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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6-02-03 09:28:20
  • 수정 2026-02-03 09:3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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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업데이트가 학습을 앞지르는 시대
바이브 코딩을 붙들고 컴퓨터 앞에서 12시간을 씨름했습니다. 오류를 잡아내고 코드가 돌아갈 때 느낀 희열도 잠시, 며칠 뒤 들려온 새로운 툴의 업데이트 소식에 묘한 허무함이 밀려왔습니다.
"내가 며칠 밤을 새워 익힌 이 방식이 다음 달에도 유효할까? 연간 구독으로 할인해서 결제했지만, 1년 뒤에도 이 툴이 살아남을까? 더 좋은 툴이 나오면 또 처음부터 배워야 하나?"

그 순간, 소설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붉은 여왕의 말이 떠올랐습니다.
"여기서는 같은 곳에 있으려면 쉬지 않고 달려야 해."




‘AI Seoul 2026‘의 핵심 화두인 피지컬 AI 에이전틱 AI를 보며 이 대사는 더 이상 동화 속 이야기가 아님을 느낍니다. 어제 손에 익은 인터페이스가 오늘 아침 업데이트로 바뀌고, 매주 새로운 툴이 쏟아져 나옵니다. 뒤쳐지지 않고 제자리에라도 서 있으려면 숨이 턱 끝까지 차도록 계속 달려야만 하는 현실입니다.

이 지점에서 근본적인 의문이 생겼습니다. 기술의 수명이 몇 개월 단위로 짧아지고 있는데, 우리는 과연 무엇을 가르쳐야 할까요?

2. 도입 속도보다 더딘 효과
많은 기업이 ‘직원의 AI 활용 능력 향상’을 목표로 교육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교육 현장에서 체감하는 온도는 사뭇 달랐습니다. 도입의 필요성에는 모두가 공감하지만, 정작 실무에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 막막해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갤럽이 발표한 2025년 4분기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 전체 근로자 중 AI를 매일 사용하는 비율은 12%에 그쳤습니다. 주 몇 회 이상 사용하는 빈번한 사용자를 포함해도 26% 수준입니다. 반면 AI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고 답한 비율은 54%로 절반을 넘었습니다.



S&P Global(2025.10)의 조사에 따르면 생성형 AI를 도입한 기업은 빠르게 증가했지만,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고 있다고 답한 기업은 소수에 불과했습니다. HR Dive(2025.11)에 따르면 조직의 66%가 AI사용을 장려한다고 밝혔지만, 정작 직원의 33%는 어떤 교육도 받지 못했다고 보고했습니다. EY(2025.11) 역시 기업들이 AI로 얻을 수 있는 잠재 생산성의 40%를 놓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우리는 AI 혁명이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 살고 있지만 현장은 어떻게 시작할지 몰라 잠시 멈춰있는 상태입니다. 기술이 어려워서가 아닙니다. "적용하기 어렵고, 곧 새로운 것을 또 익혀야 한다"는 막막함과 피로감 때문입니다.

3. 스킬의 유통기한은 끝났다
이제 과거의 학습 기준은 유효하지 않습니다. AI가 업데이트될 때마다 공식이 바뀌고, 새로운 에이전트가 나오면 기존 워크플로우는 쉽게 교체됩니다.
이런 속도전 속에서 "이 툴의 모든 기능을 숙지하세요"는 현실적으로 지속하기 어렵습니다. 이제는 지식의 축적이 아니라 지식의 흐름을 가르쳐야 합니다.
생산성 전문가들이 강조하듯 지금 필요한 핵심 역량은 새로운 것을 배우는 러닝보다 익숙한 방식을 과감히 버리는 언러닝입니다. 어제 열심히 배운 툴이라도 오늘 더 나은 대안이 나오면 미련 없이 ‘안녕’이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 그것이 AI 시대의 생존 기술입니다.

4. 기능이 아닌 효능감을 심어라
BCG(2025.07)의 조사는 기대와 현실의 간극을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현장에서는 도구를 쥐고도 어떻게 써야 할지 막막해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이에 단순한 기능 교육을 넘어 직무 재설계와 연계된 심화 교육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합니다. 실제로 5시간 이상의 체계적인 훈련을 받은 직원은 AI사용률이 급증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의 훈련은 매뉴얼 암기가 아닙니다. "나도 이 기술을 통제하고 활용할 수 있다"는 기술 효능감의 회복입니다.
거창한 목표보다 “1시간의 업무를 10분 만에 끝냈다”는 작은 성공경험들이 더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이 효능감이 자리 잡으면, 툴이 아무리 바뀌어도 "이번에도 해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남습니다.

도구는 계속 변할 것입니다. 남는 것은 도구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뿐입니다.
붉은 여왕의 경주를 끝내는 방법은 더 빨리 달리는 것이 아니라 달리는 방식을 바꾸는 것입니다.

변화 앞에서 주저하지 않고, 낡은 것을 버리고 갈아탈 수 있는 용기를 심어주는 것.
그것이 우리가 함께 고민해야 할 방향이 아닐까 합니다.




[참고 자료]
• Gallup, “Frequent Workplace AI Use Continued Rise in Late 2025” (2026.01.27)
• HR Dive, “AI use secrecy amid lack of training” (2025.11.24)
• EY, “Companies are missing out on up to 40% of AI productivity gains” (2025.11.09)
• BCG, “AI at Work: Momentum Builds, But Gaps Remain” (2025.07.21)
• LinkedIn, “2026 Training Trends: Reshaping How Organizations Learn”
• S&P Global, “Generative AI shows rapid growth but yields mixed results” (2025.10.26)

[이미지 출처]
• AI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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