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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대상이나 그룹을 지지하는 이유는?
‘사람을 바꿀 수 있는가?’ ‘바꿀 수 있다면 어떻게 사람을 바꿀 것인 가.’ ‘남편, 아내, 자식, 조직 구성원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가.’ 위 질문들에 대해 대부분 회의적인 반응을 보일 것이다. 하지만 인지부조화 이론을 통해 사람을 바꾸는 방법을 살펴볼 수 있다.이러한 인지부조화(認知不調和, cognitive dissonance)는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리언 페스팅어(Leon Festinger)가 1950년대에 발표한 책 『인지적 부조화 이론』을 통해 소개한 용어로 그 내용은 HR 관계자가 주목할 만하다.인지부조화는 두 가지 모순된 요소 즉, 태도와 태도, 태도와 행동의 모순을 인지했을 때 그 모순은 심리적 긴장 상태를 만들기 때문에 이 긴장을 해소하고자 둘중 더욱 지지하는 행동을 고수한다는 의미로 풀어낼수 있다.인지부조화 이론에서 강조하는 부분은 태도보다 행동이 먼저라는 것이다. 태도에 일치하도록 행동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행동을 하면 태도가 변한다. 행동하게 하면 그 행동이 지지하는 것이 된다. 자발적인 행동이든 비자발적인 행동이든 내가 다른 사람의 눈에 드러 나게끔 행동을 한 경우 그 행동이 나의 태도를 바꾸게 된다.이를테면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담배가 몸에 해롭다고 생각하지만 담배를 끊지 못하고 계속 피운다. 왜그럴까. 담배를 피우는 행동을 했기 때문에 이 행동을더 지지하게 되는 것이다. 생각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인지부조화가 있지만, 나의 행동에 맞추어 태도를 바꾸기 때문이다. 따라서 담배를 피워도 오래 사는 사람은 오래 산다며 태도를 바꿔서 담배 피우는 행동을 계속하게 된다.인지부조화가 발생하면 자기합리화나 감정전이 행동도 발동한다. 가령 12월 7일에 종말이 온다고 난리 법석을 떨었는데 그날 종말이 오지 않을 경우, 인지부조화가 발생 하고 그에 대해 우리가 기도를 열심히 해서 멸망을 피해갔 다고 자위하는 것이 자기합리화이다.명백히 잘못을 저지른 정치인, 종교인, 연예인에 대한 무분 별한 지지는 인지부조화 이론의 좋은 사례다. 오히려 어떤 경우에는 인지부조화 상태를 조장하여 사실을 왜곡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특정 정치인, 종교인, 연예인에 대하여 내가 강력한 지지 행동을 했을 경우 지지한 사람이 내가 생각 했던 태도와 행동을 하지 않으면 인지부조화가 발생한다. 이때 인지부조화를 이루고 있는 상태에서 지지 행동을 할만한 아주 작은 근거라도 만들어 주면 그것이 거짓일지라도 지지하는 행동이 강화되게 된다.인지부조화가 인간에게 해를 끼칠 수 있는 영역은 상당히 많다. 특히 종교적으로 가면 더 그렇다. 인지부조화로 인해 사이비 종교를 맹목적으로 믿는 경우, 돈을 따기 어렵다는 것을 예상하면서도 계속해서 도박에 매달리는 상황, 맹목 적으로 지지하는 정치인, 종교인, 연예인이 나오는 경우도 여기에 해당된다. 내가 한 행동들 때문에 나의 태도를 바꾸어 탈출하지 못하고 지속적으로 나쁜 행동들을 반복하게 된다. 이렇게 되기 때문에 내가 한 행동이 나의 태도를 바꾸게 된다. 행동이 태도를 만든다는 것이다.반대의 경우도 있다. 인지부조화를 통하여 긍정적인 태도로 변화시킬 수도 있다. 예를 들면 내가 싫어하는 사람 또는 존경하지 않는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남들 시선 때문에 겉으로 그 사람에게 인사하거나 좋게 표현하는 행동을 할경우 인지부조화가 발생한다. 왜냐하면 내가 그 사람을 싫어하고 존경하지도 않은데 겉으로 인사를 하고 좋아한다는 표현을 했기 때문에 내적인 갈등이 발생한다. 이러한 행동을 지속하게 되면 인지부조화 때문에 싫어하는 사람에 대하여 긍정적인 태도로 바뀌게 된다는 이론이다. 이 또한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이 그 사람의 태도를 바꾸게 하는 사례다.즐거워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다 보면 즐거워진다. 슬퍼서 우는 것이 아니라 울다 보면 슬퍼진다. 행복해서 행복한 것이 아니라 행복한 행동을 하다 보면 행복해진다. 감사하는행동을 하면 감사하는 마음이 생긴다. 어떤 행동을 일관되게 반복하면 그 사람의 태도가 바뀐다고 보는 이론이다. 특정 종교에 대하여 나쁜 이미지나 태도를 가지고 있는 학자 에게 해당 종교에 대한 좋은 이미지나 좋은 측면의 글을 써달라고 하여 그 글을 쓰게 하면 그 사람은 그 종교에 대해 좋은 태도로 바뀔 수 있다. 태도를 바꾸기 위해서 행동을 유도하는 것이다.사람들은 어떤 결정을 할 때 마음속으로 생각만 하거나 분명한 행동을 하지 않는 경우 또는 내가 직접 참여하지 않은 경우에는 태도 변화가 잘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자발적 이든 비자발적이든 자신이 일단 행동을 한 경우에는 자신이 주체가 되어 벌인 행동을 물릴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인지부조화 된 상태의 불쾌감을 해소하기 위해 상대 적으로 바꾸기 쉬운 마음이나 태도를 바꾸게 된다. 특히, 자신감 있게 생각하고 있던 태도가 확고할수록 인지부조화로 경험되는 심리적 불편감이 커서 태도 변화가 일어날 확률도 커진다.부정적인 태도를 변화시키기 위한 좋은 방법은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부분에 대하여 직접 참여시켜 긍정적인 행동을 하도록 해서 태도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그런데 부정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긍정적인 행동으로 참여시키기는 매우 어렵다. 그래서 억지로 참여시키거나 상대방에게 부탁을 하거나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윤옥한 교수국민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대림산업 인력개발팀장과 하이컨설팅 대표로 풍부한 경험을 축적한 HRD 전문가로 다양한 공공 기관과 민간기업에 HRD 컨설팅 및 프로그램을 설계했다. 저서로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한 인생 설계와 직업진로 탐색』, 『삶은 교육학 개론』, 『평생교육 프로그램 개발론-이론과 실제』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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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크 관점과 리더십
한 기업의 성공 원인을 규명하는 데 있어 리더십보다 강렬한 것은 없다. 스티브 잡스, 마크 저커버그, 일론 머스크, 손정의, 마윈 등이 대표적이다. 사람들은 성공적인 기업 뒤에는 강력한 리더십을 겸비하고 있는 최고 의사결정권자들의 역할이 컸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있다. 유사한 방식으로 기업의 실패에 관해서도 리더십은 가장 손쉬운 원인 규명으로 작동한다. 기업의 실패를 안고 역사의 뒤안길로 퇴장 시키기에도 리더는 대단히 간편한 희생양 이다. 이처럼 경영 이론과 실무 분야를 통틀어 가장 인기 있는 주제가 리더십이라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시류를 따르기 좋아하는 이들은 뛰어난 리더 한 사람의 이름을 딴 리더십을 제시하기를 즐기기에그 이름의 수만큼 다양한 리더십이 거론 되곤 한다. 그러나 학계와 실무에서 개념 적으로 다듬어진 리더십도 사람의 이름에서 따온 리더십만큼이나 무척 다양하다.네트워크 관점에서 바라보는 리더십은 본질적으로 인간관계의 기반 위에 서 있다는 점을 강조하지 않을 수없다. 네트워크 관점은 기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주된 동력원으로의 리더를 두 가지로 파악한다. 공식적인 권한을 부여받아 리더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공식적 리더와 조직의 비공식적 인간관계의 구조 속에서 부상해서 리더의 자리를 차지하는 비공식적 리더다.공식적 리더는 조직의 안팎으로부터 네트워크 관점에 관한 올바른 이해를 겸비하게 함으로써 단순한 직위와 직함을 넘어서는 진정한 리더로 성장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기업에서는 공식적인 권한을 부여하는 리더가 팔로워들에게도 진정한 리더로 인정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동시에 기업의 비공식적 인간관계로부터 자생하여 부상하는 비공식적 리더를 정확하게 파악해서 그들에게 공식적인 권한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조직을 재설계하는 것 또한 네트워크 관점이 강조하는 바람직한 기업경영이다. 즉, 조직 구성원이 자발적인 인간관계로부터 등장하는 비공식적 리더를 파악하는 데 부단히 노력함으로써 공식적인 직함에도 걸맞은 리더를 길러내는 것이야말로 효과적인 인적자원관리다.공식적 리더의 리더십은 본질적으로 팔로워십에 관한 적절한 이해에서 시작한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다시 말해, 인간관계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파악하는 것은 리더십을 발휘하게 하기 위한 필수 요건이라 할 수 있다. 리더십이 성공적으로 발휘되게 하는 데는 따로 정해진 공식이 없으며, 각 기업 안에만 존재하는 특유의 인간관계에 관한 올바른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 그래서 자신이 몸을 담고 있는 조직에 존재하는 인간관계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리더는 기계적이고 단순한 관리자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정리하면 공식적 리더가 진정한 리더로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네트워크 관점에 관한 올바른 이해가 필수적이다.네트워크 관점에 관한 올바른 이해는 자기 조직 구성원 수준에서의 인간관계 네트워크는 물론, 자기 조직 수준의 기업 간 네트워크 특성으로부터 확보 가능한 기회와 제약에 관한 올바른 이해를 갖추는 것이다. 이를 위해 기업의 인적 자원개발 과정에는 공식적 리더 후보자들을 위한 네트워크 관점 교육과정이 포함될 필요가 있다.물론 공식적 리더가 스스로 네트워크 관점에 관한 자신의 지식과 능력을 함양하는 데 노력해야 할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공식적 리더에게 요구되는 가장 중요한 능력은 자신이 속한 기업 내에 존재하는 인간관계의 연결망 구조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능력을 기르는 데에서 시작한다. 공식적 구조 뒤에 숨어 있는 비공식적 구조에 관한 올바른 파악이 없이는 공식적 리더는 적절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없다.진정한 리더로 인정받기 위해 공식적 리더는 조직 안의 인간관계에 민감해야 하며, 관계의 연결망에서 누가 어떤 연결적 특성을 갖추고 있는지 정확하게 파악하는 데 전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 공식적 리더는 자기 주변 사람들과 인간관계를 적절하게 형성해 나가는 네트워킹에도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리더로서 성공적인 네트워킹을 수행하는 과정에서는 진정성이 수반돼야 함은 따로 언급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구성원들을 자신을 위해 존재하는 도구로 바라 보는 리더에게 진정성 있는 관계 형성을 허락할 팔로워가 있을 리 만무하지 않겠는가.비공식적 리더는 기업 경영에서 네트워크 관점이 전략적으로 기능하게 하는 바로 그 자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기업을 구성하고 있는 중요한 인적자원들의 인간관계 속에서 부상하는 비공식적 리더를 제대로 파악해서 공식적 권한을 적절하게 부여하는 것이야말로 인적자원개발에서 네트워크 관점이 가장 올바르게 기능하는 것이다. 기업 으로서는 공식적 권한을 부여하여 리더로 세워 놓은 사람 들이 인간관계의 연결망 상에서 비공식적 리더의 자리까지 차지하고 있는 것이 가장 바람직할 것이다. 네트워크 특성과 리더십 간의 영향력 관계를 조사한 기존의 연구들은 대부분 공식적 리더가 비공식적 네트워크에서도 중심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경우 자신이 이끄는 조직의 생산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었다는 점을 일관되게 보고하고 있다는 사실은 주목할 가치가 있다. 특별히 비공식적인 인간관계에서 중심성이 높은 팀 리더일수록 팀원들로부터 카리스마를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해당 연구는 비공식적 인간 관계가 능력 있는 리더의 선결 요건임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비공식적 리더는 기업 특유의 인간관계의 컨텍스트 안에서 자생하는 종류라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해당 기업 안에 서만 존재하는 기업 특유의 리더 자원으로 볼 수 있을 것이 다. 그래서 기업은 네트워크 관점을 기반으로 하여 비공식적 리더가 창출되는 일련의 과정에 관한 올바른 연구와 분석을 수행해서 비공식적 리더를 배출할 수 있는 기업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이 같은 분석의 과정에는 단순히 기능 적으로 분석을 수행하기보다는 자기 조직이 지나온 연혁은 물론 조직에서 자생하거나 부양하고자 시도했던 조직문화를 아우르는 포괄적인 접근법이 필요할 것이다. 특별히 기업의 성패를 결정짓는 데 일조하는 위력 있는 리더를 장착 하거나 배출하는 과정은 필수적으로 공식적 리더가 비공식적 리더와 일치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기업을 성공으로 이끄는 리더십은 그에 걸맞은 특성에 관한 부단한 연구의 조력 없이는 불가능할 것이며, 그 조력은 네트워크 관점을 십분 흡수한 인적자원의 개발 및 관리로부터 비롯될 것이다.양대규 교수경희대학교 경영대학 경영학과 교수로 학부와 대학원에서 인적자원관리, 조직과 사회연결망, 거시조직이론, 전략경영론을 가르치고 있다.현재 한국인사조직학회, 한국인사관리학회, 한국인적자원개발학회의 이사로 활동 중이며, 사회연결망 관점을 기반으로 ‘종업원의 네트워크’, ‘기업 조직의 네트워크’ 등을 주제로 연구 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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긱 근로자(gig worker)의 출현은 경력관리를 어떻게 변화시킬까?
긱(gig) 근로자 혹은 긱 이코노미(gig economy)라는 신조어는 이제 서구 경제 권에서 흔히 사용되고 있다. 실제 우버 근로자로 대표되는 프리랜서 경제가 확대되 면서 독립형 근로자들의 규모는 지속해서 확대되고 있다.다양한 온라인 플랫폼이 증가하면서 사람 들은 혼자 할 수 있는 일거리를 구하기가 쉬워졌다. 아울러 4차 산업혁명시대 미래 직업의 불안정성이나 밀레니얼세대의 독립적 성향도 독립형 근로자들의 증가에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는 기업에 기존 사다리형 인적자원관리 방식을 넘는 더욱 유연하고 획기적인 형태의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필자는 다양한 사례를 바탕 으로 조직이 지향해야 하는 구성원 관리 방향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긱 근로자를 떠올리면 다음과 같은 질문들을 제기해볼 수 있다. ‘긱 근로자는 왜 전통적인 기업의 범주에서 탈출하여 프리랜서가 되었을까?’, ‘이들은 취업에 실패하여 개인 사업자가 될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인 가?’, ‘이들은 근로자인가 혹은 개인사업자인가?’.많은 의문에도 불구하고 주목할 점은 이들의 비중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경우 긱 근로 자의 비중은 2017년 기준 전체 근로자의 16%에 이른 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전체 긱 근로자 중 차량공유에 종사하는 근로자는 약 9%, 에어비앤비와 같은 주택공유가 5%, 음식배달이 4%에 이른다. 나머지 80% 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리랜서들이다. 긱 근로자를 위한 다양한 플랫폼이 개발되면서 우버(Uber), 리프트(Lyft), 에어비앤비(Airbnb), 태스크 래빗(Task Rabbit), 클로셋 콜렉티브(Closet Collective) 같은 앱이 긱 근로자의 프리랜싱을 촉진하고 있다.최근 경향은 우버와 에어비앤비 같은 자산공유형 긱근로 외에 역량공유형 긱 근로자가 증가한다는 점이 다. 역량공유형 긱 근로자는 자기 소유의 자산이 없지 만, 기업이나 개인에게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지식근로자들이다. 이들은 옷을 골라주고, 크고 작은 집안 일을 도와주는 것뿐만 아니라 엔지니어링이나 컨설팅 같은 전문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들이다.역량공유형 긱 근로자는 물품이나 음식배달과 같은 유통 중개형 긱 근로자와도 다르다. 이들은 단순 노무직과 비교 해서 전문적인 성격을 띤다. 미국 긱 근로자의 배경을 살펴 보면 44%는 34세 이하의 젊은이들이고, 66%가 대졸자이 며, 51%가 5만 달러 이상의 연 소득을 올리고 있다. 이 정도의 소득을 올리려면 다년간의 역량개발과 경험으로 축적된 전문성이 필수적이다.역량공유형 긱 근로자의 대다수는 공유오피스 혹은 집 근처의 카페 같은 공간에서 전문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들은 과거에 정규직장에 다녔거나 현재도 정규직장에 다니고 있는 사람들이다. 특성을 살펴보면 전통적 직장에서의 통제된 과업을 싫어하며 일과 개인 생활의 균형을 추구한 다. 관리자의 통제 밖에서 일에 며칠이고 몰입하다가 때로는 시간을 내서 자신의 취미와 같은 개인 생활도 가꾸어가는 자들이다. 이들은 직장에서 축적한 전문적 역량과 경험을 가지고 다수의 개인이나 기업을 대상으로 자유롭게 서비스를 제공하며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역량공유형 긱 근로자는 자산공유형 긱 근로자처럼 시장에서 좋은 평판을 받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래야 시간이 갈수록 전문서비스 제공자로서의 지위가 공고해진다.그리고 일거리가 많아지면 그동안 다니던 직장을 그만둘 수도 있다.긱 이코노미 하에서 근로자는 하나의 직장에 전념하는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이들은 정규근로와 긱 근로의 병행형을 취하다가 시장의 평판을 얻게 되면 전임형 긱근로자로 둔갑한다. 긱 근로자의 연간 소득이 5만 달러가 넘는 이유는 이들이 정규직에서 점차 프리랜서로 옮겨가는 와중에도 일정한 소득을 유지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기 때문이다.역량공유형 긱 근로자는 조직에서 전문적 역량을 쌓은 사람들이다. 그래서 이들이 조직 외부로 나가면 해당 조직은 핵심 인재의 유출을 경험하게 된다. 조직이 그동안 전속으로 활용하던 근로자가 긱 근로자가 되면 조직이 마음대로 해당 전문성을 활용하기가 곤란해진다.긱 이코노미가 확대되면 기업은 역량공유형 긱 근로자의 증가에 대응하는 정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기업이 많은 전문가를 외부 수혈에만 의존할 수는 없기에 재능 있는 전문인력을 조직 내에 확보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전문 성이 높은 근로자가 긱 근로를 선언하기 전에 이들의 경력 개발에 대한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조직은 과거 및 현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유연한 경력관리 및 개발 시스 템을 구축해야 한다.구성원들의 긱 근로 가능성에 대응해서 글로벌 선진 기업들은 경력관리의 매스 커스터마이제이션(masscustomization)을 모색하고 있다. 매스 커스터마이제이션은 경력을 하나의 수직 사다리를 올라가는 것으로 보지 않는 다. 경력이란 개인의 필요에 따라 수평과 수직적 이동이 자유로워야 하며, 근무시간과 장소 역시 개인 맞춤형으로 변화될 수 있어야 한다. 앞으로 조직은 경력개발 경로뿐만 아니라 구성원이 일하는 장소와 시간, 작업량, 관리자로서의 역할 수행 여부를 마치 레고블록처럼 조합할 수 있어야 한다.조직의 큰 이슈 중 하나인 밀레니얼세대는 일과 삶의 균형및 유지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크다. 그들은 자녀 출산이나 야간대학원 진학과 같은 상황이 발생하면 재택근무 혹은 주 4일 근무를 원하고, 팀장급으로 성장했을 때도 필요에 따라 팀원의 지위로 일정 기간 내려가서 여유를 갖고 새로운 업무를 접해볼 기회를 부여받길 원한다. 그렇다면 조직은 구성원이 스스로 경력을 변화시킬 경우 급여체 계도 유연하게 변동할 수 있어야 한다. 대한민국은 아직 긱근로자의 비중이 미미하지만 향후 역량공유형 긱 근로자가 확대된다면 현재의 사다리형 경력관리를 더욱 유연하고 획기적인 형태로 발전시켜야 한다.양동훈 교수서강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학부와 대학원에서 인적자원관리, 조직행동론, 성과관리론을 가르치고 있다.현재 한국경영학회, 한국인사조직학회, 한국인사관리학회, 한국윤리경영학회 부회장으로 활동 중이며, 『4차 산업혁명 일과 경영을 바꾸다』, 『초고령사회 조직활력을 어떻게 높일까』, 『누구를 리더로 세울 것인가』 등의 저서를 집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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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도약의 기회로
애플, 아마존, 구글 등의 디지털 기업들이 4차 산업혁명시대를 선도하고 있는 가운데 지멘스, 도요타, 체이스뱅크 등 각 산업의 전통 강호들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Digital Transformation)에 사활을 걸고 있다. 앞으로는 디지털 비즈니스 역량이 기업의 명운을 가를 전망이다. 이제까지 HR 은 사람을 다루는 업무이다 보니 경험과 직관의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는 분야로 깊이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최근 글로벌 기업들이 데이터 기반의 ‘HR Analytics’를 적극 활용해 채용, 교육훈련, 평가 등 여러 업무에서 획기적인 혁신 성과를 내놓고 있는데, 국내기업들의 경우 아직은 대체로 미흡한 편이다. 이제 HR도 ‘측정할 수 없으면 개선할 수 없음’을 원칙으로 삼고 ‘감’ 에 의한 업무 관행을 과감히 탈피하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매진하여 전략적 비즈니스 파트너로 거듭나야 한다. 본고에 서는 이에 대한 HRD의 구체적인 실현 방안을 살펴보고자 한다.그동안 많은 기업에서 HRD의 성과창출 기여도가 미흡했던 사유는 크게 정량적 분석이 어려워 니즈 발굴과 성과분석이 두리뭉실했고, 또한 기술적 한계와 방대한 업무 부담으로 맞춤형보다는 획일적 교육 위주로 HRD를 운영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과녁(TheBull’s Eye)을 맞추는 교육이 아닌 대략(The Ball Park Figure)의 교육을 해온 것이다. 그러나 최근 빅데이터및 디지털 기술의 급속한 발달로 이러한 난제들을 해결하며 HRD의 질적(質的) 도약이 가능해졌다. △과 학적인 학습 니즈 도출, △개인별 맞춤형 위주 학습,△시공을 초월한 다양한 과정 운영, △VR과 AR 등을 활용한 실감나는 컨텐츠 개발, 그리고 △ROI(Return on Investment) 수준의 성과 분석이 실현된다는 의미이다. HRD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HRD 체계, 프로그램, 프로세스를 데이터 기반의 디지털 체질로 환골탈태하는 매우 어려운 작업이며, 양질의 빅데 이터 확보 및 활용 역량이 핵심 성공요인(Key Success Factor)이다.과거에 부산물 정도로 여겼던 데이터가 미래의 석유로 부각되면서 업종에 상관없이 많은 기업들이 빅데이터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사실 구글과 아마존 등의 글로벌 기업들이 4차 산업혁명시대를 선도하고 있는 것은 데이터 가치를 일찍이 간파하고 빅데이터 기반의 사업 역량 확보에 총력을 기울였기 때문이다. 학습니즈 발굴에서 성과 분석까지의 모든 HRD 프로세스에서 데이터를 수준 높게 활용할 수 있기 위하여 첫째, 현재 교육성적, 이수율 정도로 빈약한 HRD 데이터를 일터, 외부에서의 학습경험(Learning Experience)까지 확대해 방대하게 집적하는 게 시급하며 둘째, 광산에서 금맥을 찾아내듯 HR은 물론 생산, 판매 등 사내에 많은 소스에서 유의미한 데이터들을 발굴, 정제, 통합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학력, 경력 등 사람 속성의 정적(靜的) 데이터를 넘어 이메일, 인트 라넷 등을 통해 구성원들의 협업, 소통, 갈등 등 관계의 동적(動的) 데이터까지 분석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해야 한다. 넷째, 디지털 체질화를 위해 HRD 조직의 데이터 리터 러시(Data Literacy) 조기 확보가 필요하고 마지막으로 데이터 작업과 관련한 부서, 개인별 R&R을 명확히 하고 개인 정보 보호 하에 누구든지 데이터를 쉽게 활용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이 마련되어야 한다. 현재 국내기업 대부분이 데이터 역량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왕도는 없다. 하루빨리 전담조직을 구성하거나 전담인력을 배치하여 시행착오를 겪으며 역량을 꾸준히 쌓아가는 정도(正道)가 답이다. 초기 방향 설정과 노하우 전수를 위해 데이터 전문 가를 채용하되 길게 봐서는 사내 HRD 인재를 전문가로 육성하면서 전문기관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빅데이터 기술 진화에 대응하는 게 바람직하다. 빅데이터 작업은 실로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자칫 조급한 마음에 대충하면 ‘Garbage In, Garbage Out’의 우(愚)를 범하는 것이다. 또한 데이터의 위력을 너무 맹신하는 것도 곤란하므로 모라벡의 역설을 유념하여 데이터와 통찰력, 직관을 상황에 맞게 활용함이 지혜롭다.HRD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성공적으로 구현하기 위하여 먼저, HRD가 전략적 비즈니스 파트너로 도약하겠다는 확고한 비전을 세우고 학습 플랫폼화, 자기주도의 맞춤형 학습 확산, 70(일)+20(관계)+10(T&D) 전체를 아우르는 다양한 학습 운영, HRDer의 큐레이터 역할 제고 등 시대 변화에 맞게 HRD 변혁의 청사진을 마련해야 한다. 그후, 이를 구현할 디지털 전략, 실행과제 및 로드맵, 추진조직 등을 만들어 CEO 스폰서십 하에 강력한 실행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다음은 초기에 빅데이터의 작은 성공에 집중해 HRDer들이 성공확신을 갖게 하면 자발적 참여와 추진동력 확보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아울러 초반에 빅데 이터 역량 부족으로 학습과의 연계가 부족해도 에듀테크를 활용한 선진 학습방식과 컨텐츠를 적극 보급해 학습자들이 현업에서의 높은 학습 활용도를 실감케 하면서, 병행하여 빅데이터의 적용 수준을 차근차근 높여 궁극의 목표인 ‘빅 데이터 기반의 선진 HRD 체제’를 완성하는 방식이 바람직 하다. 끝으로 축적의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수년 전 서울 공대 교수들이 발간한 『축적의 길』을 보면 글로벌 장수기업 들의 지속 성장 비결은 숱한 시행착오를 거치며 꾸준히 스케일업(Scale-up)하여 차별화된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낸 ‘축적의 힘’이라고 한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방대 하고 어렵고 오래 걸리므로 자칫 용두사미로 끝날 수도 있다. 세상에는 공짜 점심이 없는 법이다. 많은 시행착오들 로부터 얻어낸 교훈을 지식DB로 공유하며 HRD의 디지털 역량을 끈기 있게 스케일업함이 중요하고 이를 위해 실패 용인, 조급함 탈피 그리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는 축적 지향의 문화가 필요하다.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HRD가 성과창출의 비즈니스 파트너로 거듭나게 해줄 수 있는 든든한 솔루션이다. 이렇게 좋은 기회는 일찍이 없었다. 그럼에도 이를 도약의 계기로 삼지 못한다면 HRDer들의 직무유기요 무책임이다. 모든 역량을 결집해 반드시 성공시켜 HRD 존재를 새롭게 각인 시켰으면 한다. 머지않아 국내 HRD의 디지털 변혁 사례들이 해외에서도 베스트 프랙티스로 널리 소개되기를 소원해 본다.윤동준 포스코에너지 자문역'83년 포스코에 입사해 HRM/HRD 분야에서 두루 경력을 쌓았으며, 임원 승진 후 인사실장, 인재개발원장 외 혁신, 전략, 재무, 홍보, 대외협력 등 다양한 분야를 두루 경험하면서 포스코건설 부사장, 포스코 대표이사 부사장, 포스코에너지 사장을 역임했다.현재는 포스코에너지 자문역이자 월간 인사관리 자문, 코칭경영원 협력코치로도 활동 중이며 피플 사랑을 모토로 사람중심 경영 전파에 적극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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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량개발을 도모하는 성인학습 중심의 성인교육과 HRD
성인교육과 HRD는 목표에 대한 가치와 철학적 기반이 다르며, 그것이 구현되는 방식과 현장도 무척 다르다. 따라서 무리한 통합이나 소모적 영역 구분에 대한 논쟁은 의미가 없다. 성인교육과 HRD는 서로의 영역을 존중하면서 공통으로 필요한 핵심가치를 어떻게 추구할 것인가에 초점을 둬야 한다.그 관점에서 주목해야 할 것이 성인학습 이다. 성인교육과 HRD는 결국 성인학습 자의 역량개발을 도모하기 때문이다. 학습은 성인교육에서뿐만 아니라 HRD에서 강조하고 있는 성과와 변화에서도 핵심적 요소다.이번 기고에서는 평생학습과 4차 산업혁 명으로 대변되는 현대사회에서 성인학습을 중심으로 성인교육과 HRD가 장기적 관점에서 논의해야 할 점들은 무엇인지 살펴보고자 한다.성인교육과 HRD와의 관계에 관한 논의는 1990년대에 활발히 전개되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2000년대에 들어서 여러 논의가 있었다. 초기의 논쟁은 일찍부터 하나의 학문으로 자리한 성인교육과 새롭게 확대·발 전되고 있는 HRD와의 관계를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것으로 주로 영역이나 범위의 문제와 관련이 깊었 다. 이를테면 HRD를 성인교육과 다른 독립적인 영역 으로 보아야 한다는 주장, 성인교육이 HRD를 포함한 다는 주장, HRD가 성인교육을 포함한다는 주장 등이 대표적이다.성인교육과 HRD가 서로 다르다는 주장에서의 키워드는 목표와 기대, 학습자와 교수자, 프로그램 제공자와 재정부담 주체를 꼽을 수 있다. 성인교육의 목표는 개인의 성장이어서 학습자 개인이 스스로 부여하는 기대가 중심이 되지만, HRD는 조직의 성과향상을 우선적 목표로 하고 있기에 학습자가 재직하고 있는 조직으로 부터 기대가 주어진다. 또한, 성인교육과 HRD 모두 성인학습자를 대상으로 하지만 성인교육의 학습자는 자발적 선택을 통한 프로그램의 참여와 이탈이 비교적자유롭다. 반면, HRD에서 학습자는 고용의 형태로 조직에 속해 있어 비자발적 참여가 대부분이다. 교수자의 경우 성인교육에서는 교사, 교수, 연구자, 행정가, 상담사 등으로 다양하다. 이에 반해 HRD는 경영자, 기업 컨설턴트, 학습 전문가 등이 주로 교수자의 역할을 맡는다. 이어서 성인교 육의 제공자는 대학과 같은 교육기관, 지역사회, 각종 단체가 되며 교육비용은 개인이 직접 부담하거나 정부 혹은 공공기관이나 단체에서 제공한다. 그러나 HRD에서 교육제공 자는 기업이나 조직이고 교육에 필요한 비용은 고용주가 제공한다.정리한 성인교육과 HRD의 차별화는 세밀하게 파고 들어가면 학습과 성과라는 두 가치에 대한 논의와 관련이 크다. 이것은 본질적으로 성인교육과 HRD의 목적이 확연하게 차이가 있다는 시각에서 비롯된다. 성인교육의 경우 학습자의 성장과 발달을 핵심목표로 하지만 HRD는 조직의 성과향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의 교육학적 흐름을 살펴 보면 단순한 이분법적인 구분을 지양하고 종합적 시각을 통한 접근 자세가 강조되고 있다. 요약하면 두 영역의 독립성을 존중하되 상호관련성의 밀접함을 인정하는 것이다.성인교육과 HRD는 목표에 대한 가치뿐만 아니라 철학적 기반도 다르며 그것이 구현되는 방식이나 현장도 차이가 있다. 따라서 무리한 통합이나 소모적 영역 구분에 대한 논쟁 보다는 서로의 영역을 존중하면서 모두에게 필요한 핵심가 치를 어떻게 추구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두 영역에서 모두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성인학습을 활용해서 성인교육과 HRD를 효과적으로 연결할 수 있다. 학습은 성인교육에서뿐만 아니라 HRD 에서 강조하고 있는 성과와 변화에서도 핵심적 요소이기 때문이다.성인교육과 HRD가 성인학습을 중심으로 학습 전략을 수립할 때는 다음의 사항들을 고려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인본 주의적 관점에 의한 성인학습, 즉 학습에 있어서 단순한 지식전달이나 성과를 위한 직무능력 개발에 그치지 않고 학습 자의 삶의 질을 추구하거나 일의 의미를 자각할 수 있도록 하는 학습이 필요하다. 교육과 훈련을 구분할 때의 가장 큰 기준은 일 자체의 복잡성이나 단순성에 기반한 것이 아니라 그 일을 통해 일이 주는 의미를 깨달을 수 있도록 하는가다. 성인교육에서 학습이 기본적으로 다양한 학습기회와 경험을 제공하고 이를 통해 개인의 성장과 발달을 도모한다고 한다면 HRD에서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다. 즉 HRD에서도 구성원의 직무 관련 학습능력을 개발하도록 할 뿐만 아니라 관련 직무가 주는 의미와 가치에 대한 교육도 함께 이루어 져야 한다.일에 대한 의미나 가치 부여를 중심으로 하는 성인학습은 성인교육과 HRD에 있어서 분명 중요한 공헌을 한다. 하지만 추가로 필요한 것이 조직의 문제나 제도의 영향을 포함 하는 거시적 측면에 대한 고려다. HRD는 일찍부터 개인학 습과 조직학습의 차이를 인식하고 학습에 있어서 조직 여건 이나 조직의 영향력을 인지했지만, 성인교육은 성인학습자에 초점을 두면서 거시적 측면에 대한 고려는 상대적으로 소홀히 해왔다. 그러나 근래의 성인교육은,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1990년 이후부터 국가적 차원에서 성인교육과 평생교육에 대한 정책이 추진되기 시작하면서 점차로 제도 화되고 있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단계에서 다양한 수준의 성인교육과 평생교육 관련 조직들이 생겨나고 효과적인 운영과 체계적인 행·재정적 지원이 이뤄지면서 이러한 제도와 기관들의 영향력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이외에도 성인교육과 HRD에 있어서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이 성인학습자들의 역량이다. 성인교육의 관점에서든 기업 교육의 관점에서든 그 역량이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하는 것에 차이가 있겠지만 공통으로 성인학습자의 역량개발에 중점을 두고 있다. 그런데도 이에 대한 논의는 아직 충분하지 않다. HRD의 경우 기업에서 추구하는 역량에 대한 논의는 오래전부터 이뤄졌지만, 성인에게 필요한 일반역량에 대한 논의는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성인교육에서도 성인학습 자들이 갖춰야 할 역량에 관한 논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따라서 이제는 평생학습과 4차 산업혁명으로 상징 되는 현대사회에서 성인학습자들에게 요구되는 미래역량은 무엇이며, 이를 어떻게 길러가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장완 교수성균관대학교 사범대학 교육학과 교수로 한국성인계속교육학회 회장이기도 하다.교육부 고등교육 정책자문위원, 성균관대 대학교육효과성센터장 및 교육개발센터장 등을 역임했다. 대학교육론, 교육인포매틱스, 고등교육정책분석 등을 중심으로 심도 깊은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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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삶의 이정표 정립을 위한 일의 미래 통찰
4차 산업혁명이라는 얘기가 화제가 되기 시작한 지도 어느덧 3년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4차 산업혁명시대의 초창기를 거치고 있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산업혁명’이라는 단어 자체는 18세기 영국 에서 일어난 경제·사회적 대혁신을 뜻한 이래 특정 현상을 지칭하기보다는 포괄적인 ‘혁신’의 개념으로 쓰이고 있다.18세기 중엽에 일어난 ‘1차 산업혁명’은 증기기관, 19세기 중엽에 일어난 ‘2차 산업혁 명’은 전기, 그리고 20세기 중엽에 일어난 ‘3차 산업혁명’은 컴퓨터가 주도했다고 가늠할 수 있다.이제 4차 산업혁명시대를 짚어보며, 일의 미래를 통찰해 저마다 삶의 이정표를 점검 해나가야 한다.2016년 1월 세계경제포럼에서 클라우스 슈밥(Klaus Schwab) 회장이 4차 산업혁명의 개념에 대해 언급했 는데, “물리학 기술, 디지털 기술, 생물학 기술 등 3개 분야의 융합된 기술들이 경제체제와 사회구조를 급격히 변화시킬 것.”이라고 했다.구체적으로 그가 제시한 ‘선도 기술’만 10개, 관련 세부 ‘대변혁 기술’만 23개에 달한다. 10개 선도 기술 중물리학 기술로는 무인 운송수단, 3D 프린팅, 첨단 로봇공학, 신소재 등 4개가 꼽혔다. 디지털 기술로는 사물인터넷·블록체인·공유경제 등 3개가, 생물학 기술로는 유전공학·합성생물학·바이오 프린팅 등 3개가 각각 언급됐다.제4차 산업혁명이 도래하면서 무엇보다 새로운 시대를 대비하는 일자리가 논란거리다. 단순 일자리는 로봇이나 인공지능으로 대체되기 때문에 고급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런가 하면 화이 트칼라 일자리가 인공지능에 위협받기 때문에 앞으로는 블루칼라 일자리가 인간에게 더 안전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다시 말해, 텔레마케터나 편의점 아르바이트가 사라질지, 기자나 약사가 사라질지가 논쟁의 중심 이다.우선 먼저 제4차 산업혁명이 도대체 무엇인가에 대해 살펴 보자.클라우스 슈밥 회장이 세계경제포럼에서 주창한 ‘제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사물인터넷·웨어러블 장치 등으로 오프 라인 현실세계를 온라인 세계로 고스란히 옮겨놓음으로써이 빅데이터를 인공지능으로 분석해 고객에게 ‘맞춤형 예측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대가 온다는 것이다. 이것을 오프라 인-온라인 연결세계라고 한다. 다시 말해, 제3차 산업혁명의 결과물인 디지털 기술과 인터넷을 제2차 산업혁명의 결과물인 제조업과 제1·2차 산업혁명의 결과물인 유통업에 적용해 융합적인 혁신을 가져온다는 것이다. 즉, 지도정보와 GPS로 도로 지도와 교통상황을 고스란히 데이터화하여 ‘내비게이션’이라는 편리한 맞춤형 예측서비스가 가능해졌 다. 막히는 도로에서 도착 예정시간을 예측하고 가장 빠른 길을 안내해주는 내비게이션이 없는 상황은 이제 생각하기 어렵다.그런데 제4차 산업혁명이 일어나면 이런 상황이 제조업과 유통업 전반에 걸쳐 벌어진다는 얘기다. 제품은 공장을 떠나 소비자의 손으로 옮겨 간 후에도 계속 업데이트된다. 고장 나면 수리해주는 애프터서비스만이 아니라 사용법을 알려주고 날마다 업데이트해주는 실시간 서비스가 이루어진 다. 그리고 공유경제도 가능해진다. 누가 집이나 차가 필요 한지, 그걸 누가 가지고 있는지 파악해서 서로 연결해주는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스마트폰만으로 모바일 시대가 열렸 는데, 사물인터넷과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의 결합은 과연 어떤 시대를 만들 것인가. 그리고 제4차 산업혁명시대가 본격적으로 펼쳐지면 인공지능이나 로봇이 인간을 대체해 우리의 일자리를 빼앗아갈 것인가.지난 세기에는 기계와 같은 기술 혁신으로 인해 오히려 일자리의 수가 늘어나고 일자리의 질도 높아졌다. 그러나 21 세기에 들어서면서 인공지능과 로봇, 자동화 등 기술을 통한 혁신으로 노동생산성은 그 어느 때보다도 증가된 반면, 임금도 줄고 일자리 수도 줄어드는 새로운 현상을 겪고 있다.그렇다면 제4차 산업혁명의 기술 혁신으로 인해 대체될 일자리는 과연 무엇일까. 과연 어떤 형태의 일자리부터 위협 할까. 컴퓨터 내에서 프로그래밍을 통해 인간은 상상하는 많은 것들을 구현할 수 있다. 실제로 물리적 공간에서 원하는 현상을 만들어내는 건 어렵지만 영화나 게임 속에서는 뭐든지 가능하다. 카메라, TV, 스마트 폰이나 컴퓨터 같은 우리를 둘러싼 전자제품들을 살펴보면 너무도 훌륭하게 진화하여 이제는 자동차도 전자제품으로 바뀔 것이다.만일 어떤 일자리가 인공지능으로 고스란히 대체 가능하다면 그 일자리는 조만간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다시 말해, 그 일자리 업무가 인공지능 기술로 완벽히 대체될 수 있다면 위험하다는 뜻이다.예를 들어, 전화번호를 물어보면 찾아서 가르쳐주는 일자리는 곧 사라질 수 있다. 약사라는 직업도 위험하다. 자판 기에 넣으면 처방전에 맞게 약을 조제해 작은 봉투에 넣어 주는 일이라면 인공지능과 단순로봇이 더 효율적이다. 경비원이라는 직업은 사라질 것인가. 만약 그 일이 전자기술로 대체 가능하다면 그 또한 사라질 수 있다.또한, 기자라는 직업은 어떠한가. 기사를 작성하는 것이 기자라는 직업의 본질이라면 아마도 그럴지 모른다. 오늘의 주식 시세를 알려주는 기사, 오늘의 야구 결과를 정리해주는 기사는 이미 기자들보다 인공지능이 더 잘 작성한다. 하지만 기자 직업의 본질을 ‘취재’라고 한다면 상황은 다르다.우리 사회에 필요한 문제점을 던지고, 이를 위해 현장을 가보고 적절한 전문가를 만나 인터뷰를 하는 것이 기자의 본업이라면 기자라는 직업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그러니까 사회적 상호작용을 통해 설득하고 공감하고 타협 하고 조정하는 직업은 오래 지속될 것이다. 누군가의 마음을 헤아리는 일을 언젠가는 인공지능도 할 수 있겠지만, 뇌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마음으로 파악해 업무를 수행하는 일자리는 한동안 대체하기가 어려울 것이다.그런가 하면, 일부 실무직은 인공지능으로 대체돼도 CEO는 대체가 어렵다. 같은 교수라도, 수업을 통해 지식을 전하는 교수는 대체가 가능하지만, 연구를 통해 지식을 만드는 교수는 대체가 어렵다.제4차 산업혁명은 이미 시작됐다고는 하지만 아직 우리에겐 오지 않았고 앞으로 10년쯤 지나봐야 판별날 것이다. 그러나 산업 전반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들을 숙고하고 대비하는 일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한국고용정보원은 베이비부머 세대가 퇴직 후에 재취업할때 도전할 만한 직업 30개를 ‘틈새 도전형’, ‘사회공헌·취 미형’, ‘미래 준비형’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소개하고 있다.‘틈새 도전형’은 베이비부머의 가장 큰 장점인 직장생활 경력과 풍부한 인생 경험, 이를 통해 구축한 인적·물적 네트 워크를 활용해 도전할 수 있는 직종이다. 특정 분야 전문지 식이나 경력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진입장벽이 다소 높을 수 있지만, 중단기 교육과정을 통해 업무지식을 쌓으면 재취업이나 창업이 가능하다.‘사회공헌·취미형’은 그 동안 쌓은 경력과 경험을 활용해사회에 기여하거나 취미 삼아 일할 수 있는 직업들이다. 직장 생활, 내 집 마련, 자녀교육, 부모봉양 등으로 앞만 보고 달려오느라 그동안 놓쳤던 다른 의미의 직업을 찾고자 하는 베이비부머에게 추천할 만한 직업이다. 젊은 세대와 더불어 살기 위한 마을과 이웃을 위한 일, 자연과 벗할 수 있는 일 등 여생을 의미 있게 보내는데 도움이 될 만한 직업들이다.‘미래 준비형’은 앞으로 활성화가 기대되는 새로운 직업들 로, 현재 교육 과정을 준비 중이거나 관련 자격증을 새로 만들고 있다. 이들 직업은 아직 국내에 제대로 정착되지 않았지만 미래 일자리 수요가 있는 직업들로, 법·제도의 정비 등 활성화 방안을 통해 일자리 창출이 가능한 직업들에 해당된다.점점 일자리는 사리지고, 또 생겨나고 있다. 역사적으로 확인해도 산업혁명을 거칠 때마다 무수한 직업이 사라지고또 생겨났다. 이제 첨단기술이 창출해나가는 새로운 시대 속에서 일의 미래를 통찰해 더욱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가야 하는 중요한 시점이다.일생경영학교사람의 일생에는 5가지의 과제와 5가지의 도리가 있다. 서양에서는 Mind, Self, Family, Work, Relation을 일생의 과제(Life 5 Tasks)라 하였으며, 동양에서는 仁, 義, 禮, 智, 信을 사람의 도리(五常), 즉 일생에서 지켜야 할 사람의 5가지 덕목이라고 했다. 일생경영학교는 이상의 5가지 과제 및 도리를 바탕으로 품격 있는 인생을 살아가도록 안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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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관점', '구현 방식', '성취 결과'로 진단하는 플립러닝을 할 때와 하지 말아야 할 때
필자는 학습자의 관점 형성, 장기적 기억, 지식의 적용 기회가 필요하며, 학습자들이 학습법에 어느 정도 유연한 태도를 가지고 있고, 토론을 통한 문제해결능력 향상에 적합한 주제인 경우에 플립러닝을 추천한다. 그러나 시간이 부족하고, 학습내용이 난해하고 생소하거나, 학습자들이 학습법에 유연하지 못할 경우 플립러닝을 추천하지 않는다. 사실 필요에 의해 플립러닝을 활용할 경우 결과를 예측하기란 무척 어렵다. 학습자들의 호응도가 낮아도 그에 대한 원인이 교수설계, 선수학습자료, 학습자 특성 등으로 다양하기 때문이다. 다만, 필자는 우선적으로 교수자들이 플립러닝을 열과 성을 다해 시도해볼 것을 제안한다. 이와 같은 시도는 플립러닝이 성공적이지 못했던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고, 교수자에게는 자신의 강의를 효과적으로 개발하는 계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플립러닝의 기본 철학은 학습자중심성에 있고, 토론과 협업을 통한 문제해결로 구현되며, 학습내용이 학습자의 행동체계와 지식구조의 일부로 내면화되는 것이 성취결과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플립러닝을 할때와 하지 말아야 할 때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학습에 관한 철학적 관점, 실제 구현 방식, 성취결과의 차원에서 제시할 수 있다.먼저, 학습자중심성이라는 관점에서 살펴보면 플립러닝은 학습자의 준비도와 상관성이 깊다. 실상 조직생활을 하고 있는 기업의 학습자들에게 플립러닝은 낯설고 거부감이 클 것이다. 인간은 자신에게 생소한 것에 대해 부정적으로 판단하고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어서 학습자들에게 플립러닝은 환영받지 못할 수 있다. 이럴 때에도 학습자들을 플립러닝에 동참시키게 할 것인가의 문제는 교수자에게 달려 있다. 교수자 스스로 학습자들을 설득시킬 용의가 있는지, 학습자들이 서서히 플립러닝에 익숙해지게 할 계획이 있는지에 따라 플립러닝의 도입을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이때 플립러닝을 적절하게 활용하기만 하면 학습에 참여하기 싫어했던 학습자들도 동기부여 돼서 적극적으로 학습에 참여할 것이라는 기대는 위험하다. 학습자들은 수십 년간 수동적인 위치에서 공부 및 학습을 해왔기 때문이다. 또한, 남들 앞에서 말하는 것을 여전히 불편해하는 학습자들도 많다. 반면, 처음에는 냉소적이었던 학습자들도 서서히 학습자 중심적 교육에 대해 마음이 열리면서 자신이 학습의 주인이 됨을 즐기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이와 같은 변수들로 인해 플립러닝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지 예측하기란 무척 어렵다. 학습자들의 호응도가 낮다고 해도 그 기저에는 교수설계, 선수학습자료, 학습자 특성 등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기 때문에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기 쉽지 않다. 그러니 필자의 결론은 이렇다. 플립러닝이 효과가 있고 세계적인 학습의 트렌드라고 생각하면서 열과 성을 다해 시도해보는 것이다. 그리고 학습자들의 반응을 잘 살펴보고 호응도가 낮다면 예전의 학습방법으로 회귀해도 된다. 하지만 꼭 무엇이 잘못됐는지 깊게 성찰하고 원인을 분석해서 다음 기회에 다시 시도해 봐야 한다. 이러한 피드백은 플립러닝이 성공적이지 못했던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고 플립러닝과 관계없이 교수자의 강의를 더욱 가다듬는 계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다음으로 학습내용과 학습목표에 토론이나 협업이 적합한지 판단해야 한다. 교수학습전략의 효과는 의도한 학습목표의 달성 여부에 달려 있기 때문에 학습목표가 ‘높은 시험 성적인가’, ‘지식의 적용인가’, ‘새로운 관점이나 태도의 형성인가’ 등에 따라 플립러닝 적용여부 혹은 활용방식이 다양해질 수 있다. 토론과 같은 학습자 중심의 학습에서 지속되는 논쟁 중 하나는 지식 대 역량의 대립이다.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토론이나 소그룹활동이 지나치게 많아 학습자들이 기본적인 지식을 제대로 습득하고 이해하지 못해서 학습수준이 떨어진다는 의견과, 활용되지 못할 지식은 의미가 없으니 다양한 활동으로 역량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의대립이 항상 존재해왔다.이와 같은 논쟁에서 흥미로운 점은 실제 연구들을 살펴봤을 때 플립러닝과 강의식 학습을 시행했을 때 학습자들에게 뚜렷한 차이점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연구결과에서는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하나는 플립러닝이 결코 강의식 학습에 비해 시험과 같은 평가에서 성적을내는데 불리하지 않다는 입장이며, 다른 하나는 플립러닝을 굳이 힘들게 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플립러닝의 효과를 강의식 학습과 비교하는 연구들에서 무엇을 학습의 효과로 보느냐에 따라 플립러닝의 효과가 다르게 나타나기는 하지만, 플립러닝을 한다고 해서 시험 성적이 반드시 떨어지거나 혹은 향상된다는 뚜렷한 근거를 찾기 어렵다.만약 평가결과가 향상되는 경우가 있다면 그것은 다음의 이유 때문일 것이다. 학습한 내용을 협업과 문제해결식 학습에 활용하는 것은 지식을 다양한 방식으로 이해 및 적용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것은 인지정보처리모델의 관점에서 조직화, 정교화, 맥락화를 통해 인지처리의 깊이를 더해주는 과정이라는 의미가 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친 학습은 장기기억에 저장되고 쉽게 인출된다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플립러닝으로 학습한 경우 평가결과에서 뒤떨어지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어려운 개념 설명이 많이 요구되고 시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경우 플립러닝을 추천하지는 않는다. 또한, 다른 학습자들과 토론하고 협업할 필요가 없는 과제의 경우 굳이 플립러닝을 고수할 필요는 없다. 결론적으로 학습자의 관점 형성이나 장기적 기억을 중시하고, 지식의 적용 기회가 많이 필요하며, 학습자들이 학습법에 대해 유연한 태도를 가지고, 토론 및 문제해결을 위한 의미 있는 주제인 경우 플립러닝을 추천한다. 반면, 시간이 부족하고, 생소하고 난해한 학습내용을 자세히 설명해야 하며, 학습자들이 학습법에 대해 유연한 태도를 보여주지 않는 상황에서는 플립러닝을 추천하지 않는다. 시험과 같은 평가로 산출되는 결과물이 중요한 경우, 플립러닝이 직접교수법보다 더 효과적인지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이예경 교수서강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육공학전공 교수. 사회심리학 이론을 적용한 교수학습법, 비판적 사고력 개발을 위한 수업설계, 플립러닝 수업 등 지적 인간으로 성장하는 데 필요한 학습환경 설계에 대한 연구와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주요 논문으로 「Nurturing Critical Thinking for Implementation Beyond the Classroom」, 「학습자의 경험 분석을 통한 플립러닝의 재해석」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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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공부는 노동입니까? 놀이입니까
“21세기 문맹자는 읽고 쓸 수 없는 사람이 아니라 배우지(learn) 않거나 다시 배울 수(relearn)없는 사람, 그리고 이미 배운 것을 창조적으로 폐기하는 학습(unlearn)을 할 수 없는 사람이다.”미래학자 앨빈 토플러가 한 말이다. 과거에는 새로운 지식을 한 번 습득하면 지식의 생명주기를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변화가 극심하게 전개되면서 지식의 생명주기는 급속도로 짧아지고 있다. 이 말은 이미 배운 기존 지식의 효용가치가 비교적 짧은 시간 동안만 유지되다 곧 소멸된다는 말이다. 결국 우리는 끊임없이 기존 지식, 고정관념, 상식, 타성이나 관성에서 벗어나 새로운 지식을 부단히 재학습하는 노력을 전개하지 않으면 세상의 변화 대열에서 낙오자로 전락할 수 있다. 그래서 공부는 중요하다.단순히 외부 환경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하는 공부는 노동으로 하는 공부다. 노동으로서의 공부는 자신은 하기 싫은데 밥 먹고 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하는 공부다. 노동으로 공부하는 사람은 재미와 의미가 있을 리 없다. 이에 반해 공부를 놀이로 생각하는 사람은 어제와 다른 방식으로 자기다움을 찾아 즐겁고 신나게 공부하는 사람이다. 공부하는 과정에 한 번 빠지면 빠져나올 수 없으며 공부로 일어난 변화는 되돌릴 수 없는 엄청난 변신이다. 당신은 지금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공부를 노동으로 하고 있는가? 아니면 공부하는 과정이 즐겁고 재미있는 놀이로서의 공부를 하고 있는가? 승부수를 띄우고 자기만의 색깔로 명승부를 연출하는 사람은 놀이로서 공부를 하는 사람이다. 그들이 생각하는 공부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일까.공부는 호기심의 물음표로 시작하는 질문이다공부는 어제와 다른 호기심의 물음표를 던져 감동의 느낌표를 찾아 나서는 여행이다. 기계도 질문할 수 있지만 호기심으로 질문하는 동물은 오로지 인간뿐이다. 이제 정답을 찾는 모범생 육성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질문을 던지는 모험생 육성으로 교육적 패러다임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정답을 찾아내는 능력은 인공지능이 인간지능을 능가한 지 오래다. 인간은 질문하고 기계는 대답한다. 인간은 어제와 다른 질문을 던지기 위해서 존재하고, 기계는 인간이 던지는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서 존재한다. 인간은 기계가 쉽게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을 던질 때 인간의 존재 이유는 더욱 확실해진다. 김승희 시인의 ‘신의 연습장 위에’라는 시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나는 하나의 희미한 물음표, 어느 하늘, 덧없는 공책 위에, 신이 쓰다 버린 모호한 문장처럼 영원히 결론에 이르지 못하는 나는 하나의 물음표’. 우리가 살아가는 삶은 영원히 결론에 이르지 못하는 하나의 물음표다. 공부는 직선의 느낌표(!)를 발견하기 위해서 곡선의 물음표(?)를 마음속에 품고 궁리에 궁리를 거듭하는 영원한 미완성(美完成)이다.공부는 몸으로 깨닫는 육체노동이다사하라 사막에서 달리는 250Km 마라톤에 출전했던 경험이 있다. 120Km 지점까지는 잘 달렸지만 거기까지였다.전날 저녁을 잘 먹지 못한 상태에서 힘든 레이스를 펼치다만난 모래 언덕은 나에게 커다란 장벽이 아닐 수 없었다.힘겹게 오르다 굴러 떨어지면서 죽을 고비 앞에 사투를 벌이다 결국 레이스를 포기하고 많은 것을 깨닫게 되었다. 특히 체험적 지혜를 깨닫게 해준 사하라 사막 마라톤은 나에게 진짜 공부는 몸으로 하는 것임을 확인시켜 주었다. 한계는 한계에 도전해봐야 몸으로 알 수 있다는 깨달음, ‘절대로 포기하지 말라는 말을 절대로 쓰지 말라’는 소중한 명언은한계에 도전할 때 몸으로 한계를 깨달을 수 있음을 알려주는 값진 깨달음의 결과다. 이런 점에서 공부는 책상에 앉아서 머리로 이해하는 정신노동이 아니다. 오히려 공부는 좌충우돌하며 몸으로 느끼는 체험적 깨달음의 과정이다. 공부는 견디기 어려운 역경을 색다른 경력으로 만드는 고난극복과정이다. 몸으로 깨달은 지혜는 직접 가르칠 수 없다.오로지 당사자의 몸이 따르는 고통체험을 통해서만이 체득될 수 있다.공부는 낯선 마주침이다사람은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생각하지 않는다. 낯선 상황과 우연히 마주치거나 정상적이지 않은 상황이 내 눈앞에서 펼쳐질 때 비로소 생각하기 시작한다. 아침에 출근했는데 사무실에 뱀이 기어 다니는 비정상적인 상황이 발생한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 평상시와 같은 방법으로 책상에 앉아서 근무를 시작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사무실에서 마주친 뱀은 낯선 자극임에 틀림없다. 프랑스 철학자 질 들뢰즈는 이것을 ‘리좀(Rhyzome)’이라고 했다. 나무뿌리가 옆으로 뻗어나가다 다른 나무뿌리와 우발적으로 마주치면서 낯선 접목이 일어나는 현상을 리좀이라고 한다. 낯선 사람과의 마주침, 낯선 환경과의 마주침, 낯선 책과의 마주침이 나를 바꾼다. ‘네가 만나는 사람, 네가 자주 가는 곳, 네가 읽는 책들이 너를 말해준다’고 독일의 문호, 괴테는 말했다. 결국 내가 하는 공부란 이전과 다른 사람을 만나 인간적인 자극을 받고, 늘 가보던 곳과 다른 곳에 가서 체험적 자극을 받으며, 낯선 책과 만나 지적 자극을 받는 과정이다. 낯선 마주침에서 깨우침을 얻는 과정 속에서 각성과 통찰이 일어난다. 색다른 환경과 마주칠 때 새로운 깨우침이 일어나고 뉘우침을 얻으며 가르침을 줄 수 있다. 공부는 가슴으로 느끼는 공감이다책상에 앉아서 머리로 이해할 수 있지만 체험하지 않고는 가슴으로 느낄 수 없다. 공감이 되지 않는 이유는 내가 직접 체험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머리가 좋아서 공부는 잘하는 사람이 리더가 되었을 때, 밑바닥 인생을 살면서 고생하는 사람의 삶이 이해가 되지 않는 이유는 그 사람처럼 세상을 살아본 체험이 없기 때문이다. 차가운 이성을 공부를 통해서 연마했지만 따뜻한 가슴이 없어서 탄생한 인재가 바로 ‘재수 없는 천재’다. 공감은 머리로 이해해서 생기는 능력이 아니라 타자의 입장이 되어 직접 체험하는 과정에서 체득되는 미덕이다. 뭔가 잘못했을 때 두 손을 머리에 대고 반성하지 않고 가슴에 대고 반성한다. 진정한 생각은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하는 것이다. 머리로 생각하는 방법은 학교에서 많이 배웠지만, 가슴으로 생각하는 방법은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다. 타자의 아픔을 나의 아픔처럼 가슴으로 생각할 때 계산이 시작되지 않고 어떻게 하면 그 아픔을 치유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기 시작한다. 진정한 공부도 타자의 아픔에 발 벗고 나서는 측은지심을 배워 공감하는 방법을 몸으로 익히는 과정이다. 공부는 역지사지를 넘어 나와 상대가 하나가 되는 공감이다. 공부를 통해 아름다운 관계를 만들어나가야 되는 이유다. 공부는 생각 너머를 생각하는 상상이다. 공부는 타자의 아픔에 공감한 후 그것을 어떻게 치유할 것인지를 밤잠을 설쳐가며 다양한 상상을 연결시켜 나가는 이연연상(二連聯想)의 과정이다. 상상력은 타자의 아픔을 사랑하는 가운데 발아된다. 상상은 연상이다. 연상할 게 없으면 상상력도 늘지 않는다. ‘그 사람의 사상은 그 사람이 사용하는 단어와 연상하는 세계를 보면 알 수 있다’라고 신영복 교수는 얘기했다. 예를 들어 아파트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아파트 평수를 떠올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강남이나 강북 중에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지를 상상하는 사람이있다. 실제로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뜨거운 햇살을 등지고 힘든 노동을 해본 사람이라면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구릿빛 얼굴의 노동자를 떠올리는 사람도 있다. 아파트라는 단어와 무엇을 연상하는지가 아파트에 대한 그 사람의 사상의 깊이와 넓이를 알 수 있는 증표다,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 온몸을 던져 생각을 이어가는 상상력이야말로 세상을 바꾸는 창조의 원동력이다.공부는 나를 발견하는 실존적 축제다공부를 하는 이유는 나만의 색다름을 찾아 나다움을 드러내는 아름다운 삶을 살기 위해서다. 색달라지면 저절로 남달라지지만 남달라지면 색다름은 없어진다. 공부는 색다름으로 나다움에 이르는 자기발견이다. 하지만 우리는 언제부터인지 남달라지려고 노력하다 나만의 색깔을 잊어버렸다. 내가 누구인지를 증명해주는 색다름보다 남과 비교되는 나의 남다름을 드러내기 위해 평생을 남과 경쟁하고 비교하는 데 시간을 보내기 시작했다. 나만의 색다름을 찾은 사람이 가장 나답게 살아가는 사람이며, 그 사람이 바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다. 색다름이 곧 나다움이며, 나다움이 곧 아름다움이다. 아름다운 사람은 그래서 다른 사람의 아름다움을 추종하거나 모방하지 않고 가장 자기다운 멋과 스타일을 창조하려고 노력한다. 고전을 남긴 음악가, 화가, 작가는 모두 누구도 쉽게 모방할 수 없는 자기만의 스타일을 창조한 사람이다. 4차 산업혁명이 요구하는 공부의 마지막 의미는 나만의 색다름을 찾아 나답게 살기 위한 자기탐구의 과정이다.공부는 ‘덕분’에 ‘본분’을 잃지 않고 깨어있는 삶을 살아가기 위한 각성제다. 진정한 공부는 생각의 ‘고치’ 안에 안주하고 있는 고정관념을 망치로 깨부수는 고통스러운 과정이다. 그래서 공부는 망치다. ‘망치’는 망치는 도구가 아니라 생각의 ‘가치’를 배가시키는 창조의 도구다. 처절한 자기와의 싸움으로 만들어진 ‘얼룩’이 아름다운 작품의 ‘무늬’로 탄생한다. 얼룩진 삶에서 묻어나는 삶의 향기가 사람들에게 오래 기억된다. 부단한 자기 변신을 통해 어제와 다른 나를 만나는 혁명, 깨어있는 삶을 살기 위해 우리 모두가 평생 멈추지 말아야 할 공부하는 삶으로 여러분을 초대한다. 유영만 교수지식생태학자로 명명되는 한양대학교 사범대학 교육공학과 교수.생태계에서 살아가는 수많은 생명체들의 생명원리를 각별한 관심으로 관찰해서 생존과 성장, 그리고 지식창조의 원리를 파헤치고 있다.그 가운데 축적된 철학과 가치는 수많은 공기업과 대기업, 언론과 방송 등에서 공유되고 있고, 2018년 『독서의 발견』, 『지식생태학: 생태학, 죽인 지식을 깨우다』, 『체인지(體仁智)』를 출간하며 지금까지 80여 권의 저서와 역서를 집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