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재윤 교수] 코로나 시대 워라밸 추구
코로나19로 인해 사람의 생활 전반에 걸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직장인들의 경우 재택근무의 증가로 밀레니얼세대가 중요시하는 일과 삶의 균형(work-life balance, 이하 워라밸)이 어긋나고 있는데, 일반적으로 남성보다는 여성이 더 크게 영향을 받는다. 작년 12월 5일 발표된 맥킨지 보고서(McKinsey Quarterly)에 따르면, 코로나19 발생 이후 자녀가 없는 남녀 직장인은 10%로 유사한 수준의 이직 의도를 보였지만, 10세 이하의 아동을 둔 여성들은 직장을 떠나려는 비율이 남성보다 두 배 가까이 높은 23%나 되었다. 맞벌이 부부의 경우, 팬데믹 이후 가사 부담에 있어서도 차이가 드러났다. 남성은 이전보다 5시간 늘어난 경우가 10%였지만, 여성은 두 배가 넘는 22%였다. 이처럼 코로나19로 인한 재택근무의 증가는 일과 가정의 균형을 이루는 데 있어 새로운 도전이 되고 있다.---재택근무와 워라밸원래 재택근무는 직장과 가정에서의 역할을 양립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해소하고, 워라밸을 증진하는 방안으로 고려됐다. Gajendran과 Harrison(2007)의 메타분석 연구에서도, 재택근무와 직장-가정 갈등(work-life conflict) 간의 관계는 약하지만 유의한 부적 관계를 보였다. 즉, 재택근무는 워라밸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Allen 등(2013)의 후속 메타분석 연구에서는 둘 간의 관계가 유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종단이 아닌 횡단 연구로 수행된 연구들이 대부분이어서 인과관계를 명확히 알 수 없다는 한계도 있다). 다만, 재택근무 기간이나 빈도가 늘어날수록 워라밸에 기여하는 정도는 더 커지는 결과를 보였다(1년이상 > 1년 미만). 더불어 재택근무 빈도가 높을수록 직장과 가정 간의 관계 양상이 달라졌는데, 직장에서의 일이 가정에서의 역할을 방해하는 정도는 줄어들었지만, 반대로 가정에서의 역할이 직장업무를 방해하는 정도는 증가했다. 이것은 재택근무를 하게 되면 자잘한 가정에서의 책임(살림이나 아이 돌보기 등)이증가하기 때문일 것이다. Schieman 등(2021)이 캐나다의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발생 전(2019년 9월)과 발생 후(2020년 6월)에 조사한 결과를 비교해보면, 아이가 없는 가정에서는 직장과 가정 간의 갈등이 다소 감소했으나, 6세 이하 또는 6세-12세의 자녀가 있는 가정에서는 그러한 감소가 없었다."문자, 화상회의, 이메일 등을 통해상시적 연결이 가능한 오늘날에는직장과 가정 간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다."문자, 화상회의, 이메일 등으로 상시적 연결이 가능한 오늘날에는 직장과 가정 간의 시간적인 경계가 거의 사라졌다. 상시적 연결로 인해 일과 관련된 요구가 더 많아지고 있으며, 근무 시간 외적으로도 문자나 이메일을 수시로 확인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재택근무는 직장과 가정 간의 물리적인 경계조차도 최소화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두 영역 간을 유연하게 오갈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한 영역이 다른 영역에서의 역할 수행을 방해하는 단점이 있다. Noonan과 Glass(2012)는 재택근무가 별도의 업무 시간을 없앰으로써직장과 가정 간의 갈등을 해소하기보다는, 자신의 일에 대한 남다른 몰입과 성공을 의미하는 ‘업무 헌신 스키마(work devotion schema)’를 더 강화할 수도 있다고 봤다.따라서 재택근무 상황에서는 직장과 가정 간의 경계가 명확해야 하고, 가족 구성원의 기대도 변화돼야 할 것이다. 즉,두 영역 간의 경계를 잘 구분해야(경계관리를 잘해야) 각자의 영역에서 요구되는 역할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것이다. 또한 직장인과 가족의 일원으로서의 역할에 대해 부부 및 가족들 간에충분한 이해와 합의를 이뤄야 할 것이다.코로나19 시대 직장 여성의 워라밸맞벌이 부부의 경우, 대개 여성들에게 더 많은 부담이 주어지게 마련이다. Hammer 등(2005)은 맞벌이 부부가 재택근무를 하는 경우 남편은 직장과 가정 사이의 갈등에 별 영향을 받지 않지만, 부인의 경우에는 가정일로 인해 직장 일에 방해를 받는 경향이 더 강하다는 결과를 보고했다. 따라서 재택근무는 여성의 가정에서의 역할이 더 강화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아직 여성에게는 집안에서 일어나는 일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전통적인 성역할 고정관념이 남아 있다. 실제로 직장 여성들은 집안일(특히 아이 돌보기)을 책임지는 동시에 자신의 전문적 경력개발을 추구해야 하는 이중 부담을 떠안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이중 책임으로 인해 직장인 여성의 스트레스가 증가하면 탈진이나 낮은 업무 생산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팬데믹이 장기화되고 그에 따라 재택근무가 지속된다면 직장인들의 스트레스 정도에 있어 남녀 차이가 더 커질 것이다. 특히 보건 의료 관련 종사자들의 경우, 여성의 비중이 높아 문제의 심각성이 더해진다. 더불어 미성년인 아이들을챙기고 돌보아야 하는 여성들은 가장 어려운 상황에 처할 것이다.여성 직장인들의 대처 방법작년 미국심리학회(APA)에서는 코로나19 시대에 직장인 여성이 워라밸을 추구할 수 있는 방법으로 다음과 같은 사항들이 제안됐다(개인 및 가족의 상황에 따라 경우가 매우 다를 것이므로, 일반적인 수준에서의 제안이다). "재택근무 상황에서는 직장과 가정의 경계를 구분하고,각각의 영역에서 요구되는 역할에 관해부부 및 가족들 간에 충분한 이해와 합의를 이뤄야 한다."첫째, 긍정적, 부정적이든 자신의 감정을 인정하고, 이를 있는 그대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기대 수준을 낮춰서 완벽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의도한 대로 일이 잘 되지 않더라도 ‘오케이’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즉, 주어진 한계 내에서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에 만족하고, 설령 실수하더라도 ‘인간은 늘 실수를 하기 마련이다’와 같이 늘 자기공감(self-compassion)을 해야 한다. 둘째, 자기 스스로를 보호해야 한다. 가급적 직장과 가정에서 해내야 하는 일에 추가적인 부담을 떠안지 않도록 경계를 분명히 만들어야 한다. 자기 자신을 돌보기 위한 휴식과 스스로의 행복을 위한 활동을 소홀히 하지 않아야 하며, 자신을 잘 돌보는 것이 최선이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셋째, 하루 또는 일주일 동안 이뤄지는 생활에서 체계를 잡아야 한다. 그러니까 자신의 스케줄에 일정한 구조를 만드는 동시에 유연성도 가져야 한다. 해야 할 일의 목록을 중요한 일로만 단순화하고, 가능하다면 일부 일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위임해야 하며, 직장과 관련된 활동과 가사와 관련된 활동에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을 구분해야 한다. 넷째, 재택근무를 하는 동안에는 계속 연결된 상태로 있어야 한다. 누구와 연락을 유지해야 하는지, 동료들과 어떤 방식(직접 대면 또는 소셜 미디어)으로 연결돼야 하는지 결정해야 한다. 또한 자신과 유사한 상황에 처해 있는 사람들과 자주 교류해야 한다. 다섯째, 돌봐야 할 아이가 있다면, 일정을 유연하게 정해서 아이들과 함께 할 여지를 만들어야 한다. 가끔 아이들과 직접 몸으로 하는 재미난 게임을 해도 좋다. 여유가 없다면 아이들이 정해진 시간에 ‘조각 그림 맞추기’와 같은 게임을 하도록 하고, 그 시간동안 자신을 방해하지 않으면 조그만 보상을 줘도 효과적이다. 큰 아이가 있다면 두세 개의 일을 제시하고 그것 중에 원하는 것 하나를 선택하게 하여 자율성을 주고, 그 일에 대한 책임감을 갖게 해도 좋다. 여섯째, 이러한 대처 방안들에 대해 배우자와 상의하고, 배우자와 가사일의 적절한 분담 방안에 대해 협의하고 필요한 지원을 요청해야 한다. 서강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조직심리학 전공으로 인사선발과 평가의 신뢰도와 타당도, 직장인들의 스트레스와 웰빙, 그리고 조직 내 창의성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연구를 통해 심리학의 사회 기여 및 현장 응용에 공헌하고자 한다. 삼성전자 HRD 센터 자문교수로도 활동하며 실무 현장에 관해 다각적으로 조언하고 있다.
-
[서영석 교수] 배제되는 두려움, 혼자라는 외로움
사람들의 의사소통은 이전 500년 동안의 흐름과 비교했을 때 지난 20년 동안 더욱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 스마트폰, 태블릿 PC, 애플리케이션 등의 테크놀로지는 세상과 소통하는 주요 통로가 되었고, 사람들은 면대면으로 의사소통하는 것 이상으로 비대면으로 관계 맺기를 시작하며 유대감을 형성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테크놀로지를 통한 의사소통이 증가하고 있지만, 이 방식에 익숙해질수록 사람들은 더 고립되고 외로움을 느낀다는 것이다.---사람들은 관계 맺기를 시작하고 유지하기 위한 방법으로 테크놀로지를 사용할 뿐 아니라, 관계를 끝내기 위한 편리한 플랫폼으로 더 자주, 더 많이 테크놀로지에 의존한다. 문자메시지를 보내거나 SNS 상의 관계 상태를 수정함으로써이별을 기습적으로 통보하는 것이 한 예다. 즉, 테크놀로지의 용이성이나 편리함은 역설적이게도 관계의 시작과 유지 및 종결이 갖는 무게감, 과정이 갖는 중요성, 관계 형성과 유지 및 종결 시 경험하는 삶의 지혜와 의미를 가볍게 여기는 현상을 초래하고 있다. 관계 맺는 방식이 용이해지고 더 빈번해진 만큼, 관계를 가볍게 여기고 그것으로부터 소외될가능성은 더 커진 셈이다. 이런 현상은새로운 관계 맺기 플랫폼으로 자리 잡은SNS에서 쉽게 목격할 수 있다.최근 연구에서 SNS 사용 빈도가 가장높은 20대-30대가 SNS상에서 다른 사람들은 행복해 보이는 반면, 자신은 외롭고 혼자라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많은 사람이 인맥관리와 대인관계 유지 및 확장을 위해 SNS를 사용하고 있지만, 사람들은 SNS를 사용하기 이전보다 더 극심한 외로움을 느낀다는 것이다. SNS를 통해 타인의 삶에 관심을 기울이고 자주 소통하고 있는데 외로움의 강도는 왜 커진 것일까? 여기에는 자신이 배제되고 있지는 않은지 불안해하고두려워하는 감정(Fear of missing out, 이하 FOMO)이 숨어있다. FOMO 수준이 높은 사람들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멀어질까 불안해서, 또는 유행에 뒤처지지않기 위해 타인과 계속해서 연결되고 싶어 한다. 따라서 SNS상의 정보에 더 민감하고, 강박적으로 SNS상의 정보를 확인하려 한다. 문제는 사람들이 SNS에서 접하게 되는 정보의 내용이다.사람들은 SNS상에서 멋지고 자랑하고 싶은 내용을 업로드하는 등 이상적인 모습으로 자신을 제시하고 싶어 한다. 이런 바람은 대부분의 사용자에게 해당되기 때문에, 결국 SNS 사용자들은 현실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접하게 된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상대방의 이상적인 모습과 자신을 비교하는 상향비교를 하게 되고, 자신은 타인이 경험하는 삶의 질이나 행복과 비교해서 뒤처져 있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결국, SNS를 더 많이 사용할수록 더 자주 상향비교를 하게 되고, 자신은 비교 대상이 되는 집단에 소속되어 있지 않고 뒤처지고 배제되었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결국, 연계의 수단으로 시작한 온라인 의사소통은 오히려 사람들이 열패감과 자기비하, 더 나아가 배제되는 두려움과 고립, 외로움을 느끼게 할 가능성이 크다. 팬데믹 시대를 살아가면서 면대면 상호작용이 극도로 축소되고 비대면 접촉이 권장되는 지금, 우리들이 느끼는 외로움은 더 커지지 않았을까?필자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경험하는 외로움을 연구하고 있다. 외로움은 ‘관계에서의 욕구가 좌절되거나 결핍되었을 때주관적으로 경험하는 공허함, 쓸쓸함 등불쾌하고 고통스러운 정서’로 정의된다.인간은 본질적으로 늘 외로운 존재이기때문에, 사람들은 외로움은 참고 견뎌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외로움은생각 이상으로 독이 되는 감정이다. 외로움이 매일 담배 열다섯 개비를 피우는것만큼이나 건강에 해롭다는 언론보도도 있었고, 수면장애, 면역력 저하, 조기사망률 증가와 관련이 있으며, 우울과불안, 절망, 삶의 의미를 상실하게 만드는 매우 위험한 감정이라는 실증적인 연구결과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많이 존재한다. 팬데믹 이전에 우리나라 국민들의 외로움 지수는 OECD 국가 중 최하위였다. 대학생도 노인도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더 깊은 외로움을 경험하고 있었다. 물리적 거리두기가 요구되는 팬데믹 시대에 우리나라 사람들은 현재 안녕할까?필자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더 강하고 독특하게 경험하는 외로움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싶었다. 신문과 방송 기사, 문학 및 철학 작품, 웹툰 등을 조사하면서 이른 결론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외로움은 타인을 지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변 사람들의 눈치를 살피고, 남의 기준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내 생각과 느낌, 행동을 맞추려는 집단주의 문화 속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타인 지향적 외로움’ 에 지쳐있었다. ‘우리’ 안에 속하지 못하고 남이라고 느낄 때, 다른 사람들에 뒤처지고 사회적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생각할 때 고립되고 외로워했다. 그만큼 우리는 나 아닌 타인에게, 내 기준이 아닌 사회적 기준에 절대적인 힘과 영향력을 허용하고 있는 것이다. 나인채로, 내 기준대로 살기가 무척이나 어렵다. 충분히 괜찮음에도 불구하고 더 나은 것과 비교하는 상향비교(upward comparison)가 만연해 있다. 점수보다 등수에 더 민감하고, 외부 기준에 비추어 나 자신을평가한다. 여기에서 벗어나 높은 자존감을 유지하는 전략 중 하나는 하향비교(downward comparison)를 하는 것이다. 그래야 만족할 가능성이 높다. 상향비교를 통한 자리매김은 자기비하와 열등감, 고립과 외로움을 초래하는데, 우리에게 그런 경향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외로움에 괴로워하고 또한 타인을 지향하는 우리에게, 코로나19는 나에 대해, 존재에 대해, 그리고 관계에 대해 매우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그저 평범했던 것들을 기적이라 말하고 있고, 진부했던 일상을 그리워하고 있으며, 늘 주변에 있어서 눈에 띠지 않던 사람들과의 관계가 행복과 의미의 원천이자 자원이라는 다소 오래된 성찰을 절절히 경험하고 있다. 팬데믹이 종식되면 사람들은 무엇을 가장 하고 싶어 할까? 그리운 만큼 그 기쁨도 순간이 될 것이고 결국 진부한 일상이 되겠지만, 잠시나마 관계가 주는 안정과 위로, 수용과 이해를 경험하고자 할 것이다. 그때까지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코로나19는 나, 존재, 관계에 대해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사람들은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가행복의 원천이라는 것을 경험하고 있다."2020년이 저물어가던 무렵, 청년들에게 1년 동안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가장 좋았던 것이 무엇인지 질문했다. 자신을 온전히 들여다 볼 수 있었던 것이 가장 의미 있고 값진 경험이었다는 답변이 많았는데, 늘 들어왔던 상담 후기지만 새로웠다. 그렇지 않아도 진로와 미래를 준비하면서 모호함을 감내해야 하는 나이에, 코로나19는 이들이 경험하는 불확실함과 불안을 증폭시켰을 가능성이 크다. 1년 내내 불안과 두려움은 계속해서 연장되었고, 그 가운데 무력감은매우 자연스러운 감정이었을 것이다. 청년들은 이마저도 인식하고 내 것으로 받아들였다고 했다. 위기 가운데 청년들은 미뤄두었던 내적 여행, 미해결 과제와의 조우, 미래에 대한 무게감 있는 고민을 했고, 그것이 의미 있고 좋았다고 힘주어 이야기했다. 오롯이 혼자인 것이 갖는 힘을 경험한 청년들. ‘결국 혼자다’ 라는 진부한 성찰을 강요하고 있는 위기 속에서, 청년들은 타인이 아닌 자신을 지향했고, 사회적 기준이 아닌 자신만의 지향점을 찾는 시간을 가진 것은 아닐까. 코로나19라는 위기는 미증유의 대규모 외상사건(mass trauma)이지만, 고통과 혼자인 것의 의미, 가까운 이들의 가치를 깨닫는 소중한 시간이지 않을까?예상치 못한 위기나 삶의 역경을 고마워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역경 가운데 그동안 간과해 왔던 소중한 것들의 의미와 가치를 발견한다면, 그것은 분명 감사해야 하는 일이다. 팬데믹은 감사할 일이 절대 아니다. 극복하고 예방해야 할 숙제다. 타인에 대한 배려와 공감적 연대가 이 위기의 시대를 헤쳐 나가는데 반드시 필요하고 큰 힘을 발휘할 것이다.더불어, ‘나’인 것의 의미, 기댈 필요가없는 ‘내 기준’을 찾고 주장하는 실현과성장의 시간을 가져봄직 하다. 자신을대면하고 찾고 돌보는 것의 가치를 깨닫는 즐거움이, 어둠이 빛을 비추듯 이 위기 가운데 솟아나길 기대해 본다. 배제되는 두려움, 미치지 못해 느끼는 외로움의 해독제가 될 것이 분명하다.서영석 교수고려대학교 학부에서 심리학을 전공했고, 미국 미네소타대학교에서 상담심리 전공으로 석사와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연세대학교 교육학과에서 상담교육전공 교수로 재직 중이며, 인간관계, 상담 관련 과목을 강의하고 있다. 연구 주제로는 애착, 외상 후 성장, 상담윤리, 자해/자살을 포함한 정신건강 문제 등이 있다.
-
[최동원 교수] 겸손의 리더십, 그리고 잡 크래프팅에 관하여
리더십의 원칙은 그대로지만, 우리가 사는 환경과 기술 맥락의 변화는 인간과 조직의 근본적 변화를 불러왔다. 사라져가는 정보 접근 장벽은 인간의 학습을 통한 ‘만능인’의 발현 가능성을 비약적으로 높였고, 인간과 기술의 혁신적 발전은 전통적 형태의 영속조직의 효율성, 더 나아가 그 필요성 자체를 위협한다. 일련의 상황 변화 속에서, 리더십의 원칙은 겸손의 리더십과 잡 크래프팅 형태로 발현될 것이다. 첫째, 리더들은 겸손의 리더십 발현을 통해 자신의 계속적 성장과, 팀/조직 전체의 집단적 성장을 촉발시켜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둘째, 일선 구성원은 잡 크래프팅을 통해 자기주도적 업무설계에 적극적으로 임해서 다양하고 고유의 개성을 지닌 인재들로 성장하는 셀프 리더십을 발현할 수 있을 것이다.---리더십의 정도를 걷는다는 것은 무엇일까? 첫째로 명쾌한 비전을 구성원과 소통 및 공유하고, 둘째로 전사적 차원의 체계적이고 정서적인 지원을 통해 모든 조직 구성원의 사기를 진작하며, 셋째로 뚜렷한 목표 설정 하에서 구성원의 특장점에 기반한 업무분배를 수행함으로써 각자가 할 일을 명확하게 정의해주는 것이다. 고릿적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리더십의 ‘원칙’은 바뀐 것이 없다. 그래서 필자는 지금은 ‘새로운 무언가’를 모색하기보다 익히 알고 있는 리더십의 ‘원칙’ 과 ‘정도’에 충실해야 한다고 줄곧 이야기해왔다. 그러나 이와는 별개로, 환경과 기술 맥락의 급격한 변화는 ‘인간’과 ‘조직’에 근본적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누구나 지식과 정보를 쉽게 습득하는 시대에서‘인간’과 ‘조직’은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구체적으로 지금까지 희귀했던 만능형 인재가 증가하고 있고,영속적, 안정적인 조직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첫째, ‘인적자원’에 대한 전통적 가정이 붕괴하고 있다. 전통사회에서는 지식의 축적 자체가 체계적이지 못했기에 연장자의 가치가 높았고, 근현대사회에서는 체계적으로 축적된 지식이 독점적으로 전파되어 소수의 엘리트가 각자의 전문 영역에서 가치를 인정받았다면, 최근에는 모든 분야의 정보 접근 장벽이 극적으로 낮아지며 ‘누구나’, ‘원한다면’, ‘그 어떤 분야에서도’ 전문성을 축적할 수 있다. 예컨대, 이전에는 정식 학위 과정을 통해 수년에 걸쳐 어렵사리 획득했던 고급의 지식을 방구석에서 몇 달 만에 통달할 수 있는 세상이 됐다.소위 ‘제네럴리스트 대 스페셜리스트’ 논쟁에서 알 수 있듯, 우리는 인적자원개발에 있어서 전문성과 범용성 사이에서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극단적으로 낮아진 지식 장벽은 우리에게 호수처럼 넓고도 깊은 우물을 팔 수 있게 해주었고, 전문성과 범용성 모두를 손에 쥔 ‘다방면에 걸친 전문가’들의 탄생을 도왔으며, 이 경향은 점차 가속화되고 있다. 역사를 되돌아볼 때 이러한 ‘만능인’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역사 속 만능인들의 절대다수가 당대의 고급 정보를 독점할 수 있었던 ‘최고위급 권력자’였다면, 2021년의 만능인 후보는 ‘인터넷에 접속하여 글을 읽을 수 있고, 들을 수 있고, 볼 수 있는 모든 이들’로 확장됐다. 이러한 혁신적 변화는, 지금까지 지극히 희귀했던 만능형 인재의 증가를 초래하였고, 또한 이 경향성은 더욱 강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둘째, 첫째의 이유와 기술 발전의 융합으로 말미암아 ‘조직’에 대한 기존의 가정 역시 붕괴 중이다. 대저, 조직이란 무엇인가? ‘협동을 통해 혼자서는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를 성취해 나가는 집단’을 의미한다. 하지만, 상술한 바와 같이 21세기에는 ‘만능인’들이 그 어느 시대보다도 풍부해질 것이기에 이들이 ‘혼자 달성할 수 있는’ 영역은 점차 넓어진다. 여기에 더하여, 각종 기술의 발전은 인력의 손길을 대체하며 일개 개인의 역량을 비약적으로 발전시킨다.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은 ‘한 명의 천재가 수만 명을 먹여 살린다’고 말했다. 그때는 그나마 한 명이 고안한 아이디어를 실현하기 위해 수만의 사람이 필요하기라도 했지, 지금은 한 명의 천재가 본인의 아이디어를 기계와 기술의 힘을 빌어 ‘홀로 실현하여’ 수만 명의 일자리를 대체하는 세상을 향하고 있다. 수많은 사람을 고용해야 했던운수회사가 우버를 필두로 하는 긱 이코노미 플랫폼에 의해 위협받고 있고, 한편으로는 자율주행의 구현이 고도화되며 ‘운전사’라는 직업이 과연 언제까지존재할 수 있을지 의구심을 불러오는 오늘이다. 작금의 상황에서, 근대 이후 산업발전의 근간이 되어왔던 ‘계속기업’은,수많은 사람을 영속적, 안정적으로 고용하는 형태의 조직은 과연 앞으로도 지금과 같은 형태와 수준으로 지속될 수 있을 것인가? 필자의 예측은 매우 부정적이다.이처럼 인간이, 조직이 근본적으로 변화하는 과정에서는 설령 리더십의 원칙이 불변할지라도 이것이 발현되는 형태가 달라질 것이다. 이에 필자는 최근 학계에서 주목받는 두 가지 개념을 새로운 상황에서 발현할 리더십 프로토타입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첫째, 겸손의 리더십이다. 겸손의 의미가 ‘남을 존중하고자기를 내세우지 않는 태도’라면, 겸손의리더십은 자신과 타인의 능력과 성취에대한 정확한 인식을 바탕으로 한계를 겸허히 인정하며, 일련의 인식을 바탕으로 항상 배우려는 자세를 견지하며, 다름과 새로움을 인정, 수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기존 조직 맥락에서도 부하들의 장점 활용, 동기부여의 극대화, 신뢰증진을 통해 집단/조직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었다. 겸손의 리더십이 가져올 궁극의 경쟁력은 ‘성장’에 있다. 나의 부족함을 알고 남의 충족함을 알기에, 남을 잘 쓰는 것을 넘어서 남에게서 배울 수 있을 것이며, 배운 만큼 리더 자신의 역량은 증가할 것이다. 이러한 학습은 비단 리더 본인에 국한되지 않는다. 같이 일하는 부하들도 리더를 닮아가며 함께 성장하고, 팀 전체의 역량이 비약적으로 증진될 것이다. 이러한 상호성장은, 비록 ‘평생 함께하는’ 영속 조직의 맥락이 아니더라도, 기존의 착취, 혹은 거래의 관계를 아득히 넘어서는 ‘성장’의혜택을 리더, 부하 모두에게 부여함으로써 완전히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게 되는 것이다.둘째, 잡 크래프팅이다. 겸손의 리더십이 ‘리더’가 발현시킬 새로운 환경에서의 리더십 프로토타입이라면, 잡 크래프팅은 ‘부하’가 발현시킬 새로운 시대의 리더십 프로토타입이다. 잡 크래프팅이란,구성원이 업무 의미 증진을 위해 자기주도적으로 실시하는 업무 범주의 변화를의미한다. 기존의 구성원은 조직/리더가시키는 일을 매뉴얼과 루틴에 따라 수동적으로 이행하며 숙련도를 높여왔다.그 결과, 표준화된 능력을 갖춘 인재들이 양산되어 왔다. 하지만 ‘만능인’의 존재가 늘어날수록, 기존의 업무방식은 그경쟁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비유컨대최고급 꼬냑을 맛술로 쓰는 것이다. 고급 인재들이 자기역량을 십분 발현할 수있도록 자기주도적인 업무수행을 허용하고 더 나아가 이를 장려함으로써, 그들은 더 다양한 업무를 새로운 방식으로수행하게 될 것이고 이러한 경험들은 그들에게 양적/질적으로 차원이 다른 성장을 선사할 것이다. 잡 크래프팅은 기존의 조직 맥락에서도 동기부여와 업무몰입도 향상이라는 긍정적인 함의가 있었지만, 조직과 집단의 질서를 위협한다고간주되는 부작용을 낳기도 하였다. 하지만 ‘상단이 열린 성장을 가능케 하는’ 새로운 환경에서, ‘겸손의 리더십’을 바탕으로 상호 배움의 자세를 견지하는 리더와 구성원이 함께한다면, 잡 크래프팅은 넓고 깊은 성장을 다양한 형태로 촉진하며 다양하고 개성적 인재들을 무수히 탄생시키는 동력이 될 것이다.혹자는 ‘구직난 속 인재난’의 2021년 대한민국의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반문할지 모른다. 필자 역시 만능인이 ‘아직’ 쏟아져 나오지는 않았다는 점에선 일부 동의한다. 하지만 만능형이 될 잠재성이 높은 인재들은 무수히 많다. 자기 돈 내가면서 독서 모임을 갖고, 새벽에 온라인으로 출석 체크를 하면서 위반 시에 벌금도 내는, 어찌 보면 유난스러운 사람들이 많은 대한민국이다. 이들은 꼭 ‘소위’ 아이비리그, 스카이 등으로 불리는 명문대를 나온 사람들이 아닐 수도 있고, 어쩌면 학점과 토익점수가 좋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인간 성장의 한계가 사라져가고 조직의 본질이 변화하는 요즘, 기업에 진정 필요한 것은 답답한 잣대로 내부인을 평가하고 외부인을 가려내는 것보다는, 진흙 묻은 다이아몬드 원석을 기업 안팎에서 찾아, 이들에게 성장 가능성을 확인시켜 주고, 스스로를 다듬어 나갈 수 있도록 북돋아 주는 역량일지 모른다.
-
[김세훈 교수] 상시 재택근무 시대에 필요한 일과 학습의 균형
전 세계적으로 많은 조직이 앞을 다투며 재택근무를 시행 중이다. 한국에도 재택근무는 빠르게 확산 중이다. 재택근무가 얼마나 지속될 것이냐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지만, 팬데믹이 종료되더라도 기존으로 돌아가지 않을 거라는 게 중론이다. 재택근무는 일시적인 대안이 아니라 새로운 근무 형태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에 따라 효과적인 학습방법이 적극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기존 교육훈련의 효과적인 변화와 무형식 학습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노력, 그리고 개인의 학습 여건을 구축하기 위한 적극적 관심과 지원 등을 통해 일과 학습의 균형을 이룰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재택근무가 활성화되면서온라인에서 교수자와 학습자의상호작용이 동시에 이뤄지는원격 교육훈련의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최근 맥킨지 컨설팅 그룹의 조사(Rethink capabilities to emerge stronger from COVID-19)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대다수의 비즈니스 리더는 조직개발과 학습을 어느 때보다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서 운영하는 회사는 그다지 많지 않다. 구성원과 조직의 성장을 위한 학습의 중요함을 인식하고 있지만, 정작 학습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아이러니함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는 급변하는 대외적인 상황에 대한 미흡한 대응 및 제한적인 여건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교육훈련의 변화팬데믹으로 인한 가장 큰 변화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접촉이 현저하게 줄었다는 점이다. 이는 HRD도 예외가 아니어서 전통적인 집합교육이 거의 사라졌으며 이를 다른 대안들을 통해 대체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집합교육은 오래전부터 그 비중이 줄어들고 있었지만, 특정 교육훈련에는 효과적이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유지되어 왔다. 그러나 이제는 강제적으로 그만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따라서 적절한 교육훈련을 개발해서 적용하는 작업이 필요하다.집합교육을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이슈에 따라 성급하게 보편적인 이러닝 방식으로 바꾸어 제공할 경우 같은 효과를 기대하기가 어렵다. 이러닝은 학습몰입 측면에서 집합교육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자칫하면 조직 구성원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지게 된다. 그래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보다 효과적인 교육훈련을 진행하고, 현장 중심의 학습방법을 개발해서 적용하는 시도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Association for Talent Development의 이러닝(e-learning) 경향 분석에 따르면, 최근 2년간 대면(in-person) 학습전달 방법을 고려한 동기적(synchronous) 원격훈련의 비율이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기존에는 이러닝에서 자기주도의 비동기적(asynchronous) 학습방식이 주류를 이뤘지만, 이제는 학습주제 및 목표에 따라 동기적 방식을 적용하거나 선택적으로 활용하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이와 같은 이러닝 방식의 다변화는 물론 여러 혁신적인 방법의 개발과 시도는 팬데믹 시대에서 더욱 가속화될 거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새로운 학습 패러다임동기부여된 조직 구성원은 일터 안팎의 어떤 맥락에서든 학습을 하게 되며 이러한 무형식적 학습은 전통적인 집합교육보다 훨씬 효과적인 경우가 많다. 이미 많은 연구에서 70%-90%의 일과 관련된 학습이 상사와 동료, 업무경험, 자기주도적 노력 등을 통해 발생한다고 밝혀졌다. 포스트 팬데믹 시대에 무형식 학습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지고 중요해질 것이다. 특히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구성원의 학습 니즈에 빠르게 대응하고 적시에 전략적인 기여를 하기 위해서는 학습방법 및 지원의 유연함과 기민함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조직의 리더들과 HRD 부서는 구성원의 학습에 대한 관심과 동기부여에 집중하고, 학습이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업무환경과 평가시스템을 구축해야한다.재택학습의 어려움조직에서 학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어도 구성원 개개인의 여건이 충분하지 않을 경우에는 능력개발과 학습 자체에 어려움이 발생한다. 기존에는 학습이 일터에서 주로 이뤄졌기 때문에 학습은 일의 영역으로 인식이 되어 왔다. 하지만, 많은 사무직 구성원의 재택근무가 보편화되면서 일과 삶(work and non-work domains)의 경계가 모호해지게 되었고, 학습 역시 더 이상 일의 영역만으로 볼 수 없게 되었다. 즉, 학습의 조건이 과거보다 복잡해졌기 때문에 삶의 영역과의 균형은 물론 구성원의 심리적, 사회적 요인도 고려할 수밖에 없다. "재택근무로 가정에서의 역할이 커지면구성원은 심각한 스트레스를 겪을 수 있다.따라서 HRD 부서는 근무환경 변화를 인지하고구성원이 받는 압박감을 면밀하게 분석해야 한다."Hobfoll(1989)의 자원보존(Conservation of Resources) 이론 및 관련 연구에 따르면, 개인이 가진 자원(시간, 체력, 감정등)은 유한하며 일과 삶에서 자원이 부족할수록 외부변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고 스트레스가 발생한다. 실제 학습자 개인의 여건 변화가 그들의 학습 행동이나 효과에 영향을 줄 수 있고, 학습으로인한 스트레스도 야기하게 된다. 예를들어, 재택근무로 인해 가정에서의 역할이 늘게 되면 일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결국 학습은 우선순위에서 밀리게 된다.또한, 해야 할 학습을 하지 못했다는 압박감은 스트레스로 이어져 조직 구성원의 능력 저하는 물론 웰빙에도 악영향을줄 수 있다. 따라서 근무환경 변화를 바르게 인식하고 받아들이는 노력과 함께학습이 충분히 이뤄질 수 있도록 조직차원에서의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김세훈 교수 미네소타대학교 HRD전공 조교수. 60여편의 논문을 학술지, 북챕터, 컨퍼런스 등에 발표했다. Academy of HRD, Academy of Management, European Journal of Training and Development 등에서 최우수논문상을 수상했다. 여러 HRD 학술지에서 편집위원으로 봉사 중이며 지역 사회와 기업을 대상으로 다양한 컨설팅 활동을 하고 있다.
-
[2021 신년사] 2021년은 전략적 HRD의 변곡점
희망찬 새해가 밝았습니다.2021년 새로운 한 해는 HRD가 다시 희망이 되는 변곡점입니다. 새해에는 HRD가 든 조직인의 삶의 활력을 견인하는 전략적인 활동이 되기를 소망해 봅니다. 새해란 한자로 신년新年 즉, ‘새로운 해, 새롭게 다시 시작하는 해, 처음의 해’라는 의미의 변곡점입니다. 새해의 의미처럼 올 한 해는 지나간 해의 혼돈과 역경에서 벗어나 조직과 조직원 모두 희망을 설계해서 새롭게 다시 시작하는 변곡점 차원의 HRD 활동과 역할을 기대합니다.---우리는 지난해에 사상 초유의 비대면 HRD 활동을 경험하면서 그동안의 HRD 관성에서 벗어나 새로운 HRD 활동을 추진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HRD를 교육훈련 중심에서 조직시스템이나 문화개선이 포함된 넓은 의미의 경영성과 개선 활동으로 접근을 했었다면 지난해 HRD의 모습은 어떻게 변했을까요.인류 역사에서 인간 능력개발 패러다임의 변곡점은 산업혁명과 함께 시작되었습니다. 그것은 산업혁명이 에너지원과 커뮤니케이션 방법의 변화를 일으켜 학습형태가 변모했기 때문입니다. 제1차 산업혁명 이전에는 가정이나 교회 등에서의 도제제도나 전수를 통한 능력개발 형태였으나, 첫 번째 변곡점인 제1차 산업혁명시대에는 직장이나 학교에서 능력개발이 일어났습니다. 산업훈련을 목표로 한 집합교육 중심의 HRD 활동이었습니다. 두 번째 변곡점인 제2차 산업혁명시대에서는 신기술 발달로 학교에서의 선행교육과 직장훈련을 통한 능력개발이 주된 패러다임으로 새로운 산업에서의 교육을 목표로 한 통신교육이 추가된 HRD 활동이었습니다. 세 번째 변곡점인 제3차 산업혁명시대는 컴퓨터와 인터넷의 지식정보혁명으로 이러닝 위주의 자사형 인재계발과 육성을 목표로 하여 교육 중심의 HRD를 활발하게 추진하였습니다.엄준하 본지 발행인한국HRD협회 회장인력개발학 박사일생경영학교 나다움 이사장그러나 작금의 제4차 산업혁명시대는 1, 2, 3차 산업혁명시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능력개발 패러다임의 변곡점에 와 있습니다. 자연 에너지원인 기존의 석탄, 석유, 신재생에너지에서 정보와 인간지능을 기반으로 한 융·복합적 휴먼에너지원 중심의 제4차 산업혁명시대는 모든 것이 디지털화 된 HRD 활동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이미 전통적인 교육의 3대 요소인 교사, 교재, 교실의 역할이 붕괴되고, 이제는 가르치고 배우는패러다임에서 공존과 공생을 위한 경험공유의 패러다임으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바쁜 일상에서 경험을 함께하기 위해서는 마이크로러닝 형태의 콘텐츠를 서로 개발하고 쉽게 공유할 수 있어야 합니다. 또한 블렌디드러닝으로 언제, 어디서나 다양하게 학습할 수 있어야 합니다. HRD는 조직성과를 목표로 사람의 능력개발과 발휘를 위한 교육훈련, 제도개선, 문화풍토 개선 활동으로 경영전략 그 자체입니다. 그래서 목표를 위한 방향과 방법이 명확해야 하고, 사람 중심의 경영성과 개선에 가치를 두어야 합니다. 제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뉴노멀 시대는 한국 HRD의 새로운 변곡점입니다. 새로운 변곡점에 도달한 한국 HRD는 더 이상 글로벌 시장에서 벤치마킹 할 상대가 없거니와 남의 것을 흉내 낼 수조차 없을 정도의 선진체형으로 성장했습니다. 한국 HRD는 그동안의 지식전달식, 강사 중심의 교육적 관성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이제 HRD는 경영전략적 차원에서 과제해결과 성과개선을 목표로 조직문화와 시스템적인 어프로치를 함께할 시점입니다. 지금의 변곡점은 그동안의 교육적 관성에서 벗어나 전략적 HRD 관성을 축적하기 위한 시작점입니다.새해는 『월간HRD』 창간 31주년을 맞이하는 해입니다. 올 한 해도 한국 HRD의 바른 길잡이 역할을 다하고자 창간의 초심을 되새기며 각별히 그 소명을 지켜 나가겠습니다.새해 HRD人 모두에게 건강과 행복이 함께하길 기원합니다.
-
[김영헌 교수] 구성원의 행복에 공헌하는CEO의 성과창출 파트너
우리 기업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을 보면서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무엇인가? 아마 코로나 펜데믹에 따른 영향이 아닐까 한다. 여기에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는 4차 산업혁명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 요구된다. 또 서로 다른 생활 환경 속에서 각자 고유한 가치관과 신념을 가진 XYZ세대가 공존하는 조직 구성원들과의 원활한 소통을 통해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고, 구성원들의 성장과 행복을 이루도록 해야 하는 과제가 놓여 있다. ---이런 상황에서 HR 부서의 역할은 무엇일까? 지난해 12월 필자는 전략적 인적자원관리 강의에서 다음과 같은 화두를 던졌다.‘HR 부서가 CEO의 전략적 파트너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CEO는 무엇에 관심을 가질까?’‘조직 구성원들이 회사에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이 질문들에 대해 HR 부서의 책임자로해야 할 일을 제시하기도 하고 HR 부서에 바라는 점도 들었다. 일부 사례를 소개한다.먼저, HR 부서 책임자인 A팀장 이야기다. 그는 CEO를 보완하는 전략적 파트너로 사업과 연계하여 조직, 사람, 제도, 문화의 경쟁력을 높이며 가치를 창출하여 회사가 지속 성장하도록 이끌어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 HR 부서는 회사의 사업을 꿰고 있어야 하며, 변화에 깨어 있어 한발 앞선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CEO가 HR 부서에 바라는 것은 세 가지라고 요약했다. 첫째는 사람의 선발과 육성, 둘째는 조직의 변혁을 이끄는 인사, 셋째는 사업 전략과 실행을 연결하는 소통을 통해 하나의 회사가 되게 하는 것이다. 결국 기업은 사람이라는 것을 다시금 일깨워 주고 있다. 다음으로 중견회사 B임원은 HR 부서가 CEO의 전략적 파트너가 되기 위해서는 비즈니스 마인드, 다양한 직무 경험, 경청하는 자세 및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요구된다고 했다. 그는 현시대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한 경쟁우위 요소는 인재라며 GE의 전 CEO 잭 웰치의 저서 『위대한 승리』에 나오는 구절을 인용했다. 바로 ‘어떤 조직에서든 HR 부서의 총책임자는 조직의 제2인자가 되어야 한다’는 메시지였다. HR 부서의 업무가 얼마나 중요한지 느끼게 해 주고 있다.그리고 현업부서 C팀장은 기업 경영의 3요소는 사람, 자본, 물자라고 언급하며, HR 부서는 기업 경영에 가장 필수 업무라고 했다. 또 CEO의 전략적 파트너가 되기 위해 CEO의 생각과 회사의 비전을 달성하기 위한 맥락을 같이 이해하고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경영성과를 향상시킬 수 있도록 조직을 변화시킬 우수 인재를 채용하고, A급 인재가 유출되지 않게 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조직 구성원들이 조직몰입과 동기부여가 될 수 있는 인사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서는 조직 구성원들이 적극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인사정책과 시스템이 요구된다.실제로 HR 부서가 CEO의 전략적 파트너가 되고 회사에 공헌하려면 다음의 세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첫째, 회사의 조직문화를 선도하고, 코로나 팬데믹 상황의 비대면 업무에서 효과성 있는 일하는 방식의 체계화를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잘 이루어지는지 확인하는 것이 곧 평가 시스템이다. 조직 구성원들이 반드시 갖추어야 할 공통역량과 업무 성과를 향상시킬 수 있는 전문 역량 그리고 직책 보임자의 경우 리더십 역량도 반영해야 한다. 여기에 디지털 리터러시(Digital Literacy), 즉 각종 디지털 미디어를 활용하여 콘텐츠를 생산하고 소통할 수 있는 역량도 평가에 반영하고 교육도 해야 한다. 이때 인사평가 항목은 회사에서 측정하고자 하는 것을 명확히 설정해야 한다. 이는 평가의 신뢰와 연결된다. 또한 인사평가가 성과창출이 아니라 조직 내 정치와 같은 것을 통해 이루어진다면 조직 전체 목표 달성에 저해 요인이 되고 공동체 정신도 무너지게 될 것이다. 따라서 평가에 대한 리더의 올바른 인식을 위한 지속적인 교육과 피드백이 이루어져야 한다.둘째, 조직 구성원들의 요구사항을 진솔하게 듣고 CEO에게 가감 없이 전달하며, 이를 반영한 인사정책을 세우고 실행하는 것이다.토론에 참여한 입사 10년차 실무자 D는 자신이 회사에서 이루고자 하는 것을 다음 세 가지로 제시했다. 소속감, 자기계발, 능력 인정받기다. 그는 회사 생활 초반 회사와 업무에 적응하기 전까지 소속감을 못 느꼈다고 하면서, 점점 소속감을 느끼게 되면서 업무 환경에 적응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팀원들과 가까워졌다고 했다. 전문 직군인 E는 일과 삶의 균형이 있는 워라밸을 이루고 싶다고 했다. 그는 워라밸을 갖추기 위해서는 인력이 부족해서는 안 된다면서 구성원들이 연차를 모두 사용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 인력이 구성되도록 요청했다. 부족한 인력으로는 10일 걸리는 프로젝트를 일주일 만에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는 없다고 했다. 적정 인력과 일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HR 본연의 업무다.다른 실무자 F는 자신이 조직에서 원하는 세 가지는 CDP 수립, 미래의 안정된 삶, 자아실현이라고 했다. 그는 현재 직무에서 한층 더 성장하면서 승진, 보상이 이루어지길 원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2~3년 정도 직무의 적응과 안정감이 찾아오면 타성에 젖고 수동적으로 되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 따라서 HR 부서가 개인적인 특성을 고려한 체계적인 CDP 수립에 서포팅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덧붙여 그는 선배사원들이 IMF를 겪으면서 고용과 일에 불안했던 사례에서 자신들은 벗어나게 해주고, 수평적 조직문화 속에서 자신이 성장하고 사회에 기여하고 싶다고 했다.얼마 전 취업포털 사이트 잡코리아가 알바몬과 함께 성인남녀 2,69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성인남녀 중 79.8%가 내년 새해 계획을 세울 것이라고 답했고, 이들이 이루고 싶은 2021년 계획(복수 응답)을 살펴보면 이직/취업이 25.9%로 1위였다. 이어서 국내외 여행이 25.8%, 운동 및 체력관리가 23.9%, 자격증 취득이 22.7%, 다이어트가 21.4%였다.이어서 비슷한 시기 잡코리아가 직장인 54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48.1%가 새해 이직을 계획 중이라고 하였고, 계층으로 보면 대리급이 52.0%로 가장 높고, 과장급 이상 49.4%, 사원급이 46.4% 순이었다. 이들이 이직을 하려는 이유(복수응답)를 보면 능력에 비해 낮은 평가를 받고 있어서가 30.0%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다음으로 지금보다 워라밸 좋은 회사로 이직하려는 이유가 23.5%, 현재 업무가 적성에 맞지 않다는 이유 역시 23.5%로 동률이었고, 그 다음으로 코로나19로 무급휴직/연봉삭감을 당해서가 20.4%, 역량 향상과 경력관리를 위해서가 19.2%였다. 이는 HR 부서가 자사에 맞는 우수인재의 채용, 육성,유지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시사점을 주고 있다.나아가 HR 부서가 CEO의 전략적 파트너가 되고 회사에 공헌하기 위한 셋째 고려 요소는 상기 설문조사 등에서도 알 수 있듯이 조직 구성원들을 어떻게 동기부여해 직무만족과 조직몰입을 실현하느냐가 관건이다. 이를 위해 HR 부서는 현업의 부서장들을 ‘코치형 리더’로 육성시켜야 한다. 이제는 코치형 리더가 구성원들의 성장을 이끌게 해야 한다. 특히 밀레니얼 및 Z세대 조직 구성원들을 존중해 주고 공감해 주며 그들이 스스로 잠재력을 이끌어 내도록 지원하며 소통할 수 있도록 코치형 리더를 위한 제도적 뒷받침을 해야 한다. 리더들이 소위 꼰대가 되지 않도록 HR 부서는 고민해야 한다."HR 부서가 CEO의 전략적 파트너로서 회사에 공헌하려면팬데믹을 돌파하는 일하는 방식의 체계화,CEO와 구성원 간의 소통이 반영된 인사정책,구성원들의 직무만족과 조직몰입 구현이 중요하다."실제로 의미가 있으면서 섬뜩한 조사가 있다. 취업포털 사이트 사람인이 지난해 12월 직장인 97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사내 젊은 꼰대 유무’ 설문 결과, 71%가 젊은 꼰대가 있다고 답했다. 특이하게도 회사에 꼰대라고 여겨지는 구성원 중 젊은 꼰대의 비율이 평균 27.5%나 되었다.직장인들이 꼽은 최악의 젊은 꼰대 1위는 자신의 경험이 전부인 양 충고하며 가르치는 유형이 24.4%, 이어 자유롭게 의견을 말하라고 하고 결국 본인의 답을 강요하는 유형이 18.6%, ‘선배가 시키면 해야 한다’는 식의 상명하복을 강요하는 유형이 14.3%, 개인사보다 회사일을 우선시 하도록 사생활을 희생시키는 유형이 8.3%로 나타났다. 이 젊은 꼰대의 특징은 ‘자신은 4050 꼰대와 다르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가 52.1%(복수 응답)로 나타났다. 이 결과로 자신을 자각하게 만드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 수 있고, 이는 ‘코치형 리더’가 더욱 요구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HR 부서, 즉 교육부서와 인사부서는 CEO와 현업 리더, 그리고 구성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그들과 대화하며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특히 중요한 것은 현업의 리더들이 조직 구성원들을 기계나 도구처럼 생각하지 않고 그들의 자존감을 높여주고, 화목한 분위기에서 신뢰와 안정감을 느끼게 하도록 서포팅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면 CEO가 요구하는 조직의 목표 달성과 지속 성장, 조직 구성원들이 바라는 성장과 행복이 실현될 것이다. HR 부서는 이를 위해 존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영헌 교수경희대학교 경영대학 겸임교수. 한국코치협회 부회장 겸 대외 및 교육기관협력위원장이자 CMOE 파트너 코치. 경영, HR, 코칭 전문가로서 포스코 미래창조아카데미 원장을 비롯해 고용노동부 옴부즈만위원, 고용노동부 국가기술자격 정책 심의위원, 산업현장교수단 운영위원회 위원. 한국산업교육학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산업포장을 수상한 바 있다.
-
[일생경영학교 '나다움'] 人生一生: 정심正心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과 화를 내는 것은 다르다. 화를 내는 순간 이성적 판단은 사라진다. 올바른 대화는 화를 내지 말고, 정리된 자기감정을 표현해야 한다. 화가 섞인 대화는 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다.실상 분노는 즉각적인 감정 노출에 해당된다. 상대방에게 멸시, 무시당하는 느낌을 줘 관계 단절이라는 결과를 초래한다. 하지만 감정은 여과된 감정 노출로 상대방으로 하여금 잘못을 시인하게 하면서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게 한다. 감정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서는 상대를 질책하지 않으면서 상대의 행위를 있는 그대로 말한 뒤, 그 행동이 나에게 어떤 감정을 불러일으켰는지 솔직하게 말해야 한다.---신경과학에서는 우리가 처음 어떤 행동을 할 때 가느다란 신경섬유를 통해 신체와 연결된다. 신경회로는 이후 그와 똑같은 감정이나 행동을 다시 경험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리고 그 행동을 반복할 때마다 연결 회로는 강화된다. 다시 말해 동일한 행동을 반복하거나 강렬한 감정을 가지고 움직이면 더 많은 신경섬유가 합쳐지게 된다. 이렇게 되면 감정이나 행동습관과 관련된 신경연상회로는 점점 강도가 높아진다. 이유도 없이 자꾸만 뭔가 하고 싶거나 어떤 감정이 생길 때가 바로 이런 경우이다. 그러니까 이런 연결은 자동으로 어떤 행동을 자꾸 반복하게 만드는 아주 굵은 신경연상회로의 역할인 셈이다. 신경연상회로 연결은 생물학적인 실체, 즉 신체적인 현상이다.캘리포니아 대학의 마이클 머츠니크 박사는 우리가 습관적인 행동에 빠져들수록 그 패턴은 더욱 강화된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증명했다. 즉, 원숭이의 손가락에 어떤 것을 접촉시키면 원숭이 뇌의 특정부위가 활성화된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는 원숭이가 먹이를 먹을 때 특정 손가락만 사용하도록 훈련시켰다. 나중에 원숭이의 뇌를 촬영해 보니 활성화된 부분이 거의 여섯 배나 커져 있는 것을 확인했다. 원숭이는 그 후에도 신경연상회로가 아주 강하게 자리잡혀 있었기 때문에 먹이를 주지 않아도 습관적으로 그 손가락 운동을 반복했다.예컨대 금연하겠다는 마음이 있는데도 여전히 담배를 피우고 싶은 충동을 느끼는 것도 같은 경우이다. 그 사람은 신체적으로 담배를 피우고 싶도록 신경연상회로가 연결된 것이다. 이런 까닭에 어떤 감정을 바꾸거나 행동을 변화시키는 것이 어렵다. 우리는 그냥 하나의 습관을 가진 것이 아니다. 신경계의 강한 신경연상회로와 연결된 것이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어떤 감정이나 행동을 반복함으로써 신경연상회로의 연결을 더욱 강화한다. 신경연상회로의 조율방법을 이해하고 나면 행동을 변화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찾아낼 수 있다. 버리고 싶은 행동은 즉시 참을 수 없는 고통과 연결하고, 새로운 행동은 엄청날 정도의 크나큰 즐거움과 연결하는 것이다. 화는 버리고 싶은 행동일 것이다. 따라서 화 역시 고통과 연결해야 한다.최근 우리 사회는 화를 너무 함부로 터뜨리고 있다. 이를테면 사귀던 애인이 이별하자고 했다고 살인을 저지르고, 관공서의 보상이 적다고 국보급 문화재에 불을 지르며, 심지어 자신과 아무런 연관도 없는 사람에게 마구 흉기를 휘두르는 일까지 생기고 있다.이제 화를 다스려야 한다. 병을 잡으려면 병의 정체를 알아야 하듯, 화를 다스리려면 먼저 화의 본질을 잘 알아야 한다. 화는 실체가 없다. 작용이 있을 뿐이다. 화는 마치 허깨비와 같고, 물거품과 같고, 바람 같아서 시시각각 생멸한다.그래서 화는 내 의지와 상관없이 돌발적으로 나타난다. 화를 다스리려면 화를 메타인지 차원에서 객관적으로 통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화를 고통과 연결시켜 되풀이되지 않도록 힘써야 한다. 평상시 화의 원인을 살피는 묵상도 효과적이다. 모든 감정과 행위는 평상시의 생활습관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평소 수행이 안 되어 있으면 불쑥 나타나는 화를 다스리기가 어렵다.일생경영학교 ‘나다움’사람의 일생에는 5가지의 과제와 5가지의 도리가 있다. 서양에서는 Mind, Self, Family, Work, Relation을 일생의 과제(Life 5 Tasks)라 하였으며, 동양에서는 仁, 義, 禮, 智, 信을 사람의 도리五常, 즉 일생에서 지켜야 할 사람의 5가지 덕목이라고 했다. 일생경영학교 ‘나다움’은 이상의 5가지 과제 및 도리를 바탕으로 품격 있는 인생을 살아가도록 안내한다.
-
[서영석 교수] 개방과 지지: 치유와 회복의 출발점
마음이 힘든 사람들에게는 몇 가지 대안이 있다. 한 가지는 혼자서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것이고, 또 다른 대안은 상담자와 같은 전문가에게 도움을 구하는 것이다. 이도 저도 아닌 경우 힘든 순간이 지나가기를 소망하거나 혼란스러운 채 어려움을 방치할 수도 있다. 물론 마지막 대안은 좋은 선택이 아니다. 문제가 심각하고 만성적일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이번에는 마음이 힘들고 어려울 때 도움이 되는 방법을 이야기 해 보려고 한다.---조금 힘든 경우에도 도움이 되겠지만, 큰 상처가 있을 경우 효과가 입증된 방법이 있다. 성급하지만 미리 결론을 내려 보자. 내 문제를 공감하고 지지해 줄 수 있는 사람에게 자신의 문제를 개방하는 것이다. 매우 상식적이고 새로울 것이 없다. 문제는, 지극히 상식적인 것을 구하지도 제공해주지도 않는다는 데 있다. 혼자서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있을 때 타인에게 도움을 구하는 것은 현명한 선택이지만 의외로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판단이나 섣부른 조언을 하지 않으면서 내 이야기를 경청해 주고 나를 존중해 주면서 아픔을 공감할 수 있는, 온전히 내편이 되어 줄 수 있는 사람에게 나의 어려움을 개방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핵심이다. "어려운 문제가 있을 때 타인에게 도움을 구하는 데는의외로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다.그래서 일과 삶에서 섣불리 타인을 판단하거나 조언하지 않고,경청해 주는 사람의 존재가 중요하다."수 년 전에 집단따돌림이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된 적이 있다(물론 지금도 그렇다). 인간관계에 관심을 두고 강의, 상담 및 연구를 수행해온 필자로서는 집단따돌림 생존자들이 호소하는 어려움 뿐 아니라 회복의 기제에 관심이 있었다. 사실 더 관심을 가진 것은, 따돌림 생존자들이 힘든 시기 이후에 회복되었거나 성장하고 발달했는지, 그렇다면 그것을 가능하게 한 요인은 무엇이었을지 알아보는 일이었다. 따돌림 피해자가 성장까지 할 수 있다고? 그렇다. 삶의 역경을 헤쳐 나오면서 깨달음과 성장을 이룬 분들의 수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성장하려고 일부러 자신을 역경에 노출시킬 필요는 없다. 역경 없이도 성장과 발달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경이 오히려 성장과 발전을 가져오는 경우가 있다. 학자들은 이것을 역경 후 성장이라고 부른다. 부모만큼이나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또래로부터 따돌림을 당한 후 죽을 만큼 힘들어하다가 회복하고 성장한 친구들을 만났다. 그곳에 치유의 첫 단추가 되는 지극히 상식적인 해법이 숨어 있었다. 역설적이게도, 따돌림은 조직문화가 강하고 ‘하나 됨’을 강조하는 집단에서 더 많이 그리고 더 강하게 발생한다. 관계와 조직을 중시하는 우리사회에서 따돌림이 사회적인 문제가 되는 이유다. 집단따돌림은 ‘일정 기간 정기적으로 대면하는 한 명 이상의 사람들로부터 신체, 언어, 심리적 괴롭힘을 지속적으로 경험하고, 소속된 집단 내에서 소외되는 현상’으로 정의할 수 있다. 집단따돌림을 경험한 피해자들은 낮은 자존감, 우울, 사회적 위축, 무력감, 신체화 증상, 자살생각과 충동성을 나타낼 뿐 아니라, 자신 및 타인에 대한 인식의 변화, 관계 및 삶에 대한 의미 변화를 경험한다. 그야말로 피해자들에게 집단따돌림은 광범위한 영역에 걸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복합 외상사건’인 것이다. 집단따돌림을 경험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심층면접을 진행했다. 전국에 있는 따돌림 피해자들을 모집하는 와중에 50대 중년 남성이 면접에 참여할 수 있는지 문의를 해 왔다. 모집 공고문이 눈에 띤 것이다. 필자의 연구대상이 청소년이었기 때문에 잠시 머뭇거리다가 만나기로 결정했다. 경험한 따돌림의 종류 및 시기, 부정적인 영향 및 증상 등은 다른 피해자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문헌에서나 보던 한 가지 사실을 재차 확인했다. 중학교 1학년 때 같은 반 친구들로부터 당한 왕따 경험과 그로 인한 심리정서적인 문제들은 해결되지 않은 채 이후 삶에서 현재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면접은 시작한지 2시간을 넘어서고 있었다. 그는 “언젠가는 들어줄 수 있는 사람에게 제 이야기를 하려고 오랜 시간 정리하고, 지우고, 마음에 다시 기록하는 일을 수없이 반복했습니다. 오늘 그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너무 감사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상담을 위해 만난 것은 아니었지만, 그분의 눈가, 표정이나 동작으로 전해지는 마음의 풀림은, 첫 대면이자 마지막 만남이 될 순간에 연구자의 마음에도 진동으로 전해지고 있었다. 이후 만났던 40명의 왕따 생존자들, 그리고 소수자로 살아가면서 차별을 경험한 다문화가정청소년들을 만나면서 공통적으로 확인한 사실이 있다. 따돌림이든, 차별(discrimination)이든 관계에서의 폭력은 피해자의 자기개념, 대인관, 세상에 대한 믿음과 신뢰를 흔든다. 피해자들 중에는 오히려 자신이 느끼는 고통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고, 이후에 조우하는 사람들을 두려워하면서, 세상이 닫힌 것 같은 절망감에 생을 마감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절망의 밑바닥을 경험한 후 다시 회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공통된 목소리가 있다. 혼자 견디는 것이 몹시 힘들었고, 혼자 견딜 수밖에 없었던 사정과 맥락이 있다. 그러다가 혼자 견딜 수 없을 만큼 지독하게 힘이 들 때, 관심 있게 묵묵히 지켜보던, 때로는 적극적으로 도움을 준 사람에게 ‘힘들었고, 지금도 힘들다’고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놓는다. 회복과 치유가 시작되는 지점에 개방과 지지가 있었다. 상담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가끔 상담을 받으러 온다. 그들은 “이런 거군요.왜 내담자(방문객)가 처음 보는 상담사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껴내 놓는지, 한번도 누구 앞에서 눈물이란 걸 보이지않았던 저도 왜 여기서는 혼란스럽고 힘들다는 걸 이야기하는지. 내담자가 되어보니 알 것 같습니다.”라고 말한다.전문적인 상담과 심리치료를 하는 사람들이 상식처럼 알고 있는 것이 있다. 상담의 효과를 가져 오는 가장 기본적인기제는, 문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의 솔직한 개방과 이를 존중하고 경청하며 지지해 주는 상담자의 기본적인 태도라는것! 이는 전문적인 상담장면에서 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목격할 수 있다. 심층면접을 위해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연구자를 찾아 와 3시간 넘게 자신의 이야기를 해준 왕따 생존자들, 다르다는 이유로 또래나 어른들로부터 노골적인 공격과 은밀한 차별을 당한 다문화가정청소년들에게서도 동일한 내용을 확인했다. 죽음까지 생각할 만큼 끔직하고 절망적이었던 피해자들이 회복하기 시작한 지점에 무엇이 있었을까? 들을 준비가 되어 있는 동반자, 자신의 아픔을 꺼내 놓은 피해자가 있었고 그것이 회복과 치유의 시작이었다.자살한 사람들의 유서를 분석한 적이 있다. 대부분 주변 사람들에게 짐이 되지 않았으면 하는 망자의 바람이 적혀 있었다. 안타까운 사실은, 가까운 사람들이 사후에 그 내용을 접하고 절망스러워 한다는 것이다. 알지 못하고 도와주지 못해 죄책감을 느낀다. 왜 이야기하지 않았을까? 왜 알아차리지 못했을까? 우리에게는 아픔과 괴로움은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자리하고 있다. 가까운 사람들에게 자신의 어려움을 꺼내놓는 것은 상대방에게 부담을 주는 것이고 짐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하지 않는 것이 현명하고 덕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래서 드러내서 아파하지도, 의지해야 안전한 순간에 소리내어 도움을 구하지도 못한다. 미리 알리고 알아야 한다. 그런데 아픈 사람이 자신의 아픔을 꺼내놓을 수 있으려면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어야 한다. 주변 사람들의 관심과 지지가 필요한 이유다. 집단따돌림으로 인해 죽음까지 생각했던 청소년들 중에 회복하고 성장한 친구들 주변에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준 사람이 있었다. 아픔과 어려움을 평가하거나 섣부르게 도움을 주지 않으면서, 기다리고 버텨준 누군가가 있었을 때 회복이 시작되었다. 인정하고 믿어주면서, 경청하고 공감하고, 판단하거나 비판하지 않는 ‘내편’이 그들에게 있었다. 무너졌던 생존자의 자존감이 다시 세워지고, 사람과 관계에 대한 새로운 희망이 싹트고, 치유와 회복을 위한 긴 여정을 시작할 용기가 생겨난 순간이었다. 회복과 치유의 출발점에 개방과 지지가 필요하다는 사실이 상식으로 자리 잡는 2021년이 되기를 기원해 본다. 서영석 교수고려대학교 학부에서 심리학을 전공했고, 미국 미네소타대학교에서 상담심리 전공으로 석사와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연세대학교 교육학과에서 상담교육전공 교수로 재직 중이며, 인간관계, 상담 관련 과목을 강의하고 있다. 연구 주제로는 애착, 외상 후 성장, 상담윤리, 자해/자살을 포함한 정신건강 문제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