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난도 서울대학교 소비자학과 명예교수가 「트렌드 코리아 2026 미디어데이」 에서 2026년을 수놓을 10가지 트렌드에 관해 설명하고 있는 모습이다.미래를 전망하는 데 있어 트렌드 파악은 빼놓을 수 없는 과업이다. 그렇기에 『월간HRD』는 지난 9월 24일 열린 「트렌드 코리아 2026 미디어데이」를 찾았다. 이 자리에서 2008년부터 매년 『트렌드 코리아』를 쓰고 있는 김난도 서울대학교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AI 대전환의 시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AI가 인간의 사고와 조직, 소비를 근본적으로 재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도 그는 “늘 그렇듯 결국 사람.”이라고 강조하며 10개 트렌드를 ‘HORSE POWER’로 압축한 내년도 키워드에 관해 설명해줬다.
"트렌드코리아 소비트렌드분석센터는 ‘AI 대전환의 시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중심으로
인간과 AI의 올바른 결합이 무엇인지 깊이 통찰하며
2026년을 수놓을 10가지 트렌드에 관해 발표했다."
다가올 2026년은 병오년丙午年으로 ‘붉은 말의 해’다. 유관해서 김난도 교수는 인간의 지혜와 기계의 속도가 결합해 새로운 추진력을 만든다는 개념인 ‘마력(Horse Power)’을 골자로 상반신은 인간, 하반신은 말의 형상을 지닌 켄타우로스를 시각화한 다음 10개 트렌드를 ‘HORSE POWER’로 압축한 내년도 키워드를 제시했다. 이번 키워드는 모두 AI의 영향력 아래 서로 맞물려 있었는데 김 교수는 “AI 시대의 변화는 대립이 아니라 정반합의 과정.”이라고 말하며 “인공지능이 가져온 효율反에 인간적인 요소가 더해질 때 비로소 합合이 완성된다.”라고 강조하며 ‘HORSE POWER’의 두운을 하나하나 풀어냈다.
첫 번째 트렌드는 ‘휴먼 인더 루프(Human-in-the-loop)’였는데 AI를 활용해서 뭔가를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한번은 꼭 인간이 개입해야 한다는 철학이다. 김 교수는 “AI는 인간의 생산성 향상을 돕는 도구일 뿐이기에 인간의 판단이 빠진 채 처음부터 끝까지 AI가 만든 제품의 품질은 결국 허점이 드러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미국의 한 언론이 AI를 과신해 허구 도서 목록을 보도한 사례를 들며 “인간의 검증 한 번이 오류를 막을 수 있었다.”라고 진단했다. 연장선에서 그는 “AI를 잘 활용하는 능력보다 AI가 도출한 결과물의 정확성을 확인하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추가로 그는 MIT의 연구 내용 중 전문가 집단은 AI를 활용해 일의 효율과 품질을 높였지만, 비전문가는 AI에 휘둘리며 오히려 생산성이 떨어졌다는 부분을 짚으며 AI 활용의 양극화도 깊이 있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두 번째 트렌드는 ‘필코노미(Feelconomy)’로 사람의 감정이나 기분이 점점 세분되고 있는 가운데 사람의 기분을 알고자 하는 욕구가 커진 시대상을 압축한다. 김 교수는 “이제 기분은 개인의 주관적인 영역이 아니라 관리의 대상이자 소비를 이끄는 동인.”이라며 심박수나 스트레스 지수 등을 분석해서 소비자의 기분을 살피고, 배려하고, 나아가 기분 전환을 위한 솔루션까지 제시해 주는 기업은 앞으로 더 많은 기회를 얻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 번째 트렌드는 ‘제로 클릭(Zeroclick)’으로 검색이나 구매 과정에서 클릭 횟수가 극단적으로 줄어드는 현상인데 김 교수는 “AI가 인간의 행동 패턴을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제품을 추천하면서 인간이 선택하는 과정이 생략되고 있으며 정보 검색, 콘텐츠 소비, 상품 구매의 패러다임이 ‘검색 최적화’에서 ‘답변엔진 최적화’로 이동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와 동시에 김 교수는 “클릭하는 행위는 인간의 자율성과 노력의 흔적이었는데, 그것이 사라지면 인간의 주도권도 함께 사라진다.”라며 편리함 뒤에 숨은 위험도 언급했다.
네 번째 트렌드는 ‘레디코어(Readycore)’로 불확실한 시대를 준비하는 현대인의 태도를 보여주는데 김 교수는 “요즘 세대는 모든 것을 계획하고, 시뮬레이션하며 살아간다.”라며 결혼, 진로, 소비, 노년 등에 관해 엑셀과 노션을 활용해서 필요 항목을 준비하고 시나리오를 짜며 계획하고 예행연습하는 사례를 소개했다. 동시에 그는 “불확실성에 대비한다는 것은 자기주도성이 강하고 선행학습에 익숙하다는 뜻.”이라며 현대인의 강점도 짚어줬다.
다섯 번째 트렌드는 ‘AX 조직’이다. AI 친화적으로 설계된 조직을 일컫는데 김 교수는 “AX로 인해 많은 조직에서 부서간의 경계와 상하 계층의 경계가 없어질 것.”이라며 스포티파이와 코스맥스의 사례를 들며 “앞으로는 의사결정의 속도, 실무자의 자율성이 조직 경쟁력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리고 그는 정보가 더 이상 피라미드 상단에만 머물지 않게 되면서 임원들도 AI를 활용해 직접 실무를 수행하고 있는데 이는 AI가 조직의 역할, 리더십의 정의, 학습의 방식을 바꾸고 있는 증거라고 덧붙였다.
▲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트렌드 코리아 2026 미디어데이」 현장.여섯 번째 트렌드는 ‘픽셀라이프(Pixeled Life)’로 대세가 없는 시대, 다시 말해 모든 것이 세분된 삶을 뜻한다. 김 교수는 “픽셀라이프는 작은 픽셀처럼 변화가 쪼개져 있고 그렇기에 변화가 빠른 것이 특징.”이라며 사람들의 관심사가 미세하게 분화되고 있고, 경험의 단위가 짧아진 현실에선 완성보다 수정, 정답보다 시도, 실패보다 학습이 더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일곱 번째 트렌드는 ‘프라이스 디코딩(Price Decoding)’인데 소비자가 가격의 의미를 적극적으로 해석하는 현상을 뜻한다. 소비자들이 원가, 성분, 유통 구조를 분석해 ‘브랜드의 프리미엄’과 가격을 디코딩하는 모습이 대표적이다. 이에 관해 김 교수는 “가성비를 넘어, 진짜 가치에 대한 해독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여덟 번째 트렌드는 ‘건강지능 HQ(Health Intelligence)’로 건강을 관리하는 능력이 뛰어난 소비자가 무척 많아졌음을 뜻한다. 따라서 김 교수는 “기업과 사회는 구성원의 건강을 핵심가치로 설정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아홉 번째 트렌드인 ‘1.5가구’는 개인화된 사회 속에서 형성됐는데 혼자 살지만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혼자 살지는 않는 가구를 말한다. 김 교수는 “반려동물과 함께 살거나 부모와 가까운 곳에서 사는 등 느슨한 연결 속에서 고독감에 시달리지 않는 가운데 최대한 독립적인 삶을 영위하는 것이 1.5가구의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열 번째 트렌드는 ‘근본이즘(Fundamentals)’인데, 인공지능의 대척점에 선 인간의 회귀 본능을 담았다. 김 교수는 “AI가 가짜를 진짜처럼 만들어낼수록, 사람들은 진짜를 찾는다.”라며 박물관에 몰린 사람들을 예로 들며 “역사를 견뎌낸 진본의 가치, 진짜의 아우라를 찾으려는 욕망이 커지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이는 디지털로 재현할 수 없는 근원적 감각이야말로 인간다움의 본질임을 알려주고 있었다.
트렌드 소개를 마친 뒤 김 교수는 마지막으로 “알파고와의 대국에서 이세돌 전 바둑기사가 둔 ‘78수’는 AI가 계산하지 못한 수로서, 인생은 가장 나다운 수, 가장 인간적인 순간을 찾아가는 여정임을 뜻한다.”라고 말했다. 이는 「트렌드 코리아 2026 미디어데이」의 핵심 메시지였는데, AI가 발전할수록 사람은 더욱 사람다워져야 함을 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