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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2-11-10 14:0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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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침이 없다. 넥타이를 두르고도 이토록 자유로울 수 있을까? SK엔카 일산직영센터의 사내동호회 올가밴드의 남자들은 ‘음악의 테두리 안에서 우리는 자유다! ’를 외치며 불월(불타는 월요일)을 보내고 있었다.

“기사에 직책은 다 빼주세요. 밴드는 어떤 것에도 구애받지 않는 편한 자리이기도 하고 퇴근 이후의 시간을 활용하기 때문에 우리끼리는 형, 동생 해요. 기사에도 그냥 아무개 씨로 호칭해 주시는 게 자연스러울 것 같아요.”올가밴드의 리더인 이태성 씨(!)가 인터뷰를 위해 마주 앉자마자 대뜸 말했다. 자유롭다 못해 호탕하다. 나누는 말이 더해질수록, 함께 있는 분초가 쌓일수록‘ 아, 이게 올가밴드구나!’ 싶었다.

‘올(all), 가(가능할 가, 可)’,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뜻의 올가밴드는 SK엔카 일산직영센터의 사원~대리급 직원들이 지난 2010년 초 모여 만든 사내동호회다. 기타, 베이스, 드럼 단 세 명의 멤버로 시작, 보컬이 없어 합주 연습만 하던 밴드는 이제 보컬 담당 멤버 둘이 늘어 제법 모양새를 갖췄다.

기자가 올가밴드의 연습 현장을 찾은 것은 10월의 어느 월요일 늦은 저녁. 그러나 올가밴드 멤버들의 낯에서는 피곤한 기색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그 흔한 직장인 월요병도 이들만은 비껴가는 듯했다.

“올가밴드는 단순히 음악을 즐기기 위해 만들었어요. 영업직이라 고객들을 늘 만나다 보니 스트레스가 많아요. 옛날에는 다른 영업직들처럼 술로 스트레스를 풀었는데 나이가 들면서 몸이 상하더라고요. 그래서 찾은 게‘ 음악’이었어요. 음악으로 스트레스를 풀자! 이런 취지로 결성됐어요.”밴드의 리더이자 기타를 맡은 이태성 씨가 말했다.
“음악의 테두리 안에서 우리는 자유다! 음악을 하면서 스트레스받지 말자. 이거죠.”드럼과 키보드를 담당하는 김지수 씨가 거들었다.

사내 밴드 공연, 재미는 물론 추억은 덤
올가밴드는 지난해 사내 송년의 밤 무대에 올랐다. 멤버 모두가 기억에 남는 공연으로 꼽은 이날의 사연은 이러하다. 5백여 명의 관객을 대상으로 하는 공연은 처음인지라 잔뜩 긴장한 멤버들은 공연 전 소주를 한 병씩 마셨더랬다. 긴장 완화에는 탁월했지만 문제는 공연 중에 발생했다. 윤도현의‘ 나는 나비’를 연주하던 중‘ 삑사리’가 난 것. 난감해하던 밴드에 관객들은‘ 괜찮아, 괜찮아’를 연방 외쳐주었단다. 밴드와 관객이 하나 된 순간, 밴드도 관객도 SK엔카라는 지붕 아래 어우러져 사는 사람들. 그 단합의 밤은 추억으로 남았다.

“송년 행사에 연예인 부르면 물론 좋죠. 하지만 연예인의 공연은 잠깐의 재미잖아요. 사내동호회가 공연하거나, 직원들이 장기자랑을 하면 재미뿐만 아니라 추억도 남아요. 그래서 더 좋다고 생각해요.”

멤버들은 회사 내‘ 진짜 친구’
SK엔카 직원들은 가정의 날인 수요일이면 조기 퇴근을 한다. 이에 올가밴드도 처음에는 매주 수요일 퇴근 후 연습을 했으나, 지금은 2~3주에 한 번씩 모여 느낌이 이끄는 대로 음을 맞춘다. 자정을 훌쩍 넘기기도 하고, 일찍 파하여 술잔을 기울이기도 한다. 베이스를 맡은 김재상 씨는 “사실 회사에서 다른 부서 선배들과 친해질 기회가 별로 없다”며 “밴드 활동을 하면서 회사 선배들과 친해질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올가밴드의 멤버들은 저마다 하는 일도, 직책도 다르다. 하지만 올가밴드라는 이름으로 모이면 끈끈한 우애로 맺어진 형, 동생 사이가 된다.
밴드 내 만년 막내인 신기철 씨는 보컬 외에도 매니저를 자처했다.“ 제가 없으면 이 사람들이 밥도 못 먹고 하거든요. 김밥을 사고 고장 난 앰프를 만지거나 합주실을 예약하는 건 제 몫이에요. 밴드가 저를 필요로 하니까 오는 거죠.” 이게, 올가밴드다.

혹여나 무대에서 이들을 볼 기회가 있을까 궁금해서 물었다.
“아직은 정해진 바가 없어요. 연말에 하게 될 수도 있겠죠. 대규모 공연요? 큰 공연은 욕심 없어요. 공연으로 밴드를 보면 심적 부담감이 커져서 오히려 스트레스가 돼요. 그냥 즐기면서 오래오래 하고 싶어요. 아, 기사에 이거 좀 써주세요. 사내 합주실을 언젠가 만들고 싶다! 저희 바람입니다.


글+사진 김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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