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퍼실리테이션은 학교나 조직에서의 변화 주도, 팀빌딩, 회의, 워크숍 등에 활용되는 경우가 많았으나, 앞으로는 지역사회의 변화와 같은 넓은 영역으로 그 활용성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개인화, 각종 이해관계의 상충, 지역주의의 한계, 일방적 정부 정책 시행과 이에 대한 지역주민의 반발 등 오늘날 지역사회에는 수많은 갈등이 존재하므로 이러한 갈등상황을 조정하고 공동의 승리를 이끌어내야 한다. 또한, 지역사회의 개발과 변화를 위한 다양한 의견들을 모아 건강한 지역사회를 만들어 나아가야 한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 퍼실리테이터의 역할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며, 또 커져야 하는 이유이다. 따라서 이번에는 ‘지역사회 개발을 위한 퍼실리테이션’이 무엇인지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Bill Staples가 기고한 글을 정리하였다.
1977년, 나는 인도의 Chikhale라는 마을의 개발을 위한 ICA(The Institute of Cultural Affairs International) 인도 팀에 소속되어 있었다.
Chikhale는 쌀농사를 하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뭄바이 근처의 외딴 마을이었다. 마을의 미래에 대한 주민들의 꿈을 구체적으로 그리기 위해 주민들과 우리 팀은 연못 근처의 공터로 가서 작은 팻말을 세웠다. 그 팻말에는 ‘미래의 Chikhale 학교’라는 말이 쓰여 있었다.
2010년, 나는 컨퍼런스에 참가하기 위해 Chikhale를 다시 방문했다. 그곳에서 나는 2층짜리 큰 학교가 세워진 것을 보았다. 그 학교에서는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400명의 지역 학생들이 생활하며 공부하고 있었다. 나는 이에 감탄했지만, 크게 놀라지는 않았다.
퍼실리테이션은 지역사회 개발의 ‘끓는 솥’에서 탄생했다. 전 세계의 도시와 마을에서 사람들은 언제나 그들의 땅, 사업, 가정, 아이들의 미래에 영향을 미치는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사람들이 미래에 대해 서로 다른 가치 및 관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다툼이 일어나기도 쉽다. 그러나 공동체의 안녕을 위해서는 서로 간의 차이를 극복하고 다른 이와 협력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사실 지역사회 개발을 통해 ICA가 개발한 것은 바로 그러한 가치, 의견, 감정의 ‘끓는 솥’이었다. 또 가끔은 사람들이 그들의 미래에 영향을 미치는 결정을 내리는 데 협력하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활용된 기법, 도구, 접근법을 집대성한 것이 퍼실리테이션 방법론의 시작이었다.
1970년대부터 발전해온 퍼실리테이션
1970년대, ICA는 전 세계적으로 1만여 개의 타운미팅을 퍼실리테이션 했고, 다양한 집단의 사람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도록 하는 데 있어서 퍼실리테이션이 큰 효과가 있음을 증명했다. 1970, 80년대의 ICA 직원들과 봉사자들은 미국, 페루, 인도, 케냐, 필리핀, 한국, 일본에서 1천여 개의 지역사회 개발 프로젝트를 퍼실리테이션 했으며, 가능한 모든 상황들에서 새로운 퍼실리테이션 스킬의 효용을 시험했다. 혁신적인 공공기관과 회사들은 퍼실리테이션을 통해 촉발되는 파워와 모티베이션을 발견했고, 즉각적으로 그 가치를 인지했다.
1980년대부터 1990년대 후반에는 IT, 성인 교육, 코칭, 갈등 조정 및 교육 분야에서 더 많은 접근법들을 가미하여, 퍼실리테이션의 파워와 유연성도 커졌다. 퍼실리테이션은 컨설팅과 비슷하지만, 퍼실리테이터가 중립성을 지키며, 참여자가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하기 위해 외부의 전문가에게 의지하기보다는 그들 안에 축적된 전문성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오늘날 전문 퍼실리테이터는 정부, 회사, NGO 등에게서 계획을 수립하고, 중요한 결정에 집중하도록 동기를 부여하고, 실행하는 과정에서의 많은 요청을 받고 있다.

지역사회 개발의 퍼실리테이션 영역
지역사회 개발은 언제나 퍼실리테이션을 가장 필요로 하는 분야였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지금까지 퍼실리테이션은 최소한 아홉 가지 영역에서 지역사회에 중요한 영향을 미쳐 왔다. 지역사회 내의 집단들은 자신들의 지혜를 사용하여 그들의 미래를 창조하고 함께 협력하는데, 그 과정에서 퍼실리테이터는 모든 관계자들을 모으고, 모든 이슈가 다루어지도록 하고, 힘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다. 지역사회 개발의 아홉 가지 영역에는 즉각적이고 단기적인 개입에서부터 여러 세대에 영향을 미치는 것까지 다양한 수준이 있다.
1. 긴급구호 ? 재난 해결, 식량 구호 등에 나서 고통을 경감시키고자 하는 것으로, 고통을 당한 피해자를 돕기 위해 세심한 퍼실리테이션이 필요하다.
2. 물질적 및 기술적 지원 ? 거주지, 우물, 의약, 등 사회·경제적 프로젝트와 관련하여 가장 필요한 물질적 재정적 자원을 지원해주는 것으로, 지원의 우선순위를 정하기 위한 퍼실리테이션이 필요하다.
3. 기초 인프라 구축 ? 위생, 식수, 교통, 통신, 교육, 보안 등을 위한 인프라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으로, 계획 프로세스에서의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한 퍼실리테이션이 필요하다.
4. 공개적 지지 ? 지역사회가 공공 정책에 의해 피해를 보게 되는 경우, 혹은 정부 단체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쳐야 할 때, 퍼실리테이션을 통해 사람들의 지지를 모으고 주목을 끌 수 있다.
5. 개발 교육 ? 성, 주거, 환경, 법적 접근권, 안전 등과 관련해 그들 자신이 갖는 권리가 무엇인지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 퍼실리테이션을 통해 사람들에게 자신감과 용기를 줄 수 있다.
6. 인적자원 개발 ? 시민 스스로가 역량 개발을 통해 확장된 지식과 스킬을 갖고 실행가이자 리더가 되기 위해, 외부 의존성을 감소시키는 것이다. 퍼실리테이션은 지식과 스킬의 전이를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가능하게 한다.
7. 자체적 개발전략 수립 ? 지역사회의 집단은 스스로의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문화적 이슈를 위해 방향성을 결정할 때에 가장 혁신을 발휘할 수 있다. 퍼실리테이션은 이 과정에서 창의성과 동기부여를 높인다.
8. 조직적 역량 강화 ? 지역사회는 그 다양한 니즈를 충족하고, 상호 협력하는 조직 및 구조를 필요로 한다. 퍼실리테이션은 조직 내의 리더십과 협력적 역량을 키우는 데에 도움을 줄 수 있다.
9. 시스템 개발 ? 지역사회는 그 안팎에서 민간과 공공 부문이 상호작용하며 개발되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시스템은 미래에 지역사회가 스스로 발전되기 위한 기초를 제공한다. 퍼실리테이션은 그 자체로 이러한 복잡성을 안고 작동하는 시스템이다.
앞서 사례로 든 Chikhale의 학교 설립은 ‘기초 인프라 구축’의 수준에서 시작되었으나, 이후 전 지역의 ‘시스템 개발’ 수준까지 발전하였다. 모든 지역사회 개발 계획은 다양한 영역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믿든 안믿든 간에, 바로 이것이 지역사회 개발에 대한 퍼실리테이션의 파워이다.
현재 내가 참여하고 있는 프로젝트는 전 세계의 퍼실리테이터들이 지역사회 개발 과정에서 학습한 것들을 공유하도록 하기 위해 그와 관련한 정보들을 온라인상으로 모으는 작업이다. 다음 주소에서 지금까지 수집한 정보들을 찾아 볼 수 있다. 이 정보들이 지역사회 개발을 퍼실리테이션 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
글 Bill Staples(CPF: Certified Professional Facilitator, CToPF: Certified Technology of Participation Facilitator)
정리 이영석 한국퍼실리테이션센터 대표(ORP연구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