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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호근 교수] 킹의 도시 애틀랜타의 두 박물관: 시민인권센터와 코카콜라세상
평화로운 삶은 모든 사람의 꿈이다. 마음속 평형과 안정이 평화의 궁극이라면, 이 상태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선결 요건이 있다. 전쟁과 소요 극복은 출발점일 뿐이다. 계급과 인종 갈등도 넘어야 하고, 경제적 격차도 축소해야 한다. 하지만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내 이웃이 누려야 할 인간의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다른 사람이 내게 하길 원하는 대로, 내가 타인에게 행할 때 평화는 완성된다. 그렇다면 기업이 평화를 위한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사내 평화를 만들어가기 위해 필요한 리더십은 어떤 것일까? 네 편의 글을 통해 그 답을 찾아가자.---"평화로운 삶을 실현하기 위해서는인간의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다른 사람이 나에게 해주길 원하는 대로내가 타인에게 행할 때 평화가 완성된다."인권과 평화의 도시 애틀랜타미국 남부의 주요 도시 애틀랜타를 대표하는 것이 몇 개 있다. 그중 셋이 CNN, 델타항공, 코카콜라다. 미국을 아는 사람이라면, 마틴 루터 킹(Martin Luther King Jr, 1929-1968) 목사까지 떠올린다. 실제로 애틀랜타는 버밍엄과 더불어 1960년대 흑인 민권운동(Civil Rights Movement)의 진원지였다. 그 중심에 킹 목사가 있었다. 흑인과 백인 간의 차별 타파를 주장하며 이곳에서 시작된 변혁의 물결이 미국 전역을 덮쳤다.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게 하라’는 요구가 워싱턴에 도달하면서, 미국은 인권을 말할 수 있는 나라가 됐다. 1964년 린든 존슨 당시 미국 대통령의 서명으로 흑백 차별은 마침내 금지됐다. 1862년 에이브러햄 링컨 전 미국 대통령의 노예제 폐지 선언 이후 인종 평화가 실현되는 데 한 세기가 걸린 셈이다.애틀랜타 주민들은 이 역사를 모든 미국인이 기억하길 바랐다. 킹 목사가 시무했던 에벤에셀 교회, 킹 목사의 생가, 킹기념관을 아우르면서 온 세계에 인권 평화의 메시지를 발신하는 송전소를 건립하고 싶어 했다. 하지만 기념관 건립은 재원 마련 때문에 답보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즈음 급박한 상황이 발생했다. 킹 목사의 유품이 2006년 소더비 경매에 나온 것이다. 예상가가 수천만 달러를 넘었다.그때 미국을 변화시킨 킹 목사의 원고들이 어떤 부자의 수장고에 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강하게 일어났다. 그 결과 9일 만에 3,200만 달러가 모금되었고, 경매가 시작되기 전 킹 목사의 유품은 시민의 품에 돌아왔다. 이를 기점으로 애틀랜타 시민인권센터(National Center for Civil and Human Rights) 건립의 장정이 시작됐다.기업의 사회적 책임: 코카콜라와 시민인권센터건립비용과 함께 부지 마련도 난제였다. 시민들은 시민인권센터가 흑인 거주 지구에서 벗어나 시내 한복판에 건립되길 원했다. 기념관의 성패를 좌우하는 요인 가운데 하나가 접근성임을 생각하면, 이들의 기대는 무리가 아니었다.이때 백기사가 등장했다. 미국의 청량음료 제조 및 판매회사인 코카콜라가 부지 기부 의사를 밝힌 것이다. 이 땅은 접근성이 탁월했다. 애틀랜타 올림픽을 기념해 시내에 조성된 공원과 조지아 아쿠아리움에 연접해 있어 접근성이 탁월한데다, 전망도 개방적이었다. 전 세계 관광객이 목적지로 삼는 체험형 박물관 ‘코카콜라 세상(the World of Coca-Cola)’도 눈앞에 있었다. 이 3,000평의 대지를 헌납하면서 센터 조성이 본격화될 수 있었다.시민인권센터에 대한 코카콜라의 후원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코카콜라는 2019년에도 1백만 달러를 기부했다. 특이한 것은 기부 방식이었다. 입장객 수만 명의 무료 관람이 조건이었다. 코카콜라 재단은 애틀랜타가 보여준 다양성, 포용성, 통일성의 전통을 미국 전역에 확산하기 위해서라는 취지를 밝혔다. 재단은 최근 10년 동안 센터를 포함해 애틀랜타 지역의 인권 평화 증진사업에만 1억 6천만 달러 이상을 기부했다. 이에 더해 코카콜라 구성원은 수만 시간의 자원봉사 활동을 통해 인권과 평화의 가치 실현에 참여했다.시민인권센터의 전시 효과시민인권센터의 전시는 킹 목사의 유품, 미국의 민권운동, 세계의 인권 평화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방문객이 입장하는 순간 경험하는 것은 1960년대 애틀랜타에는 두 개의 프로야구팀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하나는 백인 팀, 다른 하나는 흑인 팀이었다. 이렇게 전시는 1960년대 미국 남부가 흑백의 생활세계로 분리되어 있었다는 것을 증언한다. 화장실도, 식당도, 버스 좌석도 모두 별도였다. 백인의 입장에서 보면 구별이었지만, 흑인의 입장에서는 명백한 차별이었다. 연방법은 만인의 평등을 명시했지만, 주 차원에서는 관행적 차별을 유지했다. 흑인들의 투표권은 보장되어 있었지만, 선거일에 투표장을 찾는 흑인들은 백인 KKK단의 공격을 받기 일쑤였다. 주 정부들은 사적 린치를 방조했다.몇 명의 용기 있는 흑인이 이 모순을 몸으로 고발했다. 한 여성은 버스에서 백인 전용 좌석에 앉아있었다는 이유로 처벌받았고, 어떤 청년들은 백인 전용 식당의 런치 카운터에 착석했다고 폭행당했다. 양심적인 백인들의 분노를 일으킨 이 장면들이 전시 속에 고스란히 재현되어 있다. 하이라이트는 런치 카운터 체험 부스다. 이 자리에 앉아 헤드폰을 끼면 백인들의 위협 섞인 고함이 들리고,앉아있는 좌석에서는 진동이 느껴진다.버튼을 누를수록 강도가 높아진다. 대부분의 방문객은 극도로 예민해진 상태에서 마지막 단계까지 도달하지 못한 채자리에서 내려온다."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주변을 바라보면긍정적인 세상의 변화가 시작될 것이다."시민인권센터 전시는 역사 속에 머물지않는다. 미국 민권운동의 과거에서부터전 세계의 인권상황에 대한 조명으로 확장된다. 어떤 공간에서는 ‘독재자들’이라는 제목 아래 인권 파괴 주모자들의 사진을 발견할 수 있다. 그중에는 북한을대표하는 김정은도 있다.특히 주목할 것은 끝부분이다. 시민인권센터는 과거의 저장소이기를 거부하고,인권과 평화의 과거를 현재 속에서 활성화시킨다. 이와 함께 미국인들에게 미국외의 세계를 보여주고 싶어 한다. ‘확신의 불꽃(Spark of Conviction)’이라고 명명된 전시공간이 바로 이 역할을 수행한다. 여기에는 초콜릿, 휴대폰, 장미꽃 다발 같은 일상품이 모두 방문객을 향해 배치되어 있다. 의도는 명확하다. 이 모든 상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저개발국 노동자들의 인권이 위협받고, 환경이 파괴되는지를 알게 하기 위해서다. 전시기획팀은 아동노동, 여성노동, 이주노동자, 원주민의 권리 착취 문제를 보여줌으로써 방문객들이 상품을 구매할 때 발생하는 타인의 희생을 생각하게 한다. 이로써 방문객은 타인을 배려하는 소비를 생활 범주에 포함할 수 있게 된다. 이런 마음으로 주변을 바라보기 시작하면 세상은 바뀌기 시작할 것이다. 방문객이 기업인이라면 여기에서 지속 가능한 생산, 친환경적 생산의 동기를 부여받는다. 이런 생각이 각 방문객 내에서 내면화될 때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불꽃이 타오르기 시작하지 않을까?최호근 교수고려대학교에서 학부와 석사 과정을 마친 후 독일 빌레펠트 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인권과 평화, 기억과 기념에 관한 국제 비교연구를 오랫동안 수행해왔다. 교육을 통해 세상을 바꾸어갈 수 있다는 믿음에서 정부와 공공기관의 다양한 교육사업 기획에 참여하고 있다. 대표 저서로 『제노사이드』, 『독일의 역사교육』, 『기념의 미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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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일 교수] 카이로스와 행복: 지금 이 자리에서의 충만함
코로나19와 더불어 새해를 맞으며 우리는 ‘시간’ 속에서 살아가는 삶의 방식에 대해서 기어조절을 배울 필요가 있다. 효율과 성과, 업적과 평가, 비교와 경쟁에 시달리며 데드라인을 의식하던 단선적인 시간(크로노스)의 압박에서 잠시 벗어나 나 자신의 존재와 상처 난 마음자리를 보듬어 안아주고 충만한 시간(카이로스)을 가져봄이 필요하다. 피로사회에서 강압과 과로로 낳은 성과는 행복을 보증하지 못한다. 오늘날 ‘GDP를 넘어서’ 워라밸이 중시되는 이유는 삶의 질에 대한 간절함 때문이다. 효율과 경쟁, 성장에 대한 압박에서 때로는 벗어나 서로의 동기와 참여를 격려하며 풍요로운 관계를 만들어가면, 사실 더 놀랍고 충만한 결실을 맺게 된다! 과정의 소중함을 충만하게 나누는 행복이 결과만 바라보는 업적주의보다 더 생산적이다.---크로노스의 압박과 피로사회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많은 이들이 피로감과 코로나 블루를 호소하고 있다. 여가생활에 제약을 받고, 회식 자리도 적어지고, 자택근무가 늘어나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런데, 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은 빅데이터 연구를 통해 ‘짜증’이란 단어가 ‘아빠’와 상사, 인간관계와 연관되어 높은 빈도로 나타나는 현상을 발견했다고 한다. 우리는 그동안 시간에 쫓겨 바쁘게 살아가면서 인간관계를 업무나 비즈니스적 마인드로 처리하는데 익숙해졌을 뿐, 어떻게 가족들, 구성원과 충만한 인격적 관계를 맛들이고 행복한 시간을 함께 공유할지에 대해서는 많이 배우지 못했던 것이 아닐까? 코로나19와 더불어 시작한새해 2021년에 그동안 양적 시간에 쫓겨 왔던 삶을 성찰하고, 보다 충만한 질적 시간을 향유하는 균형 잡힌 삶으로 나아가도록 초대하고자 한다."새로운 혁신과 창의적인 발견은생산성에 대한 과도한 집착이 아니라자율적 헌신과 깊은 몰입 속에서 샘솟는카이로스적인 체험과 맞닿아 있다."카이로스, 그 충만함의 때우리는 현대사회에서 디지털 시간 체제에 빠져 살아간다. 현대인의 업무는 인터넷과 온라인, 각종 스마트 앱을 통해서 편리하게 처리되기도 하지만, 수치화된 모든 기록과 비교 평가를 통해서 더욱더 단선적인 관점에 빠져들기도 한다. 분기마다 돌아오는 ‘매출, 성장, 기업 가치, 주식 평가’는 기업인들에게 ‘경쟁’에 대한 강박을 주고 그들의 시간관념을 좁게 만들곤 한다. 이렇듯 단선적이고 연대기적으로 흐르는 양적 시간을 고대 히랍인들은 ‘크로노스’라고 불렀다.그런데 우리는 누구라도 나만의 행복했던 때, 소중하고 아름다웠던 시간, 내 영혼에 특별한 순간을 기억하곤 할 텐데, 이처럼 질적으로 특별한 시간은 ‘카이로스’라고 불렸다. 카이로스는 히랍문화에서는 ‘특별한 때와 기회’를 지칭했지만, 그리스도교 문화에서는 인간이 신(God)과 만나는 궁극적 지평에서의 충만함至福을 의미한다.집에서 혼자 있는 시간에, 직장인들은 뭔가 ‘생산성 있는 무엇’을 찾고자 고심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퇴직이나 이직에 대한 걱정과 함께, 뭔가 더 생산적이고 효율적인 것에 대한 관심은 크로노스적 강박에 이끌릴 때 관계 속의 충만감, 즉 카이로스와 멀어지게 할 수 있다. 기실 새로운 혁신과 창의적인 발견은 크로노스의 강박적 지배 속에서의 걱정과 불안이 아니라 자율적인 헌신과 깊은 몰입(flow) 안에서 샘솟는 카이로스적인 체험과 더 깊이 맞닿아 있다! 우리에겐 각자 소중하고 아름답고 행복했던 시간들이 있다. 어떻게 그 시간을 되찾을 수 있을까?행복의 출발선: Beyond GDP(실적을 넘어서)이스털린의 역설이 알려주듯이, 경제적 수입과 물질적 소유가 늘어나면 행복이 어느 정도 높아질 수 있지만 계속해서 증가하지는 못한다. 기본적인 생존과 안정적인 삶은 물질적, 경제적, 제도적 차원에서의 행복추구에 필수적이지만, 지배와 복종, 경쟁과 비교 등에 시달리며 얻게 되는 관계적, 정신적 스트레스는 임금인상만으로 해소될 수는 없다. 기실, 필자는 제자 김초롱 씨와 함께 ‘대기업에서 자발적으로 퇴사한 청년’들에 관한 분석을 논문으로 발표했었는데, 결론적으로 이들은 돈보다 더 깊은 진정성과 행복을 찾고 있었다. 오늘날 행복, 삶의 질에 관한 연구가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는 현상은 바로 여기에 이유가 있다. Beyond GDP!물질적 성장, 양화 된 ‘통계 숫자의 지표를 넘어서’, 정신적인 발전과 질적인 성장을 온전히 통합해 내야 한다는 절박한 관심이 ‘시대의 징표’로서 작동하고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생의 목적을 ‘eudaimonia’, 참된 자기를 찾고 실현할 수 있는 충만함으로 규정하였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가정, 기업, 국가, 인류 사회에서 양적 숫자 이상으로 관계의 질이 우선되는 성장과 충만한 관계에서 샘솟는 행복이 절실히 필요하다.행복의 비결?행복에 관해서 긍정심리학은 즐거움, 몰입, 의미 세 갈래 길을 제시한다. 과연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들이다. 그런데, ‘즐거움’에 대한 과도한 탐닉은 절제를 못 할 때 술, 담배, 업무, 사랑, 갑질 등의 중독(addiction)에 빠질 수 있고, 삼매경에 빠져드는 ‘몰입감’은 스트레스가 유발되는 환경을 잠시 잊게 해 줄 수 있지만, 비사회적인 오타쿠를 만들 수도 있다. 또한, 자기만의 진정성을 찾지 못하면 넘치는 정보와 지식은 내게 ‘의미와 가치’를 제공하지 못할 수도 있다.행복의 비결은 바로 자기의 삶에 대한 진정성과 밸런스를 찾는 데 있다! 진정성은 전통과 도덕과 같은 외적압력이나 그때그때 바람불면 변덕스러워지는 감정에 달려 있지 않고 ‘자기에게 가장 소중한 열망(the deepest desire)을 찾는 과정’에서 그 모습을 보여준다. 나는 언제 가장 행복한 사람인가? 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꿈은 무엇인가? 내 안의 진정성을 찾아야 내 삶에 행복이 깃들기 마련이다.한편 직장인들에게 절실한 워라밸은 직장에서의 일, 고된 생산노동(creation)과 마찬가지로 내 삶의 여유와 즐거운 휴식(recreation) 역시 동등하게 중요함을 알려준다. 그렇기에 행복은 결코 개인의 심리 문제만이 아니라 우리 공동체 전체의 관심과 결단을 요구한다. ‘어항 속 물고기들’을 건강하게 키우려면, 개체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어항의 수질, 온도, 사료, 녹초, 칸막이 등 전체의 환경과 구조를 아울러 돌봐야 하듯이 말이다.밸런스! 이따금 최고급 뷔페에서 맛깔스러운 음식을 폭식하는 게 우리의 생활리듬과 건강에 유익보다는 해가 될 수 있듯이, 가정이나 기업에서 평소 건강한 소통과 따듯한 공감이 없이 월말 회식 한 번으로 행복을 대체할 수는 없다! 크로노스 안에 카이로스가 잉태될 때, 일상의 밸런스와 진정한 공감에서 행복이 자라난다.행복: 지금 이 자리에서의 충만함2021년 새해에 우리가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 일신우일신! 작심삼일로 내게 상처를 주는 행동(doing)보다는 내 존재(being) 안에 숨겨진 신비 속에서 카이로스에 대한 감각을 회복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무한 경쟁과 생산성의 압박은 흐르는 크로노스 강물에 잠시 내어주고, 잠시 멈추어 나의 진정성을 찾고 느껴보자. 기실 ‘지금 이 자리에서 충만함’은 그 어떤 인센티브나 효율성보다 더 탁월한 결실을 맺는다! 새로운 한 해를 외적 과업의 기대치에 내맡기고 마치 기계(automaton)처럼 살던 습관에서 한 걸음 벗어나 보고 싶지 않은가? 새로운 한 해를 함께 살아갈 나 자신을 먼저 조용히 품어 안아주자. 세상의 시간 속에서 남들이 만들어놓은 기준들을 잠시 내려놓고, 완벽하지 못하고 때론 실수하고 넘어져 상처 입는 나 자신을 온전히 대면하고 사랑해주자. Love Yourself! 그러면, 살림에 묶여 자기관리하기 힘든 아내도, 과로에 지쳐 어깨 굽은 남편도, 공부하지 않고 노는 자녀도, 스마트폰만 자꾸 바라보는 부하 구성원도 그 존재로서 다르게 보일 수 있다. 함께 살아가는 존재들을 그 고유한 의미 그대로 바라보고 사랑할 수 있으면, 그 충만감은 카이로스의 열쇠, 이 세상에서 미리 체험하는 천국의 선물이 될 수 있다.오세일 교수서강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가톨릭(예수회 소속) 사제이며 사회학자로서 종교, 문화, 영성, 교육, 사회변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통계분석과 질적연구를 병행하며 다수의 논문을 생산하고 있다. 특히 오늘날 현대사회의 소셜 네트워크, 소통과 혁신에 주목하며 ‘충만한 삶’의 화두를 따라서 행복과 삶의 질, 진정성과 수행성에 대해 깊이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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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윤 교수] 코로나 시대 직장 내 인간관계
코로나19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사람들 간의 교류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감염의 위험으로 사람들을 편하게 만나지 못하고, 비대면으로 교류해야 한다는 점이 계속 우리를 괴롭히고 있다. 최근 조사에 의하면 10명 중 4명이 친구나 직장동료들과의 관계가 멀어졌다고 한다. 대면 상호작용이 줄어들면서 우울증과 무기력증을 뜻하는 ‘코로나 블루’를 경험하는 사람도 늘고 있고, 평소 얕은 관계를 맺어온 사람들과의 유대는 더욱 약해지고 있다. 반면 코로나19를 계기로 가족처럼 가까운 사람들과의 딥택트(deep-contact)가 늘었다는 보고도 있다. 코로나19 시대에 딥택트는 정신적 스트레스를 극복하는 주요 동력이 될 수도 있다. 감염 예방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겪는 대인관계의 결핍을 극복하고, 직장 내 효과적인 인간관계의 유지 방안을 모색해야 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공감의 중요성조직에는 공동의 목표를 추구하는 다수의 구성원이 존재하기 때문에 직장 생활에서 인간관계는 필수적인 요소이다. 그런데 원격근무를 하게 되면 이전과 같은 면대면 상호작용이 가능하지 않기에 대인 과정의 역동성에 변화가 나타나고, 사회적 고립이 발생할 수 있다. 24개국의 1만 명 이상의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온라인 조사에서, 62%의 응답자가 원격근무나 재택근무로 고립감을 느꼈다고 한다(Reaney, 2012). 또한, 원격근무가 직장 동료들과의 관계의 질에 미치는영향에 대한 메타분석연구(Gajendran & Harrison, 2007)에서 원격근무의 빈도가늘어날수록 관계 맺기의 질이 유의미하게 저하되는 결과가 나타났다."공감은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고 공유하는 능력이다.공감은 조직에서 구성원 자신의 삶과동료들과의 원만한 인간관계를 위해 꼭 필요한 스킬이다."지금처럼 직장 내 동료 관계의 질이 저하될 수 있는 상황에서는 리더가 좀 더 공감(empathy)의 태도를 보임으로써 구성원 간의 응집력과 연대를 강화할 수 있다. 공감이란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고 공유할 수 있는 능력으로서, 자신의 삶과 인간관계를 위해 반드시 갖추어야 할 스킬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사티아 나델라 CEO는 ‘공감 없이 자신의 팀에서 최상의 결과를 이끌어내기란 불가능하기에, 공감은 모든 것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심리학자 다니엘 골만과 폴 에크만은 공감을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했다. 첫째, 인지적(cognitive) 공감은 다른 사람의 관점에 들어가서 감정에 개입되지 않고 객관적으로 상대의 입장을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이다. 상대의 시각으로 관련 정보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해주기에 통상적 업무나 협상 상황에서 요구된다. 둘째, 정서적(emotional) 공감은 정서 전염이라고도 알려진 것으로, 가족이나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주로 나타난다. 이것은 인간의 거울 뉴런의 작용과 관련이 깊다. 정서적 공감이 높은 사람은 쉽게 타인의 감정에 영향을 받고 그들의 감정에 너무 공감하여 자신도 모르게 동정 스트레스나 피곤함에 빠지기 쉽다. 셋째, 인간관계에서 가장 이상적인 공감으로 알려진 컴패셔닛(compassionate) 공감이다. 이것은 타인의 어려움과 곤경을 같이 느끼고 이해할 뿐 아니라 그것을 완화하도록 도와주는 행동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유형의 공감은 코로나19 시대나 그 이후에도 특히 필요한 공감이다. 원격근무가 늘어나면서 가상의 업무공간에서의 대화는 면대면 소통보다는 사무적이고 공감의 수준도 낮을 가능성이 높다. 리더는 가상공간에서 나누는 대화에서 구성원의 정신적 웰빙이나 심리적 건강에 초점을 두는 컴패셔닛 공감의 태도를 지녀야 할 것이다. 리더가 상담가가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배려와 지원의 컴패셔닛 공감을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리더라면 컴패셔닛 공감의 태도를 갖춰서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부서 내 비공식적인 상호작용을 촉진하는 방법으로 다음의 세 가지를 고려해보자. 첫째, 정기적인 만남이나 회의 이외에 사람들 간의 접촉 기회를 늘릴 방안을 강구한다. 예를 들어, 공식적인 대면 One on One(1 on 1)이 어렵기에 이전보다 좀 더 자주 짧은 체크인 미팅을 가질 수 있다(성과 압박이 아닌 구성원의 컨디션이나 웰빙에 대한 관심으로 인식돼야 한다). 또한, 부서 내 사소한 것이라도 좋은 일이 있으면 가상공간에서 축하해주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둘째, 원격으로 근무하게 되면 누군가는 소외되고 주변 인물이 되기 쉽기에 모두가 참여하고 있음을확실히 해야 한다. 가상의 팀은 하나의집단으로서 같은 시간과 공간에서 자주함께 모여서 빈번하게 전체 구성원이 서로 연결되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일의과정과 세부사항들을 공유하고 정서적으로 유대를 형성해야 한다. 셋째, 부서내 소통이 업무와 관련된 내용으로만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 특히 원격으로 가상공간에서 함께 일하는 경우에는 감성적 요소가 더욱 중요하다. 리더가 솔선수범하여 업무 수행 과정에서 ‘재미’ 요소를 가미한다면, 부서 전체의 분위기가 좋아지고, 구성원 간에도 상호 비공식적 교류가 늘어나게 될 것이다.HRD 부서에서 주의를 기울일 사항HRD 부서는 무엇보다 구성원 사이의 시기, 불만, 불평의 요소가 없는지, 그리고 직장 내 괴롭힘과 같은 인간관계에서의 잠재적인 긴장 요소들은 없는지 각별하게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줌(Zoom)과 같은 매체를 통해 원격근무가 가능하긴 하지만, 아무래도 구성원 상호 간의 이해나 라포르(rapport)를 형성하는 데에는 한계가 따른다. 특히 이메일이나 문자메시지는 급한 상황에서 신속한 소통을 하는 데 좋지만, 표현상 모호성이 있을 수 있고, 수신자(들)에게는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이러한 간접적인 소통 채널은 전반적으로 조직 내 불확실성이나 불안을 조장할 수 있다. HRD 부서는 현재 구성원을 위해 서비스하고 있는것들을 원격으로도 제공이 가능한지,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지통찰해야 한다. 예를 들어, 명상을 서비스하는 중이라면, 이것을 비디오를 통해온라인으로 실행할 수 있을지 검토해볼수 있다. 또한, 사내 근로자지원프로그램(Employee Assistance Program)이 코로나19 상황에서 구성원 자신뿐만 아니라, 그들의 가족과 관련된 이슈들을 적절히 다루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다음으로, 기업의 사내 게시판 등을 상시모니터링하면서 구성원의 집단적 정서변화에 대해서도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전염병이 돌면 낯선 이들을 거부하고,안전하다고 느끼는 가까운 관계에서 더 큰 행복을 느낀다.그런 측면에서 딥택트는 코로나 블루 극복의 원천이다."코로나19는 언젠가는 종식되겠지만, 거대한 위기에서 축적한 경험이 나중에 좋은 기억으로 남도록 해야 할 것이다. 조직 구성원 누구도 멀리 떨어져 있다는 느낌을 받지 않도록, 모두에게 대화의 기회가 열려 있어야 한다. 특히 HRD 부서는 구성원 간에 갈등이 발생하면 이들이 단순히 상황을 회피하기보다는 갈등을 적극적으로 다루려고 하는지 잘 보아야 한다. 리더는 자신의 사생활을 공개하면서 자연스럽게 개인적인 경험을 공유하고, 상호 경청하는 분위기를 만들필요가 있다. 전염병이 돌면 자연스럽게 낯선 이들에 대한 거부감이 생길 수밖에 없고,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느끼는 가까운 관계에서 더 큰 행복을 느낀다. 그런 면에서 가까운 사람들 간의 딥택트를 통해 형성되는 친밀감과 애정이코로나19를 극복하는 원천이 된다. 직장 내 동료들 간에도 온라인 딥택트를 통한 상호 지지가 가능하다. 이렇게 현명하게 팬데믹 시대에 대응해간다면 직장 내 인간관계는 과거보다 더욱 공고해질 것이다. 장재윤 교수서강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조직심리학 전공으로 인사선발과 평가의 신뢰도와 타당도, 직장인들의 스트레스와 웰빙, 그리고 조직 내 창의성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연구를 통해 심리학의 사회 기여 및 현장 응용에 공헌하고자 한다. 삼성전자 HRD 센터 자문교수로도 활동하며 실무 현장에 관해 다각적으로 조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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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규동 소장] 시련과 고난 속에 엮은 ‘다산학’
용(다산)이 해상(강진)으로 유배되어 가서 생각하기를 ‘소싯적에는 학문에 뜻을 두었으나 20년 동안 세로世路에 빠져 다시 선왕先王의 대도大道가 있는 줄을 알지 못하였는데 지금 여가를 얻게 되었다’하고 드디어 흔연히 스스로 경하하였다.그리하여 육경六經과 사서四書를 가져다가 침잠沈潛하여 탐구하고, 중국의 한위漢魏 이래로 명청明淸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유자儒者의 학설로 경전經典에 보익이 될 만한 것은 널리 수집하고 두루 고증하여 오류를 정하고 취사取捨하여 일가一家의 서書를 갖추었다.- 『다산시문집』 제16권 묘지명墓誌銘 자찬 묘지명自撰 墓誌銘 ----실학을 집대성한 위대한 ‘다산학’고난이 없는 삶은 없다. 하지만 고난의 과정을 어떻게, 어떤 마음으로 받아들이는가에 따라 차이는 천차만별이다. 다산 정약용은 그 시련과 고통의 시간을 온전히 받아들여 자신의 여가로 생각하였다. 불안한 삶 속에서 유배를 여가로 생각한 긍정의 힘은 유배 생활을 못다 한 학문을 익히며 18명의 제자를 육성하는 것은 물론 600여권의 저술을 통하여 오늘날 ‘다산학’이라는 학문적 위업을 남길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다산 정약용은 시련과 고통의 시간을학문적으로 성장하는 기회로 받아들였다.그는 유배를 여가로 생각하는 긍정의 힘으로 ‘다산학’이라는 학문적 위업을 달성했다."세 번이나 복사뼈에 구멍이 났다는 과골삼천踝骨三穿의 이야기를 통해서 알 수 있듯이 정약용의 학문적인 집념은 실로 대단했다. 과골삼천은 다산의 가르침에 충실했던 제자 황상의 문집 『치원유고巵園遺稿』에 나온 이야기다. 정약용은 이런 집념으로 육경과 사서를 가져다가 통달하면서 이제까지의 잘못된 번역과 제도나 관습을 당시의 현실과 비교하면서 조목조목 재해석하여 주자학과 성리학으로 굳어진 사상의 운동장을 쟁기질하였다.정약용은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피폐한 조선의 현실과 백성들의 궁핍한 삶을 바라보며 타오르는 울분을 600여 권에 달하는 ‘다산학’으로 승화시켜 실학을 집대성하였다. 회갑을 맞이하면서 쓴 자찬묘지명自撰 墓誌銘 광중본壙中本에서 밝힌 정약용의 저술을 살펴보면 『시詩』, 『서書』, 『예禮』, 『악樂』, 『역易』, 『춘추春秋』 및 사서四書의 제설諸說에 대해 저술한 것이 모두 230권이고, 시문詩文을 엮은 것이 모두 70권이며, 국가의 전장典章, 목민牧民, 안옥按獄, 무비武備, 강역疆域의 일과 의약醫藥, 문자文字의 분변 등을 잡찬雜簒한 것이 거의 200권이라고 한다. 이렇게 총 500여권이 된다. 그러나 정약용의 저서는 지금도 발견되고 있어 600여권이라고 해도 무리가 아니라고 강진의 향토사학자 청광 양광식 선생은 이야기한다.새로운 시대를 위한 변화와 개혁의 디딤돌있어야 할 각급의 신하들을 정비하지 못하고 옳은 인재들이 등용되지 않은 결과 탐오(욕심이 많고 하는 짓이 더러움)의 바람이 크게 불고 백성들은 궁핍에 빠졌다. 곰곰히 생각하여 보면 하나하나의 털끝만 한 것까지도 병들지 않은 것이 없다. 지금 곧 개혁하지 않는다면 반드시 나라를 망치고야 말 것이니 이 어찌 충신 지사들이 수수방관할 바이겠는가?- 『경세유표經世遺表』 서문-정약용은 “지금 당장 개혁하지 않는다면 나라는 반드시 망하고 말 뿐이다.”라며 대내외적으로 밀려오는 파고를 직시하면서 시대를 꿰뚫어 보았다. 정약용은 내적으로는 정신적, 사상적 토대를 굳건히 하고 외적으로는 관료들의 자세를 추스르고 백성들의 역량을 확산시키기 위한 대응 방안을 모색하였다. 그것이 바로 경학과 경세학을 두 축으로 하는 ‘다산학’이라 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정약용은 위국애민 정신으로 인간의 존엄성을 바탕으로 백성들이 백성답게 살아갈 수 있는 길을 모색하였다. 그리고 ‘탕론’과 ‘원목’을 통하여 목민관들의 존재 이유가 백성이라는 것을 새롭게 일깨움으로써 주인이 주인답게 살아갈 수 있기를 희망했다.정약용은 나라를 부강하게 하는 것은 물론 백성에 의한, 백성을 위한 개혁을 위해 4서 6경인 경전을 새롭게 해석하며 부패한 정신적 텃밭을 새롭게 일구었다. 그는 일표이서인 『경세유표經世遺表』, 『목민심서牧民心書』, 『흠흠신서欽欽新書』를 통하여 국가와 목민관들의 부정부패를 개혁하기 위한 매뉴얼을 작성하였다. 정약용은 자신의 간절함이 죽어서라도 유서로 전달되길 바라는 심정으로 책 제목을 『경세유표經世遺表』로 정했다.변화와 개혁에 대한 정약용의 강력한 주장은 기존의 유학 중심 사회에서 명실상부 새로운 실천적 실학 사회로의 전환이었다. 하지만 시대를 꿰뚫은 정약용의 통찰력은 기득권의 당파싸움으로 빛을 보지 못하고 장서가 되고 말았다. 하지만 조선의 멸망에 대한 정약용의 통찰력은 그의 사후 30년 후부터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1866년 프랑스가 흥선대원군의 천주교 탄압을 빌미로 강화도를 침입하였다. 그리고 1910년 8월 29일 일제에 의해 강제로 체결된 을사늑약으로 사실상 조선은 멸망하였다. 정약용이 사망한 후 74년 만의 일이었다. 정약용이 그렇게 개혁하지 않으면 망할 것이라고 주장했던 일이 현실이 된 것이다.역사에 가정은 없다고 한다. 하지만 정약용이 꿈꾼 ‘나라다운 나라, 백성이 주인되는 세상’이 실현되어 조선이 망하지 않았다면 오늘의 대한민국은 어떤 모습일까? 생각할수록 너무나도 안타깝다."‘다산학’을 관통하는 주인정신과 위국애민정신에는소통, 청렴, 공정, 탐구, 창조, 개혁이 드러난다.이는 시대를 막론하고 마음에 새겨야 하는사람다움의 핵심이다."시대는 흐르고 역사는 지속되고 있다. 위대한 역사도 있고 그렇지 못한 역사도 있지만, 그 어떤 역사도 우리들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친다. 600여 권의 실학을 집대성한 ‘다산학’을 관통하는 주인정신과 위국애민정신에서 드러나는 소통, 청렴, 공정, 탐구, 창조, 개혁은 가장 한국적인 다산정신이다. 팬데믹 시대는 물론 4차 산업혁명시대라는 변화의 소용돌이에서 ‘다산학’이 대한민국의 새로운 역사를 창출하는 디딤돌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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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원 교수] 위기를 기회로! 비전 형성과 소통의 리더십
코로나19로 말미암아 세계의 지도자들은 리더십의 시험대에 올랐고 분석 대상이 됐다. 그러나 리더십의 효과성은 ‘스타일’의 차이와 우열보다는 리더의 ‘센스메이킹’ 과정에 달린 것으로 나타났다. 위기 상황에서 리더는 냉정하고 정확하게 현실을 파악해야 하고, 현실에 기반해서 실현 가능한 비전을 수립해야 하며, 비전의 실현 가능성을 몸소 보여주면서 구성원을 설득해야 하고, 달성된 현실이 과연 구성원이 원하던 그것과 일치하는지 확인하는 과정을 반복해야 한다. 일련의 과정을 통해 우수한 리더는 모두가 겪는 위기를 기회로 승화시킬 수 있다.---코로나19 확산으로 각국 지도자의 리더십이 조명되고 있다. Crayne과 Medeiros의 연구에 따르면 지도자의 유형은 크게 카리스마적 리더, 이데올로기적 리더, 실용적 리더로 구분된다. 카리스마적 리더는 포용의 철학에 기반하여 긍정적 감정에 호소하며 미래지향적 비전을 제시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포괄적인 목표설정을 꾀한다. 이데올로기적 리더의 경우 기존의 가치에 기반한 비전을 추구하며, 과거 회귀적인 특성을 보인다. 그들은 분노와 같은 부정적 감정에 호소하며 집단의 응집성, 몰입, 단결성 상승을 꾀한다. 실용적 리더는 문제해결에 초점을 맞추는 합리적 모습을 보인다. 그들은 감정보다 이성에 호소한다. 실용적 혹은 실리적 리더들은 문제해결을 위해 전문가의 의견을 전폭적으로 수용하며 환경 변화에 적응한다. 그래서 안정적 성과를 달성하고 단기적 효과를 얻는 데 강점을 보인다.모든 리더십에는 장점과 단점이 공존한다. 그래서 리더십 평가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먼저 카리스마적 리더는 긍정적 감정에 호소하며, 미래지향적 비전을 제시한다. 하지만 위기 상황에서 긍정적 감정이 발현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구름 한 점 없는 사막 한가운데서 숲이 우거지길 바라는 것만큼 어렵고, 미래지향적이라는 것은 한 번도 경험한 적 없는 미지의 세계로 발을 딛는 막연하고 두려운 모험이다. 그래서 구성원을 설득하는 작업이 매우 어렵다. 다음으로 실용적 리더의 말은 듣기에는 합리적이나, 실행해보면 답답한 현실에 직면하기 십상이다. 문제해결을 담당하는 전문가들의 역량과 책임에도 한계가 있다. 무엇보다 이러한 방식은 눈앞의 문제해결에만 급급하다가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위험성이 있다. 간단히 상상해보자. 전문가의 입에서 ‘우리는 이 병의 원인을 모르고, 원인 규명과 해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니까 10년 봉쇄하시죠’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실용적 리더는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성공적 리더십은 ‘어떻게 현실을 파악했는가?’,‘어떤 비전을 만들었고, 그것을 구성원과 어떻게 공유할 것인가?’, ‘구성원의 비전이 얼마나 이뤄졌는가?’의 센스메이킹 과정을실행하고 복기하면서 발현된다."이어서 이데올로기적 리더는 대중을 설득하는 힘이 있지만, 갈등이나 폭력과 같은 부작용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으며 장기적 관점에서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도태될 위험성이 있다.단언컨대 특정한 리더십 스타일을 따르는 것은 정답이 아니다. 근본적인 정답은 리더들이 ‘어떻게 현실을 파악했는가?’, ‘어떤 비전을 제시할 것인가?’, ‘대중과 어떻게 비전을 공유할 것인가?’, ‘대중의 비전이 얼마나 이뤄졌는가?’의 센스메이킹 과정을 실행하고 복기함으로써 얻을 수 있다. 다시 말해 리더가 얼마나 성공적으로 ‘센스메이킹’했는지, ‘환경의 불확실성을 어떻게 파악하고 이해해서 행동했는지’ 여부가 성공적 리더십 발현의 관건이라는 것이다. 팬데믹시대에서 리더는 “어떠한 지도자들도 무엇이 문제의 핵심인지 제대로 파악하지못했다.”라는 지점에서부터 복기를 시작해야 한다. 세계적 유행병의 창궐 가능성은 21세기에 들어서면서 꾸준하게 제기되었지만, 지도자들은 이를 ‘남의 일’ 혹은 ‘그깟 감기’ 정도로 치부했다. 눈앞의 위험을 외면하거나, 혹은 쉽게 통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착각했다. 여기에서 얻는 교훈은 자명하다. 위기에 처했을 때 리더는 솔직해야 한다. 적어도 리더 자신에게는.다음으로 위기에 직면해서 리더는 어떤 비전을 만들어야 하는가? ‘Back to normal’이라는 이야기로 과거로의 회귀를 외칠 수도 있고, ‘We will find a way’ 라는 식으로 희망을 논할 수도 있다. 정답은 “어떻게 비전을 구체화할 것인가?” 에 있다.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면 철저한 방역 혹은 통제 수단이 강구돼야 했지만, 미국과 브라질은 뾰족한 통제 수단 없이 봉쇄를 풀었고 그 결과 확진자와 사망자는 계속 증가했다. 유럽처럼 온택트 시대로 나아가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에게 재택근무의 기반을 마련해 주듯, 대면 기반 경제에서 근로자와 고용자에게 생존의 길, 노동의 기회, 세금감면 등의 자구책을 제공해야 했다. 뚜렷한 대안이 없는 미래로의 발걸음은 불안했고,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2차 봉쇄 시기에 즈음해서 생존을 위협받은 유럽의 대중은 대규모 시위로 지도자들의 무책임한 비전에 저항했다.일련의 부작용들은 센스메이킹의 세 번째 과정이 얼마나 중요하고, 또 어려운지 역설적으로 알려준다. 매력적인 비전보다는 비전을 대중과 공유하고 그들에게 납득시키는 일이 중요하다. 과거 회귀의 비전은 이해하기 쉽다. 하지만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확진자와 사망자, 그리고 붕괴하는 의료 현실 속에서 그 비전이 얼마나 지속될 것인가? 지난달 미국 대선의 결과는 희생을 무릅쓴 회귀적 비전의 말로를 보여준다. 부정적 현실을 외면하고, 회귀적 비전에 매료된 사람들은 결국 희생자가 되어 점점 쇠퇴, 소멸했다. 진정 과거로의 회귀를 원했다면, 국가는 ‘돌아가라!’라고 얘기하기 전에 국민에게 방호복부터 지급해야 했다. 온택트 중심 미래를 상정한 변화 역시 설득이 필요하다. 회사에 출퇴근하는 것보다 매력적인 ‘집에서 일하는 삶’ 의 모습을 가능하게 하는 지원이 있어야 할 것이고,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에게는 일시적 도움이 아닌 지속가능한 근본적 대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거칠게 말하자면 ‘집에서 돈 버는 법’이나 ‘집에 있는 사람에게 일 시키는 법’에 대한 고민을 국가와 기업이 같이 해야 한다. 이를 통해 온택트라는 비전을 실현 가능한 것으로 만들고, 다양한 성공사례도 보여줌으로써 ‘우리 모두가 함께 긍정적인 길로 가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소통은 언어적 수사가 아니다. 보여주고 행하는 것이다.센스메이킹의 마지막 단계는 ‘그래서 우리는 어디에 있으며 이는 우리가 꿈꾸던 모습과 부합하는가?’에 대한 확인이다. 현시점에서 코로나19에 가장 성공적으로 대응하는 것처럼 보이는 국가는 중국과 대만이다. 중국과 대만의 비전은 ‘무엇을 희생해서라도 집단의 방역을 달성하고, 국가 경제를 정상화한다’였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구성원의 동의도 있었다. 그런데 어째서 다른 국가는 이것이 불가능했는가? 그것은 여타 국가의 대중에게 ‘개인의 자유’가 희생된 방역과 경제의 정상화는 꿈꾸던 모습이 아니며, 동의하기 어려운 비전이었기 때문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기업은 ‘구성원의 희생으로 달성한 비전이 얼마나 지속가능하며, 이것이 진정 구성원이 원했던 모습인가?’라는 질문에 긍정적인 답을 내릴 수 있어야 할 것이다.리더십은 ‘조직의 목적 달성을 위해 구성원을 일정한 방향으로 이끌어 성과를 창출하는 능력’이다. 그래서 리더는 조직의 목표와 방향성에 대한 구성원의 합의를 끌어내야 한다. 리더는 비전을 제시하는 자, 다시 말해 세상을 바라보는 렌즈를 제공해주는 사람이어야 한다. 평온한 환경에서 리더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누가 봐도 확실한 비전이 있고, 그것이 쉽게 공유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변화와 고난의 시기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제각각일 수밖에 없고, 그만큼 위기와 기회가 상존한다. 현시대 리더들이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기보다, 세상을 ‘어떻게’ 바라볼지부터 다시 고민하기를 권해본다.최동원 교수싱가포르 국립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프랑스 네오마 경영대학원을 거쳐 이화여자대학교 경영대학에 부임했다. 주요 연구 분야는 노동자의 자기주도적 행동·창의성, 직무 설계, 집단역학 및 리더십으로, 관련 논문을 ‘Academy of Management Journal’, ‘Journal of Applied Psychology’, ‘Personnel Review’ 등의 SSCI 학술지에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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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석영 교수] 성찰적 침묵 찾아내기: 소통을 통한 전의식적 앎의 활용
일터에서의 학습은 다양한 성찰 행동을 수반한다. 성찰 과정에서 직관적 판단이 작동하기도 하고 상황을 통찰하기 위한 경험과 시간이 요구되기도 한다. 또한, 잠재된 감정과 생각을 의식으로 전환시키려는 전의식적 앎의 과정도 포함된다. 따라서 성찰 과정은 간헐적 또는 장기간의 침묵 행동을 수반한다. 이를 이해하고 기다려 주는 주변의 노력과 배려가 없으면 성찰적 침묵은 사라진다. 성과를 우선하는 기업환경에서 성찰적 침묵은 다른 침묵 행동들과 동일하게 취급되거나 쉽게 체념적, 방어적 침묵과 같은 의도적 침묵 행위로 전환된다. 이번에는 조직에서 발생하는 성찰적 침묵의 특성과 이를 학습으로 활성화시키는 정서에 대해 살펴본다.---조직 침묵은 구성원이 내면의 목소리를 보류하거나 밖으로 표출하지 못하는 현상으로 개인 또는 집단적 정서가 크게 작용한다. 다양한 침묵 행동, 즉 체념적 침묵이나 방어적 침묵, 친사회적 침묵 등은 일터에서 지각된 역동적 경험이 개인의 감정이나 정서와 결합하여 심리적, 행동적 반응으로 표현된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구성원의 정서는 그들이 침묵하는 원인과 특성을 설명한다.조직 내 침묵 현상에 주목하는 이유는 침묵 자체가 가진 부정적인 이미지나 무관심한 태도라기보다 구성원의 목소리가 억압되거나 보류되는 것을 통해 왜곡된 방향으로 학습하거나 조직을 위한 진정성 있는 학습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느린 학습자’가 조직혁신을 이끈다는 말처럼구성원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견하고이를 다양한 상황에 적용해보면서 사업화하는 데는일정 시간의 성찰적 침묵이 수반된다."‘느린 학습자’가 혁신을 이끈다는 말처럼 구성원이 다양한 아이디어를 발견하고 이를 우발적 경험에 반복적으로 적용해나가면서 새로운 생각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고, ‘성찰적 침묵’ 을 수반한다. 성찰적 침묵이 존중받거나 표현되지 못한다면 조직 내 침묵은 무능력한 태도로 간주되거나, 조직에는 생산적 갈등을 회피하기 위해 서로가 각자의 실익을 쫓으며 이를 위해 ‘주장하기만 하는’ 정치가들로 가득할 수 있다. 이는 침묵 현상이 담고 있는 역동적이고 복잡한 특성 때문이다.따라서 조직 내 침묵 현상 안에 숨어있는 성찰적 침묵과 정서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성찰적 침묵은 말 그대로 학습 상황에서 발생하거나, 학습을 목적으로 하는 생각과 행동 과정에서 자신의 과거 경험에 대한 회고, 결과에 대한 예견, 활동 중 발생하는 현상을 해석하는 와중에 발생하는 숙고의 태도다. 성찰이 개인에서 집단으로 확장되는 경우, 비판적 논쟁이나 갈등적 상황이 수반되기 때문에 감정적 갈등을 가라앉히고 집단이 처한 본래의 문제에 집중하기 위해 집단적 침묵이 수반되기도 한다. 다만 이성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정서적 이해와 공감이 필요하다.정서는 학습 과정에서 학습자가 인지한 상황을 분석적 학습활동으로 전환하는 동기가 된다. 또한, 정서는 인지적, 행동적 학습을 지속시켜주는 역할도 한다. 정서는 침묵 속에 잠재된 모호한 생각을 선명하게 하는데 필요한 에너지를 줄 수도, 빼앗을 수도 있다. 성찰 행동은 불분명한 것을 명확하게 하고 직관적인 것을 객관화하는 과정이므로 기존의 규칙이나 검증된 지식과 대립할 때 정서적 지원 없이는 쉽게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성찰적 침묵은 크게 직관적, 통찰적, 전의식적 앎(knowing)의 과정으로 구분되어 설명된다. 먼저 ‘직관적으로 안다’는 것은 순간적, 경험적으로 상황이 평상시와 ‘다름’을 인지하거나 정서적으로 포착하는 것이다. 이는 ‘다름’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며 학습의 시작점이 된다. 직관적 앎은 본능적이고 무의식적으로 기존의 관행이나 원칙에 근거하여 상황의 패턴을 해석할지, 새로운 방향으로 전환할 수 있는 가능성을 타진할지 형언하지 못하는 침묵 속에서 발생한다. 또한, 앎에 대한 정서적 지지가 없으면 상황을 묵과하는 의도적 침묵으로 이어진다. 직관적 앎의 과정은 전적으로 주관적인 행동이기 때문이다.한편 통찰적 앎은 일상에서 무의식적으로 겪는 반복적 경험을 통해 간파된 지식을 조직적 의미로 전환시키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통찰적 앎은 경험을 통해 숙련된 개개인이 조직이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상황을 이해하고 해법을 제시하는 것이다. 따라서 각자의 주관적 경험을 조직 전체의 상황에 맞게 재해석하는 통찰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문제해결 과정에서의 잦은 의견충돌로 인한 교착상태는 원인 규명과 해법을 검증하는 과정을 지연시킬 수 있다. 이와 같은 ‘사고의 인큐베이팅 과정’은 침묵적 행동을 유발한다. 따라서 명확하고 합리적 해법이 나올 때까지 인내하고 기다릴 수 있는 정서적 합의가 필요하다.반면 전의식적 앎은 성찰적 침묵의 마지막 단계로 무의식적으로 얻은 직관과 통찰력을 행동으로 옮기며 명확하게 다듬어 가는 과정이다. 전의식은 의식과 무의식 사이에 존재하는 정신체계로 평상시에는 무의식 속에 있지만, 특정 상황이 되거나 깊은 주의를 기울이면 의식으로 전환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기계 작동법을 잊고 있던 숙련기술인이 갑작스러운 기계 고장의 원인을 알아내고고치는 경우가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따라서 전의식적 앎은 무의식 속에 체화된 앎에 깊은 주의를 기울여 현장에서활용 가능한 지식으로 명시화하는 것을의미한다. 이는 의도적 노력이나 자전적경험을 통해 얻은 명확하고 분석 가능한 근거를 통해 장기기억으로 저장된 전문적 역량이기 때문에 학습지원적 환경에서 활성화되고 성과로 이어진다. 하지만 의식적 노력이 없으면 표현되지 않는 특성도 지닌다. 따라서 조직에 부정적 정서가 팽배하거나 정서적 지원이 없는 경우 쉽게 활성화되지 않는다."관리자들은 구성원의 직감이 손실되지 않고,조직에서 문제없이 표현되는 소통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아울러 관리자들은 실패를 귀중한 학습 자료로 활용하는성찰 중심 조직문화를 형성해야 한다."정서적 지원은 정서 반응으로 나타난다. 기분(mood)이나 감정(feeling)과 같은 순간적 자극에 반응하는 약한 정서 반응도 있지만, 자극되는 원천에 대한 인식이 장기적으로 활성화되는 높은 강도의 정서 반응도 있다. 예를 들어 직무 성공에 대한 기대와 희망, 조력해주는 타인에 대한 감사와 신뢰, 성공 경험에 대한 자부심, 직무 수행 중 느끼는 즐거움과 보람 등은 과제를 성공적으로 이끌고, 타인과의 협력적 관계를 형성하며, 자신감을 고취하여 학습활동을 지속시킨다. 따라서 무의식적 추론이나 불확실한 직감에 근거하는 직관적 앎을 경험할 때에도, 갈등상황 속에서 관습적 경계를 벗어나는 통찰적 앎을 경험할 때에도, 체화된 지식을 끄집어내서 새로운 학습을 이끌 때도, 정서적 지원은 성찰적 침묵을 학습으로 전환시킨다.관리자들은 구성원의 ‘직감’이 손실되지 않고 표현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관리자들은 구성원이 장기간 기술을 연마하고 사고를 성숙시킬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제공해야 하며 침묵의 시간을 기다려 줘야 한다. 아울러 조직 내부적으로 실패에 대한 경험을 학습의 자료로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학습 기회가 제공되어야 한다. 이러한 소통과 지원은 성찰적 침묵을 발굴하고 조직 성과를 창출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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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보경 교수] COVID-19와 DT 시대에 성공적인 동기부여 사례는?
작년 12월 14일 CNN의 State of the Union 프로그램에 출연한 빌 게이츠 MS 창업자는 백신이 개발됐지만 팬데믹은 약 12개월 더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2020년을 버텨온 것도 쉽지 않았는데 앞으로 1년은 더 기다려야 하니 그야말로 암울한 상황이다. 팬데믹 시대에서 살아남고 또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동기부여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에 처음 기고를 시작했다. 당시를 반성해 보면 기업의 DT 속도가 빨라지는 수준 정도이지 곧 나아질 것이라 가볍게 생각하며 낙관했었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못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그러면 앞으로 어떻게 버텨야 할까? 이를 위해 스톡데일 패러독스(Stockdale paradox), 지금이야말로 길게 호흡하며 현실을 냉정하게 보고 스스로와 구성원에게 활력을 제대로 불어넣어야 할 시점이다.---자기결정성 이론을 제시한 리차드 라이언 호주 가톨릭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리더의 책임은 대부분 지침 및 규제를 제공하는 것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구성원이 스스로 움직이게 하는 내적동기 강화라고 말했다. 지난 호에서 공유한 닐 도쉬와 린지 맥그리거 전 맥킨지 컨설턴트의 총동기 이론이 바로 자기결정성 이론을 발전시킨 것이다. 이들은 사람들을 움직이게 하는 동기를 즐거움, 의미, 성장, 정서적·경제적 압박감, 타성으로 정리했다. 그중 즐거움, 의미, 성 장은 성과를 높이는데 직접적으로 작용하는 내적동기다. 반면 정서적·경제적 압박감과 타성은 외적동기다. 외적동기는 반응은 빠를 수 있지만, 지속성이 떨어지며 성과에는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개인과 조직이 지속해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내적동기 요소를 높이고 외적동기 요소를 낮추어 전체 동기가 높아지도록 해야 한다. 원격근무와 재택근무가 일상인 지금 지속해서 성과를 내는 기업을 보면 구성원의 내적동기가 더욱 활발하게 작동하고 있다. 일에대한 즐거움, 의미, 성장의 중요성을 인지해서 구성원의 자율감, 기여감, 성장감을 높이는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으며,정서적·경제적 압박감과 타성은 반대로 낮추는 노력을 하고 있다."재택근무 상황에서도 꾸준하게 성과를 내는 기업은구성원에게 일의 즐거움과 의미를 깨닫게 해줘서자율감, 기여감, 성장감을 높이고 있으며,정서적·경제적 압박감과 타성을 낮추는 노력을 하고 있다."자율감은 자신에게 선택권이 있고, 자신의 행위가 자신의 의지에서 나왔다고 느끼는 것이다. 하지만 많은 리더가 자율감을 부여하는데 주저한다. 질서가 없어지고 느슨해져서 구성원이 열심히 일하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 때문이다.자율을 자기 마음대로 행동하는 자유나 제멋대로 하게 내버려 두는 방임과 혼동하지 않으면 된다. 자율은 조직의 방향과 원칙에 맞춰서 구성원이 업무를 자유롭게 수행하게 하는 것이다. 고어텍스의 워터라인 제도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회사에 치명적인 사항은 전문가와 충분히 토론하도록 하지만 그 외의 사항은 구성원이 자유롭게 시도해보고 실험할 수 있도록 장려하는 제도다. 모바일 금융플랫폼 ‘토스’로 유명한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는 ‘최고수준의 자율성은 최고수준의 정보 공유에서 나온다’라고 말한다. 구성원이 어떤 방향으로 생각하고 움직여야 회사에 큰 도움이 되는지 모르면 자율적으로 일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비바리퍼블리카는 연봉과 같은 아주 민감한 정보를 제외한 현금 보유현황, 매출, 1인당 카드 사용비 등의 정보를 구성원과 가감 없이 공유한다. 자율감을 높이기 위해서는 이처럼 정보의 공유도 중요하다.일에 대한 의미 동기를 높여 주는 기여감은 자신이 의미 있는 존재로서, 더 크고 중요한 무언가에 공헌한다고 느끼는 것이다. 따라서 구성원이 의미 있는 일을 한다는 것을 깨닫게 하고, 자신이 조직과 항상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보자. 이를 위해 회사가 추구하는 목적과 구성원이 하는 일의 관계를 명확히 알려주고, 구체적인 목적의식을 갖게 해야 한다. 스타벅스의 사명은 ‘인간의 정신에 영감을 불어넣고 이를 더욱 풍요롭게 하기 위해 한 사람의 고객, 한잔의 음료, 하나의 이웃에 정성을 다한다’이다. 구성원이 각자의 직무에 목적의식을 부여하고 실천함으로써 기여감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현지시각으로 2018년 11월 27일 자신의 블로그에서 태양열 드론 ‘아퀼라’의 첫 비행 성공을 알렸다. 아퀼라의뜻은 독수리이며, 페이스북은 아프리카와 같은 오지에서 레이저 빔을 쏴 무선인터넷을 공급할 목적으로 드론을 개발하고 있었다. 페이스북의 사명은 ‘전 세계를 개방적이고 연결된 세상으로 만든다’이다.아퀼라 프로젝트 성공 동영상에서 화면에 잡힌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의 표정과 몸짓은 이들이 회사의 미션을 달성하기 위해 얼마나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 확인하게 해줬다. 페이스북은 회사의 미션과 구성원의 목적을 연결시키기 위해 수평적 의사소통에 집중하는 대표적인 기업이다. 이처럼 회사의 사명이 지금 시대에 구성원으로 하여금 기여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지 없는지 리더와 구성원이 함께 검토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또한, 넷플릭스에서 실무자는 ‘인폼드 캡틴(informed captain)’으로 불린다. 가장 잘 알고 있는 수장이란 뜻이다. 넷플릭스는 실무자에게 ‘대장’으로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해서 책임감은 물론이고 존재감과 기여감을 느끼게 해주고 있다.성장감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업무를 통해 자신이 발전하고 있음을 느끼는 것이다. 성장감을 높이기 위해서는 ‘성과 목표’보다 일을 통해 배우는 부분을 아우르는 ‘성장 목표’를 강조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주간회의 때 구성원에게 일주일 동안 어떤 새로운 것을 배웠는지, 다음 주에는 무엇을 배울 것인지 질문해보자. 토요타는 작년과 올해 CES에서 각각 이팔레트(e-Palette)라는 자율주행 셔틀과 우븐시티(Woven City)라는 미래 친환경 도시를 소개함으로써 많은 관계자의 관심을 받았다. 여러 차례 위기가 있었지만, 토요타가 이렇게 지속해서 성장하는 비결은 그 유명한 게이센(개선)과 함께하는 한세이(반성) 정신이다. 이는 자기비판과 성찰을 냉정하게 하고, 더 나아질 수 있도록 용기를 북돋우어 준다. 성장감으로 무장된 토요타 구성원들은 현상을 타파하는 아이디어를 도출하여 업무 수행에 지속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팬데믹 시대에 회사가 구성원을 어떻게 대하는지는 그들의 성장 동기 유발에 직접적으로 작용한다. 맥킨지도 최근 리포트에서 정리해고나 장기 휴가보다 구성원 역량개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자동차 딜러 기업 중 하나는 지난 4년간 거의 2배로 성장하면서 구성원의 숫자도 2.5배가 됐다. 팬데믹으로 어려워진 상황에서도 구성원 역량개발을 위해 체계적인 교육을 시작했다. 또한, 국내의 한 대기업은 매년 진행하던 오프라인 교육을 취소하지 않고 새로운 환경에 적합하게 온라인 교육으로 전환했다. 다양한 디지털 기술과 새로운 교육 방식을 활용하여 실시간 동영상 형태로 진행된 교육은 만족도도 기대했던 수준 이상으로 나타났다.자율감, 기여감, 성장감이 높아져서 즐거움, 의미동기, 성장 동기가 작동하면 외적동기는 자연스럽게 낮아질 수밖에 없다. 다만 구성원 각자의 상황이 모두 다르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재택근무 환경에서는 사무실에서 동료들과 업무를 수행할 때와 달리 개인적 상황이 개인의 동기부여에 큰 영향을 준다. 재택근무가 아니더라도 구성원 각자의 상황에 대한 공감에 기반한 리더의 커뮤니케이션은 성과 창출의 시작이다. 선택권이 구성원에게 있다고 느끼게 하고, 그들의 기여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자. 구성원의 성장을 지원하는 열린 질문 중심 수평적 의사소통은 신뢰와 책임감을 높여 줄 것이다. 팬데믹 상황에서 다양한 시도는 분명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또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커뮤니케이션을 지지하는 다양한 채널의 활용은 지금이 적기이다.지금의 상황은 미래가 보이지 않는 위기가 분명하지만, 원리와 원칙을 다시 점검해 보고 새로운 방법과 기술들을 활용한다면 생산성을 높일 기회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우리 모두는 각자가 속한 회사가 어떤 회사로 알려지기를 원하는지, 우리 회사가 무엇으로 지금의 위기를 극복한 회사로 기억되기를 원하는지 생각해 볼 때다. 그리고 생각에만 그치지 말고 실행해 보자.배보경 교수고려대학교 경영대학에서 조직행동론 및 변화관리와 리더십을 강의하며, AMP과정 주임교수와 Executive Education Center 센터장을 맡고 있다. IGM 세계경영연구원 원장과 KAIST 경영대학 경영자과정 총괄 교수, 이화여자대학교 경력개발센터 부원장, 한국 아이비엠 조직문화프로그램 매니저를 역임했다. 대표 저서로는 『4차산업혁명시대, 어떻게 일할 것인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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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희 교수] 재택근무, 어떻게 성공할 것인가?
말끔한 상의에 하의는 파자마. 팬데믹 시대에 집에서 화상 회의에 임하는 직장인들의 새로운 드레스 코드다. 미국 내 몇몇 교육기관은 원격 미팅 시 침대나 식탁 위에서 참여 금지, 카메라 켜기, 파자마 금지 등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규율들마저 정하고 있다. 사실 재택근무라는 개념은 1970년도에 일찍이 등장하였으나,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그렇게 보편화 된 근무 형태는 아니었다. 하지만 2020년 예상치 못하게 발생한 코로나19가 삽시간에 전 세계로 퍼져나가면서, 산업 전반에 걸쳐 수많은 기업이 본격적으로 재택근무를 도입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Nicholas Bloom 스탠포드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연구팀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재 미국 전체 노동인구의 42%가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연구팀은 상황을 고려할 때 미국이 ‘working from home economy’라는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고 평가했다.---"HRD 부서는 조직 내 재택근무를 위해구성원이 얼마만큼 준비되어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집에서 홀로 업무에 집중하기 위해서는자기주도성 및 자기조절 능력이 요구되기 때문이다."상당수 기업이 팬데믹이 종식된 후에도 재택근무를 유지 혹은 확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Dell, Siemens, Coinbas, BlackRock 등을 포함하여 많은 기업의 CEO들이 원격 우선주의(Remote-first) 내지는 원격 친화주의(Remote-friendly) 정책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Hayden Brown Upwork CEO는 원격 우선주의 모델을 영구적으로 채택했다고 선언하며, 재택근무를 기본(default) 업무수행 형태로 하되, 구성원간 협업(collaboration)과 사회화(socialization)가 필요한 상황에 한하여 의도적 혹은계획적으로 대면 근무를 실행하겠다고밝혔다. 더 나아가, Twitter는 재택근무를 영구적으로 허용하겠다고 선언했고, Facebook 역시 향후 5년에서 10년 이내에 절반 이상의 구성원을 대상으로 영구 재택근무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이러한 결정은 재택근무가 기대 이상으로 효과가 있다는 점에 기반한다. 재택근무의 긍정적인 영향을 보여주는 여러 연구가 발표됐고, 재택근무에 대한 직장인들의 호의적인 평가와 높은 선호도를 나타내는 다양한 설문조사 결과도 연이어 보도되고 있다. Global Workplace Analytics에 따르면 총 업무 시간의 절반 정도를 재택근무로 전환했을 때, 기업은 통신, 전기, 기자재, 청소, 임대료 등 사무실 운영과 관련하여 구성원 1인당 연간 약 11,000달러(한화 약 1,200만 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하지만, 상당수 학자는 재택근무의 이점이 모든 연구에서 일관성 있게 도출되는내용이 아닌 만큼 일반화의 오류에 빠지지 말라고 권고한다. 재택근무가 오히려업무 만족도나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일과 삶의 균형 및 정서적 안녕을 위협하는 요인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그렇다면 2021년을 맞아 기업과 구성원의 교두보 역할을 해야 할 HRD 부서는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또, 재택근무의성공을 위한 과제는 무엇일까? 재택근무의 중대한 약점 중 하나는 인간과 인간의 사회적 상호작용이 매우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회사의 복도나 식당에서즉흥적으로 나누는 대화에서 얻는 창의적 아이디어나 지식, 정보나 의견 교류, 업무에 대한 즉각적인 피드백, 동료들의 어깨너머로 습득하는 지식과 기술이 재택근무 환경에서는 대폭 줄어든다. 실로 많은 재택근무자가 고립감과 외로움, 승진이나 경력개발과 같이 중요한 의사결정과정에서 제외된다는 느낌, 상사와 멀이지는 것에 대한 불안감을 토로한다. 이러한 사회적 단절과 관계적 고립은 결과적으로 사내 학습의 주축을 담당하는 비형식 교육의 위기를 가져올 수 있다.그뿐 아니라,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말처럼, 재택근무자들은 자신이 소속한 기업에 애착을 갖거나 정체성을 공유하기보다는 스스로를 독립적인 개체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 결과직무 열의, 조직에 대한 헌신 및 충성도,지식 공유, 팀 내 결속력이 떨어지기 쉽다. 그래서 HRD 담당자들은 직장 내 구성원간 상호작용의 빈도와 질을 높이는 방법에 대해 고찰해야 한다. 인간 중심적 커뮤니케이션 도구들(tools)을 다양하게 탐색하고, 원격 코칭, 멘토링, 학습공동체, 지식경영시스템을 효율적으로 운영해야 하며, 구성원 간 개인적인 일을 공유하고 잡담을 나눌 수 있는 비공식적인 교감의 장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 또한, HRD 부서는 사회적 맥락 단서(social context cues)가 부재한 재택근무로의 전환에 구성원이 얼마만큼 준비 내지는 훈련되어 있는지 질문해 봐야 한다. 집에서 홀로 업무에 책임감 있게 집중하기 위해서는 자기주도성(self-directed) 및 조절(self-regulation) 능력이 필수적이다. 조직의 목표와 부합한자신의 목표를 수립하고, 목표 달성에방해가 되는 내외부적 요인을 관리하며,자신의 행동을 점검하고 평가할 수 있는능력이 개발돼야 한다. 개개인의 독특한 재택근무 환경(예를 들어, 혼자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공간 내지는 방이 있는가? 업무시간에 같은 공간에 다른 가족 구성원이 있는가?)을 이해하기 위한 노력도 수반돼야 한다. 그 외에도 이메일, 전화, 메신저 등을 통해 수시로 들어오는 요청, 소위 말하는 항시 대기 문화(always on culture)로 근로시간이 되려 길어지는 업무 과중 현상을 경계해야 한다. 이를 통해 구성원의 번아웃(burnout)을 예방하고 신체적, 감정적, 정서적 재충전을 도모하는 노력이 동반돼야 한다.재택근무 시대에 걸맞은 관리자 양성 및 리더십 교육도 HRD 부서의 중요한 과제다. 리더들은 가상 팀(virtual team) 운영에 있어 팀 내 관계 형성과 커뮤니케이션 과정이 대면 근무보다 훨씬 더 복잡하며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함을 이해해야 한다. ICT 기술을 매개로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정보 공유의 시간차가 발생할 수 있고, 비언어적 신호(non-verbal cue)를 포착하기 어렵다. 그로 인하여, 의견 및 정보의 오역이나 오해 내지는 의도치 않게 팀원들 사이의 감정이 상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들은 쉽게 팀원들의 의욕을 꺾고, 업무 프로세스의 비효율성을 증가시킬 수 있음을 리더들이 인지해야 한다. 가상 팀을 효과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대면 근무 상황에서보다 훨씬 더 강한 리더와 팀원 간 신뢰가 있어야 한다. 관리자의 권위를 이용하여 재택근무자를 통제 및 감시하기보다는 자율성을 보장하고, 의사결정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시키며, 조직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에 관한 정확하고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또한, 공동 작업 방식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정기적인 미팅을 계획하며, 각자의 재택근무 환경을 팀원들에게 이해시키는 등 매끄러운 소통을 위한 각별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리더들은 자신과 마음이 통하는 구성원에게만 의지하는 선호 및 인지 편향(cognitive bias)을 경계해야 한다.그런가 하면 HRD 영역에서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 있다. 바로 형평성의 문제다. 여성의 경우 재택근무로 인해 공적인 업무와 집안일을 같은 시공간 안에서 해내야 하는 이중고를 겪기도 한다. 연령층 및 세대에 따라 다양한 정보통신 기술을 도입하여 활용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편안함이나 적응력은 크게 차이가 날 수 있다. 각기 다른 재택근무 환경에서 근무하는 구성원들을 동일한 성과 지표를 가지고 평가하는 것은 과연 형평한가? 아울러 한 조직 내에서도 원격근무가 가능한 구성원과 그렇지 못한 이들이 있을 수 있다. 후자의 경우, 위험을 무릅쓰고 업무 현장으로 나와야 한다. 또, 대체 인력 및 자원이 상대적으로 열악하여 어쩔 수 없이 현장에 나와야 하는 중소기업의 근로자들은 어떠한가?날로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미래에서 재택근무와 더불어 이 사회는 사람과 사람보다도 사람과 기계와의 상호작용이 본격화되는 시대로 달려가고 있다. 우리 ‘사람’은 과연 이 변화를 선도해 나갈 준비가 됐는가? 이러한 변화 가운데 사람은 어디쯤 있는가? 잠시 숨을 고르고, 다시 한번 HRD 부서의 사명을 바라봐야 할 때다. 사람이 중심이다.정신희 교수 미국 루이지애나주립대학교 리더십 & 인적자원개발학과 조교수. 40여편이 넘는 학술 논문 및 북챕터를 출간했고 현재 ‘Mentoring and Tutoring: Partnership in Learning Journal’의 부편집장으로 활동 중이다. 최근 미국국립과학재단(NSF)에서 연구비를 지원받아 소속 대학을 대상으로 성별 및 인종에 따른 형평성과 관련된 조직문화 분석 및 정책을 개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