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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욱] 1. PRESENTATION - Story Flow : 스토리텔링으로 말하다
기업에서는 CEO를 비롯하여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프레젠테이션 역량 강화 교육과 컨설팅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고, 경쟁 입찰이 강화되면서 프레젠테이션 역량은 기업의 성패를 좌지우지하는 중요한 역량이 됐다. 또, 일선의 대학에서는 교수님들이 프레젠테이션을 배우기 위해 모이고, 학생들은 저마다 프레젠테이션 동아리 활동이나 이를 알려줄 학원을 찾아다니고 있다. 이제는 저명한 역량을 갖춘 사람이라 할지라도 그 지식을 잘 전달할 수 있어야 함을 반증하는 것이다. 이제 소통의 시대에 접어들었으며, 그 소통의 핵심 방식이 바로 프레젠테이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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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중은 발표자와 대화하길 원한다!
그렇다면 프레젠테이션은 무엇이기에 우리에게 숙제로, 아니면 무기로 활용되고 있는 것일까? 프레젠테이션을 한 줄로 정리하자면 “일대 다수의 커뮤니케이션”이라고 정의한다. 즉, “한명이 여러 사람 앞에서 대화하는 것”이라고 풀이해볼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흔히 발표자가 주도적인 역할을 하지 못하는 프레젠테이션을 접하곤 한다. 단적인 예로 단상 뒤에 숨어 슬라이드를 줄줄이 읽어나가는 발표 형식을 이야기할 수 있겠다. 외국에서는 이런 경우를 본 청중들이 “Death by Powerpoint”라고 수근 댄다. 바로, 발표자 중심의 프레젠테이션이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비꼬는 것이다.
성공 프레젠테이션의 키워드, 펜타플로우(Penta-Flow)
그래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프레젠터들을 통해 필자는 해답을 찾아보기로 하였고, 놀랍게도 프레젠테이션의 달인이라 불리는 분들의 공통점은 “자연스러움”이었다. 다시 말해 “자연스러운 흐름”에 답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필자는 성공 프레젠테이션의 키워드, 펜타플로우라는 주제로 자연스러운 프레젠테이션을 할 수 있는 5가지 노하우를 나누어 연재하고자 한다.
이번 호는 시작을 알리는 플로우(Flow)인 Story Flow를 깊이있게 다뤄보고자 한다.
스펙이 아니라 스토리텔링이다
첨예한 경쟁 구도 속에서 우리는 성공적인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많은 노력을 강구한다. 그 중에서도 정성적, 정량적 데이터를 근간으로 한 이른바 스펙 경쟁이 주를 이룬다. 그런데 수많은 경쟁상대와 스펙으로 싸우면 과연 승리할 수 있을까? 가까운 예를 들어보자. 보험 상품 하나를 가입한다고 했을 때, 특약 사항을 꼼꼼히 살피지만 결국 계약은 누구랑 하게 되던가? 아는 지인을 통해서가 많은 비중을 차지할 것이다. 생각보다 스펙을 많이 따지는 것 같아 보이지만 결국 선택의 기로에서는 감성이 작동해야 선택이 이뤄진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결국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우리는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청중이 기억하고, 이에 따라 내가 바라는 방향의 행동을 해주길 바란다면 스토리텔링으로 승부를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분석하는 좌뇌, 공감하는 우뇌
우리의 뇌는 크게 이성을 관장하는 좌뇌와 감성을 관장하는 우뇌로 나뉜다. 한 실험에서 실제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좌뇌와 우뇌를 자극한 후 어떤 효과가 있었는지를 정리해본 바, 놀라운 결과를 얻게 된다. 분석하는 좌뇌에는 방어적인 판단, 휘발성 기억, 비교적 낮은 설득력 등 발표자에게 좋은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반면 공감하는 우뇌를 자극한 발표 이후 청중효과는 오래 기억하고, 요점을 빠르게 알아채며, 행동을 결정하는 등 발표자가 원한 결과를 얻어내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결국 앞서 사례와 비슷하게 뇌 과학 측면에서도 우뇌의 자극 즉, 스토리텔링의 가치를 여실히 보여주는 내용이라 하겠다.
스토리텔링 성공스토리, 평창 동계올림픽
실제 스토리텔링을 활용하여 좋은 성과를 얻어낸 결실이 바로 평창 동계올림픽이다. 특히, 2010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한 IOC총회에서는 살풀이춤과 한국전쟁 때 아들을 잃은 이영희 할머니의 스토리텔링을 활용함으로써 예상보다 많은 득표를 했다는 것이 유치활동을 했던 분들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결국 부동층으로 남아있던 표들이 평창의 스토리텔링 앞에 반응을 한 것이라 볼 수 있는 대목이며, 스토리텔링의 평범한 것을 특별하게 하는 재주는 결과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어떻게 하면 비즈니스 스토리텔링을 프레젠테이션에 반영할 수 있을까?
우리가 하고자 하는 우리가 흔히 접하는 영화, 드라마와 같은 창작물의 스토리텔링을 만들어보자는 것이 아니라 프레젠테이션에서 내가 전하고자 하는 바를 스토리텔링의 힘을 빌려 보다 잘 전달하고자 함에 있다. 따라서 무엇보다 진솔하고, 솔직한 실제 이야기를 소재로 삼는 것이 중요하며, 그 소재 중 으뜸은 사람이야기이다. 바로 “진실한 사람이야기”가 해답이 된다. 좋은 소재는 내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만나 나의 메시지를 더욱 풍성하게 해준다.
보다 구체적으로 스토리텔링을 적용시켜보도록 하자. 기업에서 활용되는 프레젠테이션 문서는 큰 틀에서 내용이 바뀌기보다는 있는 자료를 재구성하여 쓰이는 패턴이 많다. 이럴 때 가장 좋은 스토리텔링 적용기법은 “슬라이드 재배열”을 통한 방법이다. 예를 들어 15장짜리 회사소개서를 채용설명회 자료로 바꾸고 싶을 때, 준비된 슬라이드를 인쇄하여 책상에 펼쳐 놓고,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흐름에 맞게 재배열을 하다보면 목적이 전혀 다른 문서를 손쉽게 만들 수가 있다. 결국 한 장 한 장을 보는 것이 아니라 여러 장으로 구성된 프레젠테이션 문서의 특징 상 펼쳐봄으로써 흐름의 변화를 쉽게 줄 수 있는 것이다. 이 방법이 번거롭다면 파워포인트의 “여러 슬라이드 보기” 화면을 적극 활용하기를 권장한다. 이는 슬라이드를 인쇄해서 펼쳐 놓은 것과 같은 이치로 전체 문서를 조망할 수 있는 보기 방식으로 스토리텔링을 구성하는데 큰 도움을 주는 보기 방법이다.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버린 프레젠테이션 스토리텔링
지금까지 프레젠테이션 스토리텔링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았다. 스토리텔링은 나의 프레젠테이션을 멋지게 보이게 하려는 장식적 요소가 아니라 결과를 바꿔내기 위한 전략임을 생각하면서 우리가 만들어놓은 프레젠테이션 문서들의 스토리텔링을 살펴봤으면 한다. 요즘 나오는 광고들 중 스펙을 줄줄이 설명하는 광고는 보기 힘들다. 오히려 스토리텔링을 통한 공감대 형성에 애를 쓰고 있는 것은 우연의 일치일까? 프레젠테이션으로서 성패의 기로에 서있는 순간 스토리텔링의 힘이 당신을 성공으로 이끌 것이다.
글 이종욱 (주)파워피티 대표이사
▶ 이종욱 (주)파워피티 대표이사
현재 국내 최초 프레젠테이션 전문기업 (주)파워피티 대표이사로 재직 중이며, 한림대학교 겸임교수이자 2012년 베스트 프레젠터상(대한프레젠테이션협회)을 수상했다. 파워포인트 무작정 따라 하기 외 프레젠테이션 전문 서적을 집필한 저자이며, 삼성, LG, SK등 국내 유수 기업과 관공서 및 공공기관, 대학에서 프레젠테이션 전문 컨설턴트로 활발히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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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지연] 1. 요구분석 - 요구분석이 왜 전략인가?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다. 교육훈련도 성공의 절반 이상은 목표설정과 계획수립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 시작의 중요한 단계 가운데 하나가 요구분석이다. 개인과 집단, 조직, 사회의 요구를 확인하여 얼마나 제대로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할 수 있느냐가 교육훈련의 질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기업에서 HRD프로그램을 설계하고 기획할 때, 사람들은 요구분석을 마음속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즉 그냥 안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왜 그럴까? ---
요구분석이 어려워서라기 보다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떤 특정 HRD프로그램을 기획하라는 오더를 받을 때 이미 문제가 밝혀지고 그 문제의 해결안의 하나로 해당 HRD프로그램이 선정됐기 때문인 경우가 많아서다(물론 그 해결이나 목표를 위해 세부적인 교육요구분석을 시행하기도 한다.). 또 어떤 특정 문제의 해결안이 아니더라도 일상적으로 시행하는 교육 훈련프로그램인 신입사원오리엔테이션이나 직급별 교육 등은 굳이 요구분석을 하지 않아도 이미 프로그램에서 무엇을 교육해야 하는지 잘 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요구분석 을 안 하고 넘어가는 경우도 많다. 그렇다 보니, 교육훈련프로그램 설계에서 요구분석은 불필요하거나 형식적이라는 생각을 많이 하여, 이미 목표를 설정한 뒤에 이 목표에 짜 맞추어 요구분석을 형식적으로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과정을 반복하다보면 결국 HRD프로그램은 엄밀한 의미에서 기획이 빠진 단순 교육훈련프로그램의 수준으로 취급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종종 HRD프로그램은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그리 크게 아쉽지 않은 수준이 되기도 한다.
‘왜 압구정동이어야 하는가’를 고민하라
예전에 A대학의 설립자가 당신 대학의 평생교육원을 압구정동에 세우려고 하는데, 그 평생교육원에 어떤 과정을 개설하면 좋은지 의견을 달라고 했다. 거기에 모인 많은 전문가들이 여러 이유와 근거를 들면서 이런 과정 저런 과정을 개설하라고 제안했다. 예를 들면, 직장인으로 구성된 유동인구가 많으니 직장인에게 도움이 되는 영어회화과정이 좋겠다, 부유한 주부들을 타깃으로 한 재테크 관련 과정이나 미술사를 포함한 문화예술 과정이 좋겠다는 등. 이들의 대화 속에서 독자는 문제점을 발견했는가? 이러한 의사결정이 대표적으로 요구분석이 동반되지 않은 그래서 방향성을 잃은 의사결정이 될 수 있다.
압구정동에 평생교육원을 왜 세우려는지, 기대하는 효과가 무엇인지를 설립자인 본인도 생각을 못하고 있을 수 있다. 그럴 때 HRD전문가라면 의사결정권자가 생각지도 못하고 있는 ‘요구’가 무엇인지 묻고 이 ‘요구’를 도출하여 전략적인 의사결정을 하도록 지원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즉, “왜 압구정동에 세우려는지” 물어서 의사결정권자의 의도 내지는 기대가 이익창출인지, 대학이미지 전환인지 등을 알아서 그 요구에 맞는 기획을 하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 그래서 요구분석은 전략이다.
빨리 하는 게 아닌 제대로 하기
조직의 진정한 목표를 반영한 HRD 요구분석은 전략이 될 수 있지만, 조직의 목표나 방향을 담지 못하면 이는 요구분석을 제대로 한 게 아닐 뿐더러 조직에 도움이 되는 HRD를 하고 있는지 최소한 그 성과에 대한 평가도 할 수 없게 된다. 예전에 B회사가 멘토링제도를 전면적으로 도입하기로 했었다. 당시 B회사 최고경영자께서 다른 기업이 멘토링제도를 도입하여 팀원간의 의사소통이 활성화되고 창의적인 업무성과가 나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당신 회사도 멘토링제도를 도입하면 선후배간 서로 원활한 공조를 통해 창의적인 업무성과가 나올거라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 멘토링제도의 전면도입에 대해 자랑하는 것을 보았다. 그때 내가 이런 말씀을 드렸다. “그런데 회장님, 제가 마이클 조던이 신는 나이키운동화를 신는다고 어느날 갑자기 덩크슛을 하게 될까요?” 내 말의 취지를 독자들도 익히 알 것이다. 우리 회사에서 필요로 하는 내용이 무엇인지 조직의 요구, 팀의 요구, 업무 프로세스의 요구, 조직원의 요구를 파악하지 못하고 무작정 어떤 HRD프로그램을 도입한다고 해서 그 효과가 나타날 리 만무하다.
정확한 요구분석은 조직에서 도입하게 될 HRD프로그램이 조직의 목표를 궁극적으로 돕게 전략이 될 수 있지만, 요구분석을 기반으로 하지 않는 HRD프로그램의 도입은 자원의 낭비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서둘러 HRD프로그램을 도입하기 보다, 조직의 목표달성을 최적화하도록 지원하는 전략적 산물로 HRD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정확한 요구분석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요구는 조직 스스로도 무엇인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을 수 있기 때문에 HRD전문가라면 그 감추어진 요구까지 찾아내는 전략적 마인드가 필요하겠다. 앞으로 두 차례 더 남은 요구분석 연재를 통해서 전략적인 요구분석을 어떻게 할 수 있는지 몇 가지 팁을 드리도록 하겠다.
글 백지연 이화여자대학교 경영대 국제사무학과 교수
▶ 백지연 이화여자대학교 경영대 국제사무학과 교수
경영컨설턴트의 경력 후, New York University 경영대학원에서 MBA(재무전공)와 Ohio State University에서 Ph.D(인적자원개발(HRD)전공)를 받았다. 현대기아차와 몽골정부공무원 HRD프로그램 개발과정에서 자문역할을 수행하고, 한국산업인력공단, 교육과학기술연구원, 교육부 과제 등을 통해 공공분야 인적자원개발분야의 연구 및 정책과제를 수해하였다. 저서로는 이 있으며, 요구분석과 관련한 여러 편의 연구논문을 포함 다수의 논문을 SSCI급 국제학술지 또는 국내등재지급에 발표했고, HRD분야의 국제학술대회에서 최고논문상을 2회 수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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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목] 2. 연애하듯 소통하라 - 연인(청중)에게 집중하라
세상에서 가장 재미없는 이야기는? 바로 주례사와 학교 조회시간 교장선생님의 훈화다. 가을철 지인들의 수많은 결혼식을 가도 한결 같이 주례사는 ‘참 재미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웃긴 것은 그 주례사를 하는 많은 분들 중 ‘학교 교장 출신’이 많다는 점이다.
이렇게 주례사가 재미없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청중들의 현재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직 본인이 준비해간 내용만 다 읽는 것에 가장 큰 목적(?)을 두기에 주례사에는 청중들의 상황과 현재 컨디션에 대한 배려는 찾아볼 수 없다.
이는 소개팅이나 맞선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인천에서 경찰로 근무하는 필자의 지인은 맞선이나 소개로 이성들 만남을 하고나면 여지없이 차인다. 그는 무뚝뚝하지 매너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런 그가 왜 그토록 많은 이성들과 차 한 잔 마시며 대화만 했음에도 불구하고 ‘매력적이지 않은 남성’으로 찍혔을까?
그는 말이 아주 많다.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아주 의욕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그는 상대방의 반응이나 컨디션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자신이 살아온 인생과 결혼에 대한 생각 등을 열심히 말하지만 그는 마주한 상대방이 그 이야기를 듣고 웃는지, 공감하는지는 관심이 없다. 심지어 상대방이 자신의 이야기에 푹 빠져서, 즐겁게 경청하는 걸로 착각하기도 한다. 그에게 말이란 ‘많이 하면 잘하는 것’이다. ---
말은, 하는 것이 본능이다. 그래서 듣는 것이 힘들다. 많은 사람들이 말은 하는 것이 어렵고, 대화에서 말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주 잘못된 편견이다. 말은 누구나 하는 게 본능이고 욕구이다. 그래서 듣는 것이 더 힘들고 심지어 감내해야할 고통이 따르기도 한다. 그래서 선배들이 후배들 모아놓고 일장 연설하는 것을 좋아하고 직장상사가 회식자리에서 인생 전반에 걸친 조언 아닌 조언을 부하직원들에게 늘어놓는다. 아랫사람이 회식을 가기 싫은 이유는 술을 강요해서가 아니라, 윗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반응하는 게 너무 힘들어서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라는 말보단 “나의 이야기를 들어줘서 고맙다, 후배야”라는 말이 지금 우리사회에는 더 필요하다. 강연장에 온 청중들은 강사 입장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 귀한 시간을 내주신 고마운 분들이다. 그래서 그들과 재미있고 매력적인 소통을 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유의해야할 점이 있다.
첫째, 상대가 누군지에 대한 사전지식이 필요하다.
소개팅이나 맞선을 나갈 때 어떤 사람은 사전에 상대방에 대한 정보를 철저하게 알고, 상대와 어떤 주제와 내용으로 소통할지에 대해서 고민하고, 뭘 먹을지, 데이트 장소로 어디가 나은지 등 좋은 교감을 하기 위해서 사전에 많은 노력을 한다.
반면 어떤 이는 그냥 정해진 시간에 맞춰서 약속 장소에 도착하는 것으로 자신의 준비를 끝내는 사람이 있다. 물론 두 사람의 만남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 강연이나,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할 때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말할 내용 정리만 딱 끝내고, 무작정 현장에서 준비한 것만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강연을 통해 청중들의 좋은 반응을 이끌어 낼 확률은 상대적으로 낮다.
필자에게 결혼 및 연애관련 특강을 요청해오면 그 대상이 누군지 물어보는 것을 가장 먼저 한다. 여성만 있는 기업인지, 남성만 있는 단체인지, 또는 그 대상들이 20대 초반의 어린 사람들인지, 30대 중후반의 중간 관리자급인지. 그 대상에 따라 강의에서 말하고자 하는 주제와 내용, 강의 톤은 달라진다.
그렇게 청중을 배려한 강의나 이야기들은 상대에게 사랑받을 확률이 더 크기 마련이다.
둘째, 상대방의 컨디션에 집중하라
하이힐을 신은 여성이 있다. 그녀는 맞선을 보기 위해서 굽이 12센티미터나 되는 힐을 신고 화랑대역에서 지하철 6호선을 타고, 약수역에서 환승하여 3호선으로 갈아타고 신사역에 내려 약속 장소인 가로수길까지 걸어왔다. 하이힐에 짧은 치마까지 입고 오느라 다리도 아프고 이것저것 신경 쓰여 힘들었지만 ‘로맨틱한 첫 만남’을 기대를 하며 약속장소에 도착했다. 그런데 남자는 회사 선배의 ‘첫 데이트 때는 무조건 걸으면 좋다’라는 말만 듣고 그녀를 한강 잠원지구로 데려가 한강변을 한시간 동안 걷게 했다. 그리고 ‘정말 맛있는 한식집이 있다’며 신발을 벗고 바닥에 앉아야 하는 식당으로 데려갔다. 그들의 만남 결과는 어땠을까?
당연히 그날 이후로 서로를 볼 수 없었다. 아무리 남들이 좋아한다고 하더라도, 설사 방송에 나온 맛집이라 할지라도 상대방의 현재 상태와 컨디션이 고려되지 않은 데이트 프로그램은 좋은 환영을 받기는커녕 상대에게 고통을 주기까지 한다. 강연도 마찬가지로 청중들의 컨디션이 어떠한지에 따라서 내용을 전달하는 방식은 달라져야 한다.
작년겨울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강의요청을 받았다. 고3 수능을 마친 남학생들에게 연애와 대학생활에 대한 조언을 요청해 왔다. 필자가 강연장에 도착했을 때 고3 남학생들은 앞의 시간에 다른 강사분의 강의를 듣고, 무기력하게 잠에 취해 있는 상황이었다. 앞선 강의 내내 대다수의 학생들이 그런 태도로 강의를 듣고 있었고 주어진 시간이 끝나자 강사는 홀연히 퇴장했다고 한다. 이러한 전시(?)상황에서 필자는 준비해 온 건강한 성생활과 올바른 연애심리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는 대신 고3 남학생들이 좋아할만한 걸그룹의 최신곡을 크게 틀어서 그들의 시선과 관심을 유도하는 작업을 먼저 했다. 필자의 판단은 주효했다. 아이들은 하나둘씩 잠에서 깨어났고 그런 그들에게 필자는 이번 시간 강의가 앞으로 여러분에게 펼쳐질 대학생활에 얼마나 중요한지, 듣지 않으면 필자처럼 외롭게 솔로로 대학시절을 마감할 수도 있다고 익살스럽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고3 눈높이에 맞춘 인사말과 접근이 주효했고 강의는 덕분에 많은 학생들의 잠을 깨우고 환호성으로 마무리됐다.
많은 사람들이 많은 말을 한다. 하지만 자신의 말하고자 하는 욕구와 본능에만 충실한 나머지 진정한 의미의 소통이 이루고 있는지 고민해야봐야 한다.
셋째, 상대방의 참여를 높여 집중하게 하라
가수들의 콘서트에서도 노래 10곡을 연달아서 부르는 것보다는 합창을 한다던가, 간단한 안무를 배워보는 시간을 가짐으로서 관객들의 참여 유도와 더불어 가수와 팬이 하나가 되어 콘서트 분위기를 더욱 적극적이고 즐겁게 만들 수 있다. 요즘에는 관객 참여형 오디션 프로그램이 대세다. MBC ‘나는 가수다’나 KBS ‘불후의 명곡’ 같은 프로그램이 대표적인데, 과거의 오디션 프로그램 구조는 오디션에 참여한 가수 지망생과 그들을 평가하는 전문가, 그리고 그런 평가 과정을 어떠한 권한도 없이 구경만 하는 관객으로 이루어졌다.
하지만 이제는 가수 그리고 그들을 평가하는 전문가뿐만 아니라 가수들에게 직접 점수를 주는 ‘청중평가단’으로 신분상승(?)한 관객들로 프로그램이 구성된다. 과거에는 주변인에 불과한 관객 즉 청중들이 이제는 무대의 또 다른 평가단으로서 직접 말을 하고 무대에서 말이나 행동하는 사람을 직접 평가하는 쌍방향 소통시대다. 단순히 구경만 하는 것은 이제 식상하기에 그런 식으로 관객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능동적인 표현을 통해서 보다 완성도 높은 프로그램이 완성된다. 이제는 무대 위 혹은 말하는 사람 중심의 일방향 전달 구조가 아니고, 실시간으로 함께 소통하고 서로의 의견을 취합하여 가장 합리적인 결과를 만드는 열린 구조의 대화와 소통이 대세다.
연애와 소통의 공통점,
‘혼자서는 절대 할 수 없다.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다.’
글 이재목 연애컨설턴트 & 매칭전문 파티플래너
▶ 이재목 연애컨설턴트 & 매칭전문 파티플래너
이재목 강사는 동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출신으로 53대 학생회장을 한 경력도 있는 타고난 언변가다. 코미디TV 공채 개그맨 시험 대상을 수상하였으며, 현재 결혼정보회사 듀오에서 13년재 재직 중인 연애&결혼 컨설턴트이다. 저서로는 , 등이 있으며, 40,000명 미혼 남녀대상 커플매칭과 행복한 소통을 위한 방송 및 강연 등에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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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미] 1. 긍정심리 - 조직 리딩도 엣지 있게!
누구나 팔로우어 시절이 있고, 누구나 언젠가는 리더가 된다.
그렇기에 좋은 리더십에 대한 탐구는 리더들도 팔로우어들도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분야이다.
훌륭한 리더라면 조직의 목적을 성공적으로 달성해내는 사람일 것이다. 리더십 연구에도 각 학문분야별로 집중하는 주제와 갈래가 다르다. 그 중에서도 긍정심리학자들은 성공한 리더들은 조직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자신의 리더십 강점을 어떻게 활용하는가 하는 것에 관심이 있다.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팔로우어들이 기대하는 리더의 모습은 무엇인지, 그리고 특별한 리더십 강점이란 것이 존재하는가에 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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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에도 흐름이 있다. 2차 세계 대전 이후 80년대까지는 누구나 그 조직의 리더가 누구인지 아는 것, 즉 카리스마 넘치는 이를 리더로 원했었고 또 그러한 특징을 지닌 이가 실제로 리더로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던 시대였다면, 21세기에 진입한 지금은 언뜻 보아서는 누가 그 조직의 리더인지 아무도 모를 정도로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 조직을 움직이는 이가 바람직한 리더라고 할 수 있다. 많은 연구자들의 연구 결과, 21세기형 리더는 다른 사람에게 힘을 불어넣어 주고, 고객에게 집중하며, 특별한 성격적 강점이 있다는 것을 밝혀내었다. 자, 그럼 엣지 있는 21세기형 리더의 모습은 어떠한지 살펴보자.
힘을 북돋아주는 리더
Southwestern Airlines의 공동 설립자이자 前 CEO Herb Kelleher는 전형적인 리더십의 관습적 틀을 깬, 엣지 있는 리더의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그는 “바닥에 있어야 중심부에 있는 사람들을 얻을 수 있다. 꼭대기에서는 일선 현장 밖에 있는 사람들을 얻을 것이다.”라는 말을 남긴 적이 있는데, 그의 리더십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뭔가를 이뤄내는 건 우리가 아니라, 바로 이 일선 현장에 있는 사람들이다. 현장에 나가 있는 사람들이 전문가이며, 본부에 있는 우리는 그들에게 물자를 대는 보급책이지 영웅이 아니다. 영웅은 언제나 일선 현장에 있다.” 참으로 훌륭한 말이다. 회사의 심장부에 있으면서도 항상 일선 현장에서 발로 뛰는 직원들을 존중하고 그들의 의견에 귀 기울이며, 그들에게 필요한 것을 공급하고자 노력했던 리더. 바로 힘을 북돋아주는 21세기형 엣지 있는 리더의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고객에게 집중하는 리더
최근 성공한 조직의 리더들 중에 조직을 고객의 요구에 맞게 재 구조화하는 데 성공한 리더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1990년대 말 경쟁이 치열해지자, 미국의 전자제품, 컴퓨터, 오락용 기기 및 소프트웨어 전문 소매업체인 Best Buy의 수장 Richard Schulze는 성장을 모색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시도했지만, 별로 효력이 없었다. 그러다 고객이 진짜 원하는 것을 제공하라는 커스터머 솔루션(customer solutions)에 기초한 조직 개편을 시행하게 되었는데, 이를 통해 매우 성공적으로 회사를 운영하게 된 사례로 손꼽히게 되었다.
비용을 지불하는 이들, 즉 고객에게 집중하는 리더가, 다시 말해 고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묻고 또 그 답에 주의를 기울이는 리더가 바로 당신이 몸담고 있는 조직을 살리는 리더인 것이다. 또 그러할 줄 하는 자가 조직의 리더가 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리더로서의 성격강점을 지닌 리더
이제 긍정심리학이 밝혀낸, 바람직한 리더십을 지닌 훌륭한 리더의 성격적 자질은 무엇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2003년 Britain’s Department of Trade and Industry (DTI)와 The Chartered Management Institute (CMI)가 공동으로 리더십에 관한 일련의 연구들을 수행한 바 있는데, 그 중 가장 많이 알려진 연구는 568명의 팔로우어들에게 “무엇이 당신으로 하여금 누군가를 따르게 하는가?”라는 조사연구였다.
연구자들은 분석결과 팔로우어들이 리더에게 기대하는 18가지 속성을 밝혀내었는데, 예를 들자면 ‘Customer Champion’ (고객이나 최종 유저의 욕구에 긴밀하게 관심을 기울이는 리더)이나 ‘Social Adaptability’ (사회적 네트워크를 만들어내고, 서로 다른 수준의 사람들을 연결시키는 리더) 같은 것이 꼽혔다. 이들이 밝혀낸 팔로우어들이 저절로 추종하게 되는 리더십의 18가지 특징을 최종적으로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차원으로 개념화하였다.
▲ 리더십의 4가지 차원
하지만, 팔로우어들이 따르게 되는 리더십의 특징을 완벽하게 갖춘 사람이 과연 있을까? 아마도 그러한 이상적인 리더는 현실에는 존재하기 어려울지 모르지만, 연구결과는 이러한 기대를 충족하기 위해 그들의 강점을 활용하고 한계점을 보완하기 위한 다양한 대처전략들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어떠한 리더도 완벽하지 않다. (최선은 ‘완벽하려고 하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 훌륭한 리더라면, 자신의 강점을 더욱 연마하고, 자신의 단점과 한계를 보완해줄 사람을 곁에 둘 줄 아는 능력일 것이다.
2007년 Bill George와 Peter Sims 역시 23세에서 93세에 이르는 125명의 성공한 리더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종합선물세트’ 같은 리더는 없다는 결론을 얻었다. 그들을 성공으로 이끈 보편적인 성격, 특질, 기술, 스타일이란 것은 없다는 것이다.
이는 앞서 살펴보았던 DTI와 CMI의 연구결과와도 일치한다.
리더들은 리더십에 요구되는 요건들을 충족하기 위해 그들의 개인적 강점을 잘 활용한다는 점에서 보편적인 특징이 있을 뿐 공통점을 찾기가 매우 어려웠으며, 리더들의 강점도 제각각이어서 규합하기 힘들다는 결론이었다.
자신의 성격 강점과 단점 또는 부족한 점을 인식하는 능력, 그리고 강점은 더욱 활용하고자 노력하고, 자신의 부족한 점이나 한계를 보완해줄 인물을 볼 줄 아는 안목과 관리할 줄 아는 능력이 긍정심리학자들이 꼽는 특징인 것이다.
당신이 몸담고 있는 조직은 어떠한가? 팔로우어들의 힘을 북돋아주고 고객에게 집중할 줄 알며,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정확히 알고 강점은 더욱 연마하고 단점과 한계점은 보완할 수 있는 인물을 활용할 줄 아는, 엣지 있는 21세기형 리더가 있는가? 아직 없다면, 당신이 바로 그러한 최초의 리더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글 이정미 용문상담심리대학원대학교 교수
▶ 이정미 용문상담심리대학원대학교 교수
성균관대학교에서 학사, 문학석사,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미국 Pennsylvania state University 의 Prevention Research Center에서 research fellow를 지냈으며, 성균관대학교 사회과학부에서 Post Doc을 마쳤다. 2010년부터 용문상담심리대학원대학교에서 긍정심리 전공 주임교수를 맡고 있으며, 개인·가족·학교·조직·지역사회에서 활용 가능한 긍정심리치료와 긍정개입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실시하기 위한 연구와 전문가 양성에 힘쓰고 있다. 한국상담심리학회 상담심리전문가이자, 보건복지부 공인 청소년상담사이며, 한국현실치료학회 수련감독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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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호] 1. IMAGE MAKING - 명강사, 이미지가 경쟁력이다
화장을 잘 하는 여성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바르기 전에 깨끗이 씻어내는 일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이다. 청중이 환호하는 명강사들에게도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 그것은 이미지를 만들기보다 깨뜨리기의 고수라는 점이다.
초보강사들은 자신을 훌륭한 강사처럼 보이기 위해 이미지 메이킹(Image making)에 매달린다. 하수다운 노력이다. 그러나 실제로 고수들은 이미지를 만들기보다 먼저 이미지 깨기(Image breaking)에 주력한다. 명강의에 방해되는 복병을 찾아 제거하는 일에 우선한다는 점이다. 지금 강의가 바빠서 그럴 겨를이 없다고 하면서 자신의 부정적인 이미지 위에 멋진 이미지를 덧씌우다 보면 목표에 도달해갈수록 점점 힘들어진다. 요즘도 골목길을 지나다보면 대문에 “맹견조심”이라고 붙여 놓은 집을 본다. 어떤 집은 아예 “미친 견 대기 중”이라고 써 놓은 곳도 있다. 함부로 들어오다가는 물릴 수가 있으니 조심하라는 말이다. 멀쩡하게 지나가다가 미친 견한테 물린다면 상상만 해도 끔찍하고 억울한 일일 것이다. 그런데 강의를 하다보면, 그 정도 치명상을 입히는 견들이 침을 흘리며 강사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견 조심하라고 미리 알려주는 사람도 없다. 그래서 이 코너를 통해서 애써 준비하고 멋지게 등단한 강사들에게 치명타를 입히려고 숨어있는 다섯 마리의 견을 공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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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견은 강사보다 강의 현장에 먼저 와서 기다리는 선입견(先入見)이다. 학습자들이 강사에 대하여 이미 마음속에 그려놓은 고정관념이나 관점을 말한다. 선입견은 근거가 명확하지 않고, 일단 가지게 되면 그것이 고정되기 쉽고, 무비판적이거나 감정적인 태도로 나온다는 특성이 있다. 예를 들어, 언젠가 이미 그 강의를 들었다거나 네거티브한 정보나 모호한 프로필, 또는 강사의 외모를 보고 각인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강의 내용을 듣기도 전에 판단부터 내리는 사람들의 선입견은 강사에겐 미친 견보다 무섭다. 그래서 고수들은 이러한 선입견부터 깨는 일에 주력하고 있는 것이다.
강사가 선입견에 물리지 않으려면 노트북 가방만 들고 다니지 말고, 앞으로 일어날 일을 미리 짐작하는 ‘예견(豫見)’을 호위무사로 데리고 다녀야 한다. 이것은 선견(先見)을 밝히는(之明)일이다. 만약에 선입견이 형성되어 있다면, 그 이미지를 재빨리 깨뜨려야 한다. 그것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는 일이다.
또한 강의 현장에 도착하기 전, 학습자와 강사가 만나기 전에 교육담당자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강사에 대한 과대포장이나 빗나간 홍보도 마이너스 요인이 된다. ‘여러분 기대하세요~ 이번에 오시는 여자 강사님은 대단한 미인이십니다~.’ 어쩌라고? 강의장은 소개팅하는 곳이 아니다. 광고 카피처럼 깔끔한 기대감을 주면 된다. 강사라는 ‘사람’에 대해서가 아니라, 강의를 통해서 획득할 수 있는 성과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놔야 한다. 그래야만 강사에 대한 선입견이 무력하게 된다.
강사를 노려보는 두 번째 견은, 편견(偏見)이다. 학습자의 머릿속에서 편견이 싹트면 강의시간 내내 강의 내용에 대해 공정하지 못한 해석을 하게 되고, 한쪽으로 치우치는 생각이나 결심을 하게 된다. 더군다나 편견은 건방지게 안경(라이방)까지 쓰고 다닌다. 바로 색안경이다. 강사와 강의내용에 대해 색안경을 쓰고 보는 것이다. 그리고 편견은 혼자 다니지 않는다. 앞잡이들이 있다. 오만과 편견. 그러니까 편견은 오만을 앞세우고 다닌다. 그리고 오만을 졸졸 쫓아다니는 부하도 있다. 방자다. 오만 방자. 그러니까 학습자가 편견의 색안경을 쓴 채로 수강하도록 내버려 둔다면, 강사의 품격을 손상시키거나 서로가 폄하하게 되고, 결국 강사와 학습자 모두가 정서적 마지노선을 넘나들며 오만방자해 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강사는 편견보다는 사물을 제대로 분별하는 능력인 ‘식견(識見)’을 강의실에 풀어놔야 한다.
강사를 괴롭히는 세 번째 견은, 참견(參見)이다. 요녀석도 맹랑하다. 학습태도가 경청이 아닌 참견이 되면 이미 망친 강의가 된다. 학습자에게 참견 심리가 자라나면 강사와의 관계뿐만 아니라 자기와 별로 상관없는 일이나 남의 말 사이에 끼어들어서 쓸데없이 아는 체 하거나 이래라 저래라 하게 된다. 그래서 참견에 대한 속담도 있다. . 참견에게 물리지 않으려면 뛰어난 의견이나 생각을 말하는 ‘고견(高見)’을 키워놔야 한다.
강사의 힘을 빼는 네 번째 견은, 꼴불견이다. 꼴불견이란 하는 짓이나 겉모습이 차마 볼 수 없을 정도로 우습거나 거슬리는 경우를 말한다. 가끔 학습자들 가운데서 강사보다 더 잘 안다고 우쭐대는 모습이나 공명심을 나타내기 위한 언행 등을 볼 수 있다. 강의장에 가끔씩 등장하는 이런 꼴불견에게 물리지 않으려면 ‘일가견(一家見)’을 키워야 한다. 어떤 문제에 대하여 독자적인 경지나 체계를 이룬 견해를 말한다. 그러니까, 강사가 최소한 자신이 강의하는 분야에 대해서는 최고 최신의 고수가 되어야 한다. 겉멋을 내는 것이 이미지 메이킹이 아니라는 뜻이다.
마지막으로, 강사를 슬프게 하는 다섯 번째 견은, 목불인견(目不忍見)이다. 하는 짓이 하도 기가 막혀서 눈앞에 벌어지는 상황을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다는 뜻이다. 이와 비슷한 견이 시이불견(視而不見)이다. 눈은 강사를 보고 있지만, 마음은 딴 곳에 있어서 강의가 들어오지 않고 있는 상황을 말한다. 그래서 강사가 이 두 마리 견에 물리지 않으려면 아주 큰 견 한 마리를 키워야 하는데, 그게 바로 ‘대견’이다. 언제 누가 보아도 흐뭇하고 자랑스러운 강사를 청중은 대견스럽고 자랑스럽게 여긴다. 그래서 그 강사 자체가 좋아지고, 들은 내용들을 여기저기에 전파한다. 그러다 보니까 강사가 강조한 내용대로 학습자에게 변화가 생기는 것이다.
그런데 더욱 중요한 것은, 이러한 다섯 마리의 선입견, 편견, 참견, 꼴불견, 목불인견이 청중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강사 자신이 그런 모습일 수가 있다는 것이다. 잘나가는 강사일수록 남의 눈에 티는 귀신같이 발견하면서도 자기 눈에 들보는 못 보는 현상이 많다. 마치 우리에 갇혀 있는 소가 엉덩이에 덕지덕지 말라붙어 있는 오물들을 떼어낼 수가 없듯이 강사 자신에게 말라붙어 있는 부정적인 이미지들을 스스로 떼어내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이미지 메이킹보다 브레이킹이 먼저라는 것이고, 강사에게도 말라붙어 있는 것들을 떼어주는 이미지 클리닝이 절실한 것이다.
개인의 이미지(personal image)는 내적인 이미지(본질)와 외적인 이미지(현상), 그리고 사회적인 이미지(관계)로 구분된다.
그러므로 관계가 좋으려면 현상이 좋아야 하고, 현상이 좋으려면 본질이 좋아야 한다. 이미지 메이킹이 겉치레가 아니냐는 오해를 불식시키는 개념이다. 개인의 이미지가 대상관계에서 복합적으로 작용하는데, 거기에서 발생하는 마찰을 줄이고 관계를 매끄럽게 하는 호감의 법칙이 바로 이미지 메이킹이다.
특히 대중 앞에 서는 강사로서의 이미지는 자신의 가치를 나타내고, 유지하고, 평가 받는 바로미터가 되고, 경쟁력이 되는 것이다.
요즘 온 나라가 명강사에게 환호하고 있다. 왜냐하면 가장 효율적이고, 가장 효과적으로 개인의 변화를 촉진시켜주는 최고 전문가이기 때문이다. 그런 강사로서, 그 반열 중에 우뚝 서서 국민강사로 롱런하기 위해서는 사명감 있는 이미지가 요구된다. 그래서 이미지 메이킹 전문 강사들이 순간순간 되뇌는 이 구호를 가슴 깊이 새길 필요가 있을 것이다.
“나로 인하여 누군가에게 변화가 생긴다면, 내가 하는 일은 직업이 아니라 사명이다!”
글 김경호 박사
▶ 김경호 박사
김경호 교육학박사는 한국 최초(1986)로 이미지 메이킹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전국의 1만 여 기업체의 임직원과 정부부처, 각종 단체 및 대학교 등에서 강의를 해왔고, KBS-TV아침마당(목요특강 3회), MBC-TV 명강사 명강의, SBS-TV특강 등 다양한 방송채널에서 명강사로 활약하고 있다. 특히 이화여대평생교육원 주임교수로 10년 동안 기여해 온 공로로 2004년 국가평생교육진흥원장으로부터 을 수상하였다. 현재 김경호 이미지메이킹센터 대표, 교육법인 한국이미지경영교육협회이사장, 인터넷 신문 발행인이다. 저서는 , , 등과 연구논문으로 ,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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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남섭] 1. 중소기업 코칭 적용 사례 - ㈜캐럿글로벌 코칭문화기업
(사)한국코치협회(회장 김재우) 제10주년 기념 ‘2013년 대한민국코치대회’에서 ‘코칭문화확산 우수기업’으로 선정된 (주)캐럿글로벌의 코칭도입 배경 및 코치형 리더들의 생생한 변화사례 소개를 통해 중소기업의 코칭 도입시 고려요소 및 성공 요인을 파헤쳐 본다.
(주)캐럿글로벌은 어떤 회사인가?
대한민국 기업들의 글로벌 역량강화를 미션으로 하는 ㈜캐럿글로벌은 최고의 전문 교육회사로 2001년 설립 이후 120명의 임직원과 매출 250억으로 수평조직문화와 사내 인트라넷 당근농장 시스템을 통해 모든 정보가 공개되는 투명경영으로 지속 성장하고 있고 영성이 있는 일터를 지향하는 작지만 강한 강소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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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칭도입 배경 및 진행방법
2006년 저자가 HR 고문 및 Company Coach로 한국코치협회 이사를 맡던 당시 CEO 노상충 대표가 직원들이 일과 삶의 균형을 갖추고 심리적 안정 속에서 일할 수 있도록 코칭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따라 직원들의 이직률을 줄이고, 경영자의 관점이 아닌 직원의 관점에서 사적인 고민을 해소해주는 한편, 일과 삶에 대한 올바른 태도 형성을 위한 조언과 격려를 주기 위해 라이프코칭적 접근에서부터 시작했다. 긍정마인드와 인간존중의 코칭문화를 리더들부터 조직에 스며들게 하며 직원들의 잠재력 개발과 몰입도를 높이고 창의성과 생명력이 넘치는 조직문화로의 변화차원으로 코칭을 도입했다. 그동안 수차례 리더십 워크숍을 통해 코칭을 소개하고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한 코칭리더십특강과 코칭체험 및 실습을 위해 부서장과 팀장급 대상 ‘3CS STAR모델’을 소개하는 코칭워크숍을 3차례 진행했다. 또한 매주 1회 4시간 방문 CEO와 임원 그리고 부서장 심지어 신입 및 퇴직예정인 직원까지 전 임직원을 상대로 하루에 2-3명을 대상으로 지속적으로 코칭면담을 진행하고 있다. 진정한 의미에서의 외부 컴퍼니코치 활용 사례인 셈이다.
2011년부터는 결혼 적령기의 여성 직원들 위주인 회사의 특성을 감안해 글로벌 기업의 인사담당 임원을 지낸 오철숙 코치가 월 2회 여성 리더들 코칭을 하기 시작했다. 이에 오 코치는 그룹코칭을 실시하며 경력단절 여성 직원의 개인 문제와 조직의 이슈를 현장에서 바로 해결하고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하는 등 상황에 적절한 코칭리더십을 발휘했다.
운영방식과 성과
코칭의 효과를 스스로 체험한 부서장과 팀장과 파트장 등 중간 관리자 코치형 리더들이 두 명의 외부 코치로부터 멘토코칭을 수시로 받으며 직원들에 대한 면담을 코칭 방식으로 전환하여 실시하고 있고 코칭 결과는 사내 인트라넷 당근농장을 통해 인사DB에 기록하여 관련 책임자들이 참조할 수 있도록 공유하고 있다.
한때 30%를 넘던 이직률도 10% 대로 떨어지고, 상시 코칭 이슈가 생길 때마다 스스로 자신의 이슈를 해결할 수 있는 계기를 얻으면서 코칭 문화가 빠르게 자리 잡아가고 있다. 새로 입사한 직원들이나 경력직원들은 자연스럽게 시스템과 건강한 코칭 조직 문화에 잘 적응해 나가고 있다.
개인과 조직, 리더의 변화
2012년 봄부터 리더들에게 전문코치자격을 갖추도록 CEO가 독려하여 실습시간을 확보하도록 사내에서 타부서 직원들과도 매칭하여 지원하고 있다. 2014년 8월 현재 8명의 부서장과 팀장 등 중간관리 리더들이 전문코치 자격인 KAC 인증코치 자격을 갖추었으며 캐럿의 모든 리더들을 전문 코치형 리더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KPC 자격을 준비하고 있고 사내 코치로서의 활동도 활발하게 하고 있다.
KAC 자격을 딴 S팀장 과 M실장 두 부서장의 이야기에서 코칭의 효과성의 일면을 느낄 수 있다.
“처음에는 코칭이 낯설어, 적응에 어려움도 있었지만, 지속적으로 접하고 코칭을 받고 해보면서 익숙해졌어요. 스스로 성찰하는 시간을 갖게 되고 상대중심의 소통을 하는 자신을 보고 놀라곤 합니다.”
S 팀장은 “결국은 기업의 성공열쇠는 일보다 사람인데 코칭을 통해 직원들의 마음을 열고 근본적인 욕구를 읽을 수 있는 가운데 직원을 대하는 관점과 시야가 달라졌고 수용능력이 커졌다”고 소감을 나타냈다. M실장도 “중소기업에서 그룹코칭은 시너지와 팀워크를 강화하는 효과는 분명히 있지만 시간투입대비 효과성을 높이기 위한 방법을 찾아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필요도 있겠다”고 밝혔다.
리더의 변화가 우선이다
중소기업 조직에서 CEO와 리더는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방식의 코칭적 접근을 통해 사업성과와 인재육성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신의 변화와 솔선수범을 통해 강한 영향력을 미치는 존재다.
리더들은 스스로도 변화와 성장을 위해 셀프코칭 능력향상과 함께 익숙해진 STAR 모델의 코칭대화 방식을 통해 ▲직원들을 대하는 관점과 태도의 변화로 친밀감과 진정성으로 직원들의 마음을 열게 하고(Story) ▲조직의 현재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여 객관적인 입장에서 원하는 목표를 명확히 하게 해주고 (Target)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세우게 하고(Action Plan) ▲약속한 목표에 도전하도록 의지를 확고히 하게 하고 학습포인트를 정리하게 하며, 지지하고 격려하며 다음 세션으로 연결시키는 작업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어야 한다(Recap).
캐럿 글로벌의 CEO와 리더들은 직원 면담을 STAR모델 코칭대화 방식으로 진행했다. 그 결과 일방적 지시와 교육하려는 태도에서 벗어나 직원들의 잠재력과 가능성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시도 해 보게 하며 기다리는 여유가 생겼다. 관리자로서 비전 공유와 목표부여 그리고 성과평가 시 공감대 형성이 훨씬 쉬워졌을 뿐 아니라 각자의 강점 파악 및 커리어개발을 맞춤형으로 제시하며 부하 육성에 대한 적기 개입과 적극적 지원을 통해 더 효과적인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
중소기업 코칭 도입 시 고려사항 및 성공요소
양질의 인력 확보 애로와 임직원들에게 다양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중소기업이 코칭을 통해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몇 가지가 반드시 전제가 돼야 한다.
즉 CEO의 확고한 의지, 회사의 도입여건을 감안한 단계적 확산 전략, 조직문화가 정착되고 성과가 나올 때까지 인내와 기다림 등이 그것들이다. 우선 CEO의 코칭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지속적인 투자 마인드와 확고한 믿음이 중요하다. 코칭은 일회성 교육으로 성과를 기대할 수 없다. 조직원 각자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믿어주며, 다양한 수준과 성향에 맞추는 1:1 대화의 기회를 통해 일정기간 동안 진행하는 가운데 개인의 변화와 성장을 지원해야 한다. 또한 회사의 성과 달성과 성장으로 이어지는 최소한의 과정도 필요하다. 그래서 짧게는 1년 심지어 2∼3년을 지속적으로 투자하며 코치형 리더를 세우고 사내 코치를 양성하며 조직문화가 완전히 바뀌어 질 때까지 과정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
글 안남섭 (사)한국코치협회 부회장
▶ 안남섭 (사)한국코치협회 부회장
(사)한국코치협회 안남섭 부회장은 상사맨으로서의 74개국 출장 및 독일에서의 10년 주재생활의 다양한 해외경험과 귀국 후 16년 전원생활을 통해 우리가 급속히 잃어버린 공동체적 가치의 소중함을 깨닫고 다시 찾아 키워나가는 행복실험을 통해 일과 삶의 균형된 삶을 살며 주변에 영향력을 확대해가고 있다. 11년 전부터는 코칭을 공부하고 전문 코치로 활동해온 경험을 지는 비즈니스 라이프 멘토코치로 활약하고 있다.
(사)한국코치협회 인증 KSC(Korea Supervisor Coach)이며 대외협력위원장 및 인증코치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동안 대기업, 중소기업, 대학, 정부기관과 지자체 및 공공기관 등 대상으로 다양한 코칭과 코칭강의를 해왔고 현재 연세 상담코칭아카데미의 협력 코치로 활동하고 있으며 (주)캐럿글로벌의 HR고문 및 Company Coach 와 Salsdmaster Well-being Partners Company Coach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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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동엽] 1. 유대인의 교육지혜 - 후계자를 키우는 도제교육
유대인의 교육지혜라 하면, 흔히 탈무드를 떠올린다. 틀리지 않은 연상이다. 오늘날 정계, 재계, 학계를 막론하고 세계적인 리더들이 유대인에게서 배출된 배후는 탈무드인 것이다. 그런데, 사실 탈무드는 다름 아닌 성경의 지혜를 스토리텔링화 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유대인의 교육지혜를 논하려면, 그들의 역사서이자 인생교과서 격인 구약성경에 나타난 단서에 의지하지 않을 수가 없다. 양해를 바라며, 곧바로 오늘의 주제에 진입해보고자 한다.
리더 모세
아마도 동서고금의 역사를 통틀어 가장 위대한 지도자를 꼽으라고 한다면 단연 모세가 몇 손가락 안에 낄 것이다. 적어도 그는 이스라엘의 역사에서 가장 탁월한 인물이다. 그는 사제 가문에 속하였지만, 예언자이자 입법자요, 판관 곧 영도자로서 이스라엘 백성을 약속된 땅까지 인도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그렇다면 모세는 어떤 리더였을까? 크게 두 가지 특성만 조명해 보자.
우선, 모세는 준비된 리더였다. 신의 섭리는 모세가 태어나기 전에 그를 선택하여, 탄생 직후부터 그를 지도자로 훈련시키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모세는 여차저차하여 이집트 왕 파라오의 궁정에 들어가서 40년간 이집트의 학문과 문명을 배우게 된다. 장차 모세가 본격적으로 대적해야 할 ‘호랑이’가 이집트 왕권이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는 필연적 섭리였다. 때가 되자 모세는 본의 아니게 도망자 신세가 되어 광야로 피신하여 그곳에서 40년 간 목자 일을 하면서 지도자 덕목을 갖추게 된다. 80년 동안의 장구한 훈련 기간! 그 덕에 모세는 이스라엘의 신 ‘야훼’의 부르심을 받아 이스라엘 백성을 이집트에서 탈출시키는 막중한 사명을 훌륭히 수행하게 되었던 것이다. ---
그리고 무엇보다도 모세는 카리스마의 리더였다. 모세에게서는 신적 위엄과 권능이 뿜겨져 나왔다. 그 비밀은 무엇이었을까? 바로 신 앞에 무릎을 꿇고 지혜를 청하는 겸손의 자세, 그리고 천명에 대한 절대적 순명이었다. 이는 세속적으로 바꿔 말하면 순천(順天), 순리(順理)의 향심이다. 곧 짧은 지혜를 버리고 큰 지혜를 따르겠다는 슬기다. 이를 좀 더 풀어 이해해보자.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성공하기 위해서 처세술에 의지
한다. 서점가에 가보면 온통 ‘전략’, ‘전술’, ‘방법’, ‘기술’, ‘노하우’, ‘스킬’ 등이란 단어가 범람한다. 이런 처세술은 속과 겉이 다를 수 있다. ‘그런 체’하여 소기의 성과를 얻어내는 것이다. 당장은 통할지 몰라도 임시방편일 뿐이다. 이런 식으로 이뤄진 성공에는 ‘반드시’가 아니라 ‘운이 좋으면’이란 조건에 달려있다. 그에 반하여, 위에 언급된 하늘스런 지혜는 ‘법칙’ 곧 ‘원리’를 가리킨다. 법칙은 속일 수가 없다. 속과 겉이 같다. 법칙은 때가 차야 열매를 맺는다. 그런데 반드시 맺는다. 법칙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힘을 발휘한다. 이것이 모세가 지닌 불세출의 카리스마에 숨겨진 진가다.
모세의 제자 멘토링
이미 80의 고령에 이스라엘 백성의 영도자로 세워진 모세는 이집트 탈출에서부터 시작하여 가나안 정착까지의 여정이 자신의 시대에 끝나지 않을 것을 몰랐을 리가 없다. 그리고 정착 이후의 정치적·사회적·문화적 과제가 막중하다는 사실을 훤히 내다보고 있었다. 그랬기에 그는 장래 후계자 감을 골라 미리서부터 치밀하게 양성하기 시작했다. 발탁된 인물은 여호수아였다. 모세는 그를 어떻게 큰 지도자로 양육했을까.
하나, 동행 멘토링
모세는 여호수아를 중요한 자리에 동행시키면서 보고 배우게했다. 모세는 장래의 인물 여호수아를 자신의 ‘시종’으로 삼아 항상 측근에 머물게 하면서, 중요하고 결정적인 사안에 대해서 모세 자신이 어떻게 처리하는지 그에게 보여주었다. 그리하여 여호수아는 모세의 본을 통하여 하늘의 뜻에 경청하는 법, 천우신조를 끌어들여 카리스마로 대업을 이루는 법, 백성을 영도하는 법 등을 터득하게 되었다.
둘, 실전훈련
모세는 여호수아에게 많은 전쟁국면을 경험케 했다.
모세는 아주 중요 전쟁이나 그에 준하는 오지에는 꼭 여호수아를 투입해서 경험을 쌓게 하여 유사시 비상통솔력을 함양시켜 주었다. 대표적인 예가 아말렉과의 전투, 가나안 정탐을 위한 선발대 파견이다. 이로써 여호수아는 현장형 위기관리 능력을 배양하게 되었다.
셋, 신적재가
모세는 자신이 키운 후계자가 과연 신적 점지인지를 여쭙는 절차를 밟았다. 이윽고 자신의 시대가 마감될 것을 예감하면서 모세는 기도했다. 거기에는 지도자의 요건이 구체적으로 나열되어 있었다. “주 하느님께서는 이 공동체 위에 한 사람을 세우시기 바랍니다. 그들 앞에 서서 나가고 그들 앞에 서서 들어 오는 사람, 그들을 데리고 나가고 그들을 데리고 들어오는 사람입니다(민수 27, 16~17).” 이 기도에 신은 모세에게, 여호수아를 가리키면서 “쟤다” 하고 찍어주셨다. 미리 인물을 양성한 모세의 식견은 이로써 재가를 받은 셈이 되었다.
넷, 원포인트 레슨
모세는 여호수아에게 자신의 카리스마의 비밀인 절대순명의 얼을 물려주었다. 이를 위해 모세는 여호수아를 위시하여 여호수아의 영도력을 따라야할 미래세대들에게 세 번에 걸쳐 일장연설을 하였다(그 전문을 수록한 것이 구약성경의 신명기다.). 핵심은 “순천하면 흥하고 역천하면 망한다”는 동양의 예지와 똑같다. 훗날 여호수아는 모세에게서 물려받은 그대로 백성들에게 연설한다. “이제 배운 대로 실행해라. 배운 대로. 그리고 이걸 꼭 대물림시켜줘라.”
다섯, 공성이불거(功成而不居)의 인수인계
모세는 때가 됐을 때 깨끗하게 권한 이양을 하고 자신의 시대를 마감했다. 비상한 영도력으로 40년간 이스라엘 백성을 이끌었던 모세는 예리코의 맞은 편 피스가 산정에 올라가 약속된 땅 가나안을 바라볼 뿐, 신적 분부에 의해 그곳을 들어가지 못했다. 그는 일백이십 세의 나이로 기꺼이 승하했다. 그가 죽을 때에 그의 눈은 흐리지 않았고 그의 기력은 쇠하지 않았지만, 천명을 따랐던 것이다.
우리를 위한 영감
여호수아는 모세가 죽은 후 다음 세대를 이끈다. 그런데 여호수아는 모세의 후계자가 되긴 했지만, 아무래도 모세의 그늘 때문에 보통 힘든 게 아니었다. 선임자가 뭘 잘하면 뒷사람이 그것을 감당해내기가 어려운 법. 아무리 해도 그만큼을 못해낸다는 말이다.
하지만 여호수아는 모세의 가르침을 따라 기억을 더듬었다. 그러면서 자신감을 얻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모든 난관을 이겨내고 가나안 정착의 위업을 이뤘다.
오늘날 유대인들은 모세와 여호수아의 관계를 도제교육의 전범으로 삼는다. 동행 멘토링, 실전훈련, 신적재가, 원포인트 레슨, 그리고 공성이불거의 인수인계! 오늘 우리들에게도 유효한 초시간적 영감이다
글 차동엽 신부
▶ 차동엽 신부
경기도 화성 출생으로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서울 가톨릭 대학교, 오스트리아 빈대학교, 미국 보스턴대학교(교환 장학생)등에서 수학하였고, 오스트리아 빈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현재 인턴 가톨릭대학교 교수 미래 사목연구소 소장으로 봉직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 , , 밀리언셀러 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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