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상반기가 지나고 하반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숨 가쁘게 달려온 상반기를 돌아보면, 새로운 교육체계를 설계하고, 필요한 과정을 개발하며, 기존 교육은 현업의 요구에 맞게 끊임없이 보완해 왔습니다.
그 모든 과정의 중심에는 '조직에 정말 필요한 교육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교육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본업의 시간보다, 그 앞단에 경영진을 설득하고 현업의 공감을 얻는 데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구나!' 하고 말이죠.
올 해, 제가 가장 많이 한 업무는 아마도 '설득'인 것 같습니다.
AI 교육을 시작할 때도 그랬습니다. 새로운 도구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설명하기보다,
왜 지금 AI를 배워야 하는지 이야기하는 시간이 더 길었습니다.
직무교육 체계를 논의할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교육과정을 안내하고 설명하기 전에 왜 직무 교육 체계가 필요한 지, 왜 공통의 스킬 언어가 필요한 지를 먼저 설명해야 했습니다.
교육을 설계하는 시간보다 교육의 필요성을 설명하는 시간이 더 길어졌다는 사실은,
어쩌면 지금 HRD가 마주한 현실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장면인지도 모릅니다.
처음에는 조금 의아했습니다.
'좋은 교육을 준비하면 자연스럽게 참여하지 않을까?'
하지만 현장에서 느낀 것은 조금 달랐습니다.
사람들은 교육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를 조심스러워하고 있었습니다.
조직 심리학에서는 이를 현상 유지 편향(Status Quo Bias)이라고 설명합니다. 사람은 새로운 것이 더 좋은 선택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익숙한 방식을 유지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변화에는 학습뿐 아니라 실패에 대한 부담, 기존 방식에 대한 애착, 새로운 업무에 적응해야 한다는 심리적 비용이 함께 따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변화관리 분야에서 널리 활용되는 ADKAR 모델 역시 변화는 단순히 교육(Knowledge)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설명합니다.
먼저 왜 변화해야 하는지 이해(Awareness)하고, 변화하고 싶은 마음(Desire)이 생긴 뒤에야 비로소
교육(Knowledge)과 실행(Ability)이 이어집니다.

생각해 보면 HRD의 업무는 많이 달라졌습니다.
예전에는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중요한 역량이었다면, 지금은 조직이 왜 변화해야 하는지를 함께 이해시키는 일이 더 중요해졌습니다.
현업과는 "왜 지금 직무교육이 필요한가"를 이야기하고, 리더와는 "왜 AI를 업무에 적용해야 하는가"를 논의합니다. 때로는 교육을 시작하기도 전에 여러 차례의 회의와 인터뷰를 통해 공감대를 만드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쓰기도 합니다.
교육은 하루 만에 끝날 수 있지만, 변화에 대한 공감은 그렇게 쉽게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요즘 HRD는 교육기획자인 동시에 변화관리자(Change Manager)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상반기를 돌아보면 저 역시 선뜻 "그렇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교육은 마무리되었지만 조직의 일하는 방식은 크게 달라진 것 같지 않고, AI 교육을 진행했지만 현장에서 활용이 눈에 띄게 늘어난 것처럼 느껴지지 않을 때도 있었습니다.
그럴 때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들곤 합니다.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이 정말 변화를 만들고 있는 걸까?"
하지만 변화관리 분야의 대표적인 학자인 존 코터(John P. Kotter)는
변화는 교육 한 번이나 선언 한 번으로 완성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구성원들이 변화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작은 실천이 반복되며, 그것이 조직의 문화로 자리 잡을 때 비로소 변화는 시작됩니다.
생각해 보면 교육은 변화의 결과가 아니라 출발점입니다.
교육 이후 새로운 방식을 한 번 더 시도해 보는 행동, 리더가 그 시도를 지지하는 태도, 팀 안에서 경험을 공유하는 문화가 쌓일 때 비로소 교육은 조직의 변화로 이어집니다.
그래서 상반기의 성과를 너무 조급하게 판단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우리가 만들고 있는 교육과 설득의 과정은, 어쩌면 아직 눈에 보이지 않을 뿐 앞으로 조직을 변화시킬 씨앗을 심는 과정일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올해 저 역시 AI 교육과 직무교육 체계를 준비하며 같은 고민을 여러 번 했습니다.
교육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보다 왜 지금 이것이 필요한 지를 설명하는 일이 더 어려웠고, 교육을 운영하는 것보다 현업과 리더의 공감을 얻는 일이 더 많은 에너지를 요구했습니다.
그러면서 HRD를 조금 다르게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HRD는 교육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조직이 새로운 방향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먼저 공감대를 만들고 변화를 설득하는 사람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교육을 통해, 조직의 전략을 구성원이 일하는 방식으로 연결하고, 변화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새로운 일하는 방식으로서 자리 잡도록 이어주는 사람 말입니다.
상반기를 지나며 다시 한 번 느낀 것은, HRD의 일은 교육을 운영하는 것보다 변화를 연결하는 일에 더 가깝다는 사실입니다.
앞으로도 새로운 기술은 계속 등장하고, 조직의 전략도 끊임없이 바뀔 것입니다. 그 변화의 중심에서 사람과 조직을 연결하는 역할은 여전히 HRD의 몫일 것입니다.
그래서 남은 하반기에는 교육의 수보다 변화의 깊이를, 프로그램의 완성도보다 현장의 작은 변화를 조금 더 유심히 바라보려 합니다.
아직 눈에 띄는 성과가 보이지 않더라도, 우리가 지금 만드는 공감과 설득, 그리고 배움의 경험들이 언젠가는 조직의 변화를 이끄는 힘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사실 이 말은, 상반기를 돌아보며 저 자신에게 가장 먼저 건네고 싶은 말이기도 합니다.)
혹시 지금도 변화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현업을 설득하며 같은 고민을 이어가고 계신 담당자가 있다면
너무 조급해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