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성호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법의학교실 교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후 동대학 병원에서 인턴 및 전공의 과정을 거쳐 병리전문의 자격을 취득했다. 의사를 목표로 삼았었으나 법의학의 매력을 느끼며 진로를 변경했고 이후 법의학자로서 3,000건 이상의 부검, 그보다 훨씬 많은 주요 사건 및 범죄 관련 자문을 제공해왔다. 이외에도 방송, 유튜브, 도서, 강연 등을 통해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모든 사람의 마지막 종착지는 죽음이다. 그래서 반추해야 하는 것이 ‘어떻게 하면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해, 후회 없이 살아갈 수 있을까’다. 끝의 품격은 과정이 만들어주는 까닭이다. 이 관점에서 『월간HRD』는 법의학자로서 수없이 많은 죽음과 마주하는 유성호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법의학교실 교수와 만나봤다. 일상과 역할을 소개하며 대담을 시작한 그는 죽음이 무엇인지, 죽음과 어떻게 대면해야 하는지, 죽음을 능동적으로 준비함으로써 사람은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 등을 바탕으로 한번뿐인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귀중한 이정표를 전해줬다.
엄준하 발행인:
무척 바쁜 일상을 소화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다.
유성호 교수:
교수로서 학생들을 교육하고 연구하며, 법의학자로서 일주일에 2번씩 부검(시신을 해부해서 검사)을 하고 있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촉탁 법의관을 맡고 있다. 그리고 법의학 관련 법원, 경찰, 검찰, 각종 사건을 취재 탐사하는 저널리즘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 등의 자문요청에 응하고 있고, 매주 화요일 저녁에 방영하는 시사/교양 프로그램 「스모킹 건」에도 출연하고 있다. 또 44.2만 명이 구독하시는 ‘유성호의 데맨톡(Deadmantalk)’이라는 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그밖에는 시간이 날 때마다 대중 대상 강연이나 기고를 맡기도 하며 3권의 책을 통해 불특정 다수의 독자와 만나기도 했다.
엄준하 발행인:
법의학이라는 학문도 소개해주시면 감사하겠다.
유성호 교수:
쉽게 소개하면 법률 시행에 있어 필요한 의학을 연구하고, 사고를 담당하는 학문이다. 기초학문이라기보다는 실용학문이고, 기초의학으로 분류되어 있지만 사회의학 성격이 강하다. 특히, 법률에서 큰 논점이 될 수 있는 게 돌아가신 분에 대한 검시(신원확인 판별)인데, 법의학은 이 검시를 주로 담당하며 사망의 원인을 규명한다.
엄준하 발행인:
국내 법의학의 역사에 관해서도 궁금해진다.
유성호 교수:
조선시대 세종 때 『신주무원록新註無寃錄』이라는 법의학 지침서가 편찬됐었다. 이후 구한말을 거쳐 일제강점기가 펼쳐지며 일본에 의해 서양식 법의학이 들어왔는데 명맥이 위태위태하다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2회 졸업생인 故 문국진 교수께서 국내 1호 법의학자로서 법의학의 실질적 형성과 발전에 공헌하셨다. 제 경우 의대에 들어와 공부하다가 법의학 수업을 들은 뒤 흥미를 느끼며 법의학자의 길을 선택했다.
엄준하 발행인:
죽은 사람, 산 사람 모두를 위한 학문이라고 생각된다.
유성호 교수:
바로 보셨다. 사망 원인을 제대로 밝혀야 억울한 죽음이 없도록 할 수 있는데, 그로써 정확한 통계가 잡히면 국가적으로는 세금을 제대로 쓸 수 있다. 그리고 정확한 사망 원인은 개인 차원에선 가족력이나 유전력에 관해 적확한 근거를 제시해주고 여러 경제적 분쟁(보험사고, 배상, 보상 관련)에서 결정적인 자료가 되어준다.
▲ 유성호 교수가 일상, 법의학의 학문적 특성과 역사에 관해 설명해주고 있다.엄준하 발행인:
죽음은 어떻게 정의되며, 죽음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
유성호 교수:
죽음은 ‘생명 현상의 돌이킬 수 없는 영원한 정지’다. 천년만년 살 것처럼 행동하는 분들도 있고, 영생을 위해 어마어마한 돈을 투자하는 분들도 있으나 우리의 마지막 종착지는 죽음이다. 그래서 다들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그러나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우리에게 남겨진 시간이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지만 전 우주적인 시각에서 보면 너무나도 아름다운 지구에서 순간을 살다가 가는 것이 우리 사람이다. 따라서 ‘왜 사는가?’보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가 더 중요한 질문이라고 보며, 끝이 선명하기에 사랑하는 사람들과 사랑을 주고받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열심히 일하며 최선을 다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사람은 누구나 죽을 때 2주일 이상 혼수상태에 빠지는데 그때 문득문득 주마등이 스칠 것이다. 이렇게 눈을 감으며 한 번뿐인 삶을 마칠 때 ‘이만하면 괜찮지 않았을까’라고 돌아볼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엄준하 발행인:
건강관리와 환경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말씀인 것 같다.
유성호 교수:
맞다. 수명은 정말로 알 수가 없다. 일례로 알츠하이머 치매는 유전적 경향이 매우 큰데 나머지 질병은 그렇지만은 않다. 철저한 건강관리를 통해 기대수명까지 살다가 가신 분들이 이를 증명한다. 그리고 사이코패스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분들도 부모님이 따뜻하게 안아주고 양육하면 조금 냉한 부분은 있지만 훌륭한 인재로 성장한다. 그러니 유전을 절대로 피할 수 없는 운명처럼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엄준하 발행인:
능동적인 죽음을 맞으려면 어떤 생각과 행동이 필요한가.
유성호 교수:
두 권의 책을 통해 답하겠다. 하나는 『시체는 거짓말하지 않는다』인데 어떻게 하면 내 몸을 조금 더 예뻐하고 사랑해줄 것인가를 다뤘다. 우리의 몸은 우리가 살아온 발자취인 만큼 건강수명을 늘려야 하지 않겠는가. 남자분들 중 유독 자신들의 몸을 들꽃처럼 함부로 여기는 분들이 많은데 그러지 않으시길 바란다. 다른 하나는 『유언 노트』인데 대비하지 못한 상태에서 죽음을 맞지 않으셨으면 하는 마음에서 후회 없는 삶을 위한 지침서를 썼다고 봐주시면 좋겠다. 제목이자 내용의 핵심인 유언 노트는 누구에게 전할 것인지, 어떤 사람으로 기억될 것인지, 원하는 삶을 살았는지 등을 반추하며 쓰시면 좋다.
▲ 유성호 교수(우측)와 엄준하 발행인(좌측)이 한 번뿐인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 왜 그리고 어떻게 죽음을 대면해야 하는지, 죽음은 사람다움 측면에서 무엇을 가르쳐 주는지에 관해 심도 있는 대담을 나누고 있다.엄준하 발행인:
유언 노트를 통해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도 짚어달라.
유성호 교수:
저는 매년 연말 즈음 쓰는데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내가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원하지 않는지, 내가 무엇을 중요시하는지, 꿈은 무엇이었는지,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고 무엇을 남기고 싶은지 등을 노트에 담아왔다. 그러면서 현재 인생을 어떻게 하면 더 충실하게 가꿀 수 있는지에 관한 하나의 청사진을 얻을 수 있었다.
엄준하 발행인:
마지막으로 인생관, 직업관에 관해 말씀 부탁드린다.
유성호 교수:
의대에 들어간 것도, 법의 학을 공부해서 법의학자가 된 것도, 책을 낸 것도, 이렇게 인터뷰를 하는 것도 우연이 만들어준 감사한 순간이다. 그런 만큼 앞으로도 감사함을 잃지 않으며 능력이 닿는 데까지 최선을 다해 제게 주어진 일을 충실히 수행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