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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休] 서울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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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욱] 3. PRESENTATION - Speech Flow : 파워포인트보다 한 발짝 먼저 가라
발표자와 파워포인트가 만나는 순간 어색해지는 경우가 있다. 여러 발표 컨설팅을 겪어 본 바, 파워포인트가 없을 때는 잘하던 발표자가 파워포인트를 두고 발표를 하면 좀 전에 그 발표 실력이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결국 멋진 발표를 하기 위한 필수조건은 좋은 목소리와 멋진 말솜씨를 뛰어넘어 발표자가 발표자료와 호흡하면서 얼마나 자연스럽게 발표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피아노를 연주한다고 생각해보자. 누군가 악보를 넘겨주는 사람이 없다면 악보는 연주하는 사람이 넘겨야만 한다. 중요한 것은 악보를 넘기는 순간마다 연주의 흐름이 끊긴다면, 그것은 음악이라 할 수 없다는 점이다. 프레젠테이션도 마찬가지다. 프레젠테이션이라는 연주에서 혹시 악보만 보고 연습하고 있지는 않은지, 악보를 넘길 때마다 흐름이 끊기는 그런 연주를 하고 있지는 않은지 되짚어 봐야할 것이다. 슬라이드마다 끊기는 발표는 이미 훌륭한 발표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악보를 넘기는 순간에도, 음악은 멈추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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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과 전환을 부여하는 브릿지 코멘트 설계 기법
실제 악기를 연주해본 사람들은 이해하기 쉽겠지만 이런 상황이 닥쳤을 때, 능숙한 연주자는 어떻게 대처할까? 악보를 넘기는 순간의 음표를 완벽하게 숙지한다거나 악보를 넘기는 곳에 표식을 남겨놓음으로써 악보를 넘길 때에 음악이 끊이지 않도록 만발의 준비를 해야 한다.
이를 프레젠테이션에 대입해보면 슬라이드와 슬라이드 사이에 연결성이 얼마나 자연스러운가가 중요한 포인트가 될 수 있다. 따라서 발표 컨설팅에서는 자연스러운 연결성을 위한 스피치 전략으로 ‘브릿지 코멘트’를 설계하고 이를 숙지하는 방법을 중요하게 활용하고 있다.
브릿지 코멘트는 연결과 전환이라는 두 가지 종류로 분류할 수 있다. 연결의 브릿지 코멘트는 다음 슬라이드의 제목을 읽거나 평서문과 의문문의 적절한 안배를 활용한 방식이다. 전환의 브릿지 코멘트는 앞서 발표한 내용을 간단히 정리하거나 다음 장의 내용을 안내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하면 연결과 전환이라는 큰 축을 중심으로 발표의 흐름을 보다 자연스럽게 연출할 수 있다. 여기서 브릿지 코멘트 설계의 팁을 전하자면 브릿지 코멘트는 슬라이드 사이를 설계하는 방법이라 슬라이드에 코멘트를 직접 표현하기보다는 파워포인트의 인쇄물을 미리 챙겨서 코멘트를 써보며 브릿지를 설계하는 것이 좋다.
슬라이드를 넘기기 전에 말을 먼저 꺼내라
자연스러운 발표를 위한 방법을 다른 각도에서 생각해보자. 발표 컨설팅을 진행하다보면 파워포인트와 발표자의 호흡에 있어 두드러지는 또 하나의 문제는 발표자가 너무 슬라이드를 앞세운다는 것이다. 발표자가 다음에 이어지는 슬라이드의 내용을 숙지하지 못했을 뿐더러 흐름을 이끌어가야 한다는 생각조차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되면 발표자가 일단 슬라이드를 넘겨놓고 나서 내용을 파악한 뒤에야 말을 이어나가는 방식의 발표가 되고 만다. 다음 슬라이드의 내용이 명확하게 파악이 되지 않다보니 당연하다 여길 수 있겠으나 이는 발표의 주체적인 역할을 발표자가 하는 것이 아니라 파워포인트가 하기 때문에 좋은 접근이 될 수 없다.
따라서 발표자는 슬라이드를 넘기기 전에 다음 장의 내용을 먼저 이야기하는 식으로 전략을 바꿀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앞서 이야기한대로 브릿지 코멘트 설계 후 다음 장의 내용이 완벽히 숙지될 때까지 연습을 통해 숙련도를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브릿지 코멘트를 설계하고 연결성을 부여하는데서 그치지 않고 이를 통해 발표자가 주도적인 역할을 하도록 연출해야 한다.
강조와 전환의 최우선 방법, 잠시멈춤기법
스피치 플로우의 핵심이 브릿지 코멘트의 설계와 내용의 숙지에 있다면, 발표 사이에 여유 있는 쉼을 준다는 것은 흘러가는 물이 나무와 돌을 만나 굽이쳐 가게 됨으로써 멋진 경광이 만들어지는 것처럼 발표를 보다 생동감 있게 해주는 기폭제가 되지 않을까? 발표 컨설팅을 하다보면 전달력이 떨어진
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며 조언을 구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강한 인상을 남기고 싶은 메시지가 있는데 이 부분이 구현되지 못할 때 어떻게 하면 좋겠냐는 질문도 자주 받는다. 전달력이 떨어진다는 것은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다. 말이 빨라 발음이 명확하지 않거나 발성이 충분하지 않아 목소리 연출 훈련이 필요한 경우가 그런 사례이다. 하지만 전달력이 떨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여유 없이 말을 하기 때문이다. 실 예로 몇몇 발표자들은 발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해야 할 말이 많이 남은 경우, 속도를 붙여 시간 안에 모든 내용을 다 말하려고 한다. 이렇게 발표를 하면 이해는커녕 무슨 말을 한 것인지 파악조차 어려운 상황이 발생한다. 주어진 시간 안에 이해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은 한정돼 있다.
따라서 전달력을 높이고 싶을 때는 단락을 충분히 끊어 읽음으로써 말과 말 사이에 여유를 줘야 한다. 사람은 사이사이 쉬는 타이밍에 앞서 발표한 내용을 이해하는 데 사용한다. 따라서 전달력을 높이고 싶다면 단락을 충분히 끊어 읽음으로써 말과 말 사이에 여유를 줘야 한다.
깊은 쉼을 발표 사이에 주는 것은 강조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보다 힘 있게 전달할 수 있는 좋은 방책이다. 이것을 ‘언어적 포즈기법’이라 부르며 전달력과 강조·전환의 메시지를 말 속에 담아내는 방법이라고 이야기한다.
이렇듯 브릿지 코멘트를 활용하여 자연스러운 흐름을 만들고 잠시멈춤의 힘을 적극 활용하여 발표를 한다면 물 흐르듯 유연한 발표에 생동감이 더해진 발표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글 이종욱 (주)파워피티 공동대표
▶ 이종욱 (주)파워피티 대표이사
현재 국내 최초 프레젠테이션 전문기업 (주)파워피티 대표이사로 재직 중이며, 한림대학교 겸임교수이자 2012년 베스트 프레젠터상(대한프레젠테이션협회)을 수상했다. 파워포인트 무작정 따라 하기 외 프레젠테이션 전문 서적을 집필한 저자이며, 삼성, LG, SK등 국내 유수 기업과 관공서 및 공공기관, 대학에서 프레젠테이션 전문 컨설턴트로 활발히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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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현숙] 1.그룹코칭의 역량과 프로세스
최근 기업에 코칭이 많이 도입되면서, 그룹코칭에 대한 관심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어떤 수준에서 그룹코칭이 이뤄지고 있는지 짐작하기 어렵다. 여기저기서 그룹코칭을 외치고는 있지만 효과적이고 표준적인 프로세스와 체계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다보니 명칭만 그룹코칭이라 하고서, 소규모 워크숍으로 진행하거나 액션러닝을 곧 그룹코칭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룹코칭이 본질적인 코칭이 되려면, 일방적으로 가르치거나 아젠다를 가지고 퍼실리테이션하는 방식이 돼선 안 된다. 자고로 코칭이란 참가자들의 생각을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하고, 참가자들 스스로가 성찰을 통해 그들의 인식과 행동을 전환하는 코칭의 파워를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그룹코칭의 프로세스와 역량은 코치뿐 아니라, 조직의 리더와 퍼실리테이터들도 갖춰야 할 필요가 있다. 그룹코칭에 관한 지식의 공유를 위해 연재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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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코칭이란?
일대일 코칭이 개인 맞춤형 역량 개발방법이고, 집체교육이 조직의 한 방향 정렬을 위한 것이라면, 그룹코칭은 이 둘의 장점을 모두 취하는 방법론이라 할 수 있다. 대개 열 명 이내의 복수 참가자로 구성된 그룹이 코치와 함께 일정 기간 정기적인 세션을 진행하는 그룹코칭은 각자에게 요구되는 개발 목표를 그룹이 함께 달성해가는 통합적 코칭과정이다.
일대일 코칭은 코치 받는 사람이 능동적이고 자발적으로 자신을 발견하고 스스로 해결책을 찾아 나가기 때문에 그 효과가 크다. 반면 그룹코칭은 그룹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일대일 코칭에서는 얻을 수 없는 동료들과의 공감대 형성, 상호협력과 이를 통한 학습효과, 조직 문화의 한 방향 정렬 같은 집단 수준의 장점을 갖게 된다.
또한 대규모 단체교육과 달리 그룹코칭에서 코치는 참가자 각자를 전인적인 존재로 보고 그들 스스로 성찰하고, 깨닫고, 결심하도록 참가자들의 자발성을 지지하는 역할을 한다.
▲ 고현숙 국민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코칭경영원 대표코치
그룹코치의 역량
일대일 코칭 경험이 많은 코치라고 해서 모두가 그룹코칭에서 훌륭한 코치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일대일 코칭과 달리 그룹코칭을 이끄는 데는 기본적인 코칭 역량 외에도, 그룹원들의 역학을 파악할 수 있는 통찰력, 그룹의 에너지를 높이면서도 초점을 유지할 수 있는 퍼실리테이션 능력, 전체의 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하게 만드는 책무 관리 역량 등 통합적인 역량이 추가로 요구된다. 그룹코치의 필수 역량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눠 볼 수 있다.
하나, 그룹코칭의 공간 창조 역량(creating space for coaching)
공간을 창조한다는 것은, 코칭이 가능한 정서적 환경을 만들어낸다는 뜻이다.
보통은 코칭에서 어떤 의제를 어떻게 다루고 어떤 대화가 오가느냐가 중요하게 느껴지지만, 그것에 앞서 더 중요한 것은 그룹이 놓여있는 공간이 어떤 분위기와 에너지를 가지느냐다. 그래서 코치는 솔직한 대화가 가능한 안정적이고 개방적인 공간, 기꺼이 변화를 수용할 수 있는 공간, 서로가 서로를 인정하고 지지할 수 있는 공간 조성에 신경 써야 한다. 공간창조 역량을 좌우하는 세 가지 요소는 첫째, 코치다운 태도(coach presence), 둘째, 인정(acknowledgement), 셋째, 연결 (connection)이다.
‘코치다운 태도’란 판단적이지 않고 호기심을 가지며, 고객에게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주는 것을 말한다. ‘인정’이란 그룹원의 존재나 행동을 올바르게 인식하고 알아주는 것으로, 그룹원 스스로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PR하고, 상대방의 강점과 잠재력을 알아줌으로써 행동을 이끌어내는 촉매제 역할을 한다. ‘연결하기’는 그룹원들과 코치 또는 그룹원들 간의 정서적 유대를 형성하는 것을 말한다. 또한 그룹코칭에서 한 그룹원의 아젠다를 다른 그룹원의 것과 연결하고 관련지음으로써 공통성을 발견하게 되면 그룹코칭의 역동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둘, 그룹 성장을 위한 역량(developing group)
그룹을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목표 설정, 적극적 경청, 강력한 질문, 개입, 요청, 퍼실리테이션의 여섯 가지 역량이 필요하다.
‘적극적 경청’은 그룹원들 사이에 오고가는 언어적 요소와 비언어적 요소들을 적극적으로 경청하여 깊이 있게 이해하는 능력이다. 코치가 귀 기울여줄 때 그룹원들은 솔직하게 대화를 주고받으면서 자기성찰적인 깨달음을 얻을 수 있게 된다. ‘강력한 질문’이란 그룹원들의 사고를 확장시키는 질문을 할 수 있는 역량이다. ‘개입’은 그룹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코치가 때때로 대화 흐름에 개입하여 코칭이 효과적으로 전개되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요청’은 그룹원들이 스스로 생각하는 것보다 더 큰 도전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그룹원들을 안전지대에서 벗어나게 하는 효과가 있다. 또한 ‘퍼실리테이션’ 능력은 그룹코칭을 진행하는 데 있어 그룹원들이 의견을 내도록 촉진하고, 이 의견들을 모아 정리하며,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다.
셋, 실천과 책임 역량(holding accountability)
그룹코칭이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실행할지 뚜렷한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실천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이를 위한 역량으로 ‘실행계획 수립’, ‘책임지게 하기’, ‘세션 간 관리’의 세 가지 역량이 필요하다.
‘실행계획 수립’은 인식 전환을 행동 변화로 연결시켜주는 것으로, 큰 목표를 구체적인 행동으로 쪼개는 것이고, ‘책임지게 하기’란 그룹원들이 서로 독려하여 실행계획을 실천할 수 있도록 책임감을 갖게 하는 것이다. ‘세션 간 관리’는 코치가 코칭의 세션과 세션 사이에 계획 실행에 대해 환기시키고 그룹원들이 동기를 지속하도록 관계를 유지하는 활동을 말한다.
그룹코칭의 프로세스_MIRACLE 모델
그룹코칭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표준화된 진행 프로세스가 필수적이다. 프로세스는 코치들이 매회 세션을 진행하는 동안 로드맵 역할을 하며, 이를 통해 매회 효과적으로 세션을 운영할 수 있고, 참가자와 코치가 진행에 관해 공유된 이미지를 가질 수 있다. 필자는 그룹코칭의 프로세스를 각 핵심 단계의 이니셜을 따서 MIRACLE 모델이라 칭한다. 아래는 MIRACLE모델의 간단한 설명이다.
▲ 그룹코칭의 핵심 프로세스
글 고현숙 국민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 코칭경영원 대표코치
▶ 고현숙 국민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 코칭경영원 대표코치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에서 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와튼 경영대학원에서 인사관리와 리더십을 공부했다. 미국 프랭클린코비사의 한국 대표로 한국리더십센터를 설립, 리더십과 자기개발을 위한 워크숍을 통하여 한국인의 내면과 한국기업에 일대 혁명을 일으켰다. 아울러 개인과 조직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플래너 보급, 고품질 서비스, 강의기법 개선, 코칭의 보급을 위하여 한국성과향상센터를 설립하였다. 저서로 , , , , , , 등이 있다.동기를 지속하도록 관계를 유지하는 활동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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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호] 3. IMAGE MAKING - 실패의 복병, 열등감을 제거하라!
강사가 강의를 진행하면서 가장 힘들 때가 언제일까? 강의가 많아서 지쳤을 때일까? 아니면, 청중이 경청하지 않을 때일까? 준비한 내용이 바닥났을 때일까? 이 모두가 힘들고 어려운 순간일 것이다. 그러나 가장 힘들 때는 열등감에 휘말릴 때다. 왜냐하면 다른 이유로 힘이 들 때는 극복하고 헤쳐 나아가려는 의지가 작용하지만, 열등감에 빠지게 되면 스스로 극복하려는 의지 자체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강사가 열등감에 휘말리는 상황은 여러 가지가 있다. 바로 앞 시간에 유명한 강사의 강의가 반응이 너무 좋았을 때 직후일 수도 있고, 수강자의 수준이 너무 높아서 스스로 위축되는 경우일 수도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할 점은 열등감이란 대개 자신의 내적 요인으로부터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외적 요인으로 인해 발생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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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등감이 자멸을 부른다
열등감(inferiority complex)은 오스트리아 정신의학자인 알프레드 아들러(Alfred Adler)가 독자적으로 수립한 이론체계로 개인심리학의 기본개념 중 하나다. 아들러에 따르면 인간은 자기 안에 존재하는 열등한 요소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억압으로 이어져 일종의 콤플렉스로 작용한다.
인간은 자신이 지닌 정신적·신체적인 열등요소를 보완하기 위해 노력하게 되고, 이런 노력은 인격을 형성시켜 사회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적 경쟁에서 실패한 아이가 운동경기에서 우월을 확보하려는 모습은 콤플렉스에 대한 보상심리에서 나오는 행위로 교육적인 면에서는 바람직한 부분도 많다.
하지만 보상심리가 너무 강해 자신의 결점을 보완할 수 없게 되면 과도한 우월심리나 권력에 대한 욕망을 갖기도 한다. 또는 우울과 의욕을 억제할 수 없게 돼 우울증 등 병의 원인이 되는 경우도 있다. 콤플렉스가 강한 사람은 침착하지 못하고 성급해지며 격정에 빠지기 쉽고 남의 일을 생각하지 못하게 된다.
강사가 열등감에 사로잡혀 있으면 다음과 같은 증상들이 나타난다. 예를 들어 강의 중에 수강자가 졸고 있으면 조는 이유를 간파하려 하기보다는 강사인 자신을 무시하고 있다고 생각해 마음에 상처를 입는다. 그럴 때 나타나는 증상은 두 가지다. 하나는 불쾌한 이유를 상대방에게 전가하는 행위가 나타날 수 있다. 흔한 예로 조는 사람에게 소리를 지르거나 꾸중이나 질책을 하는 경우이다. 심지어는 강사가 마이크를 집어 던지고 나가버리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또 하나는 자기 스스로 침몰하는 경우다. 심리적으로 위축돼 진땀을 흘리거나 당황하여 강의의 리듬을 놓치거나 횡설수설하게 된다.
비교할수록 열등감은 커진다
열등감이 발생하는 원인에는 크게 선천적 요인과 후천적 요인이 있다. 선천적 요인은 타고난 것이고, 후천적 요인은 다시 내적 요인과 외부 환경적 요인 즉, 가정과 사회·문화적 요인으로 나눌 수 있다.
인간에게 있어서의 열등감은 불가피한 것으로 크게 두 가지 즉, 절대적인 것들과 상대적인 것들로 나눌 수 있다. 절대적 열등감은 선천적이거나 이미 바꿀 수 없는 상황으로 결정되어진 열등한 상태를 의미한다. 상대적인 열등감은 어떠한 환경이나 상황과 경쟁을 하거나 비교할 때 오는 부정적 판단이다. 어떤 목표에 있어서 계속되는 실패와 한계를 경험하게 되면 점점 더 불안감과 열등감에 휘말리게 되고 결국에는 스스로 자신을 비하하거나 심하면 자기혐오에까지 이르게 된다. 그렇게 되면 자신의 장점보다는 단점이 점점 더 커져 보이고 위축되는 습관이 생겨 매사에 자신감이 결여되는 상황으로 발전한다. 결국에는 열등감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게 된다.
강사에게도 이러한 이론과 공식이 적용될 수 있다. 특히 상대적인 영향으로 나타나는 열등감은 강의 현장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열등감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활용할 경우 성공의 원동력이 되는 자극제가 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악성 바이러스 같은 부정적인 요소가 되기 쉽다.
▲ 김경호 박사
열등감의 증후
Hamachek(1977)은 열등감의 증후를 다음의 일곱 가지로 요약하고 있다.
첫째, 비난에 대한 민감성이다. 열등감에 빠진 사람은 자신의 약점이 지적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 수강자에게 공격성의 질문을 받게면 유머러스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점차 자존심이 상하는 경우다.
둘째, 아첨에 대한 과잉 반응이다. 열등감에 빠진 사람은 불확실과 불안정감에서 벗어나 더 큰 안정을 얻으려하기 때문에 아첨과 칭찬에 집착한다. 강의 중 조그마한 반응이나 호의에도 과도하게 집착하거나 흥분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셋째, 혹평적인 태도이다. 자신의 약점으로부터 방향을 돌리려는 의도다. 어떠한 사건이나 특정인을 너그럽지 못하게 혹평하는 경우다. 혹평하는 것은 공격적이며 열등감을 적극적으로 격퇴하려는 수단으로 사용된다.
넷째, 남을 비난하려는 경향이다. 강사의 개인적인 약점과 실패가 타인에게 투사될 때마다 자신의 실패 원인을 타인에게 돌리거나 직접적인 비난을 하게 된다.
다섯째, 박해받는다는 느낌이다. 자기 불행의 원인이 타인이 자신을 실패하도록 했기 때문이라고 보고 타인을 비난하는 감정을 뜻한다. 강의성과가 없는 이유에서 강사 자신은 열외시키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여섯째, 경쟁에 관한 부정적인 감정이다. 열등감에 빠진 사람은 여타 사람과 같이 경쟁에서의 승리를 열망하지만 승리에 대한 확신은 거의 없다. 이들은 함께 출강한 다른 강사들과 비교되는 것에 민감하다. 여러 강사가 함께 출강하는 콘퍼런스 같은 곳에는 꺼리는 마음이 생긴다.
일곱째, 은둔적이고 수줍어하고 겁이 많은 경향이다. 열등감은 대개 어느 정도의 공포심을 동반한다. 그래서 강의 경력이 수 십 년이면서도 강의 시작 전에는 여전히 가슴이 두근거리고 손끝이 떨린다. 수강자들의 눈빛이 두렵게 느껴지기도 한다.
내려놓아야 길이 열린다
열등감은 강사에게 두 갈래 길을 제시한다. 성공으로 가는 명강사의 길과 강단에서 밀려나는 실패의 늪이다. 세상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있는 주인공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모두가 자신의 열등감을 이용해 성공했다는 점이다. 못 배웠으니 더 배우려고 노력했고, 가정 형편이 어려웠기에 더욱 열심히 일했으며, 불우한 환경에서 자라났기 때문에 훌륭한 일을 하게 됐다. 또 자기 몸이 온전치 못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보다 몇 배 더 노력을 했다. 모두 다 실패의 조건을 가지고 있었지만 오히려 그것을 성공의 밑거름으로 바꾼 예이다.
반대로 열등감은 자신을 파멸의 길로 이끌기도 한다. “나 같이 무능한 사람이 무슨 강의를 할 수 있겠나?” 라는 식의 자포자기는 사람을 의기소침하게 만들고 무기력한 사람으로 만든다. 자포자기의 종착역은 언제나 파멸이다. 자신의 단점을 떳떳하게 드러내 스타가 된 사람들처럼 “나의 약점이 다른 사람의 원하는 것이 될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달아야 한다.
오래 전부터 인간의 열등감을 연구해 온 심리학자들은 열등감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명쾌하게 제시했다. 그것은 자신의 무거운 열등감 덩어리를 통째로 내려놓는 것이다. 아무도 모르는 나만의 고통덩어리를 미련 없이 던져버리면 끝나는 일이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열등감에 대하여 전혀 관심이 없다.
알려줘도 전혀 들으려 하지 않는다. 자기 자신만의 고통이고 무거운 짐일 뿐이다. 모두 내려놓고 자신의 장점과 강점을 찾아야 한다.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독특한 강의 스타일은 땅 속에 묻힌 보석들처럼 자신 안에 숨겨져 있다. 그것을 발견해야 한다. TV에 출연하는 유명한 강사들을 보면서 부러워하거나 비교하지 말아야 한다. 그 사람은 그 사람이고 나는 나일뿐이다.
인간 내부에 진을 치고 있는 강력한 적군인 열등감을 품은 상태로는 명강사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성공도 행복도 장담할 수 없다. 열등감이 많은 사람은 원만한 대인관계도 기대하기가 힘들다. 대중 앞에 서야 하는 강사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이것이 강사가 열등감을 제거해야만 하는 진정한 이유다.
글 김경호 박사
▶ 김경호 박사
김경호 교육학박사는 한국 최초(1986년)로 이미지 메이킹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전국의 1만여 개 기업체 임직원과 정부부처, 각종 단체 및 대학교 등에서 강의를 해왔고, KBS-TV아침마당(목요특강 3회), MBC-TV 명강사 명강의, SBS-TV특강 등 다양한 방송채널에서 명강사로 활약하고 있다. 특히 이화여대평생교육원 주임교수로 10년 동안 기여해 온 공로로 2004년 국가평생교육진흥원장으로부터 을 수상하였다. 현재 김경호 이미지메이킹센터 대표, 교육법인 한국이미지경영교육협회 이사장, 인터넷 신문 발행인이다. 저서는 , , 등과 연구논문으로 ,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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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미] 3. 긍정심리 - 일과 삶, 그 균형의 미학
굴지의 기업을 다니다 작년에 명예퇴직을 한 56세 H씨는 퇴직 후 집안에서 외톨이가 되다 못해 찬밥신세가 됐다. 그는 결혼 후 지금까지 약 삼십 년 동안 아침부터 밤까지 가족을 위해 일개미처럼 열심히 일했으나 자신을 대하는 아내와 두 아들의 태도는 무관심과 무시, 귀찮음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도저히 이 처지를 납득할 수도 이해할 수도 없었던 그는 급기야 화병이 생기고야 말았다. 가족들과 있으면 화가 나 참을 수가 없고, 혼자 우두커니 있으면 가슴이 답답하고 우울한 마음에 견딜 수가 없어진 그는 필자를 찾아왔다. 그는 가족들의 이해할 수 없는 태도에 분개했고 현재 자신이 맞닥뜨린 상황을 견딜 수 없어했다.
무엇이 그를 이렇게 만든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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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관계는 미래를 위한 투자가 아닌 현재를 위한 소통
첫 아이를 낳았을 때 그는 막 대리로 승진하여 한창 회사 일에 매진해야 하던 시기였고, 아이 양육에 관한 일이나 집안일은 모조리 아내의 몫이었다. 3년 후 둘째 아들이 태어났을 때에는 자신보다 나을 게 하나 없던 대학동기가 MBA를 마친 후 자신보다 더 보수조건이 좋은 회사에 다니게 된 것을 알고서 자신도 대학원과정을 다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당연히 둘째가 출산 된 후에도 육아와 가사는 모두 아내가 전담해야했다.
아내가 힘들어하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지금은 미래를 위해 투자해야 할 때라고 아내를 설득했다. 그의 설득에 아내는 수긍 했고, 두 아들들은 아직 어렸으므로 별 다른 불평이 없었다. 그렇게 그는 원하던 대로 MBA를 마쳤고, 일에 있어서 만큼은 열정을 다해 매진했으므로 회사에서도 나름 인정받으며 성장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는 동안 큰 아들의 음악발표회 기념 사진에도, 작은 아들의 축구대회 기념사진에도 그는 없었다.
어느 순간 아내와 그의 두 아들은 아버지가 없는 삶에 익숙해져버린 것이다. 그는 가족들이 자신을 당연히 이해해줄 거라 믿었고, 그러한 삶의 모습들이 불러올 훗날의 파장에 대해서는 단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었다.
아이들은 어릴 때일수록 부모의 손길을 필요로 한다. 부모가 봐 주기를, 부모가 손 잡아주기를, 부모가 자신들의 소중한 순간에 함께 해주기를 바란다. 하지만 자라나면서 차츰 부모로부터 독립하고 싶어 한다. 사춘기를 지나면서 부모로부터의 심리적 이유(離乳, 젖먹이가 젖을 떼게 됨)를 하려는 성장통을 얼마나 심하게 앓느냐에 따라, 그리고 이 과정을 부모가 얼마나 지혜롭게 잘 대처하느냐에 따라 부모-자녀관계의 질이 달라진다. 부모를 필요로 하던 자녀의 어린 시기에 함께 한 시간이 많은 부모라면, 걱정할 것이 없다.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시기만큼 살갑고 다정하게는 아니더라도, 사춘기를 지나 청소년기, 청소년기를 지나 성인기에 진입을 한 자녀는 자신이 성장하고 성숙한 만큼 부모와 언어적 의사소통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이가 부모를 필요로 하던 시기에 자녀와 함께 보낸 시간이 턱없이 부족한 부모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어릴 적 함께 나눈 추억의 통장이 빈한할수록, 청소년기 자녀의 고민을 따뜻한 격려의 눈길로 보듬어준 시간의 적립이 부족할수록 다 자란 자녀와의 소통 통로는 막히기 십상이니 말이다.
아버지들은 말한다.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한 대가가 고작 이것이냐고. 어머니들도 마찬가지다.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라며 분개한다. 긍정심리학자 크리스토퍼 피터슨은 사랑하는 이를 위한 최고의 선물은 건강도, 돈도, 명예도 아닌 바로 ‘시간’이라고 언급했다. 일 하느라 가족을 등한시해온 H씨는 가족과 함께한 시간적립 통장에 잔고가 거의 없었다. 그가 회사 일을 내려놓고 마침내 가족에게 관심을 기울였을 때, 그와 아내 사이에는 공통의 관심사가 없었고, 아들들과는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 몰라 그는 너무나 당황스러웠다. 어색하고 힘든 시간을 어떻게든 극복하고자 그는 회사에서 부하직원들에게 하던 대로 잔소리와 훈계를 했다. 아내도 아들들도 남편과 아버지가 어색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렇듯 우리가 직장에서 물러나 가족의 울타리 안으로 돌아가고자 할 때 가족이 우리를 대하는 모습은 우리가 그동안 가족과 함께 나눈 경험과 시간의 양과 질에 따라 달라진다.
▲ 이정미 용문상담심리대학원대학교 교수
시간조절의 균형감각을 가져라
일과 가족(혹은 친구나 연인)은 양립할 수 없는 것이 아니다.
일 하느라 가족(혹은 우리에게 소중한 이들)을 등한시하게 된다면, 지나치게 일하고 있다고 판단해도 된다. 업무 외에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소홀히 하지 않으려면 ‘균형감각’이 필요하다. 일을 할 때는 최선을 다해 하지만, 일을 하지 않는 시간에는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 나를 사랑할 시간, 혹은 업무와 무관하게 소중한 누군가와 함께 나눌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피곤해서 가족과 함께 할 시간이 없다면, 일에 지쳐 친구조차 만날 시간이 없다면, 일을 효율적으로 하고 있지 못한 것은 아닌지 점검해봐야 한다. 불필요한 부분까지 업무의 일환으로 여기고 있지는 않은지, 혹은 가족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일을 핑계로 둘러대고 있는 건 아닌지 스스로 돌아볼 일이다.
가족과 친구, 연인 이들은 모두 우리에게 소중한 존재들이다. 우리는 우리에게 소중한 이들과의 관계를 일과 양립할 수 있어야 한다. 일찍이 프로이드가 말했듯이 일(work), 사랑(love), 놀이(play)가 우리 행복의 열쇠이며, 많은 긍정심리학자들이 인정하듯이 우리는 우리 자신의 유능성, 자율성, 관계성을 통해 보다 즐거운 삶, 몰두하는 삶, 의미 있는 삶에 이를 수가 있다.
내가 하는 일이 곧 지금의 나를 말해준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을 어쩔 수 없이 하는 일이라고 여긴다면, 혹은 내가 받고 있는 보수만큼만 적당히 하면 되는 일이라고 여긴다면, 당신은 자신의 삶의 주인이 아니다. 이런 사람들은 심리학의 아버지인 윌리엄 제임스가 말한 ‘온기’와 ‘주변’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지배받거나, 시간의 노예가 될 위험이 높다.
자신만의 심리적 자본을 챙겨라
이제 좀 더 깊이 자신을 들여다보기로 하자. 내 삶의 가치와 방향이 같은 일을 선택하지 못한 것은 아닌지, 내가 선택한 일에서 가치를 발견하지 못한 것은 아닌지 말이다. 행복한 사람은 일도 잘 한다. 그리고 그가 하는 일은 자신의 삶의 가치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반면, 불행한 사람은 효율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기 어렵다. 그리고 그가 하는 일은 자신의 삶의 가치와 무관하게 진행될 확률이 높다. 그러니 우리는 행복한 삶을 위해 직업, 직장, 혹은 직무를 선택하고 추진할 때 나의 삶의 가치와 궤를 같이 하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tvN 드라마 제 8화에서 영업 3팀 오 과장은 영업실적 수주를 위해 자신의 신념에 정면 배치되는 접대를 요구하는 거래업체 책임자를 접대해야 하는 난관에 봉착한 장면이 그려졌다. 일에서의 성공을 위해 개인적 가치를 저버려야 하는 위기에서 드라마 속 우리의 오 과장은 개인적 신념(가치)을 지켜내면서도 업무에서도 성공적일 수 있는 자신만의 창의적인 방법을 생각해내어 일과 삶의 균형을 이뤄냈다. 혹시 드라마라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을지 모르겠으나, 여기서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단순히 표면적으로 보이는 것이 아니라 오 과장의 내면이다. 당면한 과제를 성공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노력을 경주하는 확신(자기효능감), 현재와 미래에 대한 긍정적 기대(낙관성), 자신의 목적에 집중하면서 필요하다면 목적을 향해 가는 경로를 재조정하는 끈기(희망), 그리고 문제와 역경에 직면했을 때 현상을 유지하고 회복하거나 혹은 더 나아지는 탄력성(resilience)으로 특징지어지는 그의 심리적 자본(psychological capital, PsyCap)이다. 이러한 심리적 자본이 풍요로운 사람은 어떤 유혹과 역경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삶의 가치를 훼손당하지 않는다. 가족이나 소중한 사람들과의 인간관계도, 팀워크도 잘 관리하며 직장에서도 능력을 발휘한다.
다시 H씨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아이들이 처음 보조바퀴를 떼고 두 발 자전거 타기에 성공하던 순간, 수영대회에서 입상하던 순간, 태권도 승급심사를 통과해 단증을 따던 순간 등. H씨는 수 없이 많은 의미 있는 순간에 가족들과 함께 하지 않았던 대가를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에 혹독히 치루고 있다. 4개월여에 걸친 개인상담 이후 그는 가족의 울타리 안으로 들어갈 수 있게 됐다. 여전히 어색하지만, 이제는 적어도 자신이 가족의 울타리 밖으로 밀쳐진 배경에 대해 이해하고 있으며, 아내와 두 아들에게 진심으로 미안해하고 있다. 어느 날 저녁,모처럼 아내와 가진 둘만의 저녁식사 자리에서 오랜 세월 함께하지 못했던 그 많은 중요한 순간들에 대해 아내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하고 용서를 구했으며, 그 오랜 시간 견디고 버티어준 아내에게 마음을 다해 감사를 표현했다. 그리고 그의 아내는 그렇게 알아주는 것만으로도 위로를 받았다. 유학을 떠나 있는 큰 아들은 가끔 서로 안부 정도를 묻는 사이에 불과하고, 군에 있는 둘째 아들과도 아직은 어색한 부분이 있지만, 아내와 사이가 좋아진 만큼 아들들과의 사이도 좋아질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전해왔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는 가족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그들을 향한 분노와 울화를 가라앉힐 수 있었기에, 자신과 가족의 관계를 긍정적으로 전망하고 있었다.
혹시 십년 후, 혹은 이십년 후 H씨처럼 될 것 같은 삶을 지금 살고 있지는 않은지, 자는 아내(혹은 남편)의 얼굴도 아이들의 얼굴도 다시 한 번 살펴보자. 개인적 삶과 업무적 삶이 동떨어져 있다면, 조정이 필요하다. 일과 삶은 나란히 양립할수록, 내가 하는 일이 내가 지향하는 삶의 가치와 일치할수록 나는 행복할 것이고, 내가 하는 업무에서도 성공적일 것이며, 내게 소중한 이들도 건강하고 행복할 것이다.
글 이정미 용문상담심리대학원대학교 교수
▶ 이정미 용문상담심리대학원대학교 교수
성균관대학교에서 학사, 문학석사,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미국 Pennsylvania State University의 Prevention Research Center에서 Research Fellow를 지냈으며, 성균관대학교 사회과학부에서 Post Doc을 마쳤다. 2010년부터 용문상담심리대학원대학교에서 긍정심리 전공 주임교수를 맡고 있으며, 개인·가족·학교·조직·지역사회에서 활용가능한 긍정심리치료와 긍정개입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실시하기 위한 연구와 전문가 양성에 힘쓰고 있다. 한국상담심리학회 상담심리전문가이자, 보건복지부 공인 청소년상담사이며, 한국현실치료학회 수련감독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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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목] 4. 연애하듯 소통하라 - 당신의 행복한 연애와 소통의 핵심키워드 ‘긍정’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생각이 옳기를 바란다. 당신이 옳음을 증명하려 들면 증명만 남고 사람과 사랑은 떠난다.”
지난 1월 제야의 종소리를 들으며 새해를 맞이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2014년 마지막 달이다. 우리 가족들에게 연애컨설턴트 이재목의 연애와 소통 이야기도 이번 회가 마지막이다. 매월 미력하게나마 도움을 드리고자 열심히 글을 썼는데 무엇보다 많은 격려와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주신 독자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사실 모든 학문과 이론은 크게 일상생활에서 육체를 편하게 해주는 기술적인 분야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마음을 다스리고 이해시켜서 긍정적인 동기를 유발하는 심리적인 분야로 나눌 수 있다. 우리나라는 스마트폰을 비롯한 여러 기술적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 강대국이지만, 심리적인 분야, 특히 소통과 관련한 부분은 기술분야에 비해 그리 썩 발달됐다고 확언할 수는 없다.
어쩌면 기술분야의 발전에만 지나치게 치우친 나머지 심리적인 분야를 연구하는 데 할애할 시간과 노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2014년을 마무리하는 대한민국 현 시점에서의 핵심 키워드는 과연 무엇일까? 사실 이는 본 칼럼을 요청받았을 때부터 가장 고민을 많이 했던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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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적인 행동이 부정적인 결과를 만든다
13년 동안 40,000명의 대한민국 각계각층의 미혼남녀들과 부대끼면서 느낀 것은 바로 ‘긍정’이다.
뻔한 소리를 하는 것이 아니냐?’고 하겠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예전에 한 남성의 연애상담을 한 적이 있다. 여자친구와 싸워서 헤어졌는데 그녀의 마음을 되돌리고 싶다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연애상담을 신청하는 남자의 태도가 일단 마음에 안 들었다. 본인이 누구인지에 대한 설명도 없고, 간단한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말조차 없는 문자 한 통이 전부였다. 필자의 연애상담은 재능기부 차원으로 무료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결혼 정보회사 듀오의 소속이라 조직구성원으로서 해야 할 일이 많아서 웬만하면 상담 자체를 받질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일을 하자라는 마음으로 시간을 내서 도움을 주려 했는데 남자의 시크한(?) 상담의뢰는 필자의 긍정적인 에너지를 없애기에 충분했다.
남 자 : 여자친구와 헤어졌는데요, 전화를 했더니 수신거부를해놓은 거 같아요. 어떻게 하면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필 자 : …… 헤어진 여자친구의 마음을 진심으로 존중해 주세요. 그게 마지막 배려입니다. ……
며칠 뒤 남자는 다시 도움을 요청했다. 사실 필자 입장에서는 하나도 아쉬울 게 없는 상황이었고 무엇보다 바빠서 그를 상대(?)할 시간도 없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남자가 필자에게 상담을 요청하는 매너나 태도로 보아 상당히 속이 좁거나, 무뚝뚝한 성향의 남성임에 틀림없어 보였고, 그런 것들이 그의 이별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필자의 건조한 답변에 당황했던지 그는 그제야 자신의 고민은 무엇이고, 여자친구와 어떻게 만났고, 주로 어떤 문제로 다퉜으며, 그때마다 조목조목 따져서 여자친구와의 대결(?)에서 이기기 위해 안간힘을 쓴 자신의 이야기를 상세하게 털어놓았다. 사실 그동안 두 사람이 무엇 때문에 싸웠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전화를 하니, 안 하니 등을 시작으로 다양한 이유 때문에 둘은 대립했고, 그때마다 남자는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서 많은 말과 비난 또는 무응답 등의 부정적인 방법을 썼다.
그렇게 해서 자신은 전 여자친구와의 대립에서 이겼다고 생각했겠지만 결국 여성은 떠났다.
승패가 아닌 인정과 배려
과연 그는 이긴 것일까, 진 것일까? 헤어진 뒤 잠도 못자고, 매일 술로 날을 지새운다며 일면식도 없는 필자에게 구구절절 하소연하는 것을 보면 진 것이 분명하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의견이 옳고 상대방이 틀림을 증명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법적인 시시비비도 있고, 치고받고 싸우기까지 한다. 회사도, 친구도, 가족 간에도 우리는 늘 투쟁한다. 그런데 그 투쟁의 본질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결국 이긴 것도 아닐뿐더러, 오히려 지기 위해 흥분하고 싸우는 것과 다름없다. 연인 관계는 어떤 사이인가? 사실 일상에서 부정적일 이유가 단 하나도 없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사랑하는 사람이 없어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발렌타인 데이나 크리스마스에 외로울까봐 이성을 찾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사실 크리스마스 때 헬스장에서 운동하고 닭가슴살 먹고, 일찍 자는 것이 자신의 생명연장에 더 도움이 된다. 괜히 날 추운데 비싼 돈까지 써가면서 여자친구를 위해 발을 동동거릴 필요는 없다. 여자친구와 싸우느라 영어공부도 못하고 즐거운 휴식도 못 취한 채 화를 내는 것은 건강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 사실 인간의 원초적인 면을 놓고 보면 솔로로 혼자서 살다가 生을 마감하는 것은 도덕적으로나 법적으로 문제가 될 것이 없다.
이렇게 상대방에 대해서 날카로운 지적이나 시시비비를 가리면서까지 함께 하려는 부정적인 태도는 상대방과 행복한 인연 맺기나 결혼과 같은 큰 인연으로 가는데 하등 도움이 안 된다. 특히 남성들은 현대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나 학습능력의 향상으로 인한 ‘자아에 대한 애정’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
연애나 소통은 격투기 경기의 승패와는 다른 기준으로 바라봐야 한다. 상대가 패배를 인정하고 쓰러져야 자신이 승리한 것이고 이런 승리를 통해서 사회적 부와 성공을 거머쥐는 대립형 관계가 아니라, 상대방과 긍정적으로 오래오래 함께 할 수 있도록 행복한 패배와 배려가 우선시 되어야 하는 관계가 바로 연애, 소통 그리고 결혼이다. 상대방이 당신의 말에 굴복하여, 일시적으로 당신이 원하는 대로 행동한다손 쳐도 결국 당신과의 인연에 백기를 든다면 그건 당신이 상대를 이긴 것이 아니라 완벽하게 패배한 것이다.
남을 바꾸겠다는 생각보다 소통으로 동기를 이끌어라
이런 패배를 막기 위해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 바로 진정한 의미에서의 ‘긍정’이다. 연애에서 긍정은 상대의 잘못이나, 문제점을 제기하여 내가 원하는 대로 상대를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당신과 즐겁고 유쾌하게 함께하고자 하는 마음을 유지하는 것이다. 업무적인 관계나 군대 같은 비즈니스적인 소통관계에서는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해서 예민하고 날카로운 시선과 지적이 필요하겠지만 앞서 언급한 연애의 본질, 즉 ‘혼자서도 살만한 대한민국’에서는 그 날카로움을 순두부처럼 부드럽게 없앨 필요가 있다.
이런 긍정은 소개팅과 같은 첫 만남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남자들은 약속시간보다 30분이나 늦게 나타난 소개팅녀에게 다양한 형태로 반응한다.
下 너무 심하신 거 아니에요? 저도 바쁜 사람인데, 30분이나 늦을 거면 미리 말씀해 주셔야 하는 거 아닌가요? (15%)
中 괜찮아요. 30분 밖에 안 됐는데요. 뭘. (80%)
대 다수의 한국남성들은 ‘괜찮다’는 정도로 상대를 용서(?)한다. 하지만 조금 더 긍정적인 분위기에서 소개팅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아래와 같이 대답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上 저도 지금 막 들어왔어요. 주말이라 차 진짜 많이 막히죠. 뛰어오느라 혼났네요.
이는 강연이나 대화에서도 마찬가지다. ‘나의 특별한 지식과 비법을 전수하여 주겠다, 우매한 청중들이여’라는 식의 고압적이고 부정적인 태도로 강연장에 온 사람들과 대립을 하게 되면 강연에서 절대 승리할 수 없다.
부정의 말: 오늘은 다이어트 비법에 대해서 알려주겠습니다. 여러분들 같이 뚱뚱한 사람들한테는 진짜 엄청 중요한 이야기에요. 안 들으면 비만으로 죽어요.
긍정의 말: 여러분, 생각보다 어려운 다이어트 때문에 많이 힘드시죠. 저도 사실 과거에는 몸무게가 지금보다 40kg 정도 더 나갔고요, 고지혈증과 콜레스테롤 때문에 너무 힘들게 살았어요. 그런데 이 방법으로 해보니 지금은 이렇게 달라졌어요.
강연의 주목적은 강사가 얼마나 맞는 소리를 혼자서 많이 하느냐가 아니다. 당신의 한 시간 남짓한 강연으로 사람들이 얼마나 바뀌겠는가! 그보다는 청중들이 조금이나마 당신의 이야기에 관심과 호감을 보여 청중들 스스로 변해야겠다는 동기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사랑받고, 성공적인 강연의 핵심이다.
글 이재목 연애컨설턴트 & 매칭전문 파티플래너
▶ 이재목 연애컨설턴트 & 매칭전문 파티플래너
이재목 강사는 동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출신으로 53대 학생회장을 한 경력도 있는 타고난 언변가다. 코미디TV 공채 개그맨 시험 대상을 수상하였으며, 현재 결혼정보회사 듀오에서 13년째 재직 중인 연애&결혼 컨설턴트이다. 저서로는 , 등이 있으며 40,000명 미혼 남녀대상 커플매칭과 행복한 소통을 위한 방송 및 강연 등 에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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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지연] 3. 요구분석 - 요구분석의 Politics - 설득의 미학
지난 연재에서 요구분석이 어떻게 전략이 돼야 하는지, 그리고 요구분석을 전략적으로 수행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 지에 관한 몇 가지 주요한 요점을 기술했다. 클라이언트에 대한 명확한 이해 및 요구에 맞는 목표설정, 그리고 격차(gap)가치의 측정을 중요 포인트로 기술했다. 이번 연재에서는 성공적인 요구분석의 안착을 위해서 HRD 전문가가 끝까지 놓지 않고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 무엇인지 기술하고자 한다.
미국에서 요구분석 관련한 수업을 3학기에 걸쳐서 단계별 시리즈로 수강했을 때, 마지막 학기 수업은 HRD 평가와 관련한 수업이었다. 요구분석 결과는 결국 HRD 프로그램 평가를 위한 준거를 제공하고, 이를 기반으로 HRD 프로그램의 목표달성 여부를 평가하게 되기 때문이다. 맨 마지막 수업에서 담당교수님은 요구분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질문하셨다. 어떤 학생도 대답하지 못하자, 교수님은 첫째도 ‘P’이고 둘째도 ‘P’, 셋째도 ‘P’라고 답하셨다. 이 모든 P는 바로 Politics를 의미한다. 즉, 첫째도 Politics이고 둘째도 Politics이고, 셋째도 Politics라고 말할 정도로 요구분석 실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뜻밖에도 Politics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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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구분석의 협상
요구분석도 기업에서는 하나의 프로젝트로 수행될 수 있는데, 프로젝트 관리에서 PM(Project Manager)에게 요구되는 기본 핵심 역량 중 하나가 ‘조직의 Politics에 대한 지식 또는 이해’다. 이것은 조직의 역학이 어떻게 구성돼 있고 역동의 흐름은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파악하고, 의사결정구조와 조직내외 여론의 방향에 대해 종합적으로 이해하며이를 잘 활용하는 능력을 일컫는다. 이 지식은 요구분석 관련 이론에서는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요구분석을 실제로 실행할 때는 가장 핵심적인 역량으로 발휘된다. 결국 요구분석도 협상의 과정으로 이해되고 실현되는 부분이 클 수밖에 없다.
요구분석에서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고 내용을 확인하는 과정은 크게 다섯 개의 분야로 나눠볼 수 있다. 첫째는 기업 또는 개인, 해당부서의 요구, 즉 기대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결정하는 것이다. 둘째는 요구분석대상의 현재 수준을 결정하는 것이고, 첫 번째와 두 번째 정보를 바탕으로 요구라고 여겨지는 격차(gap)를 결정한다. 여기서 ‘결정한다’는 표현을 사용한 이유는 기대수준과 현재수준 사이에 격차가 있음을 참여대상자나 조직 대내외 이해관계자, HRD 전문가들이 인정하고 그 가치에 대해서 어느 정도 합의한 뒤에 격차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단순해 보이는 과정에도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고 설득의 과정이 포함돼 있다.
셋째는 참여대상자와 이해관계자들이 요구분석의 상황(이슈 또는 문제)을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문맥적으로 분석하는 것이다. 여기서는 직접 그들을 설득하기보다는 내용의 진실을 찾아가면서 의사결정권자나 참여대상자들에게 일정 부분 교육의 측면으로 내용을 이야기하거나 반대로 그들의 의견을 듣는다. 이렇게 간접적인 설득의 과정이 삽입된다. 넷째는 궁극적으로 격차가 발생한 원인을 찾는 것이고, 다섯째는 그 원인을 다루고 반응하여 해결책을 찾는 과정이다.
사실 요구분석과정에서는 많은 정보와 내용을 정확히 계량하기보다 정성적인 내용과 원인분석이 들어가기 때문에 매우 주관적인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래서 HRD 전문가나 부서장들은 자신들이 이미 머릿속에서 이러한 요구분석의 과정을 거쳐 지금의 요구가 무엇이고 그 원인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 백지연 이화여자대학교 교수
포기할 수 있는 것과 포기할 수 없는 것
협상은 결국 전쟁과 같다. 전쟁에 임할 때 가장 기본적인 책략 중 하나가 ‘지피지기(知彼知己)’다. 무엇을 알아야 한다는 것인가? 내가 포기할 수 있는 것과 포기할 수 없는 것, 그리고 상대방이 포기할 수 있는 것과 포기할 수 없는 것을 말한다. 요구분석의 결과는 해당 문제에 관한 해결책을 제공하고, 기업은 이 해결책을 도입해서 실제로 진행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그 해결책으로 HRD 프로그램이 종종 등장하는 데, 꼭 HRD 프로그램이 해결책이 돼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폭넓게는 HR의 다양한 프로그램이 해결책으로 사용되기도 하고, HRD 프로그램이 단독으로 쓰이거나 다른 프로그램과 더불어 해결책으로 제시되기도 한다. 그러나 어느 경우에도 전쟁에 임할 때 가장 기본적인 책략 중 하나가 ‘지피지기(知彼知己)’다. 내가 포기할 수 있는 것과 포기할 수 없는 것, 그리고 상대방이 포기할 수 있는 것과 포기할 수 없는 것을 말한다.결국 해결책은 비용을 동반하게 되고, 기업은 그 비용을 기대효과와 비교하여 구체적인 실행여부의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예전에 필자가 경영컨설팅회사에서 근무할 때, 프로젝트 후에 허무감을 느낄 때가 있었다. 대부분의 컨설팅 프로젝트도 문제를 진단하고 원인을 찾아 해결안을 제시하는 등 요구분석 프로젝트와 흡사하게 진행된다. 그런데 컨설팅 프로젝트의 결과물로 해결안을 제시해도, 그 해결안은 그야말로 무늬만 해결안에 불과하다. 이 안이 실제로 실행되기까지는 또 다른 의사결정권자의 의지는 물론이고, 구성원들의 지지와 합의가 필요하다.
한 사례를 들자면, 철강 관련 업체 C기업은 소규모로 시작하여 핵심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그 산업분야에서 우리나라의 4대 주요 기업 중 하나로 꼽히고 있었다. 그러나 해당 산업의 수요가 줄어들고 대체재가 대규모로 진입하면서 산업의 매출이 급감한 상황이었다. 그때 우리는 제조업 분야를 줄이고, 기술력을 바탕으로 제조기술과 생산설비를 수출하는 구조로 조직을 구조조정하자는 결론을 제안했다. 그러나 결국 내부적으로 그 안은 받아들여지지 못했고, 경쟁력을 차츰 잃게 된 그 기업은 몇 년 뒤 도산했다. 포기할 수 없는 인력과 포기할 수 있는 제조설비 사이에서 보다 설득력 있는 협상이 진행됐다면 다른 결론에 이를 수도 있었지 않았나 싶다. 당시에 컨설팅을 의뢰했던 여러 고객 기업들 중에서는 C기업처럼 구조조정이나 업무프로세스 개선 등의 해결안에 관해 구성원의 합의를 얻지 못해 결국 도산하는 경우가 많았다. 결국 요구분석도 결과물의 실행을 위한 의지에는 협상과 타협이 필요하며, 이때 포기할 수 있는 것과 포기할 수 없는 내용을 구별하여 결과에 반영되도록 애써야 할 것이다.
글 백지연 이화여자대학교 교수
▶ 백지연 이화여자대학교 교수
경영컨설턴트 경력 후, New York University 경영대학원에서 MBA(재무전공)와 Ohio State University에서 Ph.D(인적자원개발(HRD)전공)를 받았다. 현대기아차와 몽골정부공무원 HRD 프로그램 개발과정에서 자문역할을 수행하고, 한국산업인력공단, 교육과학기술연수원, 교육부 과제 등을 통해 공공분야 인적자원개발분야의 연구 및 정책과제를 수행하였다. 저서로는 이 있으며, 요구분석과 관련한 여러 편의 연구논문을 포함 다수의 논문을 SSCI급 국제학술지 또는 국내등재지급에 발표했고, HRD 분야의 국제학술대회에서 최고논문상을 2회 수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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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정의 좋은 리더, 나쁜 두목, 이상한 선장
사람은 누구나 죽지, 하지만 죽을 날을 모르는 게 나아. 삶의 신비를 만끽하며 후회 없이 사는 거야. by Captain, Jack Sparrow
1. 영원한 것은 없다. 리더십도 그렇다.
위의 글은 영화 의 주인공 '잭 스페로우'의 대사다. 충직한 갑판장 '깁스'가 선장인 잭에게 묻는다. 은잔과 눈물과 영원한 젊음을 선사하는 샘물까지 다 가졌는데 왜 마시지 않았느냐고. 잭이 대답한다. 샘물이 사람을 시험하긴 하더군, 영원한 삶도 좋지만 자신의 마지막을 모르는 게 더 낫지 않을까?
2. 배를 지키는 것이 리더의 본분이다.
영화를 본 분들은 느끼겠지만 잭은 좋은 리더가 아니다. 부하들을 버리고 도망가기 일쑤다. 잭은 나쁜 두목이다. 도대체 선원들에게 친절하지가 않다. 잭은 이상한 선장이다. 하지만 잭은 결코 배를 버리지 않는다. 배와 함께 죽는 것이 선장의 권리이자 의무라 굳게 믿는다. 해적선 '블랙 펄'은 잭이 꼭 지켜야 할 회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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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정답은 없다. 리더십은 더욱 그렇다.
리더십에 정답은 없다. 좋은 리더에 대한 기준도 없다. 물론 나쁜 리더에 대한 명확한 연구도 없다. 리더십이란 주어진 시대와 환경에 따라 얼마든지 변할 수 있는 낯선 조류이기 때문이다. 지금 시대에 나폴레옹의 리더십이 통할까? 잭 웰치의 리더십이 다시 GE를 부흥시킬 수 있을까? 잡스가 과연 삼성을 구할 수 있을까?
4. 위기극복의 리더십이 절실한 시대.
리더와 성공은 늘 붙어 다닌다. 하지만 지금은 성공보다 위기를 극복하는 리더십이 훨씬 중요한 시대다. 온실을 벗어난 화초는 금방 시들고 만다. 하지만 섬에서 홀로 자란 야자수는 대대손손 바다를 지킨다. 누구나 말하는 성공의 리더십은 이제 지겹다. 또한 이미 고인이 된 리더들은 더 이상 우리에게 말하지 않는다.
5. 이상한 선장의 리더십을 생각하자.
잭은 리더다. 유명한 선장이다. 정의하기 힘든 매력적인 리더십을 보여준다. 참 이상한 리더십이다. 우선 잭이라는 캐릭터는 실존하는 롤링 스톤즈의 멤버인 가수 '키스 리차드'가 모델이다. 그는 아티스트다. 인생을 즐기며 사는 사람이다. 경영도 인생이다. 인생은 항해다. 위기도 기회도 즐기는 사람이 진정한 리더다.
6. 해적선장 '잭'에게 배우는 리더십.
잭은 영화의 캐릭터일 뿐이지만, 지구상의 어떤 리더들보다 대중에게 더 많은 영향력을 끼친 인물이다. 해적이지만 물건 훔치는 일을 본 적 없고, 나약해 보이지만 싸움을 잘하고, 사기꾼 같이 말하지만 정의롭다. 그래서 선원들은 잭을 따른다. 잭의 판단을 믿고 보물섬을 찾아 떠난다. 잭은 이상하지만 위대한 리더다.
7. 리더십은 변한다. 리더 또한 그렇다.
김우정의 좋은 리더, 나쁜 두목, 이상한 선장은 시리즈다. 영화의 캐릭터에게 리더십을 배우는 시간이다. 그 캐릭터의 직업은 해적선의 선장이다. 분명 엉뚱한 시리즈로 기억될 것이다. 하지만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던 리더십은 구구절절 옳은 이야기 뿐이다. 그런데 중요한 건 리더십도 리더도 변한다는 것이다. 나는 어떤 석학도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이 난세의 시대에 이상한 선장 '잭 스페로우'의 리더십을 제안한다. 독자들의 격렬한 피드백을 고대한다.
그 배를 침몰시켰으면 너도 같이 죽었어야지! by Captain, Jack Sparrow
*본 원고는 리더십 전문 매거진 월간 에 기고한 글입니다.
김우정 (http://storyswell.net)
사업하는 스토리 크리에이터. 스토리원과 팀버튼 대표. 창작집단 담풍의 대장이라 자칭 중. 시간이 꽤 많이 나는 편. 방송출연, 외부자문, 심사, 기고, 강연 등의 문의를 매우 환영함. ceo@storee1.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