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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모비스, 스펙보다 직무능력 갖춘 인재 우선 채용
현대모비스가 지난 1일부터 진행 중인 하반기공채에서 모집분야별 다양한 직무능력 평가 방식을 처음으로 도입하는 등 신입 및 경력사원 채용에서 직무적합성 평가를 대폭 강화한다고 7일 밝혔다. 앞으로 스펙보다는 직무능력 위주로 채용하겠다는 취지다.
현대모비스는 이번 공채부터 연구개발 소프트웨어 직군을 신설하고, 해당 직군에 대해서는 실기테스트를 실시하는 방식으로 채용절차를 변경했다. 또한 소프트웨어 분야가 아닌 다른 연구개발 직군의 경우, 기존 1차 면접에 포함되어 있던 토의면접 대신 PT(Presentation)면접을 보는 것으로 대체해 직무능력을 평가한다.
이에 따라 이번 하반기공채에 소프트웨어 직군으로 지원한 신입사원들은 그룹사 인적성평가(HMAT)를 치르고 난 뒤, 약 1시간 반 정도의 해당 직군의 직무능력을 평가하는 실기테스트를 별도로 치러야한다. 현대모비스는 전문 소프트웨어 자격인증 평가기관을 통해 이 테스트를 개발해 신뢰성을 확보했다.
현대모비스는 이를 통해 연구개발 현장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실전형 인재를 선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자동차에 적용되는 전자장치가 늘어남에 따라, 자동차 업계와 IT업계가 빠른 속도로 융합되면서 소프트웨어 개발 전문 인력의 필요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모비스는 전문지식과 경험 수준을 평가해 해당 직무에 최적화된 소프트웨어 인력을 채용한다는 방침 아래, 앞으로 진행되는 경력사원 채용에서도 세분화된 실기시험을 확대 적용해 나갈 계획이다.
소프트웨어 분야가 아닌 다른 연구개발 직군 지원자는 1차 면접 때 기존 토의 면접이 아닌 PT 면접을 보게 된다. 지원자가 실무와 관련된 한 가지 특정 사례를 제시받으면, 해당문제를 전공지식을 바탕으로 분석하고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실무적 관점에서 발표하는 방식이다. 현대모비스는 지원자가 특정 문제에 대한 대안을 발표하는 과정을 보며 분석적인 사고와 문제해결 능력, 그리고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평가한다는 계획이다. 소프트웨어 분야 지원자는 해당 PT면접은 보지 않는다.
현대모비스 인재채용팀 안재형 부장은 “그동안 많은 기업들이 다양한 다면평가 방식을 도입했지만 지원자의 실제 능력을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힘들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연구개발 분야에서 만큼은 어느 정도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는 실기테스트를 앞으로도 확대 적용해 직무역량을 갖춘 인력들을 선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현대모비스는 이달 1일부터 15일까지 채용 홈페이지(http://recruit.mobis.co.kr)를 통해 서류를 접수받고 있으며, 9월 말 서류합격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앞으로 서류심사 후 인적성검사-1차 면접-최종면접 순으로 채용절차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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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休] 더그림
북으로는 조선소나무 산과, 동남서로는 사계절 내내 흐르는 계곡 물이 감싸고 있는 포근한 공간, 더그림.
봄에는 10만여 그루의 철쭉으로 뒤덮인 아름다운 정원이, 여름에는 카펫 같은 잔디와 풍부한 계곡 물, 가을에는 아름다운 단풍, 겨울에는 눈꽃이 우리를 4계절 내내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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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P연구소] 제18회 IAF(세계퍼실리테이터협회) 아시아 콘퍼런스
지난 8월 20일부터 22일까지 인도 뭄바이에서는 제18회 IAF(세계퍼실리테이터협회) 아시아 콘퍼런스(18th Annual IAF Asia Facilitators Conference)가 개최됐다. 작년 싱가포르에 이어 인도 뭄바이에서 열린 이번 콘퍼런스에는 12개국에서 190여 명의 퍼실리테이터들이 참석해 열띤 나눔의 시간을 보냈다. 본지에서는 ORP연구소에서 제공해준 제18회 IAF아시아 콘퍼런스 관련자료를 기반으로 내용을 정리했다.
자료제공 ORP연구소 정리 편집팀
퍼실리테이션은 조직 내 소통 및 참여의 증진을 통한 조직문화변화를 이끄는 가장 중요한 기법으로서, 특히 HRD분야에서는 그 중요성이 점차 증가되고 있고 영역 또한 기업뿐 아니라 농촌개발, 도시개발 등 사회적 변화나 참여적인 행정, 학교에서의 참여 수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발전하고 있다. 이에 따라 퍼실리테이터의 역할이나 역량에도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매년 열리는 IAF 아시아 지역 콘퍼런스는 아시아 및 오세아니아 지역에서 활동하는 퍼실리테이터, HRD 및 OD전문가들이 모여 새로운 토의 도구와 기법, 트렌드를 경험하고 나누고 있다. 서로의 전문성을 개발시키고 국제적 교류를 통해 나라와 인종을 넘어 더 나은 ‘변화’를 위해 중점 프로젝트를 선정하고 기획해 실천하는 활동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번 콘퍼런스는 아래와 같은 세 개의 큰 주제로 나눠 진행됐다. ‘Discover(발견)’은 퍼실리테이션의 간단한 도구와 프로세스를 통해 만들어내는 거대한 파워를 ‘발견’하도록 하는 것, ‘Engage(참여)’는 다문화적 팀의 촉진, 참여에 의한 갈등의 해결 등 퍼실리테이션을 통한 ‘참여’의 극대화를 체험함으로써 ‘참여’의 중요성과 그 ‘참여’를 이끌어내는 퍼실리테이션을 경험하는 것, 마지막으로 ‘Innovate(혁신)’은 다양한 상황에서 특이하고, 새롭고, 다르고, 창의적인 방법으로 응용되는 ‘혁신’적인 퍼실리테이션 프로세스와 도구를 만들어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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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유희재 ORP연구소 이사의 IAF 아시아 퍼실리테이터 참관기다.
DAY ⓵
본격적인 콘퍼런스가 열리기 하루 전인 20일에는 회의 전 워크숍(Pre Conference Workshop)이 진행됐다. 이날 워크숍에서는 대만의 ‘더블 다이아몬드 프로세스 모델(변화 프로세스)’과 미국의 ‘최고의 회의시간(Meeting that Rock)’이 소개됐다.
대만 ICA(International Culture Affair)의 대표인 로렌스 필부룩(Lawrence Philbrook)은 그의 제자 에릭 쳉(Eric Tseng), 아서 예치(Arthur Yeh)와 함께 ‘서비스 디자인과 퍼실리테이션’이라는 주제로, ICA ToP(Technology of Participation) 퍼실리테이션 기법을 활용해 조직이나 팀에서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거나 서비스 목적을 변화시킬 때 활용할 수 있는 변화프로세스로 ‘더블 다이아몬드 프로세스 모델’을 소개했다.
한편, 동시에 진행된 또 다른 회의(Pre Conference WorkShop)에서는 미국에서 활동하는 바바라 맥키(Barbara Ma ckey)가 ‘최고의 회의시간(Meeting that Rock)’이라는 주제로 참여적인 미팅을 설계하는 프로세스를 소개하고 ‘최고의 회의시간’을 만들어 참가자들이 즐겁고, 집중되고, 효율적인 회의를 운영하기 위한 다양한 설계방법을 제시했다.
DAY ⓶
‘발견’, ‘참여’, ‘혁신’(Discover, Engage, Innovative)의 큰 영역의 주제로 동시 진행된 세션들 중 필자가 참가한 세션들을 간단히 소개한다.
‘Discover’
발견(Discover’) 세션에서는 조직과 사회를 바꾼 사례와 퍼실리테이터의 가치와 윤리적 기준들을 공유하는 내용이 주였다.
첫째로, 카주아 카토리(Kazua Katori)&코헤이(Kohei)의 ‘월드 카페의 새 지평- 20주년을 기념 축하하며(The New Horizon of The World Cafe–Celebrating 20th Anniversary) 세션에서는 널리 알려진 토의 도구 ‘월드카페’의 탄생 20주년을 기념해, 다양한 영역에서 ‘월드 카페’를 적용하고 이를 사회, 조직, 지역사회를 바꾸는 데 적용시킨 사례를 공유했다.
둘째, ‘윤리적인 퍼실리테이터 되기’ 세션에서는 현재 IAF의 수장인 킴벌리 베인(Kimberly Bain)이 퍼실리테이터로서의 가치와 윤리를 성찰하고, 퍼실리테이터로서 겪을 수 있는 윤리적인 어려움을 공유하고, 그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윤리적 기준을 갖기 위한 활동들을 제시했다. 참여자들은 자신들의 의견을 모아 나름의 윤리적 기준을 만들어보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Engage’
참여(Engage)는 ORP연구소의 이영석 대표와 필자가 진행했던 세션으로, 이론에 입각한 AI(Appreciate Inquiry)에 ICA의 ToP퍼실리테이션 기법을 도입하고 다양한 도구를 활용한 정교화된 프로세스에서 개인의 강점들이 팀의 업무수행을 향상시킬 수 있음을 경험하는 자리였다.
첫째, 향상된 팀 만들기(Appreciative Team Building) 세션은 ORP연구소의 이영석 대표와 필자가 진행했던 세션으로, 이론에 입각한 AI(Appreciate Inquiry)에 ICA의 ToP퍼실리테이션 기법을 도입해 정교화된 프로세스를 소개했다. 본 세션에서 참여자들은 ‘개인’에서 시작된 팀의 강점을 활용해 효과적인 업무 프로세스와 협력적 관계 구축을 통해 결국 개인의 강점들이 모여 팀의 업무수행을 향상시킬 수 있음을 경험했다.
특히 다양한 도구의 활용은 참가자들로부터 많은 호평을 받았다. 한국에서 개발, 사용하는 도구 및 프로세스가 다른 나라의 퍼실리테이터들에게도 의미 있고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할 기회가 됐다.
둘째, ‘체험적 일들! 프로세스와 학습을 풍요롭게 해주는 체험적인 학습의 작용(Experience Matters! Synergising experiential learning to make your processes and learning richer)에서는 직접 체험하는 여러 가지 게임과 활동들을 통해 경험의 중요성을 느끼고 또 이러한 경험들이 학습과 워크숍의 프로세스를 얼마나 풍요롭게 만들 수 있는지 경험할 수 있었다.
강사인 제럴드 웡(Gerauld Wong) DISC 강사는 참여자들이 직접 몸으로 경험하며 얻은 여러 배움의 조각들을 퍼실리테이터의 질문과 정리를 통해 스스로 맞춰가며 하나의 활동에서도 여러 방향의 학습 포인트를 찾아낼 수 있도록 진행해, 참가자들에게 유쾌하면서도 배움으로 가득 찼던 시간이었다.
셋째, 릴리언 웡(Lilian Wang)과 이본 DoA(Yvonne Yam)가 진행한 ‘헬리콥터 타기-통합적인 관점으로써의 클라이언트(Riding on The Helicopter–Client Engagement with Integral View)’는 클라이언트나 이해관계자들이 도전적인 환경에서 벗어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도록 돕는 프레임워크를 제시한 세션으로 특별히 통합적 관점, 즉 헬리콥터 관점을 형성하여 전체 퍼실리테이션 프로젝트에 활용하는 방법을 경험해볼 수 있었다.
‘Innovate’
혁신(Innovate) 세션은 다양한 워크숍들을 활용해 변화를 불러오는 전략과 실행 프로세스를 탐구하는 자리였다.
먼저, ‘변화하는 삶, 발견을 통한 학습(Living Into Change, Leading through discovery)’에서는 많은 클라이언트가 ‘변화’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작업하길 원하는 요즘 전략 기획과 실행 프로세스로 나아가기 전에 리더들을 지지하기 위한 새로운 방법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본 세션에서는 발표자였던 로렌스 필브룩 대표 자신이 경험한 다양한 워크숍들을 소개하고 활용해 각 프로세스를 탐구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 콘퍼런스는 퍼실리테이션의 새로운 트렌드와 각국에서 활용하는 퍼실리테이션 도구들을 경험했고, ‘참여에 의한 활동’의 중요성을 공감하는 자리로 퍼실리테이터들의 노력과 연구에 자부심과 사명감을 공유한 소중한 자리가 됐다.
모든 세션 하나하나 다 들어가고 경험하고픈 멋진 주제들이었지만 모두 참석할 수 없어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이번 콘퍼런스 참여를 통해 퍼실리테이션의 새로운 트렌드와 각국에서 활용하는 퍼실리테이션 도구들을 경험할 수 있었고, ‘참여에 의한 활동’의 중요성을 우리나라뿐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 느끼고 늘려나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 그 중심에 강력한 퍼실리테이터들의 노력과 연구가 있다는 것에 퍼실리테이터의 한 사람으로서 자부심과 사명감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비단 퍼실리테이터들뿐 아니라 HRD 및 OD분야의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퍼실리테이션을 경험할 수 있었던 본 콘퍼런스에 대해 한국에서도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사흘간 진행된 IAF 아시아 콘퍼런스는 이렇듯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한편, 다음 19번째 콘퍼런스는 2016년 9월에 대만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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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계택] 청년 구직자의 소명의식 실태
그동안 우리 사회는 소명의식을 덜 중요시했지만 소명의식은 근로자의 입장에서는 삶의 질과 일의 의미에 있어 중요하고 기업의 입장에서는 근로자의 만족과 성과에 영향을 미친다. 이제는 우리도 소명의식에 관심을 가질 때가 됐다.
글 오계택 박사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나라 사회와 기업에서는 소명의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소명의식이 높은 근로자가 업무성과도 높고 조직에 대한 헌신감도 높으며, 시민의식도 높다면 기업에서는 앞으로 소명의식이 높은 근로자를 채용하고 기존근로자들의 소명의식 함양에도 노력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또한, 개인의 입장에서는 본인이 현재 하는 일이 단순한 생계 유지를 위한 수단이 아니라 내가 현재 하고 있는 일에 사명감과 보람을 느끼고, 내가 현재 하고 있는 일을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기회로 생각하고, 주위의 동료들과 인생을 함께 살아나간다는 느낌으로 근무할 수 있다면 일을 즐겁고 의미 있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소명의식은 기업의 입장에서는 근로자들이 열심히 근무할 수 있는 동기를 제공할 수 있고 근로자의 입장에서는 일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는 방안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그동안 소명의식에 너무 무관심했다. 이제라도 소명의식에 관심을 가지고 근로자의 소명의식 함양에 노력할 때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소명의식은 어떤 요소들을 가지고 있고, 현재 우리나라 근로자들의 소명의식 현황은 어떠하며, 효과는 무엇인지를 알아볼 필요가 있겠다. 최근에 이뤄진 연구의 데이터를 활용해 우리나라 근로자들의 소명의식을 분석했다. ---
소명의식과 청년층 구직행위
구직과정에서 청년 구직자는 취업의 목적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또한 자신이 하려는 일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바탕으로 일의 의미를 탐색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이 선행됐을 때, 직무만족이 높아질 뿐만 아니라 직장 내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나 스트레스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신념에서 비롯되는 일의 의미는 ‘일에 대한 관점(Work Orientation)’이라는 개념으로 제시할 수 있으며, 일에 대한 관점은 직업(Job), 경력(Career), 소명(Calling)으로 구분할 수 있다. 직업으로서의 일은 일을 통해 얻는 물질적인 보상에 주로 관심을 갖는 경향이 있고, 이들에게 일은 단지 여가에 사용할 돈을 마련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라고 볼 수 있다. 경력으로서의 일은 일에 대한 보상으로 얻는 급여인상이나 승진, 명성 등에 관심을 두며, 이들은 조직 내에서 더 높은 위치로 올라가기 위해 일을 하는 것이다. 일을 소명으로 보는 사람들은 일 자체가 하나의 목적으로, 개인적 이익보다는 사회에 기여하려는 마음으로 일하는 경향이 있다(Bellah et al., 1985). 이처럼 일에 대한 관점은 개인의 삶과 직무에서의 만족감, 그리고 앞으로 하고자 하는 직업의 선택, 일의 수행방식, 일과 인생에서 추구하는 가치 등에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지적돼 왔다. 일에 대한 관점은 또한 직장에서의 직무 및 관계 인식에 영향을 줄 수 있으며, 인식변화를 통해 형성된 일의 의미는 직무동기 및 성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돼 왔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청년들의 직장 내 적응력을 향상시키고 일의 의미와 목적을 찾도록 하는 데 있어 ‘소명의식’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소명은 ‘자기를 넘어선 것으로부터 비롯되는 초월적 부름을 경험하는 것이며, 삶에서의 특정한 역할을 어떤 목적이나 의미를 지향하는 태도로 접근하고, 타인 지향적인 가치와 목표를 주요한 동기의 원천으로 가지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처럼 소명은 신이 일을 통해 사람들을 ‘부른다’는 기독교의 종교적인 개념에서 유래한 것이었지만 최근에는 종교적 관점을 넘어서 재조명되고 있다. Dik & Duffy(2009)에 따르면, 소명이란 일에 대한 가치 부여를 말하며 자신이 하는 일이 사회에 이로운지를 염두에 두고 삶의 의미와 목적을 부여함으로써 자발적으로 일을 수행하게끔 동기화시켜 주는 것으로 정의된다. 그러므로 소명의식을 가진 사람은 일을 하는 데 있어서 자신의 역할이 무엇인지 깨닫고 그 속에서 의미와 목표를 추구하며 사회의 공공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려는 태도를 갖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청년 구직자(신규 입사자)가 소명의식을 가지고 업무를 수행한다면, 이후 직장 내에서 만족감이 높아짐과 동시에 기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다.
청년 구직자의 소명의식
소명의식은 여러 가지 방식으로 구분이 가능하지만 널리 활용되는 방식은 ‘초월적 부름(Transcendent Summons)’, ‘목적·의미(Purpose/Meaning)’, ‘친사회적 지향(Prosocial Orientation)’의 세 가지 구성요소로 구분하는 것이다.
청년 구직자(신규 입사자)의 소명의식을 조사해 본 결과 전반적인 소명의식은 5점 만점에 평균 3.16점으로 나타나 아직까지는 우리나라 청년 구직자의 소명의식이 상대적으로 높지 않다는 것을 보여줬다. 항목별로 살펴보면, 초월적 부름 3점, 목적/의미 3.28점, 친사회적 지향 3.19점이었다. 청년 구직자들에게는 소명의식 중에서 일의 목적과의미가 상대적으로 중요한 부분임을 알 수 있다.
성별·학력별·기업규모별·산업별 소명의식
성별 소명의식 수준을 살펴보면 남성이 3.27점, 여성이 3.04점으로, 여성에 비해 남성의 소명의식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학력별로는 고등학교 졸업이 3.13점, 전문대졸이 3.07점, 대학교 졸업이 3.19점이었다. 학력별로 큰 차이는 없었지만 대학교 졸업자들의 소명의식이 가장 높았으며, 전문대 졸업자들의 소명의식은 고등학교 졸업자들보다도 낮았다. 전문대가 전문지식에 대한 지나친 강조로 인해 상대적으로 인성 교육 등이 약화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되는 대목이다.
기업규모를 300인 미만과 300인 이상으로 구분해 살펴본 결과 300인 미만의 사업체에서는 3.16점으로 전체 평균과 비슷했으며, 300인 이상의 사업체에서는 3.21점이었다. 300인 이상의 사업체가 300인 미만의 사업체에 비해 약간이나마 소명의식이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산업별로 청년구직자의 소명의식을 살펴보기 위해 제조업(전기, 가스 및 수도사업 / 건설업 포함)과 서비스업을 구분했다. 하지만 제조업(3.15점)과 서비스업(3.17점)은 비슷한 수준의 소명의식을 보여, 산업에 따른 소명의식의 차이는 미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초월적 부름
소명의식을 차원별로 나눠 분석한 결과, 초월적 부름 차원에서는, 남성(3.11점)이 여성(2.89점)보다 초월적 부름을 더 많이 의식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학력에 따라서는 고등학교 졸업, 전문대 졸업, 대학교 졸업이 각각 3점, 2.99점, 3.01점으로 큰 차이가 없었다. 산업별로도 제조업 3점, 서비스업 3.01점으로 차이가 거의 없었다. 사업체 규모에 따라서는 300인 이상의 기업에 소속된 청년 구직자(신규입사자)가 3.03점인데 비해 300인 이하의 기업은 3점으로 약간 낮았다.
목적·의미
일의 목적과 의미에 있어서도 여성(3.15점)보다는 남성(3.41점)의 소명의식 수준이 더 높았다. 학력별로 보았을 때는 대학교 졸업(3.33점), 고등학교 졸업(3.24점), 전문대 졸업(3.17점) 순으로 나타났다. 소명의식에 있어서의 학력별 차이는 주로 목적 및 의미에 있어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 기업규모별로는 300인 미만 3.29점, 300인 이상 3.30점으로 크게 다르지 않았으며, 산업별로는 서비스업(3.30점) 종사자가 제조업(3.27점) 종사자에 비해 약간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Steger & Dik(2009)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자신의 일을 소명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삶의 의미를 더 많이 느끼고, 인생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친사회적 지향
친사회적 지향 수준도 여성(3.10점)에 비해 남성(3.28점)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학력별 친사회적 지향 수준도 일의 목적·의미에서와 마찬가지로 대학교 졸업(3.25점), 고등학교 졸업(3.15점), 전문대 졸업(3.06점) 순으로 나타났다. 친사회적 지향에서도 전문대졸의 수준이 고등학교보다 낮게 나타났다는 것은 전문대 교육에 있어 전문지식 분야 이외에도 교양이나 인성 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고 하겠다. 기업규모별로는 초월적 부름이나 목적·의미와 달리 차이를 보였다. 300인 이상 사업체에서는 3.30점이었으며, 300인 미만 사업체에서는 3.18점이었다. 산업별로는 제조업 3.19점, 서비스업 3.20점으로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소명의식에 따른 이직의도
소명의식은 여러 가지 영향을 나타낼 수 있지만, 주로 조직몰입, 이직의도, 직무만족, 조직시민행동 등을 설명하는 데 주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으로 논의돼 왔다(Elangovan et al., 2010). 소명의식을 가진 경우에 다른 기업으로 이직할 의도가 얼마나 감소하는지를 살펴보기 위해 소명의식이 높은 집단과 소명의식이 낮은 집단을 비교한 결과, 이직의도에 있어서 소명의식의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전체 청년 구직자(신규 입사자)들의 평균 이직의도가 2.63점이었다. 그러나 소명의식이 높은 집단과 낮은 집단은 각각 2.23점, 2.93점으로 큰 차이가 나타남을 확인할 수 있다.
소명의식에 따른 직무만족
Duffy, Dik & Steger(2011)에 따르면, 실제로 소명이 직무 만족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결과에서도 소명의식이 높은 청년구직자(신규입사자) 집단의 직무만족 수준은 3.64점으로 나타났으며, 소명의식이 낮은 집단에서는 3.28점으로 낮았다. 결국 소명의식이 높은 근로자들은 소명의식이 낮은 근로자들에 비해 자신의 직무에 더 만족하며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소명의식의 역할과 중요성
지금까지 우리나라 청년 입사자들의 소명의식 실태에 대해 살펴봤다. 자료에서 나타났듯이 우리나라 청년 입사자들의 소명의식은 아직까지 그리 높은 수준은 아니라고 보여진다. 물론 직장 생활을 하면서 조직에 대해 애착도 생기고 동료애도 깊어지면서 소명의식이 더 강해질 수도 있겠지만 자신의 인생관 및 가치관 정립을 통해 소명의식 함양에 힘쓸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 분석에서도 소명의식은 근로자들의 직무만족과 이직의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소명의식이 높은 근로자들은 자신의 직무에 더 만족하며, 현재의 직장을 떠나려는 마음을 덜 가진다는 것이다. 이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매우 긍정적인 측면이며, 따라서 앞으로 기업들은 근로자들의 소명의식 함양 프로그램 등에도 관심을 보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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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화] 신뢰와 공정함으로 직업능력개발의 미래를 열다
그동안 한국산업인력공단 등 3개 기관에서 분산·운영돼온 국가 차원의 직업능력개발사업의 심사·평가 업무가 하나의 기관으로 통합됐다. 이곳이 바로 지난 2015년 4월 1일 신규 개원한 한국기술교육대학교 직업능력심사평가원이다. 직업능력심사평가원은 국가가 산업 부문별·수준별 직무를 체계화·표준화한 국가직무능력표준(NCS·National Competency Standards) 기반 중심으로 직업훈련 체질을 개편한다. 또한, 심사·평가의 품질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의 노력을 통해 구직자와 재직자가 양질의 직무역량을 강화하도록 견인한다. 미래의 능력중심사회를 구현하는 막중한 역할이다. 한국기술교육대학교 직업능력심사평가원의 수장, 임경화 초대원장을 만나 이에 관해 자세한 얘기를 들어봤다.
글 김현지 선임기자 사진·영상 이재용 기자
공정한 심사평가로 직업훈련의 질을 최대한 끌어올릴 것
그간 정부가 지원하는 직업훈련에 관한 심사·평가 업무가 사업별·기관별로 분산 운영돼오다 보니, 사업 간 연계가 부족하고 심사·평가 기준도 상이해 직업훈련에 품질관리는 차치하더라도 그 효과성에 의구심이 든 것이 사실이다.
특히 정부의 막대한 예산 투입에도 불구하고 직업훈련에 대한 성과 저조와 대국민적 인식 부족은 결과적으로 ‘통합’이라는 산물이 탄생하는 배경이 됐다.
직업능력심사평가원의 임경화 초대원장(이하 임 원장)은 이러한 시대적 흐름과 국민의 요구사항을 잘 인식하고 있었다. 임 원장은 “공정하고 객관적인 심사·평가, 체계적인 훈련관리, 훈련 품질 강화 유도, 철저한 부정훈련 차단 노력 등이 조화롭게 추진되는 것만이 국가의 경쟁력 향상과 능력중심 사회로 나아갈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직업능력심사평가원 추진 사업의 역할
직업능력심사평가원에서 추진하는 사업의 역할에 대해 임 원장에게 간략히 소개받았다. 첫째로 직업훈련기관들이 국가에서 지원하는 직업훈련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기관인증평가’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이는 직업훈련기관들의 기관 건전성, 기관 역량 등 2단계의 종합적 평가를 통해 수행자격이나 능력에 따라 정부지원 훈련의 위탁자격을 인증하는 것이다.
전년도까지는 인증평가를 통과하지 않아도 직업훈련과정을 운영할 수 있었지만, 직업능력심사평가원에서는 양질의 직업훈련과정 육성을 위해 부실한 훈련기관의 훈련시장 진입을 철저히 차단하고 있다.
즉, 인증평가는 3년 인증, 1년 인증, 인증유예 등급으로 구분되는데 인증유예 등급이나 등급이 없는 기관은 정부지원의 직업훈련을 실시할 수 없다. 달리 말해 훈련기관의 역량에 따라 참여 자격에 차등을 주겠다는 것이다.
이에 관해 임 원장은 “정부에서 요구하는 최소한의 훈련 환경 조성과 교육기반을 갖추는 것이 양질의 훈련시장을 조성하는 것이며, 구직자나 실직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강조했다.
둘째로 기관인증평가를 통과한 훈련기관들은 집체훈련과 원격훈련 분야에 대한 훈련과정 심사를 요청해야 한다. 이에 대해 직업능력심사평가원의 한 관계자는 “지난 4월 통합된 이후 최우선으로 추진한 것이 집체나 원격훈련에 대한 훈련과정 심사를 최대한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할 수 있는 심사위원을 선정하는 것이었다”고 했다. 그 일환으로 지난해까지 약 5,200여 명에 달하는 심사위원을 자체적으로 정한 기준을 적용해 약 2,700여 명으로 조정했다고 한다.
다음으로 임 원장은 “집체나 원격 훈련과정 심사단계에서 발생되는 각종 민원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수시로 전문가 회의와 관계자 간담회를 통해 다양한 현장의 목소리 수렴과 전문가 의견을 바탕으로 심사평가 운영 프로세스에 대한 제도개선에 힘쓰고 있다.
이러한 노력으로 상반기 집체훈련 통합심사 민원건수는 지난해보다 70%가량 감소했고, 심사결과에 대한 이의신청 건수도 약 50%가량 감소되는 긍정적 효과를 가져왔다는 후문이다. 이와 더불어 임 원장은 “올해 하반기에 실시되는 통합심사에서도 대국민서비스를 극대화해 알기 쉽고, 신청하기 쉬우며, 결과를 인정할 수 있도록 모든 궁금증을 해소해줄 수 있는 최고의 시스템을 구축 중”이라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셋째, 국가 인력양성·훈련사업의 현황 파악 및 유사·중복 투자 방지, 훈련 성과 제고를 위해 중앙부처 직업능력개발훈련사업 평가를 바탕으로 사업 연계·효율화를 시행하고 있다. 각 부처에서 시행하고 있는 직업능력개발훈련 사업에 대해 실태조사를 해 각 부처에서 중복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사업을 분석한 뒤 사업 간 통합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임 원장은 “사업 연계·효율화뿐만 아니라 컨설팅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사업에 대해서는 사업기획, 교육훈련 등과 관련된 개선방안 등을 제시해 정부 예산 사업이 품질 높게 운영될 수 있도록 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고 전했다.
훈련성과평가 및 부정훈련 차단 등 사후관리시스템 가동
기존 직업능력개발훈련은 취업률과 수료율 등 단순한 성과지표를 통해서만 훈련성과를 측정했고, 이 때문에 훈련성과에 관한 논란이 잦았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직업능력심사평가원에서는 실제 훈련을 이수한 훈련생이 해당 훈련을 통해 목표한 훈련성과를 취득했는지를 측정할 수 있도록 훈련이수자 평가 기준 및 절차를 마련했고, 올해부터 시범 적용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훈련이수자 평가는 앞으로 자격이나 훈련 이력관리 등과 연계돼 국가 차원의 평생능력개발체계 구축을 위한 교두보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직업능력심사평가원에서는 훈련성과평가와 더불어 부정훈련 차단을 위한 사후관리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임 원장은 “그동안 직업능력개발훈련은 주로 훈련생과 훈련기관 종사자 등의 신고나 제보에 의존해 부정훈련을 적발·관리해 왔다”며 “훈련의 사전 단계에서부터 사후 단계까지 전 범위에 걸쳐 모니터링하고 관리할 수 있는 전문기관이 부재했기 때문”이라고 피력했다.
아울러 “이제는 직업능력심사평가원 개원을 통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부정훈련 관리가 가능해졌고, 실제로 현재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부정훈련 패턴 분석을 통해 지방고용노동관서와 연계한 지도·감독을 하고 있다”며 앞으로 다양한 부정패턴 도출 및 분석 관리를 통해 직업훈련 부정수급을 엄격히 차단하는 데 앞장설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마지막으로 임 원장은 “단시간 내 사업통합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이기에 공정한 심사·평가시스템 구축을 통해 양질의 직업훈련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인식을 직업훈련 시장에 심어주는 노력을 하는 것이 직업능력심사평가원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며 “내부적으로는 직원들의 전문 역량을 강화해가면서, 청렴성이나 고객서비스 마인드 조성 등을 위한 지속적인 교육을 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간 1조 7,000억 원에 달하는 직업훈련시장에서 국가직업능력개발 허브 기관으로 새롭게 탄생한 직업능력심사평가원이 국가와 국민이 원하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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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직업능력개발원] 장년 위한 HRM과 HRD 함께 연동돼야
정년제 도입은 한국 기업들에 있어서 뜨거운 감자와 같다. 차츰 고령화 사회로 접어드는 시점에서 확실한 대안이 필요하지만 노동현실은 여전히 인식이 부족하다는 평이 높다. 한국의 평균 정년연령도 60세에 미치지 못한다. 최근 고용노동부의 조사에 의하면, 2013년도 기준으로 정년제를 운영하는 사업체는 총 22만여 개 정도로, 우리나라 전체 사업체의 18.3%에 해당하는 규모에 불과한 실정이다.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인 5인 이상 사업체만으로 한정해 보더라도 정년제 도입률은 32.0% 수준이다. 2016년 말까지 새로이 만 60세 정년제 의무 규정을 도입해야 하므로 기업의 부담은 매우 높아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에 현재 기업들의 정년제 대응에 대한 사례를 살펴보고 그 한계와 가능성을 살펴본다.
자료제공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정리 편집팀
만 60세로 정년연장을 의무화한 고령자고용촉진법 시행이 현실화될 것으로 보이면서 연공형 인사제도가 지배적인 우리나라 기업들의 고용관계에 큰 파장이 예상된다. 장기적으로는 더 길어지는 고용기간에 대비해서 기업들은 청년층 근로자들까지 포함한 전체 근로자들의 직무•인사체계 전반을 개편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정년연장에 따른 인건비 부담에 대처하기 위해 임금피크제 도입이 논의되기 시작하면서 노사 간에 큰 갈등이 일고 있다.
이런 점들을 고려해볼 때, 인건비 절약을 생산성 향상과 함께 모색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외국의 경험이나 선행연구들에 비춰보면, 작업방식의 개조나 직업훈련을 통해 장년층의 숙련곡선이 급격하게 하향화하는 것을 막거나 늦추는 방법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서 우리나라 기업들에도 그러한 방안을 찾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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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기업 : 생산직 고령 근로자의 교육훈련 시급
먼저 자동차 제조업체인 A 기업의 전체근로자 중 50세 이상 근로자는 43.9%를 차지하고 있고, 40대 근로자들이 그다음으로 높은 비중인 31.1%를 차지하고 있어 전형적인 역삼각형 인력구조를 띠고 있다.
특히, 생산직 근로자들의 연령별 인력분포를 보면, 50세 이상 근로자 수가 전체 근로자 수의 44.5%를 차지하고, 40대 근로자들이 33%를 차지하고 있어서 생산직 근로자들의 고령화가 조금 더 많이 진척돼 있다.
A 기업의 생산직 근로자들에 대한 직업훈련은 풍부한 편이 아니다. 다수의 근로자가 배치돼 있는 조립라인은 과업의 성격이 단순 반복적이어서 훈련 효과가 제한적이므로 직무 관련 훈련의 필요성이 약한 편이다. 이런 사정 때문에 직무교육은 입사 초기나 승진 시 활발한 편이고, 그때를 제외하면 훈련 대상 근로자들을 희망자 중심으로 편성하고 있다.
부서의 책임자가 기술수준이 떨어진다고 판단하는 사람들을 직업훈련의 책임자가 훈련대상으로 편성할 수 있지만, 실효성 있게 추진되고 있지 않다. 반면에 금형이나 보전 등의 전문적인 과업에 대해서는 사내자격을 2013년부터 실시하고 있으며, 직업훈련도 훨씬 더 많이 제공하고 있다. 예를 들면 영어, 컴퓨터, 기계, 전기 등에 대한 지식을 요구하는 보전 담당자의 경우 기술계 고등학교 졸업자들을 주로 채용하고, 입직한 뒤 첫 6개월 동안 양성훈련을 하며, 1년차, 3년차, 5년차 등 주기적으로 정기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2014년 당사 A 기업의 정년은 만 58세다. 다만, 건강상 결격사유가 없는 경우에는 정규직 1년과 추가로 계약직 1년 연장이 가능하므로 건강상에 하자가 있지 않는 한 고용이 만 60세까지 보장돼 있다.
A 기업에서 장년근로자에 특화된 직업훈련은 극히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50세 이상 장년근로자들에 대한 직무 관련 직업훈련은 컴퓨터 교육 이외에 거의 없다. 그 밖에 관리자·리더십 교육 등이 존재하지만, 그 대상자는 현장감독자나 관리자 등으로 제한돼 있다.
A 기업에서 장년층 근로자에 대한 직업훈련 수요는 부분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장년근로자의 직업 경험을 살릴 수 있는 직업훈련이나 이들의 건강 유지를 위한 교육의 필요성을 들 수 있다. 건강이 장년층의 생산성 하락에 미치는 영향이 클 뿐만 아니라 장년근로자들도 건강관리를 위해 자전거, 등산 등의 동아리에 참여하는 등 건강유지의 필요성을 많이 느끼고 있으므로 건강유지 교육은 기업과 근로자에게 공히 필요한 교육이 될 가능성이 있다. 그 밖에 장년 근로자들의 정년퇴직 후 생활에 대비하기 위한 직업훈련 수요가 존재하는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B 기업 : 근무형태 유연화와 은퇴교육
선박제조기업인 B기업의 전체근로자 중 사무직과 생산직에 종사하는 50세 이상의 근로자 비율이 39.6%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나 고령화가 상당히 진척된 것을 알수 있다.
연수는 18.7년이고, 평균연령은 44세이다. 전체 근로자 중 56.3%를 차지하고 있는 생산직 근로자들의 경우에는 50세 이상 근로자 비중이 50.9%를 차지하고 있어서 생산직 근로자의 고령화가 더 많이 진척돼 있다.
B 기업에서도 숙련피크점이 입사 후 22년(55세 정도)이라고 응답하는 데서 알 수 있듯이 숙련이 연령과 함께 상당히 오랜 기간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숙련형성 기간이 길기 때문에 장년근로자들에 대한 니즈가 존재하고 있는 것이 조선업의 특성이다.
다만, 장년층의 육체적 반응이 둔화되면서 산업재해 비중이 높게 나타나고 있는데, 전체 산재 건수 중 50% 이상이 장년근로자들에게서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숙련요건의 특성 때문에 B 기업에서는 연령에 따른 직무 내용과 배치에 차등을 두지 않고, 장년근로자들에게 적합한 직무배치를 위한 직무순환제도를 도입하지 않는다. 다만, 최근 선택정년에 따라 정년을 연장한 근로자들의 경우에는 나이에 맞는 직무로 배치한다. 그 밖에 근무형태가 장년근로자들에게 주는 부담을 고려해 유연근무제 등 근무형태의 유연화에 대해서는 경영상황에 따라 도입할 것인지를 검토하고 있다.
B 기업은 승진자 교육, 전사원 교육 등을 통해 생산직과 사무직 모두 100% 동일한 직업훈련을 제공하고 있다. 전 사원을 대상으로 3년에 한 번씩 실시하는 정신교육과 기술교육원에서 실시하고 있는 기술교육 등이 전 사원 교육이다. 장년근로자에게 별도의 직업훈련을 제공하고 있지는 않지만, 은퇴를 대비한 제2인생 설계 지원을 위해 은퇴교육을 3박 4일간 실시하고 있다. B 기업은 장년근로자들과 관련된 문제들이 숙련보다도 조직관리의 어려움, 세대 간 갈등 등의 형태로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리고 장년층의 생산성 문제는 다분히 건강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으므로 건강관리에 중점을 두고 건강검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C 기업 : 임금피크제 적용, 심리적 안정에 치중
가정용품 등을 생산, 판매하는 외국인투자기업 C 기업의 경우는 임금피크제를 통해 정년연장에 대처하고 있다. C 기업은 2014년 기준으로 전체 근로자 중 50세 이상 장년근로자가 16.2%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C 기업의 제조공정을 담당하고 있는 작업조직은 팀 작업이 중심이다. 작업자들의 과업배치가 유연하게 운영되고 있으며, 작업팀 내에서 직무순환이 이뤄지고 있다. 또한, 작업자 간 상호작용이 넓게 설계돼 있다. 이러한 유연한 직무배치 때문에 휴식시간이나 점심시간에도 일부 근로자들의 작업만으로 기계•설비를 가동할 수 있다. 동시에 C 기업 근로자들은 공정 개선과 혁신 활동, 그리고 부분적으로 보전 활동에도 참여하고 있어서 직무범위가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생산직 근로자들보다 더 넓게 규정돼 있다.
이런 특성 때문에 C 기업 제조공정의 숙련요건은 매우 높게 설정돼 있다. 개별적인 오퍼레이팅 과업의 숙련요건이 아주 높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지만, 그것이 단순한 오퍼레이팅 수준을 넘어서서 개선활동과 보전업무 등을 담당하기 위해서는 오랜 직무수행 경험을 갖고 있어야 한다. 더구나 C 기업 작업자들은 하나의 과업만이 아니고 작업팀 내의 모든 과업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하는데, 고강도의 직업훈련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그 모든 과업을 원숙하게 수행할 정도의 숙련수준에 도달하는 데 20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C 기업 작업조직의 이런 특성 때문에 생산직 근로자들은 고강도의 직업훈련을 받고 있는데, 4조 2교대제의 교대주기상 작업을 하지 않고 남는 시간에 직업훈련을 제공하고 있으며, 그 밖에 주당 하루의 휴일 동안 유급 직업훈련을 제공하는 등 연간 직업훈련시간이 300시간을 넘기는 경우도 많다. 교육내용도 직무 관련 교육뿐만 아니라 기업문화 교육, 교양교육 등도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등 풍부하게 구성돼 있다. 이런 직업훈련의 결과 C 기업 생산직 근로자들의 숙련수준과 다기능화수준은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는 자연히 성공적인 재무성과로 이어진다. 2014년 당시 C 기업의 정년은 55세에서 58세로 연장됐다. 정년이 연장됐을 때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는데, 연장된 고용기간에 대해서 임금을 깎는 방식으로 설계돼 있다. 즉, 55세를 100%라고 할 때, 56세에는 80%, 57세에는 70%, 58세에는 70%의 비율로 줄어들고 있다. C 기업에서 정년이 60세로 연장되고 연장된 기간에 대해 임금피크제가 적용되면, 2020년 정도에는 270명 정도가 임금피크제 적용대상자의 명단에 오를 전망이다. 그러나 새로 연장된 기간에 대해 어떤 곡선의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것인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아서 노동조합과 교섭을 해야 하는 상태이다. 인터뷰 시점에 노동조합과 임금피크제를 논의하는 TFT를 운영하고 있었지만, 아직 결론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여기서 눈여겨볼 점은 C 기업의 임금체계가 직무급에 기초하고 있지만, 여전히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연공급이 지배적인 우리나라의 노동시장 환경 때문에 직무급도 어느 정도 연공적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동시에 직무급 자체가 직무등급의 상승에 따르는 임금상승을 포함하고 있는 점에 기인한다. 이처럼 직무등급상의 승진을 엄격하게 관리하지 않을 경우, 그리고 연령의 증가와 함께 해당 직무등급에 맞는 직무성과가 나오지 않을 경우에 임금피크제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C 기업의 임금피크제에서 또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직원 대부분이 비관리자 직급인 전문직이어서 오랫동안 현업실무를 담당해 왔고, 관리자들도 관리뿐만 아니라 자신의 고유실무를 가지고 있으므로 새로운 직무에 배치하기 쉬워서 임금피크제 도입과 운영이 용이하다는 점이다.
C 기업은 장년근로자에 대해 별도의 직업훈련을 하지 않고 저연령층 근로자와 동일한 내용을 제공하고 있다. 장년근로자들에게 사내강사 등의 역할을 맡기면서 훈련을 하고 있는 점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회사의 전반적인 직업훈련체계의 범위 내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다만, C 기업이 워낙 고강도 훈련을 제공하기 때문에 회사의 일반적인 훈련의 틀 속에서 이뤄지더라도 장년근로자들에게 많은 직업훈련이 제공되고 있다는 점은 유념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년근로자에 대한 특화된 직업훈련은 없다. 건강관리법이나 체력관리법 등 장년근로자에게 특화된 훈련을 제공하지는 않고 있다. 정년퇴직자들의 경우 심리적 부담감이 존재하기 때문에 EAP(Employee Assistance Program) 등 퇴직 이후 경력관리와 삶을 준비시켜주는 훈련을 제공해줄 필요가 있지만, 아직 그것을 적극적으로 실시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정년연장 이후 장기적으로는 직급구조, 승진연한의 연장, 훈련의 강화 등을 통해 승진 속도를 늦추고 연령에 따른 숙련의 진부화 속도를 줄일 필요가 있지만, C 기업도 이처럼 장기적인 것까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기업과 근로자가 정년연장에 대응하는 위의 사례에서 논의되는 사안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정년의 연장과 함께 도입한 임금피크제를 들 수 있다. 임금피크제는 정년연장을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활용됐으나, 이후 추가적인 정년 연장에서는 어떻게 적용해나갈지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즉 임금피크제를 통한 정년연장의 대응방안은 현재진행형으로 추후 적용 사례를 통해 보다 나은 정년연장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둘째, 장년층은 직업경험 증가와 함께 이상상황 대처 능력, 대인 능력, 비즈니스나 조직관리 능력 등이 성장하는 반면에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이 있고 신체의 노화에 따른 안전사고도 잦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결국, 장년층에게 새로운 기술 트렌드에 대한 교육, 퇴직 후 재취업 대비 훈련, 태도 개선을 위한 정신교육 등이 필요한 시점이다.
※ 이 기사는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연구를 바탕으로 편집 및 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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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영] “혼을 실어 현장의 소리를 들어라”
대한민국 상위 1% 인재로 추앙받는 박수영 경기도 행정1부지사는 서울대 법학사, 미국 하버드대 정책학 석사, 미국 버지니아공대(이하 버지니아텍) 행정학 박사학위를 받고, 대통령비서실 인사수석실 선임행정관과 중앙인사위원회 성과후생국장 등의 요직을 거쳤다. 기획력과 조직 장악력이 뛰어난 ‘창조경제시대 공무원 리더상’이란 평을 받고 있는 그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대담 엄준하 발행인 글 김현지 선임기자 사진 남덕우 포토그래퍼 영상 이재용 기자
지난 8월 21일 기자가 찾아간 곳은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효원로에 있는 박수영 경기도 행정1부지사의 집무실이었다. 박 부지사는 오후 3시 반에 약속된 인터뷰를 위해 집무실에 들어오면서 호탕한 웃음소리와 함께 “이번이 오늘 15번째 일정” 이라며 기자와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스마트한 달변가 박 부지사는 인터뷰 중 자신의 경험담을 통해 ‘혼’과 ‘현장의 소리’ 그리고 ‘이를 종합하여 돌파한다’는 3단계 전략의 실효성을 언급했다. 여기서 박 부지사가 말하는 ‘혼(魂)’이란 사전적 의미로 ‘사람의 몸 안에서 몸과 정신을 다스린다는 비물질적인 것’을 뜻한다. 박 부지사는 이러한 철학이 담긴 3단계 전략을 통해 지난 경기도청 이전과 경기도 일자리센터 설치 추진, 판교 테크노밸리 조성 등 6년 여 동안 경기도청의 해결사 역할을 도맡아 오면서 도청 직원들에게 두터운 신망을 받아왔다. 다음은 박수영 부지사와의 일문일답이다.
대한민국에서 두 번째로 바쁜 사람
엄준하 <월간HRD> 발행인(이하 엄준하 발행인) ‘창조경제시대의 공무원 리더상’이란 평이 있습니다. 경기도청내에서 어떠한 역할을 맡고 있습니까?
박수영 경기도 행정1부지사(이하 박수영 부지사) 경기도는 서울보다 17배 크고, 경기도의 시, 군 중 7개는 각각 서울시보다 큽니다. 인구는 서울보다 경기도가 250만 명이 더 많습니다. 250만 명이면 울산시가 두 개가 있어도 안 되는 인구수입니다. 그 정도로 대한민국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지자체입니다. 또한, 삼성, 현대, 기아차, LG전자 등 대기업과 다국적 투자기업이 경기도에 집중돼 있습니다. 군사 전력의 70%가 몰려 있는 곳이기도 하고 농업, 수산업, 팔당 환경문제까지 종합행정이 가능한 곳입니다.
이러한 경기도를 관할하는 경기도청은 직원이 1만 1,000명이고, 그 가운데 과장 273명, 국장과 실장이 30명이어서 거의 300명이 돌아가면서 제게 보고합니다. 경기도 행정1부지사는 대한민국의 모든 이슈를 다룰 수밖에 없는 자리입니다. 서울시는 농업, 어업, 수산업 등이 없습니다. 대북관계도 없습니다.
그러나 경기도에는 이것들이 모두 다 들어 있습니다. 그만큼 일의 종류가 복잡합니다. 중앙부처 전체에 관여하는 총리실의 국무조정실장이 대한민국의 공무원 중에서 제일 바쁘다면 그 다음으로는 경기도 부지사가 바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현장의 소리’를 듣는 것이 ‘창의’로
엄준하 발행인 ‘창조인’ 혹은 ‘창조형 리더’란 평이 있습니다.
박수영 부지사 ‘창조’와 ‘창의’는 현실에서 반걸음만 더 나가야 합니다. 너무 나가게 되면 실현 가능성이 없는 꿈에 가까운 것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창조경제시대의 리더는 상상과 아이디어도 있어야겠지만 현장을 알아야 합니다. 즉 현장에서 반걸음 정도만 벗어날 수 있는 꿈과 상상력이 필요한 것인데, 출발점은 ‘현실’과 ‘현장’이란 생각입니다. 상아탑에서 고담준론(高談峻論)을 하는 사람이 창의적이 아니라 현실에서 부딪히면서 고민하고, 혼을 집어넣는 사람이야말로 창조경제시대의 리더상입니다.
‘현장 + 혼 = 창의적 솔루션’의 결과, 판교 테크노밸리
엄준하 발행인 현실에서 반걸음 나가서 창조적으로 일해오신 사례가 있다면 무엇입니까?
박수영 부지사 창의적이기 위해서 제일 필요한 것이 현장입니다. ‘현장’에 ‘혼’을 넣으면 창의적인 솔루션이 나오게 됩니다. 경기도에 와서 여러 가지 일을 했는데 예를 들면 판교 테크노밸리입니다. 지금은 대한민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곳이지만, 제가 6년 전에 경제투자실장으로 부임했을 때는 흙먼지만 날리고 아무것도 없는 곳이었습니다.
이때, 땅 분양을 이미 한 상태에서 건물이 왜 아직도 안 올라가는지 궁금해 현장 땅을 소유한 사람에게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들어보니 판교는 한 필지(筆地)가 크기 때문에 20개가량의 회사가 컨소시엄으로 들어갔는데 지분변동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현장의 사람을 만나면서 여러 가지 얘기를 듣고 고민하다가 내부에서만 지분변동을 허용했습니다. 그리고 지분변동을 한 컨소시엄은 6개월 이내에 착공하지 못하면 경기도가 토지를 환수하겠다는 조건을 내걸었습니다. 덕분에 지분변동이 활발하게 일어났고, 6개월 뒤에 전부 착공해서 오늘의 판교 테크노밸리가 완성됐습니다.
판교 테크노밸리가 한국의 실리콘밸리가 된다는 꿈, 상상, 창의적인 생각만으로는 한 발짝도 못 나가는 것이죠. 현장에서 문제를 보고 이 문제를 어떻게 창의적으로 해결해주느냐는 부분에서 일의 성패가 좌우되는 것입니다. 판교 테크노밸리가 만들어지면서 경기도가 경제의 중심지로 거듭나게 됐습니다.
이런 일이 가능했던 것은 현장에 관한 ‘이해+혼’이죠. 이 두 가지를 담으니까 솔루션이 보였습니다. 솔루션이 보이니까 문제 해결도 가능했던 것입니다.
‘혼’을 갖고 현장의 소리에 집중해 솔루션을 찾아서 돌파한다
엄준하 발행인 전략 전문가이시니까 로지컬(Logical)에서 해결책이 보이지 않았을까 생각이 드는데요.
박수영 부지사 전략이나 틀, 시스템 등으로 해결된다고 보는 것이 학자의 관점입니다. 큰 그림에서 보면 서양은 창세기 1장부터 ‘계약’과 ‘시스템’이 나옵니다. 기독교 사회에서는 누구도 인간이 절대자인 신이 될 수 없고, 불완전한 존재이기 때문에 이것을 메우기 위해서 시스템을 만듭니다. 서양은 이것이 체득화돼 있는 상태죠. 동양은 불교와 유교가 기본인데 불교나 유교는 전혀 반대입니다. 불교는 누구나 성불(成佛)하면 부처가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사람이 도를 닦게 합니다. 유교는 누구나 열심히 공부하면 군자가 된다고 봅니다. 즉, 동양은 사람에 대해 투자를 하고 서양은 시스템에 대해 투자를 합니다. 그런데 서세동점(西勢東漸)의 시대에 접어들면서 아시아가 서양의 것을 높이 평가해 서양문물을 대거 받아들였습니다. 그중의 하나가 바로 시스템적 사고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서세동점에 치우치는 바람에 사람이라는 변수를 무시하고 시스템에 지나치게 올인하게 됐습니다. 그러니까 서양에서 돌던 시스템이 우리 국민의 오랜 전통의 역사에 체화된 가치와 충돌해서 겉도는 것이죠. 이런 경우도 대단히 많습니다.
결론적으로 현장에 있는 사람은 현장을 보면 됩니다. 아주 단순하죠. 매번 적용 방법은 다르겠지만 근본 틀은 첫째, 혼을 가지고 들여다본다, 둘째, 현장의 소리에 집중한다, 셋째, 솔루션을 현장에서 찾아 돌파한다는 것입니다. 이 3단계 전략밖에는 없습니다. 혼을 가지고 들어가면 답이 다 보이게 돼 있습니다.
자신의 인사는 자신이 하는 것
엄준하 발행인 인사에도 전문가이신데요. 사람경영철학은 무엇입니까?
박수영 부지사 우리 도의 직원이 1만 1,000명이고, 제가 인사위원장입니다. 이렇게 큰 규모의 인사를 담당해보기도 쉽지 않습니다. 인사라 하면 한 자리를 놓고 네다섯 명이 다투게 됩니다. 늘 그렇듯이 그중에 한 사람이 승진하고 네 명은 고배를 마시는 형태로 진행됩니다. 그러니까 불만을 품고 저를 찾아오기도 하고, 승진한 사람은 제게 와서 감사인사도 합니다.
그러나 떨어진 사람이건 붙은 사람이건 제 답은 일정합니다. “자기 인사는 자기가 한다”는 말입니다. 평소에 혼을 담아 실력을 쌓으면 일 잘한다고 소문나 자연히 빨리 승진하게 되고, 일을 제대로 안 하면 아무리 선임이라도 승진이 안 되는 것입니다. 저는 인사위원장으로서 제 일을 열심히 한 사람을 골라내는 일을 하는 것입니다. 결국, 자신은 자신이 챙기는 것입니다.
그러니 평소에 열심히 혼을 담아 일하는 것이 답이라 말하고 돌려보냅니다. 이 원칙을 철저히 지키면 우리 경기도 같은 1만 1,000여 명의 큰 조직도 인사에서 큰 잡음 없이 돌아갑니다. 인사는 이러한 원칙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인적자원개발에서 군자(君子) 양성해야
엄준하 발행인 인적자원개발과 교육에 관한 생각은 무엇입니까?
박수영 부지사 큰 틀에서는 동양과 서양의 차이가 지금 말씀을 드린 것처럼 개인에 대한 교육 시스템에 관한 교육보다는 잃어버린 우리 동양사상을 찾아 동양과 서양의 하이브리드된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린 그동안 시스템과 테크닉을 가르치는 데 집중했지 군자가 될 정도의 인성을 가르치는 교육이 부족했습니다. 이 잃어버린 부분을 복원해내는 것이 앞으로 대한민국의 인적자원개발에서 중요한 부문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제가 수학한 하버드대에서는 교수 방법 중 사례연구(Case Study)를 많이 사용합니다. 이 사례연구가 플립러닝(거꾸로 학습·Flipped Learning)이 돼야 합니다. 미국의 대학원 강의가 이렇습니다. 즉 기본적인 이론은 집에서 전부 공부해와야 합니다.
엄준하 발행인 교육도 관할하고 계십니까?
박수영 부지사 교육도 제가 관할합니다. 다른 선거를 통해서 교육감이 선발되는 교육청이 있고, 이곳을 지원하기 위해 도에 교육국이 있습니다. 이것도 제 소관입니다.
경기도형 MOOCs ‘G-MOOC’, 경희대 용역 마무리하면 오픈할 것
엄준하 발행인 경기도는 평생학습 분야도 앞서가는데요.
박수영 부지사 평생학습이라는 게 두 가지죠. MOOCs(온라인 대중공개 강좌·Massive Open Online Course)를 중심으로 한 ‘온라인 교육’과 ‘오프라인 교육’입니다. 비교적 젊은 세대들은 온라인에 능하기에 MOOCs에 좋은 콘텐츠를 많이 담아내서 많은 분이 이용할 수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엄준하 발행인 경기도에서는 MOOCs가 시작됐습니까?
박수영 부지사 경기도는 이러닝이라는 이름으로 MOOCs의 초기 형태가 세 군데에서 진행이 돼오고 있는데 이것을 묶어서 G-MOOC(Gyeonggi Province-Massive Open Online Course)라고 경기도형 MOOCs를 만들려고 하는 사업이 현재 진행 중입니다.
엄준하 발행인 언제쯤 오픈할 계획입니까?
박수영 부지사 G-MOOC의 용역을 경희대학에서 하고 있는데요. 이 용역을 마무리하고 나면 기존의 이러닝 사업과 묶어서 하기 위해 일단 평생교육진흥원, 여성능력개발센터, 인재개발원 등의 기관을 한 장소로 모을 것입니다.
이 세 기관은 각각 이러닝을 갖고 있습니다. 올해 중 모이면 그 안에서 활발한 융합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합니다.
마쓰시타 정경숙을 롤모델로 한국 생활정책 연구소 만들것
엄준하 발행인 자기계발은 어떻게 하십니까?
박수영 부지사 한창때는 포럼 7개를 운영했습니다. 지금은 시간이 없어서 4개의 포럼을 운영합니다. 하나는 하버드대 동창 30명으로 구성된 포럼인데요. 전직 장관을 초청해서 각 한 시간씩 대담과 토론을 합니다. 또 다른 철학 모임은 ‘생각의 탄생’입니다. 철학 서적을 읽고 와서 토론하는 모임이고 ‘법, 경제 포럼’은 중앙부처의 과장을 불러 당시의 쟁점을 한 시간 동안 발제하고, 토론하는 모임입니다. 이어 ‘대한민국 포럼’은 명사를 초청해서 한국의 주요 의제를 토론하는 모임인데, 보통 한 번 모이면 2시간 30분 정도 진행됩니다.
엄준하 발행인 향후 부지사님의 계획과 목표는 무엇입니까?
박수영 부지사 저는 지금 페이스북에 ‘대한민국을 살리는 생활정책’이라는 큰 주제하에 매주 주말에 하나씩 글을 올리고 있으며 지금 300개가량 포스팅했습니다. 저의 30년 비결이 녹아 있는 생활정책을 공유하면 우리 후배들은 30년의 경험에서 출발할 수 있기에 대한민국이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공직을 떠나면 대한민국을 살리는 생활정책을 연구하는 연구소를 만들고 싶습니다. 궁극적으로 이 연구소에서 연구했던 사람이 기회가 되면 정계에 진출해 국회에서 책무를 다하고, 떨어지면 다시 연구소에서 일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소위 일본 마쓰시타 고노스케의 ‘마쓰시타 정경숙’처럼 국가의 지도자를 양성하는 연구소를 만드는 것이 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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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근로자 임금지급보증제도의 필연성
건설근로자의 임금보호 및 생계불안을 위해 체불임금이 발생하지 않도록 ‘건설근로자 임금지급보증제도’의 도입이 시급하다.
건설업체의 직영근로자의 임금은 매월 정상적으로 지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이마저도 건설근로자들은 임금체불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로 다수의 건설노동자들은 매일 일당을 현금으로 받는 용역업체(인력소개업체)를 선호하면서, 이들은 단일직종에 근로하는 것이 아니라 다직종에 근로를 함으로써 직업훈련효과나 기능인력 양성과는 거의 없다는 것은 인력낭비라는 경제적 손실을 방치하는 것이라고 하겠다.
임금지급의 행태도 다양하다. 매월 정해진 날짜에 임금을 지급하는 정상적인 임금지급방식을 제외하고, 근로자의 근로 일수를 월 단위로 수합해서 다음 달 5일, 10일, 15일, 20일, 25일, 30일 등 업체가 정해 놓은 날짜에 임금을 지급하면서, 근로자들이 생계에 위협을 받을 뿐만 아니라, 또한 체불로 이어지면서 근로자들의 경제활동은 자연 위축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한 달에 5-10일정도 근로를 하였는데, 임금을 다음달 15일이나 30일에 지급을 한다면 그동안의 생계는 불안하기 마련이다. 또한 이를 빌미로 업체는 건설근로자에게 유형무형의 ‘갑질’도 서슴지 않는 현실에서 건설현장 근로를 선호할 수 없어 기피하는 것이다.
3D업종에 근로자가 없다는 한심한 소리는 결국 임금지급이 불안정에서 오는 결과인 것인데 마치 근로자들이 3D업종을 기피한다는 핑계로 만만한 외국인 근로자를 들여와 쓰고 있는 것이 아닌가 말이다. ‘돈만 잘 주면 무슨 일인들 못하겠는가?’라는 푸념은 정부와 노동계가 귀를 기울여야 할 대목인 것이다.
용역업체(인력소개업체) 현장에 나가면 남아돌아가는 것이 건설근로자들이다. 이들의 불안한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매일매일 현찰로 임금을 받는 수단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그나마 일자리가 없어도 하도급업자에 고용되는 것은 임금체불의 불안 때문에 기피하고 있어 빈곤의 악순환이 되풀이 되고 있는데도 정부는 수수방관만 할 것인가 묻고 싶다.
‘
임금체불’ 고용노동부가 전부 해결해 주는 것으로 홍보를 하지만 실상이 어디 그러한가. ‘체불임금’을 해결하기 위해 고용노동부를 찾아가면 회사에 속했던 근로자는 해결이 쉬운 편이지만, 하도급자나 업체에 고용되었다면 수차례의 조서를 받아야 하고, 결국은 하도급자나 업체가 형편이 어렵다면 ‘검찰기소’라는 강수를 쓰지만 이마저도 ‘벌금형’ 수준에서 마무리되고, 건설근로자는 그동안 막대한 경비를 지출하면서도 얻는 것이 없어 낭패를 보기 마련이다.
이러한 현실을 직시하여 임금이 체불되거나 체불임금을 떼일 수 있다는 불안감을 겪고 있는 건설 일용직 근로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건설근로자 임금지급보증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011년 건설고용포럼’에서 김명수 카톨릭대 교수는 건설근로자 임금 보호 및 생계불안 차단을 위해 체불임금을 지급보증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건설업은 최저가낙찰 등을 통한 저가낙찰 및 다단계 하도급구조로 인해 임금 지급시기 지연 혹은 체불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형편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2010년의 경우 3만3000명의 건설근로자가 1464억원의 체불을 경험했고 2011년 상반기에도 1만8000명이 860억원의 체불 피해를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설문조사 결과 최근 1년 동안 임금을 받지 못한 경험을 한 근로자가 12.3%에 이르고 떼인 임금은 1인 평균 3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그러나 현행 하도급보증제도나 포괄대금지급보증제도 등은 현장근로자의 임금을 효과적으로 보장할 수 없다는 게 김 교수의 진단이며, 하도급대금지급보증제도는 하수급인의 공사대금을, 포괄대금지급보증제도는 건설기계 대여업자나 자재 납품업자 등의 대금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이지 하수급인에게 고용된 일용직 근로자의 임금을 보호하는 제도가 아니라는 것이다.
근로자 임금채권 보장제도, 즉 체당금제도 역시 퇴직근로자만을 보호 대상으로 하고 사업계속 기간 6개월 이상 사업장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일용직이 대부분인 건설근로자를 충분히 보호해주기 어렵기 때문에 ‘건설근로자 임금지급보증제도’를 도입하면 보증기관이 하수급인 대신 임금지급을 보증해주기 때문에 실질적인 근로자 체불 방지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수 년 동안 계속된 건설경기 침체와 건설사 부도 행진 등에 따른 건설근로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제도라는데 의미가 있으며, 경영난에 허덕이는 건설업체들의 보증수수료 부담을 고려해 사후정산제를 도입하고 관련 보증기관들이 상품개발에 나설 수 있도록 지원하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건설근로자의 안정적인 근로환경 마련이 시급한 것이다. 단일직종에서 수습과 수련과정을 거치면서 기능인력으로 국가사회에 이바지하게 될 뿐만 아니라, 생활의 안정과 경제자립의 기틀이 마련되어 국가가 지향하는 ‘국민복리증진’의 목표를 이룰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건설근로자 임금지급보장제도’ 도입이 필연적이고 시급한 것이다.
국민복지제도가 가난하게 만들어서 도와주는 복지가 아니라, 잘 살게 만들어서 도와주지 않아도 되도록 해야 하는 것이 올바른 길이 아니겠는가. 우리나리의 천문학적인 복지예산은 국민을 가난하게 만들어서 투입되는 예산인 것이다. 소위 막장인생 건설근로자들이 체불임금 걱정없는 환경조성이 국민을 잘 살게 만들어 복지예산을 줄이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양할 수 있는 정책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