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인드 마이드 송길영 작가
사람들이 살아감으로써 쌓이는 데이터를 관찰하고, 다양한 현상은 어떤 연유에서 발생하는지 탐색하며 지금 어떤 변화가 세상에 펼쳐지고 있고, 그 세상에서 살아가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효과적인지를 많은 이들에게 상세하게 알려주고 있다. 깊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영감을 받는 것에 가장 큰 기쁨을 느낀다.
핵개인의 시대, 호명사회, 경량문명. 마인드 마이너(Mind Miner)로 유명한 송길영 작가가 ‘시대예보’ 시리즈를 저술하며 제시한 문명이 변화하는 흐름인데, 송 작가는 명확한 현재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다가올 미래를 내다보며 많은 조직과 사람에게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를 알려주고 있다. 무엇보다 그는 지금은 남들이 하는 건 AI가 다 하는 세상임을 간파하며 전무후무한 일을 하기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고, 예전부터 설정한 ‘일, 연구, 취미가 한 결인 삶을 살겠다’라는 방향성도 견지하고 있다. 이렇게 송 작가가 보여주고 있는 삶의 궤적은 평생직장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에서 인간역량개발의 본질을 관통하고 있기에 『월간HRD』는 그와 심도 있는 대담을 나누며 배움을 얻는 시간을 가져봤다.
엄준하 발행인:
‘Who am I?’를 중심으로 개인 소개 부탁드린다.
송길영 작가:
기업에 종사하며 커리어의 대부분을 보냈는데 예전부터 일, 연구, 취미가 한 결인 삶을 살고자 했다. 이런 방향성에 맞춰서는 오랫동안 사회 변화로 인해 축적된 사람의 기록인 빅데이터 속에서 인간의 마음을 캐서 해석하는 ‘마인드 마이너(Mind Miner)’로서 기업들이 브랜드의 방향성을 수립하거나 미래 전략을 짜는 일을 도왔다. 마인드 마이너는 앞으로의 세상에선 사람의 생각이 일반화될 것이며, 그러니 관련한 연구와 공부를 하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만든 저만의 직업이다. 말씀드린 여정에서 3권의 책도 썼지만 그때의 저는 스스로를 ‘작가’라고 칭하는 데 꺼림이 있었다. 그러다가 한 철의 기상을 알려주는 일기예보가 아닌, 삶을 대비하기 위한 더 큰 호흡을 알려주는 책인 ‘시대예보’ 시리즈를 기획하며 온전한 작가로의 삶을 결심했고 2023년에 우리는 모두 쪼개지고, 흩어지고, 홀로 서게 되는 ‘핵개인의 시대’가 펼쳐졌음을 알려드리는 시리즈의 첫 책이 나오는 날 직장을 그만뒀다. 이후로 2024년에는 조직의 위상이 점점 낮아지고 있는 만큼 그동안 조직에 가려져 있던 내 이름을 되찾아야 하는 ‘호명사회’가 찾아왔음을, 2025년에는 거대함이 더 이상 안전을 보장하지 않기에 가볍고 빠르게 적응하는 조직과 개인만이 살아남는 ‘경량문명’이 탄생했음을 예보했다. 지금 네 번째 책을 쓰고 있는데 뭐가 나올지는 저도 모른다(웃음). 그렇기에 함께 토론하며 고민하는 도반들과 매주 모여 세상 읽기를 이어가고 있다.
엄준하 발행인:
인간의 욕망을 읽으며 미래를 보시는 것인가.
송길영 작가:
미래를 ‘이해’한다고 말씀드릴 수 있는데 사실 미래는 현재 속에 있다. 우리는 각자의 환경, 기질, 가치 체계에 따라 똑같은 변화에서도 다른 ‘선택’을 하며 그 선택이 미래를 만든다. 그렇기에 세상의 변화에 따라가지 못하며 안타까운 모습을 보이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이다.
엄준하 발행인:
작가님의 예보는 기업이 미래를 준비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 관련해선 인재를 채용, 관리, 육성하는 HR부서에 어떤 변화가 찾아올 것인지 듣고 싶다.
송길영 작가:
AI 에이전트 시스템이 나온 뒤로 저는 AI 에이전트를 관리하는 팀이 새로 만들어질 것 같다는 말을 기업에 종사하는 분들께 많이 드린다. 언급한 팀은 지금껏 수많은 구성원이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방법을 고민했던 기업들이 앞으로는 구성원들이 하던 일을 AI 에이전트에게 맡겨도 되겠다는 생각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흐름을 상징한다. 연장선에서 저는 기업에 사람이 아닌 ‘일’을 관리하는 ‘Chief Task Officer’가 나올 것으로 본다. 사람과 AI가 같이 일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HR부서에 있는 HR스탭들의 숙제는 ‘우리 HR스탭들이 앞으로도 HR스탭으로 불릴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져보는 것, 본인들의 회사에 존재하는 일을 해박하게 알고 있는 가운데 어떤 일을 AI에게 부탁하고 어떤 어려운 일을 사람에게 부탁할지 판단하는 것이다. ‘Development’ 측면에서도 말씀을 드리면 기업들은 공들여 뽑은 미래 인재들이 앞으로 맡을 직무를 훌륭하게 수행하며 성과를 내고, 다른 사람과 함께 일하기 위해 필요한 리더십을 갖추게끔 지원해왔다. 그러나 지금은 이미 전문가인 사람들이 기업에 와야 한다. 신입사원을 육성할 여유가 없다는 뜻이다. 실제 기업들은 공채를 없애고 있지 않은가. 여기에서 더 나아가 극단적인 기계화가 이뤄질 것으로 가정했을 때 박찬욱 감독님의 영화 <어쩔 수가 없다>에서처럼 1명의 직원만 남을 수도 있다. 이런 조직에 HR이라는 기능이 과연 필요할까. 정리하면 지금까지 기업들은 사람을 전제로 특정 목표를 수행해왔지만 이제는 기업의 Resource가 사람이 아닐 수 있는 만큼 HR스탭들께선 사람이 전제가 되는 시스템과 사람이 전제가 되지 않는 시스템을 결합했을 때 본인들의 회사가 어떻게 될 것인지를 새롭게 정의해봐야 하지 않을지 싶다.
"기업에 사람이 아닌 ‘일’을 관리하는 ‘Chief Task Officer’가
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HR스탭들은 본인들이
앞으로도 HR스탭으로 불릴 수 있을 것인지 자문해봐야 하며
AI와 사람의 역할과 역량을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엄준하 발행인:
산업화 시대에 유용했던 시스템이 이제 저물고 있는 것인가.
송길영 작가:
바로 보셨다. 앞으로 훨씬 더 적은 인력을 바탕으로 정교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실리콘밸리에 있는 기업들은 사람들을 내보내고 있고, 우리 기업을 살려줄 한 분의 전문가를 채용이 아닌 ‘영입’하는 데 엄청나게 많은 돈을 쓰고 있다. 김 부장 이야기로 돌아가면 실무에서 멀어진 김 부장에게 구성원들이 발표 자료를 봐달라고 형식적인 예우를 했는데 김 부장은 정말로 발표 자료를 봤다. 더 심각한 것은 자료의 내용은 보지 않고 글자의 폰트를 바꿔야 하고 색깔을 바꿔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비즈니스 속도가 생명인 기업에서 관리, 결재라는 이름 아래 만들어지는 시간 지연이고 비극인데, 이런 기업이 앞으로 점점 많아질 경량화된 기업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겠는가.
엄준하 발행인:
책에서 대마필사를 왜 말씀하셨는지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송길영 작가:
역사 속 전쟁에선 병력이 많은 것처럼 위장하면 기세로 적을 압박하며 전쟁을 하지 않고도 승리할 수 있었다. 대기업들의 경우 마음 먹고 투자하면 그것만으로도 경쟁사들의 개입을 막는 해자가 만들어졌다. 그러나 지금은 AI 덕에 프로세스가 간소화된 만큼 작은 기업들도 대기업들과 충분히 경쟁할 수 있다.
엄준하 발행인:
리더십 측면에선 관리와 결재 중심의 전통적인 리더십이 허물어지고 있는 것인데 당장 과감한 리더십 혁신을 추진하기 어려운 기업들의 경우 Job Define 명확화에 집중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겠다.
송길영 작가:
말씀하신 Job Define을 명확하게 했던 구성원들은 일을 잘할 수밖에 없는 만큼 관리자들이 선호했었다. 그렇지만 인간에겐 모호한 것이 제일 좋고 Job Define이 명확해질수록 기계화가 빨라진다. 이는 코딩, 회계, 세무, 법률 같이 섬세한 산업부터 망가지고 있는 배경이다. 명료한 일에서 사람은 기계를 이길 수 없다. 심지어 지금 AI는 일터에서 오래 일한 구성원이 가지고 있는 암묵지를 습득하고 있다.
엄준하 발행인:
인간 세상의 이로움을 논하려면 휴머니티도 필요하지 않겠는가.
송길영 작가:
맞다. 남아 있는 구성원 숫자가 0이 될 수는 없고, 새로운 문제에 대한 착상과 열정을 뿌리는 작업은 여전히 필요하다. 그러니 기업은 지금 열심히 일하고 있는 분들에게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 이는 제가 Chief Entertainment Officer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했었던 이유인데 지금의 구성원들은 잠시 머물렀다 가는 존재이기에 그들을 더욱 기쁘게 만들어주며 그들이 역량을 발휘하게끔 해줘야 한다. 그러니 근면성과 순응성이 중요했던 시절처럼 출퇴근을 관리하고 주간 업무보고를 받는 것에 집착하지 말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구성원의 직무가 아닌 ‘인생’을 바라보며 이곳에서 구성원이 일하는 시간을 인생의 암흑기가 아닌 황금기로 만들어주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창의성과 공유성 발현 측면에서도 그렇다. 오픈AI의 경우 창립 멤버들은 지금 다들 나가서 각자의 회사를 차렸는데 서로 잘 지낸다. 이젠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지만 언제 어떻게 또 힘을 합칠지 모른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그러는 것이다. 이제 퇴사했다고 해서 배신자 취급하고, 조직은 우월하고 구성원은 종속되어 있다는 관점과는 작별해야 한다.
▲ 엄준하 발행인(좌측)과 송길영 작가(우측)는 변화하고 있는 문명의 핵심은 무엇이며, 앞으로 펼쳐질 세상에서 기업과 사람은 어떤 전략적 자세를 바탕으로 경쟁력을 높여야 하는지를 비롯해 많은 이슈를 바탕으로 심도 있는 인터뷰 시간을 가졌다.엄준하 발행인:
조직이 우월했던 과거의 패러다임은 유니폼을 입는 것에 자부심을 느꼈던 직장인들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송길영 작가:
유니폼의 uni는 ‘하나’, form은 ‘형태’인데, 그동안 유니폼을 강조했던 회사들은 One of them을 만드는 작업을 해온 것이다. 이런 경우 구성원은 그 회사를 떠나는 순간 퇴로가 막힌다. 어느 회사의 사내 연구소 일화도 소개하면 이 연구소는 매년 책을 내는데 내용이 좋다. 그런데 원래는 저자의 이름이 있었지만 어느 순간 빠졌다. 이유를 물었더니 일을 잘해서 저자로 이름을 올려준 구성원이 퇴사해서 팀장이 화를 내며 빼버렸다고 했다. 상황을 들은 저는 ‘언젠가는 나갈 구성원에게 기회를 준 것이니 좋은 일이다’라고 말씀을 드렸는데 나중에 이름을 다시 넣어줬다고 한다. 지금은 언제든 헤어질 수 있고 언제든 다시 만날 수 있는 시대이기에 ‘너는 두드러지면 안 되고 다 우리가 한 것이다’라고 말하지 말고 구성원이 기여한 바를 다 적시해주며 그에게 그동안 경험을 쌓았다는 증거를 넘겨줘야 한다. 이렇게 우리 회사를 목적지로 보지 말고 ‘경유지’로 봐야 좋은 사람들이 찾아온다.
엄준하 발행인:
회사를 목적지가 아닌 경유지로 바라봐야 한다는 시선에는 누구도 앞으로 벌어질 상황을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는 메시지도 담긴 듯싶다.
송길영 작가:
맞다. 최근 들은 얘긴데 회장님들이 결재 서류가 올라오면 AI에게 물어봤냐는 말을 하신다고 한다. 그래서 어느 임원은 AI가 답해진 내용을 캡쳐해서 보여드렸는데 회장님이 더 화를 내셨다고 한다. 회장님도 혼란스러워서 그러신 건데 AI가 뜰수록 처음으로 돌아와서 ‘나는 왜 이 일을 하고 있는가’,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 사회는 어디로 바뀌고 있는가’를 통찰하며 새로운 일에 도전해봐야 한다. 이제 경쟁사는 옆에 있는 회사일 수도, 해외에 있는 회사일 수도, 작은 회사일 수도, 자동화된 업무 툴일 수도 있는 까닭이다.

"교육을 받으며 획득한 역량은
온전한 나의 역량이 아니라
물려받은 것이기에 효력이 없다.
그러니 주체적으로 살아가면서
나의 일을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전무후무한 것으로 만들어야
AI 시대를 지혜롭게 살아낼 수 있다."
엄준하 발행인:
마지막으로 『월간HRD』 독자들이 유념하면 좋을 부분을 짚어달라.
송길영 작가:
우리는 어제 먹은 음식, 나의 체질, 최근 받은 건강검진 결과 등에 맞춰 식생활을 영위한다. 이런 다층화된 정보를 살펴보면 의사결정 시스템을 이해할 수 있고, 개개인의 선택들이 모이면 사회의 방향성이 만들어진다. 그러다가 각기 달라 보였던 의견들이 집합적으로 합의되는 시점이 생기고, 그런 변천이 시대의 변화가 된다. 말씀드린 내용을 이해하면 미래를 내다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교육을 받아서 얻은 역량은 내 것이 아니라 물려받은 것이다. 그러니 주체적으로 살아가며 여러분이 하는 일을 전무후무한 것으로 만드시길 바란다. 이제 남들이 하는 것은 AI가 다 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