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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교수] 마이크로러닝의 예시
최근 혁신적인 교육기법으로 주목받고 있는 기업 중 대표적인 곳은 단연 Wal-Mart이다. 최근 몇 년간 Wal-Mart는 매장 매니저 교육을 위해 게임형 교육 프로그램인 ‘스파크 시티(Spark City)’를 도입하기도 하였고, 머리 착용형 가상현실 디스플레이를 활용한 VR 기반의 시뮬레이션 기술을 통해 실제 블랙 프라이데이를 맞아 폭증한 고객의 니즈에 대응하는 가상훈련을 진행하는 등 다양하고 혁신적인 기업교육 방법을 채택하고 있다. Wal-Mart는 이러한 혁신적 기업교육 방법의 일환으로 물류센터 구성원을 대상으로 마이크 로러닝을 도입했으며, 이를 성공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Wal-Mart 는 마이크로러닝을 왜 활용하게 되었고, 어떻게 활용하고 있을까? 그리고그 활용 효과는 어떠한가?---최근 다양하고 혁신적인 교육기법으로 연일 주목받고 있는 기업 중 대표적인 곳은 단연 Wal-Mart이다. Wal-Mart 는 미국의 대표적인 대형 마트이고 전세계적으로도 수많은 지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Wal-Mart가 해마다 안전사 고로 인해 지불하는 비용은 어마어마하 다. 그래서 그 비용의 5%만 줄여도 전체 조직의 이익이 될 것이라는 점은 자명하 다. 즉 안전사고에 드는 비용을 줄이는 작업은 Wal-Mart가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이슈였다. 이런 이유로 인해 Ken Woodlin Wal-Mart 물류센터 부회장은 모든 구성원이 조직의 안전 정책에 대해잘 알도록 하고, 그로 인해 축적된 지식을 실제 현장에 잘 적용해서 안전한 업무 환경이 구축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를 위해 어떤 교육방법이 가장 효과적일지 고민하던 중, Woodlin 부회장은 조직 구성원이 모두 동일한 특성을 지닌 것이 아니라 네 개의 다른 특성을 가진 각기 다른 세대(전통주의 세대, 베이비붐세대, X세대, 밀레니얼세 대)에 속한다는 것을 인지하였다. 그리고 그는 Wal-Mart가 북미의 매우 다양한 지역에 산재되어 있어 지역마다 안전에 관한 문화가 다르다는 것도 파악하였다. 그래서 Woodlin 부회장은 전 지역의 구성원에게 똑같은 교육이 아니라, 세대에 맞게 각기 다른 맞춤형 교육이 필요 하다고 판단했고, 이들에게 최적화된 교육을 제공하기로 하였다. 그 결과 선택한 것이 Axonify의 마이크로러닝 플랫폼을 활용한 마이크로러닝이었다."Wal-Mart는 구성원이 조직의 안전 정책을 숙지하고, 이를 통해 축적된 지식을 현장에서의 업무수행에 활용해서 안전한 업무 환경이 구축되도록 만들기 위해 마이크로러닝을 도입해서 성공적으로 활용하고 있다."150개 Wal-Mart 물류센터에 소속된 구성원은 75,000여명인데 이들은 작업장 에서 모바일로 마이크로러닝 플랫폼에 로그인을 할 수 있다. 로그인을 하면 안전에 관한 문제가 재미있는 게임형으로 주어지며, 이것을 학습하는 시간은 프로 그램을 다운로드하는 시간까지 포함하여 약 3분-5분 정도이다. 주어진 질문에 답을 하면 즉각적인 피드 백이 제공되므로, 구성원은 곧바로 안전에 관한 지식을 습득할 수 있다. 학습을 마친 후에 다시 마이크로러닝 시스템에 접속하면 그 시스템은 구성원이 이전에 응답한 상황을 토대로 틀렸던 문제에 대해 다시 한 번 물어보고, 맞은 문제에 대해서도 한 번 더 그 문제가 다루고 있는 지식을 확실하게 인지할 수 있도록 해준 다. 이를 통해 구성원은 안전에 관해 기존에 습득했던 지식을 다시 상기할 수 있다. 이러한 시스템적 지원은 구성원이 학습한 내용을 잊지 않고 이를 지속 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능 이다. 이뿐만 아니라 Wal-Mart 물류센터 구성원은 자신의 지식이 다양해지고 깊어지는 과정을 언제나 상세하게 모니 터링 할 수 있으며, 자신뿐만 아니라 동료들의 학습증진 과정도 모니터링 할 수있다. 그래서 Wal-Mart 물류센터 구성 원은 경쟁심을 가지고 열심히 학습에 임하고 있다.Wal-Mart의 마이크로러닝 활용 결과는 어떠한가?마이크로러닝을 통해 항상 사고가 많았던 8개의 Wal-Mart 물류센터의 사고 지표는 54% 감소했고, 구성원의 사기가 진작되었으며, 사고로 인한 비용이 대폭 줄어들게 되었다. 그런가 하면 행동 관찰 지표도 96%가 긍정적으로 나왔는데, 이는 구성원이 학습한 내용을 현업에 적용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Wal-Mart 구성원이 마이크로러닝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정도도 91%로 나타 났고, 학습에 대한 자신감도 8%나 증가 했다고 한다. Woodlin 부사장은 마이크 로러닝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조직의 리더십뿐만 아니라 구성원이 안전교육 프로그램에 자율적으로 몰입한 결과로 인해 이러한 성공적인 지표가 도출됐다고 판단하고 있다.그렇다면 무엇이 Wal-Mart의 마이크로 러닝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는가?Wal-Mart의 마이크로러닝이 성공적이었던 데는 크게 두 가지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첫 번째는 마이크로러닝을 시행 하기 전에 교육으로 어떤 목적을 달성해야 하고, 그 교육이 어떤 역할을 해주어야 하는지를 분명하게 정의했다는 점이다. Wal-Mart는 새로운 혁신적 교육에서 달성하고 싶은 바를 다음과 같이 명확하게 정의했다. 물류센터 구성원이 계속 교육에 참여하고, 안전 행동에 관한 지식을 지속적으로 강화할 수 있고, 업무 현장에서 바로 교육에 접근할 수 있으며, 자신들의 지식수준에 맞게 속도를 조절해가며 학습할 수 있고, 회사로 하여금 누가 위험한 행동을 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인가를 예측해서 선제적으로 사고를 방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였다. 이렇게 구체적인 교육에 대한 요구 및 목표가 있었기 때문에 Wal- Mart는 조직의 이슈에 적합한 교육으로 짧은 게임형 질문 방식의 마이크로러닝을 채택했고, 그 결과는 성공적이었다."Wal-Mart의 마이크로러닝이 성공적이었던 이유는 첫째로, 교육의 목적과 역할을 분명하게 정의했고, 둘째로, 구성원에게 최적의 학습 상황을 지원했다는 데 있다."두 번째 이유는 단순히 짧은 교육 내용이 제공되는 마이크로러닝 시행을 넘어, 적응적 시스템을 이용하여 구성원에게 최적의 학습 상황을 지원해줬다는 점이다. Wal-Mart는 구성원에게 기대되는 이상적인 업무수행 수준과 실제 현업에서 관찰되는 사례를 입력하면, 그 구성 원에게 필요한 학습이 추천되는 시스템을 이용하였다. 이는 마이크로러닝을 구현하려면 단순히 짧은 학습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학습자에게 맞는 최적의 학습 내용과 방법이 제공돼야 하며, 이를 토대로 적절한 지원이 이루어져야 함을 의미한다.김민정 교수단국대학교 교직교육과 교수. 한국교육공학회, 한국교육정보미디어학회, 인지심리학회 상임이사이며 단국대학교 교수학습센터 센터장을 역임했다. 다수 국가기관의 이러닝 및 MOOC 사업 자문을 맡고 있으며, 테크놀로지기반 학습 환경과 미래교육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주요 저서로 『명강의 교수법』, 『교육방법 및 교육공학』, 『학습방법으로서의 동료평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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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경 교수] PBL의 효과 및 성공조건
‘Knowledge is power’라는 말이 있듯이 문제해결을 잘 하는 사람, 우리가 주변에서 보는 ‘똑똑한 사람’들의 지식을 테스트해 보면 그 수준이 평균적으로 높다는 것이 연구를 통해 드러난 바 있다. 즉, 강의식 교수법에서 탈피하고 싶어 PBL을 시도하고자 해도 우선 관련 지식을 체계적으로 잘 가르치고, 시험도 보는 과정을 통해 새로운 정보의 원활한 저장과 인출을 도와줘야 한다.PBL에서 좋은 ‘문제’는 문제해결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학습목표/의도가 학습자들에게 분명하게 드러나며, 학습자들에게 현실적으로 와닿는 의미 있는 문제를 뜻한다.---우리가 현장에서 사용하는 다양한 교육 방법들이 있다. 각 교육방법의 효과, 미래인재양성 방법으로서의 적합성 등에 대한 상이한 입장도 많이 존재한다. 각종 매체를 통해 강의식 지식전달 위주의 수업은 미래사회에 성공적으로 살아나 가는 데 도움이 되지 않으므로 PBL, 토 론, 자율적 학습의 방향으로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그런데 교육방법을 공부 하면 할수록 확실히 느낀 점은 누군가 특정 교육방법의 긍정적 효과 100가지를 얘기했다면 이에 반대되는 근거 또한 100가지를 제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PBL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경험하면 직무영역에 대한 지식 습득과 함께 다양한 상황에 적용 가능한 멘탈 프레임이 갖춰진다."즉, PBL과 같은 교수법의 효과에 대한 연구들이 많이 이루어져 왔지만, 효과를 측정하는 환경(학습자와 교수자가 누구 인지, 학습내용은 무엇인지, PBL 실시 기간과 구체적 방법 등)이 상이하여 설령 PBL이 효과적임을 밝힌 연구가 있다 하더라도 그 결과를 일반화하기 어렵다. 특히, 통제된 실험연구(모든 외적 요소들이 동일하다는 가정 하에 PBL 사용집 단과 사용하지 않은 집단의 학습효과 비교)를 찾기 힘들다는 점 또한 연구결과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가져오게 한다. 교육현장에서 PBL에 대한 사례연구(주로 단일 집단을 중심으로 연구)를 아무리 잘한다 할지라도 그 효과가 과연 PBL 로 인한 것인지, 아니면 다른 요인(교수자 역량 등)에 의한 것인지 보장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반대로, PBL의 효과를 입증하기 어렵다는 연구결과를 보면 그것이 PBL 자체의 문제인지 교수자의 역량 부족 등으로 인한 것인지 분명하지 않은 경우도 상당수 있다.이뿐만 아니라, 학습의 효과로서 무엇을 평가했는지도 교육방법의 효과를 논할 때 중요한 요소가 된다. 지식습득 위주의 평가는 비교적 단기간에 쉽게 평가 가능하지만, PBL에서 목표로 삼는 고등 사고력의 경우 단기간 내에 효과를 평가 하기가 어렵고 고등사고력을 가장 잘 포착할 수 있도록 평가를 설계하는 것 역시 어렵다. 따라서 PBL의 효과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무엇을 평가했는지도 눈여겨봐야 할 것이다. 그러나 교육방법들 에 대해 다양한 상황에서 실험연구를 실시한 다음 그 결과를 일반화시키고, 평가 방법들을 일일이 검토한 다음에 새로운 교수법을 시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우리가 그것을 꼭 기다릴 필요도 없다. 과신과 불신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말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새로운 교수법을 시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다시 PBL의 효과로 돌아가서, PBL이 효율적이지 못한 방법이라는 비판이 있음 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학습자들이 ‘인간’ 이기에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인간은 자신이 학습한 내용이 직무 등에 적용될수 있다는 것을 알 때 호기심과 학습동 기가 상승한다(Hung, 2011). 또한, 인지과학적인 관점에서 보면, 문제해결 과정을 통해 자신의 직무영역에 대한 지식만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상황 에서 적용 가능한 멘탈 프레임을 구성 하게 되기에 PBL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Kolodner et al. 2003). 예를 들어, 고객 응대 시 매뉴얼에 없는 문제상황에 직면했을 경우, 해당 영역에서 문제의 본질을 이해하고 필요한 정보를 습득하는법, 고객의 고충을 이해하고 만족할만한 해결책을 도출하는 방법 등을 주도적으로 계획하고 적극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역량을 PBL을 통해 개발할 수 있다.그렇다면 PBL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나가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먼저 학습심 리학적 관점에서 보면, 문제해결의 과정은 장기기억고에서 필요한 정보(지식뿐 아니라 전략, 스킬까지 포함되는 개념)를 원활하게 인출하고 작업기억고(의 식적 사고의 영역)에서 필요한 정보들을 효과적으로 처리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작업기억고란 쉽게 말하여 필요한 정보들을 이리저리 활용하거나 저장이 용이한 형태로 가공하는 ‘work bench’라할 수 있다. 우리가 뭔가를 생각하고 있을 때 혹은 의식적으로 어떤 활동을 하고 있을 때 뇌에서 작업기억고가 사용되 고 있다고 보면 된다. 작업기억고의 역량이 떨어지는 사람은 문제해결에 필요한 전략, 관련 정보, 목표 등을 작업기억 고에 함께 담아 활용하지 못하여 문제해 결에 대한 집중도가 떨어지는 경향을 보이며, 작업기억고의 역량이 좋은 사람은 이것들을 놓치지 않고 함께 생각하면서 집중하여 문제를 더 잘 해결하는 경향이 있다.물론 뇌에서 정보를 활용하는 데에 훨씬더 복잡한 메커니즘이 작용하지만, 어쨌든 ‘정보’가 충분히 갖춰져 있고 그 정보의 인출이 원활해야 문제해결도 가능하 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실제로 학습 자의 선수지식이 충분히 갖춰져 있지 않은 상태에서 PBL 수업을 할 경우 학습 자가 제시한 최종 문제해결책이 빈약하 거나 타당성이 떨어지는 경우를 연구들을 통해 볼 수 있었다. 흡사 맛있는 요리를 만들고 싶어도 요리법도 모르고 재료도 갖춰지지 않은 경우라고 보면 된다. ‘Knowledge is power’라는 말이 있듯이 문제해결을 잘 하는 사람, 우리가 주변에서 보는 ‘똑똑한 사람’들의 지식을 테스트해 보면 그 수준이 평균적으로 높다는 것이 연구를 통해 드러난 바 있다. 즉, 강의식 교수법에서 탈피하고 싶어 PBL을 시도하고자 해도 우선 관련 지식을 체계적으로 잘 가르치고 시험도 보는 과정을 통해 새로운 정보의 원활한 저장과 인출을 도와줘야 한다."PBL의 문제는 해결 의지를 느낄 만큼 흥미로워야 하며, 적절한 수준의 복잡성도 지녀야 한다.그래야 학습자들은 해결책을 찾아내기 위해 노력한다."지식의 체계적 습득이 전제되었다면 ‘문 제’를 잘 설정해야 한다. PBL에서는 비정형화된 문제를 제시한다. 비정형화된 문제는 해결책과 해결과정에 정해진 답이 없는 경우를 의미한다. 그렇다고 해서 예를 들어 ‘좋은 리더십이란 무엇인 가’처럼 매우 막연한 문제는 적절하지 않 다. 문제해결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학습목표/의도가 학습자들에게 분명하게 드러나야 하며, 학습자들에게 현실적 으로 와닿는 의미가 있어야 한다. PBL 의 효과를 입증하지 못한 연구들에서 학습자의 학습의지 결여(동기부여 실패)가 원인으로 추정되는 경우들이 있는데, 이는 PBL에 있어 학습자의 흥미와 호기심이 얼마나 중요한지 시사한다. 따라서 PBL의 문제는 문제해결에 대한 의지를 불러일으킬 만큼 흥미로워야 하며, 적절한 수준으로 복잡성을 지녀야 더 재밌어 진다. 적절하게 도전적인 문제를 해결하 고자 할 때, 그리고 적정수준의 지식을 갖추고 있을 때 학습자들은 자신의 사전지식에 기반하여 문제를 분석하고 문제해결에 필요한 정보를 적극적으로 탐색하게 될 것이며, 해결책에 대해 팀원들 간 의견교환도 원활하게 일어날 것이다.이예경 교수서강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육공학전공 교수.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이다. 사회심리학 이론을 적용한 교수학습법, 비판적 사고력 개발을 위한 수업설계 등 학습환경 설계에 대한 다양한 연구와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주요 논문으로 ‘Nurturing Critical Thinking for Implementation Beyond the Classroom’, ‘학습자의 경험 분석을 통한 플립러닝의 재해석’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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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석 교수] 애착의 법칙: 3번만 반응해 주자!
애착(attachment)은 양육자, 연인, 배우자, 절친 등 매우 가까운 사람과의 관계에서 경험하는 ‘정서적 유대’(emotional bonding)다. 이는 삶에서 매우 중요한 사람들과 선별적으로 애착관계를 형성하고, 사람들은 그러한 애착 대상과 정서적으로 끈끈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가 누구 에게 애착을 느끼고 있고 그 사람과의 관계를 애착관계로 부를 수 있으려면네 가지 특징이 관찰되어야 한다.---애착관계의 첫 번째 특징은 관계에 있는 사람들이 서로 근접성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즉, 가급적 애착 대상과 가까이 있으려 하고 최대한 근거리에 애착대상을 두려 한다. 애착의 두 번째 특징은, 애착 대상과 이별을 해야 할 때 마음에 고통을 경험한다는 것이다. 이는 애착 대상과 가까이 있으려는 특징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는데, 근거리에 두고 싶은 사람 과 떨어져야 하는 상황에서 불안과 두려움 등 마음의 고통을 경험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다. 애착관계의 세번째 특징은 애착 대상이 나에게 안식처 (safe haven)가 된다는 것이다. 스트레스나 역경 등 삶에서 위협을 느끼고 위험을 감지할 때 사람들은 애착 대상을 떠올리고, 다가가서 위로를 받으려 하며, 함께 있으면서 안도감을 느낀다. 애착의 마지막 특징은, 애착 대상은 나에게 안전기지(secure base)의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혼자 장난감을 가지고 놀다가도 엄마가 주변에 있는지 확인한 다. 나를 지켜봐 주고 있는지, 내 주변에 있는지 확인하려고 한다. 중요한 시험과 같이 큰 평가를 앞두고 있거나, 익숙하지 않은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내가 응원할게. 괜찮아 잘 할 수 있을 거야’라고 지지해 주는 사람이 있다면, 분명 그 사람은 나에게 든든한 뒷배, 즉 안전기지의 역할을 해 주고 있는 것이다.애착의 네 가지 특징을 읽으면서 누군가가 떠올랐을 것이다. 애착대상이어야 하는 사람이 애착대상이 아닌 것 같은 회의가 들었을 수도 있다. 가까이 있고 싶고, 없으면 쓸쓸하고 아픈, 힘들 때 위로 받고 싶은 든든한 응원군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많은 강점과 자원이 있다. 반대로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일관된 자기인식이 부족하고, 심리정서적인 문제에 취약하며, 대인관계에서 어려움을 경험하고, 역경과 어려움을 극복하는 것을 힘들어한다. 친밀한 관계의 핵심인 애착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광범위한 삶의 영역에서 그 힘을 발휘한다.생일파티에 초대하고 싶은 친구 5명을 적어보라고 수업 시간에 아이들에게 과제를 내 준다. 아이들은 한 손으로 종이를 가리고 다섯 명의 이름을 적는다. 아이들에게 이 과제를 내 주기 전에, 연구 자는 아이들의 애착유형을 조사했다. 아이들이 생일에 초대하고 싶은 친구들의 명단과 그 친구들의 애착유형을 확인한 결과는 놀라웠다. 실제로 생일에 초대받은 아이들의 애착유형은 모두 ‘안정형’이 었다. 즉, ‘불안정’ 애착유형에 해당하는 아이들은 한 명도 반 친구들로부터 생일 파티에 초대를 받지 못한 것이다. 아이든 성인이든 상대방이 어떤 애착유형을 가지고 있는지는 잘 알지 못한다. 그러 나 안정애착인 사람, 불안정애착인 사람과 관계를 형성하면서 사람들은 그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하며, 나를 어떻게 대하는지를 경험하게 된다.이 과정에서 상대방에 대한 호불호가 생기고, 더 친한 관계로 발전시킬지 아니면 거리를 유지하면서 더 이상 가까워지고 싶지 않은지를 판단하게 된다. 앞으로 하게 될 모둠활동의 리더로 누가 좋을지 추천하는 과제를 내주었을 때, 아이들은 대부분 안정애착인 친구를 리더로 추천했다. 즉, 안정애착인 아동은 주위 또래들로부터 리더로 인식된다는 것이다. 안정애착인 아이들은 친구들로부터 인기가 많고, 또래 사이에서 리더가될 가능성이 높을 뿐 아니라, 스스로를 가치 있는 사람으로 여기고, 역경을 경험해도 다시 회복할 가능성이 높으며, 호기심이 많아 학업 성취도가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어떻게 하면 이런 긍정 적인 특징들을 가질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누구와 어떤 경험을 하면, 안정애 착을 형성할 수 있을까? 답은 간단하지 만, 관심이 필요하고 실천하려는 의지가 수반되어야 가능한 일이다.10분 동안 엄마 없이 낯선 사람과 한 방에서 장난감을 가지고 놀던 아이는 엄마의 발자국 소리에 귀를 쫑긋하고 자신의 이름을 부르면서 다가오는 엄마를 반기려고 문으로 다가간다. 아이는 방문을 열고 들어온 엄마의 품에 안겨 눈을 마주치고, 가지고 놀던 장난감을 보여주면서, 엄마가 없던 시간 동안 느꼈을 혼란과 불안, 두려움을 위로 받고, 이내 안정을 되찾은 후 엄마 주변에서 장난감을 가지고 논다. 아이들 10명 중 6명은 이렇게 행동한다. 이런 아이들이 안정애착에 해당된다. 나머지 4명의 아이들은 동일한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할 까? 엄마가 돌아와서 위로를 해도 이별 중에 경험한 부정적인 감정들이 진정되지 않는 아이, 엄마가 돌아와도 반기지 않고 계속해서 하던 일을 하는 아이, 엄마에게 다가가지만 쳐다만 볼 뿐 안기지 못하고 우물쭈물하는 아이. 모두 불안 정애착에 해당된다. 대표적인 애착관계인 양육자-아동 간 관계에서 보이는 이런 행동들은, 또래 관계, 연인 관계, 배우자 관계 등 다른 애착관계에서도 관찰된다. 과하게 감정을 표현해서 상대방을 당황스럽게 하고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 키기 위해 압력을 행사하는 사람, 친밀한 관계를 맺는 것을 두려워해서 상대방이 다가오는 것을 힘들어하고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려는 사람, 상대방에게 다가 가야 할지 거리를 유지해야 할지 혼란스러워 하는 사람. 가까운(가까워야 할) 사람이 이런 행동들을 보인다면, 혼란스럽고, 관계의 질은 떨어지면서 관계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왜 이런 차이가 생기는 것일까? 왜 어떤 사람은 안정애착을 형성해서 관계에서 긍정적인 특성들을 보이고, 왜 어떤 사람들은 불안정애착을 형성해서 상대방을 당황시 키고 힘들게 하는 것일까? 해답은, 관심과 돌봄, 사랑에 대한 신호에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있다.안정된 애착을 형성한 사람에게는 기본적인 욕구, 즉 관심과 돌봄, 사랑 받고 싶은 욕구에 ‘민감하게 반응해 주는’ 사람이 있다. 아동기에는 양육자, 청소년 기에는 또래인 절친, 성인이 된 이후에는 연인 또는 배우자가 그런 역할을 수행한다(그러기를 기대한다). 관심과 사랑, 돌봄에 대한 신호를 빠르게 포착해서 원하는 것을 제공해 준다면, 그 사람 과는 안정애착을 형성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안정애착을 형성하는 과정에서는 어떤 일들이 일어날까? 우선 자신의 기본적인 욕구가 충족되기 때문에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게 되고, 이런 경험이 반복되면 자신이 사랑받을 만큼 충분히 가치 있는 존재라는 인식이 마음속에 강하게 자리 잡게 된다. 이러한 긍정적인 감정과 인식이 쌓이게 되면 큰 자원이 되는데, 주변 사람들에게 밝고 긍정적인 사람으로 지각될 뿐 아니라, 힘든 일, 역경을 경험할 때 그것을 견디고 다시 일어설 수 있게 하는 생각과 행동들을 촉발시킨다. 안정애착을 형성한 사람들 또한 다양한 스트레스와 어려움을 경험한다. 그러나 이들에게는 끌어 쓸 수 있는 긍정적인 에너지가 많이 있기 때문에, 역경을 견디고 극복할 가능성(탄력성)이 그만큼 크다. 또한, 자신에게 관심과 돌봄, 사랑을 제공한 주요 타인 뿐 아니라 사람 및 관계를 신뢰하게 된다. 나아가 나를 둘러싼 세상을 내가 기대한 것들이 응답 받는 예측 가능한 안전한 공간으로 인식한다.그런데 문제는, 상대방이 보내는 신호를 민감하게 포착해서 긍정적으로 반응 하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아이를 돌보는 양육자에게도, 연인 또는 배우자를 대하는 성인들에게도 일관성 있게 긍정적으로 반응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인간의 불완전함과 자기중심 성을 고려하면, ‘일관되게 긍정적으로 반응해야 한다’는 이론가들의 주장은 비현 실적이기까지 하다. 그러나 최근 발표된 연구 결과는 현실적이고 또 희망적이다. 연구 결과, 관심과 돌봄의 신호에 10번중 3번 이상 긍정적으로 반응해주면 안정애착을 형성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의 60%에 해당하는 사람 들이 안정애착으로 분류되는 것을 고려 하면, 10번 중 3번 이상 상대방의 요구에 긍정적으로 반응하는 것은 충분히 실천 가능한 일이다. "사람은 타인과 안정애착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욕구 충족과 자신의 가치 인식이 가능하다."상대방의 표정과 몸짓 등 비언어적인 행동 뿐 아니라 이야 기의 내용에 귀를 기울이고 필요에 반응해 줄 때, 그 사람은 나와 애착관계를 형성하고, 나를 신뢰하며, 나와의 관계 에서 위로와 안전함을 경험한다. 건강한 관계의 시작과 회복은 상대방의 욕구를 민감하게 포착해서 긍정적으로 반응 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상대방이 보내는 관심과 보호, 사랑에 대한 신호에 3번 이상 긍정적으로 반응해 준다면, 그 사람과 건강하고 신뢰할 수 있는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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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일 교수] 우리가 남이가?!
직장 만족도는 무슨 일을 하는지보다 누구와 일하는지에 의해 좌우된다. 뛰어난 실력자들로 구성된 팀보다 서로의 의견을 경청하고, 실수에 대해 비난 하지 않으며, 상호 신뢰가 돈독한 팀이 더 좋은 성과를 낸다는 것은 상식이 다. ‘우리’라는 소속감과 유대감은 구성원 간의 올바른 마음읽기에서 비롯되 지만, 이는 자율적이고 유연한 ‘우리’일 때만 가능하다.---“우리가!” 박 부장이 회식자리에서 건배 사를 힘차게 선창하자, “남이가!” 직원들이 일사불란하게 답사를 외친다. 그런데 호기로운 신입사원 하나가 “우리는 완전 남남인데…”라고 불만을 제기한다. 이때 부터 부장의 라떼 연가가 시작된다. ‘우 리는 남이다’라는 명제는 당연한 참인 듯하지만, 조금만 비켜서 보면, 우리는 남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쉽게 알아차릴수 있다. 문법적으로 ‘우리’라는 주어와 ‘남’이라는 보어가 상충하기 때문이다. 우리와 남을 가르는 기준은 공통점과 차이점이다. 공유하는 것들에 초점을 맞출 수록, 우리로 분류될 가능성이 높다. 가령 개미와 인간의 사회성을 비교할 때면, 인간은 원숭이와 함께 ‘우리 영장류’ 로 분류되지만, 예술과 문화를 논할 때원숭이는 그저 동물원의 구경거리일 뿐이다.다른 동물과 구분 짓는 인간의 독특성은 다양하게 나타난다. 우리 인간은 농담을 하고, 요리와 예술을 즐기며, 엄지손가 락이 다른 손가락을 마주 볼 수 있고, 무엇보다 타인의 마음을 추리할 수 있다. 특히 인간의 가장 강력한 특성인 사회적 뇌의 진화는 인류의 산업과 문화 발전을 이끌어 왔다. 이를 입증하는 가장 인상 적인 사례는 위키피디아의 탄생이다. 권위 있는 만물박사 몇 명이 만드는 백과 사전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의 자발적 협업을 통해 사회문화적 지식이 축적되고 검증되는 시스템으로 진화하고 있다.스토리의 공유던바(Dunbar)의 수라 불리는 한 개인의 안정적인 인간관계 수는 150명 정도이 다. 그러나 이중에서 매우 친밀한 사람은 15명, 주말에 식사할 사람은 50명 정도라고 한다. 한 연구에 따르면, 매일 만나는 친구가 있으면 1년에 10만 달러, 정기적으로 이웃을 보면 1년에 6만 달러를 추가로 버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고 한다. 내 주변에는 어떤 사람들이 연결되어 있을까?우리는 스토리를 공유하는 사람들로 연결되어 있다. 공통의 사건이나 느낌을 자주 경험할수록, 목표를 공유할수록, 자신들의 스토리가 생길 가능성이 높아 진다. 층간 소음으로 다투다가도 한일전 때 하나가 되는 것은 공동의 적으로 인해 같은 감정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동의 적은 스토리를 만들게 해주는 매개체일 뿐, 사회적 유대감을 일으 키는 핵심이 아니다. 경험과 스토리를 공유해야 진짜 ‘우리’다. 함께 산책하고, 예술적 감상을 나누고, 취미활동을 같이 하면 우리만의 스토리가 생기게 마련이 다. 도움을 요청하고 도와주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날수록, 이야깃거리는 늘어 나고 서로가 탄탄하게 연결된다. 강제로 참석해야 하는 회식이나 단합대회는 종종 비극이 되지만,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의 자발적 모임은 해피엔딩이 다. 그러나 함께 한다고 해서 이야기가 자동적으로 만들어지진 않는다.마음을 읽어야 우리다약 5만 년 전쯤 인간의 문명이 비약적으로 약진하게 된 이유 중 하나는 거울 뉴런체계(mirror neuron system)와 관련이 깊다. 거울뉴런은 영장류의 손가락 움직임을 연구하던 이탈리아 리촐라띠 (Rizzolatti) 연구진에 의해 우연히 발견 되었다. 원숭이가 땅콩을 집을 때와 실험자가 땅콩을 집는 것을 볼 때, 동일한뇌 영역의 활성화가 관찰된 것이다. 이전까지의 신경과학자들은 지각과 운동을 담당하는 뇌 영역이 각기 다르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거울뉴런의 발견은 학계에 엄청난 충격과 흥분을 몰고 왔다. 타인의 행위를 보기만 해도 뇌의 운동 영역과 의도를 추리하는 영역까지 활성 화된다는 사실은 언어습득, 공감, 마음 이론, 문화적 모방과 밈(meme)의 전파 까지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그 중에서도 마음이론(theory of mind) 은 타인의 의도, 믿음, 감정 등을 이해할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나는 네가 생각하고 있는 것을 내가 알고 있다는 것 을 네가 알고 있다는 것까지 알고 있다’ 는 식의 상대의 생각에 대한 추론이다. 마음이론 능력이 급속도로 진화하게 된이유는 마음읽기가 유대감을 강화시키고 공감과 협력을 이끌어 생존에 도움이 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현대 사회에서는 신체능력과 공격성의 중요성이 약화되 면서, 상대적으로 마음읽기의 비중이 커졌다.마음이론은 일반적으로 세 살 무렵부터 발달하지만, 그 능력에는 개인차가 있다. 위의 그림에 있는 두 개의 삼각형과 한 개의 원이 움직이는 동영상을 보면 무슨 생각이 드는지? 심리학자 하이 더(Heider)와 짐멜(Simmel)의 연구에 의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도형의 움직임을 의인화해서 표현한다. 춤을 추고 있거나, 쫓고 쫓기고 있거나, 보호해 주거 나, 놀이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마음 이론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자폐를 앓고 있는 사람은 도형들의 무선적인 움직 임으로 지각할 뿐이다. 마음읽기 능력이 뛰어나면 정서지능, 사회성, 리더십뿐만 아니라 도덕성도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주변의 인기 있는 사람들을 떠올려 보라. 죄다 마음읽기 고수들이다. 다른 마음을 잘 읽는 사람은 사려 깊고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해 집단의 유대감을 높이는 리더가 될 가능성이 높다. 마음읽기는 마음얻기이기도 하다.‘우리’의 출발점은 마음읽기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제대로 읽을 수 있어야 연결의 힘이 발휘된다. 보는 것이 곧 하는 것이기 때문에, 마음이론 능력이 뛰어난 동료들을 자주 접하면 따라하게 된다. 이는 소통하고 협력하는 수평적인 조직 문화라는 선순환 시스템을 낳는다. 뿐만 아니라 타인과의 유대가 강할수록 마음읽기는 더욱 쉬워진다. “아프냐? 나도 아프다”라는 명대사는 ‘남’이 아니라 ‘우 리’끼리 하는 얘기다.‘우리’의 두 얼굴소속감에 대한 욕구는 인간의 사회적 본능이다. 개인의 정신적 질병이 뒤틀린 가족관계에서 비롯될 수 있듯이, 직장에 서의 스트레스 역시 동료와의 왜곡된 상호관계에 기인한다. 집단에서 비난을 받거나, 따돌림을 당하거나, 질투를 느끼 면, 뇌의 고통 영역이 활성화되어 회피 행동을 보인다. 당연히 ‘우리’ 되기를 거부하게 된다. 반면 인정, 신뢰, 공감 등의 사회적 보상은 뇌의 도파민 회로를 활성화시킨다. 도파민 분비는 정서적 만족뿐만 아니라 수행의 질과 동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특히 주의집중력과 작업기억 능력이 증진되고, 사고와 의사결정 능력이 향상된다. 효율성과 생산성은 ‘우리’의 긍정적 산물이다.그러나 편견과 적대감은 ‘우리’라는 집단 소속감의 어두운 면이다. 내편-네편, 아군-적군, 우리-그들의 이분법적 사고가 외집단을 적대시할 수 있기 때문이 다. 최근 우리 사회에 만연한 이념, 빈부, 종교, 남녀, 세대 간의 각종 양극화가 그러하다. 편향적 사고를 최소화하려면 다양한 가치가 공존하는 공동체가 답이다. 이상적인 ‘우리’는 공동의 적을 이겨야 한다는 명분으로 명령과 복종이 지배하는 조직에서는 가능하지 않다. 개인기 평가로 인한 경쟁과 불안이 만연한 조직 역시 마찬가지다. 사회적으로 건강한 ‘우리’는 함께 한다는 느낌을 갖되, 개별 구성원에 대한 존중이 수반되어야 한다. 다름에 대한 개방적 태도로 서로를 보완하면, 개인의 정체성과 소속감의 갈등은 사라진다.다양한 가치를 포용하면 ‘우리’의 범위가 넓어진다. 한일전 때 남이었던 일본인도 북극곰을 생각하면 자연스레 우리가 된다. 다름보다 같음에 집중하면, 우리는 친구이자 동료이고 이웃이며 같은 공동 체의 일원이 될 수 있다. 따로 또 같이할 수 있는 유연한 ‘우리’가 많다는 것은 엄청난 자산이자 축복이다. 그렇지만 ‘우 리’를 위해 개인의 희생을 요구하거나, ‘우리’ 되기를 강요하는 순간,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된다. 박 부장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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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일현 교수] 빅데이터 기반 Post HRD 시스템 혁신 전략
사람, 컴퓨터, 조직 등 시스템은 개체를 개체의 요소 또는 부분으로 분화하기 보다는 전체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부분들의 정렬과 관계에 초점을 맞춘다. 부분들이 정렬하고 관계 맺는 방식을 결정하는 기준은, 시스템의 생존과 성장에 도움이 되는지이다. 도움이 되는 정렬은 좋은 시스템이고 도움이 되지 않는 정렬은 재조직화를 통해 진화하여야 한다. 그러지 못하는 시스템은 시스템으로서의 정체성을 잃는다. 부품 하나하나는 문제가 없는데, 전체적으로는 기능하지 못하는 컴퓨터는 부품의 덩어리로 전락한다. 기업도 시스템으로써 그 생존과 성장을 위해; 1)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하고, 2) 소비자에게 제공하고, 3) 소비 과정을 촉진하고, 4) 이 전 과정을 분석-평가하여 보다 개선된 제품과 서비스를 창출한다. 소비자 행동 분석, 구매 예측 및 추천, 제품 결함 및 소비자 요구 분석을 위해 빅데이터가 활용됨으로써 기업의 시스템 경쟁력은 극대화된다. ---이제 빅데이터를 활용하지 않는 기업은 산업 생태계 내에서 성장은 커녕 생존할 수 없게 되었다. 기업 활동 중 하나인 HRD도 시스템이다. HRD는 HR의 고용을 유지하고 그(녀)의 역량을 개발하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1) 콘텐츠를 개발하고, 2) 학습자에게 이를 제시하고, 3) 그(녀)로 하여금 콘텐츠와 적극적으로 상호작용하도록 촉진하고, 4) 이 상호작용 과정을 분석-평가하여 콘텐츠를 개선한다. 과거 HRD는 시스템으로 작동하지 못했다. 앞서 언급한 1)-4)의 4가지 요소는 각각 시간적-공간적으로 분리된 채 노동집약적 방법으로 추진됨으로써, 비효율성과 비효과성을 벗어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사람을 그 중심에 놓는 HRD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 새로운 기회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기계는 소비자-경영자-학습자 등 생태계 내 인간의 행동을 컴퓨터가 기록해 놓은 빅데이터를 읽고 배워 학습한다. 탁월한 인공지능의 사례들을 살펴보라. 그 활용 영역이 바둑이든 자율주행자동차이든 인간에 대한 반복 학습 없이 지능화된 경우가 단 하나라도 있는가?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아 인간은 기계와의 경쟁에서 점점 뒤쳐질 것이다. 그러나 기계는 기계와 협업하는 인간, 즉 Post HR을 결코 이길 수 없을 것이다. Post HRD를 위해서 HRD도 ‘기계와 협력하는 Post HRD’로 진화해야 한다. 이 진화에 성공한다면, HRDer는 AI 시대를 주도하는 핵심 전문가로 변신할 수 있을 것이다.Post HRD로의 시스템 혁신 전략은 3가지로 제시될 수 있다. 첫째, 시스템 관점의 철저한 이해와 적용이다. HRD 시스템의 특성을 잘 나타내고 있는 ‘흩어지면 죽고 뭉치면 산다’는 격언, ‘전략적 HRD’라는 비전은, 4차 산업혁명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둘째, 학습분석학(learning analytics)의 적극적 도입이다. 학습분석학은 사이버물리 학습환경에서 학습자들이 남긴 학습 행동 및 심리 반응 빅데이터를 수집-분석-가공하여 피드백함으로써 학습 성과 및 콘텐츠 성능을 개선하고자 교육공학-통계학-컴퓨터공학을 융합한 응용 연구 분야이다. 학교교육에 비해 테크놀로지 확산 속도가 빠르고 성과 목표가 객관적으로 측정되는 HRD 생태계에서 학습분석학은 빠르게 뿌리 내릴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인간의 생존과 자유를 옹호하는 가치관의 정립이다. 빅데이터는 인간의 행동을 관찰함으로써 얻어진다. 이 과정에서 시선의 폭력, 감시와 자기검열, 프라이버시의 침해가 발생할 수 있다. 이 문제를 잘못 다룰 경우, 빅데이터는 기계화된 巨惡이 될 수 있다. 그래서 데이터 수집-분석-활용 전반의 투명화, 거래적 이익(제공한 정보를 상회하는 제공 받는 정보의 가치)의 극대화, 중도 탈퇴(opt-out)의 허용, 데이터 보안 시스템 장착 등 관련 조치가 강구되어야 한다.조일현 교수이화여자대학교 교육공학과 교수. HRD와 에듀테크를 가르치면서, 인재개발원 원장 및 에듀테크융합연구소 소장으로서 다양한 분야를 적용 및 연구하고 있다. 삼성물산과 삼성인력개발원에서 현장 HRD를 경험했고, 크레듀에서 에듀테크 개발 및 컨설팅을 실천했다. 인류의 생존과 진화를 옹호하는 학습분석학 기반 HRD 구현에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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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진 교수] 인간의 자율성 확보를 위한 AI 윤리 가이드라인
인공지능에 대한 우려와 기대는 세계 여러 나라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인지 인공지능의 생명주기 전반에 걸친 윤리 가이드라인이 속속 모습을 드러 내고 있다. 특히 인간의 자율성을 강조하기 위한 인공지능 통제권 확보는 진흥과 규제라는 측면에서 논쟁거리가 될 것이다. 인공지능은 거버넌스를 확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윤리적 기준을 만족해야 하며, 이를 지속적으로 관리 하는 방법론 구축과 제도적 장치 마련은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있다.즉, 인공지능 윤리 가이드라인이 실효적인 지배력을 갖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 산업, 문화, 교육, 연구 등 곳곳에 적용되고 있는 인공 지능이 인간을 어떻게 대할지 모르는 상태에서 사회 전반에 이용된다면, 인공지능은 자칫 되돌리기 어려운 골칫덩이가 될 수도 있다.---“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AI 속은 모른다.” 현재 상황은 이렇게 표현할 수 있다. 인공지능이 이제 적용되다 보니 각기업에서는 영업비밀로 이를 관리하고 있어 많은 내용을 공개하고 있지 않다. 이해되는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이대로 지속할 수도 없는 노릇이 다. 소프트웨어는 지시한 대로 작동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동작은 예측이 가능하고 문제점이 발생하여도 빠르게 수정 및보완할 수 있다. 하지만 인공지능은 상황이 좀 다르다. 소프트웨어처럼 알려진 상황에 대한 대처 능력이 좋을 뿐 아니라 새로운 상황에 대해서도 스스로 판단하고 그에 따라 실행에 옮긴다. 이때 근거가 되는 것이 학습한 데이터이다.어떤 데이터로 학습되었는가에 따라 혹은 제작자가 어떤 의도를 가졌는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사람과 협업 하는 인공지능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의사결정에 개입 하여 이러저러한 것이 좋겠다는 식으로 권장한다면, 이를 완전히 무시하고 진행 하기란 쉽지 않다. 더군다나 책임 문제 까지 걸려있으면 인공지능의 의사결정에 반하여 최종적인 결정을 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인공지능의 속을 알기 위해서는 생명주기 전반에 적용할 최소한의 윤리 기준이 필요하다.1942년 아이작 아시모프의 소설에서 비롯된 로봇 3원칙은 인간에 대한 해악 금지와 명령의 복종, 그리고 자신 보호로 구성되어 있다. 언급한 원칙들은 로봇은 어떠해야 한다는 책무를 강조하고 있다. 로봇이 지켜야 할 행동 기준을 명시하여 의사결정에서 주요한 기준을 나타낸 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인공지능을 가진 로봇을 개발해야 하는 인간 입장에서는 이러한 결과적 활동보다는 설계나 개발과정에서의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자칫 생산성이나 성능에 치우친 가이드라인에 따라 인공지능 시스 템을 만들게 된다면 나중에 윤리적 기준을 포함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 이다. 계획이 잘 수립돼야 결과가 좋듯이 인공지능이 인간이 의도한 대로 행동 하도록 하려면 만들 때부터 신경을 쓰는 것은 당연한 이치라고 본다.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도 국가 인공지능 윤리 기준(안)을 발표하였다. 3대 기본원칙과 10대 핵심 요건을 제시하여 사회적으로 이슈화되고 있는 인공지능 윤 리에 주요한 기준점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세계 여러 나라도 인공지능에 대한 우려와 기대를 같이 하고 있어서 인공지능 윤리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있다. 정부 부처뿐 아니라 비영리단체, 국제기구, 기업 등 다양한 기관들도 저마다의 시각으로 가이드라인을 발표하 였다. 미국 하버드대학의 Berkman Klein 센터에서는 여러 기관이나 단체에서 발표한 가이드라인을 몇 가지 기준으로 비교했다. 기준은 사생활 보호, 책무성, 안전과 보안, 투명성과 설명 가능성, 공평 성과 차별금지, 인간의 통제성 확보, 전문적 책임성, 인간의 가치 증진 등이다. 평가받은 대부분의 가이드라인은 지금 까지 여러 매체에서 이야기되었던 책무 성이나 투명성, 설명 가능성 등은 잘 포함하고 있었다. 하지만 공공성 측면에서 ‘인간의 가치를 증진하는데 얼마나 기여할 것인가’라는 부분이나 인공지능에 대한 인간의 통제권 확보에서는 부족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인간의 통제권 확보는 인공지능이 탑재된 시스템의 규제적 차원에서 중요한 이슈가 될 수 있다. 통제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인공지능에 대한 직접적인 조치들이 포함될 수 있다. 인공지능 시스템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지식이나 도구가 제공되어야 할 것이고, 직접적인 통제가 가능한 수단이 확보되어야 하고, 제시된 내용에 대해서 인간의 의견이 반영될수 있어야 한다. 또 다른 측면으로는 감시와 감독도 통제권에 포함될 수 있다. 이러한 통제권의 확보가 반영돼야 인공지능이 개입된 의사결정과정에서 인간의 자율성을 훨씬 강조하는 가이드라인 이라고 할 수 있다. 일례로 EU 집행위 (European Commission)에서 발표한 인공지능 윤리 가이드라인이 가장 통제권을 강조하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인공지능이 내재된 시스템은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와 협력하거나 의사결정에 관여할 수 있다. 심지어는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중요한 사항을 결정할 수 있다. 인공지능인지 모르는채 면접관으로 생각할 수도 있고, 대출 상담을 요청할 수도 있고, 변호사인 줄알고 법률 자문을 구할 수도 있다. 아울러 인공지능 시스템은 개인의 자율성을 위협할 가능성도 갖고 있다. 그래서 직업 선택, 재산권 침해, 법적 영향 등 자 동화된 처리만을 기반으로 한 결정을 어떻게 해야 할지 가이드라인에 담아야 한다. 또, 우리에겐 인공지능과 상호작용 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할 권리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자동화된 결정에 대해 검토할 수 있다. 더욱 강력한 방법으로는 자동화된 결정에 대한 옵트 아웃(Optout)을 허용할지에 대한 것, 즉 인간이 인공지능을 거부할 수 있는 선택권을 가질 수 있는가에 대한 것이 있다. 이러한 직접적인 조치들은 인공지능 통제권 확보에 주요한 요소이다.인공지능 통제의 또 다른 관점은 감독 기능이다. 인공지능 시스템이 고유의 기능을 지속하고 윤리적인 상태로 유지하 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 목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인공지능 거버넌스가 필수적이다. 인공지능 시스템의 설계 단계에서 윤리적 기준이 적용되어야 하고 사용 되는 동안에는 모니터링을 통한 지속성이 확보되도록 해야 한다. 이와 같은 인공지능 거버넌스는 실행되는 동안에도 적용되어야 한다.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인공지능 시스템이 사용되어야 하는지, 특정 상황에서는 인공지능이 개입되지 않도록 결정할 수 있는지, 사용 중이라 하더라도 이를 무시하고 중단할 수 있는 지가 포함될 수 있다."앞으로 인공지능을 통해 개발된 수많은 ‘제품’이 인간의 일과 삶에 존재하게 될 것이다.그래서 윤리 가이드라인을 올바로 세우는 일이 중요하다."기업이 만든 제품의 결함으로 인해 소비 자에게 피해가 발생하면 제조물 책임법에 따라 처벌을 받을 수 있다. 만약 인공 지능 시스템이 재산상의 손해나 신체에 손상을 주게 된다면 과연 어디까지 그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인가? 인공지능이 스스로 결정하고 행동했다면 이를 개 발한 기업에는 책임이 없는 것인가? 자신이 제공한 새로운 데이터로 학습한 인공지능 시스템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준다면 그 소유자는 책임이 없는 것인 가? 인공지능 시스템이 우리 곁에서 사용되기 위해서는 가이드라인을 넘어 최소한의 기준을 만족하는 통제장치가 필요하다. 어떤 데이터로 학습하였으며, 어떤 알고리즘에 따라 처리하여 사생활 보호, 안전, 편향성 검증, 통제장치 등을 제공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앞으로 수많은 인공지능 시스템이 기업 으로부터 쏟아져 나올 것이다. 이들 ‘제 품’이 아무런 확인 과정도 없이 나온다면 정말 대혼란이 올 수도 있다. 적어도 어느 정도는 검증하고 인공지능을 개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열 길 사람 속은 몰라도 한 길 AI 속은 좀 알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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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철 소장] 구성원의 마음건강에 대한 투자
끝을 알 수 없는 긴 터널 속에 갇힌 느낌이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과 긴장의 연속이다. 코로나 사태는 우리의 삶에 예상하지 못한 엄청난 변화를 주고 있다.몸과 마음의 항상성이 무너지는 상태, 바로 스트레스 상황이다. 지속적인 스트레스는 몸과 마음에 엄청난 영향을 준다. 불안, 우울, 분노, 불면과 같은 정신증상은 물론이고, 만성적 위장장애나 긴장성 두통, 심지어는 심장병, 고혈압, 당뇨와 같은 성인병의 경과와 예후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그런가 하면 긴장을 야기하는 지속적인스트레스는 조직 내의 관계 갈등도 증가시킨다. 평소 같으면 그냥 웃고 지나갈일도 자신이 지치고 힘든 상황에서는 전부 스트레스로 작용한다.---작은 자극에도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누가 건드리면 폭발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2030년, 기업의 생산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질병 1위는 과연 무엇일까? 고혈압?, 당뇨?, 심장병?,암? 놀랍게도 정답은 바로 우울증을 비롯한 정신질환이다. 이건 필자의 주장이아니고 WHO에서 공식적으로 발표한 것이다. 우울, 불안, 불면으로 인한 집중력 장애는 직장인들의 생산성에 막대한 지장을 주는 것은 물론이고 심각한 실수로 인한 사고의 위험성도 높이게 된다. 1970년대에 ‘존슨 앤 존슨’이라는 회사에서 발생했던 일이다. 회사에 소속되어 장거리 배달을 하는 기사들의 교통사고율이 지나치게 높았다. 회사 입장에서는 보상금이 늘어나니 큰 골칫거리였다. 그런데 교통사고율을 보며 회사는 뭔가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에 따라 자세하게 조사를 해보니 기사들의 마음건강과 수면 습관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 불규칙적인 수면과 잦은 음주로 인해 생활리듬이 깨지니 스트레스에 매우 취약한 상태에 있었다는 평가 결과가 나왔다. 이후 ‘존슨 앤 존슨’은 구성원의 마음건강에 대한 평가와 지속적인 교육, 수면장애에 대한 치료를 병행했다. 그래서 100이던 사고가 다음 해에는 40으로 줄어들게 됐다. 계산기를 두드려 보니 결론은 간단했다. 구성원의 마음건강에 대한 투자가 득이 됐다는 사실이다. 최근 많은 국내외 기업이 구성원의 마음건강에 관심을 갖고 투자하기 시작했다. 구성원의 마음건강 상태를 평가하고, 분석하고, 상담소를 운영하고, 지속적인 강좌나 힐링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인사차원의 관리가 아니고 복지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다. 이러한 회사의 노력은 구성원의 소속감과 자부심을 높여주고, 이직률도 낮추어 주는 효과로 이어진다. 또한 구성원 입장에서는 스스로를 회사의 부속품이 아닌 소중한 존재라고 여기게 되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문제는 CEO를 비롯한 최고위층의 생각과 의지다. 실제 회사가 구성원의 마음건강까지 챙겨야 하느냐고 다음과 같이 볼멘소리를 하는 CEO도 많다.“요즘 애들은 맷집이 약해서 큰일이야. 우리는 뭐 안 힘들었나. 지금보다 몇 배는 더 힘든데도 잘 버티고 여기까지 왔는데 말이야. 조금만 힘들면 죽네 사네라고 하질 않나, 심심하면 포기하고. 정신상태가 말이 아니야.”구구절절 옳은 말이지만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말이다. 이제는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 직장인들은 집보다 더 많은 시간을 회사에서 보낸다. 가족보다 더 많은 관계를 동료, 상사, 부하들과 맺고 있다. 회사가 하나의 거대한 커뮤니티인 셈이다. 따라서 회사에서 일어나는 갈등과 스트레스를 잘 다루어 주는 것은 개인적인 차원의 문제를 넘어 회사에도 득이 되는 일이다.CEO를 만나면 물어보는 말이 있다.“회사에 고문 변호사 있지요? 그럼 고문 정신과의사나 고문 심리전문가는요?” 이제 구성원의 마음건강에도 관심을 갖고 투자해보자. 회사에도 득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신영철 소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 한국중독정신의학회 이사장, 대한불안의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현재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임상교수 겸 기업정신건강연구소 소장으로 재직 중이다.진료, 방송, 강연을 통한 마음건강 멘토로 활동 중이며 저서로 『신영철 박사의 그냥 살자』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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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호근 교수] ‘부다페스트의 천사’, 라울 발렌베리
세상에는 개인으로서는 넘어설 수 없는 운명들이 있다. 이차대전 동안에 발생한 홀로코스트(Holocaust)가 그중 하나다. 이 인공의 해일 때문에 600만 명의 유럽 유대인이 허망하게 죽어갔다. 그러나 엄청난 죽음의 파도 속에서도 유대인들을 구조하기 위한 노력이 이어졌다. 비록 운명 자체를 바꿀 수는 없었지만, 죽을 운명에 처해있던 사람들을 일부 구해낼 수는 있었다. 선한 의지를 가지고 이 일에 헌신했던 사람들 덕분이었다. 그 대열에는 기업인도 있었다. 스웨덴을 대표하는 기업 발렌베리 가문의 청년 라울도 그중 하나였다.---"라울 발렌베리(Raoul Wallenberg)는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표본으로 일컬어진다.그는 시대의 요청을 외면하지 않고, 양심에 용기와 지혜를 더해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미쳤다."열방의 의인들이스라엘 교외에 야드바셈(Yad Vashem) 이 있다. 홀로코스트의 희생자와 영웅들을 영영히 기억하기 위해 이스라엘 정부가 세운 기념공원이다. 이 공원 입구에는 이 있고, 끝부분에 는 이 있다. ‘열방의 의인들(Righteous among the Nations)’은 나치에 의해 죽음의 위협에 처한 유럽 유대인을 대가 없이 구조한 비유대인들을 기리는 영예로운 명칭이다. 그 수는 무려 27,712명에 달한다. 인류 역사의 캄캄했던 순간에 별처럼 빛났던 이들 중에 라울 발렌베리(Raoul Wallenberg)라는 청년이 있었다.시대의 요청, 자발적 선택라울 발렌베리는 밀도 높은 생을 살았다.ㅡ그는 1912년 8월 스웨덴의 스톡홀름 부근에서 태어나 1945년 1월 헝가리 부다 페스트에서 소련군에 체포되었다. 그로 부터 2년 후에 소련 땅에서 죽었다. 그때 라울의 나이는 불과 34세였다. 미국 미시건 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한 그는 기업가 로서 경력을 쌓아가다가 갑작스럽게 선택의 순간을 맞이했다. 유대인 구출을 위해 그는 마침내 외교관 여권을 수령했다.외교관 직책은 공식적 명분이었을 뿐, 그가 실제로 해야 할 일은 아우슈비츠로 강제 이송되던 부다페스트 유대인들을 구출하는 것이었다. 나치 독일의 영향권 하에 있던 이 통치하던 헝가리에서 유대인을 구조하는 일은 매우 위험한 사명이었다. 그러나 라울은 모든 위험을 감수하고 이 미션을 택했다. 이자립적 선택은 사실, 라울 자신이 오랫동안 마음속에 품어온 소망의 결과였다.양심에 용기를 더하다라울은 발렌베리 가문에서 태어났다. 그의 친할아버지는 외교관이었고, 아버지는 해군 장교 출신이었다. 부유한 집안 출신이었어도 라울은 가문의 전통에 따라 학업 외의 시간에 돈을 벌기 위해 온갖 일을 다 했다. 유학 중에는 시카고 시내에서 인력거를 끌기도 했다. 대학 졸 업 후에는 할아버지의 권고에 따라 남아 프리카의 케이프타운과 팔레스타인 지역의 하이파 항구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그후에는 스웨덴과 중유럽을 중개하는 무역회사에서 일했는데, 유대계 헝가리인이 이 회사의 소유주였다. 나치 독일의 영향 속에서 반유대주의 법이 잇따라 헝가리에 도입되자, 라울은 사장이 부여한 전권을 가지고 그 대신 부다페스트를 수시로 왕래했다. 이차대전이 끝나갈 무렵 상황은 더 악화되었다. 나치의 압력 때문에 헝가리에 생존해있던 유대인 전부를 절멸수용소로 이송하는 계획이 수립되자 연합국 수뇌부가 대책 마련에 돌입했다. 마침내 루스벨트 대통령의 지시로 전쟁 난민위원회(the War Refugee Board) 인사가 스톡홀름에 파견되었다. 중립국인 스웨덴 사람 중에서 구조 활동을 조직할 인물을 물색하기 위해서였다. 여러 사람의 추천을 받은 라울은 용기를 가지고 이 제안을 즉각 받아들였다. 발렌베리 가문과 나치 독일의 무역관계 때문에 일부 미국측 인사들의 반대가 있기는 했지만, 스웨덴 외무부는 마침내 미국과의 공조 속에서 라울을 특사로 파견했다.용기에 지혜를 더하다세상에 용기만 가지고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적진 속에서 펼쳐지는 유대인 구출작전의 경우는 특히 그랬다. 나치 제국의 핵심기구인 제국보안국의 아이히만 (Adolf Eichmann)이 헝가리 유대인 절멸을 진두지휘하는 상황이었기에, 이 작전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나치의 행동패턴에 대한 이해와 임기응변 능력이 필수적 이었다. 라울은 소명의식과 용기에 더해 경험과 지혜까지 겸비한 적격자였다.1944년 7월 9일 라울 발렌베리가 부다페스트 주재 스웨덴 공사관에 부임했을 때, 헝가리에 아직 남아있는 유대인은 23만 명이었다. 스웨덴 공사관은 이들에게 보호여권 발급을 시작했다. 그러나 ‘여권’에는 나치 독일이나 헝가리 당국에 대한 법적 강제력이 없었다. 그 때문에 필요한 경우에는 뇌물도 사용해야 했다. 위급한 상황에서 생명을 구하는 데는 정답이 없었다. 나치 독일이 이 ‘여권’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자, 라울은 인맥을 활용했 다. 헝가리 외무부 장관의 부인을 움직여 9천 명의 증명서를 인정하도록 만들었던 것이다. 이 뿐 아니었다. 미국 유대인들이 모금한 돈으로 라울은 부다페스트 시내에 32개의 건물을 매입한 후 치외법권 지대로 천명했다. 스웨덴 도서관, 스웨덴 연구소 같은 현판을 달고, 모두가 보란 듯이 엄청난 크기의 스웨덴 국기를 게양 했다. 이로써 만 명 가까운 유대인을 수용할 수 있었다.라울은 대범한 사람이었다. 그는 아우슈 비츠로 출발하기 직전의 기차 지붕에 기어 올라가 객실에 있던 유대인들에게 보호여권을 나눠주었다. 화살 십자가 당원 들의 위협사격도 무시했다. 여권을 받은 유대인들은 라울이 준비해둔 차량에 옮겨 탔다. 결국 모두가 목숨을 구했다. 작전 내내 라울은 혼자가 아니었다. 350명이 라울을 도왔고, 일부는 그 과정에서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다. 살아남은 협력자들은 라울의 뜨거운 인간애를 회고했다."라울 발렌베리의 삶을 엿봄으로써 기업이 경제적 가치 창출을 넘어왜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하는지 통찰할 수 있다."라울은 사람들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서라면 공갈도 서슴지 않았다. 부다페스트가 소련군에 함락되기 직전 나치 독일은 아직 생존한 유대인 7만 명의 절멸을 시도했다. 이때 라울은 아이히만과의 협상을 통해 살인 계획을 무산시켰다. 작전을 강행한다면 전쟁이 끝난 후에 책임자들을 모두 전쟁범죄로 기소하겠다는 협박이 주효했던 것이다.아름다운 청년 라울의 죽음부다페스트가 함락된 직후, 라울 발렌베 리는 소련군에게 체포되었다. 미국의 스파이라는 혐의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라울은 소련 땅으로 끌려갔다. 이때부터 죽기까지의 과정은 아직도 확실하게 밝혀 지지 않았다. 스웨덴 정부를 비롯해 많은 사람이 그의 생환을 위해 애썼지만, 그는 결국 돌아오지 못했다. 라울의 인도적 선택은 결과적으로 그 자신의 죽음을 가져 왔다. 그러나 그 덕분에 살아남은 생존자 들, 그리고 그와 함께 구조활동을 전개했던 동료들은 그를 잊지 않았다. 라울의 헌신으로 목숨을 구한 사람 중에는 미국의 상원의원 랜토스(Tom Lantos)도 있었 다. 랜토스 의원의 제안으로 라울은 미국 의회의 결의에 따라 역사상 두 번째로 미국의 명예시민권을 받았다. 첫 번째 명예 시민은 영국의 수상 처칠이었다. 미국 워싱턴의 국립 홀로코스트기념관 앞 광장을 지나는 도로명도 라울 발렌베리의 이름을 따서 명명되었다. 발렌베리 가문의 승계 순위 두 번째였던 그는 성공적인 기업가로서의 기회를 자발적으로 버렸다. 그 대신에 그는 인도적 용기를 발휘한 롤모델로 역사에 기록되었다. 이를 통해 스웨덴을 대표하는 기업 발렌베리 가문의 명성도 더 높아졌다.고려대학교에서 학부와 석사 과정을 마친 후 독일 빌레펠트 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인권과 평화, 기억과 기념에 관한 국제 비교연구를 오랫동안 수행해왔다. 교육을 통해 세상을 바꾸어갈 수 있다는 믿음에서 정부와 공공기관의 다양한 교육사업 기획에 참여하고 있다. 대표 저서로 『제노사이드』, 『독일의 역사교육』, 『기념의 미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