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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생경영학교 나다움] 人生一生: 정심正心
벤자민 프랭클린(Benjamin Franklin, 1706-1790)은 미국의 정치가, 과학자, 저널리스트 등으로 활동한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인물 중 하나이다. 그는 자기계율을 통해 성공적인 삶을 살아가고자 부단히 노력했다. 실제로 그의 삶은 자신의 재능과 능력을 다해 이웃과 공동체를 위하여 심혈을 기울인 도덕적 모범으로 손꼽힌다. 그런 만큼 그의 발자취를 통해 자기계율의 위력을 조명하려 한다.---프랭클린은 미국 보스턴의 한 가난한 가정의 열 번째 아들로 태어났다. 당시 미국은 영국의 식민지 상태였으며, 그의 부모는 종교의 자유를 찾아 영국에서 이주한 사람들이다. 그의 아버지는 어린 프랭클린에게 여러 가지 교훈을 들려주었는데, 그중에서도 근면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가르침은 그의 마음속에 깊이 새겨져 일생을 두고 지켜 나가는 삶의 철학이 되었다. 프랭클린은 일곱 살 때에 라틴어 학교에 입학하여 1년 정도 공부했으나 대가족을 부양해야 했던 그의 아버지는 학비 때문에 그를 자퇴시키고 집안일을 거들게 하였다. 그는 형이 경영하는 인쇄소의 견습공이 되었지만, 형과 의견이 맞지 않아 혼자 필라델피아로 가서 인쇄소의 직공이 되었다. 1724년에 런던으로 가서 2년 만에 앞선 인쇄기술을 배워 가지고 돌아와서는 필라델피아에서 인쇄소를 경영하며 신문을 발행하였다. 프랭클린은 독서를 통하여 자신의 부족한 학력을 보완했고, 친구들과 함께 독서토론 클럽을 만들어 토론을 통해 지식을 넓혀 나갔다. 아울러 자연과학에 대한 그의 관심은 새로운 스토브(stove)의 개발과 번개의 성질연구에도 잘 나타나 있다. 또한 그는 공공사업에 대해서도 깊은 관심을 가지고 이웃사람들의 생활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거리에 가로등을 설치하여 밤길을 밝혔으며, 시의 야경방법을 바꾸어 혜택을 많이 입는 사람이 더 많은 경비를 부담하도록 하였다. 그리고 그는 소방조합을 만들어 화재에 신속히 대처하게 하였으며, 필라델피아 대학을 건립하고 미국철학협회를 창립하는 등 폭넓은 교육 및 문화 활동을 펼쳤다."벤자민 프랭클린은 원래 세속적인 사람이었으나그와 같은 성향을 스스로 극복하기 위해 철저히 노력했다.그는 절제, 침묵, 규율, 결단, 검약, 근면, 진실, 정의,중용, 청결, 침착, 순결, 겸양의 13덕목의 중요성을 깨닫고,이를 올곧게 실현하고자 세부적인 자기계율을 세우고 지켰다."이밖에도 그는 정치와 외교 분야에서도 많은 성과를 거두었다. 영국으로부터 자체 과세권을 획득하였고, 독립전쟁 때는 노령에도 불구하고 독립운동가의 한 사람으로서 활약하였으며, 토마스 제퍼슨(Thomas Jefferson)과 더불어 미국의 독립선언문 기초위원이었다.프랭클린은 신이 가장 좋아하는 봉사는 남에게 선을 베푸는 일이며, 모든 죄는 벌을 받고 덕행은 보답을 받는다는 것을 결코 의심하지 않았다. 도덕적으로 완전한 인간이 되고자 계획을 세웠던 그는 자신에게 필요하고 바람직하다고 생각되는 13덕목을 다졌다. 그것은 절제, 침묵, 규율, 결단, 검약, 근면, 진실, 정의, 중용, 청결, 침착, 순결, 겸양이다. 그는 13덕목을 바르게 지키기 위하여 각각의 덕목에 대해 몇 가지씩의 계율을 정하였다. 또, 조그마한 수첩을 만들어 매일 저녁에 그날 하루의 행동을 생각하고 각 계율과 관련하여 잘못한 것이 있으면 해당란에 까만 점을 찍도록 하였다. 이것을 꾸준히 해 나간 결과, 나중에는 점이 없는 날이 많아졌다. 이처럼 자신을 엄격하게 단련한 덕분에 그는 다른 사람들과의 대화에서 항상 자신을 낮출 줄 알았으며, 그에 대한 사람들의 신뢰와 존경은 높아져 갔다. 물론 그가 제안한 새로운 제도와 개혁안들이 때로는 반대에 부딪히기도 하였으나, 결국은 다수의 지지를 받아 실현을 보게 되었는데, 이것도 그가 평소에 쌓았던 좋은 습관 덕택이다.이제 프랭클린의 삶을 성찰하며 저마다의 자기계율을 세워보길 권유한다.일생경영학교 ‘나다움’사람의 일생에는 5가지의 과제와 5가지의 도리가 있다. 서양에서는 Mind, Self, Family, Work, Relation을 일생의 과제(Life 5 Tasks)라 하였으며, 동양에서는 仁, 義, 禮, 智, 信을 사람의 도리五常, 즉 일생에서 지켜야 할 사람의 5가지 덕목이라고 했다. 일생경영학교 ‘나다움’은 이상의 5가지 과제 및 도리를 바탕으로 품격 있는 인생을 살아가도록 안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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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대연 교수] 2021 HRD의 방향과 제언
코로나19가 아직도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상황에서 2021년을 맞이하였다. 코로나19는 HRD를 포함한 우리의 삶의 방식을 변화시켰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제 포스트 코로나19 시대를 준비해야 할 시점에 있다. 2020년에 들어서며 코로나19는 갑작스럽게 등장하였고 일순간 우리의 삶을 변화시켰으나, 코로나19 이후의 시대는 갑작스럽기보다 서서히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다. 따라서 2021년 HRD의 방향은 코로나19의 영향 속에서 논의될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시대의 언택트 환경은 우리 일터의 많은 부분들을 변화시켰다. 특히 스마트 워크의 확산으로 업무수행의 장소, 시간, 방법을 자유롭게 결정하는 등 구성원이 일하는 방식의 변화는 ‘비대면’, ‘쌍방향’, ‘실시간’을 중심으로 하여 HRD의 변화를 야기하였다. 결국 새로운 근무환경 속에서 구성원은 성과를 창출해야 하고, 함께 모일 수 없기에 코로나19 이전 조직 단위의 일사불란한 움직임보다는 팀 단위의 문화가 더욱 활성화되고 있다.그리고 코로나19 환경은 결국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가속화시켰으며, 이에 따라 조직경쟁력을 위해 구성원의 역량들을 새로운 환경에 맞게 리스킬링(reskilling)하고 업스킬링(upskilling)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 HRD의 화력이 집중되어야 한다. 그러나 언택트 환경에서 전통적인 HRD의역할은 한계가 있다. 현재 팀 단위의 문화와 개인 스스로 스마트하게 일하는 환경에서는 중간 리더들이 HRD의 지원을 받아 인재육성의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2021년 HRD는 그 어느 때보다 언택트의 독립적인 환경에서 자신 스스로에게 선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셀프 리더십을 포함해 다양한 리더십이 우선적으로 조명받을 것이다. 그 관점에서 다음과 같이 리더십, 또는 리더의 역할과 관련한이슈를 정리하였으니 들여다보면 유익할 것이다.첫째, ‘개별 맞춤형 학습지원을 통한 인재육성 리더십 강화’이다. 이제 AI를 통해 개별 구성원에 대한 이해가 심화될 것이며, 개별 맞춤형 학습과 코칭을 활용하여 업무상 문제해결을 지원하는 리더십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특히 리더는 끊임없이 민첩한 학습을 통해 정보와 지식을 구성원들에게 공유해야 한다. 둘째, ‘구성원의 안정감을 위해 리더의 공감능력이 필요’하다. 코로나19로 업무집중력이 감소하고 일과 가정의 경계가 모호해져서 피로감이 증가하는 실정이다. 따라서 배려, 친절, 공감의 인간중심적 리더가 더욱 필요하다. 셋째, ‘새로운 성과관리와 성과기여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다. 언택트 환경에서 근태가 블랙박스(blackbox)화 되고, 성과결과에 대한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다. 성과지향은 심리적 부담이므로 명료하고 강력한 목적을 구성원이 공유할 수 있도록 리더가 역할을 해야 한다. 넷째, ‘비대면 커뮤니케이션 활성화를 통한 신뢰 강화’이다. 자주, 짧은, 명확한, 쌍방향의 일관성 있는 의사소통을 통해 신뢰관계를 강화해야 한다. 다섯째, ‘완벽한 업무 파악과 필요 시 업무자료 검토 및 피드백 제공’이다. 구성원에게 자율성을 부여하고 간섭을 줄여야 한다. 언택트 환경에서 구속력과 강제력은 감소하지만, 리더의 업무전문성 강화를 통해 공정한 업무분배가 이루어져야 한다. 아울러 점검활동을 통해 적절한 피드백을 제공해야 한다. 여섯째, ‘절제된 도전의식의 고취’이다. 잠시 멈추고 숨을 고르자. 그리고 우선순위를 정하자. 불확실한 시대에도 도전은 필요하다. 단, 위기일수록 ‘small start!’ 해야 한다. 조대연 교수고려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고려대학교 HRD정책연구소장, (사)한국인력개발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HRD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국내외에서 많은 연구와 봉사를 리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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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웅 교수] 젊은 인재를 원한다면 일의 의미를 바로 세워야
‘욜로’. ‘소확행’. ‘워라밸’…… 요즘 청년들을 이해하기 위해 빼놓을 수 없는 단어들이다. 특히 소확행은 2018년 채용 포털 서비스인 인크루트가 실시한 설문에서 ‘올해의 유행어’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 단어들을 잘 들여다보면 청년들의 심리를 이해할 수 있다. ‘올지 안 올지 모르는 미래의 행복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누릴 수 있는 행복을 누리겠다(욜로). 그 행복이 소소하더라도 상관없다, 확실하게 누릴 수 있는 행복이라면(소확행). 그런 행복을 찾기 위해 일이 아닌 삶에 더 많은 시간을 쓰고 싶다(워라밸).’는 것이다. 그래서 요즘 청년들은 정시 퇴근이 보장되는 조직을 지향하고, 구성원들과의 회식을 지양한다. 이들은 왜 이러는 걸까? 포부가 없고 자기만 생각하며 살기 때문일까? 속단은 금물이다. ---부시맨의 존재를 세상에 처음 알린 로렌스 반 데어 포스트(Laurens van der Post)에 의하면 부시맨들에게는 두 가지 종류의 굶주림이 있다. ‘little hunger’와 ‘great hunger’가 그것이다. ‘little hunger’는 육체적으로 배가 고픈 것이고, ‘great hunger’는 삶의 의미를 갈구하는 것이다. 가난에서 벗어나 배부르고 등 따습게 사는 것이 급했던 기성세대에게는 ‘little hunger’를 없애는 것이 중요했지만, 요즘 청년들은 더 이상 ‘little hunger’ 로 고통받지 않는다. 그래서 이들의 ‘great hunger’에 대한 갈증은 기성세대보다 더 크다.문제는 삶의 의미에 대한 청년들의 갈증이 조직생활을 통해 해결되지 않는다는데 있다. 이 문제의 일차적인 원인은 잘못된 조직문화에 있다. 야근의 의미는자신이 맡은 일을 마무리하는 것이지,야근하는 상사의 기분을 맞춰주는 것이아니다. 회식의 의미는 함께 일하는 동료끼리 서로를 이해하고 인간적으로 교류하는 것이지, 외로운 상사의 술친구가되는 것이 아니다. 야근이 싫고 회식이싫은 게 아니라 이렇게 의미가 왜곡된야근과 회식이 싫은 것이다. 이러한 의미의 왜곡은 인재를 모으고 키우기 위해 반드시 사라져야 할 테지만,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의미의 부재이다. ‘왜 내가 이 일을 하는가?’에 대한 답변, 다시 말해 일의 의미가 무엇인지 잘 모른다는 것이다.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은데, 자신이 조직 내에서 하는 일에서 그 의미를 찾지 못하니, 일이 아닌 다른 곳에서 의미를 찾을 수밖에 없다. ‘욜로’, ‘소확행’, ‘워라밸’은 이런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결국 조직의 미래를 이끌어갈 인재를 원한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조직의 존재 이유를 바로 세우고 이를 구성원과 공유하는 것이다. 외국의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조직의 사명선언문(mission statement)을 몸으로 체감할 수 있는 언어로 작성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조직의 사명이 선명해야 그 사명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모이고, 일을 통해 삶의 의미를 느낄 수 있다. 현재 조직생활을 하는 사람 중에서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이 자신이 속한 조직의 사명이 무엇인지 알고 있을까.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그 사명이 실제로 조직을 이끌어가는 원동력이라고 생각할까. 구글의 사명은 ‘전 세계의 정보를 조직해 누구나 쉽게 접근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구글의 많은 사업에서 이 사명은 정확하게 구현된다. 한 예로, 구글이 스트리트 뷰(street view) 서비스를 처음 구상할 때 이 서비스를 어디에 팔아 얼마나 돈을 벌 것인지는 전혀 고민하지 않았다고 한다. 단지 우리가 사는전체 세상이 보행자의 시선에 어떻게 보이는지에 대해 역사적인 기록물을 만들어 전 세계 사람들과 공유하자는 기획이었다고 한다. 부동산이나 음식점에 팔겠다고 거리 사진을 찍는 일과 인류의 역사를 기록하기 위해 사진을 찍는 일은같은 일을 하더라도 전혀 다른 의미의 일이다.다시 말하지만, 조직의 의미가 바로 서야 구성원의 의미도 바로 설 수 있다. 일과 삶이 시간이라는 측면에서 균형을 이루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중요한 것은 일과 삶이 의미라는 측면에서 조화를 이루는 것이다. 소소한 의미를 찾는 것도 물론 좋지만, 담대한 의미를 찾지 못할 이유가 없다. 이제 ‘great hunger’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조직에 ‘great’한 인재들이 모일 것이다. 박선웅 교수고려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연세대학교 철학과 학생에서 고려대학교 심리학과 교수가 되기까지 좌충우돌하며 살았다. 진정한 자신으로 성장하는 길을 찾기 위해 학부 졸업 후 4년 동안 세 개의 직장을 퇴사하고 나서 유학길에 올랐다. 현재 정체성과 성장동기를 연구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정체성의 심리학: 온전한 나로 살기 위한』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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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일 교수] 부활과 희망: 고난을 뚫고 내적 권위를 찾아서
코로나 한파를 견디고 맞이한 2021년 봄에도 세상은 여전히 혼란스럽다. 전 세계가 고대하던 코로나 백신이 개발되고 공급되고 있지만, 백신의 효과와 변종 코로나 간의 복합함수에 대해서 우리는 모르는 게 너무 많다. 다른 한편, 취업 문은 계속 좁아지고, AI, 디지털 자동화 기술체제는 무인 기계화 시스템을 발전시키면서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해 가고 있는 실정이다. 인류가 대면하는 ‘초불확실성’ 속에서 과연 ‘희망’은 어디에서 오는가? 현대사회에서 인류는 ‘계몽된 이성’ 즉 합리성을 무기 삼아 자연과 환경을 정복하며세상을 지배해 왔지만, 오늘날 코로나 사태는 ‘물질적 성장’과 ‘이윤추구’의맹목적 도구(계산기) 역할로 전락한 합리성을 넘어서 ‘삶의 의미’와 ‘공생 가치’에 기반한 새로운 성찰성의 패러다임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 일상의 회복과 부활의 삶, 그 길로 나아가는 희망의 여정은 마땅히 지극한 현실에 뿌리를 둔 성찰과 공생의 상상력을 요청한다.---고난을 뚫고 피는 한매, 완이화우연히 동영상에서 어린 소녀의 노래를 듣고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 태국 국경지역에서 태어나 미얀마 난민으로 한국에 입국한 완이화의 ‘상사화’라는 노래였다. 이토록 어리고 앳된 (외국인) 소녀가 아버지를 여읜 애환과 한의 정서를 맑고 깊이 풀어내는 그 애절한 소리가 무수한 청중의 심금을 울리고 눈시울을 붉게 만들어주었다고 한다. 영화 ‘서편제’에서 그토록 답답하고 오랜 여로 끝에 눈이 먼 송화가 동생과 해후하여 부르던 그 노래처럼, 이 어린 소녀는 모진고난과 역경을 뚫고 스스로 부활과 희망의 노래를 한국인들에게 선물로 들려주었다. 그 소녀가 쏘아올린 희망의 기운은, ‘주변부’, ‘난민(배제)’, ‘상실’의 고통을 뚫고 ‘네크워크’, ‘포용’, ‘공감’의 메시지로 가슴에 새롭게 와닿았다.부처님의 말씀인 ‘심춘막수 향동거, 서원한매 이파설尋春莫須東向去, 西園寒梅已破雪’ 이 떠오른다. ‘봄을 찾아서 동쪽으로 가지 마라, 서쪽 뜰에 차가운 매화가 눈을 뚫고 꽃을 피우고 있다’라는 뜻이다. 우리는 온라인 유통과 인스턴트 제품에 길들여져서 ‘희망의 봄’도 원터치로 클릭하면 곧바로 피어날 수 있다는 ‘망상’에 잠겨 살아가곤 한다. 온라인에서 원터치티켓을 구매해서 동남아 여행을 가면 잠시 여름을 구경할 수 있을지언정 내 삶의 자리에서 겨울을 뚫고 피어나는 ‘봄향기’는 맛보기 어렵다.『꽃들에게 희망을』 주는 나비가 되기 위해서 애벌레가 고치 속에서 웅크리고 자라나는데 긴긴 시간이 걸린다. 나비로날기 위해서 온몸에 붙어 엉켜있던 고치를 ‘스스로’ 뜯어낼 때에는 극심한 고통이 따르기 마련이지만, 누군가가 대신고치 껍데기를 벗겨준다면 그 나비는 힘차게 날지도 오래 살지도 못 한다고 한다. 나비는 고치시절의 ‘라떼’에 묶이지 않고 ‘자유로이’ 꽃들이 피어나도록 믿음(꽃가루)을 심어주며 희망을 싹틔운다.온전한 희망은 때론 현실을 직면하는 분노와 좌절, 아픔과 상처를 회피하지 않고 꿰뚫고 나아가며 변화될 현실을 바라보는 ‘용기’에서 비롯된다. 그래서 아우구스티노 성인은 ‘희망은 아름다운 두 딸을 갖고 있는데, 하나는 분노, 다른 하나는 용기’라고 말했다. 우리의 삶의 자리에서 엄동설한을 온전히 겪어내지 못한다면, 계속되는 코로나 한파를 뚫고 어떻게 사람 향내 머금은 봄날을 맞이할 수 있을까?활사개공活私開公: 공생을 향한 마음의 밭갈이지난 한 해를 돌아보면, 코로나로 인해 고난과 역경도 많이 겪었지만, 기실 새롭게 배운 점도 결코 적지 않다. 우리 삶에서 ‘불필요한 자리’ 즉, 굳이 안 해도 되고 없어도 되는 모임자리는 눈에 띄게 줄었고, ‘불편하고 부당한 권위’ 혹은 갑질관계에 마냥 눈 감고 살지 않겠다는 시민적 자각이 확산되고 있다. 그 대신 수평적이고 편안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친밀한 사적모임이 온오프라인에서 증가하고 있다. 왜 그럴까? 개인에게 선익善益, 즉 더 좋고 유익하기 때문일 것이다. 가정과 기업에서도 구성원 하나하나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있을 때, 전체 가족/공동체가 활기를 띌 수 있다.한때 우리는 ‘멸사봉공’을 외쳐 왔지만, 이를 주창해 온 국가의 녹을 받고 살아온 수많은 정치인, 공직자들이 ‘공’을 이용해서 ‘사’를 채우는데 급급해왔던 씁쓸한 현실을 지금도 직면하고 있다. 오늘날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가정과 기업에서는 ‘활사개공活私開公’의 화두를 대면해야 할 필요가 크다. (모든) 개인, 한 사람 한 사람이 활기 있게 잘 살아감으로써, 함께 하는 ‘공’의 자리를 더 개방하고 공정하게 만드는 ‘마음과 구조의 밭갈이’ 를 해야 한다. 기실, 하나의 유기체인 우리 몸이 어느 한 곳을 다치게 되면, 그곳이 퉁퉁 부어오르기 마련인데, 모든 에너지를 그 약한 곳에 공급해주기 때문이다. 이처럼 살아있는 유기체는 사(부분)와 공(전체)을 대립시키지 않고, 특히 약자에게 더 큰 힘을 불어넣어주며 조화로운 전체로 품어 안는다. 코로나 시기에 우리에겐 사회 유기체적 상상력이 보다 더 절실히 필요하다.껍질을 벗고서: 외적 권위에서 내적 권위로팬데믹 확산은 우리의 생명과 공동체의 안녕을 위협하고 있지만, 고통을 견디며 참된 삶에 대해 성찰하도록 초대해준다. 소크라테스가 고민한 삶의 화두는 ‘우리는 그저 사는 것이 아니라 잘 살아야 한다(Vita est non vivere sed valere)’는 것이었다. 불안하다고 단지 돈 많이 쌓는 것, 부동산, 주식 투자에 빠져 물질적 소유와 확장에만 몰두하는 것은 그저 살아감일 뿐 ‘더 잘 사는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 안에서는 삶의 희망이 자라나지 않는다! 기실, 우리의 부활은 그저 높은 자리에 올라가 돈 많이 벌고 위신을 세우는 외적 과시와 물질주의적 평가에 고착된 껍데기를 벗고서, 정신과 삶이 통합되어 참된 나와 우리가 공존하는 도반道班의 여정을 필요로 한다. 나와 공동체 구성원들, 미래 세대에 이르기까지 우리 인류가 ‘더 잘 사는 길’을 화두 삼아 함께 모험하고 개척하는 여정에서 참된 희망이 움터 나올 것이다.현대사회에서 우리는 더 이상 (외적) 직업이나 신분 때문에 저절로 고개를 숙이지 않는다. 연예인이든 프로 스포츠 선수이든 ‘학폭’으로 제명되고, 대통령도 탄핵되고 기업총수도 구속되는 마당에 그 직분에 걸맞은 소명(vocation)을 온전히 다하지 못 할 때에는, 그 누구도 존경받지 못 하고 거부당할 수 있다. 이제 ‘외적 권위’의 시대는 저물고 있다!"사람은 모두 자기 인생의 주인공으로서권위(imago Dei)를 갖고 태어난다.그래서 가정에서든 기업에서든 주변 사람을사랑하고 존중하며 공생의 가치를 실천해야 한다."자기만의 소명을 살아있는 가슴과 온몸으로 나눌 수 있을 때, 사람들은 참된 권위를 알아보게 된다. 우리들 각자 각자는 스스로 자기 인생의 주인공으로서 권위(imago Dei)를 갖고 태어난다! 자기 인생을 책임지고, (가정에서든 기업에서든) 이웃을 사랑하고 존중함으로써 공생의 가치를 책임지는 우리 시대의 리더로서 말이다. 제아무리 바쁘고 신경 쓸게 많다 해도, 하루에 시시로 가이없는 하늘을 바라보고, 살아있는 내 몸으로 바람을 한껏 느껴보자. 무한 경쟁의 비교 사슬에서 벗어나 영혼의 숨통을 잠시라도 틔워주자. 그 누구와도 비교하지 못할 참된 나 자신과 우리를 느껴보자. 그것이야말로 부활로 나아가는 희망의 지표가 아닐까? 겨울나무처럼 앙상하고 남이 봐줄 것 없고 열매도 없이 너무나 초라해 보여도, 진정한 나를 찾고 서로의 진정성을 발견할 때 우리의 존재는 더불어 피어난다. Bloom where you are!서강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가톨릭(예수회 소속) 사제이며 사회학자로서 종교, 문화, 영성, 교육, 사회변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통계분석과 질적연구를 병행하며 다수의 논문을 생산하고 있다. 특히 오늘날 현대사회의 소셜 네트워크, 소통과 혁신에 주목하며 ‘충만한 삶’의 화두를 따라서 행복과 삶의 질, 진정성과 수행성에 대해 깊이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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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호근 교수] 뉘른베르크 법정에 선 기업인들
1945년 5월 8일, 유럽에서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났다. 히틀러는 베를린 벙커에서 자살했고, 패전국 독일은 연합국의 군정 치하에 들어갔다. 상황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나치당의 본산이었던 도시 뉘른베르크(Nürnberg)에 국제군사법정(International Military Tribunal: IMT)이 설치되고, 최고 지도자들이 전범으로 기소되었다. 이어서 미국이 주도하는 12개의 후속 재판이 이 도시에서 열렸다. 그중 세 개가 독일을 대표하는 기업가들을 겨냥했다.---거대한 전쟁에는 평화의 간절한 요구가 뒤따른다. 여기에 더해 가해자 처벌을 요구하는 사법적 정의의 요청도 제기된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전후 처리를 위해 도쿄 재판이 열리던 시기에, 유럽에서는 뉘른베르크 재판이 개최되었다. 20세기 평화의 염원을 대변하는 반인도 범죄(crimes against humanity) 개념이 만들어진 것도 바로 이 자리였다. 뉘른베르크에서 진행된 일련의 재판은 과거의 고전적인 국제법과 현대 국제법 사이의 전환점이 되었다. 사람들은 이 재판을 ‘역사상 가장 위대한 재판’으로 일컬었다. 이 재판에는 정치와 군사뿐만 아니라 경제 분야에서 독일을 대표하던 지도층도 소환되었다. 플리크, 이게 파르벤, 크루프의 최고위 임원진이 바로 그들이었다."기업의 최고위 경영진은기술적으로 할 수 있는 일과윤리적으로 용납되지 않는 일 사이에서신중히 고민하며 올바른 선택을 내려야 한다."플리크 재판1947년 4월 뉘른베르크에서 최초의 기업인 재판이 시작되었다. 피고는 소유주인 프리드리히 플리크(Friedrich Flick)와 그룹을 대표하는 고위 이사 5명이었다. 이들의 주 혐의는 노예노동과 타인의 재산 약탈이었다. 기소 항목에는 전쟁 범죄와 반인도 범죄도 명시되어 있었다. 플리크 사 소유 광산과 공장에 독일 점령 치하에 있던 민간인들이 강제 이송되어 투입되었기 때문이다. 점령지에서의 약탈과 식물 압류도 포함되었다. 게다가 플리크 그룹은 유대인 재산 몰수를 의미하는 ‘아리안화(Aryanization)’ 과정에도 적극 가담했다. 6인의 피고 가운데 플리크를 포함한 두 명은 나치당은 물론 ‘힘러의 친구들(Circle of Friends of Himler)’이라는 사조직에도 가입해 있었다. ‘친구들’은 히틀러의 심복으로서 친위대(SS)와 경찰 최고 책임자였던 힘러(Heinrich Himmler)를 후원하는 조직이었기에 기업가와 나치당의 결속을 입증하는 결정적 증거로 간주되었다. 회원들은 매년 100만 마르크의 돈을 힘러에 대한 호의 표시로 나치당 특별회계에 기부했다. 모든 피고인은 무죄를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고 중 3인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프리드리히 플리크는 징역 7년을 받았다. 이 판결은 이후에 열린 두 개의 기업가 재판에서 중요한 선례가 되었다.이게 파르벤 재판 두 번째 재판은 독일을 대표하는 화학기업 이게 파르벤(IG Farben)을 겨냥했다. 이 회사는 일차대전 때 칠레와의 질산염 무역이 봉쇄되자 하버-보쉬 공법(Haber–Bosch process)을 개발해서 이미 온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 기술을 통해 생산된 질산은 농업용 비료뿐만 아니라 폭발물 제조에도 필수적이었기 때문에, 이게 파르벤과 국가의 협력이 이때부터 긴밀하게 이루어졌다. 이게 파르벤은석탄에서 가솔린과 고무를 합성하는 공정도 개발했다. 이 덕분에 나치 독일은주요 유전 지대와 차단되었어도 전쟁을수행할 수 있었다. 여기까지는 어느 나라에서든 찾아볼 수 있는 국가-기업 간의협력 관계다.문제가 된 것은 이게 파르벤이 자회사인 데게슈(Degesch)를 통해 생산한 치클론 B였다. 본래 군함과 잠수함에서 해충을 박멸하기 위해 개발된 치클론 가스를 인마 살상용으로 개량한 것이 치클론 B였다. 이 치클론 B가 아우슈비츠를 비롯한나치 절멸수용소(extermination camp)에서유대인을 살해하는 데 사용되었다. 비무장 민간인 살해에 투입된 점에서 이게 파르벤의 치클론 B 개발과 생산은 군수기업에게 용인될 수 있는 금도를 넘어섰다.바로 이 점에서 기업의 최고위 경영진은 기술적으로 할 수 있는 것과 윤리적으로 하지 말아야 할 것 사이에서 어떤 것을 선택해야할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판단해야 했다. 물론 최종 결정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국가의 명령과 강압이 있었기 때문이다. 재판부도 이를 도외시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게 파르벤의 행적은 전시에 불가피한 소극적 협력의 선을 훨씬 넘어섰다. 기소 혐의 중에는 노예노동과 약탈까지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게 파르벤은 아우슈비츠-모노비츠(Auschwitz-Monowitz)에 대규모 군수공장을 설립했다. 나치 친위대(SS)는 이 공장에 수감자들을 투입했고, 이게 파르벤은 그 대가를 친위대에 지급했다. 이 과정에서 쇠약해진 유대인 수감자들은 아우슈비츠-비르케나우 가스실에서 살해됐다. 재판부는 반인도적 살상용품의 생산, 노예노동과 약탈 혐의로 기소된 이게 파르벤 경영진 24명 가운데 13명에게 18개월에서 8년 사이의 징역형을 선고했다.크루프 재판 크루프(Krupp) 그룹은 회사의 역사가 곧 독일 산업화의 역사라고 해도 좋을 만큼 독일을 대표하는 기업집단이다. 독일제국은 기계공업을 주도한 크루프 그룹의 성장에 힘입어 영국과 맞먹을 정도의 산업국가로 올라설 수 있었다. 구한말에 우리나라가 수입하고자 애썼던 대포도 바로 이 회사 제품이었다. 크루프 가문의 일거수일투족은 항상 서구 언론의 주목을 받아왔다.하지만 명성 높았던 크루프 그룹도 전범재판을 피하지 못했다. 어쩌면 중공업과 군수공업을 대표했던 기업의 역사 속에서 이미 이 비극이 싹텄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과거의 전통을 핑계 삼기에는 나치에 대한 경영진의 태도가 너무 적극적이었다. 기소된 최고 경영진 12명의 혐의는 매우 광범위했다. ‘침략전쟁 및 국제조약 위반’, ‘전쟁 계획 및 수행에 의한 평화에 반하는 범죄’, ‘점령국의 약탈, 황폐화 및 착취에 참여한 반인도 범죄’, ‘나치 독일 치하의 민간인과 전쟁포로 살인과 대량학살, 노예화, 추방, 감금, 고문 및 노예노동과 관련된 반인도 범죄’가 대표적인 기소 사유였다. 그 중심에 알프레드 크루프(Alfred Krupp)가 있었다. 그의 아버지 구스타프 크루프(Gustav Krupp)도 앞서 진행된 뉘른베르크 주요 전범 재판에서 피고석에 앉았다. 최고 결정권자였던 알프레드는 12년형을 선고받고, 재산까지 몰수됐다(그는 1951년 1월에 사면을 받았고 몰수당했던 재산도 돌려받았다. 냉전의 정점인 한국전쟁 덕분에 과거청산 요구가 급속하게 퇴조했기 때문이다.). 법정에서 알프레드는 자기 행위를 이렇게 변호했다.“경제는 꾸준한 성장과 발전을 요구했다. 많은 정당들 사이의 경쟁과 무질서 때문에 (독일 기업에게) 번영의 기회가 없었다. 우리는 히틀러가 건강한 기업 환경을 만들어 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정말 그랬다. 우리 회사는 정치적 이념에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았다. 우리가 원한 것은 단지 방해받지 않고 일할 수 있는, 잘 작동되는 시스템일 뿐이었다.”그의 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크루프 가문의 한탄은 어느 정도 사실이었다. 정경유착의 굴레도 틀리지 않는 말이었다. 그러나 크루프 그룹은 정경유착의 피해자이기보다는 수혜자였다. 부담과 이익이 뒤섞인 상황은 후발 공업국이었던 독일의 상황에서 보면 어느 정도 불가피했다. 나치당이 집권하지 않았다면, 크루프 일가도 법정에 서는 일은 겪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고 모든 결과를 나치 탓으로 돌려야할까? 그렇게 속단하기는 어렵다. 보수적으로 추산하더라도, 크루프 그룹은 10만 명 이상의 노예노동을 활용했다. 그중 23,000명이 전쟁포로였다. 법정이 주목한 것도 바로 이 점이다. 이것이 우리를 두렵게 한다. 때때로 기업가들에게는 무한에 가까운 정치적 책임이 요구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가들에게 인권과 평화에 대한 책임의식이 필요한 것도 같은 이유다.고려대학교에서 학부와 석사 과정을 마친 후 독일 빌레펠트 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인권과 평화, 기억과 기념에 관한 국제 비교연구를 오랫동안 수행해왔다. 교육을 통해 세상을 바꾸어갈 수 있다는 믿음에서 정부와 공공기관의 다양한 교육사업 기획에 참여하고 있다. 대표 저서로 『제노사이드』, 『독일의 역사교육』, 『기념의 미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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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진 교수] AI 공정성과 가치정렬
소프트웨어가 사람이 시키는 일만 할 수 있다고 한다면, 인공지능은 시키지 않은 일도 할 수 있다. 인공지능은 정해진 일에 대해서는 엄청난 효율을 발휘함과 동시에 데이터로부터 경험을 축적하고 학습을 거듭해서 새로운 일에 대응해나간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새로운 일에서 의사결정을 해나갈 때 인간이 세운 윤리적 기준을 벗어난다면 큰 재앙이 될 수 있다. 심지어 우리가 생각하는 가치와 인공지능이 생각하는 가치가 서로 다르다면, 인공지능은 일 잘하는 악마가 될 수도 있다. 그래서 가치관이 서로 다른 두 존재가 같은 기준을 갖도록 데이터의 투명성과 설계의 설명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은 예기치 못한 불행을 막을 수 있는 안전장치이다.---"인공지능 윤리에서 가치정렬이란인간과 인공지능이 생각하는 가치가동일하게 정렬돼야 한다는 의미이다."평생 살아가면서 한 가지 소원을 이룰 수 있다면 무엇을 빌 것인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새벽의 여신 에오스는 제우스를 찾아가 자신이 사랑하는 트로이의 왕자 티토노스의 영생을 부탁한다. 제우스는 티토노스에게 영생을 주지만 젊음은 주지 않았다. 에오스의 바람과 다르게 영원한 젊음을 얻지 못한 티토노스는 늙어갔고, 결국에는 산 시체처럼 되어 버렸다. 에오스는 티토노스가 현재의 젊고 패기 넘치는 멋진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길 희망했지만, 제우스는 그저 ‘영생’만을 부탁받았으니 그리해준 것이었다. 말 그대로 에오스와 제우스가 생각하는 영생이 정렬되지 못한 결과가 빚은 비극이었다.인공지능 윤리에서 가치정렬이란 인간이 생각하는 가치와 인공지능이 생각하는 가치가 동일하게 정렬돼야 한다는 의미이다. 스튜어트 러셀 미국 버클리대학교 전기공학 및 컴퓨터과학부 교수의 논문 ‘스위치 끄기 문제’는 인공지능 로봇이 계속해서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자신의 전원 스위치를 끄지 못하도록하는 상황을 다루고 있다. 예를 들어, 커피를 주문하는 인공지능 로봇이 자신의임무를 계속하기 위해서는 전원 스위치가 꺼지지(Off) 말아야 하고, 그에 따라전원 스위치를 내릴 위험성을 가진 인간을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소 논리의 비약인 것처럼 보이지만 인공지능이주어진 명령을 완벽하게 실행하기 위해내리는 의사결정 과정에서 인간과 같은기준을 가지도록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즉, ‘윤리적으로’ 행동하는 인공지능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스튜어트 러셀 교수는 그의 저서 『Human Compatible』에서 인공지능 개발자들이 지켜야 할 원칙으로 인간이 선호하는 것을 실현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그는 인공지능 고유의 기능이 인간이 선호하는 방향 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커피를 주문하는 인공지능 로봇이 그 기능에 집착한 나머지 인간에게 위해를 가할만한 일을 하는 걸 우리는 결코 원치 않기 때문이다.인공지능은 특정 목적에 맞도록 설계되고 구현된다. 인공지능은 주어진 목적과 관련성이 깊은 데이터를 꾸준히 학습한다. 또한, 인공지능은 앞으로 발생할지 모르는 상황에서도 잘 대응하도록 학습에 기반한 의사결정을 하게 된다. 이러한 목적지향형 설계는 결과적으로 인간이 선호하지 않는 방향으로 진행될 수 있는 위험이 존재한다. 그래서 개발자의 의도와 인공지능의 기능은 단순한 목적달성을 넘어 인간의 윤리적 범위 안에서 정렬돼야 한다. 적어도 개발자는 그러한 의도를 갖고 인공지능을 설계할 것이다. 인공지능도 인간의 윤리적 가치와 동일한 방향으로 작동돼야 예기치 못한 사고를 피할 수 있다.가치정렬에 있어서 생각해야 할 이슈 중 하나가 공정성이다. 공정해야 한다는 가치가 모든 분야에서 하나로 통일되게 정렬되어 있다고 확신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반칙하지 않고 규정에 따라 정정당당하게 처리되는 것이 공정한 것일 수도 있고, 편파적이지 않도록 균형을 맞춰야 하는 것이 공정한 것일 수도 있다. 이러한 문제는 분야에 따라 달라진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래서 인공지능이 공정한 의사결정을 하도록 설계되기 위해서는 근본 원인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인공지능의 공정한 의사결정을 위협하는 근원적인 요인을 꼽으라면 가장 첫 번째로 학습데이터의 불공정성을 이야기할 수 있다. 인공지능은 배운 대로 의사결정을 하게 되는데 학습데이터가 원래부터 불공정하게 되어 있다면 결과 또한 불공정할 수밖에 없다. 데이터의 발생과 수집단계에서부터 성별, 성향, 연령대, 인종 등 모집단의 부분집합만으로 구성될 수 있다. 이는 의도적이거나 비의도적으로 발생한다. 정보 편식을 초래하는 필터 버블(Filter Bubble)의 영향으로 수집된 데이터는 특히 문제가 될 수 있다. 필터 버블은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네이버, 유튜브 등 인터넷 정보 제공자가 사용자에 맞추어 필터링한 정보를 제공하는데, 사용자는 이미 필터링 된 정보만 접하게 된다. 필터링 된 정보는 사용자가 좋아할 만한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에 개인의 관심, 사회 이념, 정치 성향에 특정된 콘텐츠만 선별적으로 받아들여 버블에 갇혀있을 때처럼 사용자의 성향을 더욱 강화하는 특성이 있다. 이러한 데이터가 축적되고 인공지능이 학습하는 과정에 활용되는 경우 그 결과는 불공정할 수밖에 없다.인공지능의 공정한 의사결정을 위협하는 두 번째 요인은 인공지능 알고리즘의 선택적 사용이다. 개발자는 의도적으로 알고리즘의 효과성을 높이기 위해 특정 데이터를 배제하거나 선택하도록 설계할 수 있다. 데이터의 실제 분포를 반영하지 않는 방식으로 선택되는 경우 표본 선택 편향이 발생한다. 아마존은 인공지능 기반 채용 시스템에서 5만여 개의 키워드를 분석해서 구직 희망자가 제출한 지원서에 1-5까지의 점수를 부여하였다. 그런데 개발 후 테스트하는 과정에서 인공지능이 이력서에 ‘여성’이라는 단어나 ‘여성 체스 클럽’이라는 문구가 적혀있을 때 그 지원자에게 감점을 매기는 결과가 나왔다. 여성을 선호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는 지난 10년 동안 아마존에 지원했던 이들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남성이 압도적이었기 때문에 ‘여성’이라는 키워드를 학습에서 배제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후 아마존은 인공지능 채용 시스템 개발을 중단하였다."인공지능 윤리에서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데이터의 투명성과 설계의 설명가능성이 제공돼야 한다.특히 사람의 생명과 재산을 다루는 분야의 경우인공지능 사용 결과에 대한 책무성도 고려해야 한다."학습데이터의 불공정성과 알고리즘의 선택적 사용은 개별적으로 혹은 서로 결합하여 나타날 수 있다. 인공지능 윤리에서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데이터의 투명성(transparency)이 확보돼야 하며 설계의 설명가능성(explainability)이 제공돼야 한다. 데이터와 알고리즘의 공개를 통해 불공정성을 원천차단하는 것이 인공지능 윤리의 첫걸음이 될 것이다. 특히 사람의 생명과 재산을 다루게 되는 분야에서 인공지능의 사용은 그 결과에 대한 책무성이 뒤따른다. 법적 혹은 사회적 위험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개발자들은 적극적으로 투명성과 설명가능성을 제공해야 한다. 그래서 정식 오픈 한 달 만에 서비스가 중단된 챗봇 ‘이루다’를 생각하면 ‘인공지능 윤리의 기준을 미리 적용했더라면 훌륭한 사례로 남을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기업이 보호하고자 하는 기술적 문제, 즉 영업비밀에 대한 문제는 데이터나 알고리즘을 지식재산권으로 보호하는 방향으로 해결책을 찾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기대된다.안성진 교수성균관대학교 사범대학 컴퓨터교육과 교수. 공학박사로서 성균관대학교 입학처장, 사범대학 학장, 교육대학원 원장, 교육연구소 소장 등을 역임했다. 정보통신기술사 자격을 보유하고 있는 연구자이면서 SW와 AI 교육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컴퓨터처럼 생각하기』, 『정보통신배움터』, 『경영 빅데이터 분석』, 『인터넷 윤리』, 『연구보안론』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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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메시지] 생각의 법칙이 운명을 결정
사람의 행동은 자기 마음에 품은 생각을 따르기 마련입니다.사람의 본질은 자기 자신의 생각과 같으며 운명이란 자신의 생각으로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식물이 씨앗 없이는 생겨날 수 없듯이 인간의 모든 행위는 생각의 씨앗 없이는 밖으로 싹을 틔울 수 없습니다. 의도적인 행동은 물론이거니와 ‘무의식적’이거나 ‘우발적’인 행동 역시 모두 생각에 의한 것입니다. ---행동은 생각의 꽃이고 기쁨과 고통은 행동의 열매입니다. 그러므로 사람은 생각이라는 밭을 어떻게 일구느냐에 따라 탐스런 과일을 수확할 수도 있고 아니면 하찮은 과일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마음속에 품은 생각이 행동을 거듭하면서 현재 자신의 모습이 되었으며, 지금의 생각이 내일의 내 모습인 것입니다. 지금의 내 마음에 희망이 가득하고 모든 것이 잘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생각으로 가득 차 있다면 내일도 행복하겠지만, 마음속에 추악한 생각이 가득하다면 마치 마차가 말 뒤를 따르듯 고뇌가 뒤따를 것입니다. 우리의 삶은 환경이나 운에 의한 것이 아닙니다. 마음속에 좋은 생각을 하면 좋은 성격과 바른 행동으로 이어져 결국 좋은 기회와 환경이 열리게 되어 성공의 길을 가게 됩니다. 즉, 우리가 마음속에 어떤 생각을 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삶이 좋을 수도 있고 나빠질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성공하기까지 필요한 목표와 이상은 물론 신체적인 건강까지도 모두 자신의 ‘생각’에서 출발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더 이상 환경이나 운명에 자신의 삶을 맡겨 두지 말고, 바르고 진취적인 생각을 함으로써 이미 주어진 환경을 좋은 방향으로 바꿔 나가야 합니다.자기 운명의 주인은 바로 자기 자신입니다. 사람을 성공시키거나 파멸시키는 것은 다름 아닌 그 자신입니다. 생각이라는 창고에서 부정적 견해, 우울한 감정, 분노 같은 것을 꺼내 자신을 파멸시킬 수도 있고, 아니면 사랑과 희망 같은 것을 꺼내 행복한 삶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올바른 생각을 집중해 행함으로써 인간은 신을 닮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런 경지에 오른 사람을 신성神聖이라고 우러러 봅니다. 반대로 생각을 함부로 하거나 악용하면 짐승만도 못한 존재로 전락하고 맙니다. 그처럼 인간은 이 양극단 사이에 놓여 있으며 자신을 창조하고 소유하는 것은 바로 자기 자신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얘기하는 생각이란 그저 단순하거나 막연한 것을 말하는 게 아닙니다. 어떤 생각이 구체화되고 의지력이 동반되어 실제 행동으로 나타나는 것을 의미하는, 소위 신념이라는 것입니다.신념信念이란 단어를 한자로 풀어보면 ‘人’, ‘言’, ‘今’, ‘心’으로 ‘사람이 지금 가진 마음’을 뜻합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기 나름대로의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의 신념은 ‘모든 일이 잘될 것’이라는 생각을 의심치 않는 것이고 자신감이 없는 사람의 신념은 ‘모든 일이 잘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갖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신념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은 신념이 없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잘못된 신념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프랑스의 약사이자 심리치료사였던 에밀 쿠에는 무의식과 암시의 본성을 탐구하여 응용심리학에 깊은 영향을 끼쳤는데, 그의 저서 『자기암시』에서 상상과 의지가 맞서면 상상이 의지를 이기기 때문에 ‘나는 변화되고 있다’, ‘좋아지고 있다’고 스스로에게 암시하면 무의식이 상상하여 실제로 변화가 일어난다고 하였습니다.사람의 행동은 자기 마음에 품은 생각을 따르기 때문에 각자의 운명 역시 이러한 ‘생각의 법칙’에 따라 생각이 좌우합니다. 본지 발행인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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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섭 교수] 4차 산업혁명 시대, 메타 역량이 필요하다
제4차 산업혁명 시대라고 불릴 만큼 더욱 발전한 기계와 컴퓨터,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만의 고유한 지식과 창조력이 필요하다. 인간은 이제 더욱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고, 비판적으로 사고하며, 창조적으로 일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출 것을 요구받고 있다. 다른 사람과 함께 협력하고, 감성적이며, 냉철하게 판단할 수 있는 능력도 있어야 한다(Gray, 2016). ---더 나아가 미래에 필요한 역량으로 디지털 역량과 휴먼 역량뿐만 아니라 메타 역량이 필요하다(Mckinsey&Company, 2019). 메타 역량이란 역량에 대한 역량, 또는 역량을 얻을 수 있는 역량을 뜻한다. 그것은 불확실성에 대처하는 능력, 학습과 성찰을 준비하는 능력, 역량에 대해 고민하는 역량이다. 구체적으로는 적응력, 자기 주도성, 리더십, 기업가 정신 등을 포함한다. 불확실성이 증대되는 일의 세계에서 개인은 자신의 주체적인 성장을 위해 더 큰 관심을 가져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단순한 지식이나 기술이 아니라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는 학습 능력과 지속적인 혁신 노력이 미래 인재의 핵심역량이 된다. 기존의 역량 개념과는 달리 메타 역량은 어떤 일에서든 필요한 역량과 태도를 의미한다. 따라서 미래의 일의 세계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기에 더욱 적합한 역량 개념이다.변화무쌍한 현대 일터에서 필요한 역량은 단순한 숙련성을 넘어선 것이다. 자신을 지속적으로 교육하여 성장시켜나가는 일하는 삶의 방식이 필수적이다. 이런 자기 갱신성이야 말로 초연결과 자동화의 시대에 기업가, 노동자, 그리고 새롭게 일을 구하는 젊은이 모두에게 필요한 요소라 할 수 있다(이준웅, 장원섭 외, 2019). 결국, 새로운 산업사회에서는 끊임없이 스스로를 성장시킬 수 있는 메타 역량을 가진 인재를 필요로 한다. 장인성(匠人性)은 메타 역량을 일터의 맥락에서 구체화한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현대적 의미의 장인은 배움과 성장에의 강한 의지를 바탕으로 깊은 숙련의 과정을 거쳐서 최고의 경지에 오른 자다. 산업사회의 빠른 변화와 시장의 불확실성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서는 어떤 분야에서든 자신이 하는 일에서 장인으로 성장하려는 의지를 가질 필요가 있다. 이와 동시에, 자발적으로 배움의 길을 걷도록 북돋우고 스스로 성장하는 길을 갈 수 있는 일터 여건을 조성하여야 한다. 일터에서 메타 역량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일의 교육이 기업교육체계에서 또 다른 한 축으로 자리 잡을 필요가 있다. 그것은 기존의 직급별 교육과 직무별 교육 일부를 확장하여 통합하는 방식으로 구성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직급과 경력 단계에 맞는 일의 의미와 가치를 성찰하는 학습과 직무, 또는 직군별로 장인성을 형성하는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의미 있게 일하는 삶의 모습과 그 중요성을 인식하고 되새기면서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의지와 힘을 북돋울 수 있다(장원섭, 2018).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바둑 기사인 이세돌과 커제마저도 이미 인공지능 알파고에게 졌다. 오래전에 인간의 육체적 힘을 초월한 기계가 이제는 인간의 지력을 넘어선 것이다. 수 싸움을 하는 방식으로 일해서는 인간의 일의 미래가 어둡다. 그렇다고 절망할 필요는 없다. 인간의 일과 배움에서 새로운 길은 여전히 열려있다. 장인처럼 일하고 배워서 성장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인적자원개발은 본래 ‘성과’나 ‘성공’이 아니라 ‘성장’의 이야기다. 인공지능 기계와의 수 싸움이나 경쟁이 아니라 사람이 가진 고유한 열정과 진정성을 담아 일하며 장인으로 성장할 수 있는 메타 역량을 갖춘 인재를 육성해야 한다.장원섭 교수연세대학교 교육학부 교수이자 교육연구소 소장. 한국성인교육학회 회장으로 활동하는 동시에 CJ나눔재단 이사로도 매진하고 있다. 한국산업교육학회 회장을 역임한 그는 교육과 일, 인적자원개발(HRD), 평생학습, 진로교육, 장인성(匠人性)을 중심으로 집중적인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