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더는 어떤 상황에서든 설득과 조율을 넘어 최적의 의사결정을 해내며 조직, 사회, 국가가 더 나은 내일을 맞도록 해야 하는 존재다. 이런 리더의 역량은 VUCA를 넘어 ‘초VUCA’로 표현되는 작금의 시대에서 어떻게 달라지고 있을까. 이와 관련해서 지난 4월 23일 도전과나눔이 개최한 「기업가정신포럼」은 흥미로운 통찰을 던져준 자리였다. 강연자로 나선 장동선 궁금한뇌연구소 대표와 임용한 케이제이인문경영연구원 대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협상술을 중심으로, 현대 리더십의 핵심이 무엇인지 뇌과학적·전쟁사적 관점에서 진단했다.
이금룡 도전과나눔 이사장이 포럼 현장에 모인 참석자들을 환영하며 개회사를 전한 뒤 강단에 선 장동선 궁금한뇌연구소 대표는 ‘뇌과학자가 본 트럼프의 협상술’을 주제로 강연을 시작했다. 먼저 그는 1987년에 출간된 도서인 『거래의 기술』의 내용을 근거로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전략을 9가지 키워드로 압축했다.
첫째, ‘Think Big’이다. 협상 초입부터 일반적인 예상을 뛰어넘는 과감한 요구를 제시해 인지 프레임을 흔드는 것이다. 이 전략을 장 대표는 “인간의 뇌에 ‘앵커링 효과(anchoring effect)’를 유발해 협상의 기준점을 새롭게 인식하도록 하며, 나아가선 상대의 목표와 행동 범위까지 바꾼다.”라고 설명했다. 둘째, ‘Protect the Downside’다. 최악의 시나리오를 먼저 구체적으로 상정해야 함을 뜻한다. 셋째인 ‘Maximize Options’와 넷째인 ‘Enhance Your Location’은 선택권의폭을 넓히는 전략이다. 이 두 가지를 장대표는 “체스에서 승리하는 방법 중 하나인 ‘좋은 위치를 차지해 나의 선택지를 늘리는 것’과 유사하다.”라고 말하며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해 많은 선택지를 주도적으로 가져가며 전략적 우위를 확보하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다섯째, ‘Use Your Leverage’이다. 가능한 모든 자원을 활용해 자신에게 유리한 조건을 만들어가며 최대한의 이익을 끌어내는 전략이다. 여섯째, ‘Get the Word Out’이다. 협상의 무대를 대중과 언론까지 확장하는 것인데, 트럼프 대통령이 경쟁자를 별칭으로 부르면서 대중의 인식을 의도적으로 만들어내는 것을 사례로 들 수 있다. 일곱째, ‘Fight Back’이다. 상대의 공격에 대한 강한 경고 메시지로 기능하는 전략인데, 장 대표는 “게임 이론을 시뮬레이션한 결과, 가장 효과적인 승리 전략은 협조에는 협조로, 공격에는 공격으로 응대하는 상호주의적 전략이었다.”라고 덧붙였다. 여덟째, ‘Be Flexible and Adaptable’이다. 협상에서의 유연성을 강조한 것인데 장 대표는 이 전략을 스타트업의 ‘피봇팅(pivoting)’에 빗대며 “초기 전략을 고수하는 것이 생존에 반드시 유리한 것은 아니며, 고집스러운 일관성보다는 상황 중심의 전략적 유연성을 발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홉째, ‘Winning as the Ultimate Goal’이다. 장 대표는 “트럼프식 협상의 본질은 타협이 아닌 승리.”라며, “그는 이익의 극대화를 목표로 협상하고, 그 결과를 승리로 단단히 규정짓는다.”라고 말했다.
계속해서 장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방식에는 분명한 한계도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을 일회성 승부로 간주하고, 끝까지 달려가는 ‘치킨게임’처럼 극단적 선택을 압박하는 전략을 즐겨 쓰는데, 실제 협상은 장기적이라 그의 전략은 서로가 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한다는 진단에서다. 이어서 장 대표는 권력이 인간의 뇌에 미치는 영향도 짚어줬다. 그에 따르면 권력을 지닌 사람은 타인의 감정을 읽는 공감 능력이 저하되고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 관계를 식별하는 능력은 높아진다. 실무자는 윗사람의 기분을 빠르게 눈치채지만, 리더는 실무자의 입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것이 사례다. 나아가서 권력자는 윤리적 기준도 왜곡되어 자신에 대한 확신과 충동성이 커지는데 장 대표는 “권력을 쥔 리더가 된 인간이라면 누구든 겪을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그는 “리더십을 연구하고 교육하는 사람들이나 리더인 사람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이 왜 현대사회에서 잘 작동하는지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라고 제언했다.
이어서 임용한 케이제이인문경영연구원 대표가 ‘트럼프의 협상전략을 손자병법으로 분석하다’를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 임 대표는 손자병법의 1장 1절인 ‘원하는 목표가 무엇인가’를 유념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술에서 중요한 교훈은 승리가 아닌 ‘목표가 무엇인가’임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계속해서 그는 “전쟁에서의 승리는 적을 물리친다고 해서 성립되는 것이 아니며 정말 중요한 것은 ‘원하는 것을 얻었는가’이다.”라고 짚어줬다. 특히,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전략 중 하나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명확하게 밝히지 않음으로써 상대방을 혼란스럽게 하고, 나아가 실수하게 만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 대표는 이러한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은 손자병법의 그것과 유사하다고 진단했다. 그런가 하면 임 대표는 민주주의가 발전하면서 전쟁의 주체는 왕이 아닌 민중이 되었다고 설명했다. 과거에는 왕의 지시로 전쟁에 임했다면 현대에선 민중이 의지를 가지고 전쟁에 뛰어들며, 그러기에 더 전투적인 갈등이 유발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다음과 같이 현대사회의 모습을 분석했다.
“산업화와 글로벌화는 사회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었고, 개인의 욕망과 가치도 더 다양해졌다. 그로 인해 누군가의 선택이 연쇄적 갈등을 만드는 복잡한 사회 구조가 만들어졌고, 수많은 이해관계 속에서 타협도 어려워졌다. 그 결과, 불확실하고 복잡한 사회를 개선할 해결책으로 권력의 집중과 독재적 통치가 일어나기도 한다.”
통찰에 더해 임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 테이블에서 상대를 압박하는 전략은 ‘배수진’과 유사하다.”라며 “싸울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고, 상대방에게 선택의 여지를 주지 않으며 자신의 목표를 이루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많은 리더가 이런 방식을 적극 모방하지만, 정작 결과와 방식만을 모방한다고 지적하며 “중요한 것은 조직을 이끄는 힘.”이라고 강조했다. 관련해서 그는 초한지에서 활약하는 항우의 리더십을 살펴봤을 때 조직 구성원이 도망가는 선택을 하지 않도록 평소에 신뢰를 쌓지 못하면, 설령 전쟁에서 승리하더라도 명예와 이득을 얻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알고리즘을 통한 편향성 증대는 갈등을 더욱 부추기고 이로 인해 사람들은 개개인의 욕망을 실현해줄 사람을 리더로 간주하게 되는데, 이는 목표(욕망)를 어떤 방식으로든 이뤄낸다는 확신을 갖게 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적 협상술과 맞닿아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조선왕조실록을 언급하며 신하들은 왕을 비판할 수 있어야 그들의 임무를 다하는 것이며, 비판했다는 이유만으로 신하들을 처벌하지 않아야 사회가 건강해진다고 말했다. 따라서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의 팬덤은 용납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그에게 협력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의 「기업가정신포럼」은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술을 비롯해 리더의 권력 이면에 존재하는 심리와 리더십의 사회적 맥락을 살펴본 자리였다. 특히, 현대사회의 초VUCA적 특성 속에서 왜 특정 리더십이 잘 작동하는지는 리더십교육 담당자가 주목할 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