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 기사등록 2014-12-01 15:44:09
기사수정

세종은 한국인이라면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조선왕조 최고의 리더다. 창의성, 위기관리, 인재양성 등 현재 한국 리더들에게 필요한 덕목을 두루 갖춘 롤모델이기 때문이다. 많은 지식인들은 한국형 리더십의 대안으로서 세종의 리더십을 다각도로 연구해왔다. 박현모 세종 리더십연구소장은 13년 넘게 세종을 연구해온 소위 ‘세종전문가’다. 하루도 빠짐없이 세종실록을 읽고 리더십을 고민했다는 박현모 소장의 생각을 들어봤다.




“서양의 사상이나 미국 리더십 이론들을 공부하다보면 뭔가 우리나라 실정과 맞지 않고 생각의 뿌리도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세종대왕을 공부하면서 한국인을 신바람 나게 하는 독특한 코드가 있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박현모 소장은 한국인의 성향을 “억울한 일을 참지 못하고, 앞에 나서서 이야기하기보다 들어주며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는 것에 익숙하다”고 설명했다. 이런 한국인의 정서를 가장 잘 맞춘 리더가 세종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세종 리더십은 경청에서 나온다
박현모 소장은 <정조의 성왕론과 경장정책에 관한 연구>로 서울대학교 정치학과 박사학위를 취득하는 등 조선왕의 정치사에 관심이 많았다. 특히 정조의 롤모델인 세종에 관심을 갖고 일반인에게 세종실록 읽기 강연을 하며 세종 알리기에 적극 나섰다. 실록학교에서 일반인에게 세종실록을 강연하기도 하고, 제주도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세종 리더십을 중심으로 핵심인재 교육을 4년째 진행하고 있다. 해외에서도 세종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어 박 소장은 일본 교토CEO포럼은 물론이고 미국 조지메이슨대학교나 프린스턴대학교, 필라델피아 템플대학교 등에서 세종에 대해 강의했다. 왜 이리도 사람들은 세종의 리더십에 열광하는 것일까.
박 소장은 세종 리더십의 핵심은 ‘경청’에 있다고 봤다. “서양의 이론들은 아주 논리적입니다. 개발하고 발표하고 액션플랜을 짜는 등 다채롭고 활동적인데, 한국의 문화는 이와 맞지 않아요. 서양은 말하는 것이 중심이지만 한국은 듣는 것이 중심입니다. 그런데 요즘 우리나라 실정을 보면 듣는 훈련조차 제대로 돼있지 못합니다. 세종에게 경청은 덕목이 아니라 능력이었습니다.” 박 소장은 세종의 경청 능력을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설명했다. 첫 번째는 상대방의 의견이 자신의 의견과 다르더라도 말하고 싶은 것을 참고 끝까지 들어주는 인내력이다. 두 번째는 좋은 것과 나쁜 것을 가려서 들을 수 있는 분별력이며, 마지막은 상대방의 의견이 옳으면 수긍하고 그에게 일을 처리할 수 있는 힘을 실어주는 위임력이다.
“한국인들은 자기 스스로 나서서 하는 것에 서툴지만 순서를 정해 의견을 말하게 하면 곧잘 합니다. 세종은 이런 한국인의 특성에 맞춰 각 인재들이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게 하는 능력을 갖췄었다고 생각합니다.”


▲ 미국에서 진행된 세종 리더십 콘퍼런스


스토리텔링으로 세종을 전파한다

또한 박 소장은 스토리텔링으로 소통하는 능력을 강조했다. 그래서 그는 여주대학교 학생들에게 교양 필수과목으로 세종리더십원론을 강의하면서 세종과 관련된 30여 가지 이야기들을 들려주고, 학생들이 이 내용을 직접 발표하도록 하고 있다.
2013년에는 세종실록 강독에 참여했던 사람들을 주축으로 하는 ‘세종사랑방’이라는 모임도 개설했다. 모임 참가자들은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마다 각자 실천한 세종 리더십 활동을 발표하거나 세종과 관련된 강의를 듣는 등 다양한 활동에 참여한다.
“세종의 인재교육방법은 이야기를 통해 사람의 마음을 바꾸는 일이었습니다. 세종은 김화라는 자가 자신의 아버지를 죽이는 사건이 발생했을 때 이에 대한 방비책으로 형벌을 강화하기보다 삼강행실도를 편찬해 백성들에게 좋은 이야기를 들려주게 했습니다. 그런데 현재 우리나라에는 그저 주입식 교육만 있을 뿐 스토리텔링으로 배우는 교육은 없습니다.”
그래서 박 소장이 초점을 맞춘 인재육성방법은 ‘이야기를 통한 사람의 마음 변화’다. 세종의 업적을 이야기로 풀어 일반인들에게 알린다면 사회 저변에 세종 리더십이 뿌리내릴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이를 위해 그는 세종과 관련된 30여 가지 이야기와 40여 가지 사자성어를 모으고, 이 내용들을 사람들에게 가르칠 수 있는 강사를 양성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왕 세종의 업적이 아닌 인간 세종의 모습을 실록에서 읽고 있습니다. 소년시절의 세종, 20대 세종의 고민, 30대에 그가 좌절하며 좌충우돌하던 시기, 물불 안 가리며 정책을 추진하다가 백성들이 방화를 일으키던 시기도 담겨있습니다. 특히 세종이 47세에 심한 눈병으로 사물을 분간하기 힘들 정도로 고통 받고 있을 때 훈민정음이 완성됩니다. 최악의 상황에서 한글이 나온 거예요. 업적 따로 일생 따로가 아니라 이를 같이 보니 감동이 되더군요. 사람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다면 실천 가능한 리더십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세종으로 교육과 사회 패러다임 바꾼다
세종 리더십연구소는 여주대학교에 위치해있다. 세종대왕릉인 영릉이 여주에 자리 잡고 있어 여주대학교와 여주시는 세종 리더십을 중요한 인문학 사업으로 추진하고자 이 연구소를 개설했다. 그 일환으로 세종인문도시 축제 ‘여주, 세종인문도시로 날아오르다’가 여주대학교 주관,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 주최로 지난 10월 31일 개최됐다. 이를 시작으로 여주시는 3년간 인문도시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따라서 박 소장은 여주의 영릉 건립 550주년을 맞는 2019년까지 국내 4대 리더십연구소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를 위해 세종 리더십연구소는 ‘세종을 만든, 세종시대를 만든 문헌의 데이터베이스화’ 프로젝트를 위해 한국학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세종 리더십과 관련된 자료들을 전수조사하고 있다. 더불어 여주 집현전 강좌를 개설하고 시민들과 외국인들에게도 세종 리더십을 알리는 등 사회교육에도 힘을 쏟고 있다. 한편 여주대학교 대학생들에게 교양필수과목으로 세종 리더십 원론을 강의하고 있으며 2015년부터는 세종식 회의나 활쏘기, 디자인 비전 만들기 등 실습과목도 추가할 계획이다.
“앞으로 세종이 사회에서 중요한 준거인물이 되었으면 합니다. 청소년들에게 세종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정치인들이 세종 리더십을 언급한다면 한국사회가 좀 더 희망적으로 바뀔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 창의융합 콘서트에서 강연 중인 박현모 세종 리더십연구소장


박현모 세종 리더십연구소장이 생각하는 세종 리더십의 사례

1) 故 정기용 건축가
무주군의 공공건축 프로젝트 과정에서 정기용 건축가는 직접 현장을 돌아다니며 주민들의 요구사항을 듣고 그에 걸맞은 건물들을 지었다. 박현모 소장은 정기용 건축가가 경청을 통해 일을 추진하는 이 같은 모습이 세종과 닮았다고 생각했다.

2) 이건희 회장의 디자인경영
삼성 디자인경영센터는 공정을 마치고 디자인을 끼워 넣던 방식에서 디자인을 먼저 정하고 공정을 그에 맞추는 방식으로 경영 프로세스를 바꿨다. 박현모 소장은 “세종 역시 먼저 훈민정음을 창제해놓고 그 이후에 이를 신하들에게 공표하여 설득하고 의견을 모으는 과정을 거쳤다”며, 이를 ‘선발제인 후발제어인(先發制人 後發制於人, 선수를 치면 남을 제압하고 후수를 치면 남에게 제압당한다)’이란 말로 표현했다.


글 사진 김관모 기자


▶ 박현모 세종 리더십연구소 소장
   
서울대학교 정치학과 박사학위
   한국중앙연구원 연구교수
   세종국가경영연구소 전통연구실장
   한국형리더십개발원 대표
   여주대학교 세종 리더십연구소장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ww.khrd.co.kr/news/view.php?idx=5000369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최신뉴스더보기
내부배너2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