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아 서울대학교 뇌인지과학과 교수
서울대학교 심리학과에서 학사/석사학위를, 미국 유타대학교에서 신경과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미국 텍사스학교 의과대학 신경생물해부학과와 보스턴대학교 뇌-기억 센터의 박사후연구원을 거쳐, 미국 아이오와대학교 심리학과에서 조교수를 지냈다. 현재 서울대학교 뇌인지과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연구뿐만 아니라 대중 강연을 통해 많은 사람에게 즐거움과 희망을 주는 뇌과학을 소개하고 있다.
직장인들에게 (생성형) AI는 단순하고 반복적인 일을 대신해주고, 수많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수많은 질문에 답해준다는 점에선 분명 축복이지만, AI의 도움 없이는 아무것도 못하는 B급 인간을 양산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양면성이 있는 AI를 지혜롭게 활용할 수 있을까. 질문에 대한 해답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월간HRD』는 새로운 것을 이해하고 이해한 것을 행동에 옮기는 ‘학습’을 지휘하는 뇌에 주목했다. 그렇기에 이인아 서울대학교 뇌인지과학과 교수와 대담을 나눠봤는데, 그는 왜 자기만의 개성, 관점, 맥락을 바탕으로 차별화된 역량을 갖춰야 AI라는 날개를 달아 대체 불가능한 인재가 될 수 있는지를 골자로 HRD스탭들이 AI 시대에서 깊이 새기며 실천해야 하는 여러 귀중한 메시지를 전해줬다.
HRD 편집부:
뇌를 향한 대중의 관심이 커지고 있는 흐름을 어떻게 보시는가.
이인아 교수:
‘저 사람은 왜 저런 행동을 했을까?’, ‘내 마음은 왜 이럴까?’, ‘사람들과의 관계란 대체 무엇일까?’ 등 인간의 마음과 행동에 관해 누군가가 설명해주길 바라는 흐름은 예전부터 존재해왔다. 언급한 질문들에 옛날에는 철학이 답해왔고, 시간이 흐르면서는 심리학이, 지금은 ‘뇌가 작동하는 원리를 알면 인간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는 믿음으로부터 만들어진 학문’인 뇌과학이 답하고 있을 뿐이다.
HRD 편집부:
일반인을 위한 교양 차원에서 뇌를 소개해주시면 감사하겠다.
이인아 교수:
뇌는 우리가 신경을 쓰지 않지만 생존에 직결되는 호흡, 심장박동, 체온조절, 수면, 소화, 인지작용 등을 관리한다. 뇌가 인간의 모든 것이 들어있는 장기이며, 진화의 역사를 담고 있는 이유다. 그야말로 뇌는 우리가 생각하는 나, 다시 말해 나 자체다. 그렇기에 심장이 정지하면 생명이 정지한 것이지만 뇌가 정지하면 내가 정지한 것이다.
HRD 편집부:
이제부턴 인간역량개발 관점에서 질문드리겠다. 먼저 뇌과학적으로 학습의 의미, 학습의 조건을 말씀해달라.
이인아 교수:
우리는 굉장히 불리하고 척박한 환경에서 진화의 여정을 시작했는데, 우리의 조상들인 설치류와 포유류 등은 보잘것없는 신체를 가지고 거대하고 강력한 생명체들 틈에서 살아남아야 했다. 그러려면 위험한 상황이 펼쳐졌을 때 그 상황에 대응하는 방식을 빠르게 습득해서 생존하고, 다음에 똑같은 상황에 놓였을 때 우물쭈물하지 않으며 생존 확률을 더욱 높여야 했다. 이것이 학습이며, 학습을 통해 점점 많은 인간이 살아남아 지금의 문명을 이루게 됐다. 그야말로 학습은 인간의 생존에 있어 가장 중요한 수단이다. 차를 몰다가 큰 사고가 날뻔한 경험을 한 뒤로 유사한 상황을 사전에 피하는 사람을 생각하면 쉽다. 특히, 요즘처럼 시시각각 변하는 환경에선 새로운 것들, 위험한 것들이 계속 나오는 만큼 인간의 구명조끼인 학습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학습의 조건으로 넘어가면 새로운 것을 경험해본 뒤 반드시 행동으로 옮겨봐야 한다. 경험한 것이 몸으로 행동할 때 나와야 학습이 된 것이다. 예를 들어 여행하는 사람, 요리하는 사람, 운동하는 사람,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을 스마트폰에서 콘텐츠를 통해 보고 ‘저렇게 하면 되는구나’라고 이해하는 것은 학습이 아니다. 그들처럼 여행할 수 없고, 요리할 수 없고, 운동할 수 없고, 악기를 연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시험공부를 할 때도 강의를 들었을 때 분명 이해한 문제를 막상 시험장에서 풀려고 하면 못 푸는 경우가 많다. 이해만 하고 풀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저는 스마트폰이 세상에 나온 이후 ‘이해’와 ‘행동’이 분리되기 시작한 것이 우려스럽다. 몸을 움직이지 않고 관찰만 하면 학습은 절대 이뤄지지 않는다. 그런 만큼 HRD스탭들께선 많은 내용을 주입식으로 전달하는 교육보다 하나를 배우더라도 강의를 들은 다음 반드시 실습해보는 교육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
"새로운 경험이 몸을 움직일 때 나와야 학습이 된 것이다.
따라서 HRD스탭들은 주입식으로 전달하는 교육을 지양하고,
하나의 지식을 가르치더라도 들은 내용을 실습하게 하며
학습자들의 이해와 행동이 분리되지 않는 교육을 지향해야 한다."
HRD 편집부: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 (생성형) AI를 어떻게 바라보고 계신지도 궁금하다.
이인아 교수:
전공이 전공인지라 다양한 AI를 쓰고 있는데 프랜차이즈 음식점의 음식 같다고 본다. 딱히 흠을 잡을 곳도 없고, 고급 음식점을 찾아가서 맛있는 코스 요리를 먹기에는 시간이 부족할 때 찾아가서 먹기에 제격인 음식을 생각하시면 된다. 지금의 AI가 독특한 맛의 설렁탕, 수제 버거, 요리사의 설명을 들으며 즐기는 풀코스 요리 같을 수 없다는 뜻이다. 인터넷에 떠도는 아주 일반적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학습해서 결과물을 생성하는 까닭이다. 물론 AI의 강점은 상당하다. 요리를 배운 적이 없는 사람, 작곡을 배운 적이 없는 사람이 간단한 요리와 작곡을 하게끔 도와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반드시 통찰해야 하는 점이 있는데 자기만의 맥락과 경험 기반의 특장점이 없는 사람은 B급 콘텐츠 제작자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누구나 AI를 쓸 수 있기 때문인데, AI가 더 발전할 것이 자명하고 그렇기에 사람들이 AI가 만든 결과물을 보는 눈이 더 높아질 것도 자명한 상황에서 B급 생산자는 점점 쓸모가 없어질 것이다. 콘텐츠 구매자가 직접 AI와 대화하며 A급 콘텐츠를 만들면 되지 않는가. 자기 분야에서 자기만의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말인데 땅을 파주는 AI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 AI를 쓰는 사람은 체력과 속도는 AI보다 뒤떨어지더라도 AI와 동등한 기술력을 갖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땅을 파는 AI를 비평하고 감독할 수 있다.
말씀드린 내용은 계속해서 뇌를 써야 하는 이유와 맞닿아 있는데, 뇌에는 지금 당장 중요하지는 않은 무엇인가를 나중에 쓸 수 있으니 보관해두는 메커니즘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기에 쓰지 않으면 퇴화한다. 그러니 AI가 만들어 주는 것을 보고 감탄만 하고, 내가 만든 것이라고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는 사용자들이 걱정된다. 이들에게 AI가 ‘당신은 뭘 하고 있나요?’라고 묻는 상황이 펼쳐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HRD 편집부:
답변의 연장선에서 지혜로운 AI 활용법을 짚어주시면 좋겠다.
이인아 교수:
글쓰기를 예로 들면 무엇을 어떻게 쓸지 생각하고, 생각한 것들을 정리하는 작업은 AI에게 맡기면 안 된다. ‘이런 글을 쓰려고 하고, 도입부는 이런 식으로 풀어가려고 하는데 넌 어떻게 생각하니?’라는 질문을 던지며 정리한 생각을 점검하는 대화 파트너로서 AI를 활용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저는 학생들에게 리포트, AI와 대화를 나눈 기록을 함께 제출하라고 한다. 자기가 사고한 과정을 AI에게 얼마나 주입시켰고, AI가 생성한 답변을 얼마나 비판적으로 분석하면서 리포트를 썼는지 보기 위함이다. 이런 훈련을 하지 않으면 나중에는 아주 짧은 글을 쓴다고 해도 AI의 도움 없인 한 줄도 쓰지 못할 것이다.
HRD 편집부:
AI가 논리 기계인 까닭인가.
이인아 교수:
맞다. 그래서 내가 이런 수를 두면 상대방은 그에 맞춰 저런 수를 두는 업계에선 사람이 AI를 이길 수 없다. 변호사와 바둑기사가 대표적이다.
HRD 편집부:
지금까지 전해주신 말씀을 정리하는 차원에서 인간역량개발의 미래가 어때야 하는지에 관해 제언 부탁드린다.
이인아 교수: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명확화해야 하며, 그것을 어떻게 이뤄내야 할지 방향도 확실하게 잡아야 한다. 자기 머릿속에 이미지가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는 일반인들이 전부 예술가가 될 필요가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다른 사람의 노래나 그림을 카피하지 않고 자기만의 노래나 그림을 만드는 예술가 말이다. 관악산을 캔버스에 그리는 예술가는 머릿속에서 관악산이 주는 느낌과 이미지, 그것들을 표현할 색채가 떠올라야 붓을 든다.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예술가들 중 하나인 미켈란젤로는 다비드상을 조각할 때 몇 개월 동안이나 다비드상을 놓을 장소에 가서 멍하니 서 있었다고 한다. 그 모습을 본 사람이 뭐하냐고 묻자 ‘일하고 있다’라고 답했다고 하는데 이미지가 확실해질 때까지 고민하고 또 고민한 것이다. 말씀드린 사색은 예술가들이 자기만의 냄새와 스타일을 바탕으로 탁월성을 발휘할 수 있었던 이유이며, 이것이야말로 AI와 차별화되는 인간의 경쟁력이다.

"생성형 AI가 세상에 나온 뒤
승승장구하고 있는 인재들은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다진 기본기, 얻은 배움을 토대로
다른 사람과 차별화되는
자기만의 스타일을 만들어냈고,
그것을 AI라는 손과 발의
도움을 받으며 맘껏 구현하고 있다."
HRD 편집부:
사색을 통해 자기만의 것을 만들려면 고된 훈련이 필수일 듯싶다.
이인아 교수:
맞다. 피카소는 자기만의 스타일을 완성하기까지 엄청나게 많은 그림을 그렸다. 거의 사진처럼 그린 그림도 있다. 그리고 천재 작곡가로 역사에 남은 모차르트는 어렸을 때 아버지 밑에서 노예처럼 작곡 훈련을 했다. 고된 훈련 없이 천재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고된 훈련은 맨땅에 헤딩하면서, 선배들에게 혼나면서 일한 50대-60대 중에 AI 덕에 날개를 단 분들이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정말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서 다진 기본기, 얻은 배움을 발전시켜서 자기만의 스타일을 만들었고, 그것을 바탕으로 AI를 활용하며 탁월성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20대-30대 젊은이들은 기업들이 AI가 더 낫다며 신입사원을 뽑으려고 하지 않고, 단순 반복적이지만 어떤 태도로 하느냐에 따라 배움을 얻을 수 있는 일을 AI에게 맡기고 있는 세상에서 50대-60대가 자기만의 스타일을 만들 수 있는 동력이었던, 도제식 교육훈련의 강점이기도 한 ‘경험’을 AI에게 뺏기고 있다. 이런 동향이 정말 걱정스러운데 지금 젊은 직장인들은 본인들 스스로는 아무것도 할 줄 아는 게 없는 임원들이 될지도 모른다. AI 없이도 AI를 쓸 때만큼의 생산성과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이 역으로 AI를 잘 쓸 수 있다. 그러니 AI 없이 탁월성을 발휘하지 못하는 사람은 AI를 쓰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
HRD 편집부:
젊은 직장인들은 기업의 미래다. 그런 만큼 걱정하시는 부분을 HRD스탭들이 해결하려면 무엇을 해야 하겠는가.
이인아 교수:
AI를 쓰지 않고 일해보도록 하고, 이를 통해 만든 결과물을 AI를 활용해서 일했을 때 만든 결과물과 비교해보는 프로그램을 운영해봐야 한다. 그리고 AI 없이 자기만의 독특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사람을 인정해주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지금 AI에게 의존하며 신입사원들을 뽑지 않는 기업들이 많은데 나중에 크게 후회할지 모른다. 회사에 점점 유능한 인재들이 줄어들 것이고, 고객의 눈은 점점 높아져서 AI로 만든 제품과 서비스에 만족하지 않을 것이며 나중에 고객은 사람이 만든 제품과 서비스를 그리워할 것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펼쳐질 세상에선 어떤 일을 하든지 자기만의 개성, 관점, 맥락을 바탕으로 AI를 활용할 줄 알고, 기본기를 착실하게 다졌기에 기술적인 빈틈도 없어서 미려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인재가 각광을 받을 것이다. 그러니 이런 인재를 선제적으로 육성해야 한다.
HRD 편집부:
말씀하신 인재가 되기 위한 시작점은 뇌라고 생각된다. 그러니 뇌인지과학자로서 마지막으로 흔들리지 않고 건강한 뇌를 만들기 위해 어떤 습관을 갖춰야 하는지 메시지를 전해주시면 감사하겠다.
이인아 교수:
HRD스탭들을 위한 메시지로 이해하고 답변하겠다. 80대-90대가 되어서도 30대-40대 수준의 인지능력을 보여주는 분들을 보면 굉장히 다양한 활동을 다양한 사람과의 교류 속에서 한다. 이런 경우 뇌는 여러 부위를 한번에 쓰며 건강해진다. 한 가지를 죽어라 쥐어짜면 뇌의 생산성은 떨어진다. 그뿐 아니라 뇌가 번아웃 상태에 빠지며, 수명도 줄어든다. 일터로 시선을 돌려보면 다른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일하는 사람들이 성과도 좋고, 회복탄력성 수준도 높을 뿐만 아니라 오래 산다. 다른 사람이 한 말을 받아쳐 보고, 역으로 질문도 던져보고, 궁금해하면 굉장히 많은 뇌의 영역이 쓰이기 때문이다. 홀로 일하는 것을 즐기는 분들의 경우 그것이 편하다고 생각하겠지만 뇌의 활동성은 떨어진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런가 하면 다양성은 사내에 ‘꼰대’를 줄이는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꼰대’로 불리는 분들은 다양한 활동을 하지 않아서 뇌를 한쪽 방향으로만 쓰고 있고, 그렇기에 다른 쪽 활동을 통제할 수 없어서 꼰대가 된 것이다. 구글 같은 회사가 회사 안에 구성원들을 위한 놀이터를 만들어주고, 구성원들에게 나가서 운동도 하고 다양한 사람들과 여러 활동을 즐기는 시간을 가져보라고 말하는 것도 다양성의 힘을 알아서다.
마지막으로 퀄리티 높은 수면을 강조한다. 퀄리티 높은 수면을 취했는지 여부는 오후에 얼마나 집중력을 발휘하느냐를 보면 알 수 있다. 점심시간 이후 일터에서 집중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나른함을 느끼는 분들의 90% 이상은 평소 수면을 취하는 데 있어 문제가 있는 분들일 가능성이 크다. 제대로 수면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때다 싶어서 뇌가 자려고 하는 것이다. 이런 부분도 HRD스탭들이 잘 체크하며 회사의 건강성을 높이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