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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6-04-06 17:3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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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세종대왕을 역사상 가장 위대한 소통과 창조의 리더로 기억한다. 백성과 신하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빨리 가는 것보다는 완벽함을 통해 변화를 추구했다. 이에 반해 정조대왕은 민첩한 추진력과 강한 실행력을 발휘한 리더다. 미완의 정책이라도 실행을 중요시했고, 실행하면서 보완해 나갔다. 개혁에 늘 저항이 있었지만 주변을 설득시키며 불도저같이 밀어붙였다.
세인들은 세종을 최고의 임금으로 꼽는다. 하지만 우리는 임금들이 처한 환경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세종은 태평성대의 임금이었던 반면 정조는 ‘진흙탕 속에서 핀 꽃’이라 불린다. 예나 지금이나 조직의 리더들은 적시에 결단하고 실행해 나가야 한다. 눈앞의 저성장 시대는 분명 태평성대는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개혁을 통해 정조가 남긴 실행력의 비밀은 과연 무엇인지 살펴보자.



층수만 세지 마라

‘학문을 하는 것은 마치 일백층 높이의 보탑(寶塔)에 오르는 것과 같다. 한 층, 한 층 따라 올라가면 남에게 묻지 않아도 저절로 꼭대기에 도달할 수 있다. 그러나 종일토록 속절없이 탑 밖에서 층수만 세고 있으면 한 걸음도 올라갈 수 없다.’
『홍재전서(弘齋全書)』에 기록된 문장으로 제대로 학문을 익히려면 변죽만 올리지 말고 학문의 세계로 바로 들어가라는 뜻이다. 지레 겁을 먹거나 요령껏 지름길을 찾는다고 층수만 세다 보면 절대로 실행될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실행력이 강한 리더들은 방향이 옳다고 결정되면 곧바로 착수에 들어가는 특징이 있다. 그들은 절대로 때를 놓치지 않는다. 분명 그들에게도 동일한 장애요인이 존재한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 이해관계자들의 저항, 그 외에도 보이지 않는 위험요소 등이 앞을 가로막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단호하게 결단을 내렸으며 벽을 뚫고 돌파해 나갔다.





세종대왕, 돌다리도 두드리고 건넌다

세종은 누구보다도 신하와 백성의 의견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정책을 수립함에 있어서도 모든 이가 이해하고 동의하기 전에는 섣불리 시행하지 않았다. 즉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가는 타입이다. 우리는 세종을 경청과 소통의 임금으로 칭송한다.
실제로 세종은 1430년(세종12)에 ‘공법(貢法)’이라는 새로운 세법 시안을 두고 백성들에게 찬반 의사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했다. 공법은 관리가 수확량을 보고 세금을 결정하던 기존의 법과 달리 일괄적으로 1결당 10두의 세금을 부과하는 법이다. 공법은 14년에 걸친 의견 수렴 과정과 국민투표의 절차를 거쳐 1444년(세종 26)에 발표될 수 있었다. 그 같은 측면은 세종이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에 얼마나 민감하였는지 짐작하게 한다. 이에 세종을 일컬어 감수성(주의의 의견이나 상황을 민감하게 감지하여 대응하는 능력)이 뛰어난 리더라고 칭송한다. 하지만 높은 감수성은 때때로 적시의 의사결정을 방해하기도 한다. 여러 사람의 반응을 민감하게 받아들이기 때문에 고려할 부분들이 너무 많아져서 결정하는 타이밍을 놓치는 경우이다.


정조대왕, 일단 건너가면서 고친다

정조는 앞에서 끄는 스타일로 강력한 추진력을 갖춘 임금이다. 백성이나 신하의 의견 등 명분을 바탕으로 토론을 촉진시켰으며 정책의 방향이 결정되면 빠르게 추진해 나갔다. 제도의 기획안이 완벽하지 않더라도 방향이 옳다고 결정되면 일단 공표하고 실행했다. 실행을 하다 보면 반대나 부작용에 대한 상소가 올라오고 현장의 상황에 맞지 않아 이슈가 발생한다. 그러면 정조는 그 의견을 수렴하고 제도를 수정하며 일을 추진했다.
일례로 1791년 금난전권(禁亂廛權: 조선 후기 육의전(六矣廛)과 시전상인(市廛商人)이 상권을 독점하기 위해 정부와 결탁하여 난전을 금지할 수 있었던 권리)의 폐지는 독점하고 있던 시전상인의 엄청난 반발을 가져왔다. 그러나 정조는 명분을 갖고 추진했고, 시전(市廛)에게만 부여하던 세금을 난전(亂廛)에게도 부여하는 등 보완책을 마련하면서 저항하던 시전상인들을 설득해 나갔다.
빠르게 변화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적시의 의사결정은 리더가 갖춰야 하는 가장 중요한 필수역량이다. 실행력이 절실한 이 시기에 정조의 결단력(정보가 부족한 상황에서도 시기를 놓치지 않고 판단을 단호히 내리는 능력)과 추진력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조의 통공정책(通共政策)은 정경유착의 뿌리를 뽑아 시전의 횡포를 없애는 한편, 누구나 자유롭게 상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유도함으로써 18세기 상업발달에 커다란 한 획을 그었다.


 

린 스타트업(Lean Startup) & GE의 패스트 웍스(Fast Works)

정조 개혁의 키워드는 강력한 실행에 있다. 방향이 맞고 명분이 있다면 곧바로 착수하고 의견을 수렴하면서 보완해 나간다. 정조의 강력한 실행력은 실리콘밸리 벤처기업의 성공 경영방식인 린 스타트업(Lean Startup)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린 스타트업은 짧은 시간 동안 제품을 만들고, 성과를 측정해 다음 제품 개선에 반영하는 것을 반복해서 성공 확률을 높이는 것이다.
글로벌 기업 GE의 Fast Works프로그램은 린 스타트업을 벤치마킹한 제도이다. MVP(Minimum Viable Products), 즉 실현 가능한 최소한의 제품을 만들어 고객의 목소리를 반영하며 수정해 나간다. GE는 패스트웍스를 이용하여 고객을 위한 더 나은 결과를 신속하게 얻고 있다.


사명과 가치에 따라 결정하면 실행력은 배가된다

의사결정의 지연은 강력한 실행을 방해한다. 뛰어난 리더라 할지라도 의사결정에 있어서 곤혹스러울 때가 있다. 어떠한 사안이라도 모두 찬성하는 혁신은 드물기 때문이다. 정조는 그러한 상황에서 늘 사명과 가치를 생각했다. 그의 의사결정 기준은 ‘백성들이 잘 사는 나라’였기에 기득권 세력의 반발에도 단호하게 결정하고 밀어붙일 수 있었다.
조직에서 사명과 가치는 애매모호한 의사결정 상황에서 그 기준을 제시한다. 햄버거를 파는 패스트푸드점에서의 상황을 예로 들어보자. 당신은 패스트푸드점의 파트타임 점원이다. 주문한 햄버거를 받아들고 돌아서던 초등학생이 뒤에 서 있던 손님과 부딪쳐 햄버거를 땅에 떨어뜨렸다.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학생의 과실이니 주워 먹으라 할 것인가?’, ‘당신의 일급을 털어서라도 새로 바꿔 줄 것인가?’, ‘아이의 부모가 있는지 확인 후 대처할 것인가?’ ‘뒤에서 부딪친 손님과 반반 부담할 것인가?’
이 상황이 업무 매뉴얼에 없다면 아마도 평소의 가치에 따라 행동할 것이다. 가치는 의사결정의 기준이 되며 내재된 가치는 실행력을 강화시킨다. 실행력이 약한 조직은 구성원들에게 조직의 가치가 내재화되어 있지 못하다. 심지어는 조직의 핵심가치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직원들을 그대로 방치하는 경우도 있다. 실행력이 강한 조직은 구성원 대다수가 핵심가치를 외우고 있다.

 

공부를 통해 본질을 파악하면 실행력은 극대화된다

‘요즈음에는 평소에 독서하는 사람이 드문데 그런 현상이 나는 너무도 이상하다. 하늘아래 책을 읽고 이치를 연구하는 것만큼 아름답고 고귀한 일이 무엇이 있겠는가’
『홍재전서(弘齋全書)』에서 밝히고 있듯이 정조는 나라의 근간이 되는 힘을 세 가지로 보았다. 책을 읽고, 연구를 하고, 글을 쓴다면 미해결 난제도 밝힐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행력이 강한 조직은 공부를 많이 하며 지식을 축적하고 이를 남긴다. 지식이 축적된 조직은 분석력이 뛰어나 문제의 원인과 본질을 파악할 수 있다. 본질의 파악이 늦거나 제대로 되지 않으면 시간과 비용을 낭비하게 된다.
문제를 해결을 위해 구성원들의 축적된 지식을 밖으로 끌어내고 원인과 대안을 분류하는 데는 두 가지 기본적인 방법이 있다. 먼저, 5Why는 문제가 발생했을 때 ‘Why’라고 계속해서 질문을 던지면서 심층적인 원인을 발견하는 방법이다. 어떠한 문제에 대해 ‘왜’라는 질문을 자신과 상대방에게 지속적으로 던지다 보면 서서히 그 본질에 접근할 수 있다. 다음으로 MECE(Mutually Exclusive and Collectively Exhaustive)는 상호배타적인 항목들이 빠짐없이 모여 완전한 전체를 이루는 것을 의미한다. 다양한 원인이나 대안에 대해 중복과 누락 없이 분류하다 보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사안을 명료화시킬 수 있다. 이 두 가지 방법은 조직의 커뮤니케이션 비용을 최소화시켜 실행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



작은 일에 정성을 다하는 실행력은 변화를 일으킨다

정조는 작은 것에 정성을 다하는 것이 변화의 출발이라 했다. 작은 것을 거쳐 큰 것으로 나아갈 수 있고, 형식을 통해 실질에 도달할 수 있다고 믿었다. 정조는 다른 국왕에 비해 상대적으로 신하들의 사소한 행동까지 문제 삼고, 국정의 자그마한 부분까지도 신경을 썼다. 기초가 제대로 안 되어 있는 자는 큰일을 도모하기 어렵다고 생각했던 듯하다.
조직의 리더십 단계에 따라 부하에게 권한을 위임하는 것은 옳다. 그러나 위임을 했다면 위임받은 부하가 제대로 그 업무를 파악하고 처리하는지 반드시 점검하고, 적극적으로 피드백해야 한다. 점검과 피드백이 생략된 위임은 위임이 아니라 방임이다.
피터 드러커(Peter F. Drucker)는 그의 저서 『미래경영』에서 효과적인 인사관리를 위한 의사결정의 5단계를 설명했다. 그중 가장 중요한 마지막 단계가 새로 임명된 사람이 직무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누구든 새롭게 업무를 맡기고 3개월이 된 시점에서는 반드시 확인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과거 직무와의 차이점, 새로운 직무에서의 핵심성공요인 등을 서면으로 보고받고 체크해야 한다.



강력한 실행력을 위한 조직 점검

조직이든 개인이든 변화를 좋아하고, 기꺼이 변화를 수용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무엇인가 새롭게 바뀐다는 것은 그만큼 저항을 예상해야 한다. 리더가 변화를 추진하는 데 있어서 세종의 포용력과 정조의 실행력을 모두 갖춘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그러나 현시대는 이해관계자 모두를 만족시키며 변화를 리드해 갈 수는 없다. 방향이 옳다고 생각되면 때로는 저항을 극복하고 밀어붙이는 힘이 있어야 한다. 더러 조직에서 실행력이 이슈가 된다면 목적에 따라 아래의 질문을 지속적으로 던지면서 꼼꼼하게 점검하고 보완할 필요가 있다.

∙핵심가치 정립과 내재화 - ‘사명과 가치를 숙지하고 있는가?’
∙학습조직과 사고력 - ‘지속적 공부를 통해 본질을 추구하는가?’
∙권한위임과 방임의 구별 - ‘사소한 것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가?’
∙자기관리 - ‘저항을 극복해 내는 멘탈(Mental)을 강화시키고 있는가?’







조지용 휴먼인사이트 상무이사/Global HR 협동조합 이사

조지용 상무는 GE, Coca Cola 등 다국적 기업에서 인사관리자로 출발하여 2002년 인사조직 컨설턴트로 경력을 전환한 이후부터 국내외 기업을 대상으로 인사혁신, 리더십개발, 핵심인재양성 등 다양한 컨설팅을 수행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해 서구 HR시스템의 무분별한 국내 도입에 비판의식을 갖고 있으며, 한국의 조직문화에 맞는 한국형 인사혁신 및 리더십 개발에 관심을 갖고 연구하고 있다. 이러한 연구를 바탕으로 ‘역사를 통한 가치와 리더십’을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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