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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성우 서울대학교 윤리교육과 교수] 존중: 함부로 훈수 두지 않는 어른의 태도 - 우리 사회에서 정작 부족한 것은 '상대의 선택을 존중하는 태도’ - 선의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과도한 간섭은 상대의 성장을 가로막는다 - 『월간HRD』 2026년 2월호
  • 기사등록 2026-01-29 02:29:33
  • 수정 2026-02-03 10: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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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싣는 순서

1. 존중: 함부로 훈수 두지 않는 어른의 태도

2. 책임: 아직 어른이 되지 않은 사람을 책임지는 자세

3. 관대: 나의 몫을 너그러이 내줄 수 있는 어른의 넉넉함


참된 어른은 함부로 훈수두지 않는다. 어른은 답을 주는 사람이 아니라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도록 질문을 던져주는 사람이다. 조언이 범람하는 우리 사회에서 정작 부족한 것은 유익한 정보가 아니라 ‘상대의 선택을 존중하는 태도’가 아닐까. 인생 후배를 바른길로 이끌려는 선의도 존중이 결여되는 순간 어른다움을 가장한 무례가 된다. 남이 떠먹여준 답은 가슴에 남지 않는다. 남의 도움으로 번데기에서 나온 애벌레는 나비가 되지 못한다. 진정한 어른은 훈수 대신 존중 어린 조언과 질문으로 상대가 스스로 날개를 펼치도록 도와주는 사람이다.



얼마 전 의대, 한의대, 약대에 합격하고도 교사가 되기 위해 사범대를 선택한 학생의 기사가 화제가 되었다. 그런데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댓글이 더 눈에 들어왔다. “현직 교사입니다. 신중하게 생각하고 의대 가세요. 제발 제 말 들으세요.” 이 학생의 선택을 지지하고 응원하는 글도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게시판은 학생의 선택에 대한 보수적인 훈수들로 가득했다.


이 댓글이 유독 씁쓸하게 다가온 이유는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풍경이기 때문이다. “내가 겪어봐서 아는데 그 길은 가지 마라.”, “다 너 잘되라고 하는 말이다.” 우리는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에 놓인 크고 작은 갈림길에서 이런 훈수를 수도 없이 들어왔다. 필자 역시 돈 못 버는 학문이라는 철학을 업으로 택할 때 익히 경험한 바 있다. “나중에 뭐해서 먹고 살래?”, “교수는 아무나 되는 줄 아냐?” 그런 말들이 반드시 악의에서 비롯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대개는 나름대로 먼저 인생을 경험한 선배로서 가진 후배 세대에 대한 걱정과 책임감에서 나온 선의일 거라 믿는다. 문제는 그 말이 ‘조언’의 선을 넘어 ‘훈수’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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