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생경영학교 나다움] 人生一生 SELF: 자기자신 찾기
자아는 사고, 감정, 의지 등의 주관자다. 그래서 자아는 사람이 살아가면서 축적하는 경험과 역량개발을 위해 수행하는 학습의 주체적 존재다. 이는 자아가 건강하지 못하면 참다운 나로 설 수 없다는 것을 시사한다. 또한, 건강하지 못한 자아는 관계 맺기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자아를 올바로 이해해야 행복한 일과 삶을 영위할 수 있다.---정신분석의 창시자로 불리는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 1856-1939)는 이드(Id), 초자아(슈퍼에고), 자아(에고) 로 구성되는 모형을 만들었다. 이드는 정신적 에너지가 저장된 곳이며 본능에 지배를 받는다. 먹고, 자고, 사랑하는 것처럼 삶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생물학적 욕구가 깃들어 있는 곳이다. 초자아는 욕망과 현실, 그리고 이상의 사이에서 끊임없이 투쟁하며 갈등하는 관계에 있다. 자아는 우리가 흔히 ‘나’라고 지칭할 때 그 심리 주체를 말한다. 자아는 현실 원리에 따라서 움직이며 끊임없이 이드와 초자아 사이의 힘을 중재한다.자아는 많은 시간 속에서 무엇인가를 경험하고 또 기억하면서 성장한다. 그래서 자아는 느끼고 생각하는 주체가 되며, 위험한 현실 속에서 스스로를 방어하고자 애쓰게 되는데 지나친 좌절감을 경험하게 되면 현실과 자신을 왜곡시키는 병적 인 방어를 하기도 한다. 마치 배우가 연기를 하는 것처럼 꾸미거나 거짓된 모습을 연출하게 되는 것이다. 왜곡된 자아는 현실도 비틀어 버리므로 특정한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매우 주관적으로 받아들이게 된다.자아가 왜곡되는 이유는 첫째로 결핍과 박탈, 둘째로 마음속의 욕구 때문이다. 불완전한 자아를 돌봐줄 대상이 없거나 무엇인가가 부족한 상태가 지속되면 그자아는 결핍감을 느끼게 된다. 또한, 내면에서 올라오는 강력한 욕구의 충동을 억제하지 못하고, 현실과 마찰을 일으키 기고 필요 이상의 좌절을 경험하게 된다.자아의 주된 과제는 외부 세계 및 초자아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본능적 행위를 적정한 수준에서 만족스럽게 조절하는 것이다. 그리고 자아는 여러 기능을 갖고 있는 만큼 그 모든 기능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는 어떤 능력은 탁월하지만, 어떤 부분에서는 매우 서투른 사람들을 보면 분명하다. 그래서 사람은 살면서 마주치는 사람들과 안정적으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역량을 발달시켜야 한다.성격과 인격은 자아의 특성을 가장 잘 표현한다. 그래서 자신의 성격을 이해하면 자아에 대해 잘 알 수 있게 된다. 겉으로 드러나는 성격은 모두 다르지만 자아의 깊은 곳에는 ‘어떤 경우에도 나는 나다’라는 뚜렷한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따라서 자아는 자기중심적일 수밖에 없다.많은 사람이 자아가 자신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자아가 나의 모든 것이라는 생각은 결국 내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의미다. 나만의 삶을 살기 위해서는 결국 자아의 존재와 자아의 요구를 이해해야 한다. 그래야만 자아가 건강해질 수 있다. 또한, 자아는 이성과 현실의 존재로서 납득이 되면 타인의 생각을 받아들인다. 아주 어려워 보이는 협상이 나중에 극적으로 타결되는 때가 대표적이다.자아는 경험과 학습의 주체적 존재다. 우리는 경험하고 학습한 것을 기반으로 의식과 정체성을 바로 세울 수 있다. 즉, 자아가 건강하지 못하면 참다운 나로 설 수없다. 건강하지 못한 자아와 왜곡된 자아는 자기실현을 방해한다. 진정한 자아의 진면목을 구별하지 못하면 자아 안에 자기가 갇혀 버리게 되며, 자아에만 집착하는 병적 자기애가 생기게 된다. 실상 사람은 어느 누구나 자아에 빠지고 때로는 도취되고 싶은 마음을 갖기 쉽다. 자아에 빠진 사람들은 다른 사람을 독립된 인격 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자신과 같은 사람 이라고 판단한다. 그래서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지 못하고, 결국 대인 관계는 점점 나빠지고 지나친 자아도취나 자기 연민에 빠져 고립된 삶을 살아가게 된다.그런가 하면 어떤 사람은 자아가 너무 약해서 문제가 되기도 한다. 이들은 자신의 생각에 확신이 없고, 다른 사람이 자신의 의견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불안해 한다. 그래서 자신을 드러내거나, 자신감 있게 주장하는 것을 어려워하며 항상 다른 사람의 결정에 기대려는 의존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심한 사람은 상대가 거절 할까 두려워 쉽게 가까이 가지 못하고 철저하게 혼자 지내기도 한다. 이렇게 자아가 자신의 문제에만 몰두한다면 내면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으며 결국 자기소외는 지속될 수밖에 없다.즉, 수시로 몸과 마음을 갈고 닦아 자아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면 한 번뿐인 삶을 주체적이고, 훌륭하게 살기 어렵다. 자아의 통제 여부는 그 사람의 역량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일생경영학교 ‘나다움’
-
[발행인 메시지] 서로 배우고 새로 배운다
"인생에 대한 문제는 사람들 저마다의 입장과 처지가 다르기 때문에그 배움에는 끝이 없으며 위아래, 또는 남녀를 따질 일이 아닙니다."몇 년 전부터 한국HRD협회는 자체적으로 ‘인생공방’이라는 명칭의 정규 학습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운영방식은 어디까지나 ‘교학상장敎學相長’입니다. 서로 가르치고 배워서, 자기의 성장을 꾀해 나가자는 취지입니다. 유대인들의 남다른 재능은 바로 이 교학상장 방식의 학습에 그 비밀이 숨겨져 있습니다. 우리가 오래전부터 해오던 교사 중심의 일방적 지도학습방법은 오늘날에는 맞지 않습니다.그런데 놀랍게도 퇴계 이황 선생은 그 옛날 교학상장의 좋은 선례를 남겼습니다.당대 최고의 성리학자였던 이황 선생은 후학 기대승과 8년간 서신을 주고받으며 사단칠정에 대해 논쟁을 벌였습니다. 그들은 인간의 도덕적 감정사단과 인간의 일반적인 감정에 대하여 논쟁을 벌였습니다. 처음 기대승은 이황 선생이 제시한 이론에 몇 가지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이때 그들의 나이 차이는 무려 26살이나 됐습니다. 그야말로 자식 같은 나이의 버르장머리 없는 후학이지만 이황 선생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기대승의 의견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자신의 이론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나갔으며 기대승 또한 이황 선생의 가르침을 받으며 자신의 학문에 깊이를 더했다고 합니다. 제자를 무시하지 않고 자신의 부족함을 채워 나가며 성장하고, 제자 또한 스승으로부터 배움을 이어나가면서 함께 성장해나가는 대표적인 교학상장의 사례입니다. 실로 스승은 학생을 가르치면서 성장하고, 제자는 배움으로써 진보합니다. 중국 오경의 하나인 예기禮記 편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습니다."좋은 안주가 있다고 하더라도 먹어 보아야만 그 맛을 알 수 있다. 또한 지극한 진리가 있다고 해도 배우지 않으면 그것이 왜 좋은지 알지 못한다. 따라서 배워 본 이후에 자기의 부족함을 알 수 있으며, 가르친 후에야 비로소 어려움을 알게 된다. 그러기에 가르치고 배우면서 더불어 성장한다고 하는 것이다."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말이 있습니다.이 말은 배움이 깊을수록 겸허해진다는 뜻으로 비유할 수 있습니다. 학문이 아무리 깊다고 해도 가르쳐 보면, 자신이 미처 알지 못하는 부분이 적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따라서 스승은 부족한 곳을 더 공부하여 제자에게 익히게 해야 하며, 제자는 스승의 가르침을 남김없이 받아들일 때 더욱 학식이 풍부한 인재로 성장하게 됩니다.특히 우리의 인생에 대한 문제는 사람들 저마다의 입장과 처지가 다르기 때문에 그 배움에는 끝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옛말에 '셋이서 먼 길을 떠나보면 그 중에 어느 한 사람은 나의 스승으로 삼을 만큼의 교훈을 준다'라는 가르침이 있습니다. 이제 배움에는 위아래, 또는 남녀를 따질 일이 아닙니다.'후진자는 젊고 기력이 왕성하므로 쉬지 않고 배우니 그 진보의 깊이는 두려워할 만하다. 그만큼 젊은 사람들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라는 뜻의 사자성어로 후생가외後生可畏라는 말이 있습니다. 옛것과 새것이 만나고, 경험자와 비경험자, 그리고 지성과 감성이 서로 다른 남녀가 만나서 서로 배우면 그야말로 아주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습니다. 엄준하 발행인한국 HRD를 고민하고 연구하며 실천하는 선각자이다.HRD를 통한 사람중심경영과 사람 사는 세상을 실현하고자 한다.인력개발학 박사로서 한국HRD협회 회장, 일생경영학교-나다움 이사장, 본지 발행인을 맡고 있다.
-
[서영석 교수] 공감도 의지가 필요하다!
공감, 양보, 협력. 이들은 모두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는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관계에 금이 갔을 때 사람들을 이어주고 갈등을 풀어주는 관계지향적이고 관계친화적인 행동들이다. 그러면 친사회적 행동의 반대편에는 무엇이 있을까? 그것은 타인의 아픔을 공감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의 관점을 이해하거나 수용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서, 관계를 파괴하는 반사회적 행동이라 할 수 있다. 공감, 양보, 협력과 같은 친사회적 행동은 ‘의지’가 필요하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지금처럼 연계와 상생이 필요한 시기에는 무엇이든 적극적으로 실천하려는 의지가 필요해 보인다.---공감은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느끼려고 노력하는 태도’, ‘타인의 눈으로 보고, 타인의 귀로 들으며, 타인의 심장으로 느끼는 것’ 등 다르지만 비슷하게 정의되어왔다. 사람들의 아픔을 이해하고 치유하려고 노력하는 상담사들에게 공감은 기초적인 관계 기술이다. 공감이 만병통치약이 아니고 또 그럴 수도 없지만, 상담사의 적절하고 ‘충분한’ 공감은 내담자(문제를 호소하는 사람)의 마음을 열게 하고, 상담사를 신뢰하게 하면서, 개방적인 자세로 치유과정에 임하게 하는 촉매제 역할을 한다.공감의 반대편에는, 공감을 방해하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회피, 무시, 무반응, 멸시, 학대 등등이 있다. ‘판단적인’ 태도 역시 공감의 반대편에 있다. 사람들에게는 ‘판단하는’, ‘판단적인’ 경향이 있다. 지적인 능력을 강조하는 사회에서는 분석과 종합하는 능력, 비판적 사고력을 존중한다. 이러한 능력이 강조되고 강화 받는 분위기에서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상대방의 이야기를 분석하고, 종합해서 판단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상대방이 어떤 기분이고 왜 그런 생각을 하는지 그 사람의 입장에서 이해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자신의 문제와 경험 및 해법에 비추어 상대방이 ‘이러저러하다’라고 섣부르게 판단하면서, 요청받지도 않은 해결책을 제시하려고 한다.문제의 객관적인 이해와 판단, 대안이 되는 방법과 해결책이 필요한 상황이 있다. 그러나 이해와 지지, 격려와 ‘내 편’ 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문제나 상황이아니라 그 사람이 중요하다. 문제가 아니라 문제를 꺼낸 그 사람에게 초점을맞추어야 한다. 공감은 사람에게 초점이있다. ‘타인의 입장’에서라는 전제를 수반하는 공감의 특성상, 공감은 사람에게초점을 두고, 그 사람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태도다. 이에 반해, 판단하는 태도는 사람에게 초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말하는 내용과 문제 및 상황, 잠정적인 해결책에 초점을 맞춘다.그래서인지, 아픔을 이야기하는 사람이듣는 사람에게 오히려 화를 내는 경우가있다. 문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고, 화자의 몰이해와 판단력 부족 등을 분석해서 말해주는 사람에게 화를 낸다. ‘나’를봐달라고 요구하는 상황에서, 상대방은 ‘내 문제’에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문제가 아니라, 이야기의 내용이 아니라, 분석과 판단이 아니라, 그 ‘사람’이중요한 시점이 있다. 내가 아닌 상대방을 중심에 두고, 내 지식과 지혜가 아니라 그 사람의 심정과 아픔에 초점을 두어야 하는 때가 있다. 그런데 사람들은타인보다는 자신을 중심에 두는 것이 자연스럽다. 비난할 수 없는 성향이다. 그래서 내가 아닌 타인을, 내가 쌓은 지식과 지혜가 아니라 상대방의 경험과 입장을 중심에 두고 그것을 조명하는 것은부자연스럽기까지 하다. 그래서 공감에경험과 학습, ‘의지’가 필요하다.공감은 학습된 반응이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공감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 공감을 잘하는 사람들의 행동을 살펴보자. 이들은 보고(look), 듣고(listen), 반응한다(respond). 우선, 공감 능력자들은 자세부터 다르다. 시선과 몸이 상대방을향하고 있다. 물리적으로 멀리 떨어져있고 시선을 회피하면서 상대방을 공감할 수 있을까? 같은 공간에 존재하면서모든 사람이 시선과 몸을 스마트폰에만 집중하고 있다면, 함께 있는 사람들은과연 공감하고 있는 것일까? 함께 산 정상에 올라 서로 다른 곳을 보면서 느낌을 말한다면, 이들이 서로를 공감할 수있을까? 공감을 하려면, 시선과 몸을,관심을 상대방에게 향해야 한다.공감을 하려면, 들어야 한다. 듣는다는것이 얼마나 어려운가? 각자의 삶과 문제에 몰입해 있으면서 타인의 이야기를,타인의 아픔을, 타인의 문제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30분 이상 타인의 이야기를 집중해서 경청하는 일은 전문적인 상담사의 길로 접어든 초보 상담사들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다. 지루해지고, 다른 삶의 현안들이 머리에 떠오르면서, 대화는 길을 잃게 되고, 적절하지 않은 반응들이 나타나게 된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들으려는 노력과 훈련이 필요하다.공감은 공감하는 사람에게만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에게 전달되어야 한다. 보고 듣는 것 뿐 아니라, 내가 보고 있고, 듣고 있고,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상대방이 알게 해야 한다. 그래서 공감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은 보여주고, 말하고, 반응한다. 적당한 강도로 눈을 맞추고, 적절한 빈도로 끄덕이면서, ‘음, 그랬구나.’와 같이 추임새도 넣고, 호기심과 염려를 담아 질문하고, 상대방이 한 말의 요점을 파악해서 말해준다. 심지어 상대방 마음속에 있을 것 같은 감정이나 의도를 자신의 언어로 표현해 준다(네 표정을 보니 많이 힘든 것 같다. 슬퍼 보여.). 공감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마음에는 가림막이 있다. 보고, 듣고, 이해하려고 노력하지만, 상대방이 보고 듣고 알 수 있도록 전달하지 못하게 방해하는 무거운 가림막이 존재한다. 그래서 그 가림막을 들어 올리려는 의지가 필요하다. 서툴지만 자신의 마음을 상대방에게 전달하려는 노력과 실천적인 연습이 필요하다.공감 받는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누군가가 내 입장에서 생각하고 내 감정을 느껴보려고 노력할 때, 그리고 그러한 태도를 나에게 전달하려고 애쓸 때, 나는 어떤 느낌이 들까? 우선, 이야기를 잘 꺼냈다는 안도감, 이해받고 수용 받는다는 느낌을 가질 것이다. 나아가, 저 사람이 내 편일 수 있고, 이 관계가 안전할 수 있다고 느끼게 된다. 소외되고, 세상에 혼자인 것 같은, 누구도 내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타인의 공감은 분명, 사람에 대한, 관계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는 단초일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내가 부적절하지 않고, 이상하지도 않고, 완벽하지는 않지만 충분히 괜찮은, 그 자체로 소중하고 가치 있는 존재라는 본질적인 자기발견의 시작일 수 있다. 공감이 이 모든 것을 짧은 시간에 빠른 속도로야기하지는 않겠지만, 자기치유와 신뢰회복의 단초가 될 수는 있다.공감 받지 못한 사람들, 관심과 보호를요청했으나 일관되게 거부당한 사람들이 있다. 이런 일이 일정 기간 주요 관계에서 지속되면, 지지받고 이해받고 보호받고 싶은 자연스러운 욕구는 정반대로무시와 멸시, 학대 등 상처를 초래하기때문에, 관심과 사랑, 보호를 갈망하는기본적인 욕구는 부적절한 것이 되고, 결국 타인에 대한 기대와 신뢰를 철회하게 된다. 따라서 이들은 누군가가 보고, 듣고, 반응해주면, 어색해하고, 의심하면서, 거리를 두고, 심지어 물리치는 행동을 하게 된다.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다시는 상처 받지 않기 위해 하는 방어적인 행동인 것이다. 그래서 공감은 종종 기다림을 필요로 한다. 상처받은 사람의 아픔을 있는 그대로 보고 들으면서, 이전 사람들과는 다르게 반응해 주는 안정적이고 일관된 태도를 지속적으로 보여주는 기다림이 필요하다. "공감은 내가 부적절하거나 이상하지 않고,완벽하지 않지만, 그 자체로 소중하고 가치 있는 존재라고 느끼며본질적인 자기발견을 이뤄내는 시작점을 만들어줄 수 있다."미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로 선정된 ‘굿 윌 헌팅’에서 상담사는 어린 시절 양육자로부터 학대를 받아 이후 삶에서 사람들을 불신하고 관계 형성을 회피하는 내담자에게 ‘네 잘못이 아니야, 네 잘못이 아냐, 네 잘못이 아냐.’를 반복해서 말해 준다. 내담자가 경험한 무시와 학대가 그의 잘못이 아니라고 반복해서 대신 말해준 것이다. 상처와 고통으로 힘들어하는 내담자의 내면을 보고 듣고 대신 말해주는 상담사의 공감 반응은 내담자가 강력한 방어를 허물고, 상담사 뿐 아니라 삶에서 조우하는 타인들과 새로운 관계를 시작하는 출발점이 되었다.극한의 고통을 경험하는 환자의 손을 잡고 그 옆에서 고통을 공감해주는 사람이 있을 때, 환자가 지각하는 신체적 고통의 강도는 현저히 줄어든다. 팬데믹으로 많은 사람이 힘들어하고 있다. 이때공감은 작지만 큰 울림으로 진동하는 관심과 옹호의 목소리다. 그야말로 모두의의지와 작은 실천이 소중한 시기다.서영석 교수고려대학교 학부에서 심리학을 전공했고, 미국 미네소타대학교에서 상담심리 전공으로 석사와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연세대학교 교육학과에서 상담교육전공 교수로 재직 중이며, 인간관계, 상담 관련 과목을 강의하고 있다. 연구 주제로는 애착, 외상 후 성장, 상담윤리, 자해/자살을 포함한 정신건강 문제 등이 있다.
-
[장재윤 교수] 코로나 시대 직장인의 정신건강과 웰빙
팬데믹 장기화로 경제 위기와 사회 불안이 계속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기존 비즈니스 모델의 파괴, 기술 혁신, 자동화, 사회적 불평등 심화와 같이 조직과 사회를 근본적으로 재구성할 정도의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사람들은 겉으로는 그럭저럭 지낼 만하다고 얘기하지만, 좀 더 들어가 보면, ‘에너지가 고갈된 것 같다’, ‘희망이 없어 보인다’, ‘외롭다’, ‘이렇게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 ‘불안하고 뭔가에 짓눌린 것 같다’라고 말하며 탈진(burnout) 증상을 호소하고 있다. 작년의 한 조사에 의하면, 미국 근로자의 75%, 아시아태평양지역 근로자의 1/3이 탈진 증상을 보고했다고 한다. 아울러 팬데믹 이후 정신건강 상태를 묻는 말에 ‘매우 심각하다’라고 응답한 사람이 3배 이상 증가했다. 최근 백신이 긍정적 결과를 만들어낼 것이라는 뉴스도 있지만, 많은 사람이 여전히 심리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고, 이러한 현상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생활 변화팬데믹 확산에 따른 경기 부진이 계속되면서 지난해 술과 담배 소비가 사상 최대 규모로 늘었고, 문화나 오락과 같은 여가활동 소비는 역대 최대 폭으로 감소했다고 한다. 술과 담배는 경기 침체 때 소비가 늘어나는 대표적 품목으로 과거 외환위기 때는 20% 이상 급증했던 적이 있다. 이번에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일과 삶에서 피로감이 커지면서 소비가 급증한 것이다. 반면 사람들이 오락, 스포츠, 문화 등 여가활동에 쓴 돈은 역대 최대 수준으로 줄었는데, 통계작성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이라고 한다. 마찬가지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강화되면서 영화관, 미술관, 경마장 등의 이용이 힘들어졌고 문을 닫는 체육시설도 많아졌기 때문이다."가상공간에서 이뤄지는 소통에서가장 유의해야 하는 것이 비언어적 단서 부재에 따른감성적 교류 부족, 상호 간의 오해, 고립 증가다."심리학자들은 동료들과의 자연스러운 잡담을 포함한 주기적인 사회적 상호작용이 정신 및 신체 건강에 필수적이라고 본다. 지금처럼 사회적 연결이 상실된 고독은 심리적으로 고통스러운 경험으로, 팬데믹 이전부터 우리 사회에 점차 만연되어 가던 병이다. 지금은 대면접촉의 어려움으로 인해 사회적 교류가최소화됐고, 꼭 필요한 소통도 비대면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가상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소통이 갖는 한계 중 가장 위험한 것이 비언어적 단서가 부재한 상황에서 발생하는 감성적 교류의 부족과 상호간의 오해 또는 고립의 증가다.조직 구성원의 정신건강과 웰빙현재 상황에서 경영자나 HRD 담당자들은 구성원의 사회적 고립 방지 및 정신건강 유지에 좀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위기 상황에서도 구성원 각자가 자신의 잠재력을 지속해서 발휘할 수 있도록 조직 내 공감과 컴패션(compassion)이 더 많이 발현되도록 해야 한다. 팬데믹 초기에는 많은 기업이 리더를 중심으로 구성원을 독려하며 적극적으로 사상 초유의 위기에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지금은 초기의 아드레날린 분비가 더 이상 효과를 내지 않으면서 탈진 상태로 나아가는 것 같다. 구성원은 언젠가는 다시 정상적인 일터로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과거보다 더욱 소외감을 느끼고있고, 끝이 보이지 않는 팬데믹 상황에서 이전보다 더 긴 시간을 피로감 속에서 일하고 있다. 최근 빈부격차나 불평등 심화, 경쟁과 피로사회, 일과 가정생활의 부조화, 무의미한 일터, 구성원의 저몰입 상태 등과 같이 인간의 번영과안녕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새로운 조직형태에 대한 아이디어들이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Frederic Laloux 경영 컨설턴트가 주장한 구성원의 의식 수준을 높이는 ‘Teal 조직’과 Gary Hamel 런던비즈니스스쿨 교수가 제안한 사람 중심 ‘Humanocracy’다. 두 사람은 조직이 보다 인간적이어야 하며, 감성, 창의성, 연대, 공감의 요소들을 최대한 키우면서 구성원의 성장, 번영, 안녕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는 현재 시점에 특별한 의미가 있다.조직 건강도를 높이기 위한 대책구성원의 탈진을 방지하고 웰빙을 담보해서 건강한 조직을 만들기 위해 다음 몇 가지를 우선적으로 고려해보자. 첫째, 질병을 앓고 있거나 심한 업무 스트레스로 컨디션이 좋지 않은데도 회사에 출근하는 행위인 프리젠티즘(presenteeism)을 방지해야 한다. Forbes의 조사에 의하면, 연간 미국 직장인들의 결근(absenteeism)에 의한 손실보다 프리젠티즘에 의한 사회적 비용이 두 배가 넘는다고 한다. 폴란드나 호주에서 진행된 연구에 의하면, 약 20%의 직장인들이 독감에 걸려도 출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인들은 과한 업무량, 오버타임 요구, 사람 부족 등으로 인해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출근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는 조직에서 프리젠티즘을 보인다. 우리나라 정부가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개인이 지켜야 할 생활 방역 ‘제1 수칙’으로 강조한 메시지가 ‘아프면 3-4일 동안 집에 머물기’이다. 역설적이지만, 팬데믹 상황에서 조직은 과거부터 만연했던 프리젠티즘을 억제하는 시도를 해봐야 할 것이다.둘째, 과거 미국에서 9·11 사태와 같은 트라우마를 경험한 후 사회 전반에 알코올 소비가 급증한 것과 유사하게, 코로나19로 인해 증가할 수 있는 구성원의 알콜 남용과 의존증을 방지해야 한다. 상사나 동료들이 곁에서 지켜보고 관리해주면 알콜 의존도가 감소한다는 연구결과(Spicer & Miller, 2005)로 볼 때, 재택근무 상황에서는 구성원의 생활을 올바로 통제하는 일이 훨씬 어렵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전통적인 근로자지원프로그램(Employee Assistance Program) 이외에, 구성원이 주도하거나 노사 공동 또는 노조 주관의 구성원 지원 프로그램이 활성화되면 구성원의 생활 관리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도 참조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인터넷 기반의 개입 프로그램들(부정적 정서나 행동에 대한 개별적인피드백 제공)은 직접적인 접촉과 통제가어려운 재택근무자들을 관리하는 데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다.셋째, 주기적인 회복(recovery) 시간을 가지도록 장려해야 한다. 직무 스트레스 연구자들은 아침에 활기와 의욕을 갖고 일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전날 충분히 회복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휴식을 취하며 에너지를 재충전해야만 하루 동안 여러 가지 일에 도전해서 조직의 현안을 적극적이고 창의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팬데믹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는 구성원의 업무 수행 현황을 더욱 세심하게 평가하고 그들이 업무를 마치면 충분히 회복할 수 있도록 배려할 필요가 있다. 재택근무의 경우 구성원은 컴퓨터 앞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므로,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고갈되기 쉽다. 그래서 중간에 주기적으로 밖으로 나가 자연 채광을 받고 신선한 공기도 마시면서 짧은 휴식을 가지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업무와 개인적 생활 간의 경계를 분명히 하고, 일을 마쳤다면 업무 관련 생각을 잊고(스위치 오프) 개인적 활동에 집중함으로써 에너지를 재충전하도록 해야 한다. 최근의 신경과학 연구에 의하면, 업무상의 문제에 계속 매달려 있기보다는 잠시 그것을 잊어버리고 본인에게 편안함을 주는 회복 활동(예, 산책이나 운동 등)에 집중하는 것이 이후 업무상의 문제 해결에 더 도움이 된다는 결과들이 있다. 즉, 휴식기에도 뇌에서는 DMN(default mode network)이 활성화되어 무의식 속에서도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게 되고 그것이 의식에 떠오르면 ‘아하’라는 감탄사를 내뱉으며 창의적 아이디어를 얻게 된다는 것이다. 서강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조직심리학 전공으로 인사선발과 평가의 신뢰도와 타당도, 직장인들의 스트레스와 웰빙, 그리고 조직 내 창의성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연구를 통해 심리학의 사회 기여 및 현장 응용에 공헌하고자 한다. 삼성전자 HRD 센터 자문교수로도 활동하며 실무 현장에 관해 다각적으로 조언하고 있다.
-
[김민정 교수] 마이크로러닝이란 무엇인가?
최근 기업교육의 핫 트렌드 중 하나를 고르라면 단연 마이크로러닝일 것이다. 마이크로란 말의 직관적인 의미처럼 뭔가 작은 단위라는 뜻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마이크로러닝이 이슈가 되면서 최근 많은 기업교육 영역에서는 기존 이러닝 콘텐츠를 분절하거나, 작은 단위의 학습 콘텐츠를 제작하여 구성원을 교육하는 모습이 많이 발견된다. 그런데 과연 마이크로러닝은 이렇게 학습의 단위를, 특히 학습 내용의 크기를 작게 하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일까? 그것보다 더 중요한 마이크로러닝의 본질 중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마이크로러닝의 핵심은 무엇이고, 적어도 꼭 포함되어야 하는 요소는 무엇일까?---Hug(2005)는 의미 단위의 학습객체를 ‘micro’, 토픽이나 상황이 들어가게 되면 ‘meso’, 커리큘럼을 구성하는 수준을 ‘macro’로 구분하였다. 마이크로러닝은 일련의 짧은 학습 내용과 미니 코스를 만드는 짧은 활동을 이용하여 고안된 학습 전략이다. 마이크로러닝은 잘게 잘 계획된 하나의 의미 단위 학습활동을 하기 때문에 한입 크기 학습(bite-sized learning)이라고도 불리며 한 번에 소화할 수 있는 분량의 학습 콘텐츠나 활동을 중심으로 하는 학습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10분 이내의 한 가지 개념을 담은 콘텐츠를 가지고 학습하는 것이 대표적이고, 그 예로 TED나 세바시 등과 같은 것들이 대표적인 마이크로러닝을 위한 마이크로 콘텐츠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가 인터넷 검색을 통해 만날 수 있는 카드뉴스나 인포그래픽, 블로그의 글도 마이크로러닝을 위한 마이크로 콘텐츠의 한 종류라고 볼 수 있다."마이크로러닝은 한입 크기 학습(bite-sized learning)으로 불리며한 번에 소화할 수 있는 분량의 학습 콘텐츠를 통해쉽고 빠르면서도 꼭 필요한 내용을 학습하는 전략을 말한다."인간 뇌의 정보처리 기능은 작은 조각으로 정보를 더 잘 저장한다고 하고, 현대 사회의 학습자들은 바쁜 일상에서 필요로 하는 순간 빠르고 효율적으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온디맨드 학습을 원하기 때문에 어쩌면 마이크로 콘텐츠를 통한 학습의 확장은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게다가 최근 다양한 모바일 기기 및 테크놀로지의 발전으로 비형식 학습의 토대까지 갖춰져 있으니, 마이크로러닝이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학습의 편리함과 유연성을 촉진하기 위한 뛰어난 전략으로 자리 잡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작은 단위의 콘텐츠 기반 학습은 모두 마이크로러닝인가?필자는 마이크로러닝의 예로 TED나 세바시 등을 들었지만, 이렇게 언급하는 데는 상당히 조심스럽다. 왜냐하면 마이크로러닝을 이해하기 위한 쉬운 예는 될 수 있지만, 잘못하면 마이크로러닝에 대한 오해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이크로러닝은 작은 단위의 학습이라고 하더라도, 수동적으로 보기만 하는 짧은 단위의 학습 콘텐츠나 지식을 전수하기만 하는 학습은 아니다. 주로 학습을 위한 콘텐츠는 단일의 핵심 개념을 가진 온라인 콘텐츠 형태로 제시되지만, 이것은 꼭 영상이 아닌 다양한 형태로도 이루어지기도 한다.마이크로러닝에 활용되는 마이크로 콘텐츠는 하나의 의미 단위 학습객체로서 반드시 명확한 하나의 학습목적을 가져야 한다. 예를 들어, 패스트푸드점에서 손님에게 감자튀김을 만들어 제공하는 방법을 훈련하기 위해 과거에는 대상자를 불러 모아 집합교육을 했다면, 요즘엔 간단한 마이크로 콘텐츠(감자튀김을 만드는 절차를 소개하는 짧은 영상)로 그 교육을 대신할 것이다. 또는, 감자튀김을 만드는 과정을 오락형 시뮬레이션으로 만들어 학습하게 할 수도 있다. 이때 중요한 것은 교육 대상자들이 보거나 활용한 영상이나 시뮬레이션 게임은 단지 짧은 영상이나 게임이 아닌, 하나의 달성해야 하는 교육의 목적을 가진 학습 콘텐츠라는 사실이다.이처럼 마이크로러닝은 짧은 학습 콘텐츠 안에 명확하게 지향하고 있는 교육의 목표가 있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학습이 이루어지는 것을 전제로 한다. 짧은 온라인 콘텐츠나 게임 도구를 통해 ‘감자튀김 만들기 기술을 익힌다’와 같은 목표를 달성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무조건 학습 콘텐츠를 짧게 잘랐다고 해서 마이크로러닝이라고 간주하기 보다는 작은 콘텐츠에 분명한 교육목표가 있고, 그 목표 달성을 지원할 수 있는 내용이나 활동으로 구성되어 있는가가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학습 콘텐츠의 형태는 영상, SNS 글, 게임 등에 관계없이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왜 기업교육에서 마이크로러닝인가?최근 학습자들은 더 이상 길고 지루한 강의를 듣지 않으며, 자신이 관심 있는 강의 콘텐츠를 유튜브나 다양한 SNS 채널을 통해 찾아내서 언제, 어디서나 편하게 들을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또한, 무수히 많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학습자들은 한정적인 주의집중력을 가지고 있으며, 정보를 처리하는 용량도 제한되어 있다. 더욱이 이것이 업무 환경에서라면 더 하다. 일을 하다가 갑자기 학습에 깊이 몰입하며 심도 깊은 이해를 요하는 다차원의 학습을 하기란 쉽지 않다. 기업교육은 학교교육처럼 전인적 지식을 교육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목적을 위한 초점이 있는 교육을 주로 하므로, 이러한 요소들이 마이크로러닝의 특성과 잘 맞다. 마이크로러닝은 한입 크기의 하나의 학습목표만을 다룬다. 불필요한 내용이나 중요하지 않은 내용을 언급하지 않기 때문에, 정보를 습득하고 이를 쉽게 유지할 수 있게 해주고, 구체적이면서도 목적에 맞는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에 학습자들이 필요한 정보를 찾는데 시간을 낭비하지 않도록 해준다."마이크로러닝은 기업에서 학습자들이업무 수행에 어려움을 겪을 때, 그들의 니즈에 맞춰서적절한 속도로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습득하도록 만들어준다."또한, 마이크로러닝은 적시학습(just-in-time learning)을 한다. 마이크로러닝은 필요할 때 학습이 일어날 수 있도록 한다. 기업에서 마이크로러닝이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부분 중 하나가 직무 도우미(job aid)다. 어떤 일을 하다가 해당 부분에 대해 잘 모를 때, 그부분에 대한 학습을 현장에서 바로 학습콘텐츠를 통해 확인하고, 그것을 현업에적용시킬 수 있도록 하기 때문에 마이크로러닝은 매우 유용하다. 예전의 집합교육에서도 현업에서 직무교육을 많이 해왔지만, 인간의 기억에는 한계가 있기도 하고 교육하는 시기나 습득하는 지식이나 기술의 활용 시기가 달랐기에 학습자들은 교육내용에 그렇게까지 집중하지않았다. 그러나 마이크로러닝에서는 현업을 수행하면서 생기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필요한 지식이나 기술은 필요한 순간에 바로 마이크로 콘텐츠를 통해확인하고 적용할 수 있기 때문에 수요가충분하고 활용 효과도 크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들의 요구에 기반하여 학습하기 때문에 학습 내용에 대한 만족도도클 수밖에 없다. 이처럼 마이크로러닝은기업에서 학습자들이 학습할 준비가 되었을 때 그들의 속도에 맞춰 학습을 할수 있게 한다는 강점이 있다.김민정 교수단국대학교 교직교육과 교수. 한국교육공학회, 한국교육정보미디어학회, 인지심리학회 상임이사이며 단국대학교 교수학습센터 센터장을 역임했다. 다수 국가기관의 이러닝 및 MOOC 사업 자문을 맡고 있으며, 테크놀로지기반 학습 환경과 미래교육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주요 저서로 『명강의 교수법』, 『교육방법 및 교육공학』, 『학습방법으로서의 동료평가』 등이 있다.
-
[이예경 교수] PBL의 본질에 대한 이해
PBL(Problem-based learning)은 제시된 실제적인 문제를 학습자들이 해결하는 과정에서 학습이 이뤄지는 학습자 중심 학습 환경이자 모형이다. PBL의 목적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학습한 지식을 실제 환경에서 활용해 봄으로써 문제상황을 해결 또는 개선하는 방법을 습득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문제해결에 효과적인 태도와 접근방식을 학습하는 것이다. PBL은 상황에 따른 리더십 발휘와 같은 정형화되지 않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필요하지만, 문제해결에 대한 자신의 태도와 접근법을 돌아보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PBL 하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진지 오래되었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기업 현장에서 죽은 지식을 가르치지 말고 산 지식을 터득하게 하라는 의미이다. 사실 여기에는 강의를 통해 배운 지식은 죽은 지식이고, PBL을 통해 산 지식을 배운다는 이분법적 논리가 내면에 깔려 있다. 그런데 인간은 죽은 자와 산 자로 명확하게 구분되지만 지식은 그렇지 않다. 죽은 것 같지만 사는 것을 돕기도 하고, 때로는 산 것처럼 보여도 알고 보면 좀비(zombie)인 경우도 있다. 즉, 강의식 교수법과 일방적 주입식 교육을 동일시해서도 안되며, PBL과 강의식 교수법을 선악 구도로 이해하는 관점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흔히 말하는 지식 위주의 교육과 PBL의 관계에 대해서는 다음 호에서 풀어낼 예정이다)."학습자는 PBL을 통해 실제 세계의복잡성과 다양한 맥락이 반영된 문제를 해결하면서 ‘know how’를 벗어나 ‘know how to’를 익히고살아 있는 지식을 학습하게 된다."PBL은 학습자에게 의미 있는 문제를 제공하고 적극적으로 지식을 활용 및 탐색하는 과정을 통해 실세계에서의 문제해결역량을 증진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PBL에서는 답이 정해져 있거나 쉽게 찾을 수 있는 문제를 제공하기보다 ‘authenticity’(직역하면 진정성을 뜻하지만, 여기에서는 실제 세계를 반영한다는 의미)를 갖춘 문제를 제공함으로써 학습된 지식과 고등사고력을 복잡한 현실 속에서 실제로 활용해보는 데 초점을 둔다. 학습자는 실제 세계와 유리된 형태로 지식을 학습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세계의 복잡성과 다양한 맥락이 반영된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know how’를 벗어나 ‘know how to’를 익히게 된다. 예를 들어, 리더십의 의미와 좋은 리더의 행동양식이 무엇인지 머리로 이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조직 내의 다양한 구성원의 특성과 조직 자체의 특성과 환경, 주어진 자원, 당면 과제 등 현실적인 여건 속에서 리더십을 효과적으로 실현하는 방법을 터득하게 하는 것이다.이때의 ‘문제’는 그 복잡성과 해결에 필요한 정보와 지식의 양에 따라 다양한 성격을 띠게 된다. 보통 PBL에서 다양한 답이 존재하는 개방형 문제만 활용한다고 하는 지적이 있는데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문제를 해결하는 답이 정해져 있고 그 답을 찾는 과정에 있어서의 창의적이고 비판적인 사고력와 몰입능력 등이 요구될 수 있으며 이런 상황도 PBL에 사용될 수도 있다. 이러한 문제를 보통 ‘정형화된 문제’(Well-structured problem)라고 부른다. 일반적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PBL의 문제는 그 해결책을 찾는 과정과 해결책 모두 다양하다. 또한 실세계에서의 문제처럼 주어진 상황과 정보에 대한 불확실성도 높고 문제 자체를 정의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이러한 문제를 ‘비정형화된 문제’(Ill-structured problem)라고 부른다. 예를 들어, 톨스토이의 역작 『전쟁과 평화』의 내용 중 이런 대목이 있다. 피에르는 전쟁이 체스게임과 유사하다고 보았다. 부대를 배치하고 여기저기 전략적으로 옮기면 승리할 수 있다고 보았다. 반면, 전쟁을 실제로 경험한 안드레이는 전쟁이 체스게임처럼 일련의 규칙에 의해 움직여지지 않으며, 누가 강한지는 상황에 따라 달라 아무도 예측하지 못할뿐더러 적군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할 수도 없고, 상황을 정보에 기반하여 판단할 때보다 직관적 추측에 의해 판단하는 일이 더 많다고 하였다. 즉 전쟁은 불확실성이 매우 높은 문제이다.개인과 조직이 세상에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들도 불확실성이 높아 뻔한 문제도생각보다 까다롭고, 도출한 해결책이 실제 집행되는 과정에서 어떤 추가적인 문제가 발생할지도 미리 알 수 없다. 불확실성이 높은 문제와 그 문제의 해결책을찾는 과정은 대략적으로 다음과 같다.우선, 문제의 속성을 깊게 파악하고 핵심요소를 확인한다. 구체적으로 문제의다양한 맥락, 문제에 내포된 요소들 간의 관계 등을 검토하면 된다. 다음으로아는 정보와 모르는 정보, 해결에 필요한 정보와 그 소재 등을 파악한다. 이후다양한 해결책을 창의적으로 생각해 내고 그중 가장 타당한 것을 선택하고 검증해본다. 검증 결과 문제가 충분히 해결되지 않으면 이전 단계로 돌아가 놓친 것이 없는지 확인하면서 다시 최선의 해결책을 찾아본다.PBL의 목적은 크게 두 가지라 볼 수 있다. 하나는 학습한 지식을 실제 환경에서 활용해 봄으로써 문제상황을 개선하는 방법을 습득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문제해결에 효과적인 태도와 접근방식을 학습하는 것이다. 보통 PBL을 떠올리면 전자를 연상하는 경향이 많지만, 후자를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해결 유형에 관해서는 다양한 접근법이 있는데, 그중 Treffinger 등(2002)은 창의적 문제해결 유형이 첫째, 새로운 변화에 대한 태도(경계선을 허무는 탐험가-점진적 개선을 추구하는 개발자), 둘째, 정보처리 방식(아이디어 공유와 즉각적 피드백을 중시하는 외향성-성찰과 숙고를 중시하는 내향성), 셋째, 의사결정 방식(인간관계와 화합 중시-객관적이고 이성적 판단 중시)의 세 가지 차원에서 구분된다고 하였다."PBL은 상황에 따른 리더십 발휘와 같이정형화되어 있지 않은 문제해결을 위해서도 필요하지만,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스스로의 태도를 돌아보고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사회적 문제해결 유형에는 이성적, 충동적, 회피적 유형이 있다(D'Zurilla 외, 2004). 이성적 유형은 합리적인 숙고를 거쳐 효과적인 문제해결력을 체계적으로 적용하는 것을 중시한다. 이러한 유형은 문제해결을 위해 구체적인 정보를 최대한 수집함으로써 문제를 명료하게 이해하며, 방해물과 도전적 여건과 같은 현실적 이슈들을 꼼꼼히 확인한다. 해결책도 가능한 많이 생각해 내며, 각 해결책이 가져올 결과를 다양한 관점에서 신중히 평가한다. 충동형은 좁은 안목으로 충동적이고 성급하게 문제를 해결하는 경향이 있으며 해결책을 폭넓게 찾지 않는다. 빠르지만 무성의하게 문제를 해결하려 하기에 해결책이 부적절한 경우가 많다. 회피형은 늑장을 부리고 수동적으로 문제에 대처하는 유형이다. 문제에 직면하기보다 최대한 미뤄 상황을 피하거나 남에게 떠넘기고자 하는 유형이다. 정리하면, PBL은 주로 정형화되지 않은 문제상황(예: 상황에 따른 리더십 발휘) 해결을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문제해결에 대한 자신의 태도와 접근방식을 돌아보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이예경 교수서강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육공학전공 교수.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이다. 사회심리학 이론을 적용한 교수학습법, 비판적 사고력 개발을 위한 수업설계 등 학습환경 설계에 대한 다양한 연구와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주요 논문으로 ‘Nurturing Critical Thinking for Implementation Beyond the Classroom’, ‘학습자의 경험 분석을 통한 플립러닝의 재해석’ 등이 있다.
-
[김성일 교수] 당근으로 만든 채찍
기업에서 성과에 따라 보수를 지불하는 것은 공정하고 당연한 처사 같지만, 많은 현장연구에서 밝혀진 바로는 성과급과 생산성의 관계는 그리 높지 않다. 타인을 길들이기 위한 보상은 주체성을 잃게 만들어 궁극적으로 동기를 앗아가기 때문이다. 호모 파베르(노동하는 인간)로 살 것인지 호모 루덴스(놀이하는 인간)로 살 것인지는 자율성에 달려있다. 도처에 보상이 도사리고 있는 시대에 우리가 할 일은 자기 삶의 주인이 되는 것이다.---연구가 유일한 즐거움인 K 교수의 대학에서 새로운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했다. 저명한 국제 학술지에 논문 한 편을 출판할 때마다 꽤 많은 금액의 인센티브를 주기로 한 것이다. 처음엔 쏠쏠한 보너스쯤으로 여겨져서 좋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논문을 쓰는 것이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느껴졌다. 몇 년 후 갑자기 재정위기를 맞은 대학이 인센티브 제도를 없애기로 결정했다. K 교수는 더 이상 논문을 쓰지 않았다. 논문을 굳이 써야 할 이유가 사라졌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보상이 놀이를 일로 바꾼 것이다.심리학에선 이러한 현상을 동기저하(undermining) 효과라 한다. 이미 내재동기가 충만해 있는 일에 외부 보상을 주면 도리어 내재동기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외부 보상이 창의성을 저하시킨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심지어 보상에 중독되고 보상에 의해 처벌받는다는 주장도 있다. 자신의 행동 이유를 보상에 잘못 귀인하기 때문에 재미가 없어진다는 설명이다. 흥미를 느끼는 일에 물질적 보상이 기계적으로 주어지면, 내재동기는 저하된다."직장에서 제공되는 금전적 인센티브는그 효과가 너무 강력해서 일을 통해 얻게 되는다양한 만족 효과를 약화시킨다는 단점이 있다."이 기쁨 또한 지나가리라보너스, 승진, 포상휴가, 칭찬은 우리를 일하게 만드는 강력한 드라이브 요인이다. 우리의 뇌는 물질적 보상과 상장이나 칭찬 같은 사회적 보상에서 오는 쾌감을 명확하게 구분하지 못한다. 엄밀히 말하면, 경제적 보상은 사회적 보상이기도 하다. 사회적으로 가치 있다고 인정받는 성과에 주로 주어지기 때문이다.여러 가지 보상 중에서도 단연 으뜸은금전적 보상이다. 돈의 효과가 강력한이유는 보편성 때문이다. 다른 보상과는달리, 돈은 교환가치가 커서 다양한 유형의 쾌락을 살 수 있다. 돈으로 교환할수 있는 대상의 범위가 클수록, 세상이돈에 의해 통제 가능한 것처럼 느껴지게 마련이다. 돈이 개인의 주체성(agency)을 과장되게 착각하도록 만드는 것이다.금전적 인센티브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은 개인의 성과에 대한 객관적 측정 가능성, 성과와 보상의 연계 방식에 대한 공정성, 부수적으로 발생하는 능력주의와 경쟁에 기인한다. 능력은 개인차가 있어서 기대했던 보상을 받지 못하면 좌절, 분노, 우울, 무기력을 수반한다.경제적 보상이 기대만큼 효과가 없는 또 다른 이유는 쾌락의 쳇바퀴(hedonic treadmill) 특성 때문이다. 사람은 성과급이 주는 행복에 금세 적응되어, 처음에는 행복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당연하게 여겨 원래의 행복 수준으로 돌아온다. 심각한 변고는 성과급을 지급할 여력이 없을 때 생긴다. 성과급 없는 일이란 도무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이라고 생각하면 일의 재미는 사라진다. 금전적 인센티브의 근본적 문제는 그 효과가 너무 강력해서 일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다양한 만족의 효과를 약화시킨다는 점이다. 물론 모든 보상이 언제나 내재동기를 저하시키는 것은 아니다. 전혀 흥미가 없는 일을 시작하게 하거나, 언어적보상이 예기치 못한 방식으로 제시되는경우에는 동기저하 현상을 보이지 않는다.당근으로 길들이기당근과 채찍은 야생마나 당나귀 따위의 동물을 길들일 때 쓰는 수단이다. 당근은 잘하면 주겠다는 조건부 행복의 보장이기도 하다. 약속된 당근이 달콤한 쾌감을 줄 것 같지만, 결과가 일정 기준에 도달하지 못하는 순간, 채찍으로 돌변하여 위협한다. 맛있는 당근을 놓치면 처벌받을 때와 똑같은 고통을 느낀다. 이것이 당근으로 위장한 채찍의 본모습이다.보상의 동기저하 효과는 동기과학 분야에서 뜨거운 감자이긴 하지만, 그 주된 이유는 한마디로 통제권의 상실 때문이다. 애석하게도 대부분의 보상은 타인 주도적이다. 부모, 교사, 상관 등 권위적인 인물들이 당근을 얻을 수 있는 조건을 제시한다. 따라서 당근의 사용은 철저하게 상대방의 행동을 통제하기 위한 발상이다. 가령, 매출액 증가에 비례하여 전 사원에게 특별 보너스를 지급하겠다는 사장님의 약속은 적은 돈을 줄 테니 더 큰 돈을 벌어 오라는 요구다. 전래동요 ‘두껍아 두껍아, 헌집 줄게, 새집 다오’와 다름없다. 여기서 직원은 사장님이 보너스로 자신의 행동을 조절하려는 의도를 읽게 된다. 시험 볼 때마다 90점을 넘기면 원하는 선물을 사 주겠다는 부모도 마찬가지다. 아이들의 공부에 대한 동기의 싹을 잘라 버리는 꼴이다. 직원과 아이는 자신의 일에 대한 주도권을 잃어버린 탓에 일과 공부가 재미있을 리 만무하다.돈이 언제나 누구에게나 통제적으로 작용하지는 않는다. 돈이 개인의 가치목록에서 얼마나 중요한지에 따라, 개인의 자존심과 의지력에 따라 돈의 통제력은 달라진다. 자신의 삶에 주체적인 사람은 의사결정 시 돈보다 혹은 돈만큼 중요한 가치로운 것들을 함께 고려한다. 필요한 만큼의 돈을 적절한 수단으로 사용한다는 뜻이다. 동기는 남이 부여하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가 나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순간, 주체성이 사라지면서 길들여지기 시작한다. 동기는 스스로 만들어 내는 것이다.없을 때 소중한 것들최근에 본 최악의 포스터 하나. “어느 마스크를 쓰시겠습니까? 남이 씌워줄 땐 늦습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마스크를 쓴 모습과 인공호흡기를 쓴 사진이 나란히 실렸다. 선택권을 가장한 무지막지한 공갈 협박을 보고 기발한 아이디어라고 감탄하는 주변의 반응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자율성을 옥죄는 환경에 익숙해진 나머지 모욕감조차 느끼지 못하게 된 듯하다. 인간의 실존은 선택에서 온다. 선택권이 제공되면뇌의 보상회로가 활성화되기 시작한다.인간의 마음은 스스로 움직이도록 설계되어 있다. 자율성은 공기와 같아서 있을 때는 가치를 잊고 지내다가, 없어진 후에야 그 소중함을 절실하게 깨닫는다. 한가지 흥미로운 점은 자유에 대한 갈망이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임에도 동양 문화권에서 자율성의 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타인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집단주의 문화 때문일 수도 있지만, 어릴 적부터 자율적으로 선택해본 경험이 거의 없고, 선택의 결과에 대한 책임이 혹독한데다, 재선택의 기회가제한되어 있어서 선택을 두려워하고 회피한다고 볼 수 있다. 자율성은 근육처럼 자주 쓸수록 단단해진다. 자신이 책임지고 선택할 수 있는 자율적 환경을 제공하는 게 최선이다.인센티브라는 당근이 채찍이 되지 않으려면, 어떤 경우에도 당근이 개인의 주체성을 제한하는 수단으로 느껴져서는 안된다. 개인의 노력과 행동의 공헌도를 인정하고, 수고에 감사를 표하는 격려의 용도로 활용되어야 한다. 금전적 인센티브보다 더 자주 손쉽게 쾌감을 얻을 수 있는 각양각색의 당근들이 존재한다는 사실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물질적 보상 획득에만 전력투구하기보다, 인정, 존경, 배려, 공정, 감사, 신뢰, 공감, 자부심 등의 다양한 만족을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다.타인의 평가나 인정에 집중하다 보면, 정작 자신의 통제력은 힘을 잃게 된다. 반대로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우면, 자신의 결정에 책임지게 되고 주체성이 강해진다. 자신이 결정해서 추구한 만족은 타인의 조절에 의한 보상과는 차원이 다르다. 현재의 보상이든 미래의 보상(목표)이든 자기 결정에 의해 설정된 것이라면 부작용은 줄어든다. 무슨 일을 하든지 자신의 일로 만들어야 한다. 결국 자기 삶의 주인이 되는 것이 동기의 핵심이다. 칭찬받기 위해 춤추던 그 고래는 지금쯤 무얼 하고 있을까?김성일 교수고려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한국교육심리학회와 한국인지과학회 회장 및 두뇌동기연구소(bMRI: Brain and Motivation Research Institute) 소장을 역임했다. 주로 흥미, 호기심 및 동기의 신경교육학적 기제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고려대학교 ‘석탑강의상’을 12년 연속 수상했으며, 주요 저서로는 『마음을 움직이는 뇌, 뇌를 움직이는 마음』, 『뇌로 통하다』, 『Recent Developments in Neuroscience Research on Human Motivation』 등이 있다.
-
[발행인 메시지] 행복은 깨달음 속에 있다
사람은 저마다 ‘행복’을 꿈꾸며 삽니다. 그러나 진정한 행복을 누리는 사람은 별로 많지 않고, 오히려 자신은 불행한 사람이라는 생각 속에 사는 사람이 몇 배나 더 많습니다. 그처럼 행복은 우리가 원하고 바라는 것이기는 하지만 그다지 쉽게 우리 곁에 다가서지 못합니다.---동물의 세계는 행복도 불행도 없습니다. 그들은 무엇이 행복이고 무엇이 불행인지 모르고, 오직 본능적 욕구에 충실히 따르며 살고 있을 뿐입니다. 그러나 사람은 동물과 달리 무엇이 행복이고 불행인지 뚜렷이 느끼면서 살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행복과 불행에 대한 의식을 저마다 가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한 삶을 누리지 못하는 것은 사람들이 각자의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채 행복의 기준과 전제를 염두에 두고 살아가기 때문입니다. 아니면 무엇이 행복인지 제대로 모르고 살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무엇이 불행인지는 잘 알면서도 정작 무엇이 행복인지는 잘 모르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행복이란 과연 무엇일까요?’그것은 무엇을 소유하고 소유하지 않고의 문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이 지금 어떤 마음 상태에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행복을 다른 말로 바꾸어 말하면 편안하고 즐거운 상태입니다. 그러면 편안하고 즐거운 것은 어떤 경우에 맛보는 감정일까요? 편안하다는 것은 다시 바꾸어 말하면 마음이 불편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즉, 현재 마음속에서 분노를 느끼거나, 또는 악한 감정에 빠져 있거나, 또는 누구를 미워하고 있거나 처한 상황에 대해 불안해하거나, 또는 어떤 나쁜 생각이 계속 떠오르거나 하지 않고 그야말로 마음이 평온한 상태입니다. 아울러 즐거움이라는 것은 감정적 쾌락을 뜻합니다. 즐거움은육체를 통해서 얻어지는 경우도 있고, 정신적 만족을 통해 얻어지기도 합니다. 사람이 세상의 삼라만상을 이해하는 것은 사람에게 오감과 의식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통해 세상을 보고 상호교류합니다. 이것을 불교에서는 6식識(안, 이, 비, 설, 신, 식)이라고 하며 6식의 인식에 의해 사람의 행복과 불행을 비롯한 모든 괴로움이 생겨난다고 합니다.6식 중에 색을 보는 눈과 소리를 듣는 귀와 향을 맡는 코와 맛을 느끼는 혀와 촉감을 느끼는 몸의 기능은 모든 동물과 사람이 동일합니다. 그러나 정신에 해당하며 뜻을 이해하는 의식 부분은 사람만이 가지고 있는 사고적 감각기능입니다. 의식은 오감을 통해 식별된 정보를 자신의 취향과 마음상태에 의해 판단하고 구별하여 감정을 만들어 냅니다.동일한 색, 청, 향, 맛, 촉, 뜻의 6가지 정보에서도 사람들이 제각각 다르게 인식하는 것은 마음과 감정이 서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 마음과 감정은 살아온 경험과 학습내용에 따라 다르고, 감정은 주어진 상황에 의해 변하기 마련입니다.사람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감상하고,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좋아하는 음식을 먹으면 편안하고 즐거움을 느낍니다. 또는 정겨운 대화를 나누거나 자신의 종교를 통해 믿음이나 평안을 얻을 때 정신적 즐거움을 맛봅니다. 이렇듯 행복이란 언제나 어느 곳에서나 만끽할 수 있는 것입니다. 물론 이와 반대로 동일한 원리로 불행을 겪기도 합니다. 불행은 결국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말합니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생각해 보면 결국은 마음가짐이 행복을 크게 좌우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행복은 6식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일상에서 안분지족安分知足의 깨달음을 얻는 데 있습니다. 본지 발행인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