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평준 교수] HRD 혁신 전문성, 창의성, 인간성
『축적의 시간』과 『축적의 길』은 과거 우리나라 산업계가 발전한 원동력이 선진국의 아이디어와 사례를 벤치마킹하여, 이를 빠르게 모방, 개선해 나가는 모방적 실행 전략에 있었음을 성찰하고, 우리나라 산업계가 새로운 시대를 리드하기 위해서는 창의적 개념설계역량이 필요하다고 제안하고 있다. 이 도서들이 기술하고 있는 창의적 개념 설계역량을 HRD 분야에 적용해 보면, 창의적 개념설계역량은 ‘HRD 제도 및 시스템 혁신 등 HRD가 풀어야 할 과제(이슈)가 있을 때, 이 문제의 속성 자체를 새롭게 정의하고, 창의적으로 해법의 방향을 제시하는 역량으로서, 실행 역량이 필요한 단계보다 더 선행 단계에서 요구되는 창조적 역량’이다.
HRD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40여년 간 발전해 온 우리나라 HRD의 발자취를 돌이켜 보면, 우리나라의 HRD가 선진국에서 발전한 이론, 트렌드, 이슈를 앵무새처럼 우리나라 HRD 분야에 전달하는데 급급했던 것은 아닌지, 벤치마킹이라는 방법으로 그럴듯하게 포장한 모방적 실행 전략에 익숙해져 차세대 HRD 발전을 위한 원동력을 상실한 것은 아닌지 냉철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바로 우리, 산·관·학·연 분야의 HRD 전문가 및 실무자들이 우리나라의 HRD에 대한 책무성을 가지고, 각자의 역할에 대해 깊이 성찰해 보아야 할 이슈이다.
지금은 HRD 전문가들이 HRD를 혁신하고 ‘리셋’해야 할 최적의 시기이다.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으로 표현된 시대적 요구, 세계가 직면한 글로벌 이슈들, 우리나라가 직면한 특별한 국가적 상황 등을 직시하여, HRD에 영향을 미치는 관련 요인들의 속성 자체를 새롭게 정의하고, 이와 연계하여 창의적으로 HRD의 방향과 체제를 재구성하고 혁신해 나가야 할 때다. 이제는 우리에게 최적화된 HRD를 스스로 찾고, 스스로 디자인하여 스스로 발전시켜 나가야 할 시점인 것이다.
창의적 개념 설계 역량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HRD 분야가 지난 40여 년간 시행착오를 통해 축적한 지식과 경험(전문성), 그리고 HRD 전문가들의 비판적사고력, 문제해결능력, 의사결정능력, 창의력 등 고차적 사고능력이 필수적이다. 즉, HRD에 대한 전문성을 토대로 창의성을 발휘해야 하는 것이다. ‘가지 않은 길’을 스스로 개척하고, 그 경험을 토대로 해결책을 진화시켜 나가는 역량이 필요한 것이다.
한편, 사회가 발전할수록 자아실현, 도덕성 및 다양성(다름을 받아들임)에 대한 요구가 커진다고 한다. 여러 보고서에서 예측한 향후 10년간 살아남을 직업 분야는 교육, 심리, 문화, 예술, 환경 분야로서 인간이 인간만의 고유한 삶을 영위하는 것과 관련한 분야이며, 향후 인류 최대의 위협 중 하나로 인간의 이기심, 부정직함, 인간성 상실 등을 제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 볼 때, 인간성에 대한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전문성, 창의성, 인간성은 HRD 분야에서 항상 회자되어 온 역량 중 하나이다. 전문성, 창의성, 인간성이 중요한 시대에 HRD 전문가가 이에 대한 통찰력과 역량을 갖추고, HRD를 기획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아울러 우리는 HRD 전문가들의 전문성, 창의성, 인간성 함양을 위해 과거에 무엇을 해 왔는지,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한국사회의 특징은 말만 그럴듯하게 하고, 행동이 따르지 않는다는 이야기(No Action Talking Only)를 TV프로그램에서 접하고, 깊이 공감했던 일이 떠오른다.
혁신(innovation)의 사전적 정의는 ‘묵은 풍속, 관습, 조직, 방법 따위를 완전히 바꾸어서 새롭게 함’이다. 지금은 파사현정(그릇된 것을 깨고, 바른 것을 드러냄)과 해현경장(느슨해진 것을 긴장하도록 다시 고치거나 사회적·정치적으로 제도를 개혁하는 것)의 마음으로 HRD 분야의 혁신이 필요한 시기이다. 우리나라 HRD가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떻게 진화해 나갈지 기대된다.
유평준 숙명여자대학교 원격대학원 교육공학과 학과장
숙명여자대학교 원격대학원 교육공학과 학과장이자
인적자원개발대학원 리더십교육전공 주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우리나라 HRD의 재구성과 혁신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위한 최적화 방안을 모색 중이다.
-
[임규건 교수] 슈퍼인텔리전스에 대처하는 자세 ‘사람다움’
인성(人性)이란 한마디로 사람다움이라고 할 수 있다.
첨단기술의 발전과 함께 요즘 4차 산업혁명시대가 다가왔다고 한다. 특히 초연결성, 예측가능성, 초지능성을 주요 핵심요소로 예측한다. 혁명이라는 단어는 모든 기존의 질서를 확연히 바꾸는 패러다임의 이동이 생기는 경우이다. 네트워크의 발전과 인터넷, 그리고 IoT(Internet of Things) 등은 연결성을 극대화해주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연결되는 것은 결국 사람과 사람일 것이다.
수많은 곳에서 탐지 가능한 데이터들은 빅데이터로 분석되어 사람의 기호와 행태를 예측해 줄 것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혁명은 인공지능의 활용이다. 인터넷과 IT 등 첨단기술의 발전은 1년에 2배 이상으로 기하급수적으로 성능이 좋아지고 있다.
혹자는 이대로라면 30년 안에 싱귤래리티(singularity) 상황으로 슈퍼인텔리전스(superintelligence, 강한 인공지능)의 탄생을 예상하고 있다. 슈퍼인텔리전스란 사람이 인공적으로 사람다운 인조인간을 만들어 내는 시점이다. 이제 우리는 인성에 대해서 좀 더 명확한 정의와 의미, 그리고 미래를 위한 교육의 지표를 짚고 넘어가야 할 때이다.
이와 함께 첨단기술 발전의 밝은 면 뒤에는 어두운 면도 함께하고 있다. 개인과 국가의 보안, 사이버 테러, 사생활 침해, 악성댓글(악플), 인터넷·게임 중독, 불법콘텐츠, 청소년 보호, 정보 격차 등이 그것이다. 요즈음 어린이들은 어려서부터 스마트폰, SNS, 게임 등에 빠져있다. 첨단 기기들을 너무 잘 다뤄서 어른들이 깜짝 놀라기도 한다.
그러나, 폭력적이고 선정적 언어의 남용 위협요인이 많다. 이메일 가운데 스팸이 70%를 차지하며, 심지어 마약이 거래되고 있거나 테러리스트가 인터넷을 유용하게 활용하기도 하다. 더욱이 표현의 자유로 포장된 범죄가 선량한 시민들의 권리를 침해하기도 한다.
1995년 『월간 인터넷』에 ‘네티켓을 배웁시다’를 주제로 컬럼을 연재한 적이 있다. 인터넷 소개와 함께 채팅, 이메일에서의 예의, 이모티콘 사용 등 다양한 인터넷 서비스에서의 네티켓에 대해 소개하는 내용이었다. 이제 첨단기술 활용이 일상생활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다시 한번 네티켓에 대해서 살펴보고 사람다움이란 무엇일지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모든 것이 연결되고 자동화되는 세상에서 사람다움을 상실한 그릇된 천재소년의 클릭 한 번이 세상의 끔찍한 파국을 초래할 수도 있을 것이다. 생명공동체가 함께 잘 살아가는 길은 서로 존중하는 길이다. 인성교육은 어려서부터 각 개인적 관점에서 이루어져야 하며 사회전반에서 평생교육처럼 인성개발 체계와 문화가 마련돼야 할 것이다.
기술적으로는 좀 더 신뢰할 수 있는 신뢰네트워크 구현이 필요한 때이다. ‘밝은 인터넷(The Bright Internet)’과 같은 운동과 연구의 시도가 실효성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기술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려우며, 현실은 표현의 자유라는 벽이 전반적인 기술 인프라를 바꾸기에는 역부족이다.
영화 「바이센티니얼맨」에서 인간은 결국 인간보다 더욱 인간스러운 인조인간 앤드류를 사람으로 받아들여 주었다. 사람답지 않은 사람들에 대한 뉴스가 많아지는 요즘, 우리는 좀 더 인성 교육에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자칫 잘못하면 인조인간한테 우리의 자리를 내어줄지도 모른다.
임규건 한양대학교 경영학부 학부장
한양대학교 경영학부 학부장.
U.C. Berkeley Haas 초빙학자로
삼성전자 및 KT 연구원을 역임했다.
한국IT서비스학회 차기회장이며,
한국지능정보시스템학회 총무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국내 최초 인터넷 상용화에 기여했고,
SW산업발전 유공자와 IT혁신 유공자 표창을 받기도 했다.
-
[장환영 교수] HRD4.0 시대 인성개발을 도모하는 ‘3찰’의 일상화
현재 우리 사회는 빠른 기술의 발전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많은 조직들이 변화와 혁신을 주요 화두로 삼고 있고, 시장에서의 생존을 위해 조직 구성원들에게 상당히 많은 지식, 이론, 모델, 스킬, 테크닉 등을 빠른 시간 안에 습득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이렇게 시장에 적응하고 따라가기에도 바쁜 와중에 ‘인성과 가치관’이 중요하다는 얘기가 회자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환경의 빠른 변화로 인한 혼란과 불확실성, 그리고 불안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은 바로 ‘인성’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트렌드를 따라가기 위해 최첨단 기술을 익히고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는 것이 외부에서 내부로(outside-in)의 압력이라면 인성은 나의 진실이 내부에서 외부로(inside-out) 표현되는 에너지이다. VUCA 환경에서 내부에서 외부로의 활동을 강조하기란 쉽지가 않다.
하지만 인류 최고의 이슈인 ‘고통’의 문제를 생각해 보자. 밖에서 안으로 고통이 끼어들었을 경우(outside-in)에 우리는 기껏해야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거나 감내하고, 아니면 회피해버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많은 인류의 스승들은 스스로가 고통을 선택한 경우가 많다.
이렇게 일부러 어려움을 선택한 경우(inside-out)에는 그것이 고통으로 느껴지기보다는 자신 존재의 풍부함을 더해주는 기회로 활용될 수가 있는 것이다. 역사의 위대한 위인들은 한결같이 고통을 오히려 스스로 선택함으로써, 지위나 명예 등 비교에 의해 평가되는 상대적 가치들을 초월해 자신의 인성이 표현하는 절대적 존재가치를 드러내 보였다.
너무 먼 위인들 얘기에서 벗어나 인성의 측면에서 우리 HRDer들의 활동을 들여다보자. 우리는 역량개발자들로서 특히 자기조절, 의사소통, 협력, 문제해결 등의 ‘실천역량’들을 강조한다.
위의 4가지 역량은 특히 나에 대한(자기조절), 너와의 관계에 대한(의사소통), 우리 조직에 대한(협력), 그리고 과제에 대한(문제해결) 측면을 나타낸다. 하지만 이러한 역량들은 그저 지식을 전수하고 실천을 마련하는 교육을 통해 잘 길러지지가 않는다.
왜냐하면 이러한 실천 이전에 ‘나, 너, 우리, 과제’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이해는 실천역량과는 대비되는 ‘발견역량’으로서 자기조절 전의 ‘자기이해’, 의사소통 이전의 ‘공감’, 협력 이전의 ‘책임’, 문제해결 이전의 ‘문제발견’ 역량을 의미한다.
상식적으로도 자기이해가 없는 자기조절, 공감 없는 의사소통, 책임감 없는 협력, 문제발견 없는 문제해결이란 그다지 의미 있어 보이지 않는다. 문제는이렇게 실천역량들이 그 기저에 깔고 있는 발견역량이 바로 내부에서 외부로 표현되는 인성에 기초해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인성의 고양 없이 단순히 관리기술, 리더십스킬을 교육하는 것은 사상누각이다.
실천역량(what)과 발견역량(why)의 관계를 알았다면 이제 인성의 개발을 위해서는 어떻게(how) 해야 하는가의 문제가 남아있다. HRDer들에게 권하고 싶은 방법은 바로 ‘3찰’로서 관찰, 성찰, 통찰을 차례대로 반복해서 활용하는 것이다.
첫 번째로 관찰은 편견 없이 자신 또는 타인의 생각, 느낌, 행동을 있는 그대로 보도록 노력해 보는 것이다. 이러한 노력이 의미 있는 이유는 자신의 기 구축된 프레임으로서만 보는 터널비전을 벗어나서 감춰졌던 부분도 훤히 드러나도록 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성찰은 관찰하는 동안 어느 영역에서 부조화와 불편함을 겪었다면 과거의 미완성 과제(unfinished business)의 영향일 수도 있으며, ‘integrity’ 측면에서 개선해야 할 과제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기회일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다.
세 번째의 통찰은 이러한 기회를 십분 활용하여 새로운 시각에서 자신과 타인의 생각, 느낌, 행동들을 재해석하여 통합된 자아로서의 성숙된 시각을 갖는 것이다.
이러한 3찰 활동이 개인과 조직에서 일상화될 수 있다면 우리 HRDer들의 역량강화 활동 또한 보다 높은 ROI를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장환영 동국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동국대학교 교육학과 교수로서
현재 한국기업교육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제36회 행정고시를 통해 17년간 공직에 몸담았고,
2010년 동국대학교 교육학과에서
인적자원개발을 집중적으로 가르치고 있다.
성과공학, 인간의 탁월성, 교육서비스혁신 등이 특정 관심 분야이다.
-
[변순용 교수] 인공지능과 기업윤리 로봇과 인공지능을 보는 다양한 시각
청소로봇이라는 아주 단순한 가전도구의 수준에서 이제는 노래 제목을 알려주면 음악을 틀어주는 인공지능 비서도 등장했다. 어느덧 로봇이나 인공지능을 붙인 수식어들을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새로운 기계가 등장했다고 해서 그것이 가지는 윤리적 의미를 논의하지는 않을 것이다.
예를 들어 세탁기가 처음 등장했을 때를 생각해보자. 아마 누구도 세탁기 윤리를 말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로봇이 등장했을 때 우리는 로봇윤리를 말하게 된다. 그 이유는 바로 단순한 자동화와 자율화의 구분에서 발견할 수 있다. 로봇이 자동화된 프로세스에서 자율화된 프로세스로 넘어가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로봇(robot)은 1921년 체코슬로바키아의 극작가인 카렐 차페크의 희곡의 제목인 ‘Rosuum`s Universial Robots’에서 처음 등장한다. 체코어로 노동을 의미하는 단어가 바로 ‘robota’이며, 이 연극에서 로봇은 모든 작업능력에서 인간과 동등하거나 그 이상이면서도 인간적인 감정이나 영혼을 가지고 있지 않은 존재로 묘사됐다. 로봇에 대한 모든 정의는 ‘인간의 개입 없이 과업이 완수돼야 한다.’는 결과적 요소를 내포하지만, 모두가 합의한 단일한 정의는 없다. 일부 정의에서는 ‘움직일 수 있고 주변의 환경에 반응하는 물리적 기계’에 의해 과업이 완료돼야 한다.
그러나 다른 정의에선 ‘물리적 구현 없이 소프트웨어’에 의해 완료된 과업과 관련해서도 로봇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국제로봇연맹(International Federation of Robotics)에 따르면 산업용 로봇은 ‘자동으로 제어되고, 재프로그래밍될 수 있는 다용도의 조작이 가능한 것이며, 3개 이상의 축에 의해 프로그래밍이 가능하고, 산업 자동화의 과정에서 특정 장소에 고정되거나 이동 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서비스 로봇은 ‘산업 자동화를 제외한 과업 중에 반자동 또는 완전자동으로 작동하면서, 인간과 장비에 유용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로봇’으로 정의하고 있다. 그러나 이 정의는 산업용 로봇에 대한 정의를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일반적으로 지능은 ‘주어진 문제를 합리적 사고를 통해 해결하는 능력으로 인지, 학습, 추론 능력 등을 모두 포함하는 총체적인 능력’으로 정의되고 있다. 인공지능은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고(자연언어 처리), 사물과 상황을 인식하며(패턴인식), 새로운 정보를 체계적으로 습득하여 활용할 수 있으며(기계학습), 축적된 지식과 경험을 토대로 결론을 추론하여(전문가 시스템) 문제해결능력을 가진 지적인 컴퓨팅 능력’으로 정의된다. 이러한 인공지능은 약한 내지 특수 인공지능(Weak AI, Artificial Narrow Intelligence), 강한 내지 일반 인공지능(Strong AI, 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슈퍼 인공지능(Super AI, Artificial SuperIntelligence)으로 변화하고 있다.
인공지능은 특수한 속성을 지니는 인공물로 현상 차원에서 사회적 영향력을 지닌 행위 주체에 상응하는 기능을 발휘하기도 하지만, 그 작동, 혹은 행위의 결과에 대하여 도덕적-법적 책임을 질 수 있는 독립된 자율적 주체는 아니다. 다시 말해 인공지능에 관한 윤리는 그것의 ‘인공성’(artificiality), 즉 인간의 설계와 제작에 의하여 생성되고 속성이 결정된 산물이라는 사실에 대한 인식과 더불어 인공물임에도 불구하고 지닌 특이성, 특히 현상적으로 책임을 함축하는 행위주체성 내지 자율성(agency or autonomie)인 것처럼 보인다는 이중의 인식에 토대를 두고 있다.
이제 로봇을 보는 시각을 첫째로 단순한 기계, 둘째로 윤리적 차원을 갖는 존재, 셋째로 선 또는 악을 행할 수 있는 개체, 넷째로 새로운 종의 진화로 구분하고 있다. 첫째로 로봇을 단순한 기계로 본다면 로봇윤리는 로봇의 개발과 사용에 대한 윤리에 대한 것들이 주로 포함될 것이다. 둘째와 셋째 입장은 유사하게 보이지만, 로봇윤리 연구 방향 설정에서는 큰 차이가 나타날 수 있다. 전자는 로봇의 내재적 가치에 초점을 두고, 후자는 로봇의 행위 자체에 관심을 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전자의 방향에서는 로봇윤리는 주로 로봇의 존재론적 근거, 실존적 의미, 인간과 로봇의 상호 소통에 관한 내재적 의미와 관련된 분야들이 언급될 수 있지만, 후자의 방향에서 로봇윤리는 로봇이 수행하는 행위와 임무 자체의 옳고 그름에 관한 도덕적 판단 및 평가에 관한 내용이 주요 관심사가 된다. 넷째 입장은 앞의 세 가지와 전혀 다른 로봇윤리를 만든다. 로봇은 인간과 전혀 별개의 새로운 진화의 종이 될 수도 있고, 또 인간과 로봇이 결합되는 포스트휴먼에 대한 논의를 생각해볼 수도 있다.
인공지능과 로봇의 현대적 변화로 인해 이제는 인간과 유사하거나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으면서 어느 정도의 자율성을 갖춘 인공지능로봇이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인공지능로봇은 인간과 같은 자유의지를 지닌 자율적 존재로 자리매김하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현상적 차원에서 자율적 주체인 것처럼 행동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위임된 자율성’ 혹은 ‘준 자율성(quasi-autonomy)’이라는 개념이 도출되기도 한다.
이 자율성은 인공지능로봇에게 윤리적 사고 내지 판단 시스템을 부여하려는 시도가 이뤄지면서 보다 강조되고 있다. 로봇이 윤리 추론 능력을 갖추게 되면, 로봇이 새로운 윤리를 학습하고 로봇의 도덕감을 개발하고, 심지어 자신만의 윤리 시스템을 진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논의는 로봇의 책임문제와 더불어 논의되어야 한다. 로봇의 책임 문제는 로봇 자체의 책임과 로봇에 대한 책임으로 구분돼야 할 것인데, 전자는 로봇의 윤리모듈의 구성에서 논의돼야 할 것이고, 후자는 로봇의 설계, 제작, 사용의 차원에서 논의돼야 할 것이다.
변순용 교수
서울교대 윤리교육과 교수.
로봇윤리연구회 및 한국환경철학회 부회장,
서울교대어린이철학교육센터 센터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
[장경원 교수] 학습효과를 높이는 신의 한 수 교수자의 질문
PBL에서 교수자, 즉 튜터는 학습자들의 학습을 간접적으로 안내하고 도와준다. 이때 교수자의 도움은 질문 형식으로 제공된다. 교수자가 제공하는 좋은 질문은 학습자들의 학습을 촉진하고, 다양한 정보와 지식을 분석, 통합할 수 있는 안목을 제공하고, 학습 경험에 대한 성찰의 기회를 부여한다.
질문은 학습자들의 참여를 촉진하고 학습을 심화시킨다. 질문은 다음과 같은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첫째, 질문은 참여를 촉진한다. 질문은 교수자나 다른 학습자들의 말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에서 벗어나 학습자들이 문제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유도한다.
---
둘째, 질문은 생리적으로 뇌를 활성화하고 학습을 촉진한다. 예를 들면, ‘질문은 학습효과를 높인다’는 문장보다는 ‘질문은 어떻게 학습효과를 높일까?’와 같은 질문은 해답을 스스로 끄집어내려는 과정을 통해 우리의 뇌를 더 자극한다.
셋째, 질문은 관점을 변화시키거나 다양한 관점을 갖게 한다. 예를 들면, ‘어떻게 내가 우리 학교에서 최고의 교수자가 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어떻게 내가 우리 학생들을 위해 최고가 될 수 있을까?’로 바꾸면 답에 필요한 가정이 ‘경쟁’의 개념에서 ‘가치 있는 공헌’의 개념으로 바뀌게 된다.
넷째, 질문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 아이디어와 통찰력을 갖게 한다. 예를 들면, ‘최고 인력을 잃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보다는 ‘내가 조직에서 정말 일하고 싶을 때는 언제이며, 그 이유는 무엇인가?’와 같은 질문이 창의적인 대안을 찾는 열린 분위기를 만든다.
실로 PBL에서 학습자들은 팀빌딩, 문제분석, 자료수집 및 공유, 문제해결안 개발, 발표와 성찰 등 다양한 활동을 한다. 각 단계에서 교수자가 제공하는 좋은 질문은 학습자들이 보다 의미 있는 학습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PBL 과정에서 교수자가 제공할 수 있는 질문들을 단계별로 제안하면 다음과 같다.
팀 구성 후 팀빌딩이 실현할 때: ‘어려움에 부딪혀도 우리에게 에너지와 용기를 주는 것은 무엇일까요?’, ‘우리의 강점은 무엇인가요?’, ‘우리의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요?’, ‘팀을 하나로 만들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요?’
문제에 대한 이해를 촉진할 때: ‘지금 문제에서 문제해결 주인공이 해결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문제에서 현재 상황이 가지고 있는 중요한 특성은 무엇인가요?’, ‘문제해결의 주인공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나요?’, ‘우리가 다루어야 할 또 다른 측면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문제확인 및 학습과제를 도출할 때(Ideas, Facts, learning Issues, Action Plans를 도출할 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을 알아야 할까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자료를 찾아보면 좋을까요?’, ‘지금까지 이야기한 것 이외에 무엇을 더 알아보면 좋을까요?’, ‘문제 시나리오에 제시된 내용 중 문제해결을 위해 꼭 기억해야 하는 내용은 무엇일까요?’, ‘Ideas에 정리된 내용 중 여러분이 이미 알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요, 그것을 설명해주세요’, ‘또 무엇을 알고 있나요?’,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는 지식이나 경험이 있다면 이야기해주세요’, ‘왜 이것(이 과정)이 중요한가요?’, ‘우리가 정말 공부해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왜 그렇게 생각하세요?’, ‘이러한 내용(자료)을 어떻게 얻을 수 있을까요?’, ‘그 자료를 얻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까요?’, ‘그 내용을 학습하는 게 문제해결을 위해 어떤 도움이 되나요?
탐색이나 분석을 촉진할 때: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는 원인이 무엇일까요?’, ‘~라고 말했는데,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요?’, ‘이것은 결국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그렇게 한다면 어떤 결과가 발생할까요?’, ‘그들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을 위해 우리가 살펴보아야 할 사항들은 무엇인가요?’, ‘그 대안의 장단점은 무엇인가요?’, ‘그것을 실행한다면 어떤 장애 요인(어려움)을 예상할 수 있을까요?’, ‘그 장애 요인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요?’, ‘그러한 결론이 기초로 하는 가정은 무엇인가요?’, ‘그 가정이 옳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나요(검증하나요)?’, ‘어떤 결론을 끌어낼 수 있을까요?’, ‘그 사실은 무엇을 시사(의미)하나요?
학습을 유도할 때: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이 무엇인가요?’, ‘그것을 뒷받침할 수 있는 이론적 근거는 무엇이지요?’,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 무엇을 학습해야 할까요?’,
새로운 시각을 촉진할 때: ‘왜 그렇게 생각하나요?’, ‘그 문제를 다른 관점에서 볼 수 있나요?
만일 OO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것을 다른 방식으로도 할 수 있을까요?’,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다른 대안은 무엇일까요?
과제 마무리 이후 성찰의 기회를 줄 때: ‘과제를 수행하면서 무엇을 배웠나요?’, ‘(그러한 경험을 통해) 우리가 배울 점은 무엇인가요?’, ‘어떤 성과를 얻었다고 생각하나요?’, ‘그 대안이 어떤 점에서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하나요?’, ‘이 과제에 당신은 어떻게 기여했나요? ’이 과제를 다시 시작한다면 바꾸고 싶은 점은 무엇인가요?’, ‘과제 목표를 충분히 달성했다고 생각하나요? (예/아니오) 어떤 점에서 그렇게 생각하나요?’,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결과물을 얻기 위해) 살펴본 것은 무엇인가요?’, ‘과제 수행과정이나 결과물에서 잘 했던 것이 무엇인가요?’, ‘문제 해결안이 질적으로 어떻다고 생각하며,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과제가 우리의 학습에 도움이 된 것은 무엇인가요? (가장 가치 있는 학습은 무엇이었나요?)’, ‘팀에 대해 무엇을 배웠나요?’, ‘과제를 통해 배운 학습을 어디에 적용할 수 있을까요?’, ‘내가 질문해야 하는데 하지 않은 질문이 있나요? 있다면 무엇인가요?’,이상의 상황에 맞는 단계별 질문을 통해 최고의 학습효과를 유도할 수 있다. 그야말로 교수자의 질문은 신의 한 수라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참고문헌
최정임, 장경원(2015). PBL로 수업하기. 서울: 학지사.
장경원, 고수일(2014). 액션러닝으로 수업하기. 서울: 학지사.
장경원 교수
경기대학교 인문사회대학 교직학과 교수
문제중심학습, 액션러닝, 프로젝트학습, 토의와 토론 등
학습자 중심 교수학습방법과 긍정탐색(Appreciative Inquiry),
‘Project Design Matrix’, 학교컨설팅 등 학교와 조직의
문제해결 및 조직개발 분야에 대한 연구와 강연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PBL로 수업하기」, 「액션러닝으로 수업하기」,
「창의적 리더십이 교육과 세상을 바꾼다」 등이 있다.
-
[로젠스타인 작가] 시공간을 초월한 10가지 가르침 피터 드러커가 당신의 코치라면
피터 드러커는 전 생애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컨설턴트로서, 또한 정통한 멘토로서 도움을 줬다. 요즘은 이 활동을 코칭이라고 명명하며 활발히 실현되고 있다. 그는 95세를 일기로 별세했지만, 그의 정신은 아직도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고, 그의 연구 및 저서들은 변함없이 읽히는 중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그는 현시대에도 끊임없이 코칭하고 있다.
무엇보다 그가 강조한 자기경영(self management)의 중요성은 많은 영감을 불어넣어주고 있다. 그가 제시한 방법들은 현재의 코칭과 부합하는 것이 많다. 실제로 그는 개인 및 조직과 함께할 때 답을 제공하기보다는 수많은 질문을 던지곤 했다.
---
만약 피터 드러커가 코치라면, 그에게서 필자를 위한 질문보다 그의 의견을 듣고 싶어 했을 듯하다. 물론 그는 여전히 질문으로 개선의 방향을 제시했을 것 같다. 따라서 30여 년에 걸쳐 피터 드러커를 연구하고, 그와의 인터뷰를 통해 집필한 필자의 저서를 통찰해 주요한 10가지 가르침으로 시공간을 뛰어넘어 그의 코칭을 경청하려 한다.
실존적 질문 제시: 피터 드러커는 스스로에게 다음과 같은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언급했다. 특히 사회경력을 시작할 즈음에,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이 되고 싶은가?’, ‘나는 내 삶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일 것이고, 거기서 무엇을 얻을 것인가?’, ‘나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어지길 원하는가?’ 등의 질문을 필히 물어봐야 한다. 물론 이상의 질문은 삶의 어떤 단계에서도 되물을 수 있다. 시간이 흐르면 아마도 ‘내가 타인에게 이로운 일을 하고 있는가’라는 질문도 추가할 수 있다.
자신의 현실 이해: 자신의 시간을 어떻게 배분하고 있으며, 조직, 동료, 자신이 성장하고, 만족하고 있는지 진단해야 한다. 당장 일터가 없더라도 부정적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새로운 기회로 여기고 도전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예컨대 벤처창업을 시도할 기회로 재인식한다면 긍정적인 사고로 전환하는 데 유익하다.
미래지향적인 마인드셋 계발: 미래는 자신의 생각 가운데 속속들이 그려져야 한다. 자신의 의사결정이 미래에 어떠한 시사점을 갖는지 고려해야 한다. 이를테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인생 후반부에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면 어떠한 준비가 필요한지 분석할 수 있다.
다가온 미래의 조명: 향후 5년~10년 안에 자신의 직업 및 조직에 영향을 미치는 최근의 발명, 혁신, 문화, 사회 등의 유관 사건을 파악해야 한다. 피터 드러커는 그것을 파악하기 위한 세부사항들을 제시하지는 않았으나 독서모임이나 강연참여를 통해 그것이 자신의 삶과 일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 통찰한다면 삶과 일을 대하는 태도는 변화할 수밖에 없다.
다차원적인 삶 추구: 피터 드러커는 저마다 다각적인 세상에서 살아야 한다고 얘기했다. 그것은 관심, 관계, 추구 등이 다양해진다는 의미로 특정 분야, 예를 들면 일터에 지나치게 얽매이지 않도록 제어한다. 다차원적인 삶은 자원봉사, 악기연주, 운동, 시민활동 등에 여러 가지 상황에 집중하는 것이다.
자기경영: 개인의 가치, 강점, 일의 습관, 생산성, 학습스타일, 업무수행방식 등에 대한 이해를 견고하게 해야 한다. 시간을 명확하게 관리하고, 우선순위에 초점을 맞추며, 현재를 중심으로 미래에 다가가야 한다. 실제로 어떠한 유형의 조직이 자신에 일하기에 유리한지 결정해야 하며, 그러한 조직에서 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을 간구해야 한다.
정보의 조직화: 피터 드러커는 소위 ‘정보책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스스로 ‘나는 누구 덕분에 정보를 얻는가?’라든지 ‘어떤 시간의 프레임워크와 어떤 양식으로 정보를 얻는가?’라든지 구체적인 질문을 던져 자신이 정보를 획득하는 경로를 파악해야 한다. 실제로 정보의 조직화를 위해 피터 드러커는 다양한 도서관을 활용했다.
끊임없는 쇄신: 피터 드러커는 1997년에 저술한 『Drucker on Asia』란 책에서 ‘우리는 새로운 활력소를 발견하려고 하기보다는 스스로 새로운 무언가를 창출해내려고 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학습하는 것과 가르치는 일: 이제는 평생학습의 시대다. 피터 드러커는 하나의 주제에 대해 그것을 가르치는 사람만큼 학습을 집중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얘기했다. 일터에서 전시회, 컨퍼런스, 컨벤션, 세미나, 워크숍 등의 학습기회들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그 외에도 팟캐스트나 웨비나에 귀를 기울이고, 온라인 강의, 지역 대학 또는 커뮤니티 센터 등에서 열리는 강좌들도 등록해서 들어봐야 한다.
체계적 폐기: 일터 안팎에서 자신의 활동을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 쓸모없는 활동은 중단하거나 제거해야만 영향력과 중요성이 상당한 새로운 활동이 가능하다. 아울러 평이한 활동은 지속적이면서 점진적인 개선을 도모하고, 궁극적으로는 혁신에 이르도록 집중해야 한다. 물론 익숙한 활동은 감정적으로 엮여 있어 폐기하고 혁신하는 일이 쉽진 않다.
피터 드러커에 따르면 이상의 10가지 사안은 항상 지속해야 하는 부분이다. 비록 실행하긴 어렵지만, 결코 일회성에 그쳐서는 안 된다. 그것에는 반드시 보상이 따르기 마련이다. 그래서 가치 있는 도전으로 승화할 것이다.
피터 드러커 역시 우리가 수용하는 자세와 열정을 가지고 이상의 도전을 시작한다면 코치로서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할 듯하다.
브루스 로젠스타인 작가
『리더 투 리더(Leader to leader)』의 편집자
30여 년간 피터 드러커에 대한 연구와 교분을 바탕으로
『Create Your Future the Peter Drucker Way(2013)』와
『Living in More Than One World(2009)』를 비롯해 다수의 도서를 저술했다
-
[윤정구 교수] 사명과 목적을 각성시켜 조직문화를 혁신하다 진성리더십과 변화에 대한 성과
진성리더가 변화를 만드는 방식은 급진적 거북이 방식이다. 이들은 자신이 구성원과 같이 설정한 변화의 목적지에 대해서는 급진적으로 믿음을 지키지만 일단 목적지가 설정되면 이에 도달하는 방식은 할 수 있는 것,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에서 거북이 방식으로 달성한다.
진성리더가 자신만의 변화를 완성하는 모형은 다른 사람들의 리더십 모형을 차용한 것이 아니다. 자신이 자신의 변화를 위한 리더십 모형을 스스로 디자인하고 검증하고 변화를 통해 완성한다. 자신에 맞는 리더십은 자신만이 만들 수 있다는 신념으로 리더십을 민주화한다.
---
변화를 일궈내지 못한다면 리더라고 보기는 힘들다. 진성리더는 조직의 목적과 사명에 대해 믿음으로 구성원을 임파워시켜 구성원과 같이 목적 있는 성과를 도출해서 변화를 완성하는 사람을 말한다. 진성리더는 목적 있는 성과로 변화를 만들어낸다.
리더가 성과를 통해 변화를 만드는 단계를 다음과 같이 5단계로 나눠서 생각해 볼 수 있다. 첫 단계는 브라운 단계이다. 이 단계는 리더십을 자신의 직위와 동일시하는 단계이다. 직위가 없으면 리더십도 없다고 생각하는 단계이다. 구성원들에 대한 영향력은 직책에 부여된 상벌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솔선수범도 직책이 요구하는 의무이기 때문에 수행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수준이다. 직책이 없어지면 솔선수범을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구성원들이 리더를 따르는 이유도 보상을 받고 불필요한 불이익을 벗어나기 위한 필요에 근거한다.
이 단계를 넘어서면 실버 단계에 도달한다. 실버 단계에서 구성원들이 리더를 따르는 이유는 리더를 인간적으로 신뢰하고 좋아하기 때문이다. 이 단계에서 리더는 리더십에서 요구하는 일반적 스킬들이 소통 의사결정 동기화 등을 습득하여 구성원들이 리더를 믿고 따르도록 만든 단계이다. 이 단계에서 리더는 관계를 동원할 수 없다면 뛰어난 리더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이해하고 여기에 집중한다. 따라서 회사에서 평가한 리더십 평가점수가 상당히 높은 단계이다.
세 번째 단계는 골드 단계이다. 골드 단계는 리더가 만들어 놓은 구성원과의 신뢰 관계를 조직의 전략적 의도와 연결해 회사에 필요한 성과를 도출한다. 실버 단계가 리더십에는 능숙하지만 비즈니스를 성취하고자 동원하는 능력이 미숙하다면, 골드 단계는 실버 단계의 문제를 극복하고 관계를 성과로 연결하는 데 성공한다.
다음 단계는 마스터 단계이다. 이 단계에서는 구성원과의 관계를 조직의 성과에 연결하는 것을 넘어서서 자신 급에 해당하거나 자신보다 더 나은 리더를 길러낸 리더들이다. 이 단계에서는 리더를 몇이나 길러냈는지의 문제가 성과를 결정한다.
마지막 단계가 챔피언 단계이다. 자신 급의 리더를 많이 길러냈을 뿐 아니라 자신이 회사에 근무했기 때문에 회사의 문화를 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문화로 변화시킨 문화 혁신자이다. 회사의 무너진 사명을 복원하고 회사의 전략을 회사의 복원된 사명과 연동시켜 지속 가능한 목적 있는 성과를 도출할 수 있는 문화적 기반을 만들 리더이다.
품성의 향기가 있어서 회사의 구성원들로부터 존경을 받을 뿐 아니라 회사에 관련된 사람들부터도 존경을 받는다. 리더십의 최정점인 ‘pinnacle’ 단계이다. 최정점의 챔피언 리더들은 사람을 남기는 것을 넘어서 사람을 통해서 좋은 문화를 남기는 것을 필생의 과제로 생각한다.
진성리더는 사명과 목적을 통해 조직에 문화적 발자취를 남기는 리더십 성과를 염두에 두고 있는 사람들이다. 진성리더는 이 문화적 성과를 만드는 일을 독립적인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에게 맡겨진 과업을 완수하는 것을 통해서 구성원들을 리더로 육성하고 동시에 리더로 육성된 사람들에게 사명과 목적을 각성시켜 조직의 문화를 바꾼다. 성과, 육성, 문화를 자신이 하는 일과 과제에 녹여서 일하는 과정에서 달성하는 사람들이다.
진성리더가 성과를 달성하는 방식은 급진적 거북이 방식이다. 이들은 변화의 목적지에 대한 믿음에서는 급진성을 보인다. 다른 사람들이 또 다른 목적지를 제기해도 자신 구성원과 같이 설정한 목적지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는다. 일단 변화의 목적지가 설정되면 여기에 도달하는 과정은 거북이의 과정을 따른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에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에서, 지금 서 있는 자리에서 조용하게 프로젝트에 개입한다.
진성리더와 반대되는 성향을 지닌 사람들은 급진적 급진성을 보이는 사람들이다. 목적에 대한 믿음도 급진적일 뿐 아니라 이 목적지에 이르는 방법도 급진적이고 시끌벅적하다. 급진적 방법으로 달성해야 하므로 여기에 동참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십자군 전쟁을 벌인다. 많은 사람이 진성리더를 대기업의 총수급에서 찾기 때문에 진성리더가 우리나라에는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하지만 상황은 다르다. 조직의 팀장급에서도 진성리더를 발견할 수 있다.
이를테면 조직에 실질적으로 지속할 수 있는 성과를 내는 사람들은 조용하지만, 자신에게 맡겨진 사명에 과제를 연동시켜 조용히 성과를 낸다. 다만 이들은 자신이 진성리더인지를 학문적으로 모르고 있다. 자신의 힘으로 글로벌에서 1등이나 2등 제품을 내는 중견기업의 대표나 회장들도 대부분이 진성리더들이다.
이들은 조용하게 혁명을 일으키기 때문에 매스컴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이들은 스스로 자서전을 써서 자신을 과시하지도 않는다. 대한민국에는 진성리더가 없다고 일반 사람들이 결론을 내는 이유는 바로 이들이 급진적 거북이 방식으로 조용히 변화를 완성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진성리더는 리더십의 유행을 따르지 않는다. 이들은 경쟁사에서 자신의 리더십 모형을 차용하지 않는다. 유사 리더들은 새로운 리더십의 모형이 나올 때마다 유행의 첨단을 걷는 옷을 바꿔 입지만 자신의 옷은 아니다. 결국, 자신을 벌거숭이 임금님으로 만드는 것이다. 진성리더는 자신의 회사의 상황에 맞추어 자신의 리더십 옷을 스스로 디자인하는 사람들이다.
진성리더는 벌거숭이 임금님의 옷을 벗어버리고 리더십을 민주화한 사람들이다. 자신에 맞는 옷은 스스로 만들어야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진 사람들이다. 자신의 맥락에 맞추어 리더십 모형을 디자인하고 이를 통해 변화를 시도해서 자신의 리더십 모형을 검증하여 진화시키며, 이 진화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변화를 완성하는 사람들이다.
윤정구 교수
이화여자대학교 경영대학의 인사전략조직 교수
코넬대학교 조직행동론학과 겸임 정교수
한국조직경영개발학회 회장
대한리더십학회의 9대 회장
주요 저서
『100년 기업의 변화경영 (2010, 지식노마드)』
『진정성이란 무엇인가 (2012년, 한얼)』
『진성리더십 (2016, 라온북스)』
-
[이희수 교수] 전략적 인적자원개발 끝없는 변신과 진화만이 있을 뿐이다
인적자원개발은 주변과 상호작용하면서 공진화한다. 전략적 인적자원개발은 새로운 인적자원개발의 출현이라기보다는 기존 인적자원개발이 진화한 모습이다. 내용 면에서 인적자원개발은 훈련 중심의 개인개발에서 경력개발, 조직개발, 성과관리로 그 변경을 확장해오고 있다.
인적자원개발의 진화와 영토 확장의 끝에 전략적 인적자원개발이 자리한다. 인적자원개발의 대종을 이루는 훈련(개인)개발의 궤적을 뒤돌아보면 개인개발은 공식, 비공식 학습 활동을 통해 개인의 성장과 계발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현재의 직무를 더 잘 수행하는 데 필요한 지식, 역량, 기술, 적합한 행동의 증진에 관심을 두어 왔다.
특히 1990년대 들어서면서 지식기반경제가 대두됨에 따라 인적자원의 전략적 중요성이 강조됐다. 인적자원개발 현장에서도 학습의 전이 시스템, 성과 관리 시스템, HPT, 기업 대학, 훈련과 사업목표와의 연계, Action Learning, 학습조직, 조직학습, 핵심가치 등이 각광을 받았다. 이러한 사조와 함께 전략적 인적자원개발이 자리를 굳히게 된다.
---
인적자원개발의 전반적인 흐름과 함께 개인개발도 훈련중심에서 학습중심으로 전환한다. 오래 전에 들은 이야기이지만 기업교육 담당자들 사이에 이런 말이 유행했다.
‘너네는 아직도 트레이닝(training) 입혀서 연병장 뛰게 하냐? 우리는 런닝구(learning) 입고 스스로 학습 놀이 한다.’
비유 만큼이나 훈련중심 연수에서 학습중심 연수로의 변화는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훈련에서 학습으로의 변화가 바로 연수 패러다임 쉬프트이다. 기존의 훈련 중심 관점은 직무와 관련된 공식적인, 구조화된 학습 형태로서 지식 획득과 기술 개발 내용을 신입, 혹은 역량이 부족한 종업원들에게 강사 주도의 훈련 방법을 활용해 전달하는 데 치중한다.
이에 비해 새로운 학습 관점은 공식, 비공식 상황 하에서 모든 유형의 학습경험을 내용으로 한다. 즉 신입과 부족한 종업원들뿐만 아니라 경영자, 상급 관리자 등 모두를 대상으로 온라인 학습활동, CBI, 성과지원도구, 상호작용 비디오, 강사주도 훈련, 위성교육, 비디오 컨퍼런싱, 자기주도학습, OJT 등 다양한 전달방법을 활용해 모든 학습경험을 나누는 데 주안점을 둔다. 전략적 인적자원개발은 훈련중심에서 학습중심으로의 연수 관점 전환과 조응한다.
전략적 인적자원개발의 재정의와 성숙도에 관해 큰 족적을 남긴 McCracken과 Wallace(2000)의 지적 자산을 공유해본다. 이들의 인적자원개발 성숙의 개념에는 진화가 들어 있다. 이들에 따르면, 운영과 전달에 초점을 맞춘 훈련, 학습 컨설팅에 초점을 맞춘 인적자원개발, 끝으로 전략적 변화에 초점을 맞춘 전략적 인적자원개발 단계로 진화한다. 부연하면 훈련은 임시방편적 수행과 사후 대응차원의 지원만 한다.
인적자원개발은 체계적 수행에 주력하며, 대응 차원에서 지원하는 역할이지만, 일부 형성적 활동도 있다. 전략적 인적자원개발은 강한, 전향적인 형성적 활동을 수행한다. 학습문화 면에서는 훈련 단계에서는 학습문화가 없으며, 인적자원개발 단계에서는 미약한 학습문화가 존재하며, 전략적 인적자원개발 단계에서는 강력한 학습문화가 존재한다.
인적자원개발의 진화와 성숙은 인적자원개발 담당자의 몫이다. 인적자원개발 담당자가 전문가로 진화하고 성숙할 때 인적자원개발도 전략적 인적자원개발로 진화하고 성숙한다. 인적자원개발이란 학술 용어를 만들고 학문으로 체계화하는 데 큰 기여를 한 Nadler 선생에 따르면, 인적자원개발 담당자는 전문직인으로 스스로의 정체성을 정립해야 한다.
본업으로서, 전문직인으로서 인적자원개발 담당자는 적어도 2년 이상 인적자원개발 업무에 종사해야 한다. 조직에서 거쳐지나가는 업무거나 곁다리 업무로서는 전문직인이라고 할 수 없다. 본업이자 생업이어야 한다. 겸업, 부업으로서 인적자원개발 전문가가 되기는 어렵다.
또한 인적자원개발 대학원에 진학하여 전문성을 쌓아야 한다. 한국인력개발학회 등에 가입해 학회활동을 해야 하고, 『월간HRD』와 같은 전문 저널을 구독해야 한다. 그래야 Nadler 선생께서 말씀하신 HRD 전문적인으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떳떳하게 드러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professionally identify).
전문직인은 평생 공부하는 사람이다. 평생학습만이 평생 전문성을 보장한다. 학습은 성장점이다. 학습이 멈추면 성장도 멈춘다. 인적자원개발 담당자의 성숙도는 전략적 인적자원개발의 성숙도를 재는 척도다.
인적자원개발 담당자는 덕목으로서 가치, 역량, 신뢰, 성실, 협력을 바탕으로 한다. 한발 더 나아가서 전략적 HRD 지도자는 변화 촉진자, 문제해결사, 전략가, 영향력 행사자, 마케터, 운영 관리자, 학습 옹호자, 프로젝트 관리자, 평가자, 기업가, 전략적 사업 파트너와 같은 다기능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오늘날과 같이 VUCA(Volatility 변동성, Uncertainty 불확실성, Complexity 복잡성, Ambiguity 모호성)의 세상에서는 전략적 인적자원개발 지도자는 미래 예측가(futurist)가 돼야 한다. 사업 트렌드와 인적자원개발의 미래를 예측하는 명견만리 안목(foresight)이 요청된다.
이를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성인학습, 경영원리, 미래예측기술, 평가, 성과분석기술과 같은 기초를 충실히 쌓아야 한다. 구체적으로 전략적 HRD 지도자는 이미지 관리, 변화를 위한 합의와 참여 도출, 변화의 계획과 관리, HRD 영향력 평가, 사업 성과의 달성, 전략적 비전의 수립, 지식 전이 촉진, HRD 효과 측정 등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전략지원의 수동적 역할이 아니라 학습을 통한 성과와 변화를 이끄는 전략수립과 전략실행의 주도적 역할, 곧 전략가가 인적자원개발 담당자의 본연의 모습이다. 이런 인적자원개발 담당자만이 우리나라의 전략적 인적자원개발을 더욱 성숙케 할 것으로 믿는다.
이희수 교수
중앙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한국평생교육학회 회장이자
국가평생교육진흥원 및
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 이사로서
우리나라 HRD 및 평생교육을 위해
다방면에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