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대는 다르다.”
직장에서 어렵지 않게 듣는 말이다.
일에 대한 가치관부터 소통 방식, 조직을 바라보는 시선까지 세대에 따라 다르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실제로
지금의 조직에는 서로 다른 시대를 경험한 여러 세대가 함께 일하고 있다.
제8회 조직문화 포럼은 ‘MZ세대 이해 기반 조직융합 전략’을 주제로 진행됐다.
그중 한국HRD협회 조직문화혁신센터 백서현 센터장의 ‘이기고 지는 게 아니야, 협업하는 거야’ 세션은
세대 차이를 넘어 우리가 함께 일하는 방식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했다.
‘MZ세대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보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함께 일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중심으로,
세션에서
인상 깊었던 내용을 세 가지 관점에서 정리해 보았다.
과거에는 폭우가 내려도 출근하고, 개인보다 조직을 우선하며,
선배를 따르고 위계질서를 지키는 것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던 시절이 있었다. 당시에는 그것이 사회가 암묵적으로
합의한 일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분명 다르다. 한 조직 안에 주판을 사용하던 시절부터 AI를 업무에 활용하는 지금까지,
서로 다른 시대를 경험한 사람들이 함께 일한다.
그러다 보니 조직과 일을 바라보는 기준 역시 다양해질 수밖에 없다.
우리는 여기서 생기는 갈등을 종종 ‘세대 차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요즘 젊은 사람들은 다르다’는 시선은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오래전부터 기성세대는 다음 세대를
낯설게 바라봤고, 비슷한 갈등은 시대를 달리하며 반복되어 왔다.

세대 간 소통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상대도 나와 비슷하게 생각하고 행동할 것’이라는
무의식적인 기대에 있다.
각자가 살아온 환경과 경험이 다른데도 내가 익숙한 방식을 상대에게도 자연스럽게 기대하는 것이다.
세대의 특성을 이해하는 일은 분명 필요하다.
다만 ‘MZ세대는 이렇다’, ‘기성세대는 저렇다’고 규정하다 보면 한 사람의 행동을 세대의 특성으로
단순화하기 쉽다. 서로의 차이를 없애려 하기보다 각자가 다른 경험과 기준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2. 세대보다 중요한 것은 ‘일이 되게 하는 방식’
이날 가장 기억에 남은 말은 “협업의 방식이 설계되어 있지 않다면 같은 세대끼리도 갈등은 존재한다”는
것이었다. 업무의 우선순위가 불명확하고 역할과 책임이 모호하다면 갈등은 생긴다.
피드백 방식이 사람마다 다르고, 의사결정 기준이 불분명하다면 갈등은 피하기 어렵다.
구성원이 성과평가 근거를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사람의 문제’나 ‘세대의 문제’로 바라봤던 갈등도 다시 생각해 보게 됐다.
누가 어떤 세대 인지보다 함께 일하는 방식이 얼마나 명확하게 정리되어 있는지가 더 중요한 문제일 수 있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변화는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였다. 한때 뛰어난 인재들이 모여 있으면서도
내부 경쟁이 강했던 이 회사는 평가의 기준을 바꿨다.
개인의 성과만이 아니라, 다른 구성원과 협력해 만든 결과와 동료의 성공에 기여한 정도까지
함께 바라보기 시작한 것이다.
‘모든 것을 안다’에서 ‘모든 것을 배운다’로의 변화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인상 깊었다.
개인의 역량을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각자의 역량이 서로 연결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조직의 성과와도 맞닿아 있다는 의미로 다가왔다.
협업을 위해서는 거창한 원칙보다 구체적인 그라운드 룰이 필요하다는 점도 눈에 들어왔다.
세션에서 소개된 ‘송파구에서 일 잘하는 방법’에는 다음과 같은 간단한 룰이 담겨 있다.

하나하나 보면 당연하게 느껴지는 내용이지만, 그 당연한 것들을
‘우리는 이렇게 일한다’는
공통의 기준으로 정리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업무를 요청하고 보고하는 방식, 회의에서 의견을 나누는 태도, 피드백을
주고받는 과정은 매일 반복된다.
구성원이 체감하는 조직문화 역시 이런 일상적인 경험 속에서 만들어진다.
3. 세대 차이로 설명할 수 없는 것들
그런데
구조와 방식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것이 있는데, 세션에서는 그 답을 이렇게 표현했다.
“어떠한 시대, 어떠한 세대도 무례함은 정당화될 수 없다.”
이를 뒷받침하듯, 한국EAP협회와 비폭력대화연구소가 공동으로 실시한
'직장 내 무례함 경험 실태' 조사 결과는 다음과 같다.


응답자의 63.5%가 '말을 자르거나 의견을 무시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런 행동까지 세대 차이라고 볼 수 있을까.
‘예의는 협업 비용을 줄이는 조직의 기본 인프라’라는 표현이 기억에 남았다.
예의와 존중을 단순히 서로 기분 좋게 일하기 위한 태도로만 생각했는데,
협업의
관점에서 보니 의미가 조금 달라졌다.
상대방을 존중하는 기본적인 태도는 불필요한 오해와 감정 소모를 줄이고,
의견이 다를 때도 본래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한다.
결국 예의와 존중도 일을 잘하기 위해 필요한 협업의 조건인 셈이다.
좋은 조직문화에 특별한 행동만 필요한 것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인사하고, 약속을 지키고, 상대의 의견을 존중하는 것처럼
당연하게 여기는 행동이
실제 조직 안에서도 자연스럽게 지켜지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대마다 살아온 환경과 경험이 다른 만큼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은 필요하다.
같은 상황을 두고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과 받아들이는 방식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서로를 완벽하게 이해해야만 함께 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일의 목적과 방향을 공유하고,
역할과 책임을 분명히 하며, 함께 일하는 방식에 대한 기준을 정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상대를 한 사람의 동료로 존중하는 것은 세대와 관계없이 필요한 태도다.
이번 세션은 MZ세대 이해라는 화두로 시작했지만, 내게 남은 질문은 달랐다.
서로를 완전히 이해하지 않아도 함께 일할 수 있는가, 그리고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세대 차이를 이야기하기에 앞서, 우리가 먼저 물어야 할 질문은 바로 여기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