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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1-12-07 13:3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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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세계적 베스트셀러 『디테일의 힘』의 저자 왕중추가 방한했다. 그는 기업의 디테일을 높일 수 있는 ‘효율적인’ 기업경영 시스템의 단계를 세 가지로 나눴다. 첫 번째 단계는 능력 있는 CEO가 이끄는 인치(人治)의 단계다. 직원들은 강력한 카리스마와 전략을 제시하는 CEO를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두 번째 단계는 법률 또는 제도를 통해 기업을 경영하는 법치(法治)의 단계다. 능력 있는 한두 사람이 아니라 회사의 축적된 매뉴얼과 시스템이 회사를 굴러가게 한다. 가장 높은 단계는 문화를 통해 경영하는 문치(文治)의 단계다. 구성원들이 공감하는 일치된 비전과 가치에 따라 경영해야 한다.


  2011년 7월. 국내의 한 유통 대기업의 지역 본부 회의실. 필립 코틀러의 『마켓 3.0』을 주제도서로 한 지역 점장들의 독서토론 현장. 경쟁회사의 ‘통근 할인’, ‘반값 할인’은 과연 마켓 3.0 시대에 맞는 전략인지를 두고 갑론을박을 하고 있었다. 토론자들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평소에는 책을 읽고 독후감을 써내거나 온라인으로 문제를 푸는 것으로 진행했는데, 업무도, 직급도 다른 사람들이 함께 토론하면서 혼자 하던 고민을 나눌 수 있고, 함께 공부하는 재미도 얻을 수 있었다”고 말한다. 다른 참여자는 이런 소통의 기회가 많았으면 한다는 기대도 표시했다. 하지만, 부정적인 반응도 있다. 결론 없는 토론이 익숙하지 않고, 또 하나의 업무처럼 다가온다는 반응이다.
  코틀러는 제품 중심인 마켓 1.0시대와 소비자 지향인 마켓 2.0시대를 넘어 가치 주도의 마켓 3.0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지적하고 있다. SNS로 대표되는 참여의 시대, 국경의 경계가 사라지는 세계화의 시대, 창의적 사회로 진화되었기 때문이다. 이 시기에는 협력 마케팅, 문화 마케팅, 영성 마케팅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과제형에서 토론형으로 바꾸어야
왕중추와 코틀러에게서 공통으로 발견할 수 있는 것은 바로 ‘문화’이다. 그런데, 문화는 제품처럼 어느 날 뚝딱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다. 최근 스티브 잡스 배우기에 한창인 우리 기업들은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에서 벗어나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차별화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 최근 기업에서도 인문학 열풍이 불고 있는 것도 그런 맥락이다. 그런데, 인문학조차 결과 중심의 사고로 접근하고 있다는 게 아쉽다.
  인문학(人文學, humanities)은 사람에 대한 학문이다. 구체적인 분야는 문학, 역사, 철학이다. 인문학은 인간의 가치탐구와 표현활동을 대상으로 하는데, 미국에서는 언어 문학 역사 법률 철학 고고학 예술 비평도 포함한다.
  그간 당장 활용할 수 있는 실용지식에만 접근하다 보니 제품에만 주목했지 인간에 대한 깊이있는 이해에는 소홀히 했다. 소비자를 물건을 파는 대상으로만 보았지, 그들의 감성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부족했다. 문학을 포함한 인문학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많은 독서모임들이 자기계발 도서나 경제경영 도서를 주제도서로 한다. 그런데, 이런 도서는 내용이 빤하다. 심도있게 토론할 만한 깊이가 부족하다. 그러다 보니, 독서모임은 그 책이 어떤 내용들이 있는지 브리핑 하고, 요약해서 이해하는 정도에 그친다.


  독서토론은 독자 스스로가 자성하는 기회다. 자신이 어디에 서 있는지 입장과 상황, 가치에 대해 자문하게 한다. 작품 속 인물들에 동화되기도 하고, 때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인물을 다른 토론자들을 통해 공감하게 되기도 한다. 바로 참여와 공유, 협력의 시대다. 독서토론은 저자는 물론이고, 책속 인물, 함께 토론에 참여한 사람들과 공감하고 소통하는 과정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토론 진행자와 논제다. CEO나 최상위 직급자가 진행하면, 업무회의와 다를 바 없다. 진행자의 훈계성 강의가 되거나, 뻔한 답변들만 오간다. 아직도 독서토론을 정답을 도출하는 ‘토의’처럼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독서토론은 책의 저자와 대화이자, 다른 독자와의 대화이기도 하다. 때론 공감하기도 하고, 때론 반박하면서 열띤 토론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창의적인 시간이다.

독서토론은 정답을 도출하는 ‘토의’와는 달라

 창조경영을 하자고 하는 독서경영이 단순히 지식경영 차원에서 지식을 채우는 학습에 머무르는 것도 아쉬운 일이다. 창조는 채우는 게 아니라 비움의 상태, 여유의 공간에서 생긴다. 빈둥거리는 시간이 창의적인 시간이다. 모든 일이 그렇지만, 독서토론 또한 재미있어야 한다. 생각과 지식, 가치관을 서로 교환하고 새로운 아이디어와 생각, 가치를 교환하는 시간으로 바뀌어야 한다. 진행자의 의제를 설정하는 논제능력과, 토론에 활기를 불어넣는 진행능력이 필요한 이유다.
  조직 구성원들 간의 소통 부족은 그들의 생각을 듣는 자리를 자주 가지면 된다. 일방적 상의하달식 조직문화에서 쌍방향 하의상달식 조직문화로 바꾸어야 한다. 그런 문화를 정착시키는 데 독서토론 만한 게 없다. CEO의 독단적인 조직문화는 어느 순간 쉽게 바뀌지 않듯이 기업의 토론문화 또한 쉽게 바뀌지 않는다. 조직에서 상하간 토론문화를 정착시키는 건 말처럼 쉽지 않다. 하지만,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다. 이제 짜여진 매뉴얼과 규정만으로 기업경영을 하던 시대는 끝났다.



  그간의 독서경영이 경제경영 서적 중심으로 직무와 관련한 데에 중점을 두었다면, 이제 독서경영 2.0 시대에서는 인문학 서적을 중심으로 인간 즉, 직원과 소비자에 대한 이해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고객의 감성과 접근하기 위해서는 합리적인 ‘거래’가 아니라 감성적인 ‘공감’이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애플빠’라는 말이 보여주듯이, 그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매니아가 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가지고 싶은 제품 이전에 먼저 닮고 싶은 회사, 입사하고 싶은 기업이 되어야 한다.
  왕중추는 한국 기업에 대한 조언으로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한국 기업은 글로벌화에 성공했지만 앞으로는 기업 문화가 화두가 될 것 같다. 기업의 장기적인 성공은 기술만이 아니라 기업 문화에서 나온다. 왜 소비자들이 이 회사 제품을 선택해야 하는지, 왜 직원들이 돈 이외의 가치를 가지고 회사를 위해 뛰어야 하는지 ‘세심하게’ 고민해야 한다.”
  이제 독서경영도 지식경영 차원에서 접근할 게 아니라 기업문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때다. 바로 독서경영 2.0의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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