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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화 교수] 창업경제 시대의 HRD
지난 10여년 간 범세계적으로 스타트업 열풍이 불면서 상장 전 기업가치가 10억 달러가 넘는 유니콘 기업이 200개가 넘게 나타났고, 100억 달러에 이르는 데카콘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공유경제와 플랫폼 산업을 주도하면서 기존의 경쟁구조와 게임의 법칙을 바꾸고 있으며, 특히 4차 산업혁명이라는 패러다임 변화 속에서 이러한 현상은 가속화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경영사적 흐름에서 20세기 관리경제(managerial economy)가 21세기 창업경제(entrepreneurial economy)로 전환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경영학은 지난 20세기 거대복합기업의 출현함에 따라 이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관리하는가에 대한 답을 찾는 가운데 발전됐다. 탁월한 성과를 내면서 사회의 열렬한 환영을 받았고 한 세기 동안 전성시대를 구가했다. 이제 경영학은 창업경제 시대의 스타트업 현상과 경영시스템, 리더십 스타일, 성과결정요인을 분석하고, 설명하고, 예측하는 역량을 높여야만 기존의 명성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 주류 경영학계의 관심과 참여는 부족하다.
스타트업 경영이 일반 경영과 차이점은 성장의 관리(managing the growth)에 있다. 일반 경영이 이미 성장한 기업을 대상으로 한다면 스타트업 경영은 기업이 만들어지고 생존하면서 성장해 나가는 과정의 다양한 이슈를 다룬다. 한 가지 예를 들면 성장통(growing pain)의 문제가 있다. 성장통이란 기업의 성장 속도에 비해 경영관리 인프라가 잘 갖추어지지 못할 때, 그 갭(gap)에서 발생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가 경영시스템 구축과 HRD이다. 기업규모와 사업특성에 적합한 관리시스템을 구축하고, 중간관리자와 직원의 역량을 개발하고, 기업문화를 혁신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러나 많은 경우 기업의 자기혁신을 저해하는 원인이 바로 스타트업 CEO 자신에게 있다. 이를 ‘창업 CEO 딜레마(founder CEO dilemma)’ 현상이라고 한다.
스타트업은 어느 정도 규모까지는 CEO의 개인역량과 대면적 소통에 의해 관리되며 CEO의 기여도는 기업성과에 절대적이다. 그러나 조직이 규모가 커짐에 따라 CEO의 강점이 약점으로 바뀌게 되면서 조직의 건강과 지속성장을 저해하는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특히 성공한 스타트업의 CEO는 자신의 성공방식에 대해 강한 감정적 몰입을 하게 된다. 이러한 현상이 고착화되면 자신의 방식에 대한 주변의 비판이나 도전을 용납하지 않는 일종의 ‘무류의식’(sense of infallibility)을 가지게 된다. 기업가형 CEO의 심리적 특성상 자신의 운명과 회사를 통제하려는 강한 욕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시스템에 의한 합리적 통제나 가치관 공유에 의한 문화적 통제를 제대로 구축하지 못하는 경우 창업 CEO 딜레마는 더욱 심해진다.
상생과 소통을 위한 수평적 조직문화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것도 바로 이러한 스타트업 CEO가 가지는 본질적 딜레마의 해결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관리시스템이나 조직문화를 바꾸었지만 성과가 저조한 경우를 보면 CEO의 자기혁신이 결여된 경우가 많다. 성장통을 해결하기 위한 경영시스템 구축과 조직혁신 과정에서 CEO 스스로 자신의 역할과 책임(R&R)을 바꾸고자 하는 적극적 노력이 필요하다. 밑에서의 노력에 의해 CEO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것은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게임과 유사한 맥락이다.
한국도 스타트업 열풍이 불고 있지만, 경영역량의 부족으로 성장통의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많다. 성장통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균형잡힌 최고경영팀 구축과 역량있는 중간관리자의 양성에 CEO의 관심과 자원을 우선적으로 투입해야 한다. 혁신의 주도성은 CEO가 가질 수 있지만, 성과는 실행의 주체 역할을 하는 중간관리자와 인적자원의 역량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성장통을 극복하면서 스타트업이 중견기업으로, 글로벌 전문기업 발전해서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고 우리나라 경제의 활력을 제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창업경제 시대 HRD의 소명이다.
한정화 한양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한양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제13대 중소기업청장을 비롯해 전략경영학회장,
인사조직학회장, 중소기업학회장,
코스닥 상장심사위원장, 벤처산업연구원 원장,
기독경영연구원 원장, 한양대 경영대학 학장,
경영전문대학원 원장, 기획처장 등을 역임하며
대한민국 경영의 발전에 이바지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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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해덕 교수] 이코톤 생태계와 HRD4.0 가치 중심 전략
4차 산업혁명의 파고가 높다. 최근 4차 산업혁명이라는 변화의 물결 속에 조직을 한 단계 성장시킬 수 있는 전략으로 HRD4.0이 학계, 언론계, 산업계에서 활발히 제시되고 있다. 그런데 과연 산업혁명이 2차나 3차를 거쳐 4차로 발전해 온 것처럼, 인적자원개발도 2.0이나 3.0의 단계가 있었던가를 돌이켜보면 HRD 4.0의 방향을 찾자는 말에 쉽게 수긍하기 어려울 것이다. --- 기실 HRD 분야는 그동안 그 버전이 하나하나 바뀌어 왔다기보다는 지속적인 성장에 대한 고민을 담보로 계속된 변화가 있었다. 이러한 면에서 지금 HRD4.0이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는 것은 4차 산업혁명시대에 HRD가 지향해야 할 바가 무엇인가를 새로이 고민하라는 말로 받아들이는 것이 맞을 것이다. HRD4.0 시대의 고민은 결국 인적자원개발 활동을 통해 우리가 존중해야 할 가치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으로부터 출발한다.
HRD는 그동안 인적자원 관점에서 성과문제의 해결에 관심을 가져왔다. 조직 내에서 교육훈련의 효율성을 향상하려는 노력이나 직무 프로세스의 효율적 개선, 그리고 조직적 성과향상을 위한 솔루션이 그 좋은 예들이다. 그렇지만 성과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효과를 가지기 위해서는 HRD 환경 분석이 중요하다. 조직구성원이나 구성원들의 직무, 그리고 조직상황과 같은 마이크로(micro) 수준의 분석 이전에, 조직이 놓여 있는 환경과 같은 매크로(macro) 수준의 분석이 먼저 전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시대는 그 어느 때보다도 인구, 과학기술의 발전, 사회문화적 변화 요인과 같은 환경적 요인의 영향이 크다. 4차 산업혁명시대 인적자원의 매크로 분석을 위해 생태적 접근이 중요한 이유이다.
4차 산업혁명시대 인적자원개발의 생태계는 이코톤 생태계로 비유할 수 있다. 이코톤 (ecotone)이란 사전적 의미로 이행대(移行帶)를 뜻한다. 이 지대는 두 개 이상의 생태계가 접하는 지역으로, 서로 다른 생태계의 특성이 그대로 존재하다가 상이한 생명체의 출현이 빈번하다는 특성을 지닌다. 이코톤 생태계에 이전의 관점과 새로운 관점, 그리고 이 두 가지 관점이 융합하면서 변화생성하는 관점이 공존하다 보니 이들 생태계는 모든 것들을 아우르는 것이 핵심 관건이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빅데이터에 의한 초연결성과 인공지능에 의한 자동화로 상당 부분의 인적자원 관련 활동이 기계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측된다. 기계와 공존하면서 인간이 차별화할 수 있는 인간만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전략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 HRD4.0은 그 가치를 새로이 자리매김할 필요가 있다. 이코톤 생태계의 관점에서 HRD 방향은 이전의 관점들을 새로이 대신하기보다는 과거, 현재, 또 변화하는 생태계 구성요소별로 개별적인 투명성을 보장하면서 이들 간의 변화를 존중하는 유연한 관점이 요구된다. 이코톤 생태계에서 HRD4.0을 위한 가치전략들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열린 사고를 위한 인식전략(opened sensitivity)이다. 인종의 용광로로 알려진 미국에서 인구센서스 목록에 등재된 인종은 인종색면에서 60여 개가 넘는다고 한다. 최근 인구센서스 조사에서는 이들 리스트 중 한 색깔에 표기하기보다는 새로이 자신을 규정하는 젊은이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어머니가 멕시코인이고 아버지가 흑인인 경우 블랙시칸(Blaxican)으로 자신을 기재한다고 한다. 기존의 인구센서스 조사에도 없는 새로운 인종이 출현하는 것이다. 이처럼 새로운 인종이 출현하였음을 감식해내는 인식능력이 HRD 가치 전략의 출발이 될 것이다.
둘째, 열린 판단을 위한 사고전략(opened thinking)이다. 흔히들 인사관리 관련 워크숍이나 미팅에 가보면 브레이킹 타임이나 애프터 미팅이 네트워킹시간으로 이루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인적자원개발에서 노우후(know-who)의 중요성을 대변하는 예이다. 그렇지만 이코톤 생태계에서는 자신의 직무를 처리하기 위한 노하우나 타인의 관계를 의미하는 노우후에 더해, ‘만일 이러면 어떠한 일들이 생길까’를 고민하는 왓이프(what-if) 사고가 요구된다. 이코톤 생태계에서는 그동안 합리적인 것으로 강조되어왔던 여러 인적자원기법들, 예를 들어 핵심인재를 위한 핵심인재육성 체계의 수립, 직무에 요구되는 역량을 표준화하여 제시하는 국가역량표준체계(NCS)의 수립과 활용, 긍정적 조직활성화를 위한 강점탐구기법 등이 더 이상 당연시하게 여기고 따라야 할 체계나 기법이 아닐 수 있다. 핵심인재로 분류되지 않는 구성원들이 표준화하기 어려운 직무들이 출현하면서 조직냉소나 침묵 등과 같은 조직에 부정적인 인식들이 오히려 성과를 위해 고려할 중요한 영향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열린 태도를 위한 몰입전략(opened engaging)이다. 제임스 레스트(James Rest)에 의하면 도덕적 행동은 도덕적 인식, 도덕적 판단, 도덕적 동기와 도덕적 헌신이라는 4가지 요소의 상호작용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한다. 도덕적 의식의 가치는 도덕적 행동으로 표현될 때 가치를 가진다. 요컨대 HRD4.0 가치전략은 새로운 환경변화에 대한 인식이나 열린 사고를 실현할 수 있는 조직구성원의 몰입 여부에 달려 있다. 이를 위해서는 조직구성원들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연결하여 조직구성원들에게 구심력을 부여할 수 있는 몰입전략의 공유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송해덕 교수
중앙대학교 교육학과 교수로
글로벌인적자원개발대학원 원장이다.
한국인력개발학회 부회장, 한국교육공학회 부회장,
교육부 미래교육자문위원으로서
우리나라 HRD 및 창의적 미래인재양성을 위한
교육모델의 개발을 위해 다방면에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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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OSSEUM] 사람다움을 열어주는 HRD
『월간HRD』 5월호 「Special Report」에서 다룬 ‘HRD4.0을 구현하는 가치 중심의 조직몰입’은 기업 HRD와 조직문화 혁신을 담당하고 있는 필자에게 자극과 관심을 유발하는 주제였다. 기업과 조직 구성원은 항상 하나의 목표를 두고 있다. 바로 가치추구와 성장이다. 그러나 언제든지 각자의 위기와 한계가 도달했을 때 자생하려는 노력은 그 목표와 목적이 달라질 수 있다. 그러므로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있지만, ‘한 지붕 두 가족’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HRD4.0 시대에는 자기 주도적이고 가치 중심적인 조직문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를 구축하기 위해서 기업의 HRD팀은 구성원들의 자발적 조직몰입을 어떤 방식으로 끌어내느냐가 주요 쟁점이다. 조직몰입의 의미는 프랑스에서 지식인들의 사회참여를 일컫는 앙가주망(engagement)을 떠올리게 한다. 앙가주망은 프랑스의 철학자 샤르트르가 그의 철학 논문 ‘존재와 무(1943)’에서 ‘눈길을 돌리는 주관으로서의 나’의 구체적 존재 방식을 나타냈던 말로 인간이 미래를 향하여 자기를 구속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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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최근 조직 구성원들의 자아실현을 위한 자발적 참여와 몰입을 뜻하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본 「Special Report」에서는 조직몰입의 유형을 정서적, 유지적, 규범적 몰입으로 구분하고 조직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를 제거해 나감으로써 자기 주도적 몰입을 유도하고자 했다.
필자가 몸담은 kt ds는 2015년부터 조직의 체질을 바꾸고자 기업문화혁신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면, 조직과 더불어 조직 구성원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설정하고 조직의 성장과 구성원들의 심리적 안정상태를 유지시킬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도했다. 그중 협업을 통한 조직몰입과 소통을 구심점으로 협업리더십 교육프로그램(Coala)은 ‘2018 HRD KOREA’에서 교육프로그램 부문 대상을 받기도 했다. 나름대로 주무자인 필자의 큰 성과와 보람이 됐다.
실제로 우리 기업의 HRD는 ‘엶=여는 일’을 일의 정의로 두고 이를 추구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조직 구성원의 마음을 여는 일(소통·리더십), 길을 여는 일(성장 경로 제시), 배움의 장을 여는 일(HRD 프로그램 개발, 자발적 학습조직 구성), 미래를 여는 일(미래경쟁력 준비), 열매가 열리게 하는 일(성과창출)이 그것이다. 이를 중심으로 조직과 개인의 성장을 위해 더 나은 ‘엶’을 실천하고자 일의 의미와 가치를 찾아가고 있다.
이제 4차 산업혁명의 시대다. 인간은 무엇을 할 수 있으며,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많은 사고(思考)들이 쏟아지고 있다. AI가 할 수 없는 감성지능(Emotion Intelligence) 영역에서 진심 어린 마음으로 나보다 남을 대할 때 사람다움을 향해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맥락에서 『월간HRD』를 사람다움을 만들어 가는 하나의 중요한 매체로 여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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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헌 교수] 피터 드러커의 인생을 바꾼 7가지 지적 경험과 4차 산업혁명시대에 걸맞은 인재육성
‘개인, 특히 지식을 응용해 일을 하는 지식근로자 개개인은 어떻게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가’.
‘개인은 어떻게 수세대에 걸친 변화의 시대에 낙오하지 않고 자신의 일과 인생 모두에서 효과적인 사람이 될 수 있는가’.
피터 드러커는 이상의 양 갈래 위대한 질문에 대해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고 있다. 다음은 효과적인 사람, 계속 성장하고 변화하는 사람으로 만들어준 그의 7가지 인생 경험으로 4차 산엽혁명시대에 걸맞은 인재육성 전략에 통찰을 제시하리라 생각된다.
목표와 비전을 가져라: 피터 드러커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고향 오스트리아 빈을 떠나 독일의 함부르크에 있는 면세품 수출회사에 견습생이던 시절의 이야기다. 당시 그는 함부르크 대학 법과 대학에 다니고 있었다. 그때 오페라는 개막 10분 전까지 팔리지 않은 제일 싼 좌석에 한해 대학생에게 무료관람을 시켜주고 있었다. 그 또한 그렇게 오페라를 관람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19세기 위대한 작곡가 주세페 베르디(Giuseppe Fortunino Francesco Verdi, 1813-1901)의 오페라를 보게 되었는데, 그것은 베르디가 1893년 작곡한 오페라 폴스타프(Falstaff)였다. 피터 드러커는 폴스타프에 감명을 받았다. 왜냐하면 인생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찬 오페라를 작곡한 주세페 베르디의 나이가 80세였기 때문이다. 피터 드러커는 ‘음악가로서 일생 동안 완벽을 추구해 왔지만, 작품이 완성될 때마다 늘 아쉬움이 남았고, 그래서 언제든지 다시 도전할 의무가 있다’는 주세페 베르디의 글귀에 충격을 받고, 자신도 항상 완벽을 추구하리라 다짐했다.
신들이 보고 있다: 피터 드러커가 함부르크 면세품 수출회사 견습생 시절 당시 고대 그리스의 위대한 조각가 페이디아스(Phidias)에 관한 이야기를 책으로 읽었다. 그는 기원전 440년경 많은 작품을 제작했는데, 그중 일부가 240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아테네 파르테논 신전의 지붕 위에 있다. 그때 보는 사람마다 그의 작품을 칭송했지만, 아테네 재무관은 작품료 지불을 거절했다고 한다. 이유인즉 조각들은 신전의 지붕 위에 세워져 있어 전면밖에 볼 수 없는데 왜 조각 전체 값을 지불하느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페이디아스는 ‘하늘의 신들이 보고 있다’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그것은 피터 드러커에게 큰 감명을 주었다. 어떤 일을 할 때 아무도 없어도 신들만은 주시하고 있다는 사실에 완벽을 추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끊임없이 새로운 주제를 공부하라: 피터 드러커는 독일의 프랑크푸르트 최대 신문사에서 금융 및 외교담당 기자로 첫발을 내디뎠다. 당시 신문은 석간이었다. 그는 오전 6시부터 일을 시작해 최종 편집판이 인쇄에 들어가는 오후 2시 반에 퇴근했다. 그때 남는 시간을 활용해 그는 국제관계와 국제법, 사회제도와 법률제도의 역사, 일반 역사, 재무 등에 관해 공부했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만의 공부법을 개발하게 되었다. 이후 3년 또는 4년마다 다른 주제를 선택해 공부했다. 그 주제는 통계학, 중세 역사, 일본 미술, 경제학 등 매우 다양했다. 그런 방식으로 일생동안 주제를 변경해 공부한 그는 상당한 지식을 쌓았고, 새 지식에 대해 개방적 자세를 취할 수 있었다.
자신의 일을 정기적으로 검토하라: 피터 드러커는 스물두 살 젊은 나이로 편집국장보(補) 중 한 명이 되었다. 당시 50대였던 편집국장은 부하직원들 교육에 힘썼다. 편집국장은 1년에 두 번 정기적인 토론 시 언제나 잘한 일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 다음 잘하려고 노력한 일, 그 다음에는 잘 하려고 노력하지 않은 분야를 검토했고, 마지막으로 우리가 잘못했거나 실패한 일에 대해 비판했다. 아울러 그 모임의 마지막 두 시간은 앞으로 6개월간 해야 할 일을 논의했다. 예를 들면 우리가 집중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우리가 개선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우리가 각자 배워야 할 일는 무엇인가 등이다. 그 내용에 대해서는 일주일 후 편집국장에게 제출해야만 했다. 이후 10년이 지나서 미국으로 건너왔을 때 피터 드러커는 이 일을 떠올렸다. 그래서 그는 여름만 되면 2주일간 시간을 따로 할애해 지난 1년간 본인이 한 일을 검토하곤 했다.
새로운 일이 요구하는 것을 배워라: 1933년 피터 드러커는 프랑크푸르트를 떠나 영국 런던으로 갔다. 그는 그곳에서 규모가 큰 보험회사의 증권분석가로 일하다가 1년 후 규모는 작지만 빠르게 성장하는 개인 은행의 경제분석가로 일하게 되었다. 직무도 증권분석가에서 시니어파트너의 수석비서로 변경됐다. 그런데 3개월쯤 후 창업자가 불러 그를 야단쳤다. 왜냐하면 직무가 변경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증권분석가 시절처럼 일한다는 것이다. 당시 피터 드러커는 화가 났지만 창업자의 말이 옳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후 그는 새로운 일을 할 때마다 그 일에 효과적인 사람이 되고자 무엇이 필요한지 자문했고, 그 답변은 매번 달라졌다.
피드백 활동을 하라: 피터 드러커는 1937년 영국에서 미국으로 이주했다. 그 후 1945년경 그는 근대 유럽의 초기 역사, 특히 15, 16세기 역사를 3년에 걸쳐 연구해 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 연구를 통해 예수회 신부나 칼뱅파 목사는 어떤 중요한 일을 할 때마다 자신들이 예상하는 결과를 기록해 두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그들은 9개월 후 실제 결과와 자신들이 예상했던 결과를 비교해 보는 피드백활동을 했다. 이 피드백 활동은 그들이 잘한 것은 무엇인지 알려준다. 또한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 어떤 습관을 바꿔야 하는지도 알려준다. 피터 드러커는 이 피드백 활동을 일생동안 꾸준히 실행했다. 그래서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직시하고, 자신을 어떻게 개선할지, 자신이 불가능한 일은 무엇인지 분석했다.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길 바라는가: 1949년 피터 드러커가 뉴욕대 경영학 교수로 재직할 당시 크리스마스 시즌에 그의 부친이 캘리포니아에서 뉴욕으로 방문했다. 그는 1950년 1월 3일 부친과 함께 조지프 슘페터(Joseph Alois Schumpeter, 1883-1950) 하버드대학교 교수를 방문했다. 그때 피터 드러커는 조지프 슘페터 교수가 자신이 숨을 거둔 후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길 바라는지 들었다. 그것은 대여섯 명의 우수한 학생을 1류 경제학자로 키운 교수로 기억되는 것이다.
여기서 피터 드러커는 세 가지를 배웠다. 그것은 자신이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길 바라는지 스스로 질문해야 하고, 성숙해 가면서 그 질문에 대한 답변을 바꾸어야 하며, 다른 사람의 변화를 일으킬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피터 드러커 인생을 바꾼 7가지 지적 경험이 인재육성에 주는 교훈은 무엇일까. 필자는 경영자와 HR 실무자가 인사이트를 얻길 기대하며 필자의 관점 세 가지를 공유하려 한다.
첫째는 ‘나는 누구인가?’라는 정체성 확보이다. 조직 구성원 각자는 자신의 신념과 가치관에 의한 인재로 거듭나야 한다. 특히 조직 내에서 ‘나는 어떤 리더로 기억의 되고 싶은가?’에 대해 스스로 질문하고 선언해야 한다. 언젠가 조직을 떠날 때 회사와 조직 구성원이 본인이 기억되고 싶은 대로 기억해 줄 수 있게 그 선언을 실천해야 한다. 또한 리더로서 조직 구성원들에게 ‘나는 어떤 인재로 기억되고 싶은가?’를 선언하게 하고 실천하도록 기회를 줘야 한다. 그것이 자신과 조직 구성원의 꿈과 비전을 이루게 하는 최고의 동기부여이며, 그 실천은 곧 성취감과 성장을 가져다줄 것이다.
둘째는 전문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4차 산업혁명시대는 AI와 차별화하여 탁월한 성과를 낼 수 있는 전문성이 요구된다. 피터 드러커의 이야기처럼 성장하면서 새로운 일이 요구하는 바를 완벽하게 전문성을 갖추는 것이다. 지속적인 학습을 통해 다양한 시각과 전문성을 확보해 자신의 강점이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자신과 타인의 끊임없는 피드백을 통해 강점을 찾고 이 강점이 차별화된 성과를 만들어 내도록 한다.
셋째는, 열린 마음으로 소통하며 배우는 것이다. 피터 드러커의 일생은 배움과 나눔의 연속이었다. 7가지 사례에 나온 것처럼 그는 열린 마음으로 사람과 책, 그리고 사건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경제분석가 시절 창업자의 야단을 통해 자신의 행동방식과 일하는 스타일을 바꾼 용기는 교훈적이다. 그 경험이 축적돼 그는 일생동안의 배움을 40여 권의 저서를 통해 우리와 소통하고 있다.
피터 드러커는 인간의 존엄성을 강조하며 ‘경영은 인간에 관한 것이다’라고 했다. 인재로서 성장하기 위해 회사는 조직 구성원이 체계적으로 역량을 계발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그리고 개인은 자신의 무한한 가능성을 믿고 끊임없는 자기개발로 조직 내에서 자아실현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의 본질은 사람과 사물과 인터넷의 융합, 초연결, 탈중심화 등이다. 이러한 시기인 만큼 조직 구성원인 사람한테 집중해야 한다. 따라서 HR 부서는 현업의 리더들이 구성원을 위한 코치형 리더로 성장하도록 선도해야 한다.
참고도서
프로페셔널의 조건(The Essential Drucker on Individuals), 피터 드러커 저 이재규 역, 청림출판(2017)
피터 드러커 마지막 통찰, 엘리자베스 하스 에더샤임 저 이재규 역, 명진출판(2007)
CEO가 잃어버린 단어, 마시아리엘로·링크레터 공저 조성숙 역, 비즈니스 맵(2013)
김영헌 교수
경희대학교 경영대학 겸임교수이자 CMOE 파트너 코치. 경영 및 HR 전문가인 그는 포스코 미래창조아카데미원장을 비롯해 고용노동부 옴부즈만위원, 고용노동부 국가기술자격 정책 심의위원, 산업현장교수단 운영위원회 위원. 전국인재개발원장 연합회 회장, 한국산업교육학회 회장, 한국장학재단 대학생 사회지도자 멘토 등을 역임했다. 2011년에는 산업포장을 수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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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호 교수] 행복의 시작을 알리는 질문 왜 마음챙김인가?
인류는 그동안 밖 조건의 변화를 통해 행복을 추구하며, 세상에 대해 연구하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놀라운 방법들을 개발했다. 이를테면 우리 인류는 마음만 먹으면 우리들이 사는 이곳 지구를 몇 번이라도 파괴하고 남을 핵무기를 갖고 있다. 그에 반해 인류는 스스로를 이해하고 변화시키는 방법은 거의 진보가 없었다.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는 것은 천 년 전의 사람보다 더 잘하게 되었다고 할 수 없다.
그야말로 인류는 지구 반대편에 사는 사람들과도 얼굴을 보며 통화할 수 있는 스마트폰도 만들었지만, 바로 곁의 사람과의 소통은 예전보다 더 어려워진 것 같다. 이제 외부세계를 다루는 기술보다도 나의 내면을 이해하고 다루는 기술이 필요한 때다.
우리는 사는 세계를 이해하고 통제함으로써, 즉 밖 조건을 알고 변화시킴으로써 행복을 증진하고자 노력해다. 하지만 과연 더 행복해졌다고 말할 수 있을까. 문명이 발달한 선진국일수록 우울과 자살의 빈도가 더 높은 것은 왜일까.
아메리카 인디언들은 말을 달리다가 가끔 멈춰서 뒤를 돌아봤다고 한다. 그 이유는 너무 빨리 달려서 자신들의 영혼이 따라오지 못할까 봐 기다리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인류는 그동안 너무 빨리 달려왔는지 모른다. 이제는 멈춰서 우리 내면을 들여다볼 때가 아닐까.
눈이 밖을 향해서 그런지 모르겠으나 우리는 밖에 관심이 많다. 궁금하고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들도 모두 밖에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잠시 마음의 눈으로 우리 내면을 들여다보자. ‘나는 누구인가?’나 ‘나는 나를 잘 아는가?’ 같은 질문으로 나에 관해 관심과 호기심을 가져보면 어떨까. 나에 대해 궁금해하고 나를 발견하고 알아가는 재미를 붙여보면 어떨까.
불교에 의내명주(衣內明珠)라는 우화가 있다. 어떤 큰 부자가 길에서 우연히 옛 친구를 만났다. 그 친구는 거의 거지 행색으로 찢어지게 가난한 듯했다. 오랜만에 술 한잔하며 회포를 풀고, 그 친구는 잠이 들었는데 부자 친구는 길을 떠나야만 했다. 곤히 잠든 친구를 깨우고 싶지 않아 그 친구의 옷 안쪽 주머니에 평생 먹고 살 수 있을 정도로 비싼 보석을 넣어주고 떠났다. 그 후 다시 오랜 세월이 지난 후에 부자 친구가 예전의 가난했던 친구를 만났는데 아직도 남루하고 가난한 행색이었다. 부자 친구는 놀라 비싼 보석을 주었는데 왜 아직도 그렇게 가난하게 사느냐고 물었다. 그제야 옷 안쪽 주머니를 보니 보석은 여전히 그 안에 있었다.
마음챙김은 나를 바라보는 마음의 기술(mind skill)이다. 그것도 나를 있는 그대로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마음기술이다.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백승(百戰百勝)이라고 했다. 나를 잘 알면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서도 유익하다.
최근에 마음챙김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다. 필자가 마음건강을 위한 심리교육의 하나로 ‘서울심리지원 동북센터’를 통해 무료로 제공하는 마음챙김명상 워크숍에도 늘 정원보다 신청자가 많아 아쉽게 탈락하는 분들이 나온다. 마음챙김은 미국에서는 거의 열풍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마음챙김을 핵심으로 포함하는 ‘마음챙김에 기반을 둔 스트레스 감소(Mindfulness-Based Stress Reduction, MBSR)’ 프로그램이 다양한 질환의 환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 알려지면서 마음챙김을 중요한 요소로 포함하는 여러 심리치료가 개발되기 시작했다. 마음챙김을 도입한 대표적인 심리치료법에는 변증법적 행동치료(Dialectical Behavior Therapy, DBT), 수용-전념치료(Acceptance & Commitment Therapy, ACT), 마음챙김에 기반을 둔 인지치료(Mindfulness-Based Cognitive Therapy, MBCT) 등이 포함된다.
마음챙김은 의료 장면을 넘어서 여러 손꼽히는 기업에서 앞다투어 도입하고 있다. 마음챙김을 포함하는 프로그램들은 직원들의 스트레스 관리뿐만 아니라 의사소통과 리더십의 향상, 직무만족도 증가, 창의력 증진 등의 효과를 가져오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구글(Google)의 내면검색(Search Inside Yourself) 프로그램을 들 수 있다.
마음챙김은 또한 학교에도 도입되기 시작했다. 학생들의 창의성과 학습능력의 향상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행복과 전인적 성장을 위해 마음챙김을 포함한 프로그램들이 개발되고 보급되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마음챙김에 신경과학, 긍정심리학, 사회정서학습 등을 결합한 마인드 업(Mind-Up) 프로그램이 있다.
이처럼 우리 삶의 다양한 장면에서 마음챙김이 유익한 효과를 가져온다는 것은 심리학과 의학 등에서 과학적 연구를 통해 증명되고 있다. 앞으로 나를 알고 나를 다스리는 마음의 기술인 마음챙김에 대해 함께 알아보고 배워보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김정호 교수
덕성여자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현재 한국건강심리학회 산하 「마음챙김-긍정심리연구회」 회장으로 서울심리지원동북센터 센터장. 한국심리학회장, 한국건강심리학회장,대한스트레스학회 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주요 저서로는 『마음챙김명상 멘토링』, 『생각 바꾸기』, 『마음챙김명상 매뉴얼』, 『일상의 마음챙김+긍정심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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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순용 교수] 터널 딜레마의 대두 자율주행 자동차의 윤리적 이슈
자율주행 자동차는 보통 자동화의 수준에 따라 인간운전자에 의해 전적으로 운전이 이뤄지는 비자동화의 0단계, 속도 및 제동을 일부 제어하는 1단계, 속도와 방향을 스스로 제어하는 2단계, 운전자의 개입이 줄고 교통신호와 도로 흐름까지 인식하는 3단계, 운전자가 목적지만 설정하면 되는 4단계, 사실상 무인자동차에 가까운 5단계로 나눠진다.
자율주행 자동차의 윤리적 가이드라인은 주로 4, 5단계에서의 자율주행 자동차에 해당한다고 보면 될 것이다.
자율주행 자동차 도입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논거는 대체로 두 가지로 집약된다.
하나는 노약자나 장애인을 포함한 교통약자들의 이동성을 보장해줄 수 있다는 것이다. 자율주행 자동차의 편리하고 안전한 이동성(mobility)은 자율주행 자동차가 강조하는 강력한 캐치프레이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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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 자동차의 도입을 찬성하는 또 다른 강력한 근거는 바로 안전성이다. 사람의 실수로 발생하는 자동차사고의 인명, 재산상의 손실은 통계수치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놀라울 정도다. 자율주행 자동차는 이에 대한 강력한 대책으로 제안되고 있다. 자율주행 자동차의 기술적 불완전성으로 인한 사고의 발생 그 자체가 자율주행 자동차의 도입을 억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새로운 기술의 도입은 이 기술에 대한 수요와 이로부터 우리가 얻을 수 있는 편리함에서 매우 강력한 동력을 얻게 된다. 이러한 동력을 막을 수 없다면, 이 기술이 도입되어 우리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과정을 어떻게 조절하고 관리하느냐가 그 다음으로 중요한 문제로 등장하게 된다.
자율주행 자동차 도입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들은 반드시 윤리적인 숙고를 거쳐야만 한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자율주행 자동차가 주행 시 어떠한 기준을 가지고 운행돼야 하는지에 관한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기준이 외견상 기술적인 문제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윤리적인 선택과 결정의 문제인 경우가 많다. 밀러(J. Millar)는 자율주행 자동차의 윤리적 문제를 다루기 위해 트롤리 문제를 변형시켜서 다음과 같이 자신이 정의한 터널 문제를 제시한다.
이를테면 당신은 편도 1차선의 산길 도로를 따라 운행하고 있는 자율주행 자동차 안에 있으며, 전방에 있는 1차선의 좁은 터널에 진입하려고 한다. 이때 한 어린이가 길을 건너려 하다가 길 한가운데에 넘어진다. 이 차량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아이를 치어 죽게 하거나 터널 옆의 양 벽면 중 하나로 돌진해 자신을 죽여야 한다. 차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위의 딜레마 상황에서 ‘만약 당신이 이 자율주행 자동차 안에 있다면 차가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라는 물음에 대한 설문 결과를 보면 응답자 110명(여성 20명, 남성 90명) 중 64%는 직진해야 한다고 응답했고, 36%는 아이를 피해야 한다고 나왔다. 그리고 이와 같은 상황에서 ‘자율주행 자동차의 선택을 누가 결정해야 하는가?’라는 물음에 대해서는 차량탑승자(44%), 입법자(33%), 제조사나 설계사(12%), 기타(11%)로 대답하고 있다.
흔히 ‘터널 딜레마(Tunnel Dilemma)’라고 불리기도 하는 이 문제를 조금 더 변형시켜보자. 예를 들어 무인자동차가 1차선 터널 안을 가로막은 주정뱅이를 맞닥뜨렸고, 주정뱅이를 살리면서 안전하게 피할 방법이 없다면, 무인자동차는 차 주인의 안전을 위해 주정뱅이를 치고 가야 할까, 아니면 주정뱅이를 살리기 위해 차와 주인의 안전을 희생해야 할까? 무인차 구매자 처지에서는 자신보다 술주정뱅이의 안전을 우선하는 알고리즘이 탑재된 무인 차를 사려 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해서 주정뱅이가 사고를 당했다면 사법 당국과 보험 당국은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까. 차 주인인가, 알고리즘 설계자인가, 아니면 차에서 수동으로나마 통제하지 못한 탑승자인가. 그렇지만 만약 주정뱅이의 자리에 길을 횡단하려던 아이가 있었다면 사람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이 터널 문제는 두 가지 물음, 즉 ‘이 자율주행 자동차가 어떻게 선택해야 하는가?’와 ‘누가 그것을 결정해야 하는가?’를 던지고 있다. 이와 유사한 물음을 린은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자율주행 자동차가 핸들을 왼쪽으로 돌리면 8살 어린아이를 치게 되고, 오른쪽으로 돌리면 80세의 노인을 치게 한다. 달리던 차량의 속도에 의하면 어느 쪽이든 치인 사람은 사망에 이르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방향을 틀지 않으면 둘 다 치이게 되는 상황이다. 그래서 어느 쪽으로든 핸들을 돌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상황에 여러 사람을 대입시켜 논의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모든 사람을 공정하게 대하고 차별하지 않아야 한다는 국제전기전자기술자협회(IEEE)의 윤리규정도 같이 고려한다면, 이러한 상황에서의 ‘옳은 선택’이 무엇인지에 대한 결정은 결코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윤리적인 문제임이 분명하다. 앞에서 언급된 모든 경우에 있어서 자율주행 자동차의 선택과 이를 통제하는 알고리즘은 통계나 기술자들의 결정으로 이뤄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기준과 윤리에 의해 결정되어야 한다.
2017년 6월에 독일에서 발표된 자율주행 자동차의 윤리적 가이드라인에 대한 보고서에서도 인종 등의 차별적 선별을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딜레마 사고 상황일 때, 자율주행 자동차는 개인적인 특성을 고려해서 특정 희생자를 선택하도록 프로그래밍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규정을 제시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러한 규정도 자율주행 자동차의 관련 기술의 발전에 따라 변할 수 있고, 또 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령, 센서 기능의 지속적인 향상이 이뤄진다면, 그래서 보다 정확한 인식이 가능해진다면, 만약 아이와 성인 사이에서의 선택에 처할 수밖에 없게 된다면 무차별적인 선택 자체가 윤리적으로 문제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이상과 같은 상당한 윤리적인 문제가 자율주행 자동차의 도입, 활용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윤리적인 담론과 사회, 경제, 법적인 차원에서의 합의 도출이 요청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변순용 교수
서울교대 윤리교육과 교수.
로봇윤리연구회 및 한국환경철학회 부회장,
서울교대어린이철학교육센터 센터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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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필 교수] 사람과 공존하게 될 미래의 로봇 기술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거의 모든 현실 세계의 사물이 지능을 가질 것이며, 현실 세계의 아날로그형 사물이 가상세계와 연결하여 사람에게 정보를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즉 ‘사물지능 시대’가 되어 단순한 기계나 장비, 프로그램이 인공지능으로 바뀌게 되고, 온오프라인 세계의 융합이 이루어져 지구촌의 모든 사물이 기계적으로 연결될 것이다. 따라서 ‘점점 자동화되는 경제에서 로봇은 인공지능과 어떻게 효과적 공존 및 협업을 할 것인가’, 그리고 ‘로봇은 인공지능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관리할 것인가’ 등의 공존과 협업을 결정해야 할 때가 이미 우리의 일상생활과 산업 현장에 스며들어 와 있다고 할 것이다.
로봇은 인간을 모방해 외부환경을 인식하고, 상황을 판단하고, 자율적으로 동작하는 기계(지능형 로봇 개발 및 보급촉진법 제2조)로 정의할 수 있다. 국제로봇연맹(IFR, International Federation of Robotics)은 로봇을 그 용도에 따라 제조용(3축, 또는 그 이상을 가진 자동장치)과 서비스용(전문·개인서비스)으로 구분하고 있다. 제조용 로봇은 자동차, 전기·전자 분야 제조현장에서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고, 인간이 수행하기 힘들거나 해로운 작업, 단순반복 작업을 수행한다. 서비스용 로봇은 전문서비스(의료, 국방, 물류 등) 및 개인서비스(청소, 재활보조)로 구분하고 인간 노동력을 보완·대체 및 고위험·고정밀 작업을 수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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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로봇은 상황을 인지하는 단계를 넘어 인간과 상호작용하는 단계까지 성장했다. 이 변화는 멈추지 않고, 사회에 영향을 끼치며 계속해서 발전해 나갈 것이다. 따라서 로봇이 할 수 있는 것과 로봇이 할 수 없는 것에 대한 판단을 내리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그 경계는 계속해서 변하며, 아직은 모호하나 분명한 것은 로봇과 인공지능을 별개로 생각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인공지능을 이해하고 연구를 게을리하지 않는 것이 앞으로 로봇을 활용하는 방법일 것이다.
최근 등장한 인공지능 로봇들은 인간을 대체하는 것보다는 돕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김포국제공항에 등장한 안내 로봇은 국제선 대합실 곳곳을 돌아다니며 길 안내를 도와주고, 탑승 게이트에 운항정보까지 다양한 내용을 화면을 통해 보여준다. 병원에서는 방대한 의학지식과 건강정보를 습득한 헬스케어 로봇이 환자들의 상태를 살펴주고,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활약했던 안내 로봇은 외국인에게 통역 안내를 하고 평창을 소개하는 데 활용됐다.
로봇의 일상화로 일자리도 큰 변화를 겪을 것이다. 2025년이 되면 약 20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소멸하는 일자리는 단순 업무를 반복하는 제조 및 서비스 기반의 직군일 것으로 예상되며, 인간의 지각 및 사고영역이 필요한 직군은 여전히 생존할 것이다. 비록 로봇이 빠른 속도로 진화하고 있으나 아직은 인간의 뇌 영역을 따라가는데 일정 시간이 걸릴 듯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인공지능, 빅데이터, 보안 등에 대한 중요성이 증대되고 수요가 증가해 IT 관련 일자리는 새롭게 창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로봇 시장을 살펴보면 일부 제조용 로봇을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되어 있으나 규모는 제한적이고, 스마트화를 선도할 첨단로봇에 대한 수요기반이 취약하다. 자동차 및 전기·전자 등의 주요 공정에서 수요가 형성되어 있으나 스마트공장 확산에 대응한 첨단제조로봇은 활용이 미미한 수준이고, 서비스 로봇의 경우 단순 청소 로봇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며, 고도화된 서비스 로봇의 시장형성은 지연되고 있다. 그렇게 국내시장이 협소하기 때문에 제품개발·투자를 통해 적용실적(Track Record)을 확보하고 양산·수출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의 구축에 많은 어려움이 있다.
또한, 서비스·플랫폼 역량을 갖춘 로봇 전문기업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즉, 인공지능, ICT 융합기술 등을 바탕으로 스마트로봇 개발 및 종합 서비스화와 플랫폼화 수행이 가능한 로봇 전문기업을 찾기 어렵다. 그리고 기술개발·사업화 역량, 부품 경쟁력, 전문인력도 취약한 편이다. 지금까진 R&D·사업화를 통해 선도국과의 기술격차를 지속해서 단축해왔으나,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핵심 제품군 확보에는 어려움이 있고, 제품원가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부품의 상당 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제품가격을 비롯해 기업경쟁력 확보가 쉽지 않다. 또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고급 전문인력도 부족하기 때문에 인공지능·ICT 융합 분야 등 로봇 융복합 인력 양성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첨단제조로봇 활용은 스마트팩토리의 고도화 방향에 맞춰야 한다. 즉 스마트팩토리 보급·확산사업과 연계해서 제조 로봇 신규수요를 창출하고, 로봇 활용을 통한 스마트팩토리 고도화의 선순환 구조를 형성하고, 스마트팩토리 구축에 필요한 솔루션, 디바이스 등의 구축을 지원하고, 스마트팩토리를 이미 구축한 기업 중 로봇활용도가 높은 기업을 대상으로 협업 로봇, 양팔 로봇 등 첨단제조 로봇을 적용하기 위한 시범프로젝트 추진을 지원해야 할 것이다.
서비스 로봇의 공공수요 발굴 및 보급·확산을 위해서는 이송, 소셜, 의료, 안전 분야에서 서비스 로봇에 대한 공공수요를 발굴, 시제품의 테스트베드를 제공하고 사업화 적용실적 확보를 지원해야 할 것이다. 2020년까지 의료·재활, 무인이송, 소셜(social), 사회·안전 등 4대 유망 품목에 대해 관계부처 합동으로 공공 프로젝트를 발굴·지원해야 할 것이다.
여기에 시장 활성화를 위한 선제적 제도 정비도 요구된다. 이동성·활동성을 가진 이동형 로봇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안전문제 방지를 위한 기준을 선제적으로 마련해야 하고, 공적보험 적용 확대, 장애인복지 지원 대상 품목 인정 등 의료 재활 로봇 보급·활용 촉진을 위한 제도적 기반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정종필 교수
성균관대학교 스마트팩토리융합학과 교수.
글로벌창업대학원, 휴먼ICT융합학과,
AI로봇학과 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아울러 전자부품연구원 전문연구위원
(IoT융합-스마트팩토리 분야, 표준화) 및
한국인터넷방송통신학회 이사,
혁신성장동력위원회 자문위원 및 중소기업중앙회
4차산업위원회 위원으로도 전념하며,
스마트팩토리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산학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한 교육이념을 실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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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경원 교수] 학습자의 성장을 알 수 있는 PBL에서의 평가
평가는 교육목표와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PBL에서의 평가 기준과 대상은 PBL의 목표에 근거한다. PBL의 교육목표는 통합된 지식기반의 획득, 문제 상황에서 제시된 단서들을 중심으로 구조화된 지식기반의 획득, 실제 맥락에서 사용되는 문제해결과정과 얽혀진 지식기반의 획득, 전문가로서의 효과적, 효율적 문제해결과정 개발, 실효적인 자기주도학습기술의 개발, 효과적인 팀 기술의 개발이다. 따라서 PBL에서의 평가는 기존의 전통적 교수학습 환경과는 다른 평가 철학과 방법이 필요하다. 평가는 교육이 과정을 밀고 나갈 수 있는 추진력을 제공하는 것이기 때문에 PBL에서의 평가 역시 PBL의 목표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학습을 이끌어가도록 계획해야 한다.
PBL의 이론적 근거가 되는 구성주의에서는 평가의 전통에 대한 근본적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즉 평가가 학습 과정에서 이루어져야 하고, 학습자가 문제를 해결하고 지식과 기능을 새로이 상황에 전이할 수 있는 능력에 초점을 두어야 하며, 학습자들의 역동적인 학습 과정을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McLellan, 1993). 따라서 PBL에서의 평가는 학습자들이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이용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져야 하며, 과제의 결과뿐만 아니라 문제해결과정 자체도 포함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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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PBL에서의 평가는 학습자들의 학습을 이해하고 향상하는 지속적 과정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즉, 학습 목표의 분명한 설정, 학습의 질을 평가할 수 있는 적절한 준거와 기준 확립, 학습자들이 기대와 수준에 맞게 어떻게 수행했는지를 결정할 수 있는 자료의 체계적 수집, 분석, 해석, 그리고 수행을 향상하기 위한 평가결과 활용으로 이어지는 과정으로 파악되어야 한다(Savin-Baden & Major, 2004). 이러한 이유로 PBL에서는 다양한 대상을 평가한다.
아울러 PBL 평가대상은 학습 목표에 따라 지식, 기술, 태도 영역으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지식영역에서는 문제에서 다루는 주요 내용에 대해 학습자들이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는지, 얼마나 해당 지식을 통합적으로 습득했는지를 평가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문제의 최종 해결안, 개념지도, 성찰저널 등의 결과물과 PBL에서 다룬 것과 유사한 형태의 다른 문제 상황을 제시하여 이에 대한 학습자들의 문제해결안을 살펴보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지식영역의 학습 성공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Anderson, 1998). PBL에서도 가장 기본적 평가대상인 지식영역과 관련해서 교수자들은 전통적 방식의 교육과 비교하여 PBL을 경험한 학습자들이 습득한 지식 수준이 어느 정도인가에 대해 궁금해한다. 이에 대해 많은 연구가 PBL이 지식과 개념 습득에 효과적이라고 보고하고 있다.
다음으로 기술영역에서는 학습자들이 문제해결기술, 팀 학습기술, 자기주도학습기술, 의사소통 기술을 얼마나 잘 활용하고 익혔는지를 평가해야 한다. 이러한 기술은 학습자들이 평생학습자가 될 수 있도록 하는 유용한 기술들이다.
또한, 태도영역에서는 학습자들의 과제(주제)에 대한 태도, 다른 사람의 의견에 대한 태도, 기꺼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태도, 문제에 대한 자신감 등이 얼마나 긍정적으로 향상되었는가를 평가해야 한다. ‘
여기서 기술과 태도 영역에서의 평가는 학습자들의 개별학습과 팀 학습활동의 과정, 문제해결안의 발표, 그리고 자기효능감 등의 특정 변인에 대한 검사도구 등을 활용하여 평가할 수 있다.
학습과정 및 결과물
지식
기술
태도
문제해결 계획
선행지식 및 이의 활용능력을 평가할 수 있음
문제해결기술
과제에 대한 태도
문제해결에 대한 태도
팀별 토론 내용
(온라인 활용)
개별학습내용을 다른 팀원에게
설명, 질의, 응답하는 모습으로
지식의 이해, 적용, 종합 능력 평가
대인관계기술
자기주도학습기술
의사소통기술
타인의 의견에 대한 태도
문제해결안
(발표)
학습내용이 적절하고 논리적으로 제시되었는지 평가
문제해결기술
자신감
개념지도
개념관계에 대한
이해를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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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찰저널
‘무엇을 배웠는가?’
관점에서 학습내용에 대한
바른 이해의 여부를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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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제에 대한 태도
문제해결에 대한 태도
타인의 의견에 대한 태도
참고문헌
최정임, 장경원(2015). PBL로 수업하기. 서울: 학지사.
장경원, 고수일(2014). 액션러닝으로 수업하기. 서울: 학지사.
Brown, J. & Isaacs, D. (2005). The world cafe: shaping our futures through conversations that matter. San Francisco: Berrett-Koehler. 최소영 역. (2007). 월드 카페: 7가지 미래형 카페식 대화법. 서울: 북플래너.
장경원 교수
경기대학교 인문사회대학 교직학과 교수
문제중심학습, 액션러닝, 프로젝트학습, 토의와 토론 등
학습자 중심 교수학습방법과 긍정탐색(Appreciative Inquiry),
‘Project Design Matrix’, 학교컨설팅 등 학교와 조직의
문제해결 및 조직개발 분야에 대한 연구와 강연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PBL로 수업하기」, 「액션러닝으로 수업하기」,
「창의적 리더십이 교육과 세상을 바꾼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