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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8-03-29 15: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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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갈등도 많고, 사는 게 빡빡한 세상을 좀 더 화목하게 만들고 싶습니다.”

건축의 대중화를 위해 오늘도 최선을 다하는 유현준 홍익대 건축대학 교수의 말에 사명감이 느껴진다. 그는 건축가들이 그들만의 리그에서 나와 세상과 소통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사람의 사고와 생활에 영향을 주는 것이 바로 주거공간을 만드는 건축이기 때문이다. 유 교수는 건축가들이 세상의 곁에서 잘 조율한다면 제약과 갈등이 많은 사회를 좀 더 따뜻하고 편안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 믿고 있다. 그는 현세대를 넘어 미래세대를 위한 자유로운 공간을 꿈꾸고 있다.







시작도, 끝도 답은 건축이다

교육, 강연, 설계 프로젝트 수행으로 바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유현준 교수. 일관되게 건축가의 길을 걸어가고 있지만 적성과 진로에 대한 고민도 적지 않았다. 

“전 외우는 걸 정말 싫어합니다. 고시공부가 싫어서 문과에 가지 않았어요. 이과에 갔지만 답이 하나밖에 없고 제한된 시간에 문제를 풀어야 하는 수학도 싫었습니다. 제가 편안하게 할 수 있는 미술이 좋았어요. 미술 외에도 지리와 물리도 좋아했어요. 그 성향과 겹치는 분야가 바로 건축이었습니다.”

결정 끝에 건축학도의 길을 택한 유현준 교수. 하지만 유학시절 세상은 그에게 다시 진로에 대한 고민을 안겨줬다. 당시 전국을 강타한 드라마 모래시계는 검사, 사업가, 정치인들을 화려하게 조명했다. 큰 소외감을 느낀 유 교수는 건축을 그만 둘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그는 비자문제 때문에라도 건축 사무실에 계속 다녀야 했다. 

“로스쿨에 갈까도 생각했어요. 그런데 우연찮게 동료 중 한 명이 자기가 건축 설계를 잘한다고 잘난 척을 했습니다. 승부욕에 그 친구랑 경쟁을 하다 보니 마음을 다 잡고 건축의 길을 가게 되었습니다. 공부도 제대로 다시 하고, 공모전도 준비했어요. 출품도 하고 당선도 되면서 ‘나한테는 건축이 체질에 맞구나’라는 생각이 다시 들었습니다.”

연세대, 하버드, MIT라는 화려한 학력으로 화제를 모은 이른바 ‘학력 깡패’ 유현준 교수에게도 일관된 길을 걸어가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많은 시간과 고민, 경쟁 끝에 세상이 그에게 제시한 길은 처음 시작했던 건축이었다.

대중과 소통하는 백색의 건축가로 불리다

유 교수는 건축가지만 ‘저술’에도 관심이 많다. 실제로 그는 5권의 책을 저술하며 대중이 건축을 좀 더 친근하게 바라보고 인식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특히 저서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는 각종 매체를 통해 대중에게 상당한 인상을 심어줬다. 

“제가 대중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사람은 건축을 만들지만 건축이 다시 사람을 만든다’입니다. 어떤 건축물을 만들고, 어떤 도시를 설계하느냐가 사람들의 삶을 행복하게도, 불행하게도 만들 수 있어요.

사람들 모두가 건축주는 아니더라도 정책을 지지하고 반대하거나, 데이트 코스를 정하는 행위를 합니다. 직접적 혹은 간접적으로 건축주의 역할을 하는 거죠. 그래서 건축물이 어떤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는지 사람들이 꼭 확인을 하고 이를 통해 사회적 의사결정도 잘 이뤄졌으면 좋겠어요. 한마디로 사람들이 건축에 대해 잘 알아야 합니다.”

사실 유 교수는 백색의 건축가로도 유명하다. 그가 백색을 사용하며 사람들이 자신의 공간에 채색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이는 건축가와 건축물은 주인공이 되어선 안 된다는 철학 때문이다. 실제로 백색은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가능성을 나타낸다.

사람들은 공간에서 자신의 삶을 투영하고 무엇인가를 느껴가며 공간 속 주인공이 된다. 즉 건축물에 압도당하지 않는 것이다. 그야말로 주거공간에 살아가는 사람들을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이 느껴진다.








미래세대를 위한 건축과 교육을 말하다

유현준 교수가 지향하는 건축이 깊은 울림을 준다. 그는 건축가이자 교육자이기도 하다. 그는 미래를 살아갈 다음 세대의 교육 환경에도 관심이 많다. 그는 특히 교도소와 다를 바 없는 국공립학교의 구조를 설명하며 자연을 많이 접할 수 있는 학교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지금의 아이들은 모두 획일화 된 공간에 갇혀있습니다. 그래서 전체주의적인 사고를 갖게 되는 거죠. 똑같은 식판에 똑같은 음식을 먹고 똑같은 옷을 입고 있어요. 이런 곳은 교도소와 학교밖에 없습니다. 변화가 필요해요. 학교의 층을 낮추고 여러 채로 분리해서 마을 같은 학교를 만들어야 합니다. 천정도 높여 공간을 만들어 줘야 돼요. 물론 지역마다 특색을 갖춰야겠죠. 아이들에게 다양한 공간을 접할 수 있도록 해주고 싶어요.”

유 교수는 건축가로서의 소명에 교육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너무 많은 것을 가르치려고 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스스로 생각하고, 질문할 수 있는 시간을 주며 자신의 의지로 인생을 설계하고 발전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아울러 그는 강의 중에도 학생들에게 다양한 시각의 중요성을 교육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저는 학생들에게 위대한 학생이 되라고 말합니다. 위대한 학생은 교사나 교수를 감동시킬 수 있는 무엇인가를 만드는 사람이에요. 그러려면 창의성이 중요하죠. 그 관점에서 저는 강의할 때 상대성을 자주 강조합니다. 좋은 평가를 받는 건축물들도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면 굉장히 나쁘다고 얘기하죠. 개념과 사물에 대해 완벽한 정의를 내리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건축가이자 교육자로서 자신의 철학을 소신 있게 말하는 유현준 교수. 그가 중점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결국 주거공간에서 자연을 바라보고 살아가는 사람이다. 다시 말해 주거공간과 자연의 조화가 바로 휴머니티, 나아가 유토피아를 불러온다는 의미다. 그의 소망처럼 현세대를 넘어 미래세대 앞에 자연과 함께하는 유토피아의 건축물들이 찾아오길 기대한다.


유현준 홍익대학교 건축대학 교수

주요 경력

유현준건축사무소 대표 건축사
홍익대학교 건축대학 건축학전공 부교수

주요 학력

하버드대학교 대학원 건축설계 석사
매사추세츠공과대학 대학원 건축설계 석사
연세대학교 건축공학과 학사

주요 저서

『실패하지 않는 내집 짓기』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유현준 교수의 도시를 완성하는 73가지 건축이야기 52 9 12』
『현대건축의 흐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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