과 같이 과거에 비해 테크놀로지가 급격하게 발달하고 있고 조직변화가 빠른 시대에는 청소년기의 학생들보다도 오히려 성인들이 신기술 습득이나 조직변화에 대한 적응을 위해 더 많은 내용의 습득과 교육을 요구받고 있다. 이것은 지식과 기술의 즉각적인 학습이 미래를 위한 준비임과 동시에 현실에서 살아남아야 할 필수적 요소가 되었으며, 나아가 성인들의 삶 자체가 되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과 학습이 삶 자체가 되어가고 있는 현실은 이미 20세기 초에 나타난 성인교육의 기본 이념과 맥락을 같이 하고 있다.성인교육이 다루고 있는 내용이나 범위는 비교적 광범위하다. 경험학습이나 자기주도학습, 자기계발교육, 교육프로그램의 설계 등 성인들의 학습방법이나 교수학습전략을 다루거나, 성인교육 행정이나 정책 및 지역사회와 연계한 실천 등을 다루기도 하며, 최근에는 테크놀로지의 발달에 따라 온라인 교육 등 정보전달 방법과 체계가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한편, 성인학습자의 능력개발이나 평생학습이 어디에서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가에 대한 고민 역시 중요하다. 이것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성인교육이 국가적·사회적 이슈로 인식됨으로써 좀 더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활동을 보여 왔으며, 국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한 정책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성인교육 또는 평생학습은 어디서 어떻게 이루어지는가.우리나라의 경우 성인교육은 주로 대학, 지역사회, 기업에서 이뤄져 왔다. 대학에서의 성인교육은 부설 평생교육원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성인학습자를 대상으로 하는 평생교육원은 주로 비학위과정이긴 하지만, 평생교육 관련 과목을 일정 학점 이상 이수할 경우 평생교육사 자격을 부여하기도 한다. 그러나 최근에 성인교육에 있어서 대학의 역할이 중요시되고 성인학습자가 증가하기 시작하면서 대학에서의 성인교육이 중요한 문제로 여겨지기 시작했다. 정부에서도 고등교육에서의 평생교육 진흥을 위해 기존의 시스템을 재구조화하고자 했으며, 이에 따라 관련 정책을 최근 적극적으로 추진해 오고 있다. 현재 대학의 평생교육체제 지원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추진되고 있는 대학에서의 평생학습진흥사업은 많은 대학의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성인교육, 또는 평생교육이 많은 조명을 받게 되면서 성인교육과 HRD와의 관계에 대한 논의도 한동안 큰 쟁점이 되었었다. 성인교육은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HRD는 기업이라는 하나의 조직 내에서 발생하지만, 기업 내에서의 교육과 훈련이 생산성과 성과를 주로 강조함으로써 근로자들의 삶이나 일에 대한 의미를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되어 왔다. 특히 학습을 중요시해서 학습자의 성장과 발달을 중시하는 성인교육과 조직의 성과를 강조하는 HRD를 비교하면서 상호 간의 차별성도 논쟁의 대상이 되어 왔다. 이와 같은 움직임은 ‘성인교육과 HRD가 경쟁자인가 협력자인가?’라는 본질적 질문을 제기했다. 평생학습이 궁극적으로 이루어지는 곳은 지역사회다. 실제로 지역사회에서의 성인교육은 오랫동안 이루어져 왔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의 지역사회 성인교육은 한동안 체계적인 틀을 갖추지 못했다. 다만 지난 1990년대 중반부터 국가적 차원에서 평생교육을 정책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했고, 이후 국가의 평생교육을 전담 및 지원하기 위해서 평생교육전담지원기구를 발족시켰다. 이에 따라 국가 수준의 평생교육센터, 시·도 수준의 지역평생교육정보센터, 그리고 시· 군·구 지역에 평생학습관을 설치해서 운영하고 있다.성인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는 기관과 장소 못지않게 중요하게 인식되는 것이 성인학습자의 역량개발이다. 역량이라는 말은 지난 수십 년 동안 학교교육과 기업교육에서 회자되어 왔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기업에서는 이미 1980년대부터, 그리고 교육에서는 2000년대 초부터 생애역량이라는 이름으로 청소년, 대학생, 성인들의 역량에 대한 많은 토론이 이루어져 왔다. 그런데도 성인학습자의 역량에 대한 논의는 여전히 부족한 상태이며, HRD 역시 기업교육적 관점에서만 성인들의 역량을 논의하고 있다. 그러면 평생학습사회, 특히 지금과 같이 4차 산업혁명시대의 초연결사회에서 성인학습자들에게 필요한 역량은 무엇인가.우리나라는 현재 과학기술이 가져올 미래사회의 변혁과 4차 산업혁명시대에 대한 관심이 다른 나라에 비해 무척 뜨겁다. AI나 빅데이터 등 새로운 산업혁명에 대응하고자 제시되는 다양한 의견들이 담론을 지배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변화의 시대에 대응해 성인교육은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며, 또 어떠한 모습을 갖추어야 할 것인지에 관한 고민이 진지하게 이뤄져야 할 필요가 있다. 고장완 교수성균관대학교 사범대학 교육학과 교수로 한국성인계속교육학회 회장이기도 하다. 교육부 고등교육 정책자문위원, 성균관대 대학교육효과성센터장 및 교육개발센터장 등을 역임했다. 대학교육론, 교육인포매틱스, 고등교육정책분석 등을 중심으로 심도 깊은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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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같이하는 학습’이 해결책이다!
교수자가 학습내용을 전개할 때 가장 적합한 전략은 무엇일까. 메릴의 내용요소 전시이론에 따르면 학습자들에게 학습내용이 오래도록 기억되게 하려면 참여와 복습 과정을 꼭 시행해야 한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내용·원리·개념·절차를 설명하고, 다음으로 사례를 제시하며, 직접 연습하게 하고, 연습한 내용을 평가하고 피드백을 하는 4단계를 거쳤을 때 학습한 내용이 단기기억장치에서 유실되지 않고 장기기억장치로 들어가서 유용한 정보가 된다. 그런데 많은 학습에서 내용을 설명·제시하는 단계에서 그치는 경우를 종종 살펴볼 수 있다. 교수자들은 언급한 4단계를 모두 거치는 참여식 방법을 실시했을 경우 평생학습시대에 걸맞은 효과적 학습이 이뤄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평생학습의 효과를 좌우하는 것은 교육 프로그램의 질과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교수자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경중을 따져보면 프로그램의 질보다 해당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교수자의 역량이 핵심이다. 아무리 프로그램이 좋다고 하더라도 결국 그 프로그램의 효과는 학습장에서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교수자의 교수법에 따라서 프로그램의 효과가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평생학습을 이뤄내기 위해 성인교수법을 살펴봐야 하는 이유다.평생학습은 대상이 성인이기 때문에 성인학습자의 특성을 이해해서 맞춤형으로 학습을 진행해야 한다. 그렇지만 지금까지는 많은 학습에서 학생들 대상의 교수법이 보편화되어 있었다. 그러나 성인들은 학생들과 다른 학습심리와 환경을 갖고 있다. 그렇기에 학교교육의 교수법을 성인들에게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위험하다. 그 관점에서 학교교육과 성인교육을 철저하게 비교 및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먼저 정의를 살펴보면 학교교육은 어린이를 가르치기 위해 필요한 기술과 학문이지만, 성인교육은 성인들이 배우는 것을 도와주기 위한 기술과 학문이다. 또 교수-학습활동 측면에서 학교교육은 ‘가르치는 것(teaching)’이 주 활동이지만, 성인교육은 ‘학습하는 것(learning)’이 핵심이다. 그런가 하면 학교교육에서는 학습자를 학생이나 교육생으로 부르지만, 성인교육에서는 학습자라는 호칭이 일반적이다. 아울러 교수자의 경우 학교교육에서는 선생님 혹은 강사로 부르지만, 성인교육에서는 학습을 도와주는 지원자 혹은 조력자(facilitator)라고 한다. 이를 통해 파악할 수 있는 특징은 학교교육은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의 관계가 수직적이지만 성인교육에서는 수평적이라는 점이다.아울러 성인들은 한 기관에 근무하더라도 각자의 배경, 사람과 일을 대하는 태도, 사물과 사건을 보는 관점이 판이하다. 그렇기에 교수자가 강의하는 것을 받아들이는 방식도 각각 다르다. 실제로 성인들은 교수자가 제공하는 지식이나 아이디어를 그대로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는다. 그들의머리는 강의장에 들어오기 전부터 이미 온갖 지식과 경험들로 꽉 차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수자는 성인학습자들이 그들의 머릿속에 들어있는 지식, 경험, 관점 등을 학습목적에 맞게 스스로 재조직하도록 도와야 끊임없는 평생학습이 이뤄질 수 있다.성인 발달 연구에 따르면 성인의 학습 과업 수행능력은 연령이 증가할수록 감소한다. 그러나 지능은 다르다. 인간에게는 유동성 지능과 결정성 지능이 있는데, 기억력이나 암기력 등의 유동성 지능은 나이가 들면 감소하지만, 이해력의 결정성 지능은 잘 발달시키면 감소하지 않고 계속 증가한다. 그러므로 성인들은 나이가 들어도 충분히 결정성 지능으로 학습이 가능하다. 이런 맥락에서 성인교육의 특성과 원리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첫째, 성인들은 학습 필요성에 민감하다. 그들은 배움으로써 얻는 이로운 점에 관심이 있기 때문에 성인교육에서는 삶과 관련된 가치를 강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둘째, 성인들은 자율적 학습 욕구가 있다. 발달심리학적으로 볼 때 사람은 유소년기에는 의존적이다가, 나이가 들면서 점차 자율적으로 변한다. 따라서 성인교육에서는 성인들의 내면에 있는 자율성을 자극할 수 있어야 한다.셋째, 성인들은 준비성과 동기부여가 제각각이다. 경제적 이익을 위해 학습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학습자들과의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데 흥미를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 또한 앎에 대한 동기로 학습에 참여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와 같은 성인들의 특성을 이해해야 효과적인 교육이 이뤄질 수 있다.넷째, 성인들은 실생활에 익숙한 소재로 이루어진 교육에 관심이 많다. 예컨대 직장인, 배우자, 부모 등의 역할과 관련된 주제나 소재들이 성인교육에서는 효과적이다.다섯째, 성인들은 현장을 지향하는 학습을 선호한다. 이는 아동 중심의 학교교육에서 강조되는 교과 중심 교육에 대치되는 것이다. 성인교육은 실생활 혹은 직장에서 즉시 적용될 수 있는 내용을 중심으로 구성 및 시행돼야 할 것이다.여섯째, 성인들은 내재적 동기에 영향을 받는다. 성인들은 외재적 동기에 의해서 움직이기도 하지만, 더 근본적인 동기의 원천으로 자아존중 욕구, 책임 의식, 권한, 성취욕 등도 있다. 따라서 성인교육에서는 이러한 내재적 동기화를 더욱 유념할 필요가 있다. 김종표 교수백석대학교 사범학부 교수이자 학과장. 대학원의 평생교육·HRD학과를 개설했다.평생교육·HRD연구소 소장 겸 서울평생교육원 원장이기도 하다. 평생교육·HRD 관련 학회 및 협회에서 활동 중이며, 국가평생교육진흥원 이사와 한국평생교육총연합회 제12대 회장을 역임했다. 주요 저서로는 『평생교육방법론(2016, 양서원)』, 『NCS기반 교수법(2016, 양서원)』, 『실전명강의 교수법(2010, 양서원)』, 『기업교육론(2006, 양서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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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적 HRD, 왜 어려운가?
초지능과 초연결의 4차 산업혁명시대에 대응하여 사업모델, 프로세스, 일하는 방식 등 기업경영 전반에 걸쳐 디지털 변혁이 요구되고 있다. 아울러 저성장 고착,노동시장 변화, 글로벌 경쟁 심화 등 어려운 여건을 슬기롭게 헤쳐 나가기 위해서 역량, 가치관, 조직활력 등을 책임진 HRD의 전략적 역할이 크게 강조되고 있다. 전략적 HRD! 간략히 정의하면 ‘임직원들에게 실제 도움이 되는 교육으로 경영성과 창출에 크게 기여하여 CEO의 진정한 사업 파트너가 되는 HRD’다. 어찌 보면 HRD의 본연의 미션이자 소명이기도 하다. 국내기업들이 오랫동안 전략적 HRD를 표방해 왔지만 일부 모범기업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미흡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모두가 전략적 HRD의 중요성을 공감하는데 왜 구현이 어려운 것일까? 미흡한 원인들을 명확히 규명해야 실제 대책을 마련할 수 있으므로 본회에서는 이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하고자 한다. 먼저, HRDer들의 과정 설계 및 콘텐츠 개발 역량 미흡을 짚어보려 한다. 허름한 식당도 맛이 뛰어나면 손님들이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찾아오며, 만원(滿員)이면 기꺼이 기다리는 불편함도 감수한다. 식당은 맛의 경쟁이고, 교육은 콘텐츠 싸움이다. HRD 부서는 임직원들이 타이트한 일정 속에서도 받고 싶은 교육을 과연 얼마나 제공해 왔는지 자문해보라. 회사 비전과 경영목표 달성을 위해 필요한 교육 니즈를 정확히 도출하여 과정을 설계하고 학습효과가 높은 콘텐츠를 개발할 수 있는 역량이 기업교육의 중추(backbone)다. 하지만 이러한 역량은 확보하기가 매우 어렵다. 하나의 명품과정이 탄생되려면 전문성과 연출역량을 갖춘 HRDer가 사내부서와 외부 전문가들을 리드하며, 함께 콘텐츠 개발에 정성을 쏟아부어야만 한다. 즉 PD와 같은 HRDer가 필요하다. 그런데 현실은 어떠한가. 잦은 보직변경과 자긍심 부족 등 여러 요인으로 PD 수준의 내공을 갖춘 HRDer 육성이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외부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교육이 되고 HRDer들은 교육진행과 행사준비 등 행정에 치중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위대함이란 축적에서 나오는 법이다. HRD 부서에 교육적 내공이 축적될 수 있도록 회사 차원의 확고한 방침과 치열한 노력이 필요하다. 외부과정과 경쟁해도 능히 이길 수 있는 명품과정 개발 역량이 HRD 위상을 높이는 가장 든든한 자산임을 명심해야 한다.둘째, CEO의 스폰서십 부족을 조명하려 한다. 인재육성의 중요성을 강조하지 않는 CEO는 없다. 관건은 솔선수범이다. HRD 부서와 진지하게 고민하며 HRD를 성과창출에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CEO보다는 바쁘다는 핑계로 HRD에 일임하고 본인은 어쩌다 교육행사에 참가하는 CEO들이 훨씬 많은 편이다. 이런 회사들간 인재 수준의 차이는 클 수밖에 없다. 또한 CEO가 퇴임을 앞두거나 마땅한 자리가 없는 임원들을 HRD 수장으로 임명하는 우를 종종 범하는데, 이는 HRD의 위상 추락과 사기 저하의 결정적인 요인이다. 잭 웰치는 GE회장 시절, 아무리 바빠도 매달 두 번은 반드시 크로톤빌 연수원에 방문, 직접 강의를 하거나 교육에 참가한 핵심인재들과 깊은 대화를 나누며 교육현장에서 경영 솔루션을 찾아냈다 이러한 선순환 교육으로 크로톤빌 연수원을 기업 연수원의 롤모델로 만들었다. CEO의 HRD 스폰서십이 강한 회사들은 공통적으로 몰입도가 높고, 조직 활력이 넘쳐 자연스럽게 경영성과와 위기대응력이 뛰어나게 된다는 사실을 CEO들이 깊이 인식해야 한다. 셋째, HRD 부서가 전통적인 T &D (Training & Development)에 집중하는 관행도 살펴봐야 한다. 70:20:10(일:관계:교육훈련)의 인재육성 모델을 보면 집합교육과 이러닝 같은 전통교육보다 CDP, 도전과제, 코칭, 멘토링, 액션러닝, CoP 등 일과 관계를 통한 학습들이 더 효과적이다. 그러나 교육훈련 비중이 10이라고 해서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교육훈련이 없는 기업을 상상해보라. 당장은 몰라도 머지않아 큰 낭패를 볼 것이다. 몸이 건강하려면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해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최신 디지털기술로 인해 교육 공간, 시간, 방법들이 획기적으로 바뀌고, 현장의 학습 니즈가 다양해지고 주기도 짧아졌다. 전통적인 T&D의 한계가 분명해졌고 현장에서의 다양한 인포멀교육이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 이런 여건에서 한적한 시골 연수원에 익숙해 연수센터의 하드(hard) 플랫폼을 고집하면 필패다. 시대변화에 맞게 HRD 철학, 역할, 운영방식의 과감한 변신이 필요하다. 아울러 HRM과 HRD를 구분해온 전통적인 조직운영도 재고해야 한다. 인재육성을 통한 성과 극대화가 궁극의 목표이므로 이에 초점을 맞추어 70+20+10의 합이 100을 크게 상회하는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지혜로운 HR 운영이 필요하다.마지막으로 경영성과에 대한 HRD의 기여도 측정이 어렵다는 점을 주지해야 한다. 측정할 수 없으면 개선할 수 없다고 하지 않는가. 대부분의 HRD 부서들이 KPI로 교육만족도 또는 교육실적 등을 활용하고 있다. 사실 교육실적은 수단 측정이므로 KPI라고 할 수도 없고, 수료 시점의 교육만족도로는 교육에서 배운 것들이 현업에 활용되어 성과 창출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알 수 없다. 물론 HRD는 보강과 예방 중심의 한의학과 비슷해 성과 측정이 어려운 게 사실이다. 하지만 전략적 HRD 구현을 위해서는 의미 있는 성과 측정이 꼭 필요한 만큼 교육만족도에 안주하지 말고, 학습 이해도와 현업 적용도를 넘어 경영성과 기여도까지 측정할 수 있어야 한다. 빅데이터와 AI 등의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요즘과 같이 세상의 패러다임이 크게 바뀔 때가 기업에게 위기이자 기회이다. 이는 시대의 흐름을 꿰뚫어 보고 미래를 선제적으로 준비하며 회사를 리드할 수 있는 인재가 더욱 절실해진 이유기도 하다. 실로 격변의 시대를 도약의 기회로 만들려면 전략적 HRD의 구현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임을 강조하며, 다음 호에서 구체적인 방안을 들여다보고자 한다.윤동준 포스코에너지 자문역'83년 포스코에 입사해 HRM/HRD 분야에서 두루 경력을 쌓았으며, 임원 승진 후 인사실장, 인재개발원장 외 혁신, 전략, 재무, 홍보, 대외협력 등 다양한 분야를 두루 경험하면서 포스코건설 부사장, 포스코 대표이사 부사장, 포스코에너지 사장을 역임했다. 현재는 포스코에너지 자문역이자 월간 인사관리 자문, 코칭경영원 협력코치로도 활동 중이며 피플 사랑을 모토로 사람중심 경영 전파에 적극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