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대를 싫증나게 하거나 싫은 느낌을 줘도 안되지만 교만해도 안좋고, 비굴해도 안되고 경망해서 까분다는 느낌을 줘도 안된다. 남의 자존심을 건들이거나 혼자 아는 척하거나 거짓말을 잘해도 안되고 병약해도 안되고 성질이 거칠어도 안되지만 게을러도 안되고 성격이 변태적이어도 좋은 동반자가 될 수 없다.
전언(傳言)에 의하면 어느 시대나 좋은 동행이 되려면 오덕(五德)은 지니고 있어야 된다는 것. 5덕 중 제 1덕은 다정(多情)이라 했다. 정이 없는 사람이야 없지만, 본능적인 정밖에 없는 냉혈동물처럼 싸늘하게 보이는 사람이어도 안되고 기본적인 정은 있어도 매정하게 보이는 사람도 안된다. 여기서 다정이라 함은 인정과 우정이 뜨겁고 자정(慈情)과 애정이 많은 사람을 이르는 말이다.
다정한 사람은 당연히 이해심과 관용심이 깊고 인내심도 있고 배려심도 많다. 제2덕은 희생정신이라 했다. 희생은 남을 위해 사는 마음이다. 이런 사람은 정의로운 일이나 남을 위한 일이라면 자기 생명까지도 바친다. 그러니 자연히 양보심이 많고 예절이 깍듯하다. 그리고 나의 이익보다 남의 이익을 더 중요시 여기는 사람이다. 희생정신이 강한 사람은 정의감이 강한 사람이고 자기 스스로의 이익을 위해서 싸우는 것은 용열(容悅)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제3덕은 의리(義理)다.
단적으로 말하면 ‘의에 죽고 참에 사는 사람’이다. 의리가 있는 사람은 신의가 두텁고 약속의 이행에 목숨을 건다. 의리는 곧 도리인데, 도리를 다한다는 말은 자기 자리값을 한다는 뜻이고, 책임감이 투철하다는 말이다. 제4의 덕은 상식이다.
상식인은 분수를 알고 분별이 있고 판단력이 있고 균형감각이 있는 사람이다. 그래서 상식인은 남에게 신뢰감을 주고 안정감도 준다. 정치학에 “민주주의는 건전한 상식인을 요구한다”는 말이 있는것만 봐도 상식인은 이상적인 인격인이다. 상식은 보편적이고 다양한 지식을 뜻하는 말이지만 도덕수준과 인간미를 더 강조한 단어라고 봐야 한다. 제5의 덕은 능력인데 능력은 포괄적인 의미의 말이다. 활발(Activity)한 성격도 능력이고, 지식도 능력이고 재력이나 체력도 능력이고 권력이나 수완이나 인적기반(人的基盤)이 있는것도 능력이다. 이와같이 5덕(五德)의 소유자를 좋은 동반자라고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완벽한 수준의 사람이면 예컨대 E급(5등급) 인간에게는 오히려 부담이 되고 좋은 동반자가 아닐 수도 있다.
E급 인간에겐 차라리 D급이나 F급의 사람이 더 좋은 동반자일수 있다. 어떤사람이 5덕으로 무장한 사람과 거의 비슷한 수준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의 소질과 취미가 너무 엉뚱하거나 혹은 정치적 입장이나 주의사상이 많이 달라도 좋은 동반자가 되기는 어렵고, 본의 아니게 사회생활 중에 큰 실수를 했거나 범죄를 저질렀어도 동반자가 되는데 지장이 있다.
어떤 사람이 동반자의 자격조건을 상대방에게만 엄격히 요구하면서 정작 자기 자신에게는 관대하게 대하면 그런 사람은 좋은 동반자를 구하기도 어렵지만, 구했다 하더라도 얼마 못가 뒤틀리고 말 것이다. 상대방에게 5덕을 갖추라고 하기 전에 내가 먼저 5덕을 갖춰야 한다. 만일 서로가 5덕을 갖추기전에 상대를 만나 동반자가 되자고 약속을 했거든 살아가면서 자기가 먼저 상대방에 맞추어 고쳐야 되고, 고치기 어려운 대목이 있으면 서로가 인정해주고 또 이해해주고 양보해주고 용서해주고, 인내하면서 살아가다가 보면 좋은 동반자로 인생 길을 걸어갈 수가 있다.
▶ 변우량 전 평택대학교 대우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