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공정규 동국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영남대 의과대학 졸업 후 동대학원에서 의학 석사/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영남대학병원에서 인턴/전공의를 수료한 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취득했다. 하버드대 의대 메사추세츠 종합병원의 우울증임상연구프로그램에서 임상연구원으로 활동했고 방문교수를 역임했으며, 국가공인1호이자 의사로선 유일한 치유농업사이기도 하다.
인생의 궁극적 목적은 행복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분위기는 여전히 ‘행복하게’보다는 ‘열심히’가 지배하고 있고, 사람들의 마음근력은 점점 약해지고 있다. 이제는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이런 관점에서 『월간HRD』는 ‘힐링닥터’로 세간에 회자되는 사공정규 동국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와 대담을 나눠봤다. 그는 “마음공부에 대한 기본기가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선 아무리 노력해도 답이 나오지 않습니다.”라고 말하며 전문성과 소명감을 가득 담아 많은 사람이 자신만의 마음출구를 발견하고, 행복으로 ‘유턴(YOU TURN)’할 수 있는 방법을 일러줬다.
엄준하 발행인:
정신인문치유에 전념하시는 힐링닥터로 알고 있다.
사공정규 교수:
저는 사람들이 겪는 정신적 고통과 상처를 질병 차원에서 진단하고 치료하는 의사가 아니라, 마음의 상처를 함께 마주하고 인문학적 성찰을 거쳐 고통 속에서도 의미를 찾아가는 회복의 과정을 통해 삶을 ‘치유’하는 의사다. 전문의에게 도움을 받으며 병마를 이겨내는 것이 치료라면, 운동이나 식이요법, 마음관리처럼 자기가 평생에 걸쳐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하는 것이 치유다. 근황도 말씀드리면 대학교 강단, 진료실, 전국 곳곳의 강연장에서 말과 글을 통해 치유와 회복을 골자로 행복으로 다가갈 길을 안내하고 있다. 방식은 정신의학을 인문학적으로 풀어낸 스토리텔링, 쌍방향 대화와 즉문즉답이다.
엄준하 발행인:
행복은 어떤 의미인가.
사공정규 교수:
인생의 기본값은 고통이다. 우리는 모두 거대한 고통의 바다에서 태어났기에 좋든 싫든 이 바다를 건너야 한다.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통을 거부하며 허우적거리지 말고 고통을 이해하고 받아들인 다음 자유롭게 헤엄쳐야 한다. 나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들며, 고통 속에서도 이 순간 존재함에 감사한다면 그것이 곧 행복이다. 무엇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과 노력 자체를 모두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엄준하 발행인:
직장인들의 무대는 행복을 느끼기 쉽지 않은 곳이다.
사공정규 교수:
회사는 성과를 내야 하는 곳인 까닭이다. 그런데 성과를 내고자 성과를 지향하면 정작 성과를 내지 못한다. 회사는 집단인 만큼 관계를 지향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는 자신의 입장이나 관점이 아닌 상대의 입장과 관점에서, 상대의 생각, 감정, 상황, 경험을 이해하려는 노력이나 태도를 뜻하는 역지사지易地思之와 일맥상통한다. 요즘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며 살아가는 분들이 많은데 역지사지가 만들어주는 좋은 대인관계가 행복과 성공에 도달할 확률을 가장 많이 높여준다.
엄준하 발행인:
불안과 우울에도 시사하는 바가 큰 말씀이다.
사공정규 교수:
맞다. 그렇기에 회사는 전문가의 강연을 통해 구성원들에게 불안과 우울의 의미를 가르쳐줘야 한다. 유관해서 말씀드리면 불안은 익숙하지 않거나 위협적인 환경에 적응하려는 인간의 기본적인 반응이며, 우울은 이미 바꿀 수 없는 상황에서 더 이상 불필요하게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도록 돕는 반응이다. 즉, 불안과 우울은 우리를 해치는 적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의 삶을 지켜주는 ‘내면의 수호자’다. 직장인들로 돌아가면 이들이 불안과 우울을 느끼는 이유는 체력이 떨어져서가 아니다. 마음근력이 약해져 있기 때문이다.
▲ 엄준하 발행인(좌측)과 사공정규 교수(우측)는 행복의 의미, 불안과 우울을 보는 올바른 시선, 마음근력을 높이는 방법, AI 시대를 살아 내기 위해 필요한 지혜 등 다양한 주제를 바탕으로 대담을 나눴다.엄준하 발행인:
그렇다면 마음 근력은 어떻게 높여야 하는가.
사공정규 교수:
마음공부에 대한 기본기를 갖춰야 한다. 우리는 지식, 기술, 체력에 관해서는 무척 겸손하다. 부족함을 느끼면 바로바로 배워서 채우지 않는가. 그런데 정신력의 경우 수준이 낮다는 말을 들었을 때 기분 나빠하며 부정하는 분들이 많다. 사례를 통해 좀 더 상세하게 말씀드리면 ‘공부 못한다’라는 말을 1등과 꼴찌가 서로에게 들었다고 했을 때 누가 더 기분이 나쁘겠는가. 꼴찌가 더 기분 나빠한다. 열등감에서 비롯된 것인데 열등감은 다른 말로 부족감이다. 따라서 지식, 기술, 체력 수준이 낮을 때 그 상황을 받아들이듯 정신력이 낮음을 ‘수용’할 줄 알아야 한다. 참고로 열등감과 부족감은 불안과 우울을 설명할 때 확인하신 것처럼 중립적인 단어다. 이 단어들은 자괴감으로 이어졌을 때 부정성이 더해진다.
엄준하 발행인:
수용 다음의 단계는 무엇인지 말씀 부탁드린다.
사공정규 교수:
부족감을 채우고자 동기를 부여하고 반성하며 개선점을 찾는 ‘성찰’이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어느 분야에서든 그렇겠지만 성찰만 한다고 답이 나오지는 않는 법 아닌가. 그렇기에 개선점을 직접 적용해보는 ‘훈습(Working Through)’이 뒤따라야 한다. 계속 연습하는 것으로 이해하셔도 된다. 여기까지 해낸 다음 비로소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만약 구독자들인 기업의 HRD스탭들께서 조직 구성원들의 마음근력을 높일 프로그램을 운영하고자 한다면 수용, 성찰, 훈습, 깨달음 순의 프로세스를 꼭 넣으셔야 한다.
엄준하 발행인:
교육자로서 AI 시대를 보는 시선도 공유해달라.
사공정규 교수:
‘과테말라의 수도가 어디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면 사람은 모르면 모른다고, 알면 ‘과테말라시티’라고 바로 말할 것이다. AI 역시 바로 정답을 말할 것이다. 그런데 사람과 AI 모두 답하기 어려운 질문을 던진다고 해보자. 이런 질문에 관해 사람은 처음 질문 때처럼 알면 안다고, 모르면 모른다고 바로 답할 것이다. 그러나 AI는 데이터를 몇 번이나 돌려본 다음 답을 찾지 못하면 그때 비로소 모른다고 답할 것이다. 이것은 어떤 정보를 아는가에 초점을 둔 지식과 어떤 정보를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초점을 둔 지혜의 차이다. 따라서 앞으로 인간은 지혜를 갖추는 데 더욱 매진해야 한다.
엄준하 발행인: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꿈과 계획을 들려달라.
사공정규 교수:
저는 교수, 의사, 강연가, 작가, 칼럼니스트, 방송인, 치유농업사로 활동하고 있지만 이름만 다를 뿐 모든 길의 지향점은 하나다. 개인의 치유를 통해 행복한 개인을 만들고, 사회의 치유를 통해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이는 제 존재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 만큼 앞으로도 존재 이유를 증명하고자 최선을 다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