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광형 총장은 ‘미래의 기원’을 주제로 왜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국가 발전의 비결이 인재육성인지를 짚어줬다.한국생산성본부(KPC)는 지난 2월 28일 올해 첫 조찬 포럼 「KPC 인문학 여행 통찰과 영감」을 개최했다. 박성중 KPC 회장은 “인문학은 과거의 지혜를 배우는 것을 넘어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사고의 틀을 제공한다.”라며 이번 포럼이 의미 있는 시간이 되길 기원했다. 이런 방향성에 맞춰 초청된 연사는 이광형 KAIST 총장이었는데 그는 ‘미래의 기원’을 주제로 잡고 AI가 수놓고 있는 세상에서 대한민국이 더 나은 미래를 만들려면 오늘 당장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짚어줬다. 그것은 바로 인재육성이었다.
"오늘 무엇을 결정하고 행동하느냐에 따라
미래가 결정된다. 그렇기에 세상의 흐름을 주시하며
꼭 필요하고 의미 있는 일을 당장 시작해야 한다.
그것은 바로 국가의 경쟁력을 높이는 인재육성이다."
이광형 총장은 먼저 “오늘 무엇을 결정하고 행동하느냐에 따라 미래가 결정되기에 매일을 의미 있게 살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AI 시대의 도래’, ‘AI와 사회’, ‘대한민국의 전략’ 순으로 강연을 준비했는데 자료로 갈음한 AI 시대의 도래를 보면 챗GPT가 출현하며 인간에 대한 AI의 도전이 시작됐다. 또한, 그는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의 ‘2045년에는 AI가 인간의 모든 능력을 초월하고 스스로를 개선하며 인간과 구분하기 어려운 존재가 되는 특이점이 찾아올 것’이라는 진단을 진지하게 성찰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그는 AI는 필연기술이라 발전을 중단시킬 수 없고, 그에 따른 휴머니즘 과제는 각종 변화(인간의 정체성과 역할(가치) 및 위상, 일자리, 정신 붕괴, 빈부 격차 등)에 대한 대응이 될 것으로 정리했다.
이 총장이 본격적으로 다룬 AI와 사회를 살펴보면 그는 “AI는 국가의 주권을 결정짓는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실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보면 AI 첨단무기기술이 투입되고 있다. 국내로 좁혀보면 카카오택시로 유명한 카카오모빌리티는 오픈AI와 전략적 제휴를 체결하며 주요 서비스에 오픈AI의 기술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 총장은 “스마트폰은 일자리 측면에서 사진사, 카메라회사, 내비게이션회사, 통신회사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줬지만, 반대로 반도체, 디스플레이, 휴대폰 조립, 소프트웨어 비즈니스를 키웠다.”라며 AI도 같은 시선으로 바라보면 일자리를 늘릴 수 있다고 제언했다.
이어서 그는 ‘누가 우리 자손들의 삶을 지배할까?’라는 질문을 던졌는데 답은 ‘AI를 만드는 사람/나라’였다. AI를 제작할 수 없는 사람과 나라는 챗GPT를 돈을 내고 쓰는 것처럼 다른 사람과 나라가 만든 AI를 이용해야 한다. 이러면 결국 금전적으로든 사상적으로든 다른 사람과 나라의 지배를 받을 수밖에 없고, 심한 경우 역사와 국토마저 뺏길 수 있다. 따라서 이 총장은 “대한민국은 하루빨리 AI를 잘 다루는 나라로 거듭나야 한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다음으로 이 총장은 대한민국의 전략을 다뤘다. 그는 뇌/컴퓨팅/반도체 수직계열도를 소개했는데 밑에서부터 순서대로 컴퓨팅 모델, 컴퓨팅 반도체, 메모리 반도체, Packaging, 컴퓨팅/반도체 운영SW가 위치했다. 해당 계열도는 인간이 숫자를 조금 더 빠르고 편리하게 계산하기 위한 욕망으로 만들고 발전시킨 기술들을 나열한 것인데, 이 흐름 속에서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했던 회사들이 IBM(컴퓨터), 인텔(CPU), MS(소프트웨어), 삼성(반도체), 애플(스마트폰)이다. 지금은 엔비디아가 텍스트 계산에서 우위에 있는 GPU를 만들어서 앞서가고 있고 TSMC가 공장에서 AI 반도체를 개발해주고 있다.
여기까지 설명한 이 총장은 “인간의 욕망은 텍스트 계산에 머무르지 않을 것이기에 앞으로는 공간, 영상, 촉감과 같은 멀티미디어 계산에 도전할 것이며 이 지점에 ‘미래의 기원’이 있다.”라고 말했다. 미래의 기원은 치열한 경쟁 가운데서 다음 스텝을 미리 밟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수직계열도 밑에 브레인 모델과 인지 모델을 덧붙이며 20년-30년 후의 세상을 지배하는 사람은 인간의 인식론에 기반해서 인간의 뇌처럼 학습하는 모델을 개발하는 사람이라고 내다봤다. 역량 측면에서 정리하면 멀리, 넓게 보면서 강점은 강화하고 약점은 보완하는 동시에 새로운 것을 빠르게 습득할 줄 알아야 한다는 뜻이다. 특히, 그는 “인식론은 철학과 맞닿아 있다.”라며 알 수 없는 미래에선 세상의 옳고 그름이 무엇인지 탐구·판별하는 철학이 매우 중요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알 수 없는 미래에선 세상의 옳고 그름을 통찰하며
기존의 강점을 더욱 강화하고 약점을 보완하는 동시에
새로운 것을 빠르게 습득하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
큰 방향을 짚어준 뒤 이 총장은 세계의 디지털 판도를 정리했는데 독자적 포탈을 보유한 국가는 미국(구글), 중국(바이두), 러시아(얀덱스), 한국(네이버)이었다. 유럽과 일본은 구글의 영향권에 있다. 그리고 일본과 동남아시아는 네이버의 메신저 앱인 라인을 쓴다. 이런 구도를 보며 이 총장은 한국이 미국과 중국에 맞설 ‘AI 천하삼분지계’를 제안했다. 우리는 독자 AI 시스템 보유가 가능한 나라임을 확신하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그는 스마트폰에서도 쓸 수 있는 작은 규모의 특화된 AI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챗GPT를 보면 출시 이후 시간이 흐르면서 성능이 매우 좋아졌지만, 여전히 깊이 물어보거나 꼭 필요한 질문을 던지면 제대로 답하지 못한다. 그런 만큼 이 총장은 교육, 건강, 역사, 국방, 제조, 연구, 제약 등에서 특화된 답변을 건넬 수 있는 AI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람에겐 더 자세히 알고 싶어하는 욕망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그는 “차세대 AI 모델을 위한 반도체를 개발해야 하며, 미국과 중국 중 어느 편에 설지 고민하는 국가들과 연대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 이광형 총장이 강연을 마친 뒤 조찬 포럼 참여자들과 질의응답을 나누고 있는 모습이다.마지막으로 이 총장은 “AI 천하삼분지계 완성의 비결은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인재육성.”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언제 사과나무에서 열리는 사과를 따서 포장해야 하는지 연구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계절의 변화에 맞춰서 땅을 갈고 거름을 주고 농약을 뿌리는 선행작업이 더욱 중요하다.”라는 뼈 있는 메시지를 건넸다. 그가 말한 선행작업이 기술(사과)을 만드는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인재육성에 대한 투자를 늘리지 않으면서 미래에 좋은 결과가 있길 바라는 것은 매우 잘못된 태도.”라고 지적했고 “지금 당장 인재를 키우면 분명 달라진다.”라고 확신했다. 그야말로 이 총장의 강연은 인재육성이 국가의 위상을 높이는 근본 과제임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