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이 자신의 역할을 인식하지 못하고, CEO의 추종자가 되어 버리면 그 임원을 바라보는 직원들도 어느 순간 누군가 구제해 주겠지 하는 심정으로 시키는 일에만 충실한 경쟁력 없는 사람이 되어 버린다. 조직과 구성원의 역량을 강화하여 회사의 성과를 창출하고, 더욱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와 혁신을 이끄는 사람이 ‘임원’이다. 임원이 자신의 역할을 모른다면, 그것은 회사와 구성원 모두에게 재앙이다.
[사례 1] 모든 길은 CEO에게 통한다
경영층이 모여 회사의 비전 달성 방안 마련을 위한 회의를 한다. 이 회사는 ‘3년 후까지 현재의 매출을 2배로 늘리자’는 과감한 비전을 발표했다. 회사의 사업은 외부 여건의 변화가 없는 한, 매출이 크게 변동되지 않는 특성이 있었다. CEO인 회장 옆으로 각 사업부장이 앉아 침묵을 지킨다. 아무도 먼저 비전 달성을 위한 방안을 제시하지 못한다. 회장은 격한 음성으로 “내가 3년 후까지 매출을 2배 늘리자고 신년사에서 그렇게 강조했으면 뭔가 움직임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 뭘 하고 있느냐!”며 호통이다. 사업부장들의 머리는 더욱 책상을 향해 숙여지고, 그 누구도 안을 내지 못한다. 결국, 이 회의는 2주간 각 사업부장이 전 임원 앞에서 비전 달성 방안을 발표하기로 하고 마쳤다.
그 후 2주의 시간이 흘렀다. 각 사업부장의 발표가 이어진다. 모두가 3년 후까지 투자를 통해 매출을 3배 늘리겠다고 한다. 투자해야 할 금액을 보니 지금 투자하고 있는 금액의 10배가 넘는다. 자금운영계획에 대해 고민한 흔적이 없다. 서로가 자신의 계획만 살폈지, 타 사업부와의 연계성을 고려하지 않았다. 답답함이 밀려온다. 사장에게 회의진행을 부탁하고, 잠시 자리를 떠났다가 20여 분 후 자리에 돌아왔다. 그러나 진행된 것이 하나도 없었다. 아니 발표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의사 결정자가 없으면 발표를 해도 소용없다고 생각한다.

[사례 2] 무조건 사장님 말씀이 옳습니다
경영환경이 회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경영전략실의 발표가 끝나고, 어떠한 전략을 가져가는 것이 바람직한가에 대해 논의가 진행되었다. 참석한 임원들은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사장이 A안을 가져가는 것이 어떻겠냐고 말을 꺼냈다. 기다렸다는 듯이 김 전무는 A안은 이러 이러한 측면에서 도움이 된다고 화답했다. 김 전무에 이어, 이 전무도 A안으로 할 때의 기대효과에 관해 이야기했고, 대다수의 임원은 A안으로 가는 듯한 이야기와 표정을 지었다.
갑자기 사장이 A안으로 했을 때의 부정적 측면을 이야기하며 이런 측면에서는 B안이 어떻겠느냐는 의견을 냈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김 전무는 “저도 그 점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A이 실패하면, 회사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매우 크지만 B안은 장기적 측면을 고려했기 때문에 중간 점검이 가능하며, 안정적인 우리 산업에 더욱 유리하다고 생각한다”고 응수한다. 이 전무도 비슷한 의견을 내며 B안을 지지한다. 어느 순간 A안을 지지하는 임원은 한 명도 없다.
사장이 경영전략실장에게 어느 안을 하는 것이 이익과 위험부담 측면에서 효과적이냐고 묻는다. 사실 경영전략실장은 A안을 1안으로 생각하였다. 그러나 전체적인 분위기가 B안으로 흐르자 B안이 좋다고 이야기했다. 사장이 B안으로 했을 때, 결정적인 결점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경영전략실장은 장기적 대안이기 때문에 중간에 점검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경쟁사보다 발 빠르게 추진하기에는 불리하다고 이야기했다. 자금적 여유 속 경쟁사보다 빠른 대응에 사장의 결심이 흔들렸다. 지금까지 업계 2위를 유지해 왔는데, B안으로 가면 영영 2위에 머물게 된다. 사장이 결국 위험부담은 있지만 A안을 택하자고 결정하자, 참석한 모든 임원은 1위가 되자 하며 결의를 다진다.
의사결정이 되기 전까지는 자신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자신의 의견을 내며 마치 싸움을 하듯이 치열하게 토론해야 한다. 모든 의사결정에 CEO의 의견을 따라 좌지우지된다면, 임원은 CEO를 보좌하는 사람일 뿐 결코 보완해 주는 사람은 되지 못한다. 무조건 사장님 말씀이 옳다는 식의 추종은 본인뿐만 아니라 회사의 미래를 바라볼 때, 모두를 망치는 원인이 된다.

임원은 어느 업무에 집중해야 하는가?
삼성경제연구소의 조사에 의하면, 국내 기업 임원들은 ‘검토 및 체크(27%)’,
‘조정 및 합의(26%)’ 등의 업무에 절반 이상의 시간을 투여하고 있다고 한다. 이렇다 보니, 임원으로서 보다 중요성이 증대되는 ‘전략 구상 및 개발(4%)’,‘학습 및 성장(3%)’ 등의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

임원의 바람직한 역할은?
민영진 KT&G 사장은 “임원은 원칙에 근거하여 길고 멀리 보는 경영을 통해 조직성과를 창출하는 사람” 라고 임원의 역할을 정의한다. 민 사장이 임원의 역할로 강조하는 것은 3가지다.
첫째, 임원은 방향 설정을 해야 한다. 단기 실적에 연연하지 말고, 원칙에 근거하여 길고 멀리 보는 경영을 해야 한다. 둘째, 일 관리를 해야 한다. 일을 열심히 하는 것보다 스마트하고 생산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려면 직원의 업무수행과정이나 결과에 대해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개선하는지 제대로 챙겨줘야 한다. 업무를 통한 직원의 능력개발과 육성, 조직학습에 시간의 70~80%를 써야 한다. 셋째, 사람관리다.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바뀔 때까지 지속해서 노력해야 한다. 올바른 가치관을 바탕으로 역량과 열정을 키워 육성하는 것이 리더이지만, 따라오지 못한다면 버리는 것도 리더다.
이렇듯 민 사장은 “궁극적으로 임원의 역할은 조직 성과를 창출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임원의 역할은 크게 두 측면에서 바라볼 수 있다.
첫째는 직책에 따른 역할로서, 임원은 담당 조직의 CEO와 같은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그리고 사장을 보좌하는 것이 아닌 보완하는 역할을 담당해 줘야 한다. 자신이 담당하는 직무에 대해서는 방향을 명확히 설정해주고, 더 높은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 고민하고 실행을 주도해 솔선수범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또한, 임원은 회사를 대표하는 의사결정자로서, CEO가 보다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일에 매진할 수 있도록 보완해 주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둘째는 환경변화에 따른 임원의 역할이다.
임원이라면 미래를 예견하고 역산하여 현재를 이끌 수 있는 전략적 사고를 하고, 담당 직무의 부가가치를 높이며, 성과를 창출해야만 한다.



글 홍석환 KT&G 변화혁신실 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