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환경 변화가 상수가 되면서 열린 소통을 통한 아이디어 교환과 피드백, 구성원의 몰입이 중요해지고 있다. 기존의 명령과 통제 중심 리더십에서 벗어나 바람직한 리더의 모습을 새롭게 그려야 한다는 뜻이다. 관련해서 한국표준협회가 개최한 「KSA 최고경영자 조찬회」는 시사점이 큰 자리였다. 연사로 나선 최재천 이화여자대학교 석좌교수는 갑작스럽게 리더를 맡게 되어 고군분투했지만 결국 성공적으로 역할을 수행한 여정을 공유했는데, 여기에는 현시대가 요구하는 리더십의 요체가 담겨 있었다.
어쩌다 보니 경영자가 된 교수가 조직의 성과를 내기까지
규모를 막론하고 모든 조직에는 의사결정을 담당하는 리더들이 있다. 그러나 리더들이 이전에 밟아왔던 행보를 살펴보면 체계적인 교육을 받은 다음 리더로 임명된 이들보다 ‘어쩌다 보니’ 리더 자리를 맡게 된 이들이 훨씬 많다. 최재천 교수도 마찬가지였다.
최 교수는 생태학자로서 자연을 연구하는 삶에 만족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그래서 여기저기서 리더를 맡아달라는 요청을 한사코 거절했다. 그런데 그는 환경부에서 국립생태원을 세운다는 소식을 받은 다음 설립을 위한 기획을 담당하게 됐었는데, 그 인연이 이어져 생태원 원장까지 역임하게 됐다.
원래 그는 생태원을 연구원 성격의 조직으로 기획했었으나 막상 원장이 되어 현장을 둘러보니 이곳에서 이뤄내야 할 성과는 ‘지역 관광객 유치’였다. 이런 현실을 접한 최재천 교수는 ‘3주 내로 사표를 써서 제출해야겠다’라고 생각할 정도로 깊게 낙담했었다. 그러나 사표는 반려됐고, 그는 성과를 창출할 방법을 생각했다. 그것은 볼거리를 만드는 것이었다. 그렇게 그는 생태원 내 전시기획부 직원들과 함께 전시를 기획하기 시작했다. 마침 최 교수는 이전에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성황리에 ‘개미’ 전시를 기획했던 경험이 있었고 그것을 바탕으로 직원들에게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개미는 인간이 공감할 특성을 더러 갖고 있다. 그 예시로, 이파리를 가져와 잘게 썰고 침하고 섞어서 퇴비를 만들고, 그걸 거름 삼아 버섯을 경작하는 개미가 있다. 인간의 농경 생활과 비슷하다. 이는 ‘근면’과 ‘성실’이 인간의 경쟁력으로 자리를 잡은 배경이기도 하다.
또한, 호주에 서식하는 개미들을 보면 20M 이상의 큰 나무에 매달려 각 개미가 허리를 이어 물고 나무 이파리를 엮어 여왕개미가 머무는 방을 만드는데 조직력 측면에서 굉장히 우수한 활동이다. 이런 맥락에서 개미의 다양한 모습을 전시하면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갖고 찾아오도록 할 수 있다.”
회의를 마친 최 교수는 해외에서 여왕개미를 공수해왔고, 길이가 무척 긴 개미농장을 전시하는 등 차별적이고 경쟁력 높은 전시를 선보였다. 그해 국립생태원에는 약 100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했다. 이런 긍정적인 결과에 그치지 않고, 최 교수는 관람객 유치의 본질인 지역경제 활성화에 집중했다. 그에 따라 도출된 다음 과제는 재방문객 유치와 관람시간 증대였다. 배경은 한국 사람들이 특정 장소를 ‘한 번’ 가봤다는 것에만 의의를 두고, 구체적인 방문내용에는 집중하지 않는다는 특징에 기인했다. 이후 최 교수는 직원들과 함께 생태원을 전부 돌아다니며 구경하는 데 얼마큼의 시간이 드는지 확인했고, 개미 전시 외에도 여러 전시를 계속해서 기획한 다음 개최했다. 그 결과 지속적으로 70만 명 이상의 관람객이 찾아오고, 주변 지역에는 새로운 음식점이 250여 개가 만들어지는 효과도 일으킬 수 있었다.
리더십 십계명
최재천 교수는 경영에 대해 전혀 몰랐던 그가 조직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었던 이유를 ‘관찰학자 최재천의 십계명’으로 정리했다. 그 중 첫 번째이자 모든 것을 아우르는 문구는 ‘군림君臨하지 말고 군림群臨하자’였다. 리더는 일방적으로, 수직적으로 지시하거나 통제하지 말고 직원들과 함께 일해야 한다는 뜻이다. 두 번째는 ‘가치와 목표는 철저히 공유하되 게임은 자유롭게’였다. 예시로, 그는 “개미나라는 여왕개미가 완벽하게 통제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여왕개미는 나라의 근간을 흔드는 일만 철저하게 관리할 뿐 대소사회에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 차세대 국민을 생산하는 일 외에 나라에서 벌어지는 여러 가지 일은 일개미가 알아서 하고, 여왕개미는 절대 관여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일을 위임하지 않고, 모든 것을 관리한다면 리더 한 명의 지식으로 조직을 이끄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집단 지능으로 일을 함께 수행할 때 조직은 더욱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세 번째는 ‘소통은 삶의 업보’였다. 최 교수는 원장이 되고 여러 경영학 도서를 읽으며 어떻게 직원들과 소통해야 할지 고민했다. 도시락을 싸 와서 담소를 나누기도 했고, 볼링 동호회도 해봤고, 사무실 칸막이도 없애봤는데, 소통은 쉽지 않았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원.격.바’였다. 원장이 격주로 구워주는 바비큐의 줄임말로 격주 수요일마다 최 교수가 직접 바비큐를 굽고 직원들은 잔디밭에서 음식을 먹으며 함께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가진 것이다. 최 교수는 한 부서에서 한 명씩 방문해주도록 협조를 요청했고, 이는 추후 부서 간의 협업에 있어 장벽을 낮추는 역할을 했다. 네 번째는 ‘이 악물고 듣는다’였다. 리더는 의사결정자로서 조직이 나아가야 하는 방향을 읽고 그것을 모든 구성원에게 끊임없이 설명해야 한다. 그러나 최 교수는 자신이 특정 의견을 피력하면 그것이 검토없이 바로 아이디어로 채택되는 경험을 겪으며, 다양한 아이디어가 논의될 수 있도록 인내하고 또 인내하는 법을 배웠다. 다섯 번째는 ‘실수한 직원을 꾸짖지 않는다’였다. 사람은 실수에서 배운다는 철학으로, 쓰라린 경험이 변명과 회피가 아닌 배움이 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외에도 십계명에는 ‘전체와 부분을 모두 살핀다’, ‘결정은 신중하게 행동은 신속하게’, ‘조직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치사하게’, ‘누가 뭐래도 개인의 행복이 먼저다’, ‘인사는 과학이다’가 있었다.
강연을 마치며 그는 “원장 시절을 되돌아보니 경영이 아닌 ‘공영’을 했다고 생각하는데 이는 함께 했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공감 경영을 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관련해서 그는 노조위원장과 살갑게 지낸 것, 주말에 과도한 업무를 하는 직원들을 위해 자발적으로 다른 직원들이 자원봉사 리스트를 작성해서 출근했던 일화를 소개했다.
"한 명의 뛰어난 리더가 모든 것을 해내는 시대는 지났다.
이제 경영환경 변화가 상수가 됐고, 누구든지 쉽게
양질의 지식, 기술,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만큼 리더십은
소통, 공감, 다양성을 중심으로 새롭게 디자인해야 한다."
최재천 교수는 그저 우연히, 원치 않았지만 경영자 역할을 수행하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권위를 내려놓으며 직원들과 함께 문제를 보고 해결했고, 많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 결과 직원들은 최 교수를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존중하며 자신들의 모든 역량을 발휘했다. 이는 변화가 빈번하고, 그로 인해 한 사람의 뛰어난 역량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 못하고, 따라서 다양한 사람의 협업이 중요해진 시대상과 일치한다. 앞으로 조직에 필요한 바람직한 리더의 모습은 전문성에 소통, 존중, 공감을 담아서 그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