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에 출간된 『축적의 시간』은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26명의 교수들이 한국 산업의 문제를 진단하고 미래를 위해 제언하는 내용을 담았다. 다양한 전공의 전문가로 이루어진 집필진들은 한결같이 우리의 산업계는 현재도 힘들지만 앞으로는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가장 큰 이유는 저가 인력과 저가 시장으로 세계의 공장이라 불리는 중국의 급속한 추격 때문이라고 한다.
혹자는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지금보다 더 열심히 일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우리의 노력은 이미 남다르다. 2016년 8월 15일 연합뉴스 자료에 의하면 우리의 노동시간은 OECD 국가 중 멕시코에 이어 2번째로 많다. 우리는 OECD 국가 평균보다 연간 2달 더 일하고 시간당 실질임금은 2/3 수준이다. 한국 취업자는 독일 취업자보다 연간 4.2 달 더 일하고, 평균 실질임금은 독일의 73%이며, 시간당 실질임금은 절반 수준이다. 따라서 지금보다 더 열심히 일함으로써 우리 산업계가 직면하고 있는 어려움을 극복하자는 것은 적절한 대안이 아니다.
한때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며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고도성장을 누리던 우리 경제가 왜 경쟁력을 잃고 성장동력을 잃었을까.
‘축적의 시간’과 창의성 교육
2003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이 시대 최고의 경제학자로 알려진 시카고 대학의 로버트 루카스 교수는 1993년 ‘Econmetrica’ 저널에 발표한 ‘Making a Miracle’이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경제성장의 주된 요인을 가려내기 위하여 한국과 필리핀의 경제성장을 비교분석하였다. 한국과 필리핀을 사례로 든 가장 큰 이유는 표에서 보듯이 1960년 한국과 필리핀은 여러 경제 지표에서 거의 비슷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1988년에는 1인당 GDP에 있어서 한국이 필리핀보다 거의 3배로 성장했다. 루카스는 이러한 한국의 비약적인 경제성장을 기적이라고 부르는 것은 결코 과장이 아니라고 했다. 또한 그는 한국이 비약적으로 경제성장을 한 주된 이유는 학교와 산업체 등에서 충분한 인적자본의 축적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그는 이 사례를 통해 인적자본의 축적이 경제성장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임을 강조했다.
루카스 교수의 제자인 서울대 경제학과의 김세직 교수는 1969년부터 거의 30년 동안 우리의 경제성장률이 평균 8%대를 유지하다가 IMF가 일어난 1997년부터 계속 하락하는 원인에 대한 연구결과를 2007년 서울대학교 경제연구소 경제논집에 “미래 성장동력으로서의 창조형 인적자본과 이를 위한 교육개혁”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하였다. 그는 한때 잘나가던 우리 경제가 계속 어려워지고 있는 이유가 과거에는 우리가 선진국을 추격하는 모방형 경제였기 때문에 주입식 교육에 의해 배출된 모방형 인적자본이 경제발전에 큰 기여를 했지만, 선진국을 바싹 추격하고 있는 지금은 창조형 인적자본이 배출돼야 하고, 이를 위해 우리의 교육이 ‘창의성 교육’으로 변화돼야 하는데 여전히 주입식 교육에 머물러있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이러한 주장은 2008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폴 크루그만이 말한 “아시아 국가들이 선진국이 되려면 땀 흘리며 일하는 경제(perspiration economy)에서 지식과 영감으로 성장하는 경제(inspiration economy)가 되어야 한다.”라는 이야기와도 맥을 같이 한다. 즉, 우리가 선진국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추구해야 할 방향은 Work Hard가 아니라 Think Hard인 것이다.
한편, 중국의 빠른 경제성장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고 발전해가는 국가들이 있는데 이들은 이스라엘과 독일 같은 선진국이다. 이스라엘은 세계 최고의 ‘창업 국가’로 알려져 있다. 인구는 850만 명밖에 안 되지만 1년에 생겨나는 기업 수가 유럽 전체에서 생겨나는 기업 수보다 더 많고 나스닥 상장 기업의 수도 유럽 전체의 두 배나 된다. 인구 100만 명당 스타트업의 수로 따지면 이스라엘은 375개로, 190개인 미국의 두 배에 달한다. 국민 1인당 벤처펀드 규모가 세계 1위이고 매년 수백 개의 벤처기업이 탄생한다.
또한, 제조업 경쟁력 세계 1위인 독일은 초고령 사회에 들어선 나라 가운데 유일하게 성장 잠재력이 높게 유지되고 국가경쟁력은 계속 올라가고 있다. 이러한 선진국은 변화하는 글로벌 환경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왜 그토록 높은 경쟁력을 지속할 수 있을까. 그 핵심은 바로 교육 방식에 있다. 이들 국가의 특징은 사고력과 창의성을 중시하는 교육을 오랜 세월 철저하게 실현해왔다는 공통점이 있다.
창의성의 대가들이 실천한 몰입적 사고
나는 인위적인 노력으로 두뇌를 고도의 창의적인 상태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재료분야에서 수십 년 이상 미해결로 남아있던 난제에 도전을 하였다. 예를 들어 50년 이상 미해결 문제로 남아있던 세라믹스의 비정상입자성장과 금속의 2차재결정 원리를 해결하는 데 몇 개월이 걸렸고, 단분산 나노입자 생성원리는 1주일이 걸렸고, 다이아몬드 박막 증착 원리는 1년 6개월이 걸렸다. 종래의 연구 방식으로는 평생을 노력해도 풀 수 없는 난제들을 몰입적인 사고를 통해서 짧은 기간에 푸는 것을 반복적으로 경험한 후 ‘위대한 창의적인 업적을 이룬 인물들이 혹시 몰입적인 사고를 한 것이 아닐까?’라는 의문을 품고 이에 관하여 조사를 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들 역시 한결같이 몰입적 사고를 했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뉴턴은 만유인력을 어떻게 발견했느냐는 질문에 “내내 그 생각만 했으니까.”라고 대답했으며, 어떤 문제를 발견하면 몇 시간이고 며칠이고, 심지어 몇 주일이고 쉼 없이 생각해서 결국 해결했다고 말했다. 아인슈타인은 “나는 몇 달이고 몇 년이고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그러다 보면 99번은 틀리고 100번째가 되어서야 비로소 맞는 답을 얻어낸다.”라고 하였다. 진화론을 제창한 다윈은 “내가 과학에서 성취한 어떤 것이건 오로지 끈질기게 열심히 오랫동안 생각한 결과이다.”라고 말했다. 그 역시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몇 년이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밖에 많은 과학분야 노벨상 수상자들이 미해결 문제에 매달려 자기 자신을 잊어버릴 만큼 기꺼이 오랫동안 많이 생각한 끝에 인류사에 빛나는 업적을 이루어냈음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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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농문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