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영민 롯데벤처스 대표는 ‘당연한 미래를 더 빠르게….’를 비전으로 삼고 유망한 스타트업들의 성장을 도우며 산업계의 건강성과 혁신성을 높이고 있다.HR담당자는 회사에서 육성, 관리, 보상 등의 직무를 통해 동료들의 인생에 개입한다. 그러니 전문성, 애정, 책임감은 당연한 덕목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론 부족하다. 고용시장과 경영환경이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변하기 때문이다. 이런 변화의 현장에 관심이 많고, 실제 그곳에 있는 인물이 전영민 롯데벤처스 대표다. 그는 “당연한 미래를 더 빠르게 실현해야 합니다.”라며 HR전문가로서의 식견도 담아 왜 HR이며, 어떤 HR이어야 하는지를 읽어줬다.
엄준하 발행인:
CEO로 계신 롯데벤처스는 어떤 곳인가.
전영민 대표:
CVC(Corporate Venture Capital) 비즈니스를 수행한다. 구글은 약 10년 전에 혁신에만 집중할 수 있는 별도의 회사 ‘구글엑스’를 만들었지만 특기할 성과가 없었다. 이후 ‘혁신도 외주를 주자’는 전략으로 선회를 했고 그래서 만든 곳이 ‘구글벤처스’다. 될성부른 스타트업에 폭넓게 투자하고 지켜보다가 거대한 혁신을 만들어갈 스타트업을 인수하는 전략이다. 대기업은 혁신의 속도와 범위에서 스타트업을 당해낼 수 없다. OpenAI만 봐도 스타트업에서 시작했다. 이런 현실을 상징하는 개념이 CVC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지주회사 산하에 CVC를 두는 것을 법적으로 금지했는데 2021년 연말에 풀었다. 그래서 2022년부터 CVC가 빠르게 설립되고 있다. 참고로 롯데벤처스는 2016년에 지주회사 바깥에 설립했다.
엄준하 발행인:
다른 사람의 성장을 지원하는 회사로 봐도 되겠는가.
전영민 대표:
맞다. 우리 회사의 미션은 ‘당연한 미래를 더 빠르게….’다. 포춘 선정 세계 10대 기업을 보자. 다수가 미국 기업들이며 30년 전에는 존재하지 않았거나 스타트업이었다. 다들 초기의 아이디어와 혁신을 구현하도록 돈, 경험, 지식을 전수해주는 벤처캐피탈의 도움을 받아서 최고가 된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10대 그룹 순위가 예나 지금이나 유사하다. 이대로 계속 가면 일본처럼 될 수 있다. 대학, 기업, 국가가 힘을 모아 새로운 것들을 다양하고 빠르게 시도해보고, 안 되면 빨리 정리하며 치고나가는 스타트업 생태계라는 성장엔진을 갖춰야 한다. 그래서 롯데벤처스는 유망한 스타트업이 빠르게 성장하도록 투자, 경영자문, 네트워크, 영업망을 지원하고 있다. 그들이 혁신에 성공하면? 당연히 롯데벤처스의 가치도 높아진다.
엄준하 발행인:
어느 부분에서 HR 역량을 살리고 계신지 궁금하다.
전영민 대표:
HR은 그저 빈자리에 적합한 인재를 채용하면 안된다. 우리 조직이 직면할 미래를 예측하고, 그에 맞는 직무를 만들고 미래에 그것을 잘 해낼 수 있는 인재를 채용, 교육, 평가도, 승진도 하는 것이다. 당장의 HR 업무는 누구나 할 수 있다. 다가올 미래를 읽는 것이 진짜 HR이다. CVC도 마찬가지다. 5년-6년 뒤를 예측하고 그때 꽃을 피울 스타트업을 찾는 작업이다. 물론 다른 부분도 있다. CVC의 특수성에 기인하는데 확률적 사고에 익숙해져야 한다. 미래를 정확히 예측할 수 없으니 투자한 스타트업이 전부 성공할 수 없다. 투자한 곳이 망한다고 해서 속상해서는 버틸 수 없다. 성공확률을 높이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엄준하 발행인:
HR 커리어를 쌓아오면서 중요했던 지점들은 어디셨는가.
전영민 대표:
HR을 시작하고 6년이 흘렀을 때 ‘계속 이 길을 걸어가겠구나’ 싶어서 고려대 경영대학원 석사과정에 들어갔다. 일과 학습을 병행하느라 죽을 만큼 힘든 시간이었다. 그런데 학위를 취득하고 나서 누군가가 ‘치열하게 공부해서 배운 게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지금까지 아무것도 모르고 인사를 해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내가 모른다는 사실을 배웠던 거다. 모른다는 사실을 배우게 되니 당연히 박사과정을 시작했고 공부를 마치고 다시 한번 HR을 생각해봤다. 그러니 ‘HR은 채용, 육성, 승진, 이동, 보상 등을 통해 직장 동료들의 인생행로를 바꾸는 작업’이며 그렇기에 끊임없이 배우며 성장해야 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스스로 생각한 것인 만큼 지금도 절실하게 지켜가고 있다.
엄준하 발행인:
인재들이 일터를 바라보고 있는 시선이 바뀌었다. 이때 조직문화와 일하는 방식은 어떻게 발전해야 한다고 진단하시는가.
전영민 대표:
인구가 줄어들면서 고용시장에서 갑과 을의 관계가 뒤바뀌고 있다. 앞으로 일하는 사람의 교섭력이 고용주보다 점점 세질 거다. 그런 환경에서 단순히 더 많은 보상으로는 고용 경쟁력이 없어질 거다. HR담당자들 좋았던 시절은 갔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렇게 생각해보자. 일터는 혼자서 절대 이룰 수 없는 가치창출을 조직의 힘을 이용해서 성취하는 곳이며 꼭 필요한 사회적 정체성을 제공하는 공간이다. 소속욕구와 조직에 대한 자부심을 중시할 미래 인재에게는 색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그래서 일터가 돈 이상의 것, 재미와 의미를 포함해 끝내주는 근무‘경험’을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엄준하 발행인:
인재들을 대하는 방식은 어떠해야 한다고 보시는가.
전영민 대표:
퇴직률이 점점 높아지고 있어서 걱정하는 분들이 많은데 비정상이 정상화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우리의 퇴사율이 예외적으로 낮았을 뿐이다. 실리콘밸리의 빅테크를 보면 평균 근속이 2년이 채 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인재들이 줄을 선다. 근무강도와 스트레스가 엄청난데도 말이다. 하지만 이력서에 거기서 근무했었다는 한 줄만으로 노동시장에서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다. 그러니 가는 거고 그 기업은 최고의 인재를 골라서 쓸 수 있게 되는 거다. 인재들이 그렇다면 ‘임직원들에게 해줄 수 있는 또 다른 보상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져봐야 한다. 이력서에 쓰이는 귀중한 한 줄이 질문의 답이 아닐까 한다.
엄준하 발행인:
그렇다면 HR담당자들은 앞으로 어떤 역량을 개발해야 하겠는가.
전영민 대표:
HR담당자들이 수행하는 업무의 대상은 ‘사람’이다. 사람의 마음을 알기란 정말 어렵다. 그래서 추상적으로, 직관으로, 경험으로 접근하는 분들도 있지만 곤란하다. 조금 더 정확하게 자세하게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평판, 네트워크, HR 애널리틱스, 피플 애널리틱스 등 사람을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사람을 진정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사람만의 영역이라고 본다.
▲ 전영민 대표는 “다른 사람의 삶에 개입하는 것이 HR인 만큼 전문성, 애정, 책임감, 시대상을 읽는 통찰을 갖춰야 합니다.”라고 제언했다엄준하 발행인:
HRD담당자들의 역할과 과제도 짚어달라.
전영민 대표:
인구가 줄어들면 정년도 연기되고 역량이 다소 부족한 인재라도 업스킬을 통해 알뜰하게 활용해야 할 때가 온다. 당연히 HRD의 개입이 중요해진다. 그런데도 퇴사율이 증가하면서 사내의 HRD투자에 대해 비관적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 기술변화로 HRD의 필요성은 증가하는데 말이다. 이런 판에 국가 차원에서 보면 인구의 감소로 대학의 시설과 설비는 공급과잉 상태가 될 것이다. 그러니 기업, 정부, 대학이 힘을 합쳐 대학원 중심의 ‘마이크로 디그리’를 활성화해서 신기술을 업스킬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집이나 회사 근처 여러 대학원에서 필요한 수업을 들으면 라이센스를 주고, 그것을 모으면 사회적으로 인정되는 학위를 부여해주는 것이다. 그래야 역량개발의 동기가 제대로 구현된다. 그리고 꼭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곤 온라인 교육을 맹신하지 말길 바란다. 사람간의 스킨십이 있어야 창조성이 생기고 진정한 학습과 몰입이 일어난다. 정리하면 기업 바깥에서 HRD가 적용될 수 있는 부분을 보고, 기업에서든, 사회에서든 왜 HRD가 긴요한지 입증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 같다.
엄준하 발행인:
새해를 맞아 HR담당자들을 위한 메시지 부탁드린다.
전영민 대표:
결국 '사람'이다. 우리나라의 부모님들은 어떻게든 자녀를 공부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게 오늘날의 한국을 만들었다. 그런 과정에서 우리에겐 인재를 교육하는 시스템, 학습하려는 욕구라는 동력이 남아 있다. 그게 우리의 최종병기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다른 사람, 조직, 국가, 나아가 후손의 삶에 개입해서 역량을 높여주는 HRD는 매우 중요하고, 우리가 가진 강력한 경쟁력이다. 사명감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