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규 교수] 초불확실성 속 조직문화의 지향점
“우리는 불확실성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 돌아보면 우리는 그때 보장성의 시대에 살고 있었다고 할 것이다.”코로나19로 인해 전국민이 마스크를 쓰고 한 해를 보낸 지금, 배리 아이켄그린 교수가 1970년대를 돌아보며 했던 이 말에 공감하지 않을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불확실성은 분명 우리를 힘들게 한다. 그러나 늘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불확실한 미래는 죽을 것 같은 위협일 수도,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기회일 수도, 그리고 그 모두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 ---조직을 공부하는 연구자들은 사람이나 조직이 불확실성에 직면했을 때, 새로운 사람이나 조직과 협력을 모색하여 사회적 관계와 정보의 다양성을 추구할 때, 불확실성을 더 잘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한편으로는 불확실성에 직면하게 되면 그 해결책을 찾기 위해 기존에 알고 있던 사람이나 협력을 했던 경험이 있는 조직과 관계를 강화하는 경향이 있음도 발견했다. 불확실성을 헤쳐 나갈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지만, 불확실성은 우리를 그 반대로 행동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사실 ‘불확실성을 회피하는 성향(uncertainty aversion)’은 사람에게 있는 여러 편향성 중 하나이다.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할 위험이 크더라도 그 위험에 대해 명확하게 인지할 수 있는 대안을 위험을 알 수 없는 대안보다 선호하는 것이다. 위험을 잘 모른다는 것이 반드시 부정적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더 큰 것은 아닌데도 말이다.호프스테더는 ‘불확실성을 회피하는 성향(uncertainty avoidance)’을 문화적으로 형성되는 것으로 보았다. 그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불확실성 회피 성향이 100점 만점에 85점으로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수준이다. 불확실성 회피 성향이 높은 사회는 원칙과 규범을 중시하는 반면, 이에 벗어나는 행동을 쉽게 허용하지 않으며, 시간의 가치와 정확성을 중시하는 반면, 혁신에 대해 저항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불확실한 상황에서 위기를 벗어나고 기회를 살리기 위해서는 기존의 틀에 얽매이기보다 혁신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혁신을 위해서는 다양한 관점을 포용하고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어야 한다. 불확실성을 회피하기보다는 이를 마주하고 부딪힐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불확실성 시대를 뛰어넘는 초불확실성의 시대에 우리는 어떻게 이에 도전하는 개방적이고 혁신적인 조직문화를 만들 것인가? 그 첫걸음은 조직구성원들의 불안을 해소하는데 있다. 불안한 마음이 커질수록 불확실성을 회피하려는 경향은 커지기 때문이다. 알랭 드 보통은 다른 사람들로부터 받는 관심과 사랑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 불안이 비롯되는 것으로 보았다. 존재의 주목, 이름의 기억, 관점의 경청, 실패에 대한 용인 등 알랭 드 보통이 말하는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것과 사랑을 받는 것이 그러한데, 초불확실성의 시대에 우리가 지향해야 할 조직문화가 그와 같아야 할 것 같다.사회적 평가 기준이 획일적인 경우에는 모두가 불안할 수 없다. 나의 지위는 언제나 상대적으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서로의 다른 관점이나 관심사에 대해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잃지 않기 위한 행동이 우리가 새로운 사람들과 관계를 넓히는데 제약이 될 수 있으며, 새로운 시도를 하는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불확실성에 도전하는 문화는 조직구성원들이 서로에게 인간적으로 보내는 공고한 믿음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누군가를 도와준 만큼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호혜적인 신뢰 형성이 필요하다. 서로 지향하는 목적과 성공에 대한 인식이 공유되어 비록 서로의 결정이나 행동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의도나 입장을 왜곡하지 않을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사회적 가치 추구는 구성원들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조직문화에도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좋지 않은 결과에 대한 솔직한 비판이 서로에 대한 존중과 믿음 위에서 이루어진다는 인식이 바탕이 된다면, 비판을 통해 배움이 있게 되고, 조직은 계속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따라서 결과보다는 학습을 지향하는 문화가 보다 적합할 것이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불확실성을 즐기는 조직문화는 이렇게 만들어나갈 수 있다.김영규 교수고려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로 경영전략, 조직디자인, 소셜네트워크에 관해 연구하고 강의하고 있다. 하버드 로스쿨 법직역연구센터 연구협력교수로 다각적인 연구를 이어가는 가운데 한국인사조직학회 상임이사 및 인사조직연구 부편집위원장, 전략경영학회 상임이사 및 전략경영연구 편집위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규제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
[일생경영학교 나다움] 人生一生: 정심正心
사람의 마음이 저마다 다른 이유는 이미 형성된 100조가 넘는 뉴런 네트워크에 투입된 정보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이는 사람의 마음을 만들어내는 뇌 속의 뉴런 네트워크는 마음먹기에 따라서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실제로 뇌는 상상과 현실을 구별하지 못하기 때문에 상상을 하면 실제로 경험하는 것과 같은 효과가 나온다.---미국의 소설가 오 헨리의 작품 중에 『마지막 잎새』를 보면 폐렴을 앓는 소녀가 담벼락에 붙은 잎새들을 보면서 그 잎이 다 떨어지면 자신이 죽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때, 같은 건물에 살고 있던 어떤화가가 그 사실을 알고 폭풍우가 몰아치던 날 밤 비바람을 무릅쓰고 혼신의 힘을 다해 벽에 잎새를 하나 그려 넣는다.결국 그 소녀는 온갖 비바람을 이겨 낸마지막 잎새를 보고 자신도 살아날 수있을 거라는 희망을 갖게 되고, 마침내폐렴을 이겨낸다.영국의 유명한 의사 케논 박사 역시 어떠한 난치병도 강한 신념으로 고칠 수있다고 했다. 신념이란 강한 신뢰를 말하며, 그 강한 의지 때문에 인류는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1620년 영국에서 미국 동부지역으로 이주한 청교도들도 주목할 만하다. 그들은 1776년, 9월 미합중국이 탄생될 때까지 울창한 삼림을 개간하여 가옥과 목장을 조성하는 한편, 광활한 황무지를 일궈 철도를 놓고 건물을 지었다. 그들은 대자연과 당당히 맞서 싸워 무수한 시련을 이겨냈다."소크라테스는 인간을 ‘이성을 가진 동물’이라고 말했고,아리스토텔레스는 ‘사회적 동물’이라고 불렀다.또 파스칼은 ‘생각하는 갈대’,프랭클린은 ‘도구를 사용하는 동물’이라고 했다.이상의 정의는 하나같이 사고의 중요성이 전제되어 있다."유태인 또한 2천 년 동안이나 나라를 잃고 이곳저곳을 유랑하면서 살아왔다. 이후 1948년 5윌 14일, 유엔의 배려로 결국 이스라엘 공화국이 탄생했고 전 세계의 유태인들은 꿈에 그리던 조국을 향해 몰려들었다. 그러나 그들 앞에는 수많은 시련이 기다리고 있었다. 황량한 사막, 버려진 황무지 그리고 메마른 물줄기, 그야말로 그들에게는 엄청난 고난의 과제가 주어졌던 것이다. 그렇지만 이스라엘 국민들은 국토를 회복했다는 사실만으로도 하늘에 감사했다. 그리고 이스라엘을 세계에서 가장 으뜸이 되는 국가로 만들어 놓겠다고 하늘에 맹세했다. 신념이란 참으로 위대한 것이다. 실제로 이스라엘은 4차에 걸친 중동전쟁을 승리로 이끌었으며 오늘날 그 막강한 군사력으로 주변 아랍국들을 위협하고 있다. 또한 사막에 개발된 이스라엘의 관개농업은 세계 1위를 자랑할 정도로 발달해 있다.‘하면 된다’는 강한 의지와 그것을 뒷받침하는 행동력은 분명 원하던 결과를 가져다준다. 중국 전한시대의 학자 사마천은 신념을 가지고 행동하면 귀신도 막지 못한다고 말했다. 스스로의 능력을 믿고 성공을 확신하고 목표를 향해 열심히 노력한다면 인간이 못 해낼 일은 없다.‘나의 사전에 불가능이란 없다’라는 말로 유명한 나폴레옹이 이탈리아를 정복하려 할 때, 이탈리아는 결코 만만치 않은 기세로 방어 작전을 펼쳤다. 이때, 나폴레옹은 알프스 산을 넘기로 결정했다. 모든 것을 수레에 의존하여 싣고 가야만 했던 당시에 알프스 산을 넘는다는 것은 상식 밖의 일이자 나무에서 물고기를 잡는 것처럼 불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나폴레옹은 ‘이길 수 있다’는 강한 신념으로 그러한 결단을 내렸다. 그의 참모들과 부하들은 모두 나폴레옹의 정신이 이상해진 것은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어쨌든 나폴레옹은 수많은 부하들을 이끌고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가운데 알프스 산을 넘었다. 이탈리아군은 나폴레옹이 알프스산을 넘는다는 것은 꿈에도 생각지 못하고 느긋하게 있다가 느닷없이 기습을 당하고 말았다. 그들은 허둥대다가 제대로 싸워 보지도 못하고 크게 패했다. 인류의 역사를 앞으로 구르게 하는 수레바퀴는 불가능에 대한 신념에 찬 인간의 도전이다.이와 같이 생각은 불가능을 가능하도록뒤바꾸는 시작점이다.일생경영학교 ‘나다움’사람의 일생에는 5가지의 과제와 5가지의 도리가 있다. 서양에서는 Mind, Self, Family, Work, Relation을 일생의 과제(Life 5 Tasks)라 하였으며, 동양에서는 仁, 義, 禮, 智, 信을 사람의 도리五常, 즉 일생에서 지켜야 할 사람의 5가지 덕목이라고 했다. 일생경영학교 ‘나다움’은 이상의 5가지 과제 및 도리를 바탕으로 품격 있는 인생을 살아가도록 안내한다.
-
[오세일 교수] 일상과 삶의 질: 어떤 ‘수행’을 선택할까?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은 불확실성과 불안으로 우리의 일상을 크게 위협하는 한편, 일상의 의미와 가치를 깊이 있게 고찰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일상은 흔히들 사적 삶의 궤적, 루틴, 때로는 전쟁으로도 인식되곤 하는데,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의 마음가짐에 따라 업무의 수행, 역할극의 수행, 구도적 수행으로 대별해 볼 수 있다. 우리 사회와 기업에는 ‘업적 성취’와 ‘역할 관계’에 대한 수행평가에 함몰되다시피 프로그래밍화된 문화가 팽배하다. 그러나 개인의 인격과 진정성을 존중하고 상호신뢰를 발전시켜나가는 구도적 수행이 있을 때 모두의 삶의 질이 높아질 수 있다. 일상의 주인공은 각자 바로 그 자신이기 때문이다! 개인이 함께 어울려 일하고 소통하는 그 시공간이 자기에게 의미 있는 ‘삶의 자리’가 될 때, 우리의 일상은 새롭게 채색된다.---코로나 시대의 일상코로나 시대에 우리의 일상은 마비되거나 무너지기까지 하고 있다. 대면 모임에 대한 불편한 경계감이 늘어났고, 재택근무로 집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일상에서 더 복잡한 긴장이 많아졌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변형된 우리의 일상이 복잡하고 때로 더 힘이 드는 이유는, 저마다 일상을 살아가는 삶의 코드가 달라서가 아닐까?우리가 매일 살아가는 일상은 실로 매우다양한 의미를 갖는다. 일상은 (집과 일터 사이에서) 반복되는 쳇바퀴 같은 ‘루틴(routine)’이며, 스마트폰에 시공간의 기록이 남는 ‘삶의 궤적’일 수도 있고, 동시에 우리가 실제로 사람들을 만나는 ‘삶의 자리’이기도 하다. 사람들의 마음을 투영해서 ‘일상’을 들여다보면, 누군가에게는 생존과 업적을 다투며 싸우는 ‘전쟁터’일 수 있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소셜 드라마’가 진행되는 연극무대 같아 보일 수도 있고, 자신의 진정성과 희망을찾아 번뇌하는 ‘깨달음의 장’이 될 수도 있다. 당신에게 ‘일상’은 어떤 의미인가?그래서, 당신은 ‘일상’을 어떻게 채색하고 싶어 하는가?일상의 세 가지 수행성우리는 우리의 일상을 어쩌면 영화 ‘Matrix’처럼 ‘프로그램화된 시공간’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인간은 누구나 사회적 규범과 가치, 문화의 힘(nomos)을 체득하고 그 삶의 양식을 수용하며 살아야 인정받고 어느 정도 성공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matrix 같은 메커니즘은 현대인에게 내면화되어 작동되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일상을 실제로 살아간다는 점을 ‘수행(修行; performance)’이라고 볼 때, 수행의 의미는 세 가지 다른 지평에서 볼 수 있다.첫째, 업무 차원의 수행(performance)은 업적과 평가가 따른다. 개인의 실적, 월 매출, 성과, 주식, 기업 가치 등이 수치화되고 자기 혹은 타자의 업적과 비교되는 경쟁의 사슬에 묶이곤 한다. 피곤한 일이다! 그런데 우리가 업무수행성의 세계에 함몰되면, 지식과 기술, 정보 등 모든 걸 경쟁시스템에서 숫자놀이로 평가하기 쉽다. ‘우리 부서의 이달 실적은’, ‘저 사람의 퍼포먼스는’, ‘내 자식의 성적은’ 등에 함몰되면 우리의 일상은 실적경쟁의 냉혹한 전쟁터가 된다. 자신도 모르게 사람 냄새를 잃어버리곤 한다.둘째, 연극적 차원에서의 수행(performance)은 관계와 역할에 고착되곤 한다. 우리는 ‘눈치’껏 사회적 역할과 지위에 맞추어서 말하고 행동한다. 그렇기에 공식적 관계는 마치 ‘역할극’처럼 전개되기도 하는데, 사적, 비공식적 관계, SNS에서도 우리는 ‘인상관리’에 신경 쓴다. 상사는 마음대로 표현하고, 부하는 싫어도 좋은 척, 역할과 직분에 맞는 한도에서 조심스레 말하고 행동(해야)한다. 물론 상사가 떠난 무대에서는 을들끼리 맘껏 비난하고 뒷담화하며 스트레스를 해소하기도 한다. 무대 앞과 뒤의 이 같은 간극은, 우리의 의식과 무의식을 억압된 감정으로 분열시키는데, 중간 관리자는 루틴처럼 넘어가기도 하지만, 말단 구성원에게는 참기 어려운 스트레스가 될 수도 있다. 바로 이 ‘간극’ 이 크면 클수록 갑질과 소외, 소송과 다툼이 자라날 수 있고 ‘일과 삶의 분리’가절실해진다. 어떻게 그 간극을 좁힐 수있을까?셋째, 구도적 차원에서의 수행(修行; performativity)은 인격과 진정성을 존중하며 상호신뢰를 발전시켜준다. 진정한 수행에는 미리 짜인 정답이 없다! matrix 프로그래밍에서 벗어나 각자를 그 사람 고유의 인격과 가치대로 존중하며 소통하는 길을 새롭게 찾아야 한다. 스티브 잡스는 (안주하지 않고) 마음을 다했던 일상의 매 순간순간이 ‘점’처럼 이어져, 어느새 그 점들이 연결되어 ‘오늘의 나’ 가 되었다고 말했다.누군가를 만나고 함께 많은 일을 하고, 시간이 흐른 뒤에 기억에 남는 것은 그 사람의 인격과 진정성에서 흘러나오는 향기가 아닐까? 아련한 고마움이 문득 고개를 내밀거나, 이름도 떠올리기 싫어지는 악취를 느끼거나. 특정 종교기업에서 QT(quiet time: 명상)나 마음수련을 제공한다 해도, 갑이 을을, 아니 정을, 아니 병을 진심으로 존중하지 못하는 곳에서는 더불어 사는 사람의 향기를 맡기 어렵다. 사람을 수치화된 업적으로만 평가하지 않고, 그 사람의 고유한 개성과 인격을 존중하며 진정성 있게 대할 수 있는 분위기라면, 나이어린 신참 구성원이라도 회사생활이 신바람나지 않을까? 그런데, 그것은 참된 구도적 수행 없이는 불가능하다!삶의 질=삶의 자리 되찾기오늘날 우리에게 삶의 질이 절실해지는 이유는, 많은 경우 ‘일자리’에서의 스트레스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워라밸, 저녁이 있는 삶’이 그처럼 절실해지는 게 아닌가? 때론 ‘기분전환’을 위한 레저나 바캉스도 필요할 수 있지만, 무엇보다도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의 한복판에서 사람 냄새 맡고 행복의 의미를 나누는 충만한 ‘삶의 자리’를 되찾을 필요가 있다. ‘일자리’에서마저도!기실, 구도자들에게 ‘삶의 자리’를 떠나서 깨달음이란 결코 있을 수 없다! 일찍이 선불교 전통에서 많은 선사들이 ‘행주좌와 어묵동정’, 우리가 살아가며 걷고,머물고, 앉고, 눕고, 말하고, 침묵하고,움직이고, 가만히 있는 모든 일상의 자리가 ‘법당’ 즉 ‘깨달음의 자리’라고 역설하였다. 선사들의 토굴과 면벽수행이 깨달음을 보증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가톨릭의 가장 대표적인 현대신학자 칼 라너역시 ‘일상’이라는 소책자에서 걷고 말하고 움직이고 머무는 그 모든 일상의 삶이 바로 초월로 향하는 ‘구원의 여정’이라고 소개하였다. 요컨대, 우리가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매일 반복되는 내 일상의 시공간이 바로 내가 진정성을 찾고 함께 살아가는 행복을 누리는 ‘삶의 자리’라는 현실을 깨달아야 한다.일상, 인간人間의 그 지극한 삶의 자리오늘날 코로나 시대는 탈성장을 압박하고 있다. 우리가 업무적 수행과 평가에 매여 살아가는 수치화된 일상에서 좀 빠져나오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아무리 당신의 ‘라떼는’ 소중한 과거라 해도, 현재 ‘삶의 자리’를 함께 살아가는 구성원 하나하나가 더 소중하다는 인식의 패러다임을 바꾸지 않으면, 갑-을 관계의 역할극 수행에 묶여 사람 냄새나는 진정성 있는 수행이 자라나기는 어렵다."인간은 서로 의지하고, 사이를 존중하는 사회적 존재다.그래서 각자의 자율적인 시공간을 존중하되,함께 의존하고 나누는 호혜성이 있어야집단지성이 발현되며 일상도 풍요로워진다."인간人間은 ‘서로 의지人하면서 동시에 사이間를 존중하는’ 사회적 존재를 의미한다. 각자의 ‘자율적인 시공간’을 존중하되, 함께 의존하고 나누는 ‘호혜성’이 우리의 일상을 풍요롭게 해준다.기실,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 시대에 더 높은 업무효용과 생산성을 위해서라도, 공동 프로젝트와 협업은 절실하다. 나만의 아집과 편견의 자리에서 한 걸음 벗어나서 더 나은 의사결정을 추구하며 상대의 진심을 이해하고자 그의 마음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면, 일상의 그 순간이야말로 나의 해탈이며 초월로 향하는 구원의 자리가 아닐 수 없다! 나보다 더 힘들어하는 식구, 부하 구성원에게 덜 참견하고 더 큰 자유를 주고 좀 더믿어 줄 수 있으면, 코로나 블루로 얼룩진 우리의 일상에 아침 햇살이 넌지시차오를지 모른다.오세일 교수서강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가톨릭(예수회 소속) 사제이며 사회학자로서 종교, 문화, 영성, 교육, 사회변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통계분석과 질적연구를 병행하며 다수의 논문을 생산하고 있다. 특히 오늘날 현대사회의 소셜 네트워크, 소통과 혁신에 주목하며 ‘충만한 삶’의 화두를 따라서 행복과 삶의 질, 진정성과 수행성에 대해 깊이 연구하고 있다.
-
[최호근 교수] 글로벌 경영에서 유의할 코드, 반유대주의
유대인에 대한 반감과 적대적 행동을 반유대주의(Anti-Semitism)라고 일컫는다. 반유대주의는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성난 유대 군중이 로마 총독 본디오 빌라도에게 ‘예수를 죽이라’고 외쳤던 순간부터 시작되었다. 바로 이때부터 유대인에게는 ‘예수를 죽인 자’라는 오명이 따라다녔다. 그 적대감의 궁극이 나치 독일에 의한 유대인 대학살이었다. 이 전대미문의 범죄 이후 급반전이 일어났다. 서구사회에서 유대인에 대한 혐오는 곧 인종주의의 상징이 되었다. 이 반유대주의가 우리 한국인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반유대주의와 한국 사회몇 년 전 해외 유명 통신사의 특파원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막바지에 달한 때였다. 그는 유대인에 대한 한국 정책 결정권자들의 정서를 알고 싶어 했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는 이미 답을 가지고 있었다. 그가 필자에게 원한 것은 다만 한국 엘리트들 사이에 반유대주의(Anti-Semitism) 정서가 광범위하게 퍼져있다는 확답이었다. 그렇게 기억한다.그 특파원은 몇 개의 증거를 제시했다. 그중 하나가 ‘시사저널’의 기사였다. ‘삼성, 유대계 금융권력 레이더에 걸리다’라는 제목의 기사에는 다음의 내용이 서술되어 있었다.“국내 대기업에 대한 외국계 투기자본의 공격 … 선봉에는 월스트리트를 장악하고 있는 유대계 투자금융회사들이 있다. 제3세계 국가들을 공격해 무자비하게 잇속을 챙기던 그들이 이제 눈을 대한민국으로 돌리고 있는 것이다.”"우리나라 기업이 글로벌 경영을 추진할 때유념해야 하는 코드들이 여럿 있다.그중 개인의 인권과 집단의 평화를 아우르는반유대주의는 가장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다."이어서 기사에는 “세계의 금융 권력을 잡고 있는 것은 유대인이다.”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이 문장이 미국의 3대 유대인 조직 가운데 하나인 반비방연맹(Anti-Defamation League, 이하 ADL)이 반유대주의자를 판별할 때 제시하는 ‘유대인들은 국제 금융시장에서 너무 많은 힘을 갖고 있다’라는 문항과 너무도 흡사했기 때문이다.ADL 글로벌 서베이ADL은 몇 년마다 전 세계 100여개 국가를 대상으로 반유대주의 현황을 조사한다. 11개의 문항 가운데 6개 이상에 ‘(아마도) 그렇다’라고 대답하는 순간 응답자는 반유대주의자로 분류된다. 그 중 대표적인 문항이 다섯 개 있다. 주어는 유대인이다.2015년 조사에서 한국의 응답자 중 상당수가 다섯 개 문항에 ‘그렇다’라고 답했다(각각 59%, 57%, 52%, 45%, 51%). 세계 언론은 한국인 중 53%가 반유대주의자라는 ADL 조사 결과를 대서특필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이 수치가 세계 평균의 두 배에 달하며, 아시아 전체에서 보면 말레이시아와 아르메니아에 이어 세 번째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웃 국가인 일본과 중국은 각각 23%와 20%에 지나지 않는다고 첨언했다. 개인적으로는 한국의 경우 ADL의 수치가 너무 높게 나왔다고 판단한다. 500명의 응답자가 한국인의 평균을 적절하게대표하는지도 의문이다. 그럼에도, 전 세계 102개 국가에서 동일한 조건으로 시행된 이 결과를 무턱대고 부정할 수는 없다. 이렇게 해서 ADL의 조사 이후, 대한민국은 ‘객관적으로’ 반유대주의 국가가 되어버렸다(필자는 이 결과의 타당성을 검증하기 위해 두 차례 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는 곧 유력 학술지에 게재될 것이다.)결코 가볍지 않은 대기업의 실책ADL의 조사 결과는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의 행동과 결합되어 해외에서 더 무겁게 받아들여졌다. 예를 들어 ‘포춘’은 삼성물산 홈페이지에 게재된 카툰을 문제 삼았다. 제일모직과의 합병을 놓고 삼성물산과 대립하던 엘리엇 그룹의 대표 폴 싱어를 ‘vulture man’으로 묘사했다는 것이다. 이 단어는 독수리를 지칭하지만, 동시에 ‘남의 불행을 이용해먹는 자’라는 의미도 있다. ‘포춘’을 비롯한 해외 언론은 싱어를 기업폭력배로 묘사한 이 카툰을 반유대주의의 전형으로 묘사했다. 이에 삼성물산은 문제의 카툰을 삭제했다. 그러나 여진은 아직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필자가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글로벌 기업이 이렇게 거칠게 대응한 점이다. ‘워싱턴 포스트’는 이 카툰에서 독수리의 매부리코 형상을 문제 삼았다. 왜일까? 매부리코는 유대인의 부정적 상징이기 때문이다. ‘돈만 아는 이기적 유대인’의 이미지는 2천 년간 서구에서 확산되었던 반유대주의의 핵심 요소다. 나치의 포스터에 단골처럼 등장하는 바로 그 이미지다.역사를 알아야 보이는 서구문화의 코드, 반유대주의1945년 나치 독일의 패망 후 나치당의 본산 뉘른베르크에서 전범재판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반유대주의는 반인도주의의대명사가 되었다. 그 후 600만 유대인의 목숨을 앗아간 홀로코스트는 제노사이드 범죄의 전형이 되었다. 제노사이드는 국가의 최고 지도자까지도 헤이그 국제형사재판소(ICC) 법정에 세울 수 있는 중범죄다. 반인도 범죄와 제노사이드 범죄의 배후에는 거의 예외 없이 인종주의가 있다. 현재 서구사회에서 반유대주의는 인종주의의 가장 극악한 사례로 인식된다.이런 맥락에 유의하면, 유대인의 부정적 이미지를 공개석상에서 언급할 수 없다. ‘매부리코’와 ‘탐욕’을 아무 생각 없이 유대인과 연결하는 것도 이제는 용납되기 어렵다. 엄청난 화를 초래하는 일이다.셰익스피어의 작품 중에 『베니스의 상인』이 있다. 여기서 샤일록이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돈에 관한 한 인정사정없는 악역의 전형이다. 이 때문에 셰익스피어가 반유대주의자로 비난받기도 한다. 이 작품은 홀로코스트 훨씬 전에 쓰였다. 요즘같았으면 평지풍파를 불러일으켰을 것이다. 홀로코스트 이후에는 모든 것이 바뀌었다. 한 때 쌍용이 사용했던 로고도 사용하기 어렵다. SS는 나치 친위대의 약어이기 때문이다. 세상이 바뀌어 이제는 『베니스의 상인』도 잘 읽히지 않는다. 대신 『안네의 일기』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루스벨트 전 미국 대통령의 부인 엘리노어 여사는 이 책을 평화와 인권 교과서로 찬미했다.이처럼 서구 사회를 상대하는 글로벌 경영에서 유념해야 할 코드들은 여럿 있다. 적극 활용해야 할 것도 있지만, 조심해야 할 것도 있다. 후자 가운데 가장 신경 써야 할 것이 바로 반유대주의다. 서구인들은 반유대주의가 유대인에 국한된 정서가 아니라고 믿기 때문이다. 맞는 얘기다. 유대인에 대한 편견을 표출하는 사람이 ‘우리’ 외의 다른 인종에 대해서 관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태도는 여성과 노인, 이주민과 난민을 가리지 않고 모든 약자에게 모질게 발휘된다. 그래서 서구 사회는 이 모든 것에 대해 경계할 것을 요구한다. 오랜 역사의 경험에서다. 반유대주의는 개인의 인권과 집단 평화를 파괴하는 음험한 움직임으로 낙인찍힌 지 오래다. 이런 서구 사회의 경험적 합의를 모른 채, 글로벌 경영이 가능할 수 있을까?최호근 교수고려대학교에서 학부와 석사 과정을 마친 후 독일 빌레펠트 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인권과 평화, 기억과 기념에 관한 국제 비교연구를 오랫동안 수행해왔다. 교육을 통해 세상을 바꾸어갈 수 있다는 믿음에서 정부와 공공기관의 다양한 교육사업 기획에 참여하고 있다. 대표 저서로 『제노사이드』, 『독일의 역사교육』, 『기념의 미래』가 있다.
-
[안성진 교수] AI 사회와 윤리: AI에 대한 걱정
인공지능의 발전은 우리 사회에 기대와 우려를 가져다주고 있다. 인공지능은 인간의 지적 능력을 프로그램화하여 업무의 생산성을 올리고 감성까지 코딩하면서 생활 깊숙이 들어오고 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따라 방대한 양의 빅데이터가 생성되고 있으며, 인공지능은 이를 학습함으로써 놀라울 정도로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인공지능은 데이터 편식에 따른 편견과 공정성 시비 발생, 의사결정 과정과 그 결과에 대한 신뢰성 측면에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이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인공지능 생태계의 발전은 요원할 것이다. 이제 인공지능 개발 과정에서 최소한의 원칙과 윤리를 고민할 때가 왔다.---인공지능은 우리 사회에 많은 변화를 가져다주고 있고, 앞으로는 더욱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 컴퓨터라는 도구는 단순한 계산에서 시작하여 업무의 생산성을 올리고 정확성을 높이는데 많은 기여를 해왔다. 특히 컴퓨터에게 지시하여 일하게 만드는 소프트웨어의 능력이 재평가되면서 인공지능의 무한한 가능성은 이미 예견되었었다. 사실 소프트웨어는 사람이 지시하는 일만 하기 때문에 어떻게 일을 시킬 것인가를 프로그램화하는 작업이 중요했다. 잘 만들어진 프로그램과 그렇지 못한 프로그램은 생산성 차이가 크게 나서 프로그램을 잘 만드는 사람에게는 상당한 수준의 전문성이 요구된다. 이러한 전문성은 갑자기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에 어려서부터 받는 교육이 중요한 요소이기도 했다. 사실 소프트웨어 교육이 주목을 받았던 가장 큰 요인은 컴퓨터과학이라는 전문분야 외에 소프트웨어 활용이 넓어지기 시작한 시대적 변화다. 인문, 사회과학, 공학, 자연과학, 의학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소프트웨어를 잘 사용하는 것이 자신의 전문성을 발전시키는 중요한 요인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컴퓨터과학 전공자 외에 다른 분야의 사람들이 많이들 소프트웨어를 배우게 되었다.이렇듯 소프트웨어를 잘 다루는 사람이많아지면서 인간의 사고 과정을 프로그램화하는, 즉 소프트웨어로 만드는 것에대한 필요성이 생기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단순한 일만 하는 프로그램을 사람처럼 좀 똑똑하게 일하게 할 수는 없을까?’ 라는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소프트웨어가 어느 정도는 자율성을 갖고 일을 처리한다면 인간의 생산성이 더욱 올라갈것이라는 기대도 생기게 되었다. 더 나아가 소프트웨어가 일반인을 넘어 특정 분야의 전문가 수준으로 사람의 역량을 대체할 수 있다면 정말 획기적인 일이 될것이라는 생각도 팽배해지기 시작했다. 언급한 일들은 실제로 발생하기 시작했다. 2011년 IBM의 인공지능 ‘왓슨’이 미국의 텔레비전 퀴즈 쇼 ‘제퍼디’의 가장 긴 챔피언 보유자였던 켄 제닝스와 대결하여 승리한 것이다. 이때 놀라웠던 것은 일상적인 대화 형태의 질문에 컴퓨터가 대답했다는 것이었다. 이어서 2016년에는 구글의 ‘알파고’가 이세돌 바둑기사와의 대국에서 4:1로 승리하면서 인공지능은 급격하게 주목받게 되었다. 이후에도 자율주행 자동차의 급격한 성장과 대중화, 패턴 인식, 음성 합성 등 여러 분야에서 인공지능의 가능성이 입증되기 시작했다. 이제 우리 주변에서 인공지능이 탑재된 기기들을 많이 접할 수 있다. 그러나 인공지능의 기능이 전문가 수준까지 올라오면서 희망과 걱정이 동시에 생기기 시작했다.사람은 지식과 경험을 쌓으면서 그 전문성을 완성해 나간다. 인공지능은 데이터로부터 학습하면서 이와 유사한 과정을 거치게 된다. 하지만 이 부분에 여러 이슈와 논쟁이 끊이질 않고 있다. 가장 큰 걱정은 인공지능이 학습하는 데이터에 대한 것이다. 부적절한 데이터로 학습한 인공지능은 잘못된 결정을 내릴 수 있다. 다시 말해 편견이 들어간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뿐만 아니라 의도는 그렇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불공정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 따라서 공정하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철학적인 논쟁이 있을 수 있고, 사회적인 통념에 비추어 의도하지 않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 미국 일부 주에서 사용하는 ‘컴파스(COMPAS)’는 재범 가능성을 예측하는 시스템으로 판사가 형량을 선고하거나 가석방을 결정하는 일을 보조하는 수단으로 사용된다. 이 시스템의 예측 결과와 실제 재범 여부를 조사한 결과 흑인과 백인을 차별하는 결과가 나온다고 주장하는 사례가 있었다. 이외에도 인공지능이 잘못된 데이터를 학습하여 잘못된 결과에 이르는 사례는 흔하게 발견되고 있다. 최근 논란을 낳은 AI 챗봇 ‘이루다’의 경우도 결국 데이터의 문제다. 어떤 이들은 인간이 편향적이기 때문에 인간에 의해 생성된 데이터도 편향적이라고 지적한다. 그들은 인공지능이 편견을 갖게 되는 이유는 편견을 가진 사람들이 제공한 데이터에 기초하여 학습했기 때문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인공지능은 사례로부터 학습해서 다뤄본 적 없는 상황에서 일반화 작업을 진행한다. 따라서 인공지능이 사용하는 데이터를 누가 제공하는가는 아주 중요한 이슈가 된다.인공지능에 대한 또 다른 걱정은 기술에 대한 신뢰성 부분이다. 인공지능이 내린 의사결정이 어떻게 내려진 건지 몰라도 되는가? 인공지능이 내린 의사결정이 맞기는 한 건가? 즉, 과정과 결과에 대한 신뢰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2019년 미국 뉴저지에서 사용하는 용의자 추적용 안면인식 소프트웨어는 비슷한 얼굴의 일반인을 용의자로 지목하여 그 사람이 억울하게 체포되는 일이 있었다. 피해자는 10일 동안이나 감옥에 수감되어 있었고, 최종적으로 증거불충분으로 결론지어졌다. 높은 인식률을 자랑하는 이 시스템은 용의자 체포에 많은 기여를 하였기 때문에 경관에게 절대적인 신뢰를 받았던 것 같다. 과연 이 경우는 안면인식 시스템의 잘못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경관의 잘못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인가? 그 반대의 경우가 발생하여 중요한 용의자를 놓친다면 누구의 잘못이라고 볼 수 있는가? 해당 사례는 인공지능의 결정을 우리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아울러 의사결정 과정을 공개하는 것도 중요하다. 특정 기업이나 기관에서 인공지능이 의사결정에 관여한다면 왜곡된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이러한 연유로 설명 가능성이나 투명성이 중요한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가 식료품을 고를 때 어떤 성분이 포함되어 있는지 살펴보고 선택하듯, 인공지능이 탑재된 시스템에 투명성을 제공하는것은 주요한 요소다. 또한, 어떠한 과정을 거쳐서 혹은 어떤 데이터를 학습하여 그러한 의사결정을 했는지 분석하는 일도 빼놓을 수 없다."인공지능은 수많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학습한다.그래서 데이터 편식에 따른 편견과 공정성,의사결정 과정과 결과에 대한 신뢰성에서 문제가 발생한다.그에 따라 인간은 인공지능 활용에 대한 원칙을 세워야 한다."그런가 하면 조금 먼 이야기지만 초지능을 갖춘 인공지능의 출현도 걱정된다. 인간의 지적 수준을 월등히 뛰어넘는 초지능의 출현은 생명과 인간의 역할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과 같은 숙제를 안겨줄 수 있다. 하지만 인공지능 전문가들은 대체로 염려할 필요가 없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어떤 전문가들은 현재의 인공지능 기술 수준으로는 어림없는, 그저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나오는 이야기라고 치부하기도 한다. 오히려 국가적으로 인공지능 분야에 투자하고 연구개발에 몰두할 시기에 인공지능 윤리에 대한 논의가 자칫 이에 대한 위축으로 이어질까 염려하는 사람들도 있다. 지금의 기술 수준으로는 이러한 논의는 그저 가십거리에 불과한 것도 사실이다. 헌데 왠지 영화에나 나오던 일들이 속속 나타나는 현실을 보면, 지금은 어렵더라도 언젠가는 초지능 인공지능이 나타날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어찌 보면 우리는 인공지능에 모든 인간의 가치관을 만족하는 절대적인 선을 요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인간은 그러지 못하면서 인공지능은 그래야 하는 모순된 태도를 보이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연구개발은 지속해서 이뤄지고 있고, 인공지능은 점점 높은 수준으로 가고 있어서, 최소한의 원칙은 세워야 할 것 같다. 그것마저 하지 않는다면 어떤 인공지능이 개발되어 출현할지 모르기 때문이다.안성진 교수성균관대학교 사범대학 컴퓨터교육과 교수. 공학박사로서 성균관대학교 입학처장, 사범대학 학장, 교육대학원 원장, 교육연구소 소장 등을 역임했다. 정보통신기술사 자격을 보유하고 있는 연구자이면서 SW와 AI 교육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컴퓨터처럼 생각하기』, 『정보통신배움터』, 『경영 빅데이터 분석』, 『인터넷 윤리』, 『연구보안론』 등이 있다.
-
[진규동 소장] 새로운 시대적 가치 창출 ‘다산정신’
다산정신의 현대적 가치는 인간이 삶의 주체라는 관점을 바탕으로 인간의 내면성과 사회의 관계성을 아우르는 데 있다. 다산정신은 비판적 사고가 기반이며 궁극적으로 자아실현과 자기이해를 돕는다. 이는 보다 사람다운 삶을 가능하게 한다. 결국 다산정신을 통해 자신이 처한 현실을 보다 냉철하게 분석하고 이해함으로써 더욱 나은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게 된다. 아울러 다산정신은 사회가 지닌 각종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있어 과학이나 경제 논리가 아닌 새로운 해결책을 모색한다. 이러한 모색의 궁극적 목적은 수준 높은 정신적, 문화적 삶을 영위하며 얻는 풍요로움이다. 따라서 다산정신은 단순한 이론과 관념이 아닌 실용과 실천 측면으로 조명돼야 한다.---"정약용이 생애에 걸쳐 강조한‘나라다운 나라, 백성이 주인 되는 세상’은사람다움의 가치를 잃어가는현대사회에 절실한 시대정신이다."새로운 사회적 가치와 ‘다산정신’ 클라우스 슈밥 세계경제포럼 회장은 저서 『제4차 산업혁명』에서 4차 산업혁명시대에 필요한 것은 인간의 정신, 마음, 영혼, 몸이라고 하였다. 한마디로 인간이 인간다워야 4차 산업혁명시대에서성공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슈밥이 2016년에 주장한 4차 산업혁명시대의 필요역량을 다산 정약용은 이미 200여 년 전에 600여권을 저술하며 완성한 ‘다산학’에서 언급했다. 그는 스스로의 인격을 닦고, 사회적 활동을 한다는 의미를 지닌 수기치인修己治人의 정신과 마음, 그리고 영혼과 몸에 대한 지혜를 실천적 저술을 통하여 후세에 남겼다.특히, 정약용은 4서 6경의 ‘경학經學’을 해석하며 마음의 밭을 가꾸어 자기 자신을 가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정약용은 『경세유포經世遺表』, 『목민심서牧民心書』, 『흠흠신서欽欽新書』로 풀어낸 ‘경세학經世學’을 통해 나라를 개혁하고, 목민관들이 실질적으로 현장에서 백성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며, 살인사건은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에 대한 매뉴얼도 만들었다. 정약용은 이러한 과정에서 무엇보다 백성을 중심에 뒀다. 다산정신의 핵심인 주인정신이 반영된 것이다. 그는 백성이 백성답게 살아가도록 피폐한 제도를 개혁해야 하는 목민관의 역할을 강조하였다. 정약용은 관료생활은 물론 18년에 이르는 유배생활에서도 나라와 백성을 위한 일념으로 자신을 낮추고 백성들은 지배의 대상이 아니라 섬김의 대상이라고 주장하였다.필자는 다산정신에 대한 논문을 작성하며 정약용의 ‘다산학’을 바탕으로 ‘위국애민정신에서 드러나는 소통, 청렴, 공정, 탐구, 창조, 개혁’을 다산정신으로 정의하였다. 가장 한국적이라고 할 수 있는 다산정신이 미래 대한민국의 새로운 시대정신으로 재조명되어 K-Sprit(한국정신)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그 이유는 ‘나라다운 나라, 백성이 주인 되는 세상’이라는 비전을 제시했고, 피폐한 조선의 개혁을 추진하고 제안한 정약용의 실천적 메시지가 급변하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절실한시대적 정신이기 때문이다."우리의 것을 바탕으로 창의성을 더해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미래를 위한 변화와 혁신의 시작이다.이는 가장 한국적인 ‘다산정신’의 본질이다."최진석 서강대학교 철학과 명예교수는저서 『탁월한 사유의 시선』에서 ‘생각의높이가 시선의 높이를 결정하고, 시선의 높이가 활동의 높이를 결정하며, 활동의 높이가 삶의 수준을 결정한다’라고 말했다. 그런 만큼 다산정신은 대한민국의 위상을 세계적으로 높일 수 있을 것이다.팬데믹 시대를 위한 정신과 가치아무리 성인聖人이라 하더라도 천 명이나 만 명의 사람이 함께 의논한 것을 당해낼 수 없고, 아무리 성인이라 하더라도 하루아침에 그 아름다운 덕德을 모조리 갖출 수는 없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이 많이 모일수록 그 기예技藝가 정교하게 되고,세대世代가 아래로 내려올수록 그 기예가더욱 공교하게 되니, 이는 사세가 그렇지않을 수 없는 것이다.기예론 『다산시문집』 제11권 논 技藝論 『茶山詩文集』 第十一卷 論 코로나19로 인류는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한 일을 겪고 있다. 인류 역사상 한순간에 이처럼 위협적인 상황을 맞이한 적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이다. 그동안 인류는 첨단 기술의 개발과 활용으로 경제적인 부를 이뤘고, 높은 삶의 질도 영위할 수 있었다. 그러나 문명을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심각한 환경 파괴를 일으켰고, 이로 인해 각종 전염병이 발생했으며, 코로나19라는 거대한 재앙이 찾아왔다. 코로나19로 우리의 일상은 급격하게 변했다. 일상이 바뀌면 인간의 욕망도 바뀌어야 한다.팬데믹 시대에서 우리의 정신과 사회적 가치를 새롭게 창출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물질적 경제생활과 정신적 도덕문화의 조화를 추구함으로써 균형 있는 가치관을 제시한 다산정신은 미래를 준비하는 대한민국이 이상적인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게 해 줄 것이다. 정약용은 고리타분한 과거에 얽매이지 않았다. 그는 우리의 전통사상을 창의적으로 해석하는 동시에 동서양 사상의 폭넓은 융합을 도모하며 미래의 방향을 제시했다. 그래서 우리는 다산정신에 담겨 있는 현대적 가치를 바탕으로 ‘앞으로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를 고민하며 다산정신의 다양한 사례를 조명하고, 이를 활용해서 진정한 사회의 공동체 가치로 승화시켜야 한다.코로나19가 세계를 하루아침에 흔들어대는 상황에서 우리는 이제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서로 소통해야 하며, 공정한 룰을 통해서 학습하고 창의적인 방안을 도출하여 새롭게 변화해야만 한다. 그 변화의 변곡점에서 과연 무엇을 선택하여야 할 것인가는 오롯이 우리의 몫이다.최근 영화계의 노벨상이라는 아카데미상을 휩쓴 세계적 영화감독인 봉준호의 수상 소감은 큰 화제를 모았다. 그는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라고 말했다. 바꿔 말하면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 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오늘날 세계적으로 가치를 인정 받고 있는 K-Pop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우리의 것을 바탕으로 창의성을 발휘해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내는 것, 이것이 4차 산업혁명시대에서 새로운 미래를 향한 변화와 혁신을 아우르는 정신이다. 그것은 바로 가장 한국적인 다산정신에서 시작된다. 따라서 현대인들은 다산정신의 본질을 탐구해서 지혜를 얻어야 한다.
-
[구정모 교수] 유가儒家가 제안한 구성원 성과관리 실행
구성원 성과관리(이하 성과관리)란 개인에게 부여된 목표달성을 관리하는 과정으로 평가·보상·육성을 운영하는 기제다. 미국의 유력 일간지 워싱턴 포스트는 포춘 500대 기업 중 약 10%가 구성원 간 경쟁을 자극하는 성과관리를 폐기했거나 개선 중이라고 전했는데, 우리나라 기업도 이 추세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 같다. 그래서 협력과 협업, 역할과 책임을 토대로 개인의 실력과 성과에 집중하는 성과관리 실행이 확대되고 있다. 다만 이러한 성과관리 변화의 배경과 이유(rationale)에 관한 논의는 비교적 활발하게 이루어지지 않아 왔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듯이 사람 관리와 육성에 관한 동양사상의 원류에서 그 실마리를 찾아보았다.---서구사상 중심의 성과관리 실행1800년대 중반에 찰스 다윈(Charles Darwin)은 적자생존(The Survival of the Fittest) 개념을 발표했다. 1900년대 초에는 이탈리아의 경제학자 빌프레도 파레토(Vilfredo Pareto)가 어느 집단이든 상위 20%가 집단 전체의 성장을 이끈다는 파레토 법칙(Pareto‘s Law)을 제시했다. 다윈과 파레토의 주장은 집단 구성원의 상대적인 우월과 열위를 강조하며, 현대 기업조직 인사관리 실행의 이론적 토대가 되었다. GE의 경우 수십 년에 걸쳐파레토 법칙을 적용한 활력곡선(vitality curve) 기반의 인사제도를 운영하기도 했다.지금의 경영환경에서는 과도한 경쟁을 유발할 가능성이 큰 구성원 간의 우열과 서열보다 융합, 창의적 사고, 실행을 강조하는 성과관리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동서양 기업에서 동시에 관찰되는 성과관리 변화는 축적된 지식과 기술로 성과를 내는 방식에서 다양한 분야의 지식과 기술의 융합을 강조하는 산업구조 재편과 무관하지 않다. 따라서 프레데릭 테일러(Frederick. W. Taylor)의과학적 관리 원칙(Principles of Scientific Management)에서 개시된 오늘날 기업의 성과관리에 대한 보다 다각적인 논의가 요구된다고 볼 수 있다.동양사상에서 바라보는 사람 관리와 육성동양철학의 발원지인 중국에서 사람관리에 관한 논의는 전국시대(BC 403-BC 221년)에 본격화됐다. 당시 중국은 정치적으로 안정된 7대 강국 체제였는데, 공자孔子의 제자인 순자荀子를 중심으로 한 법가사상法家思想이 국가운영의 사상적 토대가 되어 지배사상으로 자리 잡았다. 법가는 법치주의에 입각한 경쟁과 공과功過에 따른 배분을 중시하였다. 법과 질서를 바탕으로 사회와 조직에 기여하는 정도에 따른 차등적 상벌을 강조한 것이다. 법가사상은 현대 기업조직에서 동일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부여된 성과목표 달성 정도에 따라 차등적인 보상을 부여하는 성과주의 인사관리 철학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그러나 지배사상이던 법가에 도전한 사람이 있었다. 바로 유가사상儒家思想을 대표하는 맹자(孟子, BC 372-BC 289년 추정)다. 그는 법가가 지배계층 편향적이며 법률에 지나치게 의존한다는 점에서 사회적 부작용이 크며, 인仁과 의義를 바탕으로 사람의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우리가 맹자의 말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정치, 경제, 교육, 문화, 그리고 오늘날의 경영 분야까지 통찰한 방대한 가르침에 있다. 맹자의 제자인 공손추公孫丑는 스승의 가르침을 책으로 엮었는데, 그것이 대표적인 유교경전인 『맹자孟子』다. 여기서는 『맹자孟子』의 사람 관리와 육성에 관한 내용 중 오늘날 기업의 성과관리와 관련된 부분을 찾아보았다.성과관리와 육성에 관한 맹자의 생각사람이라면 누구나 어진 본성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은 바로 다른 사람을 늘 안쓰럽게 여기고 도움을 주려하는 마음이다惻隱之心 仁之端也, 유리한 시기는 유리한 지형에 미치지 못하고, 유리한 지형은 사람들 간에 서로 도와주고 화합하는 것에 미치지 못한다天時不如地利, 地利不如人和.- 『맹자孟子』 공손추公孫丑편 -맹자는 사람은 누구나 타인을 돕고자 하며 능력이 부족한 타인을 돕지 않으면 자신과 조직을 해치는 일이라고 하였다. 그의 사상은 협력과 협업을 사회적 가치 관점에서 설명한다는 점에서 자발적으로 동료와 협력하는 행동을 강조하는 조직시민행동(Organizational Citizenship Behavior, 이하 OCB)의 개념과 맞닿아 있다. OCB는 이타심, 공정심, 예의, 공익행동으로 설명된다. OCB가 높은 사람은 조직의 성장을 위해 늘 솔선수범하고 동료와 협력한다. 그래서 많은 기업에서 구성원 성과관리 지표 중 하나를 공통역량 관점에서의 OCB로 설정하고 있다.현대인의 병폐는 부여된 소임을 이행하지 않은 채 남에게 참견하는 것이며, 자신에게 관대하면서 남에게 엄격한 기준을 들이대는 것이다人病舍, 其田而芸人之田, 所求斺人者重, 而所以自任者輕 .- 『맹자孟子』 진심盡心편 -세상에 나의 일을 대신할 사람은 없으므로 자기 역할을 직접 완수하는 것이 도리다如欲治平天下, 夫黨今之世, 舍我其誰.- 『맹자孟子』 공손추公孫丑편 -맹자는 지배집단이 책무를 다하고 개인이 소임을 다할 때 비로소 조직이 운영된다고 하며, 구성원에게 부여된 역할과책임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최근 일본기업에는 역할급 도입이 확대되고 있다.역할급은 일에 대한 역할과 책임 수준을토대로 역할의 등급을 설정하고 그에 따라 보상을 차등 부여하는 임금체계다.우리나라 기업에서도 구성원의 직급 수를 줄이거나 통합하는 과정에서 개인의역할과 책임 수준이 새로운 직급체계에반영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이는사람의 역할과 책임의 중요성을 강조한 맹자의 가르침이 역할중심(Role-based) 인사관리 실행의 이론적 토대로도 해석 가능한 이유다.사람이 학습하고 배우려 하는 것은 세상의 이치를 체득하기 위함이다君子深造之以道 慾其自得之也. 인품이 훌륭한 사람은 그렇지 못한 사람을 보듬어야 하고, 뛰어난 능력을 보유한 사람은 그렇지 못한 사람을 가르쳐야 하는 것이 세상에 태어난 사람의 도리다中也養不中 才也養不才.- 『맹자孟子』 이루離婁편 -"역사상 최초로 교육敎育 용어를 만든 맹자는학습은 세상의 이치를 체득하는 방법이며,인재를 찾아서 교육하는 것은인생의 즐거움이라고 강조했다."인재를 찾아 교육하는 것이 인생의 즐거움(得天下 英材而敎育之 三樂也: 득천하 영재이교육지 삼락야)이라고 생각한 맹자는 역사상 최초로 교육敎育이란 용어를 만든 학자다. 그의 생각은 오늘날 무형식 학습(informal learning) 개념으로 이어진다. 이는 성인교육의 철학인 안드라고지(andragogy)로도 설명이 가능하다. 안드라고지는 일방향적 페다고지(pedagogy)에서 벗어나 자발적 학습을 바탕으로 하는 문제해결 과정과 협력을 중시하는 상호학습을 강조한다. 맹자의 사상이 Google이 채택한 자발적 학습과 상호학습 위주의 개별화된 인재육성(personalized HRD)에서도 관찰되는 점은 흥미롭기까지 하다.맹자의 사상이 기업 경영자에게 주는 메시지맹자의 사상은 지금의 시각에서도 실천적인데, 당대에는 매우 진보적인 주장으로 받아들여졌을 것이다. 그의 협력과 협업, 역할과 책임, 자발적 학습에 관한 생각은 기업이 추구하는 조직 구성원에 대한 성과관리의 방향성과 놀랄 만큼 유사하다. 정치, 경제, 교육, 문화를 통찰한 고대의 한 사상가의 가르침이 오늘날 기업경영의 착안점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시대와 장소가 달라져도 인간의 정신은 변하지 않는 것인가. 맹자의 주장은 올바른 사람 관리와 육성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는 오늘날 기업 경영자에게 울리고 있는 비상벨(alarm bell)이다. 조직 구성원에 대한 기술적인(technical) 접근보다 진실한 정성과 관심을 품은 본원적인(original) 접근이 요구된다는 완곡한 경고로 말이다.구정모 교수목원대학교 경영학과 인사조직 전공 교수. 목원대학교 취업진로센터 센터장으로 활동 중이다. 삼성SDS, 아시아나항공, SK플래닛에서 HR 업무를 경험했으며, 중앙대학교 인적자원개발 대학원에서 HRD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인사관리, 성과관리(평가, 보상, 육성), 임금체계, 조직문화를 중심으로 다각적 연구와 학회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
[김성일 교수] 마음을 움직이는 세 가지 축
컴퓨터 게임에 중독된 사람, 생면부지의 타인에게 자신의 장기를 이식해 주는 사람, 티베트 고산지대를 1년 동안 오체투지로 성지순례 하는 사람 등을 보면 인간의 동기는 참으로 다양하다. 동기가 유발된 대상과 행동은 지극히 개인적인 차원이라 일견 다양해 보이지만, 동기가 발생하는 과정을 살펴보면 몇 가지 공통 기제가 작동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간은 쾌감, 가치, 목표를 토대로 계산되는 비용-편익 분석의 결과로 움직인다.---대학시절 친구들 중 P는 카사노바의 환생인 듯했고, V는 넬슨 만델라처럼 보였으며, G는 사촌 형 같았다. P는 세상의 모든 쾌락을 다 경험해 보고 죽자는 각오였고, V는 민주화를 위해 일생을 바칠 기세였으며, G는 불철주야 고시공부에 목숨을 걸었다. 각각 쾌락, 가치, 목표를 추구하는 청춘이었다.한 개체가 생존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자신을 둘러싼 불확실한 환경을 예측하여 통제해야 한다. 예측이 맞으면 쾌감이라는 보상이 주어져 행동이 강화되지만, 예측이 어긋나면 탐색과 학습이 일어난다. 그 결과 인간의 뇌는 패턴을 추구하여 의미를 창조하는 예측기계로 진화했다. 정확한 예측을 바탕으로 환경을 효율적으로 다루게 되면, 환경을 자신의 통제 하에 둘 수 있다는 주체성(agency)이 생긴다. 마치 사랑이 번식 욕구가 낳은 부산물인 것처럼, 만족감과 주체성 역시 예측의 정확성을 높여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부산물에 불과하다. 어쨌든 인간은 쾌감이 예상되고 자신이 통제할 수 있다는 기대가 높으면 접근하도록 설계되어 있다.동기는 직접적인 관찰이 어려워 행동의 선택과 지속 여부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동기 연구자들은 특정 행동이 자주 선택되고 오래 지속되면 동기가 유발된 것으로 간주한다. 어떤 행위에 어느 정도의 에너지를 얼마나 오래동안 투입할 것인지는 개인의 주관적 비용-편익 분석에 의해 결정된다. 편익에는 쾌감(만족), (효용)가치, 목표라는 세가지 차원의 값이 있으며, 비용에는 시간, 노력, 정서비용, 기회비용 등이 포함된다. 이때 이득의 값이 비용의 값보다크면, 접근(노력 투입)하고, 반대로 비용의 값이 가치의 값보다 크면, 회피(노력절감)한다. 선택 옵션이 여러 개인 경우에는 비용-편익 분석 결과 가장 가치가높은 옵션을 선택한다. 물론 이 계산 과정은 무의식적이고 비합리적이기도 하다.만족을 좇아서인간 행동의 가장 단순하고도 보편적인 원칙은 쾌락원칙이다. 우리는 모두 쾌락 추구자인 동시에 고통 회피자다. 먹이를 찾아 나서지만, 먹이가 되는 상황은 피하려 한다. 동기의 가장 강력한 예측인자는 보상이 주는 쾌감, 즐거움, 만족이다. 쾌감은 어김없이 우리의 행동을 자극한다. 우리에게 즐거움과 만족을 주는 대상들은 초콜릿, 돈, 친구, 정보, 예술, 명상, 이타적 행동에 이르기까지 그 폭이 무척 다양하다. 감각적 쾌감뿐만 아니라 인지적 호기심, 사회적 유대감, 비례와 균형의 심미적 쾌감 모두 만족을느끼게 하여 접근 행동을 유도한다.좋아하는 대상을 원하는 것은 당연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 둘을 담당하는 신경회로는 별개다. 원함(wanting)은 뇌의 측핵 주변의 도파민 계열이, 좋아함(liking)은 측핵 중심부의 오피오이드나 카나비노이드 계열이 관여한다. 따라서 원함은 갈망이나 추구와 같은 보상에 대한 기대에서 비롯되는 노력이나 접근 행동과 관련이 깊다. 반면 좋아함은 정서적인 만족 경험 자체이므로 더 이상 갈망하거나 추구하지 않는 상태를 의미한다. 그런 의미에서 극도의 좋아함은 더 이상 원함이 없는 상태다. 좋아함은 소비행동의 결과지만, 원함은 동기행동이다. 좋아함 없는 원함은 중독이고, 원함 없는 좋아함은 무기력이다.가치를 추구하러빗방울, 구리 주전자, 야생 거위, 하얀 겨울….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주인공 마리아의 좋아하는 것들(가치) 목록이다. 가치는 바람직한 정도를 말하며, 조건화된 쾌감이다. 이전에는 아무런 쾌감을 불러일으키지 않았던 중립 자극이 쾌감과 연합되면 가치를 획득하게 된다. 가령, 동료의 어려움을 경청했더니 절친한 관계로 발전했다거나, 구성원을 공정하게 대한 상사가 존경을 받는다면, 타인에 대한 공감과 공정함이 연합적 가치를 획득하게 된 것이다. 만족이 크고 빈번할수록 연합되는 가치의 값도 커진다. 개인의 가치 목록에는 단순선호도에서부터 정의와 환경보호와 같은 추상적 가치가 공존한다. 누구나 가치있는 일, 의미 있고 유용한 일을 하려고 한다.분명한 개인적 목표가 있을 때 수단적 가치는 뚜렷해지며, 목표가 강력할수록 가치도 커진다.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 안다는 것은 목표가 명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느 날 갑자기 소믈리에가 되거나 북극곰을 살리겠다는 목표가 생기지는 않는다. 개인의 효용가치 목록에서 상위에 속하는 것의 성공 가능성이 커지면서 목표가 된다. 기대와 가치가 없으면 목표도 없다.목표를 이루기 위해목표는 현재의 강력한 가치인 동시에 미래의 쾌감이다. 목표지향적 행동은 쾌감을 즉각적으로 수반하지는 않지만, 미래의 큰 만족을 예상하는 기쁨 때문에 유지된다. 뇌 영상 연구에 따르면, 보상을 받고 있거나 보상을 기대하는 경우, 뇌의 활성화 패턴에는 별 차이가 없다.부자나 훌륭한 부모가 되고자 하는 것은 목표가 아니다. 대신 10년에 1억을 모으거나 아이에게 자율성을 보장해 주는 부모가 되겠다는 것은 목표다. 목표의 위계를 정하고 구체적인 계획이 수반돼야 목표가 제대로 기능할 수 있다. 미래에 막연히 어떤 사람이 되고 싶거나 무엇을 가지고 싶은 것은 목표가 아니라 욕망이나 바람에 불과하다. 동일한 이유로 행복한 삶이나 워라밸 역시 인생의 목표가될 수 없다.아담의 후손인 우리의 인생은 온갖 유혹과의 끊임없는 투쟁이다. 달콤한 디저트, 현혹적인 광고, 2차 가자는 친구, 은밀한 이직 제안의 유혹에 때로는 이기지만, 자주 지기도 한다. 목표의 주된 기능은 우리를 각종 유혹에 저항하도록 하는 데 있다. 분명하고 강력한 목표는 기존의 가치체계를 재조정하여 행동의 우선순위를 바꾼다. 새롭게 형성된 목표와 관련된 행위와 대상의 가치는 급상승하는 반면, 목표와 연관성이 약한 것들의 가치는 저하된다. 가령, 결혼식에 예쁜 드레스를 입겠다는 목표가 있는 예비 신부에게는 각종 사교모임의 가치는 저하되지만, 운동이나 식단조절의 가치는 상승한다. 목표가 행동을 조절하는 것이다. 목표는 역동적으로 변한다. 비록 자주 바뀔지언정 매 순간 목표가 있어야 유혹을 극복할 수 있다. 조직도 마찬가지다. 단, 아주 먼 미래의 만족만 상상하다 보면 목표지향적 행동을 유지하기 어려우므로, 목표에 다가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도록 단기 목표 달성에 대한 보상이 있어야 한다."동기란 최적의 적응을 위해 만족, 가치, 목표를 토대로 비용-편익 분석하여,행동과 지속여부를 선택하는 의사결정 과정이다. 과거의 만족 경험, 이와 연합된 현재의 가치, 그리고 미래의 쾌감인 목표가 우리의 행동을 가이드한다."만족과 연합된 현재 가치와 미래 목표에 대한 기대가 우리의 행동을 가이드하고 결정한다. 그러나 가치와 목표도 모두 쾌감의 변형일 뿐이다. 코로나19가 정복되면, 참았던 해외 여행을 떠날 것인가? 미루었던 봉사활동에 적극 참여할 것인가? 무너진 몸 복구하기에 돌입할 것인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김성일 교수고려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한국교육심리학회와 한국인지과학회 회장 및 두뇌동기연구소(bMRI: Brain and Motivation Research Institute) 소장을 역임했다. 주로 흥미, 호기심 및 동기의 신경교육학적 기제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고려대학교 ‘석탑강의상’을 12년 연속 수상했으며, 주요 저서로는 『마음을 움직이는 뇌, 뇌를 움직이는 마음』, 『뇌로 통하다』, 『Recent Developments in Neuroscience Research on Human Motivation』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