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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6-07-26 22:50:49
  • 수정 2026-07-27 09: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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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일한 사람이 나를 더 잘 안다

다면역량진단 운영 방식이 달라졌다. 올해부터는 구성원이 직접 평가자를 고르고, 승인권자가 이를 검토한다. 공지문을 읽다가 문득 손이 멈췄다.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누구일까.'

처음에는 같은 팀 동료가 떠올랐다. 그런데 지난 1년을 돌아보니 가장 많이 머리를 맞댄 사람은 옆 부서 직원이었다. 가장 어려웠던 프로젝트도 다른 본부 사람들과 함께했다. 반대로 같은 조직에 있으면서도 업무를 함께해 본 적은 거의 없는 사람도 있었다. 회사에서는 조직도 안에서 일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실제 업무는 조직도보다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움직인다. 이번 다면역량진단 개편은 그 사실을 다시 떠올리게 했다.


조직도는 일을 모두 설명하지 못한다

여러 기업의 HR 담당자들을 만나 보면 비슷한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보고 체계와 실제 일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것이다. 요즘은 프로젝트 단위로 여러 부서가 함께 움직이는 일이 흔하다. 한 사람이 동시에 두세 개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것도 특별한 일이 아니다. 그 과정에서 가장 자주 의견을 주고받는 사람도, 가장 많은 피드백을 받는 사람도 같은 팀 안에만 있지 않다.

그런데 평가자를 조직도만 보고 정하면 어떤 일이 생길까. 정작 내 일을 가장 가까이에서 본 사람은 빠진다. 대신 같은 부서라는 이유만으로 평가자가 되는 경우가 생긴다. 아무리 평가 문항을 정교하게 만들어도, 평가자가 실제 업무를 잘 모른다면 결과의 신뢰도는 높아지기 어렵다.

이번 개편의 핵심은 평가 권한을 개인에게 넘겼다는 데만 있지 않다. 실제로 함께 일한 사람이 평가하도록 한 데 있다. 그 변화는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다. 조직도를 기준으로 사람을 이해하던 방식에서, 실제 업무 경험을 기준으로 사람을 바라보는 방식으로 조금씩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다.


평가자 명단은 지난 1년을 돌아보게 한다

평가자 명단을 작성하는 일은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처음에는 쉽게 끝날 줄 알았다. 막상 이름을 적기 시작하니 손이 자꾸 멈췄다. 내 일을 가장 가까이에서 본 사람은 누구였을까. 가장 어려운 문제를 함께 풀었던 사람은 누구였을까. 부족한 점까지 솔직하게 말해줄 사람은 누구일까. 답은 생각보다 간단하지 않았다.

오랫동안 같은 팀에 있었지만 업무를 함께한 기억은 많지 않은 사람이 있었다. 반대로 몇 달밖에 함께하지 않았어도 프로젝트 하나를 끝까지 같이 끌고 간 사람도 있었다. 시간보다 경험이 더 또렷하게 남아 있었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HR 담당자들도 고개를 끄덕인다. 처음에는 평가자를 금세 정하던 사람들도 명단을 채워 갈수록 신중해진다고 한다. '이 사람이 정말 내 업무를 평가할 수 있을까.' 그 질문 하나만으로도 지난 1년이 다시 떠오른다. 누구와 가장 자주 의견을 나눴는지, 누구와 문제를 해결했는지, 누구에게 가장 많은 피드백을 받았는지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평가자를 고르는 일은 그저 이름을 적는 절차가 아니다. 지난 1년 동안 내가 누구와 일했는지 돌아보는 과정에 가깝다.



친한 사람과 함께 일한 사람은 다르다

협업이라고 하면 관계부터 떠올리기 쉽다. 서로 편하게 이야기하고, 자주 소통하고, 잘 지내는 사람 말이다. 하지만 업무에서는 조금 다른 기준이 필요하다. 한 사람의 역량은 함께 일하는 과정에서 드러난다. 회의에서 어떤 질문을 하는지,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떻게 움직이는지, 의견이 엇갈릴 때 어떤 태도를 보이는지, 맡은 일을 끝까지 책임지는지는 실제로 일을 맞춰본 사람이 가장 잘 안다.

그래서 친한 사람이 항상 좋은 평가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업무 외에는 거의 대화를 나누지 않아도 프로젝트 하나를 함께 끝까지 해본 사람이라면 훨씬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친분이 아니라 경험이다. 얼마나 가까운 사이였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함께 고민하고 결정하고 실행했는지가 더 중요하다. 다면역량진단이 찾으려는 것도 바로 그런 사람이다.


사람의 기억에는 빈틈이 있다

평가자를 직접 고르도록 했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생각보다 사람의 기억은 쉽게 흐려진다. 최근 함께한 프로젝트는 또렷하게 떠오르지만, 몇 달 전 업무는 금세 희미해진다. 오랫동안 같이 일했던 사람보다 마지막 프로젝트를 함께한 사람이 먼저 생각나기도 한다.

그래서 최근에는 협업 데이터를 함께 들여다보는 기업도 늘고 있다. 누가 누구와 얼마나 자주 일했는지, 어떤 프로젝트를 함께했는지, 어느 부서와 가장 많이 연결되어 있는지를 데이터로 확인하는 것이다. 협업 데이터가 보여주는 건 업무량만이 아니다. 정보가 어디로 흐르는지, 여러 팀을 자연스럽게 이어주는 사람이 누구인지, 반대로 특정 조직이나 사람이 관계망 밖에 머물러 있지는 않은지도 함께 보여준다.

흥미로운 점은 데이터가 사람들의 인식과 꼭 같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성과가 뛰어난 사람으로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여러 조직을 연결하는 역할까지 맡고 있었던 사람이 드러나기도 한다. 반대로 눈에 잘 띄지 않았지만 여러 프로젝트를 묵묵히 이어온 사람이 데이터 속에서 처음 발견되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다면역량진단과 협업 데이터는 자주 함께 이야기된다.

하나는 사람의 경험을 묻는다. 다른 하나는 그 경험의 흔적을 확인한다. 방법은 다르지만 두 가지 모두 같은 질문에서 출발한다. '실제로 누구와 함께 일했는가.' 조직을 이해하는 기준도 조금씩 바뀌고 있다. 예전에는 조직도가 관계를 설명했다면 이제는 실제 업무가 만들어낸 연결이 사람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평가는 함께 일한 사람에게서 시작된다

이번 다면역량진단 개편은 평가 방식을 조금 바꾼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조금 다르게 보면 조직을 바라보는 기준이 달라지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예전에는 조직도가 사람 사이의 관계를 설명했다. 같은 부서인지, 누구에게 보고하는지만 알면 함께 일하는 모습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었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프로젝트는 부서를 넘나들고, 문제는 여러 조직이 함께 해결한다. 가장 많이 배우는 사람도, 가장 자주 의견을 주고받는 사람도 같은 팀 안에만 있지 않다. 평가도 그 변화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번 개편은 자연스럽다.

나를 가장 잘 평가할 사람은 실제 업무를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사람이기 때문이다. 물론 고민은 남는다. 평가자를 직접 고르게 하면 친분에 따라 명단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그래서 승인권자의 검토 절차를 둔 것일 것이다. 자율성과 신뢰성을 함께 가져가기 위한 현실적인 선택이다. 그럼에도 이번 변화가 던지는 질문은 분명하다. 우리 조직은 사람을 무엇으로 이해하고 있을까. 직급일까. 소속 부서일까. 아니면 함께 일한 경험일까. 평가는 점수를 매기는 일처럼 보이지만 그보다 먼저 사람을 이해하는 일이다. 누구와 가장 많이 부딪히고 고민하며 문제를 해결했는지. 그 시간이 한 사람의 일을 가장 잘 설명한다. 좋은 평가는 결국 함께 일한 사람에게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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