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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곡선의 ‘물음표(?)’인가, 직선으로 달려가는 ‘마침표(.)’인가?
삶은 물론 자연도 사회도 문명도 모두 곡선이었다. 어느 순간부터 돌아가고 에둘러 말하는 곡선의 심리와 사회는 직선으로 달려가면서 보다 많이 달성하고, 보다 빨리 도달했고, 보다 높이 올라갔으며, 보다 멀리 달리는데 열중하기 시작했다. 근대 올림픽 슬로건이었던 “보다 빠르게, 보다 높게, 보다 강하게”가 삶의 모토가 되면서 곡선적 삶은 직선적 삶으로 빠른 속도로 바뀌기 시작했다. 하지만 직선적 삶이 만들어온 풍성한 삶에 비해 실제로 삶은 풍요로워지지 않았다. 풍성한 삶으로 행복해질 줄 알았지만 풍요로운 삶은 실종되고 사회 곳곳에서 불행한 삶의 역기능과 폐해가 빈번하게 드러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는 더 높은 목표와 더 많은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 저 높은 곳을 향하여 앞만 보고 달려가고 있다. 목적지에 도착했지만 다른 목표를 달성하려고 다른 목적지를 향해 다시 달린다. 매순간 느끼는 삶의 충만감을 느낄 시간적 여유를 갖지 못하고 어제보다 더 빨리 더 많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오늘도 달려가고 있다. 정겨운 곡선의 한옥이 차가운 직선의 아파트로 바뀌고, 굽이굽이 돌아가는 산등성이 곡선의 길이 직선으로 달리는 터널로 바뀌면서 과연 우리 삶은 어디로 달려가는 것인지 잠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 곡선이 직선으로 바뀌는 시대, 우리 모두가 고뇌해볼 만한 주제를 10가지로 정리해보았다. 일명 곡선으로 배우는 자기성장의 10가지 절대법칙이다.속도와 밀도 또는 각도속도가 빨라지면 밀도는 줄어든다. 삶의 밀도는 내가 매순간 느끼는 삶의 만족감이나 행복감이다. 매순간 나에게 다가오는 의미나 나에게 던져지는 가치의 의미를 깊이 생각하며 사유하고 여유롭게 지낼 시간을 갖지 못하고 속도에 휘둘리는 삶을 살아간다. 속도가 빨라지면 세상을 다르게 볼 수 있는 각도도 좁아진다. 각도가 좁아지면 세상을 다르게 바라볼 수 있는 가능성의 폭도 줄어든다. 결국 이전과 다른 세상을 다르게 바라보려면 속도를 늦춰야 한다. 행복하게 사는 방법은 속도를 늦추고 밀도를 높이고 각도를 넓히는 것이다. 당신은 삶의 속도를 중시하면서도 정작 중요한 삶의 밀도를 소홀히 하고 있지는 않은가, 아니면 삶의 속도보다 밀도와 각도를 중시하며 매순간 느끼는 행복을 중시하고 있는가?물음표와 느낌표곡선의 물음표가 직선의 느낌표를 낳는다. 곡선의 물음표는 일종의 방황이다. 방황하면서 던지는 곡선의 물음표가 자신도 모르게 직선으로 다가오는 느낌표를 만난다. 어제와 다른 직선의 느낌표를 만나려면 어제와 다른 곡선의 물음표를 던져야 한다. 곡선이 직선을 낳듯 물음표가 느낌표를 낳는다. 곡선의 물음표 없이 직선의 느낌표를 찾으려는 순간, 곡선의 방황 없이 직선의 방향을 찾으려는 순간 삶은 직선주로를 달리기 시작한다. 뜻밖의 감동적인 느낌표는 어제와 다른 호기심의 물음표가 낳은 자식이다. 당신은 어제와 비슷한 물음표를 던져놓고 색다른 답을 기대하는가, 아니면 어제와 다른 물음표를 가슴에 품고 감동의 느낌표를 찾아가는 여정을 즐기고 있는가?폼과 품직선은 폼 잡지만 곡선은 따뜻한 가슴으로 품는다. 폼 잡는 사람은 자기주장을 강요하지만 품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주장에 귀를 기울이고 감싸 안아 준다. 폼 잡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주장을 들을 시간이 없지만 품는 사람은 언제나 다른 사람의 주장에도 일리가 있음을 인정하고 존중해준다. 폼 잡는 사람은 가방처럼 자기중심적이지만 품는 사람은 보자기처럼 다른 사람의 의견을 존중해주면서 자신의 입장을 맞춰나간다. 폼 잡지 말고 품으면 인품이 달라지고 품격도 높아진다. 당신은 나를 내세우기 위해 폼 잡는 시간이 많은가, 아니면 타자의 아픔을 가슴으로 생각하면서 품고 포용하는 시간이 많은가? 지능으로 쌓은 지식은 인공지능이 순식간에 대체하지만지성으로 축적한 지혜는 인공지능이 쉽게 대체할 수 없다.지식은 책상에서 배울 수 있지만지혜는 삶 속에서 다양한 체험을 통해 창조된다.지식은 정보에 나의 깨달음이 축적되는 순간 직선으로 창조되지만지혜는 지식이 우회적으로 축적되면서 곡선으로 생성된다.지식과 지혜지능으로 쌓은 지식은 인공지능이 순식간에 대체하지만 지성으로 축적한 지혜는 인공지능이 쉽게 대체할 수 없다. 지식은 책상에서 배울 수 있지만 지혜는 삶 속에서 다양한 체험을 통해 창조된다. 지식은 정보에 나의 깨달음이 축적되는 순간 직선으로 창조되지만 지혜는 지식이 우회적으로 축적되면서 곡선으로 생성된다. 지식은 정보를 기반으로 이루어지는 순간적인 깨달음의 산물이지만 지혜는 지식을 기반으로 오랜 시간을 통해 몸으로 체화되는 체험적 깨달음의 산물이다. 지식은 직선으로 지시하지만 지혜는 곡선으로 지휘한다. 직선적 지식은 비결을 알려주지만 곡선적 지혜는 비전을 품게 만들어준다. 비결은 속성으로 육성할 수 있지만 비전은 숙성된 사유의 산물이다. 당신은 지금 책상에서 관념적 지식을 배우는 데 많은 시간을 고민하고 있는가, 아니면 체험적 깨달음을 통해 실천적 지혜를 체득하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는가?기법과 기본기법은 손쉽게 얻지만 기본은 오래 걸린다. 기법은 일정기간 훈련을 통해 습득할 수 있지만 기본은 비교적 오랜 기간 동안 지루한 반복 연습을 통해서 몸에 각인되는 습관의 산물이다. 기법은 직선으로 달려가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지만 기본은 곡선의 시행착오와 우여곡절 끝에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노고 끝에 내 몸에 각인된다. 기법으로 무장하면 단기전에서 승리할 수 있지만 장기전에서는 오래 버틸 수 없다. 기본을 지키고 근본을 파고들어야 본질에 도달하고 오랫동안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낼 수 있다. 기본 없는 기법은 기교에 지나지 않는다. 당신은 지금 직선으로 달려가 보다 빠른 시간에 당장 써 먹을 수 있는 기법을 개발하는데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는가, 아니면 시간이 좀 걸리지만 시행착오를 통해 터득하는 기본기 연마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는가?직유와 은유직유는 직격탄을 날리지만 은유는 신호탄을 암시한다. 직유는 의미가 직선으로 달려오지만 은유는 의미가 곡선으로 숨죽이며 다가온다. 직유는 의미를 직설적으로 설명하지만 은유는 의미를 우회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직유는 알고 싶은 마음이 직선으로 달려가지만 은유는 알고 싶어도 곡선으로 우회하면서 어떤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지를 반추해보는 시간을 갖게 해준다. 직유는 다른 생각을 잉태할 시간적 여유를 주지 않지만 은유는 이전과 다른 방법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다양한 사유로 유도한다. 이런 점에서 은유는 사유를 무한 확장시키며 전혀 다른 생각을 잉태하는 치유다. 당신은 직격탄으로 발사되는 직유법 중심 대화를 많이 하고 있는가, 아니면 사색과 사유를 불러오는 은유법 중심의 대화를 많이 하고 있는가?명사와 동사명사는 결과를 중시하지만 동사는 과정을 중시한다. 명사는 성공한 상태를 강조하지만 동사는 성공에 이르는 과정에서 무엇을 배우는지를 강조한다. 사회적 유명 인사, 즉 명사(名士)도 명사(名詞)가 아니라 동사(動詞)다. 실력도 명사가 아니라 동사다. 실력은 어떤 시점에서 그 사람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능력의 상태를 보여주는 게 아니라 경지에 이르기 위해 부단히 자기 실력을 연마하는 과정을 통해 업데이트된다. 모든 행복도 관념적 추상명사가 아니라 매일매일 실천하는 동사다. 어제와 다른 동사를 사용하여 역동적인 삶을 살아갈 때, 즉 어제와 다르게 행동하면 다른 행복이 다가온다. 당신은 어떻게 사는 것이 행복한 삶인지 아직도 관념적으로 생각만 하고 있는가, 아니면 매일 어제와 다르게 행동하면서 행복한 삶을 온몸으로 모색하며 느끼고 있는가?실패와 실력색다른 실패가 색다른 실력을 낳는다. 색다른 실패는 색다른 도전에서 나온다. 색다른 실패는 색다른 도전의 다음 이름이고 색다른 도전만이 도약을 보장한다. 도전하지 않으면 실패할 기회가 없어지고 실패할 기회를 갖지 못하면 어제와 다른 실력을 쌓을 기회도 갖지 못한다. 실력은 우여곡절과 파란만장한 시행착오 끝에 축적된 체험적 깨달음의 산물이다. 한 사람이 보유하고 있는 실력은 그 사람이 살아온 삶을 반증해준다. 한 사람이 살아온 삶이 어떤 삶인지가 그 사람이 지니고 있는 실력의 수준과 정도를 결정한다. 직장인은 자신의 일을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어제와 다른 질문을 던지지 않고 틀에 박힌 방식으로 일한다. 반면에 장인은 자신의 일을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이것을 조금 더 잘하는 방법을 궁리하면서 애를 쓰는 사람이다. 당신은 비슷한 일상을 반복하면서 한탄하는 직장인인가, 어제와 다른 일상에서 일탈하는 삶을 즐기며 어제보나 나은 삶을 위해 애쓰는 장인인가?전경의 아름다움은 배경 덕분이다.장미꽃이 아름다운 이유는배경에서 묵묵히 전경을 빛나게 해준 안개꽃 덕분이다.배경의 듬직한 지원 없이 전경의 아름다운 빛남은 드러나지 않는다.한 사람이 보유하고 있는 모든 전문성도사회문화적이고 역사적인 합작품이다.전경과 배경전경의 아름다움은 배경 덕분이다. 모든 풍경도 곤경이 낳은 자식이다. 장미꽃이 아름다운 이유는 배경에서 묵묵히 전경을 빛나게 해준 안개꽃 덕분이다. 전경으로 금방 드러나지만 배경은 특별한 관심을 갖고 배려하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다. 모든 커피가 저마다의 맛을 내면서 사람의 구미와 취향에 맞춰주는 원동력은 모든 커피의 배경으로 들어가는 에스프레소 커피 덕분이다. 배경의 듬직한 지원 없이 전경의 아름다운 빛남은 드러나지 않는다. 한 사람이 보유하고 있는 모든 전문성도 사회문화적이고 역사적인 합작품이다. 전문성으로 드러날 수 있도록 도와준 수많은 배경이 되어준 사람 덕분에 빛나는 것이다. 당신은 내가 성취한전문성은 나의 독자적인 노력으로 성취한 노력의 대가라고 생각하는가, 아니면 직간접적으로 도와준 모든 사람들 덕분에 이룩한 사회적 합작품이라고 생각하는가?END와 ANDEND는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AND)이다. 끝이라고 생각하는 그 순간과 지점이 다시 시작하는 순간과 시점이다. 끄트머리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끝에 머리가 있는 끄트머리는 우리에게 끝은 언제나 새로운 꿈을 갖고 출발하는 시작이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주말에서 주초가 시작되고, 월말과 연말에서 월초와 연초가 시작된다. 끝에서 맛보는 한 순간의 절망은 곧 이어 시작하는 희망을 잉태하는 원동력이다. 수많은 끝(END)을 연결(AND)하면 꿈의 목적지에 언젠가는 이를 수 있지 않을까. 영원한 완성도 없다. 언제나 삶은 미완성의 연속, 오늘의 끝에서 내일의 희망을 꿈꾸며 시작할 수 있다. 당신은 오늘의 끝에서 성취한 결과에 대해 일희일비하고 있는가, 아니면 오늘의 끝에서 내일의 시작을 구상하며 꿈꾸고 있는가? 유영만 교수지식생태학자로 명명되는 한양대학교 사범대학 교육공학과 교수.생태계에서 살아가는 수많은 생명체들의 생명원리를 각별한 관심으로 관찰해서 생존과 성장, 그리고 지식창조의 원리를 파헤치고 있다.그 가운데 축적된 철학과 가치는 수많은 공기업과 대기업, 언론과 방송 등에서 공유되고 있고, 2018년 『독서의 발견』, 『지식생태학: 생태학, 죽인 지식을 깨우다』, 『체인지(體仁智)』를 출간하며 지금까지 80여 권의 저서와 역서를 집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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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적인 의사결정을 방해하는 ‘햄릿증후군’과 ‘확증 편향’의 실체는?
스스로 선택을 못하는 까닭은?햄릿 증후군이란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끊임없이 망설이는 경우를 말한다. 이 말은 저널리스트 올리버 예게스가 2012년 독일 일간지 ‘디 벨트’에 기고한 ‘결정장애세대’라는 말로부터 비롯됐다. 우리는 수많은 의사결정을 하면서 산다. ‘자장면을 먹을까?’, ‘짬뽕을 먹을까?’와 같은 사소한 결정에서부터 배우자 선택, 직업의 선택과 같은 중요한 결정을 하면서 살아간다. 그런데 오늘날 현대인들은 수많은 선택 앞에서 스스로 결정을 잘 내리지 못하고 망설이게 된다. 햄릿의 유명한 대사 중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와 같이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선택 앞에서 많이 망설인다. 이러한 세대를 빗대어 요즘 세대를 ‘아무거나 세대’, ‘메이비 세대(maybe generation)’, ‘햄릿증후군 세대’라고 부르기도 한다. 실상 자신 있게 선택하지 못하는 이유는 첫째, 과잉의 시대이기 때문이다. 상품이나 정보 등이 지나치게 많기 때문에 선택하지 못한 채 갈팡질팡한다. 그러다 보니 판단력이 떨어져서 베스트셀러를 추종하거나, 사람들이 많이 검색한 자료를 따라 가거나, 블로그의 댓글을 보고 결정하는 경우가 생기게 된다. 스스로 선택을 망설이는 현상은 사람들로 하여금 ‘증거중독’이 되게 한다. 이른바 결정장애자들은 증거를 필요로 한다. 증거들로 베스트셀러, 블로그의 추천, 개인 컨설팅, 큐레이션(무수하게 쏟아져 나오는 자료 중에서 의미 있거나, 볼만한 것들을 골라주는 일) 등을 필요로 한다. 둘째, 책임지기 싫어하는 성향 때문이다. 스스로 선택하면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 그러나 다른 사람이 선택할 경우 책임을 피할 수 있다. 이러한 책임회피 현상으로 인하여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이러한 햄릿 증후군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의사결정에 대한 기준을 만든다. 무조건 선택하기보다 선택하는 범위를 제한하여 선택할 수 있는 폭을 좁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많을 경우 혼란스럽다. 그러므로 선택방법과 기준을 세워서 그 기준에 맞춰서 선택한다. 둘째, 결단을 내리지 못해서 끊임없이 망설이지 말고, 시간을 끌수록 더 좋은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선택하지 못해 망설이는 것은 시간만 미루어질 뿐이지 더 좋은 선택을 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셋째, 결과를 예측해 본다. 예측되는 결과에 따라 선택할 수도 하지 않을 수도 있다. 넷째, 선택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선택을 두려워하다 보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선택의 강박과 굴레에서 벗어날 때 햄릿증후군에서 완전히 해방될 수 있다. 다섯째, 할까 말까 망설일 때는 도덕적 기준을 적용한다. 공부할까 말까, 결혼할까 말까, 시장갈까 말까, 여행갈까 말까, 봉사할까 말까 등 비도덕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무조건 하라. 그것은 경험이고 경험은 남기 때문이다. 반면, 비도덕적인 경우에는 망설이지 말고 무조건 하지 마라. 하면 후회할 수밖에 없다. 선한 일을 할까 말까 망설일 때, 하면 선한 경험으로 남고, 하지 않으면 아쉬움으로 남는다. 악한 일을 할까 말까 망설일 때, 하면 바로 후회로 남고, 하지 않으면 뿌듯함으로 남는다. 선은 작은 것이라도 바로 실행하고 악은 작은 것이라도 즉시 멀리하라. 진실된 내용이라도 내 생각을 바꾸지 않는 속사정은?믿음이 강한 사람, 신념이 강한 사람, 자기 확신이 강한 사람은 심리학적 입장에서 보면,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이 심한 사람이다. 확증 편향은 같은 정보에 대해 다른 반응을 나타낸다. 확증 편향은 선택 편향의 한 종류로 내가 믿는 것만 선택적으로 정보로 받아들이고, 내가 믿지 않는 정보들에 대해서는 받아들이지 않는다. 확증 편향은 불완전한 근거의 오류이기도 하다.확증 편향의 사례는 많다. 확증 편향이 있는 사람은 색안경을 끼고 세상을 보는 것과 같다. 사이비 종교집단, 무조건 지지하는 정치인, 연애 초기 눈에 콩깍지 씌인 사람, 장사할 때 잘되는 집만 보고 장사 시작하는 사람 등이 좋은 예이다.그 중, 확증 편향이 가장 심한 사람은 종교인이다. 신앙심이 좋은 사람이란 종교적인 입장에서는 믿음이 좋은 사람이지만 심리학적 입장에서는 확증 편향이 가장 심한 사람이다. 이슬람 사람들이 기독교에서 주장하는 부분을 받아들이겠는가? 기독교인들이 이슬람 사람들이 얘기하는 부분들을 받아들이겠는가? 예수를 믿는 사람들이 부처를 받아들이겠는가? 자신의 종교 외 다른 종교가 가지고 있는 교리들을 받아들이겠는가? 이념도 마찬가지다. 진보든 보수든 이념에 치우쳐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확증 편향이 강한 사람들이다. 반대 진영에서 주장하는 근거나 내용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 내용이 사실이든 아니든 잘 받아들이지 못한다. 믿음이 강한 사람, 신념이 강한 사람, 자기 확신이 있는 사람, 고집이 센 사람, 공부를 많이 한 사람, 경험이 많은 사람, 자신이 전문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확증 편향의 오류에 빠질 수 있다. 스탠포드 대학교에서 사형제도에 관하여 사례 연구를 했다. 사형제도가 범죄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는 사형제도 찬성집단과 효과가 없다는 사형제도 반대집단이 연구의 대상이었다. 미리 학생들에게 두 갈래 연구의 결과를 공개했다. 첫 번째 연구 결과는 사형이 범죄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내용이었고, 두 번째는 사형의 범죄 예방 효과가 거의 없다는 내용이었다. 연구 결과는 조작된 것이었지만, 사형제도 찬성론자들은 사형이 범죄예방효과가 높다는 연구가 훨씬 믿을 만하다고 하는 반면, 사형 반대론자들은 정반대의 반응을 했다. 내가 이미 생각한 내용을 더 지지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위험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왜 확증 편향이 있는가. 첫째로 내 편을 원하기 때문이다. 확증 편향의 또 다른 용어는 ‘우리 편 편향(my side bias)’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고, 집단생활을 하는 인간에게 중요한 가치는 좋은 인간관계이다. 좋은 인간관계를 위해 확증 편향이 필요한 것이다. 나의 이념, 나의 가치, 나의 생각, 나의 경험, 나의 지식과 같은 편의 것을 더 받아들이고 나와 다른 생각, 가치, 이념, 경험 등은 잘 받아들이지 못한다. 왜냐하면 ‘우리 편 생각, 내 편 생각’이기 때문이다. 사실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 편이냐 아니냐가 중요한 것이다. 진화론적 관점에서 보면 내 편이 아니면 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내 편이 중요하지 사실과 진실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둘째는 긍정적 사고의 강조 때문이다. ‘좋은 것이 좋은 것이다, 자꾸 따져 봐야 그것이 그것이다’라고 강요한다. 이러한 사고들 때문에 자신의 의견에 반대되는 다른 의견이나 정보를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는다.확증 편향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확증 편향은 사실을 왜곡시켜 진실을 가린다. 하지만 그 피해는 결국 자신에게 돌아간다. 가령, 아빠 얼룩말이 사자가 접근할 수 없는 장소에 머무르고 있다며 아들 얼룩말의 사자 목격담을 무시하는 것이다. 확증 편향에 빠지면 상당한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따라서 확증 편향을 이겨내고 올바른 지적 성실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재정돈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참고문헌]안셀름 그륀 저, 최용호 역(2014). 결정이 두려운 나에게: 나를 성장하게 하는 결정. 가톨릭출판사.전미영, 이향은, 이준영, 김서영(2014). 트렌드코리아 2015: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의 2015 전망. 미래의 창. 윤옥한 교수국민대학교 교육학과 교수.대림산업 인력개발팀장과 하이컨설팅 대표로 풍부한 경험을 축적한 HRD 전문가로 다양한 공공 기관과 민간기업에 HRD 컨설팅 및 프로그램을 설계했다.저서로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한 인생 설계와 직업진로 탐색』, 『삶은 교육학 개론』, 『평생교육 프로그램 개발론-이론과 실제』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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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선수의 임금격차는 팀 승률을 높이는가?
프로스포츠는 인사조직 측면에서 참고할 수 있는 사례가 많다. 예를 들어 높은 연봉을 받는 구성원들을 스타 선수들이라고 간주하면 그런 선수들로 구성된 조직의 생산성은 탁월할지에 대한 질문을 던져볼 수 있다. 또한, CEO를 빼어난 실력으로 고액 연봉을 받는 스타 선수라고 했을 때, 동료들인 조직 구성원들과의 연봉차이가 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궁금증을 가져볼 수 있다. 필자의 사례연구에 따르면 높은 연봉은 탁월한 성과를 보장하지 않고 과도한 임금격차는 소통과 협업을 막아 조직의 성과창출을 저해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임금수준과 임금격차는 개인 및 조직의 성과, 역량, 직무에 따라 합리적으로 결정되어야만 조직의 성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소통과 협업이 중요한 팀워크 위주의 사업을 하는 조직이라면 임금수준과 함께 임금격차를 반드시 고려해야 할 것이다.프로야구는 전통적으로 구성원인 선수의 역량과 리더인 감독의 리더십이 조화를 이뤄야 승리할 수 있는 스포츠며, 둘 중 어느 한쪽이라도 부족하면 높은 승률을 기대하기 어렵다. 야구는 리그 우승팀과 꼴찌팀 간의 승률에 큰 차이가 나지 않고 10% 내외로 박빙의 승부가 이루어지는 스포츠로도 유명하다.프로야구가 세간의 화제를 모으는 이유에는 특출한 선수의 입단이나 명감독의 이동도 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선수들의 높은 연봉도 있다. 그렇다면 과연 천문학적인 연봉을 받고 유명선수가 팀에 합류하면 그 팀의 승률은 높아질까. 2019년 한국 프로야구 두산베어스 소속의 포수인 양의지 선수는 4년 총액 125억 원을 받고 NC다이노스로 이적해서 좋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지만, NC다이노스는 10개 구단 중 5위에 머물러 있다. 이와 관련해서 미국 프로야구의 통계를 보면 2019년 5월 기준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중 승률 1위는 미네소타 트윈스다. 그러나 미네소타 트윈스의 연봉 총액은 1억 2000만 달러로 리그 20위다.연봉 총액이 낮은 야구팀이 리그에서 우승한 사례는미국에서 흔치 않게 볼 수 있다.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는 2000년부터 2007년까지 무명선수들을 중심으로팀을 꾸렸지만 8년간 우승 4번과 준우승 3번을 달성했다. 또 탬파베이 레이스는 2007년 프리드먼 단장이 취임한 이후 경험이 부족한 젊은 선수들을 주축으로 팀을 꾸렸지만 뉴욕 양키스나 보스턴 레드삭스 같은 쟁쟁한 팀들을 물리치고 디비전시리즈 1위를 차지했다. 이들 두 팀의 사례는 프로야구의 승률이 선수들의 총연봉과 비례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학술적 연구결과를 보더라도 미국 프로야구 구단의 총연봉과 승률 간에는 긴밀한 연관성이 없다.한편 연봉 총액이 높은 야구팀이 높은 승률을 기록하지 못하고 있는 사례도 존재한다. 대표적인 팀이 미국 프로야구 역사를 통틀어 지구우승횟수 1위 팀이자 월드시리즈 최다 우승팀인 뉴욕 양키스다. 뉴욕 양키스에는 고액 연봉자들이 대다수지만 실망스럽게도 최근 10년간 월드시리즈 우승을 한 번도 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양키스팀의 연봉 총액은 보스턴 레드삭스, 시카고 컵스 다음으로 미국 내 3위를 차지하고 있다.다시 말하면 미국 프로야구 구단의 연봉 총액과 승률 간에는 일관된 관계가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최고 연봉을 받는 최고의 선수를 보유하더라도 팀의 우승을 보장하지는 못한다. 그런가 하면 감독을 수시로 바꿔도 승률에 미치는 영향은 인상적이지 않다. 그럼 도대체 프로야구의 승률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무엇일까. 그 비밀은 개인 간 연봉격차에 있을 것이다.야구와 같이 다양한 포지션이 존재하고 변수가 많아 팀워크가 중요한 스포츠에서는 특정 선수의 활약만으로 승리가 보장되지 않는다. 경기를 치르는 팀의 선수 숫자가 야구처럼 9명인 경우 한 선수의 능력이 승리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 그나마 투수 같은 포지션은 마운드에 홀로 서서 경기를 운영하기에 승리기여도가 높은 것이 사실이지만, 그마저도 타선이 점수를 내지 못하면 팀은 승리를 챙길 수 없다. 타자 역시 마찬가지다. 야구는 뛰어난 4번 타자를 보유하고 있다고 해도 타선의 짜임새가 좋지 못하면 점수를 내기 힘들다. 4번 타자와의 승부를 피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극단적으로 투수가 빼어난 투구를 하고 4번 타자가 홈런을 때려내도 수비수가 매번 절망적인 실책을 범하면 점수를 잃고 경기에서 패배할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야구는 철저한 팀워크가 요구되는 스포츠이다.그러면 연봉의 관점에서 프로야구의 승률은 어떻게 예측될 수 있을까. 승률이 높은 팀의 특징은 평균 연봉이 높지만, 선수 간 연봉차이가 크지 않은 점이다. 2007년부터 2016년까지 10년간 한국 프로야구 8개~10개 팀의 연봉을 분석한 필자의 연구에 의하면 이러한 사실이 명확하게 드러난다. 프로야구 선수의 연봉수준은 팀 승률과 약 44%(100%가 최대값이라고 가정) 정도 연관이 있었으나, 개인 간 연봉격차는 그 수치가 커질수록 승률을 약 20% 감소시켰다. 결과적으로 스타 선수가 끌어올린 팀의 연봉수준은 팀 승률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이로 인해 팀 내 다른 선수들과의 연봉격차를 높이면 그 효과는 반감된다고 볼 수 있다.이러한 사실은 다른 팀 스포츠에도 적용되며 11명이 한 팀을 이루는 프로축구가 대표적이다. 결과적으로 팀워크가 필요한 팀 스포츠에서 임금격차는 승률을 떨어뜨리는 경향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팀이 아닌 개인 간의 경쟁을위주로 하는 테니스, 골프, 경마 같은 경우 연봉 격차가 클수록 개인의 승률이 높아지는 경향이 나타난다.이러한 사실이 기업과 같은 일반 조직의 임금관리에 주는 시사점은 무엇인가. CEO를 스타 선수로 간주하면 CEO와 조직 구성원들 간 연봉의 과도한 격차는 조직성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개인 간 임금수준의 격차가 과도하게 벌어진다면 높은 임금수준에도 불구하고 조직성과가 반드시 높아진다는 보장이 없다. 임금수준은 역량수준을 반영하고 있어서 임금수준이 높은 조직에는 더 우수한 역량을 갖춘 구성원들이 있을 확률이 높다. 그러나 과도한 임금격차는 자칫 소통과 협업을 저해해서 조직의 성과를 높이기는커녕 떨어뜨릴 가능성이 크다.그렇다고 필자의 논점이 임금의 개인 간 격차를 무조건 좁히라는 것은 아니다. 임금격차는 성과에 따라서, 역량에 따라서, 직무에 따라서 합리적으로 결정될 경우 조직의 성과창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다만 그 격차가 과도하게 벌어져서 공정성과 합리성을 상실할 정도라면 조직 내 협업을 저해하는 부작용을 초래하게 된다는 점이다. 소통과 협업이 중요한 팀워크 위주의 사업을 하는 조직이라면 임금수준과 임금격차를 두루 고려해야 할 것이다. 양동훈 교수서강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학부와 대학원에서 인적자원관리, 조직행동론, 성과관리론을 가르치고 있다.현재 한국경영학회, 한국인사조직학회, 한국인사관리학회, 한국윤리경영학회 부회장으로 활동 중이며, 『4차 산업혁명 일과 경영을 바꾸다』, 『초고령사회 조직활력을 어떻게 높일까』, 『누구를 리더로 세울 것인가』 등의 저서를 집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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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視) 역량을 중심으로 전략적 HRD를 리드할 수 있는 HRDer가 되자
디지털 기술의 빠른 확산으로 사회 전반이 크게 바뀌어가는 가운데 저성장 고착, 무역전쟁 격화, 노동시장 변화 및 고령화 등에 대응하여 기업들은 저마다 생존 대책과 미래 변신에 고심하고 있다. 이와 같이 복잡다단하고, 급변하는 환경에 슬기롭게 대응하며 기업을 도약의 길로 이끄는 것은 결국 인재이다. 따라서 HRD는 인재육성에 있어 더 이상 두루뭉술한 역할이 아니라 경영에 실질적으로 기여해줄 것을 강하게 요구받고 있으며 전문가들은 학습 플랫폼화, 인포멀 학습 확대, 현장주도 학습 강화, 휴머니티 중시 등을 제시하며 HRD의 변혁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5급이 결코 3단 바둑을 둘 수 없듯이 이는 의욕만 가지고는 안 되며, 그에 걸맞은 역량이 요구된다. 그렇다면 과연 기업들은 전략적 HRD를 주도할 인재들을 얼마나 확보하고 있을까.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는 믿음 아래 HRDer 역량 향상에 주력해야 함을 강조하며 이를 3시(視)로 풀어보고자 한다.첫째는 시력(視力)이다. 사안의 본질을 꿰뚫어 보고 미래 변화를 예견할 수 있으려면 지식의 깊이와 폭이 남다른 T자형 식견을 갖추어야 한다. 먼저 미국ATD가 2013년 말에 발표한 교수설계(Instructional Design)과 훈련 전달(Training Delivery) 등 10개의 전문역량 향상에 집중하며 HRD의 학습 관장 범위가 넓은 만큼 평소에 인간관계, 심리, 기술, 혁신, 이문화등 관련 분야의 식견도 폭넓게 배양해야 한다. 이는HRDer의 중추(Backbone) 역량이며 이를 제대로 갖추어야 HRD의 핵심인 짜임새 있는 과정 설계와 명품컨텐츠 개발이 가능하다. 또한 HRD 플랫폼화, AI, VR 등을 활용한 에듀테크 확산 및 HR Analytics 확대적용 등의 디지털 변혁을 위해 HRDer들이 디지털 기술 및 빅데이터를 적극 활용할 정도의 수준 높은 디지털 리터러시(Digital Literacy)를 갖추어야 한다. HRDer들이 자칫 간과하기 쉬운 역량이 사업 안목이다. 관련 산업 및 시장 동향, 제품기술 또는 서비스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사업 안목을 키워 나가면 사업 파트너로서 HRD의 전략적 대응력을 한층 높일 수 있고, 또한 자신의 성장에도 든든한 자산이 될 것이다. 이상의 식견을 갖추는 데는 경험상 독서와 성찰의 일상화가 큰 도움이 된다. 혹자는 팔방미인의 식견을 두루 갖추기가 얼마나 어려운 줄 아느냐며 볼멘소리를 낼 수 있지만 아는 만큼 보이고, 개선할 수 있음을 명심하고, HRDer들은 학이시습지(學而時習之) 불역열호(不亦說乎)의 공자 말씀에 모범을 보이는 평생학습자(Life-time Learner)가 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는 시야(視野)이다. 장수가 전쟁 승리를 위해 천(天), 지(地) 등 전체 국면을 면밀히 살피며 지피지기(知彼知己)를 해야 하듯이 나무만이 아닌 숲 전체를 바라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동안 HRD는 전통적으로 순수 T&D(Training & Development)에 치중해온 편인데 70(일):20(관계):10(T&D)의 인재육성 모델을 보면 인포멀러닝, 코칭, 멘토링, CoP 등 일터(70+20)에서 효과가 높은 학습들이 다양하다. HRD의 존재 이유가 T&D를 잘하는 게 아니라 회사가 원하는 인재를 제때 육성하는 것이므로 회사 전체를 보며 70+20+10의 최적 조합을 통해 가성비 높게 인재를 육성함이 바람직하다. 아울러 밖으로도 시야를 적극 넓혀야 한다. 최근 국내외 HRD 전문기관들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학습방법과 컨텐츠 면에서 감동을 주는 프로그램들을 많이 선보이고 있다. 기업이 따라가기 어려운 그들의 전문성과 민첩성을 적극 활용하여 자신들의 기업에 가장 적합한 학습 포트폴리오로 지속 보완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HRDer들은 국내외 컨퍼런스, 전문가 포럼에 수시 참여하여 HRD 발전 동향을 제때 파악하고 외부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기업에 필요한 프로그램들을 선별, 활용할 수 있는 Know-where 역량을 갖추어야 하며, 그래야만 개인별 맞춤형 학습 솔루션을 제공하는 큐레이터(Curator)로 인정받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시각(視角)이다. 자신의 관점에만 매몰되지 않고 사안을 다각적으로 바라보며 창의적 대안을 창출하는 ‘관점 전환’이 중요하다. 먼저 CEO 관점에서 HRD를 바라봐야 한다. CEO 입장에서 HRD 역할에 대해 항상 고민하고, 이를 적극 실행하면 HRD의 전략적 위상이 자연스럽게 높아질 것이다. 숲을 가꾸면 범이 찾아오듯이 구성원들에게 진정 도움이 되면 학습 참여도는 높아지고 학습 효과 또한 분명 뛰어날 것이다. 따라서 항상 고객 입장에서 학습을 바라보며 현장의 니즈를 상시 파악하고, 고객에게 가장 적합한 과정 제공, 그리고 HR Analytics를 통해 현업 활용도를 진단, 피드백하는 선순환 학습 프로세스를 구축해야 한다. 한편, 시대변화에 맞게 현장 주도의 학습 활성화를 적극 지원하면서도 기업의 혼(魂)을 지키고 발전시키는 것은 HRD가 양보할 수 없다는 강한 소명감을 갖고 핵심가치, 가치관, 직무몰입 등의 가치문화 교육을 주도하는 균형된 시각도 갖추어야 한다. 따라서 HRDer들은 늘 익숙함을 경계하며 새로운 시각으로 업무를 바라보며 꾸준히 개선해 나가는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의 혁신가(Innovator)가 되어야 한다. 3시(視) 역량을 갖춘 인재들이 전략적 HRD를 구현해 내려면 선승구전(先勝求戰)과 실행 중시의 조직문화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인재육성 업무는 미리 준비하면 할수록 결과가 더 좋아진다. 반 박자 빠르게 학습할 때 효과가 가장 높지 않은가. 물론 예견이 쉽지 않지만 경영전략이 나온 후 HRD가 대응하면 이미 늦다. 싱싱한 야채의 새벽 배송을 위해 정확한 예측과 밤샘 작업이 필요하듯이 반 박자 빠른 HRD 운영을 위해 미래 변화를 일찍이 간파하고 치열하게 준비하는 업무 방식이 조직의 DNA로 자리 잡아야 한다. 요즘 많은 기업들이 HRD의 전략적 역할 강화를 추진하고 있는데 성패는 전략이 아닌 실행에서 크게 갈릴 것이다. B급 전략도 실행하며 지속 보완해 나가면 A급 성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대체로 대형 과제의 초기 전략은 근사하지만 많은 경우 성공으로 이어지지 않는 것은 지속 실행이 약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디지털 기반의 전략적 HRD 구현’ 이라는 메가 프로젝트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 큰 그림(Big Picture)도 중요하지만 시행착오로부터 배우며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실행 중시의 문화가 참으로 중요하다. 즐기는 자에겐 당할 재간이 없는 법이다. 3시(視) 역량을 두루 갖추기 위해 끊임없이 연마하며 사람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가지고 일을 즐기는 HRDer들은 숙원사업인 ‘사업 파트너로서 HRD의 전략적 역할 강화’를 효과적으로 구현해 내리라 확신한다. 윤동준 포스코에너지 자문역'83년 포스코에 입사해 HRM/HRD 분야에서 두루 경력을 쌓았다.임원 승진 후 인사실장, 인재개발원장 외 혁신, 전략, 재무, 홍보, 대외협력 등 다양한 분야를 두루 경험하면서 포스코건설 부사장, 포스코 대표이사 부사장, 포스코에너지 사장을 역임했다.현재는 포스코에너지 자문역이자 월간 인사관리 자문, 코칭경영원 협력코치로도 활동 중이며 피플 사랑을 모토로 사람중심 경영 전파에 적극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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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방향과 시각을 요구하는 평생학습사회와 성인교육
평생학습사회는 미래의 시나리오가 아닌 현재의 이야기다. 과거 특정 연령층을 대상으로 특정한 장소에서 이뤄지던 교육은 이제 나이, 장소,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상시로 일어나는 활동이 되고 있다. 지금까지 필자는 성인교육, 고등교육, HRD, 성인학습자의 역량에 관한 시각을 공유해왔다. 기고의 목적은 단순히 인접해 있는 다양한 영역의 소개나 차별화가 아니라 성인교육의 역할 논의를 위한 기본적 배경들을 함께 고민하기 위함이었다. 현재 성인교육은 대학이나 기업을 포함한 다양한 조직에서 이뤄지고 있고, 또 그렇게 되어야 한다. 이에 더해 성인교육은 성인학습자들이 평생을 학습해야 하는 미래사회를 잘 살아갈 수 있도록 개인적·사회적 능력과 역량을 두루 개발하기 위한 다양한 기회를 제공해줄 수 있어야 한다.‘평생학습사회를 슬기롭게 살아가기 위해 성인교육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해답을 도출하기 위해 필자는 다음의 네 가지 사항을 생각해볼 것을 권한다.첫째, 학습자 중심형 혹은 성인친화형 교육운영체제를 갖춰야 한다. 지금까지 학습자 중심의 교육에 대한 논의는 무수히 많이 이뤄져 왔다. 그러나 대다수는 학습방식에 관한 토론에 국한되고 있으며 교육프로그램에 대한 성인학습자의 접근성과 관련한 본격적 논의와 실질적 변화는 아직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의 이유에 대해서는 ‘고등교육이나 HRD에서 기관이나 조직이 아닌 성인학습자를 중심에 두고 교육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져보면 쉽게 파악할 수 있다.대학을 예로 들면 성인학습자들이 수강할 수 있는 주말이나 야간 강의 개설이 여전히 소수이며, 시간제 등록도 쉽지 않다. 많은 대학에서 마련된 대학원 수업은 직장인들이나 성인들을 배려해서 야간 수업과 주말 수업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대학의 많은 수업은 성인학습자들이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시간제 등록이나 야간 수업의 확대와 같은 성인학습자를 위한 성인친화형 학사운영이 필요하다.둘째, 성인학습자를 대상으로 한 정보통신기술(ICT)의 적절한 활용이 요구된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스마트 기기를 활용한 학습이나 MOOCs와 같은 온라인 교육프로그램이 확대되고 있다. 스마트 교육과 온라인 교육혁명이 진행되고 있는 지금, 기술의 발달이 성인교육에 어떠한 형태로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그 영향은 과연 긍정적인가에 대한 냉철한 논의가 필요하다.정보통신기술은 분명 학습활동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지만, 이러한 변화가 성인학습자들에게 유효하게 적용되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교육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있는 컨텐츠가 성인학습자의 필요성에 부합해야 한다. 그와 함께 스마트 기기를 사용한 온라인 학습에 익숙하지 않은 성인들에 대한 추가적인 교육도 요구된다.셋째, 교육프로그램 제공자에 대한 본격적 논의가 필요하다. 평생학습사회라는 용어에서 보듯이 현대사회와 미래사회에 있어서 학습은 무척 중요하다. 그러나 학습을 강조하는 만큼 간과하면 안 되는 것이 학습을 가능하게 하는 교육프로그램이나 활동을 누가 구성하고 제공하는가에 대한 논의다. 이는 학습자가 학습하기 위해서는 학습해야 할 내용이 양적, 질적으로 우수하게 구성되어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 나아가 이러한 학습 내용은 학습자가 접근 가능한 상태로 제공되어야 한다. 언급한 내용은 형식학습에서뿐만 아니라 성인학습자들이 일상적으로 접하고 있는 비형식학습에서 더욱 중요하다.4차 산업혁명시대로 표현되는 현대사회는 누구나 쉽게 방대한 정보에 접근해서 원하는 데이터를 손쉽게 획득할 수 있는 시대지만 동시에 획득한 정보의 신뢰성과 확실성을 보장할 수 없는 시대이기도 하다. 많은 성인학습자는 여전히 형식교육보다는 비형식교육을 통해서 학습하고 있는 것이 현실임에도 불구하고 성인학습자를 대상으로 한 교육프로그램 제공자들에 대한 질 관리는 상대적으로 소홀했었다. 수많은 성인학습자 대상 교육프로그램 제공자들의 역량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과 정리가 시급하다.넷째, 성인학습자들에게 제공되는 교육프로그램이나 교육기관 또는 프로그램 제공자에 대한 질 관리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이 문제는 앞서 언급한 모든 내용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어떤 학습에서건 접근성과 개방성이 확대될 경우 마찬가지로 요구되는 것이 질적 우수성의 담보다. 접근성과 개방성을 확대한다는 것은 결코 무분별한 프로그램을 개설 및 운영해도 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럴 때일수록 해당 프로그램을 합리적인 기준에 따라 높은 수준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이 필수적으로 마련되어야 한다. 성인학습자들은 접근성을 보장받는 것과 함께 양질의 교육을 받을 권리도 함께 보장받아야 하기 때문이다.그런가 하면, 교육기관이나 프로그램 제공자에 대한 신뢰는 교육내용 자체에 대한 신뢰나 가치와도 관련되어 있다. 예를 들어 앞서 언급했던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성인학습자들은 간단한 키워드만으로 무수히 많은 정보를 검색할 수 있다. 그러나 정말 중요한 것은 검색된 수많은 정보 중에서 학습자가 원하는 신뢰성이 높고 가치 있는 정보를 제대로 선택할 수 있는가다. 만약 그것이 쉽지 않다면, 전체적인 질 관리 체제를 수립함으로써 교육프로그램이나 내용을 신뢰할 수 있도록 확신을 심어줘야 한다.성인교육은 역사가 오래된 만큼 많은 담론이 이뤄져 왔으나 최근의 사회변화와 이에 따른 평생학습사회의 도래는새로운 방향과 시각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오래된 역사에도 불구하고 미래를 위한 토론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앞으로는 성인교육에 대한 과거보다 더욱 적극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미래사회는 평생학습사회이고 모두를 위한 사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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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감정 설계자’다
한 사람의 삶을 질을 가장 크게 좌우하는 것 중 하나가 ‘감정’이다. 특히, 집요하고 강력하게 반복되는 감정일수록 더욱 그렇다. 이렇게 마음을 읽는 중요한 실마리인 감정을 우리는 얼마나 잘 알고 정서적으로 주도적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감정 앞에 번번이 작아지거나 끌려가듯 살아가느라 내 삶이 이토록 힘겹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면, 부담스럽고 귀찮더라도 한 번쯤 마음의 풍경을 살펴보는 시간을 가져봐야 한다. 그 필요를 계속 회피하고 지나간다면, 훗날 언젠가는 곱절로 힘겹게 자기를 들여다볼 시간에 직면하게 될지도 모른다.왜 지금 ‘감정’이 중요한가?한국인의 삶의 질이나 행복도가 그리 높지 않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많은 심리학자들은 물질주의 경향이 높은 사회에 사는 사람들일수록 심리적으로 건강하지 못하다는 것을 주장해왔으며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인의 물질주의에 대해 연구해온 박선웅 고려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돈에 지나치게 매달리고 물질적 성취에 집착하는 사람일수록 심리적 건강이 좋지 않았다. 흥미로운 것은 물질주의가 정체성과 관련이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니까 정체성이 확실한 사람일수록 자신에게 더 많은 물질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반면, 정체성이 흔들리고 불확실한 사람일수록 물질에 더 매달린다는 것이다. 실로 정체성이란 ‘내가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중시하며 어떤 기준으로 행동하는가’ 그리고 ‘무엇은 나답고 무엇은 나답지 않은 것인가’를 의미한다. 필자 역시 상담과 강의를 하면서 20대부터 60대까지 두루 만나면서 정체성이 희미하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자기 자신에 대해 알고, 어느 정도 정리된 사람들이 의외로 적은 사실은 결국 자신의 감정 또한 잘 모르는 사람이 많을 거라는 추측으로 이어진다. 아마 한국인이 거쳐온 현대사를 볼 때, 개인주의 문화나 근대 사회가 형성되기도 전에 생활 전반이 급속도로 바뀐 이유도 있으리라 생각된다. 농업 중심의 집단주의 문화에서 갑자기 고도로 경쟁해야 하는 신자본주의, 나아가 소비주의 시대로 접어들면서 한국인의 삶은 쫓기듯 굉장히 복잡해졌다. 우리의 교육과정만 보더라도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그 이유는 이것 때문이다.”라고 고민하고 표현하며 자신의 논리를 다져나갈 시간이 없다. 시험에 유리한 것, 취업에 유리한 정보, 경쟁의 우위를 점하는 방편에 대한 온갖 정보와 팁들이 돌아다닌다. 이러니 정체성이 형성될 시간이 없다. 그래서 외모나 돈, 지위 등 남들에게 보여줄 것들에 집착하고, 그런 개인의 심리가 모여 사회의 물질주의를 더 가속화시키기에 이른다. 이런 삶 속에서 희미해진 정체성을 명확히 하려면, 힘들더라도 감정부터 들여다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길일지 모른다. 내 감정을 읽는다는 것은 자기이해를 높이는 작업이면서 정체성을 다지는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우리는 모두 ‘감정 설계자’다감정이라는 영역에 접근할 때 가장 중요한 토대가 되는 관점은 두 가지다. 하나는 ‘감정을 구체적으로 알아차리면 감정 경험에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는 리사 펠드먼 배럿의 ‘정서구성론’이다. 또 다른 하나는 ‘감정은 감정대로 생각은 생각대로 내버려두고 지금 하는 행동에 전념하게 하는’ 일본 정신분석가 모리타 쇼마의 ‘모리타 치료’다. 이 두 가지 관점을 간략하게나마 소개하면 ‘사람들은 모두 자기 감정의 설계자다’라는 의미로 요약할 수 있다.지금껏 심리학자들이 감정에 접근할 때에는 감정, 정서, 정동, 기분을 구분하는 학자도 있고, 1차정서, 2차정서를 구분해 설명하는 사람도 있었다. 선천적으로 타고난 감정과 사회문화적으로 학습된 감정이 따로 있다고 말하는 학자가 있는가 하면, 긍정감정을 더 많이 경험하도록 애쓰고 부정감정은 줄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흔하다. 만약 이러한 분류들이 과학적 근거에 따르는 것이라면 각각이 어떻게 구분되는 메커니즘을 통해 일어나는지 신경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지난 30년간 미국의 많은 대학 연구소들이 막대한 자원을 투자해 각각의 감정의 근원을 알아내고자 애썼지만, 누구도 명확한 결과는 얻지 못했다. 감정에 관한 뇌 지도를 그리려는 시도가 실패한 것이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 현대의 신경과학자와 임상심리학자들은 ‘슬픔이나 분노, 기쁨을 만들어내는 뇌 회로나 영역이 각각 따로 있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한다.리사 펠드먼 배럿에 따르면 ‘뇌가 하나의 예측기제이듯 감정도 예측의 과정에서 겪게 되는 부산물 같은 것’이다. 40년 동안 앞을 보지 못했던 사람이 수술을 통해 기적적으로 시력을 회복했다고 해서 세상을 곧바로 볼 수 있을까. 전혀 그렇지 않다. 시각, 청각과 같은 지각 기능이 경험을 통해 학습하면서 구성되는 것이듯 감정 역시 그렇게 경험과 학습을 거쳐 만들어진다. 세 살 난 아이가 중년에 이른 사람이 느끼는 불안과 수치심, 모멸감을 느끼기란 불가능하다. 아직 그런 감정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면, ‘경험이 감정을 만들어낸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런 관점에 따라 주목해야 하는 실용적인 포인트가 등장한다. 하나는 감정에 있어서 경험을 어떻게 해석하는가이고, 또 다른 하나는 내가 자주 느껴온 감정은 앞으로도 더 많이 느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주의 깊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한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은 그의 지난 삶이 어떻게 지금의 감정들을 만들어냈는지 이해하는 것이다. 『내 감정을 읽는 시간』 中감정에 압도되지 않고 유연해지는 연습 100년 전, 일본 사회는 산업화와 개인화가 고도로 진행되면서 사회불안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급증했다. “내가 이렇게 말하면 분명 나를 무시할 거야.”라고 생각해서 점점 사람들을 기피하면서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당시 도쿄대를 졸업하고 정신과의사로 근무하던 모리타 쇼마는 환자들을 침대에 눕혀, 자유연상, 최면 등 정신분석에서 하라는 건 다 해봤다고 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환자들에게는 전혀 차도가 없었다. 그러다가 문득 어떤 환자를 보면서 영감을 얻은 모리타 쇼마는 다음과 같은 원리를 통찰해 주창할 수 있었다.“불안한 마음을 자꾸 긍정적으로 바꾸려고 하니까 역효과가 난다. 불안 따위는 내버려두고 지금 할 수 있는 일에 전념하자. 그러면 희한하게도 불안이 어느새 사라지고 괜찮아지더라.”많은 사람들은 부정적 감정 때문에 힘들어한다. 이는 긍정감정, 부정감정 이렇게 나누어서 긍정만 경험하고 싶어 하는 서양식 이분법적 접근의 부작용이다. 자신의 기분을 나아지게 하려고 현대인들이 얼마나 막대한 노력과 비용을 들이는지 본다면 모리타 쇼마는 아마 이렇게 말할 것이다.“감정은 그냥 있는 그대로 내버려두십시오. 생각으로는 감정을 바꿀 수가 없습니다. 당신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게 뭐죠. 그걸 위해 지금 무엇을 해야 하나요. 그걸 하는 데 전념하세요.” 감정을 수용하고 감정 경험을 주도한다는 것감정은 객관적 분류도, 측정도 불가능하고 어떤 것이 좋다, 나쁘다고 말할 수 없다. 감정에는 답이 없다. 감정을 극복의 대상으로 바라보면 불필요한 에너지를 많이 쓰게 된다. 감정은 극복의 대상이 아니라 수용해야 하는 것이다.누구에게나 들어맞는 마스터키 같은 건 없다는 얘기다. 감정은 오로지 있는 그대로 경험하면서 그 맥락을 보아야 한다. 그래야 자기 이해의 폭이 넓어지면서 조망할 수 있게 되고, 조망이 가능해야 적절한 행동을 선택할 수 있게 된다. 삶에서 우리가 경험하는 것들의 대부분은 불가항력적인 게 아니다. 내가 쓴 색안경으로 바라보고, 내가 끼운 필터로 걸러 들으며, 과거의 경험을 가지고 다가오는 새로운 일에 대한 해석이 덧대어진다. 많이 경험하는 감정을 또 경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더 겪고 싶지 않은데 반복되는 부정적 감정이 있다면 우선 그게 무엇인지 알아차려야 한다. 내 지형과 목적, 계획이 어떤지 전체적으로 펼쳐서 조망하다 보면 감정 경험이 달라진다. 나라는 생물이 이 세계에 시시각각 반응하고 살아남는 과정에서 남기는 신호가 내 소중한 감정이다. 삶이 나를 방치하고 둥둥 떠다니는 느낌이 든다면, 감정을 연료로 삼아 다시 내 중심을 찾을 수 있다.변지영 작가차의과학대학교 의학과 임상상담심리전공 박사과정에서 연구 중으로 그동안 실존과 심리에 관한 주제로 저술활동을 지속했다. 주요 저서로는 『내 감정을 읽는 시간』, 『내 마음을 읽는 시간』, 『항상 나를 가로막는 나에게』,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는 당신에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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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의 활동 및 물질을 통한 내 마음과 행동의 변화
2015년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 와일랜드 허트너 교수팀은 다른 동물에게는 없고, 인간에게만 존재해 두꺼운 신피질을 만드는 유전자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침팬지나 고릴라와 같은 유인원에 비해 인간의 지능이 뛰어난 까닭은 대뇌의 가장 바깥쪽에 위치한 두꺼운 신피질 덕분이다. 인간의 뇌가 다른 동물에 비해 주름이 심한 것도 신피질이 한정된 공간 안에 구겨져 빼곡히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실상 뇌는 아직 미지의 영역이다. 하지만 뇌는 곧 마음이라고 명명할 수 있는 중요한 부분이다. 따라서 뇌에 대한 이해는 마음에 관한 이해라고 얘기할 수 있다. 똑같은 사물이나 상황을 여러 명이 함께 보더라도 따로 불러서 물어보면 제각기 다른 내용을 진술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들 가운데 한 사람만 진실을 말하고 다른 사람은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니다. 단지 각자의 경험, 생각, 판단 등에 따라 다른 것을 느꼈을 뿐이다.실제로 우리는 마음이라고 알고 있지만. 그 정체는 뇌의 활동, 정확히는 뇌의 물질이다. 예컨대 우울증 환자는 세로토닌의 분비가 적어서 우울한 마음을 느끼는 것이다. 따라서 우울증이 심하면 세로토닌 수치를 높이는 약을 투여하는 수동적인 방법을 택하거나, 지속적인 운동, 또는 억지로 웃어 뇌의 변화를 유도해 세로토닌의 분비를 높여야 한다. 실상 살아간다는 것은 정신작용의 연속이다. 감각과 지각 그리고 행동은 서로 엮어지면서 우리를 의식적 존재로 만든다. 감각과 지각을 통해 주변 환경을 뇌에서 재구성하는 것이다. 감각자극은 지각작용과 연결된다. 그러니까 감각입력의 자극이 ‘무엇’인지 그리고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밝혀내는 구성적 과정이 지각이다.구체적으로 감각자극의 전달 초기단계에는 감각이 의식되지 않는다. 시각의 경우 망막에서 일차 시각피질에 도달하는 0.05초까지는 무엇을 봤는지 의식할 수 없다. 실상 후두엽 일차 시각피질에서 시각의 흐름은 두정엽과 측두엽의 두 갈래로 갈라진다. 측두엽으로 전달되는 시각처리과정이 진행돼 0.1초가 지나면 색깔과 형태를 ‘의식적’으로 알 수 있다. 앞쪽 측두엽에 시각정보가 전달되면서부터 감각이 의식화돼 지각된다. 사과를 본다는 현상은 사과에서 반사된 빛 알갱이의 자극으로 생성된 전압파가 신경세포의 연결을 통해 측두엽까지 전달되면서 전압파열의 흐름이 ‘색깔’과 ‘형태’라는 놀라운 인식작용을 창출해낸 것이다. 그래서 모든 지각과정은 창조적 과정이다. 감각정보가 지각으로 전환되는 과정은 결코 수동적 과정이 아니고 사람마다 고유한 창조적 과정이다. 단편적 감각자극이 ‘무엇’인지 알아가는 과정은 수억 개 이상의 신경세포가 서로 연결돼 상호작용하는 과정에서 엮어내는 확률적 과정이다. 그런가 하면, 우리의 청각은 시간적으로 바뀌는 공기압력의 변화를 엮어서 소리로, 소리를 엮어서 단어로, 단어를 엮어서 문장과 노래를 창조한다. 뇌 운동 신경세포의 무수한 연결로 단순한 동작을 적절한 순서로 연결하면 문화를 이룬 고도의 적응적 능력이 출현한다. 지각이 감각단서가 ‘무엇’인지를 알아내는 과정이 더 진행되면 그 단서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추론할 수 있다. 우리의 습관은 뇌의 신경계와 관련 깊다.실제로 습관이란 의식적으로 무의식적으로특정한 마음을 품거나 행동을 반복해신경연상회로의 연결을 강화시키는 것이다. 예컨대 뜻대로 상황이 진행되지 않는다고그때마나 분노하고 소리치면 신경연상회로가 강화되기 때문에그 현상이 되풀이될 가능성은 높아진다.이상의 내용과 연관성이 짙은 인지과학은 20세기 후반에 형성됐다. 인간과 동물, 그리고 컴퓨터의 인공지능시스템과 같은 인공물이 세상에 대한 각종 정보를 어떻게 얻는지, 어떻게 개별정보가 조직화된 지식으로 변환되는지, 그리고 어떻게 각종 정보가 기억에 저장되어지며, 그 지식이 사고와 행동을 결정짓는데 어떻게 쓰이는지를 다루는 학문이다. 인지과학은 심리학, 철학, 언어학, 신경과학, 인공지능, 인류학, 사회학, 경제학, 로보틱스 등 신경과학 측면에서 사회과학 측면까지 여러 학문들을 연결하여 포괄적인 접근을 제시한다.캘리포니아 대학의 마이클 머츠니크는 우리가 습관적인 행동에 빠져들수록 그 패턴은 더욱 강화된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증명했다. 즉, 원숭이의 손가락에 어떤 것을 접촉시키면 원숭이 뇌의 특정부위가 활성화된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는 원숭이가 먹이를 먹을 때 특정 손가락만 사용하도록 훈련시켰다. 나중에 원숭이의 뇌를 촬영해 보니 활성화된 부분이 거의 여섯 배나 커져 있는 것을 확인했다. 원숭이는 그 후에도 신경연상회로가 아주 강하게 자리잡혀 있었기 때문에 먹이를 주지 않아도 습관적으로 그 손가락 운동을 반복했다.금연하겠다는 결심이 있는데도 여전히 담배를 피우고 싶은 충동을 느끼는 것도 같은 경우이다. 그 사람은 신체적으로 담배를 피우고 싶도록 신경회로가 연결된 것이다. 이런 까닭에 어떤 마음을 바꾸거나 행동을 변화시키는 것이 어려운 것이다. 우리는 그냥 하나의 습관을 가진 것이 아니다. 신경계의 강한 신경 연상회로와 연결된 것이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어떤 마음이나 행동을 반복함으로써 신경 연상회로의 연결을 더욱 강화한다. 예컨대 가까운 사람에게 화내고 소리 지르는 행위를 할수록 그만큼 신경연상회로가 강화되어 다음에도 그와 같은 일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커진다. 그러나 다행스러운 결과도 있다. 앞서 실험에서 원숭이가 사용하던 손가락을 강제로 사용하지 못하게 하자 활성화되었던 뇌의 부위가 점차 줄어들기 시작했고 연결회로도 약화되었다. 습관을 변화시키려는 사람들에게 희망적인 소식이다. 만일 특정 마음이나 행동을 오랫동안 자제한다면 그 연결이 약화될 것이다. 과거에 사용하던 신경연상회로를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는다면 그 연결 역시 약화될 것이다. 따라서 우리의 좋지 못한 마음이나 행동을 사라지게 할 수도 있다.일생경영학교사람의 일생에는 5가지의 과제와 5가지의 도리가 있다. 서양에서는 Mind, Self, Family, Work, Relation을 일생의 과제(Life 5 Tasks)라 하였으며, 동양에서는 仁, 義, 禮, 智, 信을 사람의 도리(五常), 즉 일생에서 지켜야 할 사람의 5가지 덕목이라고 했다. 일생경영학교는 이상의 5가지 과제 및 도리를 바탕으로 품격 있는 인생을 살아가도록 안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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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해결을 위한 가치교육
삶은 문제의 연속입니다.직장뿐만 아니라 가정이나 주변에서도 수시로 문제가 발생하고, 문제해결의 결과에 따라 삶의 희비가 갈리고, 운명이 변하기도 합니다.최근 우리사회에서는 문제들을 바라보는 잣대와 해결해 나가는 방식에서 인간의 가치와 사람다움이 갈수록 메말라 간다는 생각이 듭니다. 현시대를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생관과 가치관을 바르게 형성하는 세상과 사람에 대한 가치, 그리고 ‘인생이 무엇인지?’와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교육을 통해 배우거나 깊게 생각해 본 적이 별로 없었습니다.‘天地之間 萬物之衆 惟人最貴 所貴乎人者 以其有五倫也(천지지간 만물지중 유인최귀 소귀호인자 이기유오륜야)’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천지 간 만물의 무리 가운데 오직 사람이 가장 존귀하며, 사람을 존귀하게 여기는 까닭은 오륜(五倫)이 있기 때문이다’라는 의미입니다.이는 조선시대 아동교재인 『동몽선습(童蒙先習)』 첫 장에 나오는 사람의 가치에 대한 정의입니다. 왜 사람이 최고로 존귀한지 그 이유를 부모와 자식, 부부, 어른과 젊은이, 친구, 상사와 부하로 나누어 개념과 정의, 관계에서의 도리(오륜)를 전국의 서당과 서원에서 어린이와 젊은이들에게 교육한 교재의 내용입니다.교육의 목적은 상급학교 진학이나 취업을 목표로 한 지식 습득보다도 삶에서 문제를 바라보는 기본적인 가치교육이 우선시 돼야 합니다. 앞으로 성인교육으로서의 기업 내 교육은 그 대상자가 가정과 사회에서의 리더 집단에 속하기 때문에 일하는 방법의 교육도 중요하지만, 더불어 가정과 사회를 이끌어 가는 삶의 가치교육에도 관심을 높여야 할 때라고 봅니다. 발행인 엄준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