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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2-02-10 12: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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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12월이면 임원들은 초긴장 상태가 된다. 승진하는 사람도 있지만, 퇴직하는 사람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사원의 처지에서 보면, 퇴직하는 임원은 공표되지 않기 때문에 당장은 큰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승진하는 임원은 전 직원에게 승진 사실이 공유되기 때문에 누가 신규 임원이 되고, 누가 승진했는지에 대한 사항이 조직문화와 구성원 인식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

사례 1) 정 상무가 전무가 되다니…
구성원들은 더 넓은 사고를 바탕으로 큰 그림을 그릴 줄 아는 팀장이 임원이 되면, 당연히 될 사람이 됐다고 생각한다. 팀장 중에서도 합리적이며 전략적인 의사결정을 하고, 자신의 결정에는 책임을 지며, 솔선수범하는 사람이 임원이 되면, “회사가 사람 보는 눈이 정확하다”고들 한다. 넓은 외부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소신을 지키며 자사의 제품을 소개하고,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의 경지에 오른 팀장이 임원이 된다면, 상사의 눈치에 의존하기보다는 성과 중심의 문화를 구축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반면, 자신의 의사결정이 없고, 상사 눈치 보기에 급급한 사람이 임원이 된다면, 그 조직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갈수록 어려워질 것이다.
정 상무의 별명은 무(無) 대리다. 아무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사장에게서 받은 지시사항을 곧바로 팀장에게 전해주며, 기한에 맞춰 보고하라고 한다. 단 한 번도 자신의 입으로 방향을 제시해 주거나, 함께 작성해 보자는 말이 없었다. 오죽하면 징검다리라고 부르기도 했다.
정 상무가 가장 잘하는 것은 사내 정치다. 임원들의 회식에는 빠진 적이 없다. 특히 회장이 참석하는 모임에 배석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직원들 앞에서는 웃음이 없는 정 상무지만, 임원 모임이나 사장과의 미팅에서는 큰 소리로 웃는다. 타 부서 사람들은 “저렇게 호탕한 상사와 함께 근무해서 행복하겠다”고 부러워한다.
또 보고는 철저하게 혼자 담당한다. 무슨 말을 어떻게 전했는지 모른다. 결과에 대한 통보를 해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보고를 올리고 2일 정도 지나면 반드시 확인하게 되는데, 그때마다 정 상무는 조금 더 기다리라고 한다. 무엇을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는지 모른다. 결정해야 할 순간이 임박하여 부탁하면, 그 보고서를 다시 가져오라고 한다.
이런 정 상무가 상무 중 가장 빨리 전무로 승진했다. 직원들은 당혹감을 금치 못했다. 이
제 전무가 되었으니, 얼마나 거만하고, 업무 수행하기가 더 어려워질지 고민이 앞선다. 반면에 이번 승진을 계기로 업무만 잘해서는 절대 승진할 수 없다는 문화, 인식을 심어 주었다.

사례 2) 아니 임원이 맞긴 한 건가?
공장은 이번에 공장장으로 승진 발령이 난 엄 전무 때문에 말이 많다. 엄 전무는 부임하자마자 3대 혁신안을 발표했다. 모든 서류는 1페이지로 보고하고, 매일 아침 출근 시간 1시간 전인 8시에 관리자 미팅을 하며, 저녁 회식은 각자 비용으로 한다고 선언하였다.
1페이지가 넘는 서류는 그대로 바닥에 던져 버렸다. 그는 결재를 받으러 온 관리자의 당혹스러운 모습을 보며, 1장으로 하라는 말만 던진다.
8시 미팅에서는 온갖 질문이 쏟아진다. 평소 현황을 모르는 관리자에게는 “그것도 모르고 무슨 관리자냐?”는 호통이 이어진다. 직원의 인적 사항은 필수 항목이다. 엄 전무가 어제 김철수 사원을 만났다면, 다음 날 부서장에게 김철수 사원에 대해 묻는다. 엄 전무가 알고 있는 것은 홀어머니를 모시고 살고 있다는 사실 하나인데, 관리자가 이 대답을 하지 못하면 그는 무능한 관리자가 된다. 현장을 방문하여 표어나 사진을 봤다면, 이에 대해 반드시 물어본다. 대답하지 못하면, 역시 현장경영을 못 하는 관리자가 된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관리자들은 공장장이 어제 어디에 갔고, 누구를 만났는가에 관심을 두고 있다. 직원들도 자신의 돈으로 저녁을 먹고, 술자리를 가져야 하므로 정(情) 문화가 조직에서 어느 순간 사라져 버렸다. 회사 일로 저녁을 함께해야 하는데, 누구나 자기 호주머니에서 돈을 내어 저녁을 사기에는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어느 날 엄 전무는 한 관리자에게 어제 현장에서 일어난 주요 이슈 세 가지를 말하라고 했다. 관리자가 특별한 이슈가 없다고 하자, 생각과 고민을 하지 않는다면서 불호령이 떨어졌다. 이날 이후로 모든 관리자는 일일보고를 받는다. 현장의 주요 분위기와 누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가를 일일 보고서에 적게 하였다. 한 부서에서 이렇게 실시하자, 모든 부서가 이를 따라하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모든 부서는 일일보고를 하게 되었다. 휴게실에서 누구든 회사에 관해 이야기하면 일일보고에 기록되었다.
결국, 공장은 급속히 대화가 줄고, 업무에만 몰입하게 되었다. 웃음은 사라진 지 오래고, 자신이 신뢰할 수 있는 한 명 이외에는 절대 만나지 않았다.
1년 후, 엄 전무는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공장의 조직문화를 공포 분위기로 만들었지만, 구성원들이 불평불만 없이 업무에 매진하고 있다고 보고됐기 때문이다. 공장장이 어떤 이야기를 해도 바로 실행된다. 안 된다는 말을 할 수가 없다. “나는 새벽까지 술을 마시고도 사무실에 들어가 못다 한 일을 보고했는데, 요즘 사원들은 일을 끝내지도 않고 무슨 Work & Life balance를 주장하며 퇴근해 버리는 거냐”며 한심해한다. 자신은 임원이 되기 전에는 휴가라는 것을 가본 적이 없다며, 이를 또 휴가 가는 관리자에게 강조한다. 공장의 구성원들은 업보라고 생각하며, 엄 전무가 다른 조직으로 발령이 나기를 속으로 기원하고 있다.

사례 3) 이번 CEO가 지나면 다음 CEO에게 승부하면 되거든
매년 임원인사가 있으면, 희비가 엇갈린다. 잘나가던 김 전무가 한순간에 한직으로 물러나고, 한직에 있던 이 전무가 핵심부서로 자리를 옮기는 경우가 있다. 음지에 있었던 이 전무의 라인들이 한 명, 두 명 전략 보직을 차지한다. 자금, 전략, 인사와 기획부서는 어느 순간 이 전무가 전에 근무하던 후배들로 채워지고, 대신 소위 한직이라는 운영부서는 김 전무의 후배들로 배치되었다.
새롭게 CEO가 된 구 사장은 김 전무와는 항상 의견이 맞지 않았다. 김 전무는 구 사장이 부사장으로 있던 전임사장 때, 전략과 재무를 총괄하면서 영업을 총괄하는 구 부사장과 의견충돌이 많았다. 전임사장은 김 전무의 의사결정을 따르는 편이었고, 당시 구 부사장은 묵묵하게 영업실적 올리기에 주력하였다. 생산 공장의 안전사고, 자금부서의 부정들 때문에 전임사장이 물러나고, 구 부사장이 새로운 CEO가 되면서, 김 전무의 부서이동은 누구나 예상했던 결과였다.
1년의 기간이 흐르고, 회사의 경영실적은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회사 내부에는 외부에서 CEO가 영입된다는 소문이 자자했다. 연말이 되자 그룹에서는 대대적인 감사가 이루어졌다. 구 사장의 잘못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관습적으로 내려오던 병폐가 하나 둘 지적되었다. 이 가운데 금전부정이 밝혀지고, 영업현장에서 거래처와의 부정도 적발되었다. 규모가 상당하였고, 많은 관리자가 연류되어 구 사장은 자발적 사임을 하기에 이르렀다. 조직에는 일찌감치 김 전무가 다시 기용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고, 외부에서 온 CEO는 김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시키고, 기획관리본부장으로 선임하였다. 김 부사장이 승진 후 가장 먼저 한 일은 1년 동안 고생한 자기 후배들을 승진시키고 전략부서로 배치하는 일이었다.
구매전략팀에 배치된 이 팀장은 팀원들이 자신의 지시에 시큰둥하고, 기일을 지키지 않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한 명씩 불러 면담을 하면, 죄송하다며 열심히 하겠다는 말을 했지만, 상황은 개선되지 않았다. 팀 내 최고선임자인 김 부장은 입사 20년이 지났지만, 구매전략팀에 온 지는 2년밖에 되지 않았다. 가장 오래 근무한 사람이 3년이고, 평균 팀장 근속도 2년 남짓이었다. 김 부장마저도 업무에 임하는 열정이 없었다.
그런데 1대 1 면담 과정을 통해 이 팀장은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신임팀장들이 오게 되면, 성과를 내기 위해 도전적으로 일하는데, 지나고 나면 고생만 할 뿐 자신에게 돌아오는 것이 없으니 대충하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만약 문제가 되면, 팀장이 가거나, 본인이 다른 부서로 옮기면 그뿐이라고 한다. 직무순환이 직무의 전문성을 위해 운영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피곤하면 피해버리면 된다는 식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조직장으로서의 권위가 서지 않고, 똑같은 급여 받으면서 왜 나만 고생하느냐는 정서가 가득 차 있었다.
이 팀장은 회사의 인사제도가 바로 서지 않고는 현장의 이런 정서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날, 인사팀을 찾아 이런 이야기를 했다. 담당자는 다 알고 있다고만 한다. 알고는 있지만, 해결방안이 없다는 것인지, 알지도 못하면서 어떠한 이유 때문에 안다고 하는 것인지 판단하기 어려웠다. 결국, 이 팀장은 선임자인 김 부장을 잘 설득하여 끌고 가야겠다는 생각으로 발길을 돌렸다.

글 홍석환 KT&G 변화혁신실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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