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은 팀 협업에 득일까요, 실일까요?’
현재의 생성형 AI는 기본적으로 사용자의 요청에 응답하는 방향으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이용자가 원하는 답을 찾아 주려고 최선을 다하고, 질문의 맥락을 맞추는 데 집중합니다. 비판적으로 검토하지 않으면, AI의 답은 매우 자연스럽고 자신감 있는 문장으로 제시되기 때문에 더 쉽게 받아들여지곤 합니다. 이 상태에서 AI를 팀에 들여놓으면, 인공지능은 ‘예스맨’ 역할만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즉, 누군가 “이 방향이 맞겠지?”라고 물으면, AI는 그 방향에 맞춰 논리를 만들어 주는 방식이죠.
반대로, AI에게 다른 역할을 부여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AI는 감정이 없고, 조직의 위계도 모릅니다. 누가 상사이고, 누가 목소리가 큰지에 휘둘리지 않습니다. 따라서 적절히 활용한다면, AI는 팀 안에서 사회적 동조에 묶이지 않는 용기 있고 객관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도 있습니다. 결국, AI에게 어떤 자리와 역할을 맡기느냐 입니다.
AI 팀원을 실제 현업의 회의나 기획 과정에 바로 적용해 보실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첫째, 브레인스토밍을 보완하는 팀원으로 활용하는 것입니다.
회의 전에 AI에게 막연히 “아이디어 좀 달라”고 요청하는 대신, “이 안건에 대해 마케팅 전문가, 소비자 행동 전문가, 정책 전문가의 입장에서 각각 의견을 정리해 주세요.” 이렇게 요청하면, AI는 같은 안건을 서로 다른 전문 영역의 관점에서 바라본 의견들을 정리해 줄 수 있습니다. 팀원들은 평소에 보지 못하던 관점은 무엇인지, 현재 팀 구성에서 상대적으로 약한 시각은 무엇인지를 회의 전에 미리 짚어 볼 수 있습니다. 이 경우 AI는 단순히 자료 찾는 도구가 아니라, 회의 전 논의의 폭을 넓혀 주는 가상의 팀원이 되어 줍니다.
둘째, 집단사고를 막는 ‘악마의 변호인 역할’로 활용하는 것입니다. 회의에서 한 방향으로 의견이 빨리 모일 때가 있습니다. 그때 AI에게는 오히려 반대편 역할을 맡기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이 안건을 반대하는 투자자의 관점에서, 단점과 리스크를 가능한 한 자세히 지적해 주세요.” 또는, “이 계획이 실패할 수 있는 시나리오를 세 가지 이상 제시해 주세요.” 이런 요청을 받으면 AI는 사람으로서는 꺼내기 어려운 비판과 우려를 정리해 줍니다. 이를 통해 미처 고려하지 못했던 리스크를 점검하고, 보완 전략을 세우며, 필요하다면 방향을 수정하는 기회를 갖게 됩니다. 이때 중요한 점은, AI가 누군가를 공격하는 주체가 아니라, ‘논의를 안전하게 넓혀 주는 도구’라는 점을 분명히 하는 것입니다. AI가 이런 점을 위험 요소로 보고 있다고 공유하면, 누가 직접 반대 의견을 냈는지에 대한 감정의 부담 없이도 비판적 논의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AI 시대의 팀워크는, 단순히 사람들 사이의 호흡 맞추기만으로 설명되기 어렵습니다. 사람의 기억과 감정, 팀의 역할 구조와 분위기, AI의 정보 처리 능력과 응답 방식이 모두 얽혀 있기 때문이죠. 앞으로 경쟁력 있는 팀은 이런 질문을 던지는 팀일 것입니다.
“지금 이 논의에서, AI는 어떤 역할을 하면 좋을까?”
도구로만 쓰지 않고, 의도적으로 ‘AI 팀원’의 역할을 설계하는 팀이 더 단단하고 현명한 의사결정을 해 나가게 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