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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2-10-10 17:0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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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진 상무는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 ‘우리 신 상무님’으로 통한다. 몇 해 전부터 구직자들에게 쓰기 시작한 편지 때문에 붙은 별명이다. ‘자사에 지원해 주어 감사하다’ 식의 인사치레가 아니다. 직업 선택 십계명을 적는가 하면 ‘연봉을 손보았다(신 상무의 표현 그대로 빌려 왔다)’는 여담까지 그의 편지는 스스럼없다. 구직자의 애타는 마음을 위로하고픈 인사 임원의 진심이리라. 실제로 온라인 취업 사이트에서는 신 상무를 언급하며 STX는 따뜻한 회사라는 말들이 오가고 있다.

신상진 상무는 STX그룹의 인재개발실장 상무로 재직하다 올해 STX조선해양으로 자리를 옮겼다. 터를 옮겼을 뿐, 그는 사회에 첫발을 들여놓았던 지난 1986년부터 지금까지 HRDer로서의 삶을 걸어왔다. 26년이란 세월을 쌓아올리며 나름의 철학이 정립되었을 것 같아 으레 하듯 철학을 물었다. 그러자 “철학이 뭐예요?” 하고, 반문이 돌아온다. 그러고는 질문 열댓 개가 이어진다. “상무님, 이제 제가 질문을 좀 드려도 될까요?”

멋쩍게 웃으며 그는 ‘직업병’이라고 말했다. 수십 년간 사람을 채용하고 교육하다 보니 생긴 병이라고. 인터뷰 직전에도 신 상무는 경력 사원 면접을 한 차례 보고 온 터였다. 그러나 한 시간 넘게 진행된 인터뷰 후에 기자가 느낀 바를 첨언하자면 단순한 직업병은 아니었다. 그는 사람을 좋아하고, 사람에 관한 호기심이 많은, 진정한 HRDer였다.

HRD는 서비스업, 고객 만족 높여야
신 상무는 쌍용그룹 계열사인 종합상사에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때 맡은 업무가 인사·교육이었고, 그것이 HRDer로서의 출발이었다. 일을 하다 보니 적성에 맞았고 보람도 있었다. 원대한 꿈보다는 소박한 하루하루를 보내면서 자연스레 HRDer의 삶에 녹아들었다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구성원들이 행복해야 좋은 회사가 될 수 있잖아요. 그렇다고 과도하게 행복하면 회사가 망가질 수 있고. 적당한 행복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HRDer의 역할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또 HRD는 효과가 장기간에 걸쳐 나타나는데, 이게 또 재밌어요. 측정해보면 보람도 있고. (웃음)”
그래서 그는 HRD를 ‘서비스 업무’라고 말한다. 고객들이 만족할때 비로소 제 역할을 해낸 것이라고 본다. 고객은 구성원일 수도 있고 경영진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요즘 그의 VIP 고객은 누구일까?
“젊은 친구들이죠. 세대가 바뀌면 HRD도 바뀌어야 합니다. 옛날방식대로 하면 안 따라와요. 그래서 동호회도 만들어주고, 주니어 보드 같은 것을 활용해서 일을 재미있게 해주려고 합니다. 일하는 게 놀이처럼 되면 제일 좋겠죠. 기성세대랑 더불어서 성과도 내고요. 늘 고민하는 부분입니다.”

억 소리 나는 신입사원 교육, 첫 단추를 잘 꿰어야
STX는 지난 2007년부터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크루즈 연수를 시행하고 있다. 국내 최초 도입으로 세간의 화제가 되었던 이 연수는 조선해운 전문 기업의 이미지를 신입사원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독창적인 방법으로 자리 잡았다.

약 일주일간 중국의 대표 도시를 방문하고 현지에서 사업을 펼치고 있는 그룹의 해외사업장을 탐방하는 연수에 소요되는 비용은 약 30억 원. 5백 명을 수용할 수 있는 배 한 척을 빌리는 데만 하루에 1억 원이 든다. 한 해 총 교육 예산이 2백억 원인 것을 고려하면 상당한 투자다.

“첫 단추를 잘 꿰어야 합니다. 연수 중에 이탈하는 직원들도 종종 있어요. 연수 끝나고 그만두는 경우도 있고요. 아까워하면 안돼요. 빡빡하지만 회사의 문화를 흠뻑 익힐 수 있도록 처음부터 교육합니다.”

‘첫 단추를 잘 꿰는’ 노력은 채용 과정에도 나타난다. 가장 눈여겨 보는 것이 ‘직무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가’이다. 기간산업에 대한 애정과 철저한 준비로 무장된 지원자를 가려내기 위해 타 회사 어느 곳에 지원했는지를 꼭 물어본다. 기간산업에 지원하면서 서비스 업종의 타 회사에 지원했다는 지원자들을 간혹 만난다.

이들에게는 불합격 처사로 그치지 않고 성찰 질문을 꼭 챙긴다. “네가 진짜 원하는 게 뭐냐?”



2만 번 남은 저녁 식사 시간, 누구와 함께 보낼 것인가?
신 상무는 한 시간 남짓 이어진 인터뷰에서 기자에게 자주 질문을 던졌다. 그 중 무심하게 던졌지만, 뇌리에 깊이 박힌 문장이 있다.
“앞으로 저녁을 몇 번 먹을 것 같아요? (기자의 나이를 묻더니 잠시 계산한다) 80세까지 산다고 하면 앞으로 2만 번 정도 남았어요. 이 시간을 누구와 함께 보낼 거예요? ”

그가 만나는 사람 한 명 한 명에게 어떤 애정을 가졌는지 짐작이 갔다. 탈락자를 직접 만나 떨어진 이유를 함께 고민하고 코칭을 해주는가 하면(고마움의 뜻으로 인사팀에 초코파이와 음료수를 50개씩 보내오기도 했다) 페이스북을 통해 직원, 심지어 직원의 어머니와 메시지를 주고받기도 했다.

그에게는 삶 전반이 HRD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향을 준 인물이 궁금했다. “두 분이 계십니다. 인생을 재밌게 살라고 일러주신 첫 직장의 팀장님, 지금은 은퇴하셨지요. 그리고 입사 당시 부장님이셨던 강덕수 회장님입니다. 앞서 가는 직장 생활의 롤모델이되어주셨죠.” 두 멘토는 긴 세월동안 이따금씩 찾아오는 매너리즘의 탈출구가 되어줬다고도 했다.

그는 HRD를 ‘구성원들이 잠재 역량을 표출할 수 있도록 자극을 주는 것’이라 정리했다. 그리고 현업 리더들과 긴밀한 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팀장을 코치로 세우고, 멘토링 제도를 적극활용하는 방안을 예로 들었다.

“타인의 잠재 역량을 끄집어낼 수는 없습니다. 교육, 이벤트 등을 통해서 잠재 역량을 표출할 수 있도록 자극을 줄 뿐이죠. HRD 부서만 잘한다고 능사가 아닌 시대입니다. 현업에 있는 리더들과 함께 고민하고 긴밀하게 협업해야 합니다

김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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