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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지연 교수] 코로나 시대의 리더와 조직원의 경력개발
시대별로 경력개발의 의미의 변화를 요약해보면 원시시대의 경력개발은 사냥과 수렵을 통해 생존능력을 키우는 것이었다. 즉 산다는 것 그 자체가 경력개발의 목적이었다. 이후로는 ‘산다는 건 무엇인가’라는 철학적 질문을 토대로 대학교를 비롯한 여러 교육기관이 설립됐고, 교육의 진보를 통해 삶을 풍요롭게 하는 일이 경력개발의 목적이 됐다. 그런가 하면 산업혁명 시대에서 팬데믹에 이르기까지 경력개발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관해 고민하며 삶의 편의성을 더욱 높임으로써 질적·양적 풍요로움을 모두 추구하는 방향으로 변화해왔다.---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불법이지만 미국에서는 합법인 원격진료를 예로 들자면 신시내티 소아 병동에서는 지난 2019년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이전 원격진료 예약 건수가 약 2,000건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 이후 원격진료 예약 건수는 주당 약 5,000건으로 확연하게 증가했다. 몇 년 동안의 예약 건수를 합쳐야 가능한 수치가 한주에 일어난 셈이다. 그에 따라 신시내티 소아병동의 원장은 장기적인 안목을 바탕으로 세계적으로 변화하는 코로나19 확진자 수의 추세를 면밀하게 분석하고 전문가들의 견해도 종합해서 원격진료에 필요한 의료진을 확충했다. 또 시설증설 작업도 빠르게 실행에 옮겨서 지금은 십만 명이 넘는 여러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집에서 안전하게 신시내티 소아병동에서 제공하는 원격진료를 받고 있다."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을 중심으로구성원이 경력을 개발하는 공간이 바뀌었을 뿐그동안 그들이 조직에서 꾸준하게 개발해왔던경력 자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미국의 한 보험회사는 보험상담사들이 더 이상 현장에서 고객과 만나 영업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인지한 직후 빠르게 원격진료와 같은 시스템을 도입했다. 구체적으로는 웹이나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고객이 상담사와 원격으로 무료로 상담할 수 있도록 조치해서 보험상품에 빠르게 가입할 수 있도록 영업 방식을 전환했다. 이러한 변화는 회사의 CEO가 정확하게 상황을 판단했고, 빠른 실행력을 발휘했기 때문에 이뤄진 일이다.그러나 아무리 빠른 시행이 이뤄진다고 해도 실상은 교육이 이뤄져야 하고 새로운 것들에 투자해야 하기 때문에 조직은 시간과 비용 측면에서의 리스크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대부분의 사람은 점진적인 변화에는 적절하게 대응하면서도 급진적인 변화에는 예상 이상으로 당황하거나 심지어는 거부하는 반응을 보이기 때문에 힘든 부분도 많다. 이러한 사람들이 모인 다양한 조직의 모습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구성원은 조직에서 역량과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 그동안 꾸준하게 일하며 경험을 쌓아왔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인해 하루아침에 자신의 경력이 무너져버리거나 사라져 버렸다는 생각에 우울감이나 무기력감을 느끼는 상태에 놓이게 된다. ‘경력중단’도 아닌 ‘경력상실’에 처하게 됐기 때문이다.그래서 심리학자들과 카운슬러들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고 그것은 코로나19가 촉발한 어수선한 시국에서 누구에게나 마찬가지라는 것을 잊지 말라.”라고 조언한다. 예로 들었던 미국의 보험회사 구성원은 지금까지 해왔던 보험 영업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방식으로 보험 영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나의 업무수행 방식을 처음부터 다시 디자인해야 한다’라는 마음으로 변화에 적응하고 있다. 그렇지만 업무를 수행하는 공간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변했을 뿐 사람을 대하는 것 자체는 변하지 않았다. 이들은 방법이 처음일 뿐 자신의 경력이 처음으로 돌아가는것은 아니라고 판단했고, 어렵지 않게 새로운 업무 방식을 받아들이고 배울 수 있었다.위의 사례를 봐서 알 수 있듯이 CEO의 빠른 결단과 시행은 구성원의 빠른 적응에도 큰 도움이 된다. 다르게 말하면 구성원이 경력개발을 잘 이어가도록 하기 위해서는 경력개발에 긍정적인 환경을 조성해줘야 한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지금 같은 시기에 구성원의 경력개발에 큰 영향을 주는 것은 급격히 변화하는 시기에 적합한 CEO의 결정이라고 말한다. 위기와 변화의 시대에서 혼란스러울 수 있는 구성원의 심리상태를 안정시키고 그들에게 다시금 목표를 일깨워 주고 그들의 경력이 잘 개발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은 오직 CEO의 정책 결정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적합한 결정을 내려 주는 것이야말로 위대한 리더의 조건이다. 이를 위해 리더가 끊임없이 노력해서 관점의 폭을 넓히고, 탁월한 안목을 갖추며, 이러한 역량을 지속해서 개발하는 것을 리더십 개발이라고 부른다.과거 많은 조직에서 CEO의 리더십은 다가오는 미래에 대비하면서도 현재의 시장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코로나19라는 변수로 인해 급격하게 바뀔 시장의 변화에 더욱 주목하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구성원은 CEO의 결정에 따르는 팔로워가 된다. 그래서 구성원의 경력개발은 CEO의 결정에 달려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따라서 CEO가 어떤 리더십을 발휘하느냐가 지금 시대에 매우 중요하다. 포스트 팬데믹을준비하며 리더가 조직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전문가들이 제언한 내용에서중요하다고 여겨지는 부분을 공유하면 다음과 같다.첫째로 조직의 리더는 구성원의 경력개발을 위한 환경조성에 힘써야 한다. 구성원은 코로나19로 인한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아울러 구성원은 대면 접촉의 위험성으로 인해 집에만 있어야 하는 상황과 가족의 건강에 대한 걱정으로 인해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으며, 실무적인 측면에서는 새로운 업무방식을 빠르게 습득해야 하기 때문에 부담감도 느끼고 있다. 이러한 어려움은 조직의 리더라면 반드시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리더는 구성원이 업무에 집중해서 효율적으로 일하도록 만들기 위해 정신적, 물질적인 부담으로부터 벗어나도록 해야 한다. 이는 조직과 구성원이 어떠한 외부 변수가 발생하더라도 변함없이 유대감을 느끼고 있음을 확인하는 작업이기도 하다.둘째로 조직의 리더는 업무환경을 개선하겠다는 결단이 섰다면 빠르게 실행에 옮겨야 한다. 리더는 구성원이 새로운 업무환경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시설 투자 즉, 인프라 빌드업에 아낌없이 투자해야 한다. 모두가 사실상 스타트 라인에 서 있는 지금 조금만 느리게 판단하고 실행해도 뒤처지게 된다. 그래서 우물쭈물하면서 느리게 결단한다면 뒤늦은 실행으로 조직에 큰 손해를 입히게 된다. 물론 대대적인 투자를 하기 위해서는 다각적인 분석과 숙고의 과정을 거치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분석과 숙고의 시간 또한 많은 노력을 통해 줄여야 하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구성원의 효과적 경력개발을 지원하려면그들이 일과 삶에서 겪는 스트레스와 부담감을 줄이고시대의 변화에 맞게 업무 환경을 빠르게 개선하는리더의 투자에 대한 의지와 실행력이 요구된다."이외에도 경력개발 전문가들은 다양한 연구를 통해 많은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조직 내외부에서 다양한 견해와 의견들을 수렴하고 숙고를 거쳐 중요한 결단을 내려야만 하는 숙명의 시간이 각계의 리더들에게 찾아왔다. 다시 강조하자면 조직과 구성원을 위해 누구보다 더 빠르게, 넓고 높은 안목과 상황에 대한 정확한 인지를 통해 매 순간 적절한 결정을 내려줘야 하는 능력을 리더라면 새롭게 키워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구성원의 성장과 발전을 위한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 CEO 또는 리더들의 리더십 개발이자 조직 내 구성원의 경력개발의 시작이기 때문이다.백지연 교수이화여자대학교 국제사무학과 교수. 한국비서학회 편집위원장을 역임했다. 경영컨설턴트, 재무, HRD 이력을 바탕으로 경영 및 HRD 관련 학회에서 편집위원, 상임이사 등으로 활동 중이다. 저서 『경력개발전략: 이론과 실제』는 2017년 세종도서에 선정됐으며, 그 외 경력개발, 여성인적자원개발, 요구분석 등의 주제로 인적자원개발 분야에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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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원 교수] 잠재적 자산을 형성하는 성공적인 인력다양성 관리 방안
인력다양성과 팀/조직 성과 사이의 관계는 종종 인력다양성이 관리되는 방식에 따라 달라진다. 인력다양성이 잘 관리될 때는 다양한 인력의 유입으로 인해 여러 기술이 도입되고 관점이 넓어지며, 이는 조직에 잠재적 자산이 될 수 있다. 반면 인력다양성이 잘 관리되지 않을 때는 이질적인 구성원 사이에서 갈등과 경쟁이 일어나고 그 결과로써 성과가 떨어지게 된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에는 성공적인 인력다양성 관리 방안에 관해 살펴보고자 한다.---다양한(이질적인) 근로자들을 모집하고 선발하기성공적인 인력다양성 관리의 근본이 되는 한 가지 축은 전체 인구구성과 비슷하게 조직의 인력을 구성하는 것이다. 즉, 전체 인구 중 여성이 50%이고 백인이 60%이면, 조직 인력의 구성도 여성50% 및 백인 60% 정도로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좋은 직장을 분석해보면, 전체 조직 인력에서 소수집단 출신 사람들이 차지하는 비율이 전체 인구에서 그 집단 사람들이 차지하는 비율보다 낮다. 특히, 조직의 높은 계층으로 올라갈수록 그 비율은 더 낮아진다. 따라서 인종, 성별, 민족 등과 같은 인구통계학적 특질 측면에서, 조직에서 적게 고용된 집단의 사람을 전체 인구의 구성비에 맞게 뽑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모집자, 모집 원천과 메시징, 지원자들을 선발하는 도구 등에 대한 다각적 검토가 필요하다."소수집단 출신이 아니더라도 구성원은다양성의 가치를 인지하고 있고이를 채용, 관리, 교육에 반영하는 조직에더욱 매력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조직에서 국민 전체 인구구성 대비 적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특정 집단 출신 사람들을 더 고용하려면, 그 집단 출신의 우수한 인재들이 조직에 많이 지원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그 집단 출신 사람(혹은 다른 소수집단 출신자)들을 모집자(recruiters)로 활용하고, 광고물, 영상물, 책자 등과 같은 모집자료에 다양성을 관리하는 정책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담아내야 한다. 인력다양성 채용 연구에 의하면, 모집자와 구직자 사이의 인구통계학적 유사성은 구직자의 지원 의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소수집단 출신 구직자들은 모집자가 같은 소수집단 출신인 경우 그 조직에 더 끌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소수집단 출신 구직자들은 다양성에 대한 모집 메시지(다양성을 관리하는 정책이나 철학에 대한 묘사를 포함하는 것)에 더 긍정적으로 반응하며, 직장을 선택할 때 종종 이러한 정보를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미있게도 소수집단 출신이 아닌 구직자들도 다양성에 대한 가치를 표명하는 조직에 더 매력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구직자가 소수집단 출신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모든 사람에게 다양성을 관리하는 정책을 강조하는 모집 메시지가 효과적임을 가리킨다. 이외에도 소수집단 출신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대학교나 여러 교육기관과 결연 관계를 맺는 것도 효과적인 모집 방안들 중 하나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여성 엔지니어 협회와 같은 기관과 파트너십 관계를 맺는 것이 대표적이다.그런가 하면 구성원을 선발하는 도구도 주의 깊게 선택해야 한다. 상당수의 선발 도구들은 소수집단 출신자들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즉, 비구조화된 인터뷰(unstructured interviews)와 같은 선발 도구는 다양성을 위한 노력을 저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인터뷰 점수에서 백인들보다 흑인들에게 낮은 점수를 주는 경향은, 구조화된 인터뷰보다는 비구조화된 인터뷰에서 훨씬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서 구조화된 인터뷰는 직무 분석에 기반한 질문들, 표준화된 질문들, 구조화된 점수 채점 설계 등을 포함한다. 따라서 사용 중인 선발 도구들이 소수집단 사람들에게 불공정하게 작동하는지 항상 검토해야 한다.팀 내에서의 인력다양성지난 기고에서도 언급했듯이, 인력다양성을 추구할 때는 어떤 특질의 다양성을 추구할 것인지 잘 살펴야 한다. 예를 들어 업무와 관련된 다양성은 추구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일반지능, 감성지능,윤리의식과 같은 특질에 대해서는 다양성 추구가 바람직하지 않다. 한 가지 명심할 사항은 어떤 특질의 다양성을 추구하든 간에 상관없이, 팀은 작업방식 및의사소통에서 공통의 방식을 확립해야한다는 점이다. 만일 구성원 사이의 공통적인 과업수행 방식과 효과적 의사소통 채널 및 방식의 확립이 없다면 인력다양성을 추구하는 노력은 엉망이 될 뿐이다.효과적인 다양성 교육 프로그램 실행모든 조직 구성원에게 다음과 같은 다양성 교육 및 개발 실행안들을 실시하면 매우 효과적일 것이다. 첫째, 다양한 인력구성이 다양한 고객들의 요구를 더 잘 충족시킬 수 있다는 것을 조직 구성원에게 교육해야 한다. 국민 전체 인구구성의 다양화가 진전됨에 따라, 시장도 더욱 세분화되고 있다. 특정하게 세분된 시장은 기반이 되는 집단 출신인 사람들이 가장 잘 이해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한 집단 출신자들의 고용은 그들이 주축이 되는 시장에 대한 침투를 용이하게 할 수 있다. 시장에 대한 조직의 이해도를 높여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양한인력의 고용이 상업적 측면에서도 이익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조직 구성원에게교육해서 인력다양성 풍토가 조직에 자연스레 스며들도록 해야 한다. 둘째, 모든 구성원(특히 소수집단 출신 구성원)의 기술과 능력을 키울 수 있는 개인 발달 실행안을 기획해서 실시해야 한다. 만일 다양성 추구로 인해 고용된 소수집단 출신 구성원의 기술과 능력이 충분하지 않다면, 전체 구성원 사이에 다양성 추구 정책 및 소수집단 사람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팽배해질 것이고, 이것은 결국 인력다양성 정책의 실패로 귀결될 수 있다. 따라서, 소수집단을 포함한 모든 구성원의 기술 및 능력을 증대시킬 수 있는 역량개발 프로그램을 실행해야 한다."조직의 리더들은 다양한 구성원이공정하게 평가와 보상을 받는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며, 이를 지지하는조직문화를 형성하는 데 매진해야 한다."리더십의 중요성성공적인 인력다양성 관리를 위해서는 조직과 구성원을 이끄는 리더들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만일 일반 구성원이 ‘최고경영층이 인사 영역에서 차별적 관점을 갖고 있다’라고 믿는다면, 그들 역시 차별적 방식으로 행동한다는 것을 다양한 연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연구들은 리더들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리더들은 다양한 인재가 신뢰받으면서 공정 및 정중하게 대우받는 환경을 구축하고 지지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리더들은 ‘미세불공정(microinequities)’과 ‘미세권리침해(microaggressions)’와 같은 차별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미세한 차별들은 구성원 개인의 조직에 대한 공헌이 별것 아니라고 느끼게 하는 말, 행동, 환경적 대우 등일 수 있다. 또 리더들은 모든 구성원이 공정하게 평가와 보상을 받는 성과관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이러한 리더의 인력다양성에 대한 몰입은 다양한 인재들이 조직에 뿌리를 내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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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석영 교수] 조직 내 침묵의 원인과 현상: 불가형언과 묵언
조직 내 침묵 현상은 조직 수준의 제도나 규범과 같은 조직작용이 구성원을 침묵하게 만드는 조직 침묵 현상과 조직 구성원 자체가 자신의 진정성 있는 목소리의 표현을 보류하는 구성원 침묵 현상으로 연구되어 왔다. 하지만 조직 내 침묵은 다양한 동인과 현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침묵의 부정적 측면과 긍정적 측면을 구분하여 대처할 필요가 있다. 그런 측면에서 조직 내 침묵 현상 중 기존 의미와 더불어 불가형언과 묵언 현상을 제시하고 시사점을 제안해본다.---조직에서 생활하다 보면 ‘말하는 사람만 말한다’라고 불평하는 사람들을 종종 본다. 이는 말하는 사람들이 상황을 그렇게 만든 경우도 있겠지만, 말해야 하는 사람들이 상황을 외면하거나 체념해서 그렇게 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 때문에 조직의 문제가 방치되거나 새로운 변화로 이어지지않는다는 데 있다.조직 내 침묵은 조직 수준의 제도나 관리자의 태도와 같은 조직작용(organizational force)이 구성원을 침묵하게 만드는 현상과 조직 구성원 스스로가 자신의 진정성 있는 목소리로 의견을 표출하는 것을 보류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흔히 전자를 조직 침묵(organizational silence), 후자를 구성원 침묵(employee silence)으로 표현하기도 하는데 여기에선 조직 내 침묵으로 두 개념을 포괄하려 한다. 조직 내 침묵이 구성원들의 발언(voice) 부재로만 설명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있다. 흔히 조직 발전에 도움이 되는 의견이나 사실, 정보에 대한 발언을 보류하는 현상으로 조직 내 침묵을 설명하기도 하지만 침묵하기 위해 발언하는 것(예: 축소, 왜곡해서 전달하는 것)도 조직 내 침묵으로 간주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그에 따라 침묵하기 위해 발언하는 것도 조직 내 침묵 현상에 포함하여 설명한다.우리 기업의 A차장은 과묵하고 참고 견디길 잘하여 회사가 시키는 일을 묵묵히 잘 해내었다는 평가를 받고 승진에도 성공했다고 가정해보자. 이는 A차장의 과묵한 성격이 만든 한 개인의 승진 성공사례라고도 볼 수 있겠지만, 조직 내 침묵 현상으로 이 사례를 바라본다면 여러 가지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조직 침묵은 일반적으로 체념적 침묵, 방어적 침묵, 친사회적 침묵으로 구분되어 설명된다. 체념적 침묵은 문제 상황에 크게 관여하지 않거나 상황을 바꾸려고 애쓰려 하지 않는 태도로 설명되는데 개인의 수동적 태도와 사회적 요소가 결합하여 발생하곤 한다. 예를 들어 윗사람의 말에 순응하며 잘 따르는 것이 미덕처럼 여겨지는 기업문화와 이러한 문화가 반영된 승진제도, 보상제도와 개인의 순응적인 태도가 결합하여 침묵하거나 체념적 태도에 필요한 발언을 하는 것으로 나타난다.또한, 방어적 침묵은 침묵하지 않으면 조직으로부터 ‘낙인(labelling)’을 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에 문제 상황에 대한 의견이나 정보공유를 유보하거나 거부하는 자기방어적 행동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때문에 방어적 침묵은 수동적이지 않은 성향을 가진 조직 구성원에게도 나타나는 현상이다. 자신이 받을 수 있는 사회적 ‘낙인’이 대인관계를 어렵게 만들거나 사회적 명성과 신뢰를 감소시켜 승진이나 새로운 경력개발의 기회를 잃게 될수 있다는 생각에서 나오는 개인의 방어기제라고 할 수 있다.한편 친사회적 침묵은 타인 또는 조직에이익을 줄 목적으로 업무 관련 생각, 정보, 의견의 표현을 보류하는 것을 말한다. 앞서 설명했던 체념적 침묵과 동조적 침묵이 무기력감이나 공포와 같은 부정적 동기에 기인한 것이라면 친사회적침묵은 타인에게 초점을 맞춘 적극적인이타적 행위이며 조직이나 타인에게 해가 되는 행동을 최소화하려는 긍정적 동기에 기인한다. 예를 들어 조직 내 기밀정보를 외부에 유출하지 않는다든지, 조직의 이익에 위반되는 행위를 하지 않는 것이 해당한다.그렇다면 앞서 A차장의 사례로 되돌아가 보자. 만약 A차장이 체념적 침묵과방어적 침묵을 일삼았다면 그가 승진하게 된 원인을 명확하게 설명하기 쉽지않다. 물론 이러한 사례가 집단주의 문화가 강한 국내 기업에서 흔히 발생할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바람직하지도 않고 도덕적이지도 않다. 친사회적 침묵으로 A차장의 승진을 설명한다고 해도 뭔가 부족하다. 조직을 위해 봉사하는 행동이 조직에 대한 헌신적 태도를 설명할 수 있다고 하지만 실제로 이러한 침묵 동기가 발현되었는지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면 과묵한 A차장의 침묵 행동과 승진은 어떻게 설명될 수 있을까?"조직 침묵이 발생하는 맥락은 매우 복잡하고여러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서 명확하게 표현하기 어렵다.조직 내 침묵에서 벗어나려면구성원이 조직에 적응하는 과정을 지지, 점검해주는일터환경을 구축해야 한다."우리는 조직 구성원의 침묵 행동을 기존의 관리적 시각에서 벗어나서 침묵 행동의 다면적 모습을 탐색하고 특성을 구분하여 대처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설명한 체념적, 방어적, 친사회적 침묵은 ‘의도적으로 말하지 않는’ 묵언(默言, silenced)의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이는 무의식적으로 발언이 억압되거나, 의식적으로 발언을 보류하거나, 조직에 의해 의도적으로 발언이 허용되지 않는 경우도 포함한다. 따라서 체념에 의해서나, 자기방어적으로 또는 친사회적 목적을 위해 발생한다. 그런가 하면 구성원의 침묵 현상에는 말할 수 없거나, 말할 수 있지만 불분명하게 말해버리는 ‘불가형언(不可形言, silent)’도 있다. 이는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배움과 앎의 과정으로도 설명되는데 말로 표현할 수는 없으나 몸으로 체화되었거나, 말로 표현할 수는 있으나 아직 선명하지 않고 해결이 되지 않은 교착상태도 해당한다. 이런 경우 성찰과 실험의 반복으로 지식을 형성해나가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걸리고 시행착오가 수반된다. 이러한 ‘불가형언’적 침묵은 개인의 반복적인 경험이 누적된 지극히 주관적인 학습 결과이기 때문에 타인과 공유하지 않고 함께 검증하지 않으면 단순히 개인 경험으로 그칠 수 있다. 이러한 침묵 현상은 직관적 체험이나 통찰적인 대화를 통해 침묵을 깨고 표현될 수 있는데 앞서 말한 묵언적 침묵(체념, 방어, 친사회적 침묵)과 함께 일어날 수 있다. 침묵이 발생하는 맥락은 복잡하고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서 명확히 표현할 수 없는 지식이 체념적이나 방어적 침묵 상황과 만나게 되면 쉽게 사장될 수도 있다. 그래서 배움의 과정을 지지해주거나 확인해주는 과정이 결핍된 일터환경에서는 ‘불가형언’의 상황이 ‘묵언’의 침묵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아마도 A차장의 승진에는 그의 과묵함을 인정하고 진정성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누군가가 있었고 이를 통해 조성되는 일터환경이 그의 업무에서의 성과창출을 도운 것은 아닌지 유추해 본다. 조직 내 침묵 현상에 획일적으로 대응하지 말고 구성원의 내면에 대해 더욱 면밀하게 관찰하고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오석영 교수연세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동 대학 연세교육방송국 주간교수, 미래교육원 부원장을 맡고 있으며 한국산업교육학회, 한국인력개발학회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주로 HRD 내 조직학습, 조직 개발과 같은 조직 내 학습과 개발 분야에 관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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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호 교수] 구호에서 실천으로: 에듀테크와 차세대 HRD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의 뉴노멀과 기업교육의 혁신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의 가속화가 예상되고, 교육과 업무에서의 빅데이터 활용이 필연적으로 중요해지면서기업은 추상적인 비전이나 미션을 설정하는 것을 넘어 실제 실천을 염두에둔 계획과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이번에는 필자가 지난 세 번에 걸쳐 독자들에게 전달한 메시지를 종합적으로 정리하고, 향후 기업교육 맥락에서 어떻게에듀테크와 데이터 사이언스가 확산되고 적용될 수 있는지를 심도 있게 이야기하고자 한다. 또한, HRD 혁신이라는 구호의 실천을 더는 미룰 수 없는 변화의 시기에 우리가 해야 할 일에 대해서도 살펴볼 것이다.---코로나19라는 세상의 변화를 일으키는 계기가 발생하기 이전에도 기업에서의 비대면 업무와 교육의 필요성에 대한 논의는 이미 진행되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비대면 전환의 ‘필연성’에 대한 논의로 패러다임의 변화가 급격하게 일어나고 있다. 우리는 어려운 시간을 겪는 동안 비대면 업무와 교육이 가져다주는 이점을 충분히 경험했고, 디지털 전환이 위기 상황의 임시 방책을 넘어선 지속 가능한 트렌드로 자리하리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HRD 혁신은 더는 공허한 구호가 아니라 조직의 영속적인 성장과 발전을 위하여 당장 실천해야 하는 당면 과제이다. 새로운 시대의 HRD 혁신은 ‘다양한 데이터에 기반한 개인·조직의 성장 평가’, ‘비대면 업무와 교육을 위한 일관된 체계 마련’, ‘머신러닝과 AI 적용을 통한 교육과 업무의 혁신’ 측면에서 다각적으로 논의할 수 있다.다양한 데이터에 기반한 개인·조직의 성장 분석몇 년 전만 하더라도 기업에서의 교육은 면대면 방식이 주를 이루었고, 이에 대한 교육과 학습자에 대한 평가 역시 설문이나 시험을 통하여 이루어져 왔다. 최근에는 온라인 학습 플랫폼과 같은 에듀테크가 폭넓게 사용되면서, 학습자에 대한 평가와 교육 자체에 대한 평가 역시 새로운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가장 두드러지게 일어나고 있는 변화 중의 하나는 형성 평가(formative assessment)의 보편화이다. 기존에는 학습이 종료된 시점에서의 성취도를 검사하거나 학습자 만족도 평가를 통하여 교육의 질을 가늠했지만, 최근에는 로그 데이터와 같은 학습 흔적 데이터(learning trace data)로 학습 과정에 대한 심도 있는 탐색이 가능하다. 즉, 학습이 종료되기 이전에 이미 구성원의 학습 자료 이용 상황, 학습 빈도, 순서, 학습활동 참여 정도를 모두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학습자 몰입 및 성취 예측 모델을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 시계열적 데이터의 확보는 결국 구성원 개인의 학습 성장 모형을 구축할 수 있게 하고 더 나아가 조직 성장 모형의 활용도 가능하게한다. 그에 따라 구성원과 조직이 직접자신들의 학습 과정과 역량개발 정보에 노출되게 함으로써 적시에 다양한 전략들을 수립할 수 있다. 비대면 업무와 교육을 위한 순환적 체계 마련기업교육 담당자들이 간과하기 쉬운 부분 중의 하나가 교육과 업무의 선순환이다. 결과적으로 기업의 교육은 직무능력의 향상, 개인의 만족감 제고, 조직에의 강력한 몰입 등으로 이어져야 한다. 그러나 교육 자체의 내적 효과성에만 집중하다 보면 교육이 실제 직무에 제대로 전이되는지 확인하기 쉽지 않다. 따라서 첫 번째로 교육의 성과를 측정하는 데 있어서 학습 과정 데이터와 직무수행 능력을 연결시켜서 적절한 성과 모형을 구축해야 한다. 예를 들어, A라는 역량을 개발하기 위하여 만든 교육 컨텐츠가 실제로 A가 발휘되어야 하는 직무능력 향상으로 이어졌는지를 철저하게 확인해야 하는 것이다. 이는 학습 과정에 관한 데이터와 직무 성과 정보가 통합된 데이터베이스의 구축을 통하여 이루어질 수 있다.두 번째로 비대면 교육 플랫폼의 확장성과 연결성이 실제 업무를 반영한 교육으로 이어져야 한다. 예컨대, 사내 강사가 실시간 오피스 아워(office hour)를 정하고, 구성원이 학습한 내용을 직무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질문에 적시에 적절하게 답을 해주거나 다른 부서의 비슷한 직무를 담당하고 있는 사람들끼리 모여 온라인으로 자신의 노하우를 공유하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 비슷한 학습 과정을 이수하고 있는 구성원 간의 온라인 스터디 그룹을 장려하는 것 역시 하나의 방편이 될 수 있다. 소속된 부서를 넘어 회사 차원의 커뮤니티가 활성화되면, 자연스럽게 교육 내용 이외의 직무 관련 소통도 활발하게 일어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종류의 비형식 학습들이 인력 배치와 인사 과정에 반영이 되어야 비로소 학습과 업무 간의 선순환을 기대할 수 있다.머신러닝과 AI 적용을 통한 교육과 업무의 혁신에듀테크와 마이크로러닝의 확산은 유연한 교육과정 운영으로 이어지고 학습자의 요구를 충족하는 개인화된 학습을 가능하게 한다. 기업교육 담당자들은 마이크로 컨텐츠들로 이루어진 나노 과정들을 직무 역량과 대응시켜 제공하고 더 나아가 이에 맞는 마이크로 평가도 함께 실행해야 한다. 교육과정의 분절화는 학습과 관련된 미세 데이터(fine-grained data) 수집을 가능하게 한다. 즉, 기존에는 장기간의 연수나 교육 프로그램이 완료된 이후에 수집된 합산 데이터(aggregated data)만 이용할 수 있었다면, 근래에는 마이크로 컨텐츠나 나노 과정에 참여한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계열 데이터의 활용이 가능하다. "첨단기술을 중심으로 시대가 바뀌면서업무와 학습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고교육과정에서부터 얻어지는 데이터를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는 범위도 커지고 있다."미세 데이터들을 활용하면 학습자가 실제로 학습하는 과정에 따라 프로파일링이 가능하고 현재 학습 진도와 직무능력에 가장 적합한 컨텐츠를 추천할 수 있게 된다. 아울러 학습 관련 미세 데이터에 강화학습(reinforcement learning), 클러스터링(clustering), 문항반응 이론(item-response theory), 협업추천 필터링(collaborative filtering) 등의 기법을 적용하면 컨텐츠 추천 시스템(recommendation system) 구축이 가능하다. 글로벌 기업인 아마존이나 넷플릭스에서 사용자가 구입하거나 시청한 아이템들에 기반해서 그들이 가장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아이템들을 추천하는 것과 유사하다. 예컨대, 저성과자가 특정 컨텐츠나 교육 과정 이수를 통하여 긍정적인 변화를 이루어 냈다면 유사한 프로파일을 가진 학습자에게 동일한 과정을 추천하는 방식이다.학습 데이터와 직무 성과 데이터가 통합된 구조는 교육을 넘어 인력 배치와 조직의 위기 상황에서도 큰 역할을 할 것이다. 예컨대, 인사 개편, 조직 재구성, 위기 상황에서 효율적인 인력 배치와 부서 이동은 평소에 구축한 통합데이터와 이에 기반한 구성원 프로파일링으로 용이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 이제 시대가 바뀌어 교육과정에서부터 얻어지는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범위가 매우 넓어지고 있으며, 회사 전체의 성과를 높이기 위하여 활용될 수 있는 기회도 점차 많아지고 있다. 이전에도 언급했듯이 뉴노멀 시대에서 HRD 혁신을 이루기 위해서는 전담 인력과 부서, 데이터활용 프로토콜이 기업 전체 차원에서 마련되어야 한다. 기업교육의 모습은 이제예전처럼 경직되어 있지 않고 점점 업무와 학습의 경계도 허물어져 가고 있다.그래서 회사는 과감히 미래를 위한 교육에 투자해야 하고 교육 담당자들을 채용하는 단계와 분야부터 다양화하여 언급했던 방향성이 반영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성균관대학교 교육학과 교육공학 전공 교수. 온라인 교육 환경 설계, 테크놀로지 기반 개별화 학습 분야를 연구해왔다. 미국 플로리다대학교의 사범대학 교수로 재직하면서,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연구과제를 수행해왔고, 삼성인력개발원의 학습분석 교육과정 개발에 참여했다. 최근에는 기업의 비대면 교육 혁신과 학습조직 관리 분야의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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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교수] 성인학습자를 위한 자기주도성 향상 전략
어른들의 자기주도성을 향상시키는 것은 성장기의 아동이나 청소년들보다 어려울 수도 있지만 크게 다르지 않을 수도 있다. 그 차이는 습관을 만들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고 본다. 성인학습자의 자기주도성을 향상시키는 전략에서 습관을 만드는 방법과 과정은 매우 중요하다. 독자들은 이미 여러 가지 전략들을 알고 있겠지만, 이번에 소개하는 ‘작은 성공 경험’과 ‘시간관리 습관 만들기’를 통해서 조절과 통제 능력을 향상시키는 쾌감을 맛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성인도 자기주도성을 향상시킬 수 있을까? 숭실대학교 CK교수학습계발연구소는 이에 관해 ‘성인들의 자기조절과 통제 능력은 향상시킬 수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접근했다. 필자의 답은 “물론 가능하다!”이다. 그렇다면 문제는 ‘어떻게(how)?’이다. 그동안 많은 전문가가 여러 가지 해답을 제시했지만, 필자가 강조하고 싶은 해답 중 하나는 ‘자기조절과 통제 능력은 우리 몸의 근력筋力과 같다’ 이다.근력 혹은 근육을 키우고 싶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트레이닝 센터에 정기적으로 다니거나, 집주변에서 조깅하거나, 마을 근처 작은 공원들에 많이 세워져 있는 여러 운동기구를 활용하는 등 각자의 취향과 상황에 따라 가장 적절하고 효과적인 방법을 찾을 것이다. 핵심은 근육 혹은 근력을 키우는 것이다. 하루아침에 근육이 폭발적으로 생기거나 근력이 지속적인 노력 없이 오랫동안 유지되지 않는다는 것은 누구나 다 잘 알고 있다. 자기조절과 통제 능력을 향상시키고 유지하는 것도 이와 유사하다. 그런 측면에서 어른들을 위한 자기조절과 통제 능력 향상 방법 중 구체적이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을 두 가지 소개한다.첫째, 작은 성공을 경험하는 것이다. 필자는 이를 쉽게 풀어서 ‘가랑비 전략’으로 부르곤 한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는 속담은 다들 알고 있을 것이다. 생활 속에서 작은 목표를 설정해서 조금씩 성공의 진폭을 넓혀 가는 것이다. 여성들에게 가장 힘든 목표는 ‘다이어트’, 남성들에게는(물론 일부 여성들도 포함되지만) ‘금연’이 아닐까 싶다. 필자는 두 가지 모두 성공했고,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 이렇게 어려운 목표를 달성하는 방법으로 심리학적 개념에 기반한 ‘3, 6, 9’ 전략을 소개한다. 간단하게 ‘작심 3일’ 전략이다. 우선 3일 동안만 금연하는 것이다. 필자는 담배를 눈에 잘 띄는 여러 곳에 두고 주머니에도 넣고 다니면서 이 방법을 썼다. 3일이 지나면 다시 또 3일만 금연에 도전한다. 이렇게 해서 7회차, 약 21일 정도 금연(다이어트)해서 필자는 20년 동안 흡연했던 습관을 바꿨고, 21년째 금연 중이다. 그런데 절친한 지인들에게 이 방법을 권했더니 거의 모두 실패했다. 이유는 ‘1주일 후에 담배를 피우니까 더 맛있었다’였다. 금연이 본인의 목표가 아니라 주위의 권고나 요구였고, ‘왜’ 그리고 ‘꼭’ 금연해야만 하는가에 대한 답을 찾지도 못했으며, 절실한 조절 의지도 없었기 때문이다.독일 콘스탄쯔(Konstanz) 대학교의 프랑크 비버(Frank Bieber) 교수는 미루지 않고 행동하려면 어떻게 계획을 세워야 하는가에 관해 실험했다. 그는 학생들을 두 그룹으로 나눈 후 한 팀에는 주어진 행동을 수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내용을 적는 과제를 줬고, 다른 한 팀에는 같은 행동에 관한 추상적인 내용의 보고서를 제출하게 했다. 그 결과 첫 번째 팀은 주어진 기한 안에 보고서를 작성하여 제출했지만, 두 번째 팀에 속한 학생들은 과제를 매우 어렵다고 느꼈으며, 제출을 포기한 학생의 수가 팀 전체의 1/3이 넘었다. 이 실험은 사람들이 계획한 일이나 대상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생각하기 시작하면 이를 더는 멀거나 어렵게 느끼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데 이를 ‘심리적으로 얼마만큼 거리가 있다고 느낀다’ 라는 의미의 ‘심리적 거리감’이라고 표현한다. 이 실험은 자기주도학습에서 학습플래너를 작성할 때 추상적인 계획보다는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학습 내용을 세분화시켰을 경우 학생이 학습 계획에 대한 심리적 거리감을 덜 느끼며, 그 계획을 성공시킬 확률도 높아진다는 결과와도 일맥상통한다.둘째, 시간을 잘 관리하는 것이다. 사실 너무 많이 들어봐서 식상하기까지 한 전략일 수 있다. 그러나 시간관리에 대해 아는 것과 이를 자신의 행동으로 습관화하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차이를 만들어 낸다. 한때 시간관리를 위해 ‘프랭클린 플래너와 다이어리’가 대유행한 적이 있다. 초등학생에게 비싼 가죽표지로 된 연간 플래너를 선물하고, 꾸준히 작성하도록 강요까지 하던 부모들이 눈에 띄기도 했다. 그러나 문제는 ‘tool’이 아니라 그 ‘tool’을 이용한 목표의 달성 여부다. 플래너를 쓰는 목적이 무엇인가? 필자는 시간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생활습관을 갖기 위한 것이 가장 큰 목적이라고 생각한다. 『80대 20』의 저자인 리처드 코치(Richard Koch) 경영컨설턴트는 “우리는 시간이 부족하기는커녕 넘치는 시간에 둘러싸여 살고 있으며, 그 시간 중 단 20%밖에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라며 “80대 20 법칙을 활용하면 일주일에 이틀만 일하고도 지금보다 60% 이상의 성과를 올릴 수 있다.”라고 강조한다. 그는 일의 성취를 위한 것이든 개인적 행복을 위한 것이든 가치가낮은 활동은 단호하게 포기하라고 충고하며 ‘최악의 시간 활용법’에 관해 상세하게 설명한다.효율적인 시간관리를 위해서는 적절한 전략들이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 그렇다면 긴급하면서 중요한 일과 긴급하지않지만 중요한 일 사이에서 무엇을 먼저 할 것인가? 두 가지를 구분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CK교수학습계발연구소는 학생들의 시간관리 습관 만들기 훈련을 할 때 언급한 두 가지를 구분하는 활동부터 시작한다. 어제 한 일을 아침에 일어났을 때부터 잠자리에 들 때까지 구체적으로 적어본 다음, 긴급함과 중요도를 기준으로 구분해 보자. 그리고 동료들과 함께 구분된 목록이 타당한지 검토 및 확인해 보자. 그 후 다음의 요인을 바탕으로 자신을 성찰해보자.우리가 어떤 활동을 수행하는 데 있어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요인은 ‘긴급성’과 ‘중요성’이다. 긴급한 일은 즉각적인 행동이 요구되고 영향도 크기 때문에 지금 당장 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일의 대부분은 사실 중요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반면 중요한 일은 결과와 관계가 있고 사명, 가치관, 우선순위가 높은 목표 달성에 기여한다. 우리는 급한 일에는 즉각적으로 반응한다. 그러나 급하지는 않더라도 중요한 일에는 더 큰 자발성과 더 많은 주도성이 필요하다. 자, 이제 언급했던 두 가지 일 중에서 무엇을 먼저 할지 다시 답해 보자.『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의 저자로 유명한 스티븐 코비(Stephen Covey) 컨설턴트는 “효과적인 시간관리란 소중한 일을 먼저 하는 것.”이라며 4개 영역으로 구성된 매트릭스를 소개했고, 세 가지 중요한 ‘action point’를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첫째, 1사분면(긴급하고 중요한 일)에 해당하는 상한에 우선순위를 두고 일을 하되 2사분면에 해당하는 상한을 중시한다. 둘째, 2사분면(긴급하지는 않지만 중요한 일)에 해당하는 상한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도록 계획하고 실천해서 궁극적으로 1사분면에 해당하는 상한에 포함되는 일을 줄인다. 셋째, 3사분면(긴급하지만 중요하지 않은 일)에 해당하는 상한과 4사분면(긴급하지 않고 중요하지 않은 일)에 해당하는 상한은 지속해서 줄이고 제거하여 2상한에 투자한다.성공한 사람들은 2사분면, 즉 긴급하지 않지만 중요한 일을 효율적, 효과적으로 하기 위한 각종 활동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성공적인 시간관리를 위해서는 기준과 선택이 명확해야 하는데, 이때 ‘Stop & Thinking’이라는 특별한 과정이 도움이 된다. 대부분의 사람이 옳지 않은 선택을 하는 이유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아무 생각 없이 선택하기 때문이다. 어떠한 선택을 하더라도 ‘과연 이 일이 나에게 중요한 것인가?’, ‘지금 꼭 해야만 하는 일인가?’를 질문하고 답해보는 습관을 가진다면 효과적으로 시간을관리할 수 있다. 자기조절과 통제 능력은 바로 이러한 자기관리 습관을 만들고지켜나가면서 향상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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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메시지] 당신의 ‘인생 시나리오’는 무엇인가요?
‘우물쭈물하다 내 이렇게 될 줄 알았다(I knew if I stayed around long enough, something like this would happen).’1925년 노벨 문학상을 받은 아일랜드 출신의 유명한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George Bernard Shaw)는 생전에 미리 자신의 묘비명을 이렇게 썼습니다. 찬란히 시작했던 2020년을 뒤돌아보면서 많은 조직과 사람들이 뜻밖의 코로나 팬데믹으로 우물쭈물한 시간이 많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한편에선 비대면, 온택트, 디지털택트로 급속한 디지털 세상에 적응해가고 있는 조직과 사람들도 많았습니다.세상은 변화의 연속입니다. 생겨난 모든 것은 변하고 언젠가는 멸하기 마련입니다. 인간은 지구상에서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해온 생물 중의 한 종입니다. 그것은 사고하고 학습하여 스스로 미래 시나리오를 만들어가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흥행에 성공한 영화나 연극을 보면 반드시 좋은 내용을 가진 시나리오가 있습니다. 따라서 좋은 일생이라는 연극에는 좋은 대본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저마다 일생에 대한 ‘일생 시나리오’가 있습니까?우리는 가까운 마트에 가더라도 가서 무엇을 사 올 것인지 조목조목 메모를 하며, 며칠 동안 여행을 떠날 계획이라면 날짜별로 스케줄을 짜고 준비물을 미리미리 챙겨갑니다. 왜냐하면 우리의 경험상 그것이 절대 필요하다는 사실을 이미 절실히 체험해 보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어떤 사업을 하려면 우선 사업계획서가 있어야 함은 당연한 일이겠지요. 하물며 단 한 번의 기회뿐인 자신의 소중한 일생에 대해 어떤 계획서나 일생 스토리를 작성하려고 하지 않는다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일생 계획도 없이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은 나침반 없이 망망대해를 항해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세상에서 단 한 번뿐인 자기 일생에 대해 어떻게 꾸려 나갈 것인지 생각하거나 정리해 본 일이 없다면, 너무 게으르거나 아니면 자신의 일생에 대해 너무 무책임한 것이 아닐까요?훌륭한 스토리 없이 훌륭한 작품은 나올 수 없고, 훌륭한 사업계획서 없이 성공한 사업은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훌륭한 일생계획서 없이는 훌륭한 일생은 결코 탄생하지 않는 법입니다. "한 번 태어나 오직 한번 사는 일생,누구나 원하는 것을 계획하고 실천하면 일생은 희망이고 축복입니다."저마다 일생은 오로지 자신의 것입니다. 스스로 그것을 사랑하든 그렇지 않든 그것은 자유이지만, 자신의 일생은 다른 사람 어느 누구도 돌보아 주지 않을 것입니다. 다시 말해 당신만 믿고 있는 단 한 번뿐인 당신의 일생을 당신마저 소홀히 한다면 이는 너무도 무책임하지 않을까요? 물론 일생이란 자기 혼자만의 것은 아닙니다. 특히 가족을 두고 있는 경우는 그들의 삶도 함께 영향을 받습니다.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완성되어 있지 않습니다. 인간은 누구나 ‘남자’ 혹은 ‘여자’인 상태로 태어날 뿐, 어느 누구도 성공한 직업인으로 태어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죽어갈 때는 가족들 곁에서 성공한 사람으로, 또는 노숙인인 상태로 죽어갑니다. 그렇다면 결국 인간의 출생과 사망 사이에 무엇이 이루어져 이들이 성공한 사람이나 실패한 사람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 무엇이 과연 무엇일까요?일생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아무렇게나 계획 없이 살면 결국 자기 일생도아무렇게나 된다는 의미입니다. 단 한 번뿐인 자신의 일생을 후회 없고 아쉬움 없이 살려면 지금이라도 자기 일생 시나리오를 만들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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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일 교수] 미래 사회에 대응하기 위한 융합 인재의 육성
알파고 이후 인공지능 비서가 인간을 대신해서 식당 예약을 하는 장면이 수년 전에 공개된 가운데 기업에서 인공지능 활용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가고 있다. 미국에서 최근 가장 주목을 받는 기업이 클라우드 기반 데이터웨어 하우징 회사인(data warehouse-as-a-service) 스노우플레이크(Snowflake)라는 소식은 이제 더 이상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상상으로만 있었던 미래가 이미 현재에 와 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X)으로 상징화된 미래 사회 대비를 위한 HRD의 대응도 이제는 더 이상 원칙으로만 있어서는 안 된다. 실제적인 지원 및 구현의 모습으로 다가서야 한다. 무엇보다도 구성원의 DX 역량 개발에 나서야 한다. 여기에는 기업의 도전적 과제들을 컴퓨터적 관점에서 새롭게 조명하고, 분석하고, 해결안을 찾는 컴퓨팅 사고력(Computational thinking)이 있다. 예컨대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에 대하여 질문이 있을 때 지금까지는 상담원이 대답하였다. 그러나 이제는 컴퓨팅 사고력 관점으로 재조명해 챗봇(Chatbot)을 개발함으로써 그 기능을 대신할 수 있다. 이때 인간은 보다 생산적인 다른 일들을 하게 된다. 문제는 이러한 컴퓨팅 사고와 같은 DX 역량 개발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하여 전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 소속한 기업에서 코딩 관련 교육을 어떻게 하고 있는가를 검토하여 보라. 대체로는 코딩 관련 전문 강사가 기초부터 시작해서 고급의 코딩 관련 기술을 가르치는 방식이 주를 이룰 것이다. 물론 어느 정도 이런 방식의 접근이 필요는 하다. 이른바 기초 역량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와 병행하여 실제 문제를 해결하는 활동이 정교하게 설계된 융합형 교육 프로그램을 고려해야 한다. 예컨대 조금 오래된 모형이기는 하지만, 컴퓨팅 사고력 관점에서 문제를 분석하고 해결안을 도출하는 경험을 가능하게 하는 ‘Goal Based Scenario’가 소개된 적이 있었다. 특정한 목적을 달성하는 시나리오를 주고, 이것을 해결하는 방안으로 코딩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교육 방식이다. 이 접근에서는 실제 문제에 대한 이해와 코딩을 별개로 두지 않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해결안을도출하게 된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도출하는 경험까지 이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갖게 된다면 더욱 효과적일 것이다. "미래 사회를 대비하기 위한 기업 인재 육성의 핵심으로 컴퓨팅 사고력, 전문 영역의 지식과 경험, 창의적 아이디어가 융합적으로 발현되는 교육 프로그램이 요구되고 있다."DX로 특징지어지는 미래 사회를 대비하는 기업의 인재 육성의 핵심에는 컴퓨팅 사고력, 전문 영역의 지식과 경험, 그리고 창의적 아이디어가 융합적으로 이루어지는 교육 프로그램의 제공이 존재한다. 현재 소속된 회사 교육 프로그램들을 찬찬히 살펴보기 바란다. 혹시라도 위의 역량들을 개별적으로 다루고 있는 교육 프로그램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면, 최적의 트랙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 이제 세 가지 역량을 융합하여 제공하는 기업 교육 프로그램을 과감히 실행할 시점이다. 미래 사회에서 요구하는 인재는 바로 이러한 역량을 가지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임철일 교수서울대학교 사범대학 교육학과 교수이자 미래교육혁신센터 소장. 4차산업혁명위원회 에듀테크 활성화 TF 단장, 한국창의성학회 부회장, 한국교육학회 국제교육협력위원회 위원장, 외교부 정책 자문위원 등으로 활동 중이며, 한국교육공학회 회장, 육군 교육사령부 자문위원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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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엽 교수] 연결의 역설과 ‘따로 또 같이’ 문화
코로나 팬데믹은 올해 초 중국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되자마자 전대미문의 속도로 전 세계로 확산되며 단숨에 인류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꾸었다. 경제, 정치, 교육,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지만, 특히 기업경영은 펀더멘털 자체가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현대 산업사회에 대량생산이 시작된 것은 19세기 중반에 전화와 전보 등 통신기술이 발명되고 철도망이 다양한 지역들로 확산되면서 광범위한 지역에 걸친 생산과 판매 활동을 ‘연결’시키는 것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새로 등장한 현대적 대기업들은 다양한 지역들 간 연결뿐 아니라 그전까지 별개의 소규모 기업들이 수행하던 개발, 조달, 생산, 판매 등다양한 기능들을 수직계열화를 통해 조직 내부에서 연결시킴으로써 새로운 조직시스템도 만들어냈다. 그 결과 수많은 구성원과 부서들이 같은 조직의 경계 내부에 모여 함께 긴밀하게 상호작용하며 일하는 새로운 형태의 조직이 기업 분야에서 최초로 등장해 다른 분야로 급속히 확산되며 현대 사회를 만들었다.---즉 현대적 기업경영의 핵심은 다양한 지역이나 기능, 구성원, 부서들 간의 긴밀한 연결이었다. 기업경영에서 일상적으로 사용되어온 통합, 조정, 협업, 시너지 등은 모두 연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개념들이다. 따라서 기업의 조직문화도 구성요소들 간 긴밀한 연결을 강조해왔다.그런데 코로나 팬데믹은 연결의 장점에 대해 근본적 의문을 제기한다. 실은 에볼라처럼 특정 지역에 국한된 풍토병으로 끝날 수 있었던 코로나가 100년만의 최악의 팬데믹으로 확산된 가장 중요한 이유도 연결의 급증이었다. 신자유주의로 불리는 세계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1990년대 이래 전 세계 다양한 지역들 간 연결이 급증한 가장 중요한 원인은 기업경영의 글로벌화였다. 저원가, 고품질, 시장접근성 등 다양한 전략적 목적으로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해외 진출을 추진하면서 글로벌 공급망과 판매망을 구축해왔는데, 그 결과 그전까지 서로 분리되어 있던 지역들이 긴밀하게 연결됐다.기업경영의 글로벌화는 최근 세계경제 성장의 가장 중요한 기반이었으나 코로나와 함께 이런 지역 간 연결이 팬데믹의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비난받게 된 것이다. 팬데믹에 대응하기 위해 전 세계 기업들은 서둘러 연결 끊기에 돌입하여 ‘언택트’ 조직문화를 구축하고 있다. 언택트는 물리적 연결의 포기를 의미한다. 이에 따라 해외로 진출했던 공장이나 현지 조직을 본국으로 귀환시키는 ‘리쇼어링’도 가속화되고 있다.그러나 코로나 팬데믹이 궁극적으로 기업경영에서 연결의 완전한 단절로 귀결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연결의 단절은당연히 팬데믹의 확산 위험을 줄이겠지만, 연결의 무수한 장점들도 동시에 사라지게 된다. 따라서 팬데믹 시대 기업들은 연결의 위험을 피하면서 동시에 그장점을 극대화하는 도전적 과제를 달성해야 한다. 이런 모순적 목적 추구를 위한 방안들 중 현 시점에서 가장 유력한대안은 디지털 연결의 획기적 강화다. ‘언택트’는 다른 말로 ‘디지털 커넥트’다. 그러나 단순히 물리적 공간을 분리하고 협업과 조정이 필요한 부분은 디지털 연결로 대체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직무의 구조와 수행방식, 그리고 무엇보다 직무들 간 인터페이스를 언택트 환경에 맞게 근본적으로 재설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디지털 커넥트로 대체할 수 있는 직무와 대체 불가능한 직무를 구분하는 작업이 필요하다.언택트 경영으로의 성공적 전환에 무엇보다 중요한 관건은 팬데믹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조직문화의 구축이다. 무엇보다 팬데믹 시대 조직문화는 물리적으로 서로 분리된 상황에서 별도의 통제시스템이 없더라도 각자 따로 자신의 일을 자율적으로 수행하고, 또 이를 디지털 커넥트나 간헐적 접촉을 통해 전사 수준에서 연결하는 두 가지 행동을 동시에 뒷받침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면에서 팬데믹 시대 조직문화는 ‘따로’와 ‘같이’ 라는 두 가지 상호모순적 가치관을 동시에 포괄할 수 있는 ‘따로 또 같이’ 문화라야 할 것이다. 팬데믹 시대의 경쟁우위는 어느 기업이 ‘따로 또 같이’ 조직문화를 먼저 구축해내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신동엽 교수연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한국인사조직학회 회장과 인사조직연구 편집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아울러 Thompson 최우수 논문상을 수상했는가 하면, 전경련 최우수 강연상 등을 수상했다. 주요 저서로는 『4차 산업혁명, 일과 경영을 바꾸다』, 『창조성의 원천: 예술가는 어떻게 사고하는가』, 『21세기 매니지먼트 이론의 뉴 패러다임』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