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민주] HRD는 경영진과 실무진 욕구 사이의 접점을 찾는 일
- (주)아모제 삼성인재개발원 심민주 팀장
들어서 알고 있는 지식과 그것을 체화한 지혜 사이에는 엄청난 간격이 있다. 심민주 팀장은 HRD를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익힌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전공자였고 타의로 HRDer의 삶에 발을 들여놓았던 그녀가 서른셋 나이에 인재개발팀 수장이 될 수 있었던 열정의 이야기들.
“교육으로 사람을 바꿀 수 있나요?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뷰를 위해 명함을 주고받은 직후, 심팀장이 대뜸 말했다. 대개의 HRDer와는 확연히 다른 생각, 그러나 확신에 찬 눈빛.
“제가 생각하는 HRD는 좋은 회사를 만들고 싶은 경영진의 욕구와 좋은 회사에 다니고 싶은 실무진의 욕구 사이에 접점을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
서 돌이켜보건대 저는 교육 전문가이기보다는 기업의 조직 문화 전문가가 되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슬며시 그녀에 대한 호기심이 발동했다.
HRD관(觀)의 정립
사실 심 팀장은 HRD 전공자가 아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중국어학과를 졸업했고, 이후 삼성그룹에 입사했다. 지망 회사로 당시 인기가 높았던 제일기획과 유통 분
야 계열사를 차례로 써넣었다. 그런데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삼성인력개발원으로 발령이 났다.
“당황스러웠지만 HRD 업무가 전화 응대, 강의장 세팅부터잖아요. 열심히 했죠. 근데 1년쯤 지나니까 교육을 전공한 동기들한테 밀리는 거예요. 주임 승진이 한 해
늦었거든요. 그때 고민을 했죠. 내가 이 일을 계속할 것인가. HRD는 반드시 전문성이 있어야 하는 분야인데… 지기는 싫었어요.”
짧게는 한 달, 길게는 1년에 이르는 교육에도 들어가고 책도 부지런히 읽었다. 시간이 쌓이면서 HRD관이 조금씩 잡혀갔다. 시스템, 제도, 논리 모두 중요하지만 기업 교육의 궁극적 목적은 좋은 회사 만들고 싶은 오너와 좋은 직장 다니고 싶은 직원의 욕구를 채워주는 것이라는 생각에 힘이 실렸다.
입사 2년 만에 팀장 승진
뚜렷한 관(觀)은 커리어 패스의 나침반도 됐다. 7년간 일한 첫 직장을 퇴사하고 아모제를 선택할 때, 경영진이 그녀의 HRD관을 공감해 준 영향이 컸다. 그래서 6년
이 지난 지금까지도 아모제에서 일하는게 재밌다고 했다. 실제로 회사 이야기를 하는 그녀의 먹빛 눈동자에 자주 별이 반짝였다.
“저희 아모제는 본사에 50여 명, 전국 직영점에 상시 근로자 1,500여 명이 근무하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교육이 흩어져 있었어요. 아모제의 미션, 비전, 핵심가치
를 어떻게 전파하고 공유할 수 있을까 고민했죠. 그래서 현장 사내강사 육성을 통한 OJT와 함께 이러닝을 도입했어요(그녀는 삼성인력개발원 크레듀의 창립멤버
였다). 독서통신, 중간관리자 이러닝 등을 했고 특히 현장 OJT를 이러닝과 결합해서 하는 일들에 주력했어요.”
직접 스토리보드를 짠 영상으로 이러닝사전 교육을 한 후 현장에서 OJT를 하는 방식이었고, 반응이 좋았다. 2006년 10월 대리직급의 경력 사원으로 입사한 지 2년 채 되지 않은 2008년 7월 인재개발팀 팀장이 됐다 .
‘우리가 남이가’ 끈끈한 조직 문화
아모제는 매주 화요일마다 신입사원 교육인 AFM 교육을 한다. 사람이 있으나 없으나 연중무휴다. 하루를 일하더라도 수료를 해야만 급여가 나온다. 교육 대상은 아르바이트생부터 경력 직원까지 ‘아모젠(아모제 직원을 일컫는 말) 누구나’다.
교육 대상뿐만 아니라 아모제는 채용과 승진에도 범위를 열어둔다. 매장 스태프, 서비스매니저로 시작해 임원의 자리에 오른 이들이 여럿 있다.
“하고자 하는 열정만 있으면 기회를 주고, 성공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는 회사예요. 그러다 보니 성장 욕심이 있는 직원들이 많고 근속연수도 높아요. 본사 직원의 과반수가 10년 차 이상이거든요(아모제는 올해로 창립 17주년을 맞았다). 직장이지만 가정,친구, 생활의 터전이자 미래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한 사람 한 사람의 열정이 지금의 아모제를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외식업계 HRDer, 말을 아껴라!
심 팀장은 팀원들에게 ‘현장 직원들의 이야기를 가능한 한 많이 들어주라’고 요청한다. 최전방에서 고객의 불만을 가장 많이 듣는 이들이지만 정작 그들의 고충을 들어줄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HRD가 직원들의 욕구를 채워주는 일이라는 지론과 일맥 하는 부분이다.
뿐만 아니라 현장 직원들의 자율성을 높여주는 분위기 조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매뉴얼과 시스템은 필수지만, 그것만으로 완벽할 수 없어요. 과거와 달리 지금은 매뉴얼만 따르다가는 고객의 불만을 듣기 십상이죠. 외식업계 교육의 50%는 직원들이 현장에서 스스로 러닝할 수 있도록 분위기 조성을 해줘야 합니다. 잘하는 현장 직원들을 발굴해 아모제 스타상을 수여하는데 이런 포상 이벤트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어요. 말은 아끼는 거죠.”
말을 아끼되, 조직 대다수를 차지하는 현장 직원들이 진정 느끼고 원하는 것을 알기 위해 그녀는 위생사와 조리사 자격증을 따기도 했다. HRDer로서 교육을 제공하고 지침을 내리기보다는 직원 개개인의 욕구 만족에 길라잡이가 되고 싶다는 그녀의 진심과 열정이 느껴졌다.
섭외 전화를 건 순간부터 한 차례 이동하며 진행된 인터뷰가 끝날 때까지, 그녀에게는 강도 높은 에너지가 흘렀지만 에너지 보존의 법칙이 깨질 줄 몰랐다.
“사실 내일 아침 눈을 떴을 때 하고 싶은 게 없을까봐 가장 겁나요. 열정이 사그라질까 봐요. 제가 열정을 잃으면 팀원들의 에너지도 낮아질 테고, 직원들의 사기도 저하되겠죠. 끊임없이 에너지를 뿜으면서 가고 싶어요. 멋있게! ”
글+사진 김민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